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 각 지부 창단과 예비공연총평/ 박정기

서울연극협회 각 지부 창단과 예비공연총평

 

박정기

1, 성북연극협회의 제1회 성북연극제 

 

성북구청 옆 바람마당에서 성북연극협회(회장 맹봉학)의 제1회 성북연극제 개막행사를 관람했다.

 

성북연극협회는 성북동을 비롯해, 삼선동, 보문동, 안암동, 동선동, 돈암동, 정릉동, 장위동, 월곡동, 석관동 등 이 지역에 거주하는 연극인들이 결성한 단체다.

 

성북구에는 아리랑고개, 미아리고개, 하나로 거리, 숙정문, 혜화문, 삼청각 등의 명소와 길상사, 개운사, 대원암, 정법사, 경국사, 흥천사, 심곡암, 영불사, 봉국사, 보타사, 영취사, 내원사, 적조사, 삼곡사, 보문사, 미타사, 대한불교 진각종 등 수많은 사찰과 방선생원, 최순우 옛집, 박목월, 윤동주, 김소월, 박재삼 등의 시비가 있고, 한옥단지, 한국가구박물관 등의 문화유적이 자리를 잡고, 필자가 대학시절부터 자주 가서 눈여겨보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박물관인 간송 전형필 선생의 간송미술관이 있다.

 

성북구청 옆 바람마당에 마련한 크고 넓은 무대와 1천여석의 좌석에는 행사시작 전부터 수많은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바로 옆 성북 천에는 수많은 물고기 떼와 청둥오리, 그리고 왜가리가 맑디맑은 물속과 개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성북연극제의 출발을 위한 하늘의 선물인 듯싶었고, 성북구의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과 서울 각 지역 연극협회지부의 연극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성북연극협회 맹봉학 회장의 개회사와 함께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의 격려사와 이 지역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지고, 내외귀빈을 소개한 후, 개막선포식과 함께 본격적인 제1회 성북연극제가 개막행사가 시작되었다.

 

윤화/유진의 기타연주와 아름다운 노래가 청명한 날씨처럼 은하수 쟁반에 초저녁별을 굴리는 듯한, 음성으로 운집한 관객에게 노래를 열창하고, 성신여중의 댄스동아리 여러 팀이 등장해 귀엽고 예쁜 모습으로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동구여중의 뮤지컬 동아리의 합창이 하늘 높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김종수 마술사의 마술 퍼포먼스가 관객의 갈채 속에 이어졌고, 18시부터 극단 초인의 연극 <기차>가 박정의 연출로 바람마당 무대에서 공연되고, 20시부터는 극단 무인의 <길>이 안무가 박무영의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하는 무용 퍼포먼스로 이어지고, 20시 30분부터는 고동업·성현미의 낭독공연 <러브레터>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바람마당의 행사장은 운집한 관객과 더불어 이 지역 연극인들 뿐 아니라, 음악인, 무용인, 마술사, 학생 동아리 들의 저마다 출중하고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공연장이 되어, 제1회 성북연극제의 개막행사를 성공적인 잔치마당으로 창출시켰다.

 

제1회 성북연극제 개최를 축하하고, 성극연극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2, 서대문연극협회 극단 로얄씨어터와 극단 청춘의 실버연극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여자만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강당에서 극단 로얄씨어터의 실버연극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 유준기 기획의 <여자만세>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출연자들의 평균연령이 65세인 실버연극이다. 최고령은 남성출연자로 75세이다.

연극은 증조할머니로부터 증손자에 이르기까지 4대가 출연하는 연극이다.

여고를 나와 재봉사로 일하다가 어느 집 문간방 살림을 하던 여주인공이 주인집 아들과 사랑을 하게 되고, 주인집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딸과 아들을 낳아 시부모를 정성껏 모신다. 결혼한지 얼마 아니되어 남편이 바람을 피우게 되고, 딸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를 얻어, 아예 딴 살림을 차리고, 집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딸은 장성해 어느덧 시집갈 날을 기다리고 있고, 아들은 지원해서 군대를 갔는데, 아들 역시 아버지를 꼭 빼닮아 여고생을 건드려 임신을 시킨 후, 뒤탈이 무서워 군대로 갔다는 설정이다.

여주인공은 현재도 재봉 일을 하고, 손재주가 있어 단골이 많고, 그중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성사장의 흠모의 대상임이 알려진다. 시어머니는 본가와 소실의 집을 왕래하며, 양쪽의 대접을 받고, 기세등등하게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한다. 여주인공의 딸이 결혼을 안 하겠다며 등장하고, 시어머니의 딸 까지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짐을 꾸려 집을 나와 여주인공 집으로 들어 닥치니, 그야말로 남성들의 엽색행각과 바람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들의 겪는 심적 물적 고통이 객석 대부분을 자리 잡은 여성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온갖 어려운 지경을 참아내고 극복해가는 여주인공이 대단원에서 자립과 독립을 결심하고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을 한다. 그리고 난 후에도, 시어머니와 남편의 누이인, 고모, 여주인공의 딸, 그리고 출산한 여고생은 여주인공과의 생활에 동조하고 함께 살게 된다는 마무리다.

출연한 한현옥(시어머니 강노인 역), 차영숙(여자 역), 김명란( 올케 역), 차화자(딸 지수 역), 황연실(손주 며느리 리라 역), 박영갑(김사장 역)의 호연과 열연은 전문배우 못지않아, 관객의 감탄과 갈채를 받는다.

극단 로얄씨어터(유준기, 윤혜진, 안재문) 및 극단 ‘청춘’(김세미, 이혜옥)의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극 속에 드러나,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여자만세>를 관객의 폭소와 눈물 속에서 감동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성공적인 실버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서초연극협회와 그룹동시대의 강은경 작 오유경 연출의 원더풀 초밥

 

서초동 소극장 씨어터 송에서 그룹 動 시대의 강은경 작, 오유경 연출의 <원더풀 초밥>을 관람했다.

 

강은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로, 2014년 7월 스페인 극단 무 떼아뜨로의 신체극 <꿈을 삼켰을 때>를 쓰고 연출해, 서초동 씨어터 송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한 바가 있다.

 

무대는 제법 깔끔하고 청결한 느낌이 드는 초밥집이다. 벽 모서리부터 관객 출입구까지, 커다란 창문이  45도 각도로 객석과 대칭되어 펼쳐진 무대다. 객석 출입구 옆에 출연자의 등퇴장 로가 있다. 카운터처럼 생긴 반원형의 대를 사이에 두고, 안쪽이 주방, 밖이 손님 좌석으로, 둥근 식탁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여느 초밥 집과 마찬가지로 둥근 등이 가지런히 벽에 달려있다. 조명과 음향, 그리고 음악의 역할도 연극과 잘 어우러지고, 대단원에서 무대전체를 밤하늘의 별빛으로 가득채운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늦은 밤, 손님이 끊어질 시각에 주인 겸 주방장이 의자에 앉아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깜박 잠이 든 상태에서 시작된다. 불순한 일기 때문에 천둥과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고, 깜짝 놀라서 깨어나는 초밥집 주인은 오직 초밥 만드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전력을 기울이는 40대 중반, 성격이 원만한 남성이다. 벼락 때문에 전등이 꺼졌다 켜졌다 되풀이 되면서 돌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의 모습이 번갯불과 함께 나타난다. 주인이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여인을 주시하지만, 정작 전등이 들어오니,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주인이 초밥 집 문을 닫으려 할 때, 검은 드레스의 여인이 하수 쪽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잠시 후 백발의 노파가 구걸하듯 등장한다. 주인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을 때, 자칭 비너스라고 하는 나이트클럽에 종사하는 훤칠하고 관능미가 넘치는 모습의 여인이  등장하고, 뒤이어 안경을 쓴 자칭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미모의 여인도 등장해 초밥을 청한다. 주인이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접대할 때, 돌연 우당탕 소리가 나며, 안면이 피투성이인 청년이 도망을 치듯 등장한다. 청년은 초밥 집 사람들을 위협하며, 밖으로 못 나가게 입구를 가로막는다. 모두 놀라 청년의 지시대로 움직임을 자제한다. 자칭 비너스는 청년에게 다가가 사람들을 위협하지 말라며 너 따위는 무섭지 않다고 길을 비키라고 호령을 한다. 그러자 청년은 단검을 꺼내들고 휘두를 태세다. 놀란 비너스는 한 발 물러나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때 노파가 청년에게 다가간다. 청년이 칼을 불쑥 내밀지만, 노파는 아랑곳 않고 청년에게 다가가 수건으로 청년의 피 묻은 이마를 닦아준다. 청년은 그제야 자신의 이마에 선혈이 낭자한 것을 알게 된다. 한사람 두 사람 배고픔을 하소연하고, 주인은 손님이 청한 차례대로 초밥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초밥을 내어오니, 차례를 어기고 검은 드레스의 여인이 노파에게 제일 먼저 접시를 가져다 놓는다. 노파는 초밥 맛을 보고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다음 차례대로 초밥을 맛보고, 마지막으로 청년에게도 초밥이 돌아간다. 청년은 거절하다가 결국엔 초밥을 시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력이 펼쳐진다. 내력은 비너스라는 여인의 노래로 시작되면서 극장의 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상승시킨다. 비너스는 자신의 가수가 되려했던 사연을 펼쳐놓는다. 노파가 아들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초밥 집 창문에 자동차의 전조등이 켜지면서 경적소리와 함께, 노파의 아들이 등장한다. 아들 역을 초밥집 주인이 대신하면서, 초밥집 주인 역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노파와 아들의 장면이 끝나면, 돌연 경기장에서의 군중소음소리와 권투장갑을 낀 청년과 그의 상대로 미모의 여류작가가 권투장갑을 끼고 등장한다. 두 사람의 권투시합이 펼쳐지고, 청년은 상대를 멋지게 제압하기 시작하지만, 종반에는 상대에게 패해 쓰러진다. 노파가 권투 회전 표지판을 들고 들어와 나이답지 않게 몸체를 크게 회전시키며, 경기장면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미모의 여류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자작시를 읊어 극의 분위기를 감상과 정서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검은 드레스의 여인은 농구선수가 된다. 출연자 모두가 농구선수 역할을 하면서 극장은 농구경기장 관람석에 앉은 기분으로 바뀐다. 떠들썩한 경기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비너스 여인을 비롯해 모두가 배고픔을 토로한다. 주인은 솜씨를 발휘해 초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참치초밥, 왕도미초밥, 장어초밥……

 

주인이 초밥 만들기와 재료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회칼 사용법까지 설명하니, 극장은 초밥요리강습소처럼 된다. 초밥이 만들어지자, 텅 빈 접시이기는 하지만, 초밥이 큰 접시에 나오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독특한 재료가 들어간 초밥설명과 함께, 각자 초밥을 시식한다. 저마다 음식 맛에 관한 평을 한다. 그중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는, 만든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음식 평이 단연 으뜸으로, 주인의 기뻐함은 물론, 초밥 집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상승시킨다, 주인은 노파를 어머니처럼 끌어안고, 노파 역시 주인을 아들처럼 껴안아 준다. 비너스는 분위기 상승의 1등공신 역을 하고, 여류작가는 자신의 작품이름을 밝힌다. 그 소리에 주인은 자기가 애독한 소설이라며, 여류작가에게 자필서명을 청하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대단원에서 청년이 스스로 노파를 비롯한 손님 모두에게 무례했다고 사과인사를 하고, 자리를 뜬다. 비너스, 노파, 여류작가, 검은 옷 여인이 차례로 퇴장하면, 마지막으로 텅 빈 초밥 집에 홀로 남게 된 주인의 외로움이 객석에 전달되기도 하지만, 문득 카운터 위에 미모의 여류작가가 남긴 명함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주인의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최진영이 초밥집 주인, 이미라가 노파, 송인성이 여류작가, 이혜진이 비너스, 김현진이 검은 드레스의 여인, 홍진일이 청년으로 출연해 각자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고,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켜 갈채를 받는다.

 

작곡 음악 이호근, 작곡 구모균, 움직임 이준혁 이훈재, 의상 박진원 홍정희, 분장 백윤미, 무대 소품 김원현, 조명 조성한, 포토그래퍼 최용석, 조연출 신소이 김진솔, 무대진행 김정은, 기획홍보 김대웅, 기획보조 박예리 등 스텝 모두의 힘이 일치하여, 그룹 動 시대의 강은경 작, 오유경 연출의 <원더풀 초밥>을 친 대중적인 연극이자 예술성이 짙고, 감동적이기도 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0월 29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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