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너와 함께 라면>
박호영 (서원대학교 연극영화 전공)
상상초월 커플의 파란만장 결혼 성공기의 이야기로 날짜도 장소도 시간도 정하지 않고 치러지는 급작스런 상견례가 벌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족들은 아유미의 남자친구가 청년사업가인줄 안다.
갑작스레 등장한 아유미의 남자친구 때문에 벌어진 온 가족의 얽히고 설 킨 거짓말의 미궁 속으로 빠지는 코믹 가족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미타니 코키 작품을 보게 되었다.
벌써 6차례나 앵콜을 하면서 관객들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미타니 코키의 재치 넘치고 코믹한 이 작품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타니 코키는 웃음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웃음을 만드는 천재작가이자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낳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연극 웃음의 대학, 그리고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있다. 그 외에도 연극만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부터 CF에 이르기까지 일본 연예계를 주름잡고 있는 파급력을 가진 작가이다.
소박하게 보일 정도로 진솔한 ‘웃음’만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미타니 코키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바로 ‘웃음’하나이다.
미타니 코키 작품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많은 인물들 중 악인은 커녕 본인만의 이득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거나 남을 해하는 인물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미타니 코키가 만든 선한 캐릭터들이 소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소박하지만 간절하다.
70의 노인과 사랑을 하는 아유미의 로맨스가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을 이 이야기는 온 가족의 사랑이 근본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거짓말이 낳는 소동으로 전개 되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진실한 사랑’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사랑의 본질’을 깨닫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70의 노인과의 사랑이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뭉클함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은 이 좋은 희곡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리얼리티가 가장 큰 몫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면 70의 노인 역할이다. 아유미의 남자친구역할인 기무라 켄야인데 그동안 많은 앵콜을 하면서 배우들도 많이 바뀌었으며 그래서 인지 점점 기무라 켄야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서 분장으로 노역을 하려하니 당연히 리얼리티는 깨질 수밖에 없기에 무척 아쉬웠다.
젊은 배우가 분장의 기술을 빌어 70의 노인 인척 하면서 그들의 연령차를 극복한 사랑의 진실을 믿으라고 하니 조금은 억지스럽게 극을 진행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미타니 코키의 이 작품이 단지 관객들을 웃기기 위한 코미디로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적어도 배우의 연령한계를 어느 정도는 극복을 하고 작품에서 주는 진실성을 가져야 만이 ‘너와 함께 라면’에서 주는 감동과 웃음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마지막으로 미타니 코키가 말하는 희극의 정석은 “희극이란 건 인간이 인간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테마다.” 웃음에 대한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 미타니 코키, 그래서 그가 빚어내는 세계는 실로 건강하고 행복한 웃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