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9월 공연총평
박정기
1, 극단 동숭무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근형 재구성, 임정혁 각색·연출의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나온씨어터에서 극단 동숭무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근형 재구성, 임정혁 각색·연출의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를 관람했다.
무대는 중앙에 침상이 하나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들이 모두 등장해, 침상 앞에 검은 안경을 쓰고 앉은 오셀로와 그의 주위에 둘러서있는 이아고, 캐시오, 로드리고, 이밀리어, 데스데모나와 그 외의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오셀로는 눈먼 소경인 것으로 설정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는 연습실이 되고, 한 극단의 <오셀로> 연습실에 배우들이 도착해 있다. 잠시 후 연출가가 등장을 하고, 배역발표가 시작된다. 연출가의 호명에 따라 작중인물이 한 사람 한 사람 결정된다. 경력 25년의 나이든 연기자가 오셀로로 결정되고, 그의 약혼녀이자 미모의 여배우가 데스데모나로 확정된다. 그런 후 이아고, 캐시오, 로드리고가 차례로 발표된다. 그런데 자신이 이아고로 지명될 것임을 예상하던 배우가, 이아고 대신 캐시어를 맡게 되자, 로드리고를 맡은 배우와 함께 불만을 표하는 광경이 객석에 전달된다.
원작에서는 이아고가 부관으로 승진된 캐시어를 무함하는 장면에서 출발하는데, 이 연극에서는 캐시어가 이아고를 무함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리고 데스데모나를 연모하는 로드리고와 함께 캐시어는 모종의 흉계를 꾸민다.
원작에서 이아고가 오셀로의 의처증을 부추기는 행위를, 이 연극에서는 캐시어가 해낸다.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와 연습하는 장면이나, 허물없이 도와주는 장면을 캐시어는 오셀로에게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장면으로 왜곡해 전달한다.
대머리에 나이배기인 오셀로 역을 맡은 연기자는 임신까지 한 약혼녀에게 차츰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캐시어는 한 술 더 떠 데스데모나의 뱃속 아기까지 이야고의 아이라고 귀 뜸을 한다.
오셀로를 맡은 나이든 배우는 당연히 속아 넘어간다. 그리고 분노에 차, 약혼녀인 데스데모나를 맡은 여배우를 닦달하기 시작하고, 이아고를 오셀로의 부관자리에서 해임시킨다. 데스데모나가 영문을 몰라 오셀로를 놀라움으로 대하고, 마침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왕의 특사로 오셀로를 찾아왔을 때, 데스데모나가 이아고를 선처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부탁을 하니, 오셀로는 연습장면에서 데스데모나에게 실제로 폭력을 행사한다. 당연히 연출가를 비롯한 출연자 모두가 경악한다. 다만 캐시오와 로드리고만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대단원에서 오셀로는 연습장면에서 침상에 누운 데스데모나를 실제로 목을 졸라 살해한다. 연습장은 충격의 도가니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끔찍한 비극이 캐시오의 배역불만에서 저질러진 흉계였음이 알려지면서 오셀로는 눈을 뜨고도 사태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자책과 통곡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귀선이 오셀로로 출연해 놀라운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캐시오 역의 정선민도 출중한 기량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최지은이 데스데모나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눈길을 끈다. 최문복이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원완규가 연출가, 김강현과 이권섭이 로드리고, 민경희가 전령역, 김 천이 이아고, 이조은이 조연출, 이밀리어와 비앵커로 박재원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제작감독 임정혁, 무대감독 손용수, 조연출 이조은, 조명감독 황종량, 그래픽디자인 김 솔, 무대 김성태·최건영, 의상·분장 배은수, 조명오퍼 손교원, 음향오퍼 손진미, 기획 최현모·이세희·명양숙, 진행 공소현·하지연 등 제작진의 기량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동숭무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근형 재구성, 임정혁 각색·연출의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기 않는다>를 독특하고 탁월한 <오셀로> 변형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아시아브릿지콘텐츠와 르메이에르 그리고 스페셜 원의 손효원 작·연출의 <이기동 체육관>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예술마당의 김수로 프로듀서, 손효원 작·연출의 <이기동 체육관>을 관람했다.
이기동은 코메디언 고(故) 땅딸이 이기동(李起東 1935~1987)이 아니라, 권투선수 이기동 체육관 이야기다.
무대는 권투도장이다. 무대 중앙에 출입문이 있고, 지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하수 쪽에서부터 샌드백을 매단 기둥과 중앙기둥에는 펀치 볼이 있고, 그옆에 여자선수나 키 작은 선수를 위해 디딤판을 놓아두었다. 배경 왼쪽에 커다란 거울이 보이고, 왼쪽 벽 쪽으로 덤벨, 헤드기어, 복싱 글로브, 보호대, 복싱 화, 그리고 줄넘기 등이 보인다. 오른쪽은 복싱링 크기의 마루, 그리고 천정에는 링을 비출 조명등을 달아놓았다.
오른쪽 벽면에는 누워 잘 수 있는 공간과 담요가 있고, 무대에는 의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과거에 명 복서로 이름을 날렸던 이기동이 개장한 체육관이다. 이기동은 챔프 결정전에서 패한 후 사랑하는 아들마저 시합에서 잃자, 실의인(失意人)이 되어 복싱체육관 운영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기동 관장과 형제처럼 지내는 코치 마인하가 대신 도장을 운영하다시피 하지만, 선수 지망생이 거의 없으니, 술로 소일을 한다. 여기에 보험사 직원노릇을 하는 관원 서봉수와 노총각 관원 강근담, 그리고 나이든 여성관원 정애숙이 전부인데, 다른 도장의 여자복서에게 실컷 얻어터진 탁지선이 복수심에 불타 <이기동 체육관>에 들어와 복싱 연습을 할 뿐이다.
이기동 관장은 딸 연희가 권투를 하려해도, 아들을 잃은 데다 딸까지 불상사를 당할까, 적극 말리고 반대를 하지만, 딸은 아버지 몰래 이를 악물고, 홀로 연습을 하면서 시합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마인하 코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마인하 코치도 친형 같은 이기동 관장의 반대를 알기에, 연희에게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지도를 한다.
이런 <이기동 체육관>에 이기동이라는 청년이 등장한다. 학교선생노릇을 한다는데, 사실은 대학의 시간강사다. 4, 5세 경에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이기동 권투선수가, 챔프 결정전에서 상대에게 맞은 후, 가드를 내리고 멍하니 서 있다가 패하는 모습을 그의 아버지와 함께 지켜본 어린이 이기동이, 시합이 끝난 후 권투선수 이기동에게 달려가, 왜 가만히 서있었느냐고 울면서 물어보니, 이기동 선수가 아무 말 않고 자신의 복싱글로브를 벗어 어린 이기동에게 주고, 선수생활을 끝낸 일화가 연극의 후반에 알려진다.
청년 이기동, 코치 마인하, 관원 서봉수와 강근담, 그리고 정애숙과 탁지선의 일상이 희극적으로 그려지면서 관장의 딸 연희의 절치부심한 연습장면이 마인하의 코치로 전개된다. 그러나 딸의 연습을 이기동 관장이 알게 되고, 분노가 폭발한 관장은 마인하 코치를 내쫓는다. 시합 날은 다가오고, 딸 연희는 아버지의 참패로 인한 실의나, 오빠의 죽음까지 극복하고, 복싱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눈물로 호소한다. 그러나 이기동 관장은 요지부동이다. 딸 연희도 포기해 버리려는 심정이 든다. 그 때 이러한 부녀의 갈등장면을 청년 이기동이 묵묵히 지켜본다. 시합이 임박해지고, 청년 이기동이 이관장 이기동 앞에, 20년 전 마지막 챔프전에서 어린이였던 자신에게 준 붉은색 글로브를 내어놓는다. 그리고 딸이 시합에 나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르도록 해 줄 것을 권유한다.
드디어 마음이 바뀐 이기동 관장이 딸을 지도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관장은 쫓아낸 마인하 코치를 다시 부르라고 관원에게 이른다.
대단원에서 모든 관원이 심기일전하여 용맹 전진하는 모습으로 권투연마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마무리가 된다.
강성진과 김동현이 청년 이기동, 김수로와 유경환이 코치 마인하, 이국호가 관장 이기동, 문진아, 박은미, 길하라가 이기동 관장의 딸, 최영도와 이 원이 관원 강근담, 장혜리가 나이든 여성관원 정애숙, 윤희정, 박지영, 이채원, 정지원이 복수심에 불타는 관원 탁지선으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필자는 관장 딸 역의 길하라의 열연과 호연을 지켜보면서 그의 부친이자 연극배우였던 고(故) 길영림 선생을 떠올리기도 했다.
총괄 프로듀서 김수로, 제작프로듀서 방 산, 기술감독 조준희, 무대감독 이새봄, 무대디자인 이은경, 무대어시스트 정이든, 조명디자인 김근재, 의상디자인 김미정, 조연출 김지영, 컴퍼니매니저 설민호, 조명오퍼 황현아, 무대제작 이종조, 프로덕션디자인 박승호, 사진 안성진, 영상편집 변혜인 등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서울무대(대표 이정조) 아시아브릿지(대표 최 진) 스페셜 원 컴퍼니(대표 한현기) 르메이에르(대표 노재환) 공동제작의 손효원 작·연출 <이기동 체육관>을 흥미만점과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극단 놀땅의 알베르 카뮈 원작, 최진아 연출의 <칼리귤라>
학전 블루소극장에서 극단 놀땅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원작, 최진아 연출의 <칼리귤라(Caligula)>를 관람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희곡 <칼리귤라(Caligula)>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대표적 소설 이방인(L’Étranger), 그리고 시지프 신화(Le Mythe de Sisyphe)와 함께 소위 부조리(不條理) 계열에 속하는 작품으로 분류된다. 칼리귤라는 존경받는 황제였으나 정신병을 앓고 난 뒤 폭군으로 변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두고 집필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희곡으로 변모시켜가는 과정에서 카뮈는 죽음과 자유, 그리고 신을 부정하고 신에 대한 반항(la révolte)을 극의 내용으로 설정했다.
주인공인 황제 칼리귤라(Caligula)는 누이의 죽음을 통해 처음으로 삶의 덧없음 인식한다. 그는 덧없는 인간의 운명이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처지에 맞서려고 한다. 칼리귤라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고, 살인을 통해 인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존재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 이른다. 결국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카뮈는 ‘고차원적인 자살’이라고 칭했던 죽음으로 칼리귤라를 이끌어가게 된다.
칼리귤라는 황제라는 자신의 위치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유를 추구하고 갈망하기에 이른다. 또한 칼리귤라는 예술, 그중에서도 연극을 통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나타내 보이고자 애를 쓰고, 예술가들이야 말로 신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예술적 형태를 연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계를 무시하고,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마저 정당화시키면서 강행했던 그의 다양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칼리귤라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그를 더욱 옥죄게 한다.
대단원에서 칼리귤라는 자신 역시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으며, 자신의 자유가 합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잘못된 통치로 인한 대가로 신하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칼리귤라는 죽는 자리에서도 신하들 모두에게 현실 속에서 올바른 자유를 찾고, 최대한의 행복을 누릴 것을 권하면서 운명한다.
연극 도입에 커다란 상자 곽 한 개가 객석 맨 위쪽에서 서서히 움직여 무대로 이동해 내려오고, 왕비 케소니아가 피리를 불며 등장하면, 피리소리를 좋아하는 왕 칼리귤라가 상자를 들추며 모습을 드러낸다.
장난기어린 칼리귤라와는 달리 뒤이어 등장하는 신하들의 모습은 근엄하다. 칼리귤라는 신하들에게 정상인으로써는 있을 수 없는 명을 내린다. 벌거벗으라는…. 왕비에게까지 나신을 보이라는 명을 하고, 왕비 케소니아는 젖가슴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나신을 객석을 향해 내 보인다.
향후 칼리귤라의 광기가 하나하나 연출되고, 신하들은 이러한 왕에게 차츰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신하들 중에는 아첨꾼 노릇을 하며 충성을 맹세하는 신하도 있지만, 칼리귤라는 그 신하의 진면목을 갈파하고 있음이 객석에 전해지기도 한다.
칼리귤라는 신하를 하대하는 반면, 시인을 우대한다. 그리고 배경 정면 윗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왕인 칼리귤라 자신이 연출하고 출연하는 연극을 신하들에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연극이 왕이 여성으로 분장을 하고, 여성억양과 몸짓을 보이니, 대신들이 신통하게 여길 리가 없다.
칼리귤라의 광기가 발산이 되면, 천정에서 늘어뜨린 밧줄에 왕비의 목을 매는 행태를 보이니, 일부 충성파 신하를 제외하고는 왕에 대한 반감이 쌓이기 시작한다. 물론 신하들이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반감이 팽배해 짐을 객석에서는 감지할 수 있다.
칼리귤라는 왕관이나 장식물을 얹을 수 있는 천정높이의 장식장을, 극의 진전에 따라 그 장을 오른편으로 쓰러뜨려 위층 난간에 걸치게 해, 그 장을 밟고 위로 오르내리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왕비 케소니아가 등장할 때마다 불며 나오는 피리소리라든가, 간간이 들려오는 건반악기의 연주음이 격앙된 극의 분위기를 순화시키기는 하지만, 신하들의 들끓는 마음을 진정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대단원에서 칼리귤라는 신하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이준영, 선종남, 문형주, 박윤서, 김도균, 나종민, 김민선, 남수현, 송치훈, 유정훈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 김다정, 조명 김성구, 음악 김성준, 의상 강기정, 분장 장경숙, 움직임 김우진, 그래픽 박재현, 사진 김도웅, 공연촬영 송영범, 조연출 김원익, 오퍼레이터 최성민, 기획 나희경 등 제작진의 열정도 드러나, 극단 놀땅의 알베르 카뮈 작, 최진아 연출의 <칼리귤라>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백수광부의 이강백 작, 이성열 연출의 <즐거운 복희>
남산예술센터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이강백 작, 이성열 연출의 <즐거운 복희>를 관람했다.
무대는 드넓은 호수가의 펜션 부락이다. 무대 왼쪽에 부드럽게 굽어 내려오는 넓적한 나무계단과 난간, 그 오른쪽에 호수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조명효과에 따른 검은 무대바닥의 맑고 투명함이, 거기에 드리워진 인물의 그림자에서 마치 거울에 비춰진 것과 방불해, 무대전체를 호수 가로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른쪽에는 그보다 약간 비좁은 계단이 있어 마찬가지 역할을 하고 연기자들의 동선활용공간이 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직선으로 된 나무계단이 무대 오른쪽에 배치가 되고, 무대 정면중앙에 걸터앉을 수 있는 난간과 돌출된 흙 위에 자란 갈대는 물론, 객석 가까이에 펼쳐진 갈대밭도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취를 느끼게 한다.
새로 건립된 펜션지역과 거기에 거주하는 인물들 역시 각양각색이다. 내세울 거라고는 선조가 대한제국시절 황제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아, 늘 왜색의 견장달린 흑색제복과 일본도를 차고, 우쭐거리며 행동을 하는 인물, 성질을 죽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어, 온화한 성품이라 불리는 초상화 전업의 백발 대중화가, 고급레스토랑 주인이었지만 다 때려치운 후 처와도 헤어져, 펜션개발에 광적으로 전력을 기울이는 기업가, 그의 휴식은 박하사탕을 먹으며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을 때뿐이다. 선생냄새가 몸에 밴 착하디착한 전직 수학교사, 그는 한 번도 남의 의사에 반대를 표명한 적이 없는 듯싶다. 유명인사의 자서전을 대필하며 살아온 무명의 작가,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로 이 펜션지역 인물의 일대기를 집필할 참이다. 부친의 재혼으로, 새 어머니 눈에 가시처럼 되어 펜션으로 쫓겨난 건달 같은 총각청년, 그는 소년이나 다름없는 마음과 아름다운 첫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월남전 참전용사이자 퇴역장군인 펜션지역의 대지주와 착하고 예쁜 장군의 딸이 위의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연극의 주인공인데, 퇴역장군은 연극의 도입에 사망하기 때문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연극은 도입에 백작의상의 펜션 주 1인이 보트를 한척을 구입해 끌고 다른 펜션 주들과 끌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보트에 백색도색을 해, 요트로 사용할 계획임을 발표한다. 2인용 보트에 백색착색을 한다고 해서 다인용 요트로 보일 리가 없겠지만, 청년 펜션 주인만 반대의사를 비출 뿐, 모두 백색의상의 펜션 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때 여인의 곡성이 들리고, 이 펜션지역의 지주인 퇴역장군의 사망소식이 들려나온다. 퇴역장군은 워낙 유명인사인데다가 그의 전쟁공로가 애국심을 부축이기에, 그 동안 장군의 명성으로 펜션지역에 인파가 쇄도했으나, 그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방문객과 투숙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펜션 주인들은 장군대신에 딸의 효성 심을 이용해 사람들을 불러들일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나팔수를 고용해 오전과 오후에 나팔을 불어 국립묘지의 장엄한 형식을 흉내 내기도 한다. 이들의 계획이 성공해 인파가 끊이지를 않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손님을 더 유치하가 위해 또 한 명의 펜션 주인인 기업가의 의사에 따라, 호수 가에 무대를 가설하고, 저녁마다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한다. 음악회라는 게, 월남전당시의 군가나,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 일색이지만, 관객이나 펜션 주들은 흥겨워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집필로 나름대로의 재능을 살리며 이 펜션지역에서 적응을 해 나가고 기업가는 이지역이 리조트단지로 조성될 것임을 발표한다. 그런데 장군의 딸은 젊고 예쁘기에 이 지역에서 세월을 보내기에는 자신의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음악회에 고용된 나팔수와 사랑을 맺고, 함께 서울로 도망하기로 결심한다. 이것을 눈치 펜션 주들은 딸과 나팔수가 도망갈 길에 커다란 나무를 잘라 쓰러트려, 도망할 길을 차단해 놓고는 한숨을 돌리고 박하사탕을 나눠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젊은 두 사람은 백작의 요트라는 이름의 보트를 타고 탈출한다. 그러나 보트는 사고로 물에 빠진다.
장군의 딸을 짝사랑하던 총각펜션 주는 장군의 딸과 나팔수가 떠난 직후 장군소유펜션에 불이 났음을 알리고, 장군의 딸이 불꽃 속에 피신 않고, 그대로 앉아 타죽어 가고 있음을, 호수 속 물그림자로 보았다며 통곡을 한다.
펜션 주 모두의 애도 속에 딸의 죽음이 관객의 슬픔으로 전이될 즈음, 정면 배경 상단을 가로지은 대로에서,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넓은 채양달린 모자를 쓴 장군의 딸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지역을 떠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인철, 이호성, 강일, 유병훈, 박완규, 전수지, 박현민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터그 김옥란, 무대디자인 손호성, 무대제작 TAF, 조명디자인 김창기, 조명어시스트 신동선, 의상디자인 이수원, 의상팀 박인선·신원선, 분장디자인 이동민, 분장팀 최정현, 음악감독 김은정, 동작지도 이준혁, 소품 정훈, 조연출 하동기·김은선, 무대감독 이태형·조현, 조명오퍼 호효훈, 음향오퍼 이반석, 무대크로 조국형·문법준·양윤혁, 사진 이강물, 그래픽디자인 인디엔피, 기획홍보 코르코르디움(이정은·황진원·최자연) 등 제작진의 힘이 하나가 되어 극단 백수광부의 이강백 작, 이성열 연출의 <즐거운 복희>를 흥미만점의 친 대중적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5,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김민정 텍스트·연출의 <어느 가족의 역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김민정 텍스트·연출의 <어느 가족의 역사>를 관람했다.
원제는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년 -)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이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철학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1986-92)과 마체라타(Macerata) 대학, 베로나(Verona) 대학을 거쳐 현재 2003년부터 베네치아 건축대학(UAV) 디자인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Saas-Fee에 위치한 European Graduate School 철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의 영화 <마태복음>에서 빌립의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마르틴 하이데거와 발터 벤야민으로 부터 강한 영향을 받아, 미학과 정치를 넘나들며 인간을 <말하는 동물>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미셸 푸코의 <생철학>과 카를 슈미트의 <비상사태>를 토대로 로마시대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를 현대 정치를 비추어 쓴 <호모 사케르 3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호모 사케르>란 사회적, 정치적 삶을 박탈당하고 생물적 삶밖에 가지지 못한 존재다. 조르조 아감벤은 그러한 삶을 <박탈의 삶>이라 하고 <생 정치>는 이 <박탈의 삶>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은 여러 형태로 호명된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 등등. <호모 사케르>는 <범죄자로 판정된 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를 희생물로 바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그를 죽이더라도 처벌 받지 않는다.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학살했어도 죽인 자들은 처벌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호모 사케르> 3부에서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인간을 <호모 사케르>로 지명하는 자는 누구인가? 여기서 주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주권 권력(통치자)이 인간을 <호모 사케르>로 호명하면 대상인 사람은 <호모 사케르>가 된다. 그런데 주권 권력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주권자에게서 나온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은 통치를 일임할 대리인을 뽑아서 주권권력을 맡긴다. 현재 민주주의 정치체제다. 그런데 그렇게 일임한 주권 권력이 돌아서서, 자신에게 권력을 넘겨 준 국민에게 너는 <호모 사케르>라고 호명하는 민주주의의 함정을 그린 것이 바로 <호모 사케르> 3부작이다.
연극 <어느 가족의 역사>에 등장하는 가족은 조상대대로 한쪽 다리를 저는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로 설정이 된다. 아버지, 어머니, 이모, 아들, 딸이 모두 한쪽다리를 절뚝이며 걷는다. 이모는 백발에 장님이고, 이집 딸은 벙어리다. 아들이 누이의 수화를 통역하듯 가족에게 전달한다. 좌우의 뇌가 같지 않은 삼촌, 늘 상 울음 울듯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데려온 혼혈청년, 이들의 삶이 <집시의 삶>처럼 그려진다. 집도 제대로 된 가옥이 아니라, 철관을 가로 세로 연결해 기둥을 만들어 겨우 비바람만 가릴 정도의 가건물이 무대 좌우와 정면에 만들어져 있다. 정면에 이층구조의 가건물도 있는데, 위층에는 어머니가 거주한다. 이들의 공동생활과 개개인의 성격 그리고 사고와 동태가 극의 전반부에 상세하게 소개가 된다. <박탈된 삶>과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취급되는 가족의 상황과 동태가 배경 막에 미디어 아트 식 영상투사로 시대적 혼란과 혼돈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연기자들이 비록 절뚝거리며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움직이는 몸짓과 대사는 극적이지만 무용이 첨가되어 새로운 표현형식이 창출된 공연이다.
후반부에 가족 모두가 기다리던 큰아들이 군복정장에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귀가한다. 가족 모두가 그를 반기고, 오랜만에 마당에 자리를 펴고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하지만, 걸음걸이도 정상인처럼 걷는데다가, 음식을 먹는 모습, 동작 하나하나가 예전과는 딴판이고, 생각까지도 가족과는 다른 큰아들의 변화에 작은 아들은 물론 가족 모두가 거부감을 느낀다. 식사는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걷어치우게 되고, 형제간, 남매간, 모자간, 조부와 손자 간의 갈등이 하나하나 노출된다.
결국 갈등은 귀결이나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큰아들은 외톨이가 된다.
대단원에서 가족이 모두 외출하고 큰아들만 남아있는 집에 웬 소녀가 책가방을 등에 메고 친구를 찾아왔노라 등장한다. 큰아들이 소녀를 맞이한다. 그런데 큰아들도 원래 가족들 모습처럼 절룩거리며 등장한다. 물론 이 집에는 지금 찾아온 소녀또래의 누이는 없다. 소녀는 빈 집을 이상한 듯 두리번거리며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서 가족과 친구의 행방을 묻는다. 아들은 소녀에게 가족이 모두 외출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소녀는 아저씨는 왜 함께 외출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마당 한가운데에 조명이 아침해살처럼 비추고, 아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소녀와 아들이 서로 마주보는 장면, 그리고 새 세대에 대한 아들의 답변은 과연 무엇일가 하는 관객의 기대감 속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현아, 권택기, 한은주, 최진한, 최유진, 마광현, 전우열, 이규리, Anupam Tripathi, 정예솔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무용과 무예 동작은 연극을 한 차원 높은 예술적 공연으로 이끌어 간다.
조명디자인 김철회, 작곡·사운드디자인 신성아, 분장디자인 채송화, 영상 김일현, 의상 김현아, 무대설치 권택기, 오브제 설치 최성인, 사진 김명집, 춤지도 김운선, 소리지도 강권순, 마른꽃 장식 최 드라이 플라워, 코오퍼레이터 김미영, 영문텍스트 한은주, 영상기록 최홍준, 영상트레일러 서재영, 기획·진행 컬처버스, 무대감독 서재영, 조명오퍼 이도경, 음향오퍼 원채리, 영상오퍼 신현경, 조명크루 백하림·석보미·이종민·신희, 인쇄디자인 디자인 마루 등 제작진의 기량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무브먼트 당당의 김민정 텍스트·연출의 <어느 가족의 역사>를 한편의 표현주의연극이자 신개념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6, 국립극단의 오영진 작, 김광보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 국립극단의 오영진 작, 김민정 윤문, 김광보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관람했다.
오영진(吳泳鎭)의 호는 우천(又川). 1916년 평안남도 평양 출생. 평양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8년 경성제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영화연구에 전념하였다. 1938년 「영남 여성의 내방가사」라는 졸업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그 해 9월 도쿄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조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영화 수업을 받았다 귀국한 후 1942년 『국민문학』에 창작 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함으로써 정식 데뷔하였고, 이어 1943년 시나리오 「맹진사댁 경사」를 역시 『국민문학』에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 비서역으로 정치운동에 뛰어들어 건준(建準)을 통한 반공반탁 투쟁을 벌이다가 1947년 공산주의자들을 피해 서울로 월남하였다. 1949년 한국연극학회와 한국문화연구소를 창설하였으며,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부산 피난 중에 서울국립대학(전시연합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남하한 이북 출신 문인과 예술인을 규합하여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북한지부를 조직하고 위원장에 취임하였다. 한편, 『문학예술』 대표 및 주간으로 예술에 전념하며, 많은 영화평론과 시나리오를 쓰고, 오리온 영화사를 설립 운영하는 등 영화운동에 앞장섰다. 4‧19혁명 후 장면 정권 때에는 국무총리 문화담당 특별고문을 담당하였는가 하면, 5‧16군사정변 직후에는 최고회의 자문위원으로 일하였고, 이후 조선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피선됐다가 당수를 역임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고전과 민속을 현대화한 「배뱅이굿」(1942), 「맹진사댁 경사」(1943), 「허생전」(1970), 「나의 당신」(1971), 「한네의 승천」(1972), 현대문명과 정치를 비판한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1949), 「정직한 사기한」(1949), 「해녀 뭍에 오르다」(1967), 「아빠빠를 입었어요」(1970), 「모자이크 게임」(1970), 「동천홍」(1973), 「무희」(1974) 등이 있다. 1989년 전 5권의 『오영진 전집』(이근삼‧서연호 편)이 간행되었다. 40여 년간 20여 편의 희곡과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그의 관심과 좌절은 그의 작품 속에 허무주의와 이상주의, 또는 쇼비니즘으로 굴절되어 나타났다. 조선조의 붕괴와 개화, 3‧1운동, 광복, 좌우익 갈등, 전쟁, 제3공화국에 이르는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의 중요한 작품 소재였다. 그는 역사와 정치, 정치와 인간 관계를 최대의 드라마 제재로 삼아 근대사 와중에서의 한국인의 존재 양상을 분노의 대상 또는 허상으로 보면서, 다소 냉소적인 시선으로 고발하고 묘사하였다. 또한 그는 민속적 소재를 차용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희극 정신을 살리는 데 힘썼으므로, 한국인의 해학과 풍자를 잘 표현한 희극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희극 세계는 현세의 물욕과 어리석음을 비웃고 꾸짖는 작품 경향으로 이어지며, 그 비판의 냉혹성이 두드러질 경우 희극 아닌 비극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오영진(1916~1974)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맹진사댁 경사>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희극적 재능이 뛰어나게 발휘된 작품이다. 3막 4장으로 된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1949년 5월 <극예술협의회>에 의해 초연 되었으나 별 주목을 끌지 못했고, 1957년 극단 <신협>이 <인생차압>으로 개명하여 공연하면서 대단한 호평을 이끌어냈다.이 작품은 해방과 더불어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할 친일세력이 해방 후에도 새롭게 밀려드는 외세에 아첨해서 권력과 부를 누리며 여전히 건재한 병든 사회상을 가차 없이 풍자, 비판하고 있다. 이중생의 몰락과 사망은 낡고 부패한 기성질서의 지배로부터 정의롭고 건강한 질서가 지배하는 새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희극의 결말은 통상 관객들이 바람직하게 소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물론 좀 평이하고, 진부한 주제를 띄지만 연극적 효과를 빌려 전달한다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살아있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현실을 얘기하고, 등장인물의 느낌이나 감정들이 배우들의 연기로 펼쳐지기에 우리가 이해하기 쉬우며, 공감하기도 용이하다. 희곡은 그 자체만으로는 단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만 그것이 연극으로 전환되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무대는 쩍 벌어진 한옥 한 채가 무대 위에 펼쳐져 있다. 물론 지붕은 없고 기둥과 대청, 그리고 안방문과 사랑채가 좌우로 보이고, 후원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청에는 노란 꽃잎의 서양란 온시디움의 화분이 장식장 위에 놓여있고, 대청 큰 기둥 앞에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전화기 한 대가 눈길을 끈다. 후반부에는 대청에 상청이 차려져 병풍을 두르고 제사상이 차려진다.
연극은 도입에 이중섭의 처가 부엌에서 나와 대청을 오르며, 하인과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퍼 붇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밝고 흰 정장 차람의 이중생이 활달한 걸음걸이로 등장하는데 타고난 사업가답게 좋은 인상에다 달변이지만 식자와의 대화에서는 교육을 못 받은 게 가끔 들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들이 사업을 하려면 그렇듯이 본의 아니게 비리나 불법, 그리고 탈세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중섭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파렴치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으로 이 연극에서 그려진다. 그런 게 들통이 나고, 이중생이 가산전부를 압류당할 처지에 이르자, 변호사를 고용해 흉계를 꾸민다. 이중생을 자살한 것으로 소문을 내고,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의사노릇을 하는 선량한 사위에게 전 재산을 양도해, 재산압류를 모면하려는 흉계다.
이중생의 부음이 알려지고, 동네사람들을 위시해 친지들이 문상을 온다. 대청에 차려진 상청에는 이중섭의 형을 비롯해 친지들이 이중섭의 빈소에서 애도하는 풍경이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모든 사건의 진위를 판가름할 감사관이 등장한다. 이중섭의 죽음과 유산상속, 그리고 유서를 두고, 감사관은 변홋가와 가족의 증언을 청취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조작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을 감추려고 변호사와 중섭의 형이 발설을 하지만, 거짓이 폭로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모두 덤벼들어 감사관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장면 또한 관객을 폭소로 몰아간다. 감사관은 불법과 비리로 축적한 재산으로 무료병원을 건립할 것을 의사인 사위에게 제안한다. 그 길만이 재산압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임을 알린다. 병풍 뒤에서 이중섭이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내밀고, 반대의사를 표하면서 몸 전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변호사와 비서, 가족의 제지로 감사관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퇴장한다. 이중섭이 뛰어나와 펄펄뛰며 사위를 닦달할 때 사할린으로 끌려가 죽은 줄 알았던 이중섭의 아들이 귀가한다. 아들은 모든 사실을 듣고는 사위, 그러니까 매부의 손을 꼬옥 붙잡는다.
대단원에서 무일푼 신세가 될 이중섭은 낙담을 하고, 실제로 자살을 감행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진각이 이중생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김재건이 중섭의 형으로 출연해, 웃음폭탄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정태화가 충직한 하인으로 등장해 난장판 속에 의연함을 유지하고, 유연수가 출중한 기량으로 폭소제조기 역할을 한다. 연운경이 중섭의 처로 나와 독특하고 탁월한 개성을 보이고, 한동규가 사위로 등장해 지성인이면서 양심적인 인물노릇을 차분하게 표현해 낸다. 이선주의 기량은 놀라울 만치 출중하고, 이재훤, 유성주, 백지원의 호연도 인상깊이 남는다. 이소영, 박주용, 김지훈, 문현정, 양한슬, 신사랑 등의 그들 모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연극을 국립극단 공연다운 무대로 만들어간다.
박동우의 무대, 김창기의 조명, 김지연의 의상, 황강록의 작곡, 금배섭의 안무, 장경숙의 분장, 정윤정의 소품, 정윤석의 음향, 병오영의 무대감독, 항상웅의 조연출 등 제작진의 기량이 돗보여, (재) 국립극단(대표 구자흥)의 예술감독 김윤철, 오영진 원작, 김민정 윤문, 김광보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7, 극단 실험극장 서울시극단 공동제작, 피터 쉐퍼 원작, 남육현 번역, 구태환 연출의 <고곤의 선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극단 실험극장·서울시극단 공동제작, 피터 쉐퍼 원작, 남육현 번역, 이 강 각색, 구태환 연출의 <고곤의 선물>을 관람했다.
피터 쉐퍼(Peter Shaffer) 는 1926년 5월 15일 잉글랜드의 리버풀에서 출생했다. 1935년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를 했으며, 쌍둥이 형제인 안토니 쉐퍼와 함께 영국 세인트폴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1944년 두 형제는 학교를 떠나 군징집 대신 모집한 탄광근무를 지원하여 3년간 켄트와 요크셔의 탄광에서 일했으며, 이후 고향에 돌아온 피터는 케임브릿지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1954년 런던에 있는 ‘부지 앤 호크스’ 악보 출판회사에 근무하던 중 그의 작품 소금의 땅이 영국의 한 TV에서 제작되고, 라디오 드라마인 돌아온 탕부가 BBC에서 방송되었다. 이후 두 개의 미스터리 소설(쌍둥이 형제 안토니와의 공동 집필), 스릴러 한 편을 썼고, 주로 문학과 음악에 관한 비평을 런던의 잡지에 실었다.<BR><BR>그 후 1964년 에스파냐의 잉카제국 침략을 주제로 한 서사시적인 희곡 태양제국의 멸망(The Royal Hunt of the Sun)이 영국 국립극단의 치체스터 페스티벌의 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국립극단의 정규 레퍼토리로 런던의 올드빅 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1965년 뉴욕에서도 공연되어 관객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피터 쉐퍼의 작품 중 최초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그 뒤에 쓴 <에쿠우스(Equus)와 아마데우스(Amadeus)가 성공적인 공연을 거쳐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쉐퍼에게 토니상을 연속으로 안겨 주었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되었다. 에쿠우스는 말(馬)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자신이 사랑하던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하고 법정에 선 17세 소년 알런 스트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피터 쉐퍼가 2년 6개월 동안 집필하였다. 이 작품으로 1975년 토니상 최우수 극본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l에쿠우스는 영국,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그때마다 장기 흥행을 이루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 9월 초연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아마데우스는 1981년 토니상 최우수극본상과 1985년 제57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피터 쉐퍼가 음악계에서 떠도는 루머인 모차르트의 독살설에서 착안해 집필한 희곡이며, 이 작품은 연극보다도 영화가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블랙코미디(Black Comedy새하얀 거짓말(White Lies) 고해를 위한 전쟁(The Battle of Shrivings) 요나답(Yonadab)<고곤의 선물(The Gift of the Gorgon)등이 있으며, 현존 영국 극작가 중 가장 성공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에드워드 담슨은 동시대의 작가인 존 오즈번, 해롤드 핀터, 조지 버나드 쇼 같은 쟁쟁한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상들> <특권> <아일랜드> 등의 희곡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피터 쉐퍼는 2001년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아 그의 이름 앞에 Sir라는 경칭을 붙이게 되었다.
번역을 한 남육현 교수는 런던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한양대, 동국대대학원에서 강의. 연출작품은 88올림픽 예술축전 6개국 해외무대 공연팀 초청 절라남북도 충청남북도 순회공연 총책임연출, 열 개의 인디언 인형, 리어왕, 베니스의 상인, 햄릿, 열두 번째의 밤, 베로나의 두 신사, 나스타샤와 그 외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출하고, 번역작품으로는 맥베스, 고곤의 선물, 위대한 신 브라운 그 외 다수 번역 작품과 월간 객석에 평론을 연재한 연극계의 보배 같은 인물이다.
고곤(Gorgon)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이 괴물은 청동 비늘이 온몸을 덮고 있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고, 청동 발굽을 가진 기괴한 형태의 암소로. 메두사라고 불리는 한명과 다른 두 괴물암소 자매이기도 하다. 이들의 머리카락은 뱀으로 되어 있어, 이 괴물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돌로 변했다고 한다. 이러한<고곤의 선물>이니 그 선물이 오죽하겠는가? 무대는 으스스한 제목과는 달리 바닷가 절벽 위 전망이 좋은 작가의 집필실 겸 거실이다. 10폭 병풍 같은 촘촘한 가로 문양의 나무장식 문이 테라스를 향해 닫혀있고, 두 쪽마다 열고 닫을 수 있어 문을 열면 맑고 푸른 하늘과 “에게” 해의 남쪽 바다가 내려다보인다는 대사가 있지만, 1m높이의 백색 난간으로 가려져 있어 객석에서는 하늘만 보인다. 문이 열렸을 때 효과음으로 갈매기 소리라도 들렸다면 객석에서 바다를 연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사에서 바다라는 소리가 있으니, 상상을 할 뿐이다. 거실의 바닥은 정 사각 문양으로 이어진 대리석이다. 10폭 문 안쪽으로 왼편은 내실로 통하고, 오른편은 현관으로 설정이 되어있다. 10폭 문이 활짝 열리면, 백색 반라의 고곤의 무리가 등장해 희랍극의 코라스 처럼 대사와 춤으로 주인공의 의식 속으로 파고든다. 무대 왼쪽 중앙에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무대 오른쪽 10폭 문 가까이에는 작가의 책상이 흰색 테이블 카버로 덮여있고, 카버를 벗기면, 반은 나무, 반은 유리로 만들어진, 육중한 테이블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오른쪽 전면에 마련된 작은 탁자 위에는 바구니가 놓여있고, 그 안에 전화기가 들어있다.
연극은 도입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청년이 무대왼쪽전면 객석 가까이에서 에드워드 담슨의 전기를 쓰겠다는 의사를 관객과 미망인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청년은 그리스 에게 해의 남쪽 산토리니 섬 해안가 절벽에 자리 잡은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과 그 의 부인 헬렌이 살던 집을 찾아가 미망인을 만나기를 원하고, 그리스인 하녀는 원어로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미망인의 뜻을 전한다. 그러자 청년은 죽은 에드워드 담슨의 아들 필립담슨 이라며, 강제로 밀치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미망인과의 옥식각신 후 필립은 소망을 성취한다, 극이 전개되면서 교수집의 외동딸 헬렌과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아들 에드워드가 마주쳐 지나가며 헬렌의 책을 떨어뜨리고, 책을 집어주면서 희랍신화관련서적과 그 학과교수의 딸임이 밝혀지면서 작가와 딸은 가까워지고,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교수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맺어져 그리스로 떠난다. 결혼초기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에드워드도 창작에 열중하고 성공작도 내게 된다. 자만에 빠진 작가는 부인의 조언과 진정을 홀대하고, 자신의 종교적 신화적 주제에만 골몰해 유럽의 종교 변천사와 수난사 그리고 우상파괴에 관련된 작품을 집필하고, 마치 자신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나 고곤을 살해하는 프로세우스(페르세우스가 원명)라는 정신적 심리적 이상상태에까지 이르러, 이성이 아닌 감성만으로 집필함으로써 실패작 연속과 음주와 탐색으로 작가파멸상태에 이른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가멤논이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에서 프리아모스왕의 딸 카산드라를 데리고 귀환해 부인과 정부에게 살해되었듯이 에드워드 담슨도 욕실에서 비누 속에 감춰둔 면도날에 난자되어 피투성이의 몸으로 테라스 난간에서 천길 아래 바다로 뛰어내려 최후를 맞는다.
김태훈이 에드워드 담슨으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연극의 수준을 상승시킨다. 박상원이 담슨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헬렌 역의 김소희는 독창적이고 그녀만이 표현해 보일 수 있는 연기로 무대를 그녀의 열정과 체취로 채운다. 필립 담슨 역의 김신기는 그 자신의 출중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교수역의 고인배와 주정뱅이 아버지 역의 이봉규, 그리고 그리스인 하녀 역의 김소영은 중후한 기량으로 연극의 버팀목이 된다. 이수형, 노상원, 조유미, 김대현, 권형준, 오택조, 강보미, 이민주 등 출연자 전원의 아름답고 단련된 체격은 신화의 인물로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다만 반라의 출연보다는 희랍신화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런 의상이나 아니면 상징적 의상을 착용시키는 것이 더 극의 수준과 품격을 높이는 방안이리라.
기획 이한승, 미술 박동우, 음악 김태근, 의상 임예진, 분장디자인 김선희 분장팀 진성희·김지연, 안무 이준혁·이도연, 소품 이은규, 그래픽디자인 윤영준, 사진 이강물, 무대제작 황상구, 조명오퍼 박유진, 공연진행 김나영, 무감보 장호민, 조연출 노현열 등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실험극장과 서울시극단 공동제작, 피터 쉐퍼 작, 남육현 역, 이 강 각색, 구태환 연출의 <고곤의 선물>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8, 한강아트컴퍼니의 김민정 작, 박경찬 연출의 <가족의 왈츠>
혜화동 극장동국에서 한강아트컴퍼니의 김민정 작, 박경찬 연출의 <가족의 왈츠>를 관람했다.
왈츠(waltz)의 기원에 대해서는 독일, 프랑스에서 각기 다른 설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왈츠는 각 나라에서 모두 3박자 느낌의 반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남독일의 렌틀러나 독일 춤곡, 또는 비엔나 춤곡이라 한 것에서 19세기 초엽에 독자적인 음악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으로, 베버(특히 <무도에의 권유(Invitation to the Dance)>에 이르러서 본격적인 왈츠가 작곡되었다. 그 이전의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것은 렌틀러와 왈츠의 중간적인 것이라 해도 된다.
왈츠를 실제로 예술화한 것은 쇼팽과 슈트라우스 부자이다. 쇼팽은 피아노 독주용의 왈츠를 많이 작곡하여, 왈츠를 춤추기 위한 것보다 오히려 듣고 호소하는 춤곡으로 하였다. 그 형식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3부형식의 것이 많고, 때로는 서주(序奏)나 코다(結尾)를 두는 일도 있다. 한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는 춤출 수도 있고 예술적인 향기도 높은 왈츠를 작곡하였는데, 슈트라우스 부자의 힘으로 빈의 왈츠는 더 번성하였다. 그 왈츠는 원래의 왈츠보다도 리듬이나 악센트를 될수록 변화하여, 즉 제2박이 조금 짧아지도록 하여 그 위에 멜로디가 흐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빈 왈츠의 연주는 빈에서 생활하고 빈에서 왈츠를 몸에 익힌 사람이어야만 가장 이상적인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슈트라우스로 대표되는 빈 왈츠는 대체로 몇 개의 단순한 형태의 짧은 왈츠를 조합하여, 그 전후에 서주와 코다를 둔 것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서주와 코다 사이에 5개의 왈츠를 두고 있다. <빈의 숲이야기>, <황제>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개개의 왈츠 몇 개가 다른 곳에서 재현되는 일이 적지 않다. 또 서주나 코다는 반드시 3박자계가 아닌 경우도 있다. 또한 성악을 같이 하는 것도 있다.
쇼팽이나 슈트라우스에 의하여 왈츠는 각국으로 퍼져, 제각기 그 나라에서 훌륭한 왈츠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연극 <가족의 왈츠>는 왈츠로 인해 벌어지는 가족의 비극적 역사이다. 가장인 아버지가 처제에게서 왈츠를 배우게 된다.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고, 가장은 아내에게도 왈츠를 가르치며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아홉 살의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모가 함께 춤추며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아들은 이모를 따르고 좋아하며 함께 놀이를 하기도 한다.
언젠가 이모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남자친구와의 다툼을 형부에게 호소한다. 형부는 이모를 꼬옥 보듬어주고 위로한다. 그러는 광경을 지켜본 언니는 남편과 동생이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부지불식간에 격노해 식칼로 남편을 찌른다. 그런데 찔린 사람은 남편이 아닌 동생이라는 설정이다.
아내 대신에 남편이 살인죄를 범한 것이 되어 무기수로 복역하다가 18 년 만에 가석방된다. 돌아온 남편을 차마 정면으로 대할 수가 없어 모습을 숨기는 아내. 아버지를 혼자 맞이하는 아들의 모습과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어머가 돌아가셨다고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에, 관객의 안타까움이 객석 의자의 흔들림으로 나타난다.
연극은 복선으로 전개되어 이모와 가깝던 시절의 아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아버지와 이모가 뒷방에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본 아들의 충격이 관객의 충격으로 전해지고, 아버지의 귀가에 맞춰 집을 떠난 아들이 18년 만에 돌아오는 장면이 연극의 도입에 아들이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가족의 왈츠>에서의 무곡은 아름답고 즐거운 왈츠가 아니라, 슬프고 애처롭게 들리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백색의 식탁과 의자, 흰색 액자 속의 검은 바탕뿐인 사진틀 두 개, 물론 큰 액자 속 사진은 경찰관 시절의 아버지의 정장사진, 작은 액자에는 가족사진이라는 설명이 대사로 전해지기는 하지만, 벽에 걸린 빈 액자와 무대 하수 객석 가까이에 세운 현관문의 앙상한 문틀, 그리고 뒷방으로 통하는 문과 벽의 내부가 조명을 통해 보이면서, 정상인이라도 언짢은 심정이 들 듯한,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사선으로 깔린 실내 마룻바닥을 통해, 관객은 불현듯 불길한 예감에 쌓이게 된다.
대단원에서 중년의 사나이가 된 아들이 상복 같은 검은색 정장과 여행용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백색의 식탁에 조용히 앉아, 36년 전의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이모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오병남이 아버지, 배소희가 어머니, 서신우가 아들, 임유정이 이모로 출연해 놀라운 호연과 성격창출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손진환, 이현주, 유성진, 성라경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조연출 김태호·백창엽, 음향 이기준, 무대미술 신수이, 조명 이현규, 안무 류정아, 사진 박주혜, 디자인 에스 엔 알, 진행 김준석·배아람·홍준기, 분장 김현희 등 제작진의 열정이 잘 드러나, 한강아트 컴퍼니(대표 김현)의 김민정 작, 박경찬 연출의 <가족의 왈츠>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9,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안병대 연출의 원어극 <줄리어스 시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4.26 ~ 1616.4.23) 작, 안병대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를 관람했다.
무대는 도리아 식 기둥이 세워지고, 고풍스런 건물 중앙계단 위에 등퇴장 로가 있고, 건물 좌우에도 통로가 나있다. 무대 좌우의 건물 벽면에는 아그리파의 얼굴과 세네카의 상을 깨뜨려 부조시켰고, 무대 왼쪽에는 라오콘의 반신상, 무대 오른쪽에는 몰리에르의 반신상을 세워 로마시대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도입에 20세기의 명 정치적 소용돌이의 영상과 과거로마시대의 영화영상 투사가 관객을 극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장면변화나 작중인물의 감정변화에 따른 배경음악과 조명변화로도 극적효과를 상승시킨다.
<줄리어스 시저>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에 발생한 시저의 암살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에서 고대 로마의 공화정과 왕정의 두 다른 정치체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로마의 역사를 통하여 영국의 엘리자베스 조 시대의 현실정치를 조명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당시에 시저를 왕정주의자로, 브루투스를 반 왕정주의자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가 하면, 로마의 원로원을 영국의 왕실로, 시저를 왕정의 반역자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시저를 왕정주의자로 보건 반 왕정주의자로 보건 셰익스피어는 시저와 브루투스의 죽음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왕정수호의 정당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왕정의 위험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줄리어스 시저>의 백미는 이러한 정치적 주제가 시저, 브루투스, 안토니, 캐시우스 등의 연설과 행동을 통하여 독자에게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줄리어스 시저는』 지난 4세기 동안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계속 읽혀지고 공연되어질 것이다.
<줄리어스 시저>에서는 시저의 죽음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다. 극의 전반부에서는 브루투스와 캐시어스를 위시한 반시저주의자들이 독재정치에 항거하기 위하여 분연히 일어나 시저의 암살을 모의한다. 캐시어스는 브루투스에게 시저가 왕이 될 경우 로마인들이 일인 전제정치로 얼마나 신음할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이야기하고 브루투스는 로마의 정의를 위하여 시저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캐시어스는 캐스커, 트레보니우스, 리가리스, 메텔루스 심버, 시나 등의 인물들을 규합하여 구체적인 암살계획을 추진하다. 브루투스는 부인 포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로마의 자유를 위한 행동임을 강조한다.
시저는 부인 캘퍼니아, 예언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로원에 출근을 한다. 때는 기원전 44년 3월 15일이었다. 심버가 동생의 시민권을 복권해 달라고 간청을 하는 척하는 사이 시저를 둘러싼 암살자들은 캐스커의 구호에 따라 일제히 시저에 달려들어 그를 난도질한다. 브루투스의 마지막 일격을 받은 시저는 “브루투스 너 마저도”(Et tu, Brute?)라는 말을 남기며 쓰러진다. 시저의 죽음 이후 브루투스 일당이 로마를 잠시 장악하나 시저의 장례식 때 안토니는 “저는 시저를 장사하러 왔지, 칭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통하여 로마시민들을 선동한다. 결국 그는 암살자들을 로마에서 축출하고 정세를 반전시킨다.
4막에서는 3막까지의 긴박감과 생동감이 반감이 된다. 제1차 삼두정치의 주인공이 될 안토니, 옥테이비어스, 레피더스가 모여 시저의 암살에 가담한 자 중 처형자 명단을 작성한다. 한편으로는 시저 암살의 주역인 브루투스와 캐시어스가 군자금과 관련하여 감정대립을 하나 곧 화해를 한다. 이어서 브루투스와 캐시어스는 안토니와 옥테이비어스의 연합군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홀로 진영에서 밤새 책을 읽고 있는 브루투스에게 시저의 망령이 나타나 그의 죽음을 암시한다.
5막에서는 브루투스와 캐시어스의 군대가 안토니 옥테이비어스의 군대와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브루투스는 옥테이비어스의 군대에 승리를 거두나 캐시어스는 안토니의 군대에 패배한다. 캐시어스는 절망한 나머지 노예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고 후에 브루투스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결한다. 안토니와 등장하여 브루투스가 진정한 로마인이었음을 칭찬하고 시저 암살 후 2년 동안 계속된 로마의 내전이 종식되었음을 선포한다.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Korea Shakespeare’s Kids)의 공연에서는 원작의 남성 출연자들 중 캐시어스, 디셔스 부르터스, 하인 등을 여성으로 대체시켜 연출된다. 원어 극이기에 영상으로 한글자막을 투사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줄리어스 시저 역의 박정근은 놀라운 호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브루터스 역의 조영창은 교수극단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무대 위에서 열연으로 표현한다. 앤토니우스 역의 임성균은 놀라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기존의 앤토니우스 역과는 전혀 다른 철학적인 풍모까지 드러낸다. 캘퍼니어 역의 이용은도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포셔 역의 김현주….이토록 매력적인 여교수가 있었다니….그녀의 미모와 장면마다 갈아입는 의상, 그리고 호연은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옥테이비어스 시저 역의 김상현은 잘 생긴 외모와 훤칠한 체격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레피더스 점쟁이 핀다러스 등 여러 역을 한 신경수는 눈부신 변신과 제대로 된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캐시어스 역의 노경주…… 이런 놀라운 연기력을 지닌 여교수가 있었다니…..그녀의 연기는 보석보다 빛난 광휘함으로 무대를 빛내고, 캐시어스 역을 연기한 과거의 남성연기자들 못지않은 열연과 호연으로 관객의 뇌리에 노경주라는 이름을 각인시킨다. 캐스커와 메살라 역을 한 신웅재의 성격창출과 호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심버와 티티니어스 역의 이용관도 호연으로 극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디셔스 브루터스와 루실리어스 역의 강보슬은 미모임에도 남성역을 맡아 관객의 가슴에 다가가는 연기력을 보인다. 루시어스 역의 임도현도 호연으로 객석의 갈채를 받는다. 앤토니의 하인과 전령, 그리고 병사 역 등 여러 역을 제대로 연기한 류수용, 옥테이비어스의 하인을 한 박해리의 호연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교수극단 출연 팀의 열정과 노력이 이번 원어극 <줄리어스 시저>를 고품격, 고수준의 공연으로 창출시킨다.
기획 김미예, 무대디자인 홍수화, 음악감독 기정선, 의상 및 소품 홍선옥·윤지원·강보슬, 영상편집 김승종, 자막번역 임성균, 무대감독 서동하, 조명디자인 김형수, 분장 남장현·오수진, 음악오퍼 박미리·김다윤, 영상 및 자막오퍼 조아라, 음악편집 안철준, 포스터디자인 정원주·박세아, 진행 방승희·황지영·안종훈·김소정·유은경·차현정·박다혜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안병대 연출의 <줄리어스 시저>를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10, 명동예술극장 도쿄예술극장 공동제작, 하기오 모토 원작·극본, 이시키와 쥬리·성기웅 번역, 노다 히데키 극본·연출의 <반신(半神)>
명동예술극장에서 하기오 모토 원작·극본, 이시키와 쥬리·성기웅 번역, 노다 히데키 극본·연출의 <반신>을 관람했다.
<반신>은 샴쌍둥이처럼 태어난 일본인 여자쌍둥이의 이야기다.
샴쌍둥이는 일란성 쌍태아의 특이한 형태로, 수정란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불완전해서 쌍둥이의 몸이 일부 붙은 상태로 나오게 된다. 샴쌍둥이는 다수정란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을 경우 태어나는데 신생아 5만-10만 명 출생 중 한 번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샴쌍둥이는 1811년 타이에서 가슴과 허리 부위가 붙어 태어난 쌍둥이 형제에서 유래한 말이다. 샴(Siam)은 당시 타이의 이름이다.1811년 5월 타이에서 중국계 타이인인 창과 엥이 태어났는데, 이들은 가슴이 붙은 전방 결합이었다. 키가 157cm나 되었으며 걷는 것은 물론 뛰거나 수영까지 했다. 이들은 1829년 강변에서 놀고 있다가 부근을 지나던 영국 상인에 의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미국으로 간, 이들은 1832년 한 서커스단에 입단해 인기를 모아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나중에 미국 시민권을 얻어 1843년 두 자매와 결혼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 주(州)에서 1874년에 사망했다. 20세기 전후해 태어난 샴쌍둥이는 600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157쌍이 생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3월에 태어난 민사랑/지혜 자매가 있다. 이 자매는 엉덩이가 붙은 채로 태어났으며, 그 해 7월 22일 싱가포르에서 분리수술에 성공했다.
<반신>의 주인공인 쌍둥이 자매는 한쪽은 지능이 제대로 갖춰져 표현도 제대로 하지만, 한쪽은 무척 예쁜 모습인데 지능미달로 늘 어린아이처럼 웃음만 터뜨린다. 그런데 이 자매를 분리수술을 해야 할 일이 극 속에 벌어진다. 자매를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 이모와 가정교사, 그리고 수학교수인 할아버지, 분리수술을 하게 되는 의사, 그리고 자매의 반신에 대비시켜 자매주위에 반신반인의 인물들, 오리엔트 신화의 스핑크스, 그리스 신화의 게리온, 예수교의 가브리엘 천사, 인어공주 모습의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머메이드, 뿔하나 달린 괴물 유니콘, 그리고 사람과 새의 합성 괴물 하피 등을 등장시기고, 현악기와 건반악기 연주자의 연주와 함께 연극을 상상과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 가면서, 마치 디즈니 제작 만화영화나, 프랑스에서 제작한 명작 만화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연극이 연출되고, 대단원에서 쌍둥이 분리수술로 결국 한쪽은 사망하면서 관객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남긴다.
무대는 완만한 나선형의 계단이 천정까지 이어지고, 그 중앙을 가로지른 통로가 무대 좌우로 연결된다. 통로 끝은 미끄럼틀로 연결되어 무대로 내려설 수 있게 만들어지고, 배경 막 가까이에 현악기와 건반악기 연주석이 마련되어 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칠판이 있고, 기초수학의 루트나 분수 의 덧셈 나눗셈이 잔뜩 적혀있다. 그 앞에 나무로 만든 원형 목욕통이 있어, 목욕통을 중앙원형무대로 이동해 사용할 때면, 통속의 물이 소용돌이 현상을 일으켜 사람이나, 신화 속 인물들이 빨려 들어가거나 솟아나오기도 한다. 얼기설기 마련된 계단 앞쪽에 2중 원형무대가 자리를 잡고, 극 전개에 따라 원형무대가 회전하면서 소용돌이 현상이 연출되기도 한다. 무대 좌우에 의자를 늘어놓아 출연자들이 거기에 앉아 등장할 차비를 한다.
쌍둥이 자매는 검은 의상에 검은 띠로 몸이 연결되었음을 나타내고, 언니는 똑똑하고 재주가 있는 여아지만, 미모가 동생에게 뒤져, 용모만 예쁠 뿐 저능아인 동생이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에 늘 상 불만을 갖고, 동생에 대한 미움이 켜져만 간다. 칠판의 수학을 풀이하는 백발의 교수는 대학자이지만 치매현상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쌍둥이의 부모 중 어머니는 자매에게 언짢은 일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입버릇처럼 된 대사를 반복하고, 미모의 이모는 인물값을 하노라고, 가정교사까지 유혹해 몸을 밀착시키려 든다. 고모는 떠버리에다가 모든 것에 일일이 참견을 하는 성미이고, 가정교사는 순진무구한 청년이지만, 사랑에는 약 하디 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모에게 유혹당한 후, 몸 접촉에 눈을 뜬 가정교사는 미모의 쌍둥이 동생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여기에 자매의 반신에 대비시켜, 신화 속 인물이나, 전설 속 인물인 반신반인의 모습을 한, 스핑크스, 게리온, 천사 가브리엘, 머메이드, 유니콘, 그리고 하피가 등장해 각자 나름대로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정적 연기로 무대전체를 누비고 채우며, 회전무대의 소용돌이와 함께 연극을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 간다. 동생의 임신사실이 알려지고, 만삭이 된 동생은 욕조 속에 아기를 낳는다. 그러나 그 때문인지 자매는 중병에 걸리고, 분리수술을 않으면 둘 다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밝혀지면서 쌍둥이 자매의 분리수술이 시작된다. 그러는 동안 동생이 못하던 말을 하며 언니처럼 똑똑한 모습으로 등장해 사람들을 대한다. 관객은 언니가 사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안타까워 할 즈음, 언니가 등장하면서 그간 동생에게 품었던 미움을 떨쳐버리고,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받아들이고 자신처럼 동생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전한다. 결국 사망한 쪽은 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시신담당자들이 관을 들고 등장한다. 시신을 확인하려고 관 뚜껑을 열지만 시신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 때 신화 속 전설 속 반신 반인의 인물들의 배웅 속에 천정을 향한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는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의 모습이 보이면서 관객은 처연하고 서글픈 심정으로 하늘로 향하는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주인영과 전성민이 쌍둥이 자매로 출연해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요 용이 노수학자와 노 의사로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무대를 채운다. 이형훈이 가정교사로 출연해 훤칠한 용모와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박윤희와 이주영이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출연해, 제대로 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서주희가 이모와 인어공주 모습의 머메이드로 출연해, 놀라운 기량과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 그리고 마릴린 먼로를 능가하는 요염한 자태로 남성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무대를 가득 채우고 빛을 낸다. 김정호가 전설속의 반인 반 조류의 날짐승으로 출연해 탁월한 연기로 무대를 장식한다. 이수미….고모와 천사 가브리엘….그녀는 자신이 최고기량의 연기자임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김병철이 스핑크스 역으로 전설 속 인물과 신화 속 인물의 대들보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실제 스핑크스일지라도 김병철만은 못하리라. 양동탁이 유니콘으로 등장해 새로운 유니콘 연기의 세계를 개척하는 열정으로 무대를 빛낸다. 정홍섭의 게리온도 관객의 가슴에 깊은 인상를 남기는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한정림, 진유리, 황정은, 권나형 등 건반악기와 현악기 연주자들의 연주가 극과 절묘한 어울림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무대디자인 호리오 유키오, 조명디자인 한토리 모토이, 의상디자인 히비노 고즈에, 음향디자인 다카쓰 유키오, 암무 샤 다마에, 분장·헤어디자인 쓰게 이사오, 협력연출 성기웅, 조연출 이성구·김정민 그 외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명동예술극장(대표 구자흥)과 도쿄예술극장(대표 후쿠치 시게오) 공동제작 하기오 모토 원작·극본, 이시키와 쥬리·성기웅 번역, 노다 히데키 극본·연출의 <반신>을 연출력이 돋보이는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30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