(제29호 편집인의 글)
‘서울연극인상’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하며
오세곤(본지 편집인, 순천향대 교수)
서울연극협회가 ‘서울연극인상’을 추진한다. 얼마 전 있었던 서울연극협회 회장 선거의 공약 사항으로 이제 재선에 성공한 박장렬 회장이 그 추진을 선언했으니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을 믿어도 될 것이다. 이 일에 ‘오늘의 서울연극’은 실제 주관을 담당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능한 한 많은 작품에 관심을 갖는다는 잡지의 취지와 연극인 스스로 모든 연극인의 존재 가치를 정립하자는 연극인상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공연된 작품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극인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이 제도는 실로 척박한 환경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고단한 연극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른바 자축 잔치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이러한 제도가 서울을 넘어 전국의 모든 연극계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잔치라 해도 공정한 평가에 의하지 않고 수상자가 결정된다면 그것은 스스로 권위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평가를 담당할 전문가들로 평론가 그룹과 현장 예술가 그룹을 운영할 것이다. 연극평론가협회와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와 작가 약 50명이 평론가 그룹을 형성할 것이고, 배우, 연출가, 무대예술가 약 50명이 현장 예술가 그룹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매 작품 5명의 평론가와 5명의 현장예술가가 평가원으로 나설 것이며 이렇게 이원화된 평가 결과는 1년 동안 축적될 것이다. 여기에 가능하다면 관객 평가단의 개괄 평가가 더해질 것이다. 물론 이 개괄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그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전문 연극에 일반인들의 평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 또한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에 관한 한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공통된 기준을 갖고 있지 못 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되도록 여러 명의 평가 결과를 합산하려 하는 것이고, 평론가 그룹과 현장 예술가 그룹이라는 이원화된 평가단을 꾸리려는 것이다. 사실 평론가는 평가를 본업으로 하는 이들이고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이런 이원적 구성 자체가 모순이다. 만약 연극계 내부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면 그냥 평론가들에게만 맡겨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상의 권위는 상금의 액수나 역사와 회수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연극인들이 그 상을 받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권위는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곧 시작될 평가단 구성과 참여 작품 신청에 있어 서울의 연극인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늦어도 올 4월부터는 어떤 작품이든 최소한 10명의 전문가들이 보고 나름의 평가 기록을 남기는 지금껏 없었던 풍경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어렵게 연극을 하는 입장에서 우리의 자존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것을 보고 평하고 논하고 지적하고 조언하고 칭찬할 때 우리 연극의 자기 존중도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 출발하는 ‘서울연극인상’이 부디 확실하게 자리 잡아 우리 연극의 자존 확립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