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극장 기획 공연을 통해서 본 2013 서울 연극의 흐름
197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물론 극단의 수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다. 그러나 그 적은 수의 극단이 공연하기에도 극장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공연 기간이 보통 며칠에 불과했고 길어야 1주일 정도였다. 서울연극협회 등록 극단이 200개를 훨씬 넘고 대학로 소극장 수가 150개를 넘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믿기 어려운 역사라 하겠다.
그러나 대학로의 소극장들은 대부분 환경이 열악하다. 원래 공연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지하실 등을 개조한 결과 천정이 낮고 무대 옆 공간도 거의 없다. 더욱이 환기가 잘 안 돼서 공기가 나쁘고 좁고 가파른 계단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화재를 대비한 비상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공연을 하는 이들이나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이나 모두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작더라도 공연 조건이 완벽하고 관극 환경이 쾌적한 극장은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극단마다 모두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공연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웬만큼 시설을 갖춘 극장은 대관료가 엄청나게 비싸다. 그러니 확실한 흥행 요건을 갖추지 않고는 그런 공연은 시도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설이 좋으면서도 대관료가 저렴한 공공 극장을 선호하지만 거기에 선택되려면 중요 연극제에 초청받는 정도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대관을 통해서건 초청을 받아서건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그만한 기획력을 갖추었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중에서도 기획 초청의 경우 선택의 기준이 되는 작품성이 과연 진정한 예술적 차원의 것인지 아니면 다분히 흥행 차원의 것인지는 더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되는 작품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관객과 평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기준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시설이 좋은 주요 극장에서 기획 공연되는 작품들이 연극계의 중심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 또한 크다 하겠다.
서울에서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공극장에는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한국공연예술센터, 남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 소속 극장들이 있으며, 대표적인 사설 극장으로 엘지아트센터와 두산아트센터가 있다. 이외에 정동극장도 있지만 연극계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중에는 산하 단체 공연 정도만 빼고 대관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대관 없이 기획 공연으로만 채우거나 기획과 대관을 혼합하여 운영하는 극장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있어 주요 극장들이 기획하여 공연되는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은 한 해의 연극 흐름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국립극장
국립극단이 법인으로 독립하여 빠져나간 이후 국립극장에서는 연극 공연 기획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중에도 <뮤지컬 프라미스>(1.9-1.20, 국방부와 공동 주최)와 정의신 작, 연출의 <나에게 불의 전차를>(1.30-2.3)이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고, ‘2013 행복한 겨울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어린이 대상의 가족뮤지컬 <거리 위의 빨간 모자>(1.24-2.17, 별오름극장), 해외 어린이 연극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이스라엘 오나포랏 극단, 2.14-2.15, 하늘극장), 어린이 영어뮤지컬 <구름빵>(2.23-3.3) 등의 공연도 있었다.
또 오태석 연출 <김유정의 음악극 봄봄>(극단 목화, 3.24-3.31, 하늘극장), 이청준 원작, 김명화 극본, 윤호진 연출의 창극 <서편제>(국립창극단, 3.27-3.31, 해오름극장), 한아름 작, 서재형 연출의 창극 <메디아>(국립창극단, 5.22-5.26, 해오름극장) 등 ‘국립레퍼토리 시즌’ 작품들, 그리고 이자람 작창, 남인우 연출의 <청소년 창극시리즈 1>(6.7-6.16, 하늘극장)도 예정되어 있다.
물론 국립극장은 하반기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보다는 더 많은 연극 공연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 달오름 극장과 별오름 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일반 대관 연극 작품도 상반기 기준 5편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올 한 해 전체로는 약 10편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2.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서계동 자체 극장에서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3.1-3.23, 백성희장민호극장, 2011년 초연 작품), 정의신 작, 연출의 <푸른배 이야기>(3.5-3.24, 소극장 판), 고연옥 작, 강량원 연출의 <칼집 속에 아버지>(4.25-5.12, 백성희장민호극장) 등 3작품을 공연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소포클레스 작, 한태숙 연출의 <안티고네>(4.15-4.28, 토월극장), 정의신 작, 손진책 연출의 <아시아온천>(6.12-6.16, 토월극장, 한일공동제작 작품) 등 2작품을 공연한다.
그리고 작년에 공연했던 청소년 대상 작품으로 한현주 극본, 남인우 연출의 <소년이 그랬다>(5.17-5.25, 백성희장민호극장), 박근형 작, 연출의 <빨간 버스>(5.25-6.1.소극장 판), 로리 브룩스 작,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6.1-6.9, 백성희장민호극장) 등을 다시 공연한다.
3. 예술의 전당
예술의 전당에서는 자유연극시리즈로 천승세 작, 김종석 연출의 <만선>(5.3-5.15, 자유소극장)과 김영수 작, 김현탁 연출의 <혈맥>(5.21-6.2, 자유소극장)이 예정되어 있고, 토월연극시리즈로 톨스토이 작, 고선웅 연출의 <부활>(5.18-6.2, 토월극장)과 앞서 국립극단 작품이었던 <아시아온천>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역시 국립극단 작품인 <안티고네>가 공연될 예정이고,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2.16-3.31, 토월극장)는 이미 공연된 바 있다.
그리고 역시 기획 공연으로 <베짱이의 모험>(8.2-9.1, 자유소극장), <세자매>(11.7-11.14, 자유소극장), <어느 여인의 초상>(11.19-12.1, 자유소극장) 등과 <당통의 죽음>(11.2-11.17, 토월극장)도 예정되어 있다. 이외 일반 대관으로는 자유소극장이 연극 3편, 토월극장이 뮤지컬 3편, 그리고 오페라극장이 대형뮤지컬 1편을 예정하고 있다.
4. 명동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은 11월까지 분명한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데이비드 해어 작, 성수정 번역, 최용훈 연출의 <에이미>(2.15-3.10, 2010년 초연작), 셰익스피어 작품을 노와 교겐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노무라 만사이 각색 연출의 <맥베스>(3.15-3.17, 일본어 공연, 2010년 일본 초연작), 마이크 바틀렛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Love, Love, Love>(3.27-4.21, 2013년 해외 신작공연),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작으로 하는 배삼식 번안, 양정웅 연출의 <라오지앙후 최막심>(5.1-5.27, 명동예술극장 희곡개발프로젝트), 뷔히너 작, 임도완 각색 연출의 <보이첵>(7.3-7.28, 2001년 초연작)과 임도완 연출의 <휴먼코메디>(7.3-7.28), 아놀드 웨스커 작, 윤석화 번역 출연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8.9-9.1, 1992년 초연작, 영국연출가와 협업으로 새롭게 탄생), 리홀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광부화가들>(9.11-10.14, 2010년 초연작), 체홉 작, 오종우 번역,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 등이 그것이다.
5.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에는 서울시극단과 서울시뮤지컬단이 소속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 발표된 바로는 강철수 작, 위성신 연출의 <칼잡이>(서울시극단, 4.12-4.28, 세종엠씨어터)와 <로봇태권 V>(서울시뮤지컬단, 7.6-7.14, 세종대극장), <밥퍼>(서울시뮤지컬단, 7.28-8.9, 세종대극장) 등 뮤지컬 2편뿐이다. 그리고 일반 대관으로 보이는 나카타니 마유미 작, 이기도 연출의 <이제는 애처가>(3.20-4.3, 세종엠씨어터)와 아세티지 공연예술제 정도가 눈에 띈다.
6. 한국공연예술센터
공공극장으로서 한국공연예술센터는 가장 많은 극장을 거느리고 있다. 아르코 대극장과 소극장은 오랫동안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으로 연극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비록 그에는 못 미치지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도 연극인들에게는 꼭 서보고 싶은 무대이다. 이렇게 4개 극장 외에도 몇 개의 극장을 더 임대해서 연극 단체들에게 대관해 주고 있으니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서울 연극계에 활력을 제공하는 심장과도 같다 하겠다.
그러다 보니 한국공연예술센터 소속 극장들을 순수 대관으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꽤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극장은 1주일, 소극장은 2주일 기준으로 대관을 할 경우 수리 등으로 휴관하는 일정으로 4주 정도를 빼더라도 대극장은 1년에 약 50단체, 소극장은 25단체에 기회를 줄 수 있으니 4개 극장을 다 합치면 적어도 150단체가 1년에 한 번씩은 시설 좋은 공공극장 공연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무용이나 일부 음악 공연까지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이 수치가 모두 연극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이런 생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우선 대극장 1주일, 소극장 2주일이라는 기간에 대해서 그래서는 결코 제작비 대비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기획 차원의 지적이 만만치 않다. 즉 그렇게 많은 단체들에 골고루 기회를 주기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능력이 되는 단체들에 좀 더 긴 기간 대관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극장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능력을 검증해서 대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아직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선정 기준을 정립하지 못 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은 계속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아직 기획력과 지명도를 지니지 못 한 젊은 단체들의 경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시설 좋은 극장이 충분하지 못 한 상황에서라면 선택과 집중보다는 가능한 한 넓은 기회 부여로 만에 하나 사장될지 모르는 예술적 가능성을 살리는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워낙 중요한 공공극장이다 보니 한국공연예술센터에 대해서는 늘 많은 시선이 쏠리고 쏟아지는 의견들도 많다. 그래선지 처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대관과 기획 공연 사이에 상당히 신중한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서울연극협회의 <요람을 흔들다>, <서울연극제>, 한국연극협회의 <청소년연극제> 등 공적 성격의 행사들 외에 일반 연극 작품 대관도 다른 극장들에 비해 훨씬 많아서 약 30편에 이른다.
또한 현재 발표된 내용을 볼 때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이미 했거나 예정하고 있는 기획 공연은 <어머니>(연희단 거리패, 1.29-2.17,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국악 뮤지컬 <운현궁로맨스>(타루, 2.18-2.24,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The Game-죄와 벌>(명품극단, 2.20-3.3,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변기통>(Theatre 201, 3.4-3.10,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영호와 리처드>(마방진, 3.8-3.17,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파리대왕>(하땅세, 3.14-3.31,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2013 신춘단막극제/아시아연출가전>(한국연극연출가협회, 3.19-4.7,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이며, 제작 공연으로 정소정 작, 김관 연출의 <뿔>(4.2-4.14,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2012 봄 작가 겨울 무대 우수작 재공연)이 있고, 그 외 <봄 작가 겨울 무대>, <대학로 코메디 페스티벌>, <한팩스테이지> 등 아직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여러 프로젝트들이 남아 있다.
7. 남산예술센터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에는 드라마센터가 있는데, 이미 이해성 작, 연출의 <사라지다>(2012.12.29-2013.1.20)는 공연을 끝냈고, 현재 7월까지 나와 있는 계획을 보면 이문원 작, 이현정 연출의 <독살미녀 윤정빈>(C 바이러스, 3.12-3.31)이 공연 중이며, 정영욱 작, 김낙형 연출의 <농담>(4.9-4.28), 정경진 작, 고선웅 연출의 <푸르른 날에>(5.4-6.2), 태기수 작, 이강선 연출의 <물탱크 정류장>(6.25-7.14)이 예정되어 있다.
8. 엘지아트센터
엘지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은 참으로 단순 명료하다. 우선 체홉 작, 레프 도진 연출의 <세자매>(4.10-4.12,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 공연), 셰익스피어 작, 데클란 도넬란 연출의 <템페스트>(10.1-10.3,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 제작, 영국 연출가와 러시아 공연 단체의 만남) 등 외국 단체 작품 2편과, 한아름 작, 최우정 작곡, 서재형 연출의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10.9-10.20, 2011년 초연작), 브레히트 원작, 이자람 작창, 남인우 연출의 판소리 <억척가>(10.25-10.27) 등 국내 작품 2편이 예정되어 있으며, 장기 대관 공연으로 뮤지컬 <레베카>(1.12-3.31)와 <스칼렛 핌퍼넬>(7.2-9.8)이 공연되었거나 공연될 예정이다.
9.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는 엘지아트센터와 달리 대단히 오밀조밀한 기획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은 ‘경계인 시리즈’, ‘두산인문극장’, ‘Art Lab’,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 데이터까지’,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레퍼토리’ 등 다양한 프로젝트명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한 기획 공연으로 우선 조박 작, 김수진 연출의 <백년, 바람의 동료들>(신주쿠 양산박, 3.9-3.16, 스페이스 111, 2011년 두산아트센터 경계인 시리즈 작품, 일본어 공연)이 있었고,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로 오카다 토시키 작, 연출의 <현위치>(첼피쉬, 3.22-3.27, 스페이스 111, Big Bang, 두산인문극장 2013), 영진 리 작, 플라자르 연출의 카바레극 <우리는 죽게 될 거야>(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 4.11-4.14, 스페이스 111, Big Life), 이경성 구성, 연출의 <서울연습-모델, 하우스>(극단 Creative Va Qi, 4.23-5.18, 스페이스 111, Big Net), 더그라이트 작, 강량원 연출의 <나는 나의 아내다>(5.28-6.29, 스페이스 111, Big History) 등이 진행 중이며, 체홉 작, 성기웅 각색, 타다 준노스케 연출의 <카모메>(10.1-11.9, 스페이스 111,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김은성 작, 전인철 연출의 <목란언니>(11.26-12.29, 스페이스 111, 레퍼토리), 이수인 작, 연출의 연극 <왕과 나>(7.4-8.2, 스페이스 111, 공동기획)도 예정되어 있다.
이외 짧은 기간 동안 일종의 시연으로 진행되는 ‘Art Lab’ 작품들도 여럿 있으며, 연강홀에서는 일반 대관으로 뮤지컬 <어쌔신>(2012. 11.20-2013.2.3),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3.8-3.31)가 공연됐고, 앞으로 <넥스트 투 노멀>(4.6-5.5), <스팸 어랏>(5.14-9.1), <번지 점프를 하다>(9.27-11.17) 등 뮤지컬 3작품이 예정되어 있다.
이상 서울의 주요 공연장들이 올 한 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눈에 띄는 현상으로는 국립극단,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두산아트센터 등을 통해 일본 또는 재일교포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엘지아트센터는 러시아 단체들을 많이 초청하고 있고, 그 중에는 외국어 공연도 상당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일교포 정의신이나 김수진, 그리고 레프 도진 등은 이제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작가나 연출가가 되었다.
사실 이렇게 모아 놓고 보았을 때 우리 연극계가 활용하고 있는 인력풀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선 작이나 각색으로 정의신(교포)은 3번, 한아름, 이자람, 배삼식은 2번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포클레스나 셰익스피어, 체홉, 뷔히너, 톨스토이 외에 김명화, 고연옥, 한현주, 박근형, 천승세, 김영수, 강철수, 이윤택, 이해성, 이문원, 정영욱, 정경진, 태기수, 이경성, 성기웅, 김은성, 이수인, 조박(교포), 영진 리(교포) 등 우리 이름과 노무라 만사이, 나카타니 마유미, 오카타 토시키, 데이비드 해어, 로리 브룩스, 마이크 바틀렛, 리홀, 더그라이트 등 외국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또 연출로는 남인우가 3번, 정의신(교포), 서재형, 손진책, 강량원, 고선웅, 이상우, 임도완 등이 2번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태석, 한태숙, 박근형, 서충식, 김종석, 김현탁, 최용훈, 양정웅, 이성렬, 위성신, 이기도, 이윤택, 김원석, 이명일, 이진경, 윤시중, 이정하, 이해성, 이현정, 김낙형, 이강선, 이경성, 전인철, 이수인, 김수진(교포) 등의 우리 이름과 부유혜(대만), 고바야시 나나오, 노무라 만사이, 오카타 토시키, 타다 준노스케, 레프 도진, 데클란 도넬란, 플라자르 등의 외국 이름이 나타난다.
서울의 연극은 아직은 대학로에 많이 몰려 있기는 하지만 점점 폭넓게 퍼져 나가는 형상이다. 각 자치구들이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어떻게든 좋은 공연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려고 하는 것도 이런 확산에 기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9개 공연장에 포함되지 않고도 우리 연극의 주요 흐름에 포함시켜야 할 단체나 작품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특히 산울림이나 연희단거리패처럼 자체 극장이 있거나 수레무대처럼 특정 극장에 상주단체로 들어가 있는 경우 많은 주요 활동이 그 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비록 그렇게 다소간의 허점이 있고 세종문화회관처럼 정보 자체가 너무 적거나 허술한 경우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점검은 우리 연극의 단기 흐름을 파악하고 나아가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보다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 축적과 분석으로 지속적인 진단과 진로 제시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