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3월 공연총평
3월에는 각 극단의 공연활동에서 계절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고, 봄을 묘사한 공연이 이어졌다. 거기에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춘문예 단막극 잔치가 열려 신진작가들의 봄 꽃망울 같은 작품이 발아해 그 향기를 더했다. 3월 공연 중 특기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고, 신춘문예 단막극 잔치는 별도로 평한다.
1, 극단 민들레의 황선미 원작 각색, 민경아 작곡, 송인현 연출의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주)극단 민들레의 황선미 원작 각색, 민경아 작곡, 송인현 연출의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을 관람했다.
황선미작가(1963년 ~ )는 동화 작가이자 교수이다.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작품으로는<나쁜 어린이 표><일기 감추는 날><마당을 나온 암탉><신나게 자유롭게 뻥><들키고 싶은 비밀><구슬아, 구슬아><초대받은 아이들><뻔뻔한 실수><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등이 있다.
SBS 미디어 문학상(2012), 탐라문학상 (1997), 농민문학상(1995), 세종 어린이 문학상(2003)을 수상했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에 사계절출판사를 통해 처음 출간되었다. 같은 해 성인용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2011년에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명필름과 오돌또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고, 그에 앞서 같은 해에 이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영문판 출간 한 달 만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내용은 앞싹이라는 나이든 암탉의 이야기다. 알을 낳아 품어보고 병아리의 탄생을 바랬던 잎싹은 꿈을 이루려고, 양계장을 탈출할 결심을 한다. 폐닭은 버린다는 걸 알고, 매일 일부러 모이를 먹지 않고 굶는다. 드디어 잎싹이 쓰러지자 주인은 앞싹을 닭들의 무덤에 버린다. 잎싹은 닭장에서 나오게 되니 기뻤지만 산닭만 먹는, 까다로운 사냥꾼 족제비가 그 모습을 노려보고 있다.족제비가 잎싹을 공격하려하자 그때 청둥오리,’나그네’가 막는다. 그리고 같이 도망을 해 잎싹은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나그네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늪으로 간다. 나그네는 다른 오리와의 아기를 낳은 상태다. 저녁에 족제비가 늪으로 와서 그 오리를 먹으려고 물어간다. 그래서 나그네는 잎싹에게 아기오리를 부탁하고 족제비와 싸워 죽고 만다. 잎싹이 그 아기오리를 키우게 되고, 초록머리라고 이름지어 부른다. 초록머리는 점점 자라면서 엄마 잎싹과 자신의 모습이 다른 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부근의 오리들과 가까이 하려한다. 그런데 오리들은 초록머리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리들 중 예쁜 암컷 오리 처녀가 초록머리를 좋아하게 된다. 오리무리의 우두머리인 파수꾼 오리는 초록머리의 접근을 금하다가 족제비에게 당한다. 새로운 파수꾼을 선발하려는 대회가 열리고 초록머리도 출전을 하게 된다. 오리들의 생사가 달린, 가장 강하고 날쌘 오리를 선발하는 대회에서 초록머리는 경쟁자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한다. 그리고 예쁜 처녀오리의 사랑도 역시. 파수꾼이 된 초록머리는 족제비를 지키는 한 편 계절이 바뀌면서 철새오리들을 이끌고 먼 나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초록머리는 어머니인 잎싹에게 가서 이 고장을 떠나야 한다는 사연을 전한다. 어머니를 두고 가는 것이 가슴아프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지만 잎싹은 내 걱정은 말고 떠나라고 하면서, 초록머리에게 다녀온 후에, 다른 세상을 둘러본 이야기나 들려달라고 한다. 초록머리는 예쁜 처녀오리와 함께 일행의 앞장을 서서 끝없는 창공을 날아간다.
대단원에서 족제비 한 마리가 갓 낳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먹이려고 사냥을 다니다가 잎싹을 발견한다. 잎싹도 족제비 어미나 마찬가지로 새끼도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잎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족제비의 먹이가 되어 물려 죽는 장면에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싸리나무 가지로 엮은 둥우리처럼, 가는 가지로 된 원형의 울타리를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닭장이나 오리사육장으로 사용을 하고, 배경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와 부근 풍경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진다. 그 앞으로 나무로 된 구름다리가 길게 무대좌우로 연결되어 걸쳐있고, 상수 쪽 끄트머리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계단 뒤쪽으로 여섯 자 높이의 나무로 지은 닭장이 있고, 그물철망이 울타리 위쪽으로 보인다. 배경에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영상으로 투사되는가 하면, 철새들이 날아들거나 떠나갈 때에는 천정에 가설된 두 개의 미로 볼에서 수많은 광선이 무대전체에 소용돌이처럼 투사되면서 동시에 수천마리의 철새가 호수로 날아드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투사되어 장관을 이룬다. 애니메이션은 청둥오리들이 파수꾼을 선발할 때 두 마리의 오리가 고공을 나는 장면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음악과 의상도 작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고, 음악연주와 음향효과나 조명, 그리고 영상에 이르기까지 절묘한 극적 분위기를 창출해, 1시간 50분의 공연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한혜수, 류수화, 현순철, 나세나, 박철완, 원성준, 류성훈, 최동호, 김민경, 조수임, 윤석류, 황수정, 안주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은 수준급으로 도입부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단원에서 감동과 함께 갈채를 받는다.
연주자 전원의 연주도 제대로 기량을 발휘해, 컨덕터 겸 건반연주 박미향, 첼로 박지영, 베이스 엘리오테, 퍼거션 이보경 등의 수준급 연주가 관객을 매혹시키고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홍보 마케팅 (주) 이다엔터테인먼트, (주)극단 민들레 프로듀서 손상원 김수형, 협력 프로듀서 박세경, 제작총괄 장계숙, 음악감독 박미향, 안무 김경엽, 움직임 권석린, 무대디자인 박 경, 조명디자인 이성호, 음향디자인 이순용, 영상디자인 박 준, 의상디자인 조현정, 기술감독 남우철, 무대감독 정휘경, 조연출 이도경 이미희, 컴퍼니매니저 오선화 그리고 그 외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주) 극단 민들레의 황선미 원작 각색, 민경아 작곡, 송인현 연출의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을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명작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2, 극단 창작마을의 장두이 예술감독, 김대현 작 연출의 <오늘 또 오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서초연극협회 후원 극단 창작마을의 장두이 예술감독, 김대현 작·연출의 <오늘 또 오늘>을 관람했다.
<오늘 또 오늘>은 통일 염원 연극이다.
작가 겸 연출가인 김대현은 1994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외등아래> 당선, 2000년 한국희곡문학상 수상, 2001년 중구문화예술상, 소설<발목없는 달빛> 탐미문학상 수상했다.
1998~2004 명동창고극장 운영, 2001~2002 제3대 학교극·청소년 극 연구회 회장, 1993~현재 전문예술법인 제7호 (주)창작마을 대표이사, 1998~현재 강남문인협회 희곡분과 회장 겸 이사, 2001~2006. (사)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 (계간 한국희곡 발행인)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는 1986 시작품집 <손바닥> / 1995 장편소설 <내린 하늘> / 2000 희곡집 <라구요>이 있다.
공연희곡은 1994 <외등아래> 공연 문예회관 소극장, 1995 <라구요> 공연 연우무대/문예회관뚜레박 외, 1996 <라구요>지방자치1주년 포항시립극단 정기공, 1997 여성국극 <아리수별곡> 공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997 <립스틱 바른 꽁치>공연 꼼빠홀, 1997 <그림자를 찾아서> 충돌소극장 / 명동창고극장, 1998 <환승역> 공연 명동창고극장, 1999 <강삼삼고삼삼> 공연 연강홀, 2000~ <하구요> 공연 명동창고극장, 2003~ <봉급쟁이 일기-그림자를 찾아서> 명동예술극장,
연출작은 1996 <미혼부> 고옥화 작 연우무대, 1998 <나도 부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옥화 작 동숭아트센터, 1998 <환승역> 김대현 작 명동창고극장, 1999 <실타래> 김지숙 작 명동창고극장, 2000 <화부> 최용근 작 문예회관 / 명동창고극장, 2001 <여자의 성> 박현숙 작 명동창고극장 / 대구연인씨어터, 2002 <내가 없는 방> 강성희 작 명동창고극장, 2002 <하구요> 김대현 작 명동예술극장, 2002 <사모곡> 장성임 작 명동예술극장, 2003 <노가리> 마미성 작 명동예술극장, 2003 <구두코와 구두굽> 김지숙 작 명동예술극장, 2005 <택견아리랑> 김대현 작 성암아트센터, 2006 <명창 박록주 탄신100주년 공연> 국립국악원 그 외 다수 작을 연출했다.
<오늘 또 오늘>은 고향인 이북에 아내를 둔 실향민의 이야기다. 6 25사변 때 국군에 입대해 낙동강 전투에서 공산군과 싸우다가 휴전이 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가지 못한 이성민이라는 사나이의 이야기다. 남쪽에서 분단 70년을 맞으며, 백발이 되도록 남북의 대결과 동서의 갈등을 매일 똑 같이 들여다보고, 한결같은 <오늘 또 오늘>을 맞는다. 모든 실향민이 갈구하는 다시 고향 땅을 밟고, 헤어진 처자식을 보려는 염원은, 주인공의 면전에 저승사자가 들이닥쳤어도,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한국 최고의 극작가 고(故) 한운사 선생의 <남과 북>의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이 흘러나올 때, 관객 모두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장면에서, 이 땅의 비극적인 분단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음을 감지할 수 있는 연극이다. 아버지는 남쪽에서 한 외로운 여인과 운명같이 얽혀 살림을 차리기도 하지만, 본처를 잊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념과 관계없이 통일을 바라는 주인공과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형제, 그중 형은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아우는 아버지가 일종의 통일 병 환자로 보여, 아버지의 슬하를 떠나버린다. 이산가족 찾기가 벌어지고, 이북에 있는 아내의 손녀가 남쪽에서 주인공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주인공과 마주치지만, 아버지는 바로 그 손녀 앞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이성민”과 “리성민”이 다르다는 이유로 되돌아선다. 절망한 그 손녀는 집나간 아들과 역시 운명처럼 얽혀 살림을 차린다. 대단원에서 아버지는 끝까지 자식의 행방과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밝혀지면서, 형제가 함께 저승길로 향하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천정에 마치 털실로 짠 목도리 같은 형태의 천을 여러 겹으로 층층이 달아놓았다. 색색의 광목을 들여다 극 전개에 따라 연기자들이 사용하고, 남북의 대결은 군인의 의상과 완장착용으로 표현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통일염원 노래와 영화 남과 북의 주제가가 절묘하게 극중 배경음악으로 깔려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장두이, 우현재, 서태성, 이정호, 박상윤, 설정희, 강유정, 김성아, 배지은, 김성훈, 감윤진, 김명준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특히 주인공 장두이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기억에 남는다.
예술감독 장두이, 프로듀서 김지숙, 무대감독 유은경, 무대 서영오, 조명 용선중, 음악 김티모, 분장 배윤정, 진행 김종빈, 디자인 황재선, 기획 곽재혁·유리나, 홍보 박종문·서지민, 홍보서포터 김희수·최윤호·박병준·조성현, 주최 시회적기업 창작마을 희망한국포럼 등 스텝과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창작마을과 서초연극협회의 통일 염원 연극, 김대현 작·연출의 <오늘 또 오늘>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물결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송현옥 연출의 <리시스트라테>
대학로 자유소극장에서 극단 물결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송현옥 연출의 <리시스트라테>를 관람했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테>, 일명 <여자의 평화>로 불리는 이 작품은 집안에 갇혀 남편에게 복종해야만 했던 여성들이 잠자리 거부운동을 벌여서 남자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을 중단시킨다는 내용의 희극이다.
작품의 배경은 기원전 400년경,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아테네의 젊은 유부녀 리시스트라테는 아네네와 적국인 스파르타의 유부녀들을 설득해 남편들이 동족간의 전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잠자리를 거부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처음에는 비웃던 남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욕을 참지 못하고, 결국은 아랫도리가 괴상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으로 여자들에게 백기를 들고 만다. 이렇게 한 여성의 기지로 고대 그리스에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리시스트라테>의 줄거리이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즈음에 신문에서 매우 파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는 몇몇 나라의 여성들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남성과는 잠자리를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즉, 기사 속의 그녀들은 “잠자리를 거부해 전쟁을 멈추자. 끝내자!” 했던 것이다.
또한,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코미디 작가 겸 감독 지망생 미셀 콜린스라는 23세 여성이 인터넷에 ‘보터가즘(Votergasm)’ 사이트를 만들었다. 투표자와 오르가슴의 합성어다. 콜린스는 사이트의 슬로건을 ‘No Vote, No Sex’로 내걸었다. 투표하지 않은 애인과는 섹스를 거부하자는 뜻이다. 캠페인은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머그잔·냉장고 자석은 인기 상품이 됐다. 이들은 투표 안한 사람과 1주일간 섹스를 거부하면 ‘시민’, 투표한 사람과 섹스하면 ‘애국자’로 구분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9년 4월 케냐 여성단체들의 모임은 남성들에게 ‘잠자리 파업’을 선언했다. 당 간의 불화로 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정치인들이 화합하지 않을 경우 남성들과 성관계를 거부할 것을 여성들에게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 부인에게도 여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섹스 파업’ 참여 대가로 보상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섹스스트라이크의 발상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곡인 ‘리시스트라테’의 주인공인 리시스트라테의 발상이다. 기원전 411년의 발상이 지금의 사회에서도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예에서 나온 투표를 위한 성파업은 67%의 투표율로 성공적이었다. <리시스트라테>라는 이름은 ‘반전’의 대명사라 하겠다.
극단 물결의 이 번 <리시스트라테> 공연은, 눈만 뜨면 동서의 갈등과 남북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분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하는 현 세태에 던져주는 송현옥 연출가의 충고이자 풍자극이라 평하겠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정중앙에 어두컴컴한 색깔의 커다란 여닫이문이 있고, 문 양쪽으로 여러 개의 고풍스런 기둥과 함께 살색의 벽이 좌우로 벌려져 있다. 2층 구조인데, 2층은 베란다처럼 통로가 무대좌우로 펼쳐져 있고, 수많은 차일처럼 된 차단물이 세로로 드리워져 그 차단물 사이로 출연자들이 고개를 내밀거나, 등퇴장을 한다. 무대 좌우로도 등퇴장 로가 있고,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들여와 의자나 탁자로 사용하고, 남성성기상징의 대형조형물을 남성출연자들이 부착하고 출연해 폭소를 유발시킨다. 음악은 랩 음악과 탱고 음을 사용해 분위기를 상승시고, 의상은 관능미를 돋보이도록 디자인을 했다.
연극은 도입에 리시스트라테가 소형컴퓨터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집필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기간 계속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으로 지치고 피폐해진 상황에서 탈출해 보려는 리시스트라테의 영민한 기지가 촉발된다. 동료이자 절 친인 아테네의 여인들에게 제시하는 내용은 원작과 일치한다. 그들보다 연상인 백발의 아테네 여인들도 리시스트라테의 제안에 동참한다. 여인들은 아테네의 적국인 스파르타의 여인들의 동의도 받아낸다.
남녀의 잠자리, 그것도 전쟁을 치르는 젊은 남자들에게 계속되는 긴장감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부인과의 동침은 절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인들의 잠자리 거부운동은 핵폭탄에 비견되는 충격이다. 남성들은 공룡처럼 부풀어 오른 상징물을 부착하고 등장해, 무대를 누비며, 해소책을 강구하지만, 닫혀있는 여인들의 성전건물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를 않는다. 개중에는 별의별 핑계를 대고 부인과 대면하지만, 철의 여인 같은 부인의 심경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대단원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정전협약이 이루어지고, 사랑하는 부인과 만나며 환호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조선주, 이은지, 오주원, 박설화, 장교한, 신민주, 도상란, 김현승, 장준현, 안성욱, 김산성, 임재현, 유태성, 신동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폭소로 몰아가고 갈채를 받는다.
특별출연으로 김남중, 김재은, 도상란, 박종원, 서정민, 우경내, 윤원태, 윤현철, 이기영, 이 산, 이성진, 이애리, 이정순, 이현우, 임영신, 조대한, 조미경, 조민선, 조하진, 천지훈, 하인아, 하종웅, 허원실, 황훈성, 민경신 등이 참여해 시민 역을 해낸다.
안무 이영찬, 액팅코치 나현민, 조연출 이종민, 총기획 이애리, 기획 이준석·김연정, 기술감독 정진철, 무대 조환준, 음악감독 윤서연, 의상 이영신, 디자인 송지연·지 성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물결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송현옥 연출의 <리시스트라테>를 현 시국과 세태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한 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극단 프랑코포니의 조엘 폼므라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 연출의 <이 아이>
선돌극장에서 극단 프랑코포니의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0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Cathy Rapin) 연출의 <이 아이(Cet Enfant)>를 관람했다.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 1963~)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7년 <무대로 간 빨간 모자>로, 마르졸렌 르레이의 그림과 함께 백선희 번역으로 출판된 서적에서이다.
그리고 2012년에는 남북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 <두개 한국의 통일>을 오데옹 국립극장 관할 아뜰리에 베르티에에서 공연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같은 해 프랑스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관람한 연극이 조엘 폼므라의 <나의 차가운 방 (Ma Chambre froide)>이었기에, 어떤 극작가인가 하고 궁금하던 차에 그의 희곡 <이 아이(Cet Enfant)>를 극단 프랑코포니에서 공연한다기에 첫날 관람하게 되었다.
<이 아이(Cet Enfant)>는 10개의 촌극을 묶어 한꺼번에 무대에 올린 공연이다. 한 작품으로 보면, 현대 한 가족의 일생을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을 차례로 전개시키지 않고, 미래와 현재와 과거를 들쑥날쑥하게 표현한 표현주의적 실험극으로 볼 수 있고, 10개의 촌극으로 분리해 보면, 프랑스나 우리나, 흡사한 생활상과 사고를 접할 수 있기에 관객의 공감이 빠르다는 느낌의 연극이다.
<이 아이(Cet Enfant)>로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는 불어희곡대상을 수상하고, <나의 차가운 방(Ma Chambre froide)>으로 몰리에르 상, <두개의 한국의 통일>로 각종 연극 상을 수상한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라 하겠다.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한 임혜경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신임 한국불어불문학회 제50대 회장이다. 임 교수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III대학교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5년부터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2012~2014년 문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극단 프랑코포니’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가, 까띠 라뺑(Cathy Rapin)은 파리 7대학에서 최인훈 희곡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이다. 까띠 라뺑은 프랑스에 한국 연극을 가장 많이 소개한 번역자로 2003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상을 임혜경 교수와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시인이자, 연출가, 번역가인 한국 외국어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까티 라뺑(Cathy Rapin)이 느끼는 감정을 독백하듯 풀어낸 ‘맨살의 시(MISES À NU CORÉENNES)’가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 <이 아이(Cet Enfant)>의 무대는 양쪽에 육중한 철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우고 그 사이로 통로가 나있다. 타일을 붙인 사각의 입체조형물 여러 개를 무대 여기저기에 늘어놓고,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의자나, 시체실의 침상으로 사용을 한다. 4명의 성인 출연자자가 5세 아동부터 백발의 노역까지 1인 다 역을 해내고, 조명으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장면전환에 대비한다.
산모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여아와 아빠의 엉뚱한 대화와 헤어짐, 노년의 아버지에게 폭언과 폭행까지 마다않는 아들, 누가 딸이고 엄마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의 모녀의 모습, 미혼모가 자식 없는 부부에게 자신의 아기를 선뜻 내어주는 장면, 초등학교에 가는 아들을 붙들고 지각을 하거나 등교를 방해하면서까지 자식에게 어미사랑을 갈구하는 장면, 손자를 두고 의견차를 벌이는 노년의 아버지와 젊은 아들, 시체실에 버려진 아들이 자신의 아들인가 확인하려는 어머니와 동료가 벌이는 자식확인에서의 반전, 자신의 딸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가 후에 딸에게 사과하며 보이는 모정, 만삭의 임산부가 아기를 낳으려고 사력을 다해 벌이는 출산장면 등 하나하나의 촌극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여겨지며 가슴 가까이 다가서는 공감대는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박현미, 홍성춘, 김시영, 신용진 등 4명의 출연자가 1인 다역으로 펼치는 성격창출과 호연은 평가할만 하고, 2인의 여성출연자의 놀라운 연기력은 관객 모두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5, 유라시아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햄릿>
동숭교회 엘림홀에서 유라시아셰익스피어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햄릿>을 관람했다.
이번 <햄릿>공연은 셰익스피어의 39개 전 작품을 공연하기로 한 유라시아셰익스피어 극단의 17번째 공연이다.
무대는 두자(2尺) 높이와 사방 여섯 자 폭의 단을 배경 막 바로 앞에 만들고 그 좌우에 한자(1尺) 높이와 세자 폭 여섯 자 길이의 단을 가로 놓았다. 그리고 두 개의 목제 등받이 의자를 오른쪽 대 위에 올려놓아 왕과 왕비가 착석하도록 했고, 정사각형의 입체조형물을 들여다 의자로 사용하기도 한다. 중앙의 단은 후반부에 오필리어의 시신을 올려놓은 관으로도 사용된다. 배경의 검은 휘장 사이로 몸을 숨기거나, 얼굴을 내밀기도 하고, 객석 양쪽의 출입구가 출연자들의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덴마크의 신왕 클로디어스의 취임과 함께 작고한 선왕의 비 거트루드를 왕비로 맞이한다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숙부는 햄릿에게 다음 왕위를 물려줄 것이라며 즐거운 마음을 가지도록 권한다. 레어티즈는 프랑스로 가겠다며 아버지 폴로니어스와 누이 오필리어에게 작별을 고한다. 폴로니어스가 누이동생을 몹시 아끼는 장면이 연출된다.
장면이 바뀌면 호레이쇼를 위시한 경비병과 함께 햄릿이 선왕의 망령을 만나, 햄릿선왕이 숙부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망령으로부터 받은 충격으로 햄릿은 광증 비슷한 것을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어에게 보이는 평소와는 다른 행동과 독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햄릿의 충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필리어는 햄릿이 변심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그동안 햄릿에게서 받은 선물을 되돌려 주려고 한다.
햄릿은 부친인 선왕의 독살의 진위를 가리려고 애쓴다. 마침 유명한 배우집단이 덴마크 궁정을 방문하자, 햄릿은 배우들에게 독살장면을 내용으로 하는 연극을 공연하기로 한다.
드디어 배우들이 궁정에서 공연을 하고, 클로디어스 왕은 바로 독살장면에서 공연을 중단하라 이르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퇴장을 한다. 햄릿은 부왕망령의 말이 진실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복수를 결심한다. 우선 어머니인 거트루드에게 찾아가 부왕의 피살당한 것과 숙부와의 재혼을 비난하고 거칠게 항의한다. 거트루드가 햄릿의 행동에 놀라 비명을 지르자, 폴로니어스가 두 사람의 말을 엿듣다가 놀라서 인기척을 낸다. 그 소리에 햄릿의 칼이 폴로니어스를 찌른다. 폴로니어스는 숨을 거둔다. 거트루드의 놀라움이 극에 달한다.
결국 폴로니어스가 햄릿에 의해 살해되었음을 알게 된 숙부왕은 햄릿을 영국으로 추방시킨다. 자신의 아버지가 햄릿에게 살해당한 것을 안 오필리어는 광녀가 되고 만다. 갈갈이 찢어진 옷을 걸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그러다가 흐르는 시냇물에 빠져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버리고 만다.
한편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음에 접한 레어티즈는 살해범을 찾으려고 궁중으로 들이닥친다. 숙부왕은 레어티즈의 겨누는 칼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범인이 햄릿임을 알린다. 그 때 전령이 오필리어의 죽음의 비보를 알린다.
영국에 도착하기 전 햄릿은 자신을 암살하라는 숙부왕의 서신을 발견하고, 덴마크로 되돌아온다. 항구 머지않은 공동묘지에서 햄릿은 새 무덤을 파는 인부와 만난다. 인부와 무덤에 들어갈 사람이 누구냐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나누던 중 숙부 왕과 거트루드 일행의 장례행렬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게 된다. 햄릿은 그 무덤이 바로 오필리어의 무덤임을 알고 비통해 한다. 레어티즈가 오필리어의 시체를 안고 통곡하는 것을 보고 햄릿이 다가가자, 레어티즈가 햄릿에게 달려든다.
마지막 장면은 원작대로 햄릭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이다. 독을 바른 칼날, 햄릿에게 독배를 권하는 숙부 왕, 그 독배를 대신 마시는 거트루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에서 독을 바른 칼로 햄릿의 등을 찌르는 레어티즈, 결투를 계속하다가 칼이 서로 바뀌면서 그 독 바른 칼에 찔리는 레어티즈, 독배를 마신 거트루드가 죽어가면서 술잔에 독이 들었음을 알리고, 레어티즈도 모든 흉계가 숙부왕 클로디어스에게서 나왔음을 알리고 숨을 거둔다. 햄릿은 사력을 다해 검으로 숙부 왕을 깊이 찌른다.
대단원에서 포틴브라스의 군대가 입성을 하고, 햄릿, 호레이쇼, 숙부왕 모두 그들의 손에 죽게 된다. 덴마크를 접수한 포틴브라스가 백성들 앞에서, 햄릿의 장례를 덴마크 왕의 장례로 정중하게 치르도록 명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문원준이 클로디어스, 강영하가 거트루드, 정연신이 극중극 왕비와 무덤지기, 이 영이 망령과 극중극 왕, 석정만이 폴로니어스, 국 호가 포틴브라스 군의 대장, 박성헌이 호레이쇼, 최종윤이 햄릿, 홍자영이 오필리어, 손진영이 레어티즈, 류승주가 포틴브라스, 배현아가 로렌, 지연우가 길던스텐, 최윤영이 극중배우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클로디어스 문원준과 거트루드 강영하, 햄릿 최종윤과 오필리어 홍자영, 레어티즈 손진영 등의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조명 정은주, 무대미술 최병훈, 음악 음향 박상철, 조명오퍼 손희범, 음악오퍼 유재원, 진행 이 강, 진행 우희원 등 스텝 진의 열정이 드러나, 유라시아셰익스피어 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남육현 번역 연출의 <햄릿>을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는 걸작공연으로 창출시켰다.
기획 홍보 한강아트컴퍼니, 조연출 양정현, 무대디자인 심채선, 조명디자인 김철희, 작곡 최다울, 의상디자인 강기정, 의상보조 백현철, 분장디자인 장경숙, 분장팀 박수진, 포스터 그래픽디자인 박재현, 프로필 공연사진 박주혜, 연습사진 웹마스터 김보경, 인쇄 3p기획, 조명오퍼 이도경, 음향오퍼 마민희, 자막오퍼 손소현, 무대장치 이정조(대표) 장종오 윤영걸 성 호 김종덕 강건우 구교성, 후원 프랑스대사관 프랑스문화원 학국불어불문학회 (주)대운교통 서울문화재단, 협찬 지식을 만드는 지식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프랑코포니의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Cathy Rapin) 연출의 <이 아이(Cet Enfant)>를 한 편의 표현주의 연극이자 우수한 실험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목수의 드미뜨리 리프스께로프 작, 이상구 역, 박윤희 번안, 이돈용 연출의 <진지한 농담>
동숭동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극단 목수의 드미뜨리 림스께로프 원작, 이상구 번역, 박윤희 번안, 이돈용 연출의 <진지한 농담>을 관람했다.
드미트리 리프스케로프는 1998년〈찬치조예의 40년 Sorok let Chanchzhoye〉이라는 작품으로 1만 2천 루불의 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 작가다. 2007년 거창연극제에서 <추방자를 위한 학교>, 2008년 76소극장에서 <진지한 농담>으로 소개가 되었다.
무대는 중앙에 정사각의 입체 조형물을 높이 쌓아놓거나 여기저기에 배치해, 그 위에 오디오 기계와 스피커, 전화기를 올려놓고, 사람의 두상 토르소를 3개 군데군데 올려놓고, 펜싱 검과 중간크기의 검 쏘드를 중간에 꽂아두었다. 배경 왼쪽 가까이 철제 접는 사다리와 장식장이 보이고, 배경 오른쪽에는 옷걸이와 의류를 잔뜩 걸어두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사각의 조형물 한 개가 의자 구실을 하며 놓이고,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는 전신 인형을 철제걸이에 걸어놓았다. 무대 중앙에는 철제 등받이가 있는 의자 두 개가 있고, 그 앞의 자각의 입체조형물은 탁자구실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철제 등받이 두 개를 객석 가까이에 나란히 놓고 두 출연자가 나란히 앉아 음악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는 경쾌한 율동에서 시작된다.
체육선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탭댄스가 일품이다.
조명전환이 되면, 40대 노총각 체육선생에게 기혼자인 지리 선생이 찾아온다. 둘은 데킬라를 마시며 우정을 다지고, 노총각 체육선생의 결혼문제가 관심사가 된다. 두 사람은 가끔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우정이 깊어지고, 만취하면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다.
체육선생은 파티 장에서 한 여성과 만난다. 여성을 만나는 장면은 무대 왼쪽에 걸어둔 전신인형을 가져다 여자 역으로 대체시킨다. 철제등받이 의자에 앉히고, 팬티와 브라자를 입히거나 걸치도록 하고, 드레스를 입히고, 노란색 털실 가발도 씌운다. 물론 여자인형하고 춤도 추어 보인다. 그리고 이름을 마릴린 먼로라고 호칭한다. 체육선생과 마릴린 먼로와의 사랑이 시작되고, 체육선생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예물반지까지 끼워준다. 두 사람의 혼례가 성직자로 출연한 지리 선생에 의해 치러진다. 신혼부부는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스페인의 명물 투우를 관람하고, 챔피언이 된 투우사가 체육선생의 부인을 보고 아름답다고 관심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잘 알던 여자라고 한다. 이상한 업소에서 만난적이 있다며…물론 체육선생이 항의를 하고, 투우사인 지리 선생의 결투가 벌어지며 극 분위기가 급상승한다. 물론 체육선생의 승리로 귀결되고 체육선생은 부인과 함께 귀가한다. 부인은 아기를 갖게 되고 아기를 순산한다. 아기는 역시 인형으로 대체한다. 체육선생 거처에 지리 선생이 찾아온다. 그리고 체육선생의 부인을 보더니, 자신이 잘 알던 여인이라고 털어놓는다. 과거에 있던 자신과의 관계까지….사실 체육선생의 부인 마릴린은 과거 성매매를 하던 여인이라는 게 드러난다. 체육선생의 충격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게다가 마릴린의 아기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지리 선생에게 체육선생은 결투를 신청한다. 지리 선생도 펜싱의 명수인지라, 두 사람의 결투는 용호상박이나, 쌍룡쟁투에 버금간다. 체육선생은 펜싱 검에 깊이 찔려 쓰러지고 만다.
조명전환이 되면, 바닥에 누워있는 체육선생을 지리 선생이 들어와 흔들어 깨운다. 데킬라를 너무 마셔 몹시 취한 모양이라며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웬 인형들이냐며 인형을 제자리고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가고 싶어 하던 낚시질을 하러 가기로 약속한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에서처럼 철제로 된 등받이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낚시터로 차를 몰고 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체육선생으로 최희정, 지리선생으로 김기주가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무용과 펜싱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조명 용선중, 음악 김동욱, 오브제 박영희, 사진 연동흠, 의상 최윤서, 오퍼 박현민 박현진, 펜싱 플래쉬, 무대감독 서영제, 조연출 송이원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목수의 드미뜨리 림스께로프 원작, 이상구 번역, 박윤희 번안, 이돈용 연출의 <진지한 농담>을 명품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광림 작 연출의 <슬픈 인연>
명동예술극장에서 김윤철 예술감독, 김광림 작·연출의 <슬픈 인연>을 관람했다.
김광림(1952~)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그리고 UCLA연극과 대학원 졸업하고,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극단 연우무대 예술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을 지냈고, 현재 연극원 극작과 교수다.
희곡으로는 <날 보러 와요> <나는 고백한다> <나는 꿈에 장주가 되었다> <집> <저 별이 위험하다> <홍동지는 살어있다> <사랑을 찾아서> <우리나라 우투리> <명성황후> <살인의 추억> 등이 공연되었다.
저서로는 <사랑을 찾아서(희곡집)> <달라진 저승(희곡집)> <어릿광대의 정치학(번역서)>가 있다.
1989년 동아연극상 연출상(수족관), 1993년 백상예술대상 연출상· 작품상· 대상(북어대가리), 1996년 서울연극제 대상(날 보러 와요), 19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날 보러 와요), 1996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상수 쪽에 카페가 카운터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가 있다. 하수 쪽은 객석 가까이에 주인공의 섹스폰 연습실 겸 오디오기기 상점이다. 중앙은 카페 여주인의 거처다. 무대전체에 수십 개의 가로등을 세우고, 이동시키는 독특한 장치이고, 카페 여주인의 거처는 3중의 백색커튼과 사각의 입체조형물로 의자를 대신하고, 첼로를 들여다 배치한다. 배경 가까이 소형 피아노가 있고, 출연자들이 연주를 할 때는 하모니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그리고 악보 받침대를 사용한다. 주인공의 부인이 등장을 할 때는 지팡이나 휠체어로 등장한다.
백윤석은 대학시절 한 여인과 만나고 사귀다가 첫 키스를 하게 되고, 다음 만날 약속을 한 날에, 급작스러운 시국사건에 연루된 부친과의 문제로 바로 그 날짜에 관계기관으로 연행되어 갔기에, 만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향후 여인과 관계가 두절된다.
백윤석은 사법계통의 버젓한 일을 하다가 퇴직을 한 후, 전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오디오상을 하며, 취미로 색소폰 연주를 익힌다. 절친한 친구인 김주삼은 영화감독 지망생이었으나, 현재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짬짬이 하모니카를 분다. 두 친구는 가끔 한 한적한 카페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그 카페는 미모의 여주인이 운영을 하고, 그 여인은 첼리스트다. 그 카페 여주인의 딸과 김주삼의 아들은 연인관계이고,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기도 했지만, 딸은 상대와의 결혼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백윤석과 김주삼이 그 여성 첼리스트 박혜숙의 카페에서 자리를 하게 되고, 혜숙은 윤석에게 낯이 익은 얼굴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윤석의 오디오상점에 혜숙이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음향기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구입하겠노라 한다.
기기를 배달하며 카페에서 다시 만난 윤석에게 혜숙은 30년전의 일을 상기시킨다. 비원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처음 키스를 나누었던 일들을…..
윤석의 기억 속에 혜숙이 되살아나면서,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시국사건과 부친과의 연관, 그리고 취조관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부친을 간첩이라고 강제로 조서에 서명날인을 한 일들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후 부친은 영영 고국을 등지고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게다가 윤석에게는 몸이 불편한 아내가 있다. 파킨슨씨병에 걸렸는지 수족을 떨기 시작하고, 말까지 더듬는 환자로 점점 증세가 심해져 갈 뿐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윤석의 간호가 극진하기 이를 데가 없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시국사건 이후 해외로 떠나간 윤석의 부친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자식을 만나고 싶다고….
친구인 주삼과 카페주인 혜숙의 제의로, 그들은 자신들이 연주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하고, 월요일마다 모여 연주연습을 하기로 약속한다. 주삼의 아들은 피아노, 혜숙의 딸은 바이올린, 윤석은 색소폰, 주삼은 하모니카로.
그러면서 윤석과 혜숙은 어느새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사이로 발전한다. 몸의 밀착회수가 증가하면서 윤석은 당연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의식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윤석의 의식은 혜숙에게까지 자연히 전해진다.
어느 날 윤석의 아내가 혜숙을 목발을 짚은 상태로 방문을 한다. 그리고 혜숙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한다. 자신의 남편을 잘 보살펴 달라고.
혜숙도 양심과 도덕적 심성을 갖고 있는 여인이기에, 윤석의 아내의 진정어린 부탁에 오히려 고뇌에 잠긴다. 그리고는 급작스레 카페를 처분하고 자취를 감춘다.
텅빈 카페를 방문한 윤석과 준삼, 월요회의 음악연주회도 무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준삼의 아들과 혜숙의 딸에 의해 혜숙이 강진 백년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윤석의 부친의 사망소식으로 해서 윤석은 해외로 떠나고, 친구 주삼도 비디오 상점을 정리하니, 혜숙의 산사은거와 함께 그들의 월요음악회가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관객은 아쉬움에 잠긴다.
대단원에서 무대전면 객석 가까이에 연주석이 마련되고, 윤석이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연주석 오른쪽에 데려다 앉힌다. 그러자 연주자들이 한 사람 한사람 모습을 드러낸다. 주삼은 검은 정장에 하모니카를 들고, 박혜숙은 회색 승려 복에 첼로를 가지고, 주삼의 아들은 피아노 의자에 착석하고, 혜숙의 딸은 임신을 해서 불룩한 배를 보이며 바이올린을 들고, 윤석은 색소폰을 들고, 각자 연주석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귀에 익은 고 김광석의 노래를 연주한다. 앙코르 곡으로 다른 대중가수의 가요 곡을 연주하며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강신일이 백윤석, 최용민이 김주삼, 남기애가 박혜숙, 이정은이 백윤석의 아내, 류태호가 취조관, 조윤미가 박혜숙의 딸, 이종민이 김주삼의 아들, 강기둥이 학창시절의 백윤석, 방은진이 박혜숙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연주는 관객의 호응도를 100% 끌어올리며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 작·편곡 한재권, 무대 박상봉, 조명 구근회, 의상 김지연, 음향 최웅집, 분장 이동민, 소품 김소하, 조연출 박혜림·김한나, 무대감독 구민철, 기술감독 신용수, 제작총괄 박현숙, 예술감독 김윤철 등 제작진과 스텝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로 뭉쳐, (재) 국립극단의 김광림 작·연출의 <슬픈 인연>을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 창작공동체 아르케와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김승철 연출 <소뿔 자르고 주인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창작공동체 아르케·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 작, 김승철 연출의 <소뿔 자르고 주인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을 관람했다.
최치언은 1970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하고,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했다. 2009 대한민국연극대상 희곡상, 2011 제19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 2012년 전주영상위원회 시나리오 우수상을 수상, 2014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한 작가다.
공연작품으로는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미친극> <언니들>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외 다수다.
<소뿔 자르고 주인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전국의 축사에서 수십 마리의 소뿔을 자르고 도망간 인물을 잡으려는 경찰의 추적과 용의자를 색출하려는 과정을 한 극단에서 작품으로 만들어 공연하기까지의 연습장이 무대가 된다.
무대는 중앙에 사각의 격투기 링을 설치했고, 그 앞 객석 가까이에 가로놓인 긴 탁자와 여러 개의 의자는 경찰서 취조실 구실을 한다. 원래 극장무대벽면에 설치된 1,2,3층 스텝 진을 위한 통로를 출연자들이 사용을 하고, 객석 중앙에 작가 겸 연출가의 좌석을 마련했고, 객석으로 내려오는 좌우 중간통로도 등퇴장 로 구실을 한다. 정면 벽 1층 스텝 통로에 연주석을 마련해, 건반악기와 기타, 베이스 기타, 그리고 드럼을 연주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소형태의 탈이나, 소머리 조형물이 등장하고, 전설의 무협영웅은 백발과 광대탈을 쓰고, 백색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소떼들의 합창은 인상적인 장면이다.
연극은 도입에 객석 중앙에 놓인 소형탁자 바로 뒤에 앉은 작가 겸 연출가가 마이크로 연습시작을 알리는 음성에서 출발한다. 개석 가까이 가로놓인 긴 탁자에는 해머, 톱 쇠스랑 등이 올려져있고, 탁자 양쪽으로 앉은 경찰과 용의자들의 소뿔 절단사건의 진범을 가리려는 취조장면이 진행된다. 소탈하고 평범한 경찰관등 중에는 잘 다져진 체격을 자랑하는 매력남 경관이 있는가 하면, 요염하기 더 이를 데가 없고, 관능미까지 넘치는 여자경찰관이 있어 남성관객의 눈길이 집중된다. 잠시 후 무예가 출중하고 고단자인 황백호 경위가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노래를 부르며 객석 꼭대기에서 왼쪽 중간 통로로 내려와 등장한다. 그의 등장으로 용의자 취조장면이 변한다. 그는 용의자를 사각의 링 위에 올라오게 한 다음, 폭력이나 고문을 가하지 않고, 말로만 취조를 한다는데, 용의자는 황백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 마다, 마치 몽둥이로 격렬하게 얻어맞는 동작을 취하며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지며 비명을 지른다. 취조를 하는 황백호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고, 그의 강렬한 성격과 남성다움에 반한 아가씨가 생길 정도다. 수사반장이 등장을 해 가세를 하지만, 소뿔 자른 범인은 소문만 무성할 뿐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배우들의 연습장에 진짜 수사관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미남에다가 단아하고 건강해 뵈는 체격으로 그의 행동거지나 일거수일투족에서, 새 수사관이라는 인물 역시 무예 고단자인 듯 보인다. 새 수사관이 용의자를 다루는 모습도 예사롭지가 않다. 취조과정과 연습과정이 지속되면서, 배우들 각자의 성격이나 특성이 노출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맨 손으로 소뿔을 자를 수 있는 초고단수의 무예를 소지한 황백호 경위가 범인 혐의를 받게 된다. 그러자 처음에 진짜 수사관이라고 등장한 미남 역시 배우임이 밝혀지고, 이번에는 진정한 수사관이 등장한다. 그리고 황백호를 범인으로 지목을 하니, 황백호는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송아지” 노래를 다시 부르며 등장해 범인으로 최종 지목된 자신의 스승을 찾기로 한다. 경찰은 방송과 언론 매체를 총동원해, 전설의 무예고수 진 아무개라고 하는 인물을 영웅으로 떠받들어 찾도록 만든다. 과연 그러한 방송과 언론이 퍼져나가자 자신이 바로 그 전설적 영웅이라며 남녀 여러 명의 자칭 무예고수가 등장한다. 황백호는 그들 하나하나를 무예로 상대한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이라고 여겨지는 백발의 광대탈을 쓴 무예고단자와 사투를 벌인다. 결국 황백호가 승리하지만 백발은 비명소리와 함께 행방을 감춘다. 수사관이 등장해 결국 소뿔 자르고 도망간 범인을 영영 찾을 수 없음을 고백하면서 사건은 연원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된다.
대단원에서 연습을 끝낸 작가 겸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 배우들이 모두 등장해 한 판 춤을 벌이다가 객석 중간통로로 해서 퇴장을 하면 연극은 끝이 난다.
신현종, 김수현, 김성일, 이형주, 민병욱, 박완규, 한보람, 김관장, 이준혁, 박시내, 유지혁, 김민태, 한일규, 김민재, 이해미, 김동훈, 임지성, 유혜원, 황세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2시간 10분의 공연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흥미와 폭소로 관객을 이끌어 간다.
공양제, 유태영, 임강토, 이륜화 등의 연주도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무대 박찬호, 조명 김성구, 의상 최윤희, 음악 공양제, 분장·소품 목진희, 무술 한일규, 기뇍 원인진, 조연출 정다정, 무대전환 황환준, 조명오퍼 윤의선, 음향오퍼 정다정, 조명무빙 장재원, 조명어시스트 지소연, 분장어시스트 박유진·이지형, 의상어시스트 비은창, 조명크루 최인수·곽태준·정하영, 사진 그래픽 김 솔, 지원 버티컬 퍼포먼스그룹 창작중심 단디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잘 드러나, 창작공동체 아르케·창작집단 상상두목의 드라마터그 배선애, 최치언 작, 김승철 연출의 <소뿔 자르고 주인 오기 전에 도망가 선생>을 흥미만점의 미스터리 코믹 스릴러 연극로 만들어 냈다.
9, 국립창극단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 정의신 극본 연출의 <코카서스의 백묵원(白墨圓)>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 정의신 극본 연출의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白墨圓)>을 관람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1898년 바이에른주 아우크스부르크 출생. 뮌헨대학 의학부 재학 중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위생병으로 소집되어 육군병원에서 근무하였다. 반전적이며 비사회적 경향을 보이면서, 제대군인의 혁명 체험의 좌절을 묘사한 <밤의 북소리 Trommeln in der Nach>》(1922)로 클라이스트상(賞)을 수상하였다. 희곡 <바알 신 Baal>(1919)과 <도시의 정글>(1923) 등이나, 풍부한 환상과 냉정한 객관성, 그리고 시민사회에 대한 도발을 곁들인 서정시 <가정용 설교집 Die Hauspostille>(1926)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서적이며 환상적인 연극과 오페라의 부정을 목적으로 한 스캔들에 찬 오페라 <마하고니시(市)의 흥망>(1929)과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groschenoper>(1928)를 시도하는 한편, 서사적 연극의 발상을 발전시켜, 사회 기구를 비판하는 희곡에 많이 반영시켰다.
1920년대 후반부터 마르크스주의에 접근하여, 교화(敎化)를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교육극과 고리키의 작품을 각색한 <어머니 Die Mutter>(1930)와 <도살장의 성(聖) 요한나 Die heilige Johonna der Schlachth>(1932)를 썼다. 1933년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그는 덴마크로 망명하여, 반(反)파시즘 활동을 계속하면서 <제3제국의 공포와 빈곤 Furcht und Elend des Dritten Reiches>(1938)과 <카라르 부인의 소총 Die Gewehre der Frau Carrar>(1939) 등의 희곡을 집필하였고 동시에 많은 정치시(政治詩)를 썼다. 이 시기의 작품에는 종전의 사실주의 수법으로의 접근이 다소 보이며, 다음 완성기의 여러 작품으로 계승되어 갔다. 1940년에는 핀란드로 옮겼고, 1년 뒤 다시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정착하였는데, 대표작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1939) <푼틸라씨와 그의 하인 마티 Herr Puntila und sein Knecht Matti>(1941)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애 Das Leben des Galileo Galilei>(1943), 그리고 <코카서스 백묵원 Der Kaukasische Kreidekreis>(1945) 등은 극장과의 관계가 모두 단절되었던 망명 중에 완성하였다. 또한 <루쿨루스의 심문 Das Verhr des Lukullus>(1941)<시몬 마샤르의 환각 Die Gesichte der Simone Machard>(1943),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슈베이크 Schweyk in zweiten Weltkrieg>(1943) 등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비미(非美)활동위원회의 ‘빨갱이잡기’가 시작된 1948년, 그는 일단 스위스로 갔다가 그 곳에서 <안티고네 Antigone>(1948)와 <파리 코뮌의 나날 Die Tage der Commune>(1948)을 썼으며, 당시까지의 그의 연극론을 <소사고 원리(小思考原理)>라는 책으로 간추렸는데, 이때 동독으로부터의 초청을 받고 동베를린으로 옮겼다. 1949년에는 아내인 여배우 헬레네 바이겔을 중심으로 극단 ‘베를리너 앙상블’을 결성하여, 그의 망명 중의 여러 작품과 고전을 개작한 <가정교사><북과 나팔> 등을 연출하면서 실천 활동에 정력을 쏟았다. 만년에는 더욱 자기의 연극 체계를 발전시켜 ‘변증법의 연극’을 창도(唱導)하면서 연극인을 양성하던 중 1956년에 사망했다.
<코카서스의 백묵원(Der Kaukasische Kreidekreis)>은 원나라의 “석필이야기”를 1944년 브레히트가 번안한 작품이다. 기독경전 솔로몬 왕 편에도 흡사한 내용이 있다. 1948년 미국에서 첫 공연이 이루어졌고, 1954년에 베를린에서 브레히트 자신이 연출해 공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이상우, 채윤일, 유중렬 채승훈, 정진수 등 연출가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각기 특성을 발휘해 연출했고, 1999년 학전소극장에서 이재진 교수의 번역, 김석만 연출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성공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시대적 배경이 된 그루지아는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위치한 흑해주변 국이다. 10여개의 소수민족이 끊임없이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분쟁이 이어졌고, 한 때 소비에트 연방국이 되기도 했다가 러시아로 바뀐 후 독립하여 조지아라는 나라로 되었으나, 그 분쟁은 21세기까지 이어져 내전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분쟁 중 영주가 사망하자 영주부인은 황망히 피란을 하면서 유아를 버리고 떠난다. 그 집 하녀가 그 아이를 발견해 자신이 데려다 키운다. 하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청년이 있지만, 청년은 전쟁터로 끌려간다. 하녀가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을 기르는 것을 본 오라비가 누이를, 병들어 남자구실도 못하고 누워 지내는 부농청년에게 시집을 보낸다. 10년 만에 내전이 종결되고 영주부인이 돌아온다. 그런데 사망한 영주의 재산상속을 하려니, 상속권이 버리고 간 아이에게 있는 것을 알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 하녀가 데려다 기른 것을 알게 된다. 영주부인이 아이를 강제로 빼앗아 오면서 소송이 벌어진다. 판사는 이 지역 서기노릇을 한 인물로, 이권 차리기는 물론 뇌물 받기를 좋아하는 부패공무원의 표상이다. 거기에 전쟁터로 간 하녀와 결혼 약속을 한 청년이 돌아오고, 전쟁이 끝난 것을 안 하녀의 불구남편이 언제 아팠느냐는 듯 멀쩡한 몸으로 벌떡 일어난다. 농부는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불치병환자행세를 한 것이라는 게 드러난다.
드디어 재판이 열리고, 판사는 법정에 커다란 백묵원을 그려놓고, 그 안에 아이를 세우고, 그 양쪽에 친모와 양모를 세워 각기 어린아이의 팔을 끌어당겨 이기는 쪽에게 친권을 부여하겠노라는 이야기를 한다. 끌어당기기에서 양모인 하녀가 아이의 비명소리에 참지 못하고 그만 아이의 손을 놔 줌으로써 친모에게 아이를 빼앗기지만, 판사와 참관인 모두가 양모인 하녀의 모성애를 긍정적으로 평하고, 아이의 친권을 양모에게 부여하는 감동적인 귀결로 연극은 끝이 난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각 극단에서 변형된 제목이나 축소시켜 공연을 해 왔는데, 창극으로는 이번이 초연이다. 창극은 원작내용 중 1인의 오라비는 2인으로 바꾸고, 하녀를 추적하는 병사의 수를 늘리고, 1인의 변호인을 3인으로 늘리고, 판사를 여인으로 바꾸고, 남녀등장인물을 성별을 바꿔 출연시키고, 극 줄거리를 생략한 부분도 있지만, 극 진전과 전개는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을 뛰어넘는 부분도 눈에 띈다.
무대는 국립극장 대극장의 무대 3면에 객석을 마련해, 지난번 마당놀이 심청에서처럼 둘러앉아 관극을 하도록 좌석배치를 했다.
배경 정면에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이층 오른쪽에 연주석을 마련해, 관현악기와 타악기 건반악기를 연주하고,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헛간이 나타난다. 그 앞으로 높은 사각의 무대를 마련해 재판정의 판사석이나 증인석이 되기도 하고, 객석 가까이에도 지하에서 단이 솟아오르거나 내려가 장면변화에 사용된다. 천정에서 좁은 나무발판으로 연결된 줄다리가 내려와 천길 계곡을 건널 때 사용되고, 1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천정에서 줄다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은 관객의 탄성과 더불어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1, 2부 모두 출연자들의 합창과 율동, 그리고 의상변화와 가발착용이 인상적이고, 법정장면에서 서민들이 무대바닥에 그리는 백묵원 역시 명장면이고, 대단원에서 상의를 벗은 백색내복차림의 출연자 전원의 합창과 윤무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유수정, 서정금, 조유아, 최용석, 허중열, 김미진, 남태웅, 이소연, 김유경, 최호성, 김준수, 이광원, 이광복 그 외 국립창극단원의 호연과 열창은 국립창극단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키에 충분하다.
예술감독 김성녀, 작창 작곡 김성국, 안무 이경은, 무술지도 쿠리하라 나오키, 무대디자인 이터섭,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강민숙, 분장디자인 김종한, 무대협력디자인 박은혜, 조연출 강현주, 연출통역 오유리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국립창극단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 정의신 극본 연출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걸작창극으로 창출시켰다.
10, 극단 동의 체르니셰프스키 원작, 강량원 각색 연출의 <쉬도 젤라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동의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원작, 강량원 각색 연출의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를 관람했다.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러시아어이다.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의 저자,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 1828~1889)는 문학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그의 사상은 볼세비키 주의자들에게 안성맞춤의 문학관이 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1863년 작가가 쓴 유토피아 소설로,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려면 서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해, 동시대의 세속사회를 배경으로 구체적인 역할모델(Role Model)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1860 ~ 1870년대 제정 러시아에서 인민주의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볼세비키 혁명을 승리로 이끈 레닌에게까지 큰 영감을 주었다.
당시 러시아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 이 작품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혁명가이자 문학평론가 게오르기 플레하노프(Гео́ргий Валенти́нович Плеха́нов; 1856 ~ 1918)는 “인쇄기 발명 이래 러시아에서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둔 책은 없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농노제에 반대해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사상가답게 체르니셉스키는 성선설을 지지하여 어떤 인간이든 충분히 좋은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다른 이를 괴롭히지 않으며 타락하지도 않으리라고 주장하였다.
소설의 골격은 단순명쾌하다. 딸자식을 부자귀족에게 시집보내 팔자 한번 고치려는 이기적인 부모의 강압에서 벗어나려, 의대생과 위장 결혼한 여주인공 베라 파블로브나 로잘스카야(애칭 베로치카)는, 노동자들이 자아실현은 물론이거니와 주주처럼 이익배당까지 받는 이상적인 방직공장을 차린다.
여기서 여주인공은 방직공작을 차려 성공함으로서 의사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여성상의 모범이 된다.
모든 사회계급의 평등과 남녀평등 그리고 자유연애는 이러한 전제에 뒤따르는 필연적인 결실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엇을 할 것인가?’는 만인을 위한 유토피아 소설인 동시에 여성해방을 위한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장편소설은 러시아의 문학사뿐 아니라 정치문화사와, 사상사, 철학사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겼으, 당대 젊은 독자들과 후대 혁명가들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모델삼아 행동과 사고방식을 모방하고 애쓰게 만들었다. 예컨대 의대생 로푸호프가 위장결혼으로 베로치카를 억압적인 가정에서 구해냈듯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성들의 해방을 위한 가짜결혼이 유행했고, 그렇게 집을 나온 여성들은 베로치카의 본을 받아 대개 방직공장을 열거나 그곳에서 일했다. 공장운영도 소설에서 상세히 설명된 방식을 본 땄으며, 베로치카의 방직공장처럼 매춘 여성일지라도 취업의사만 있으면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대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입구 왼쪽의 오퍼 석과 정면 벽 쪽 건반악기 연주석을 제외하고는 무대 전체 가장자리에 객석을 마련하고, 그 객석 중간 중간에 남녀 출연자들이 끼어 앉아 연기를 펼친다. 베로치카와 어머니의 의견대립이 바로 관객과 인접한 거리에서 펼쳐지고, 베로치카와 남편, 그리고 새 남편감인 연인과의 대화도 인근거리에서 행해져, 그 느낌이 바로 귓가에서 속삭임처럼 들리거나, 어떤 때는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 벽력같은 외침과 함께 피부로 전달된다.
물론 출연자들이 동선을 옮겨 무대 중앙으로 나오고, 춤을 추면서 무대전체를 회전하기도 하지만, 거의 객석 중간 자리에서 연기를 한다.
베로치카가 블루 스타킹을 착용하면 여성출연자 모두가 블루 스타킹을 착용하고, 출연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꿔 입는 등, 거의 밀착된 공간에서 연기를 하고,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와 토론도 행해지는 독특한 공연이다.
김문희, 이정임, 유은숙, 신소영, 김정아, 이은미, 김석주, 이재호, 장재화, 윤민웅, 김문정, 김광표, 이래경, 임주현 등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인접한 거리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공감대 형성도 빠르다.
드라마투르크 김기란, 안무 금배섭, 음악 장영규, 무대 박상봉, 조명 최보윤, 영상 윤민철, 의상 강기정, 분장 장경숙, 무대감독 박효진, 조연출 김은정, 진행 조은데 김용희, 디자인 권경은 김정수 김선우, 홍보영상 김성주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드라나, 극단 동의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원작, 강량원 각색 연출의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를 한편의 실험극이자, 새로운 형태의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월 3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