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
공연 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작/연출: 백석현
극단: 극단 창세
서사나 연기보다는 무대 장치와 조명, 서커스 연기와 기타 볼거리가 풍성한 공연이었다. 큰 무대에서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동시에 움직이며 말을 해서 누가 말하는지, 어떤 행위가 중심인지 놓치는 때가 있을 정도였다. 신선하고 멋진 장면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연극의 중심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한국사회와 노숙자 문제를 다루겠다는 취지와 관련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은 훌륭하지만, 무대 위에 나타난 모습은 화려한 무대와는 대조적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우리나라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노숙자 문제가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관해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현상과 자료를 해석하고 통찰하는 인문학적 안목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역량이 뛰어난 스태프들과 연기자가 있다면 차라리 그에 어울리는 다른 서사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뛰기 전에 생각하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 오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