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편집인의글)
예술대학과 취업률
얼마 전 문화부로부터 자문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무슨 내용인가 물었더니 예술대학 취업률 관련이란다. 그 동안 교육부가 예술을 어떻게 취급하건 내내 침묵을 지키던 문화부가 웬일인가 싶었지만 일단은 반가웠다. 그런데 예술국장이 주관한 그 자리는 상당히 진취적이었다. 취업률이란 건 예술에 대해 도저히 들이댈 수 없는 잣대이니 없애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의지가 꽤 강해 보였다.
사실 취업률 때문에 예술대학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러 분야가 모인 대학에서는 예술대학이나 예술 전공학과들 때문에 대학 전체의 평가 결과가 안 좋아진다며 눈총을 받다가 구조 조정 대상이 되기 일쑤이고, 예술 분야로만 이루어진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못 받게 되는, 그야말로 폐교 위기에 내몰리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만 해도 서울예대 교수들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취업률 때문에 너무도 괴로운데 도대체 헤어날 방법은 없느냐는 절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인 중 예술인이랄 수 있는 유덕형 총장마저 취업률을 올리라고 교수들을 몰아세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듣기로는 게시판에 교수 명단을 붙여 놓고 수시로 교수별 취업 성적을 공개한다고 하니 일생 그런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는 처지에 얼마나 답답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그 동안 이에 대한 항의와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다. 애초 왜 취업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는지에 대한 항변은 예술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으므로 곧 힘을 잃었고, 그보다는 예술의 특성을 근거로 건강보험만을 가지고 통계를 내는 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정도였다. 물론 그러니 예술계는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늘 그렇듯 형평성이라는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온 것이 활동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었지만 연극의 경우 등록된 공연장에서 두 번 이상 공연하면 취업으로 인정한다는 지극히 피상적인 방안이었다.
도대체 졸업 후 1년 안에 등록된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에 두 번이나 참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이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등록증 사본이니 계약서니 하는 까다로운 서류들을 어떻게 받아내서 자기 모교에 보내준단 말인가? 게다가 등록 공연장이라는 것에 대학로 소극장은 절반도 포함이 안 돼 있으니 정말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온갖 편법이 난무하게 되었다. 교수가 여기저기 공연 단체에 부탁을 해서 자기 제자들의 이름을 공연 팸플릿에 끼워 넣는 일도 흔히 일어났다. 그러니 대학 운영자들은 어떤 교수들은 저렇게 하는데 왜 당신들은 못 하냐며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연극 관련학과 중에도 통계상으로는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부에서 조사한 내용은 참으로 의미심장하였다. 그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나 서울예술대학 등 예술 분야로만 이루어진 학교들의 취업률이 10% 대로 대단히 낮다는 것으로 조금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사회적 지명도나 평판도와 거의 반비례하는 결과라는 것이었다.
자문회의 자리에서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예술계에 대한 취업률 적용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반드시 교육부를 설득하여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 동안 교육부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던 입장에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운 이야기였다. 사실 문화부로서는 당연히 진작 했어야 할 일이건만 이제라도 의지를 보이니 과거의 섭섭함은 싹 잊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조만간 연극 쪽 교수들의 제안으로 각 예술 분야 대표자들이 모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장르를 망라한 연대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것이고 더불어 구체적 행동 방침을 논의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늘 자신의 일마저 방치하는 무기력증을 벗어던지고 예술을 왜곡시키는 이 부조리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마침 최근 국무회에서도 정부의 평가가 너무 양적인 기준을 강조하고 그 때문에 인문 분야가 죽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문화부의 움직임도 그런 지적을 근거로 하는 듯하다. 어쨌든 모처럼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하다. 그 동안 산발적으로 기울였던 노력이 이번에만은 잘 모여서 건설적인 결과를 이끌러내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2013년 7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