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마일과 비빔면
극작: 선욱현
연출: 최현종
단체: 극단 필통
공연 일시: 2013/10/03 ~ 2013/10/27
공연 장소: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전문 평가단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작은 카페를 그대로 무대에 재현한 공간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 저 카페에 한번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마치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사랑이라는 잔잔한 한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극 진행은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다소 불편할 수 도 있는 작은 소극장 공간의 활용도 무척 성의 있었습니다. 진행스텝들도 자연스런 카페와 어우러진 차림과 역할처럼 연출하여 입장 때부터 관객들을 편안하게 극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객석 한쪽벽면에 비춰지는 영상이 극의 정서와는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은… 극의 키워드가 되는…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아니, 왜 오는 걸까요? 라고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첫 만남과 현재의 일상까지가 조금은 급하게 그려진 것 같아서 약간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관객들에게 나름의 열린 생각을 추구하신건가요? 극 중간에 조금은 커다란 배신을 여쭈어 보시기도 했는데 여유 없이 시간을 훌쩍 뛰어넘으셨습니다. 그래서 제한된 공연시간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인생속의 ‘사랑’을 그중에서도 부부의 인연으로 이야기하는 ‘사랑’을
예쁘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모든 스텝 분들과 배우님들께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극을 시작하시면서 저의 삼촌인 가수 이진관씨의 오래된 노래 ‘인생은 미완성’을 들을 수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은 삼촌께 전화 해야겠습니다. 연극은 잘 모르시고 잘 안 보시는 삼촌께서 자신의 오래 된 노래가 연극에 화두로 출연한다면 무척 기뻐하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관객들도 반갑지 않으셨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공연 고맙습니다.
– 서미영
2013년 현재 한국 사회 40대 남성의 관점에서 본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다.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관우라는 소시민이 주인공이며,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겪은 삶 또한 그러하여 엄청난 파도는 없었지만, 큰 파도가 없었던 것을 아니었다. 젊은 날 관우와 유인의 장작불 같았던 사랑이 식어, 새벽녘 구들장에 남은 작은 온기만 남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흔하게 보는 잔혹한 치정 살인극이면 어쩌나 싶어 잠시 불안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이렇듯 사랑보다는 의리로 사는 많은 부부의 삶을 조명한 점에서 오히려 신선했다.
몇 가지 불편했던 점을 찾아보면 이렇다. 결혼식 사진 영상은 극의 내용과 어느 정도 연결되었지만, 첫 번째 영상인 비빔밥 사진과 세 번째 영상인 졸업식 사진은 효과가 의문스러웠다. 그리고 뜨거운 조명이 배우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연극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열이 나지 않거나 적게 나는 조명기가 있다면 배우들이 연기할 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작가의 설득력 있는 대본과 연기까지 열정적으로 한 주인공에게 자연스럽게 손뼉을 크게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 오판진
남녀가 만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연을 맺어 부부가 되어 그럭저럭 사건 속에서 살아가다보면 한 평생이 된다. 극중 관우와 유인이 예사롭지 않은 첫 만남에서 비빔면이란 매개로 부부의 연까지 맺어 남들처럼 권태기를 맞이하여 바람도 피우고 서로를 죽이도록 미워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다 아이가 태어나 키우다 보면 중년이 되고 또 노년을 맞이하며 나이가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평범한 부부 생활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런 뻔한 이야기를 작가는 노련하게 관객에게 긴장과 여유를 주었다. 좋은 작품이다
2인극이란 달랑 배우 두 명만이 출연하다보니 그 제한된 인원으로 극을 소화하기엔 어떤 면에선 배우나 관객 모두에게 고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우역의 선욱현 배우의 리드가 탁월했다. 짧지 않은 시간 내내 긴장을 주었다가도 너무 긴장 될 때쯤이면 웃음을 주며 관객의 긴장을 풀어 주는 배우들의 관록이 돋보였다.
무대 전환시의 공백을 두 명의 보조 인력으로 마치 연극의 한 부분처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것 또한 관객에겐 눈요기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 원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