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TTIS
국립창극단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글_수진(연극평론가) 삶은 치열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서 살짝 빗겨서면 그다지 치열할 필요도 욕심 부릴 필요도 없는 그저 삶이다. 물론 역사는 치열하게 살아간…
[리뷰] 극단 몽중자각 <엄브렐러, 그 후>
글_오판진(연극평론가) 극단 ‘몽중자각’이 제작한 공연 <엄브렐러, 그 후>가 2025년 4월 1일부터 4월 6일까지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선욱현 작가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김성진이…
[리뷰] 2024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연극분야 총평
글_배선애(연극평론가)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은 상대적으로 공연이 적은, 일명 비수기인 1월~3월 초에 공연된다. 시기가 참 적절하다. 관객과 만나는 공연 자체가 적기 때문에 연극계의…
[리뷰] 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2>
글_황승경(연극평론가) 포스트드라마 연극을 이끄는 성북동비둘기의 신작이 공연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체되고 재구축된 ‘탈’드라마적 성북동비둘기의 서사는 문학적 텍스트의 극적 필연성에서 탈피한 시청각적 공감각에…
지역 공연예술 진흥의 선도적 모델 구축을 위한 제안(1)
글_오세곤(극단 노을 예술감독) 시작하며 문화와 예술은 헌법적 가치를 지닌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부록(14)
글_임야비(tristan-1@daum.net) 소설가, 연출가(총체극단 ‘여집합’), 클래식 연주회 기획가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인 베르디. 민족성도, 성향도, 작품도 골수 이탈리아인 그가 괴테 파우스트를 오페라화하려 했었다. 이 계획은 폐기되었지만 파우스트 1부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2개의 가곡 – 로만체(Romanze)를 남겼다. 너무나 이탈리아적인 작곡가 베르디가 음악으로 연출한 파우스트를 톺아보자. 베르디는 주로 대문호의 작품을 오페라 텍스트로 선택했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바탕으로 오페라 ‘에르나니’와 ‘리골레토’를 작곡했고, 바이런 경의 텍스트를 대본 삼아 ‘포스카리가의 두 사람’, ‘일 코사로(해적)’을 완성했다.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맥베스’, ‘오셀로’, ‘팔스타프’로 오페라화했다. 특히 프리드리히 실러의 작품이 많다. 오를레앙의 처녀, 군도, 간계와 사랑, 돈 카를로스를 오페라 ‘조반나 다르코(잔 다르크)’, ‘이 마스나디에리’, ‘루아지 밀러’, ‘돈 카를로’를 작곡했다. 위대한 글에 자신의 음악을 얹고자 했던 베르디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간과했을 리 없다. 리브레티스트(오페라 대본 작가)인 피아베는 베르디에게 오페라 ‘파우스트’를 제안했다. 이에 작곡가는 루이지 발레스트라(Luigi Balestra)가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파우스트를 읽었지만, 오페라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작곡 계획을 접었다. 만약 이 오페라가 완성되었다면 구노의 ‘파우스트’를 능가하는 명작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정은 가정일 뿐이다. 하지만 1838년 베르디는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두 곡의 노래를 남겼다. 그의 나이 25살 때로 첫 오페라인 ‘산 보니파초의 백작 오베르토(Oberto, Conte di San Bonifacio)’를 쓰기도 전인 초기작이다. 두 곡은 ‘6개의 로만체’로 묶인 가곡집에 속해 있는데, 다섯 번째 곡 ‘Perduta ho la pace(나의 평화 사라졌네)’와 여섯 번째 곡 ‘Deh, pietoso, oh Addolorata(아, 굽어살피소서, 당신 고통 많으신 이)’이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파우스트를 가사로 삼았다. 번역 텍스트를 참고하여 음악을 감상해 보자. 그레트헨의 방 그레트헨 (물레 옆에서 혼자) 나의 평화 사라졌네, / 내 가슴 무겁네. / 평화를 못 찾겠네 / 다시, 다시는. 그이 없는 곳은 / 내게는 무덤 / 온 세상이 / 내게는 쓰디쓰네. 내 가엾은 머리 / 돌아버렸네, / 내 가엾은 생각 / 갈가리 끊겼네. 나의 평화 사라졌네, / 내 가슴 무겁네. / 평화를 못 찾겠네 / 다시, 다시는. 오직 그이 오시나 보네 / 창밖을 내다보네, / 오직 그이 오시나 가보네 / 집 밖으로 나가보네.…
[리뷰] 국립극장·라이브러리컴퍼니 <붉은 낙엽>
글_수진(연극평론가) 인간의 여러 감정 중 미미해 보이지만 강력한 것을 꼽는다면, 그건 ‘의심’이다. 실체도 없는 그 감정의 씨앗은 얼핏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러나…
[리뷰] 프로덕션IDA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
글_양세라(연극평론가) 동백당; 빵집 사람들의 드라마와 가변형 무대 이 공연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고정된 관객석을 비우고 무대 위로 객석을 임시로 설치하였다. 좌우로…
[리뷰] 극단 돋을양지 <그래도 가족>
글_김건표(연극평론가) ‘그래도’의 접속부사처럼 <그래도 가족>(극단 돋을양지, 작 서린 연출 김성진 씨어터 쿰)은 한 가족의 상처로 분열된 가정사를 무대에 올려놓고 가족의 통증과 아픔을…
부록(13)
글_임야비(tristan-1@daum.net) 소설가, 연출가(총체극단 ‘여집합’), 클래식 연주회 기획가 요절복통 코미디 파우스트에 이어 인형극 파우스트를 알아보자. 체코 인형극의 아버지인 마테이 코페츠키와 체코 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를 간단히 소개하고, 두 체코의 아버지가 마리오네트의 실과 오선지의 음으로 영혼을 불어넣은 목각 인형 파우스트에 관해 알아보자. 마테이 코페츠키(Matěj Kopecký)는 옛 체코의 마리오네트 조종사 겸 제작자 그리고 인형극 극작가다. 공식적으로 1775년 출생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정확한 출생 연도는 알 수 없다. 코페츠키가(家)는 대대로 마리오네트 인형극 유랑 극단이었다. 마테이 코페츠키의 부모도 인형극 관련 일을 했고 이들은 마차에 가족과 인형을 모두 싣고 보헤미아의 장터와 귀족의 성을 떠돌며 인형극을 올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떠돌이 생활이니 당연히 자식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기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내 수공업 극단에서 인형과 함께 태어나 인형과 함께 자란 마테이 코페츠키는 자연스럽게 마리오네트 인형 조종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형을 더 크고 정교하게 발전시켰고, 인형극의 대본을 직접 썼다. 1818년 인형극단 면허를 취득하고 극단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나, 보헤미아의 유랑 극단에 관한 기록이 온전히 남아 있을 리 없다. 초상화 하나 남아 있는 게 없다. 위의 사진도 그의 아들인 바츨라프 코페츠키 때에 그려진 캐리커처다. 마테이 코페츠키에 관한 마지막 기록은 교회가 작성한 사망 명부다. 거기에는 ‘마테이 코페츠키 – 홀아비, 거지’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마테이 코페츠키가 극작한 61편의 희곡은 가업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출판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4막의 인형극 드라마 ‘파우스트 박사’다. 24페이지 분량의 짧은 인형극 대본으로 대사는 매우 쉽고 일상적인 체코어다. 유랑 극단의 인형술사 마테이 코페츠키가 정규 교육을 받았을 리 만무하고, 인형극을 보러 시장에 모인 평민들 역시 교육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극은 문학적인 면보다는 풍자와 유머가 주를 이룬다. 극에서 지체 높으신 분이 교양을 뽐낼 때 체코어가 아닌 독일어가 튀어나오는데 이는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려는 극작가의 절묘한 장치다. 옛 조선의 양반들이 한자로 된 시조를 지으며 풍류를 읊는 걸 보는 백성, 러시아 소설에서 귀족들이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는 걸 듣는 하인. 이런 언어의 계급 차는 여러 문학과 예술에 등장하는데, 마테이 코페츠키는 민초의 모국어인 체코어와 지배층의 외국어인 독일어의 고도차를 멋지게 꼬아 인형에 삽입했다. 체코 국민 음악의 아버지인 스메타나는 애국 교향시 ‘나의 조국’(1874~9)으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다. 19세기, 각 국가의 민속 선율을 전면으로 내세운 ‘국민 음악파’가 유럽 음악계에 굵직한 유행을 일으켰다. 스메타나는 이 음악 올림픽의 체코 국가대표였다. 그래서 그의 모든 작품에는 국가대표 마크처럼 체코의 전통과 선율이 단단히 박음질 되어있다. 체코 민요에 의한 환상곡(1862), 보헤미아 민요 환상곡(1843), 체코 모음곡(1877~9), 프라하 사육제(1883) 등 작품의 제목만 보아도 애국심이 넘쳐난다. 스메타나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팔려간 신부’(1863~70)는 보헤미아 전통 결혼식에 민속 음악을 버무린 향토 오페라로 초연 직후부터 지금까지 체코의 ‘국민 오페라’ 타이틀을 무난히 지키고 있다. 1862년, 애국심 넘치는 작곡가 스메타나는 코페츠키의 대표 인형극 ‘파우스트 박사’의 서곡을 작곡한다. 악단 구성은 유랑 극단의 인형극처럼 단출하다. 현악기에 호른과 트롬본이 두 대, 트라이앵글과 큰 북 그리고 피아노다. 피아노가 포함되어 있는 게 특이한데, 극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모든 악기를 생략하고 피아노 혼자 연주가 가능하게 한 일종의 배려다. 다단조 도입부는 줄로 연결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시작한다. 경쾌하게 질주하는 선율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걸음이 슬쩍 끼어든다. 이어 음산한 첼로 독주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올라타고 금관 악기가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진혼곡 분위기를 낸다. 이어서 피아노가 알록달록한 젊음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앞선 죽음의 주제와 대비를 이룬다. 이어 두 주제가 교대하며 상승하는 음악에 민속 춤곡이 삽입되고 관객석의 설렘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별안간 오케스트라 총주와 금관의 팡파르가 폭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망나니 칼에 목이 떨어지는 것처럼 음악이 끝난다. 스메타나는 5분짜리 서곡에 저잣거리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막이 오르기 전 설렘을 그릇으로 삼고 파우스트의 주요 내용을 쉽고 투박하게 요리해 담았다. 오페라도, 연극도 아닌 작은 인형극에 서곡을 쓴 작곡가는 스메타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줄여서 ‘파우스트 박사 서곡’으로 부르지만, 스메타나가 붙인 곡의 정식 명칭은 ‘파우스트 박사, 마테이 코페츠키 인형극의 서곡’이다. 이 긴 제목에서 스메타나의 의도가 드러난다. 국가대표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적 결실보다는 마테이 코페츠키가 대를 이어 전승한 체코 인형극의 전통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문화이자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상호 존중이 아닐 수 없다. 민족 문화를 지키려는 작은 노력이 모여 체코 인형극은 예술성까지 겸비한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다. 끈질기게 이어온 전통도 눈물겹지만, 이를 지키려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민적 관심과 자긍심이 더 대단하다. 스메타나는 체코 국민 음악의 아버지로서 책무를 다하고 1884년 영면한다. 변방 골짜기의 작은 수원(水源)에서 시작한 스메타나의 음악은 시내를 이루어 드보르작, 수크, 야나체크, 마르티누처럼 위대한 작곡가를 길러냈고, 보헤미아의 젖줄인 블타바 강이 되어 유유히 흐르고 있다. …
예술진흥을 위한 제언
글_오세곤(극단 노을 예술감독) 조기 대선이 거의 확실하다. 대선 때마다 각 후보들의 공약집에는 예술 진흥 정책이 들어간다. 그런 일이 몇 번 있다 보니…
[리뷰] 강훈구 <클뤼타임네스트라>
글_하형주(연극평론가, 청운대학교) 강훈구 작, 연출인 <클뤼타임네스트라>(연희예술극장, 01.02~01.12)는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 아이스퀼로스(Aischylos, B.C.525/4 ~ B.C.456/5)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하나인 『아가멤논』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리뷰] 제1회 드림 단막극장
글_김충일(연극평론가)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온다. 늘 그러하듯이 올해는 좀 나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2025년을 시작했지만 연일 어둡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겹치기…
부록(12)
글_임야비(tristan-1@daum.net) 소설가, 연출가(총체극단 ‘여집합’), 클래식 연주회 기획가 파우스트는 무겁다. 원작은 심오하고 연극은 심각하다. 당연히 파우스트와 관련된 대다수 음악도 끝없이 아래로 가라앉는다. 파우스트를 음식으로 빗대자면 최고의 요리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