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4월 공연총평
새봄과 함께 서울연극제가 개최되고 국공립극단을 비롯한 각 극단의 활발한 공연과 함께 세계명작공연이 이어졌다. 4월 공연작 중 우수작품을 평하고, 2015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아시아연출가전과 2015 제2회 한일 신진우수연출가 작품교류전은 별도로 평한다. 2015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과 기획 초청작 총평은 5월에 게제하기로 한다.
1,서울시극단의 김혜련 예술총감독, 이강백 작, 김광보 연출의 <여우인간>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김혜련 예술총감독, 이강백 작, 김광보 연출의 <여우인간>을 관람했다.
이강백은(1947~)전북 전주 출생으로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 후「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고, 1982년 동아연극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1989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하였으며, 『이강백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4권까지 간행되었다.
여우와 늑대는 둘 다 개과 동물이긴 하지만 늑대와 대비되어 여성적으로 많이 표현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여우가 오래 살면 요술을 부리고 사람을 홀린다 하여 경계했으며, 구미호, 요호, 매구, 여우누이 등 요괴로 자주 등장한다. 같은 과에 속하는데도 개는 귀신을 쫓는 동물 취급을 받는데, 여우는 요물 취급을 하고, 더구나 사람들은 여우를 보는 족족 잡아 죽여서 조끼, 코트, 목도리 등을 만들어 입으면서도 여우를 사악한 요괴취급을 하니, 인간의 본성이 본래 이런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국어의 숙어에서 “여우”를 많이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경우는,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다. 그리고 속담중에서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같이 살아도, 곰같은 마누라와 같이 못 산다.”라는 속담도 있다.
구미호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산해 경>이다. 이 책에는 ‘청구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산다.’ 는 기록이 나오나, 사람을 해친다는 기록은 없다. 반면에 같은 책에 다른 곳에 기술된 구미호에 대한 기록에서는 사람을 해친다는 기록이 나온다. <산해 경> 자체가 후대에 여러 차례 가감 변조되었기에 그리 표현이 되었으리라. 청구라는 나라는 청구영언에 있듯 한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구가 처음부터 한국을 뜻하는 표현은 아니었으며, 원래는 동쪽의 신선세계, 동쪽의 나라, 혹은 중국 고대 점성술에서 동쪽에 뜨는 별의 이름이었다가 삼국시대 때부터 한국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것이다. 동이의 개념과 같이 지칭하는 언어가 변한 경우다.
우리설화에서는 여우가 천 년 묵어 변하는 요괴를 순우리말로 매구라고 부른다. 또 삼국유사에는 아래의 여우에 대한 전설 몇 가지가 나오나, 이 중 어느 것도 구미호를 지칭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신라 시대 밀본 법사에 대한 기록을 보면, 왕궁에 숨어 선덕여왕을 오랫동안 아프게 하여 법척이라는 승려를 데려다가 치료하게 하였으나 효과가 없자 밀본법사에게 부탁하는데, 밀본법사가 <약사경>을 읽자 그의 지팡이가 날아가 여우와 법척을 찔러 뜰아래 내던졌다는 전설이 나온다. 같은 책의 원광법사 전설에도 검은 여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여우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나이가 3천 살이 넘은 삼기 산의 산신(토속 신)이 원광의 이웃에 있으면서 주술을 닦고, 여우를 여우귀신이라 부르며 무시하니, 그 주술 승을 산사태로 죽게 하고, 원광을 중국에 가서 유학하도록 도와준다. 학계에서는 여기서 원광을 현교 세력으로, 산신을 여우 귀신이라 부르고, 무시하다 죽임을 당한 주술 승을 밀교 세력으로 본다. 여하튼 이 책에서 여우는 선한 존재로 나오나, 수명이 있는 유한한 존재다. 유학에서 돌아온 원광에게 부탁해, 정해진 날 원광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죽이도록 청한다. 거타지 설화에서도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승려의 탈을 쓰고 용의 간을 빼먹는 사악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거타지의 화살 한 방에 죽는다.
연극 <여우인간>에서는 구미호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기야 곰이나, 늑대, 능구렁이나, 독사 같은 인물이 정치판에 뛰어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연극의 내용은 원래 인간의 모습이만, 동물들 중 가장 아름다운 꼬리를 단 여우인간들이 덫에 꼬리가 잘리거나, 가족에 의해 꼬리가 절단된 후, 함께 상경해 인간과 어울린다는 설정이다. 시청 앞 시위대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기관원이 되고, 날치기꾼이 되고, 개혁연대의 비서, 화장실 청소부로서 일을 하면서, 인간들이 국가적 난국에 처할 때면, 귀신에 씌거나 홀린 것처럼, 여우에 홀린 것으로 묘사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게다가 사냥꾼이 자신들을 추적하고, 엉덩이를 벗겨 꼬리 잘린 부분을 확인해, 자신을 체포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듣게 된다. 그러면서 여우인간들은 1개월에 한 번씩 남산타워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 애쓴다. 상경한 여우인간들 각자의 생존 모습이 극 속에 그려지고, 여우사냥꾼의 악착같은 뒤쫓기가 이어지면서, 현재 정치현황과 국가적 난국이 하나하나 배경 막에 영상으로 투사되거나, 난국은 역사가 되풀이 되듯 늘 되풀이 된다는 대사로 소개된다. 물론 젊은 여우와 인간의 사랑이 절묘하게 펼쳐지고,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견디고 버텨야하는 상황과 여우사냥꾼의 악착같은 추적이 극에 그려진다. 그러나 그 사냥꾼이 신의 벌을 받았는지, 추적 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대단원에서 젊은 여자 여우인간의 귀향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작가는 뫼비우스 띠를 인용해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우파 뒤에 좌파가 집권하고 좌파 뒤에 우파가 집권한다]는 시대적 정치적 흐름이라든가,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명제를 이 극에서 부각시키려 애쓴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분위기와 시대적 배경, 그리고 인물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킨다. 출연자들이 무대 좌우 벽면에 의자에 앉아 등장 순을 기다리는가 하면, 문짝 틀 형태의 조형물과 의자를 들고 나와 장면변화에 대응한다. 연로화가가 이젤과 그림책을 들고 나와 펼쳐놓고 해설을 하기도 하고, 방송출연 장면처럼 정치평론가를 등장시켜 시국설명을 하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백색계통의 의상을 착용하고, 도입과 대단원에서 술래잡기놀이 표현으로 여우관련 동요를 부르고, 공연중간에 삽입된 청정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성격창출에서나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이창직, 강신구, 김신기, 주성환, 한동규, 이철희, 박세기, 박진호, 김유민, 유연수, 문경희, 김정환, 문호진, 유영욱, 하인환, 조용진, 김근영, 허재용, 신해은, 장석환, 한정훈, 이지연, 유미선, 정예림, 김동석, 정상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서울시극단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트루크 양윤석, 제작감독 송기정, 무대미술 황수연, 무대감독 장연희, 조명디자인 이동진, 조명 프로그래머 한상용, 조명 어시스트 조은희, 조명테크 원기택 권민균 김문숙 김효중 박경곤 이주혁, 음향디자인 채소영, 음향크루 김영수 계명준, 영상 강영만, 영상오퍼 임채정, 의상 이명아, 의상스텝 유영우 차세련 김진아 임유나, 분장디자인 김선미, 분장 통미분장연구소, 분장스텝 송지환 김민지 백보경 박상아 김다인, 음악 장한솔, 움직임 고재경, 조연출 한상웅, 제작진행 최나라 박성연, 기획 홍보 오정화 김수진, 홍보지원 김혜미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나타나, 서울시극단의 김혜련 예술총감독, 이강백 작, 김광보 연출의 <여우인간>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게릴라극장 해외 극 페스티벌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역,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
게릴라극장에서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역,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를 관람했다.
연출을 한 김소희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출신으로 출중한 기량의 여배우다. 현재 연희단거리패 대표이자 경기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다.
연극 <혜경궁 홍씨> <어머니> <고곤의 선물> <리어을 연기하는 배우 미테티> <갈매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하녀들> <맥베스> <약산 아리랑> <미친 동물의 역사> <오구> <햄릿> <오이디푸스> <원전유서> <달아달아 밝은 달아> <피의 결혼> <하녀들> <느낌, 극락 같은> <일식> <아름다운 남자> <울고 있는 저 여자> <리어왕>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이아고 오셀로> <경성스타> 외 다수 작에 출연하고,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이순신>을 비롯, 영 화 <굿바이보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오구>에 출연해 명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상경력은 서울국제연극제 신인연기상, 동아 연극상 신인연기상, 대한민국 연극상 여자연기상, 동아 연극상 여자연기상, 제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연극예술인상, 김동훈 연극상,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에는 세자 폭 여섯 자 길이의 탁자 두 개와 여러 가지 형태의 의자 10여개를 사용해 장면변화마다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소형 무대와 객석이 되고, 탁자를 가로로 늘어놓거나, 세로로 늘어놓아 식탁이나 카드놀이 장소로도 사용한다. 또 탁자 한 개를 세워, 백묵으로 글씨를 써, 칠판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무대 왼쪽에 책상과 의자가 있어 청년작가의 집필 장소로 사용되고, 그 앞 객석 가까이에 푸트 라이트가 있어 차단막으로 가리고, 거기에 마이크를 대에 고정시켰다가 꺼내 사용한다. 배경 쪽 좌우 통로를 등퇴장 로로 사용하고, 객석 출입구도 등퇴장 로가 된다. 배경 막 뒤에 피아노가 있는 것으로 설정하고, 연주음이 들려나오기도 한다. 갈매기 시체나 박제갈매기는 박스 안에 담겨진 것으로 연출된다.
연극은 원작대로 펼쳐진다. 트레블레프는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공연하기에 앞서 니나에게 키스를 퍼붓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르까디나는 아들의 공연을 가볍게 여기고 처신한다, 이 때문에 화가 난 트레블레프는 공연을 중단하고, 막을 뜯어내려 팽개치고,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니나는 명성있는 작가 트리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트리고린이 인사로 좋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니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관리인의 딸 마샤는 닥터 도른에게 자신이 트레블레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까디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아르까디나의부친 쏘린과 닥터 도른은 언제나처럼 논쟁을 벌인다. 아르까디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주택관리인 샤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트레블레프를 반기지만, 작가 트리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한 트레블레프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난다. 트리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은연중에 마음이 밀착되는 정황을 보인다. 샤므라예프의 부인 안드레예브나는 닥터 도른에게 좋아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간다. 닥터 도른은 자신은 55세라며 늙은 나이임을 애써 강조를 하지만, 안드레예브나에게는 도른의 소리가 더욱 다정하게만 들릴 뿐이다.
이런 경황 중에 트레블레프는 자신이 사랑하는 니나가 작가 트리고린에게 보이는 열정을 감지하고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에 따른 증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기도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술에 취해 작가 트리고린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사랑을 하지는 않지만 메드베첸코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까디나는 아들 머리의 붕대를 갈아주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공연관계나 작가 트리고린 때문에 틀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출발한 다. 그러다가 갑자기 트리고린은 잠시 되돌아 와 니나와 대면한다. 장차 배우가 되려는 니나가 트리고린에게 보이는 기대와 열정은 태양보다 뜨거워 극장이 불타버릴 지경이다. 잠시 되돌아 온 아르까디나도 이 광경을 목도한다. 트리고린은 니나와 재회하기로 약속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고 떠나간다.
2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된다. 그 사이 트레블레프는 소설가가 된다. 원작에는 니나가 트리고린의 사생아를 낳고, 아이가 죽는 것으로 설정이 되지만, 이번 연극에서는 생략된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 온 상태다. 관리인의 딸 마샤와 메드베첸코는 결혼했지만 두 사람사이에 사랑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닥터 도른의 종용으로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아르까디나의 부친 쏘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노년의 쏘린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한 겨울이라 밖에는 모진 한파에 눈보라까지 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 집필을 하던 트레블레프는 노크소리와 함께 등장한 초라한 모습의 니나와 상면한다. 하지만 트레블레프는 니나를 반기고 사랑하고 있다는 심정을 몸과 마음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니나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라, 자신은 여전히 트리고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트레블레프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니나는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트레블레프를 떠나간다. 니나가 떠나자마자 트레블레프는 내실 쪽으로 들어간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 그리고 카드놀이 참가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해 판을 벌일 때 총성이 울린다. 닥터 도른이 약품이 폭발한 듯싶다며 내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도른이 나와 역시 약병 폭발소리였다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트리고린을 손짓해 부른다. 닥터 도른은 트레블레프가 자살한 것을 트리고린에게만 알린다.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윤정섭이 트레불레프, 황혜림이 아르까디나, 이원희가 트리고린, 조승희가 메드베첸코, 도창선이 쏘린, 노심동이 샤므라예프, 이동준이 도른, 이민아가 안드레예브나, 황유진이 마샤, 조우현이 니나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며 저마다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예술감독 이윤택,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디자인 조인곤, 안무 김윤규, 의상 김미숙, 소품 이혜민, 사진 이승헌, 기획진행 김아영, 홍보디자인 황유진, 조명오퍼 유범열, 음향오퍼 현슬기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극연구소의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역,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우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실험극장의 존 페트릭 쉔리 작, 이윤정 역, 최용훈 연출의 <다우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실험극장의 존 페트릭 쉔리 작, 이윤정 역, 최용훈 연출의 <다우트>를 관람했다.
존 페트릭 쉔리(John Patrick Shanley 1950~), 미국 뉴욕 주 브롱크스(Bronx)에서 출생, 아일랜드 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뉴욕 대학교 (New York University)출신으로 연극 <다우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극작가, 오스카 우승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연극연출가 겸 영화감독이다. 그의 어머니는 전화 교환원으로 일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고기를 포장하는 일을 맡아했다. 작가는 소년시절 세인트헬레나의 유치원에서 쫓겨난 일과 천주교 부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사건, 그리고 뉴욕대학에서 학사경고를 받았던 것을, 반발이나 저항이 아닌 긍정적인 심정으로 받아들여, 열심히 공부해 뉴욕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의 연극 <지옥에서 야만인 (Savage in Limbo)1984> <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the Moon) 1982> <대니와 깊고 푸른 바다 (Danny and the Deep Blue Sea)1985>, 맨해튼의 여성 (Women of Manhattan(1986)>그리고 <꿈을 꾸는 그의 베개 (the dreamer examines his pillow)1986> <의심(doubt)2004> 그 외 다수 극작과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아카데미 각본상, 아카데미 각색상, 미국 작가 조합 상 등을 수상했다.
<다우트>는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완벽하게 계율을 지켜, 흔들리지 않는 종교적 근본을 유지하려는 한 원장수녀와 활달하고 자유 분망한 심성의 신부가 보이는 심적 영적대결이다. 이건 바로 현대 기독인의 모습 뿐 아니라, 불교를 포함한 종교인의 심령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극에서처럼 젊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신부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이자이자 나이 어린 신학생에게 한 잔의 술, 한 모금의 담배가 어떠랴 하는 일반학교의 선생 같은 마음씨가, 원장수녀에게는 마치 한 방울의 물구멍으로 해서 전체 둑이 붕궤되는 일이 발생하듯, 한 번의 마약투약이 평생 중독자의 길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절대 절명의 의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젊고 잘 생긴 신부가, 학생들의 웬만한 잘못이나 언짢은 행동을 눈감아주고, 이해와 아량으로 대하는 처신은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형, 그리고 젊은 수녀들에게까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 극에서의 원장수녀는 조선왕조 후기, 대왕대비가 어린 왕이 정사를 맡아 할 때, 한 치의 잘못이라도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노 국모로서의 심정과 의지에 비견된다. 지도자의 작은 실수 하나가 국가존망의 위기로 이어져서는 아니 된다는 철두철미한 사명감과 우국충정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존중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해서, 망국의 슬픔을 맡보고 겪어야 했던 조선왕조는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100년 전에 발생한 우리의 모습이다. 이 연극에서 젊은 신부와 수녀, 그리고 학생들과 학부형으로 이어지는, 젊은 신부나 학생의 잘못을 감싸려는 마음이, 물론 아름답고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원장수녀의 노파심보다도 강한 미래에 대한 진정한 우려와 의혹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핵폭탄 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무대는 원장수녀의 방과 마리아상이 있는 정원, 그리고 교회의 성단이 사실적으로 제작된 무대장치로 해서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도입과 후반에 나오는 성가도 배경음악으로 어울리고, 의상 또한 낯익은 신부복과 수녀 복이라서 극 전개에 따르는 관객의 공감대가 일찍부터 형성된다.
차유경이 원장수녀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우리 연극계에 이런 탁월한 기량의 여배우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든든함을 느끼게 된다. 서태화가 젊은 신부 역으로 출연해 성직자보다 더 성직자다운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문수아가 젊은 수녀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김미란이 학부형으로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나 연기로 놀라운 기량을 드러낸다. 출연자 모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진정한 찬탄과 갈채를 이끌어 내고, 연극을 성공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박정수가 원장 수녀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기획·제작 이한승, 미술 박동우, 의상 조문수, 음악 이형주, 조명 구윤영, 분장 김선희, 사진 이강물, 공연진행 지성훈·손성현, 조연출 김정민, 기획·홍보 코르코르디움 대표 이정은 팀의 황진원·최자연·김혜연, 그래픽 다홍디자인, 분장팀 김지연, 코르코르디움 인턴 조보경 등 스텝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높이 드러나, 극단 실험극장의 존 페트릭 쉔리 작, 이윤정 역, 최용훈 연출의 <다우트>를 고수준 고품격의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4, 극단 작은 신화의 우리 연극 만들기 송희연 작, 이 곤 연출의 <해주 미용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작은 신화의 우리 연극 만들기 11, 송희연 작, 이 곤 연출의 <해주 미용실>을 관람했다.
송희연은 배우이자 연출가이고 희곡작가다. 영화나 방송, 연극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발휘하고, 연출과 극작에서도 비범한 기량을 활화산처럼 분출한다.
이 곤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전문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 연극 연출과정을 수료했다.
- 덴마크 유제니오 바르바 오딘 씨어터 인턴쉽,
- Walkaboout Yeolha(Columbia University, New York),
- Blood Weddding(Columbia University, New York)
- Price(Frigid Fringe Festval, New York)
- Screaming with Maria(Schapiro Theatre, New York)
- Rain Machine(Columbia University, New York)
- The Cherry Orchard(Columbia University, New York)
- Looking for Love(Schapiro Theatre, New York)
- 기찻길 옆 오막살 (밀양연극제, 혜화동1번지) 2007.기찻길 옆 오막살 (학전 블루 소극장) 2007. 입센 인 뮤직(서울공연예술제) 2007. 입센 인 뮤직(호암아트홀) 2007. 미래는 없다(연우무대 소극장) 2007. 뒤바뀐 머리(상명아트홀) 2006. 9 뒤바뀐 머리(아룽구지소극장) 2006. 12 한국연극지 2007년 ‘주목할 만한 젊은 연출가’ 선정 2006. 10 쇼팽과 조르주 상드(서울공연예술제) 2005. 10 날 보러 와요(순천시립극단) 2005. 2 밀크우드(아르코소극장) 2004. 7 밀크우드(밀양연극제) 2003. 8 밀크우드(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4. 8 소원이 있나요?(혜화동 1번지) 2003. 7 베오그라드 가족 이야기(국립극장 별오름 극장) 2001. 12 미스 줄리(크누아 예술극장) 등을 연출하고, 최근에는 <퍼미디어스> <당통의 죽음> <트루 러브> <윤영선 페스티벌> <알세스티스> <우주인> <내가 장롱롱 메롱 문 열었을 때>를 연출한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미용실 내부다. 거울로 상징되는 두 개의 조형물과 의자가 무대 오른쪽에 있고, 중앙에 긴 안락의자와 탁자, 무대 오른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다. 정면의 커다란 창은 조명효과에 따라 공연장의 무대와 연주석이 창밖으로 나타나고, 척수장애자인 어머니의 거실로도 드러난다. 무대 왼쪽에 카운터와 계산대 그리고 현금서랍이 있다. 정면에 해주 미용실이라고 쓴 미용실 여닫이문이 있고, 미용실 벽에는 여자영화배우 얼굴이나 여성보컬 팀의 사진을 여기저기 붙여놓았다. 정면의 창과 무대전체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미용실의 여주인은 처녀이자 맹인이다. 늘 썬 그라스를 착용하는데 예쁜 모습이라 남성의 환심을 사게 된다. 해주 미용실은 예쁜 미용사를 한 명 두고 미용실 운영을 한다. 맹인처녀의 어머니는 척수장애인으로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딸의 꿈이나 회상장면에 등장을 한다. 해주 미용실의 예쁜 미용사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미용사가 가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정면의 창밖으로 나타나는데 트로트 가요를 잘 부르는 편이다. 맹인 처녀도 어쩌다 가 노래를 부른다. 맹인 처녀의 노래는 가창력에서나 음색으로나 뮤지컬 배우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맹인이라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어 둔 듯싶다. 맹인처녀와 미용사는 친 자매처럼 가깝고 다정한 사이다. 미용실에서는 가끔 부근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다.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에 다정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 맹인 처녀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후에 맹인처녀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기도 한다. 이런 해주 미용실의 풍경과 가수열망의 예쁜 미용사로 해서, 연예계의 독버섯 같은 존재가 미용실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가수나 영화배우로 데뷔시켜 주겠다며, 허우대가 멀쩡하고, 외모도 그럴싸한 남자 연예사기꾼이 검은 손을 내민다. 신진들은 백이면 백, 어김없이 그 마수에 걸려들게 마련이다. 이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의 검은 마수가 예쁜 미용사에게 뻗혀진다. 그러나 착하고 순진한 미용사는 자신의 가수열망 때문에 분별없이 이들의 검은 마수에 걸려들고 만다. 사기꾼 중 한명은 점치는 점술가 형상으로, 또 한명은 작곡가 행세로 예쁜 미용사를 꾀어, 신곡녹음 운운하며 맹인처녀의 미용실까지 처분하게끔 종용한다. 그 뿐 아니라, 점괘에 맹인처녀에게 꼭 맞는 배필이 있다며, 중국집 배달청년 대신, 사기꾼 중 한명인 점술가와 짝을 짓도록 유도한다. 대단원에서 맹인 처녀와 예쁜 미용사가 사기꾼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관객 모두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은정이 맹인처녀, 안꽃님이 예쁜 미용사, 서광일이 작곡가, 오현우가 점술가, 이지혜가 척수장애 어머니, 이승현이 중국집배달원, 한자영이 고교생, 강주희가 신인가수, 서준모가 사회자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창, 그리고 연주는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임건수, 조명 신재희, 의상 정민선·황진, 작곡 이승호, 조연출 서준모, 무감 조민교, 조명오퍼 신현일, 음향오퍼 조영은, 사진 이갈물, 그래픽 다홍다자인, 기획 코르코르디움 들 스텝 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작은 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 11, 송희연 작, 이 곤 연출의 <해주 미용실>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미치 앨봄 원작, 문삼화 번역, 황이선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미치 앨봄 원작, 제프리 해처&미치 앨봄 극작, 문삼화 번역, 황이선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관람했다.
미치 데이비드 앨봄(Mitchell David Albom, 1958년 5월 23일 ~ )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포츠 전문 기자, 방송인이다. 브랜다이스 대학교 사회학 학사, 컬럼비아 대학교 언론학 석사,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학 석사다. 앨봄의 책은 전 세계에서 2천 6백만부가 인쇄되었다. 스포츠 기자 시절 국가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디트로이트에서 3개의 자선 단체를 운영하는 등 인정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등이 있다. 1997년에 출간되었고(2만부), 205주 동안 <뉴욕타임즈> 비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대한민국에는 1998년 번역, 출간되었다. 1999년 12월 TV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됐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은 1959년부터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다. 제자가 졸업 후 모리 교수를 재회했을 때 그는 근(筋)위축 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을 앓고 있었는데, 근 위축 증은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져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41개의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1400만부가 인쇄되었다. 1999년에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영화로 제작했다. 믹 잭슨(Mick Jackson) 이 감독하고, 잭 레몬, 행크 아자리아, 존 캐롤 린치, 브루스 노직 등이 출연했다.
무대는 노 교수의 서재다. 무대 오른쪽과 정원에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서재 오른쪽에는 책장과 장식장이 있고, 장식장 위에는 축음기도 있다. 왼쪽에는 푹신한 안락의자가 있고, 의자 뒤로 낮은 탁자와 전화기가 놓인 게 보인다. 서재 정면에 여러 개의 격자무늬의 문이 있어, 문을 나서면 정원도 되고, 피아노가 있는 방도 된다. 무대 오른편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무대 오른편 객석 가까이에 현관으로 통하는 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제자의 해설로 시작된다. 노 교수가 홀로 춤추는 동작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모리(Morrie Schwartz)는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1959년부터 1994년 까지 대학에서 사회학 강의를 한다. 교수는 루게릭 병에 걸려 강의를 할 수 없을 때 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자 미치와의 인연이 색다르다. 학생 수가 적어 강의신청을 하지 않으려다 모리 교수가 다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끈끈한 인연이 시작된다. 제자는 졸업 후 사회학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 중계 기자노릇을 하다가 스승의 와병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20년 만에 스승을 찾아간다. 미치는 40대 한창 나이이고, 모리는 70대 후반의 황혼연령이라, 모리 교수의 거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다. 이 재회에서 두 사람은 화요일에 만나 인생강의를 계속하기로 약속한다. 미치는 1100Km나 떨어져 있는 교수님 댁을 매주 화요일 방문 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학창 시절에 미처 배우지 못했던 인생관과 노교수님의 마지막 철학관을 대화를 통해 들으면서 미치는 한 마디 한마디 녹음을 하고 집필을 한다.
미치는 이 후 2번이나 <나이트라인> 방송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교수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3-4개월에 걸친 매주 화요일마다 이루어진 교수와의 대화는, 사람들의 삶 가운데 마지막인 죽음에 당면한 인물의 정신세계를 다루게 된다. 특히 교수가 늘 상 강조했던 포옹을 통한 사제 간의 사랑의 확인은 감동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미치는 가수노릇을 하는 아내의 전화를 우연한 기회에 교수에게 바꿔준다. 아내는 사석에서는 누가 아무리 노래를 불러달라고 간청을 해도 거절을 했는데, 교수가 만나고 싶다고 하니까 바쁜 일정임에도 남편과 함께 방문을 하고, 모리 교수가 노래를 청하니, 곧바로 노래를 불러 남편인 미치를 깜짝 놀라게 한다.
결국 14번째 화요일을 마지막으로 교수는 운명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미치는 모리 교수와의 대화를 책으로 출판한다. 결국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탄생 배경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전해진다.
대단원에서 모리 교수는 자신의 묘비에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라는 글귀를 적어 달라고 부탁하고, 아들 두 명을 두고 있는 모리 교수가 죽기 전 미치 앨봄에게 내가 자식 한 명을 더 가질 수 있다면 “자네와 같은 사람을 하나 더 갖고 싶다”고 한 장면에서 관객에게 감동과 눈물을 이끌어 내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노주현이 모리 교수로 출연해 자상스럽고 유머감각이 넘치고, 품위 있는 교수로서의 명연을 보인다. 오민석이 미치 앨봄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낸다.
무대 김혜지, 조명 이태훈, 의상 홍정희, 소품 박영애, 분장 송영옥, 음악 류승현, 음향 한국란, 무대감독 권규완, 무대조감독 이기빈, 드라마터그 이주영, 조연출 노준영 등 스텝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예술의전당 기획 제작, 미치 앨봄 원작, 제프리 해처&미치 앨봄 극작, 문삼화 번역, 황이선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고품격의 친 대중적인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보람 작, 김수희 연출의 <소년 B가 사는 집>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보람 작, 김수희 연출의 <소년 B가 사는 집>을 관람했다.
이보람은 가톨릭대학 심리학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전문사 과정을 전공 중인 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그날>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 <육상 위 카우보이> <여자는 울지 않는다> <소년 B가 사는 집>을 발표 공연했다.
김수희는 경희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한 극작가 겸 연출가다, <어디가세요 복구씨>, <당신의 손>, <자웅이체의 시대>, <더 위너> ,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를 쓰고 연출을 했다. 연출작은 <흩뿌리니 날리어>, <옆에 서다>, <소년B가 사는 집>, <창신동>, <섬>, <황혼>, <다시 오적>, <싸우는 여자>, <사심 없는 사람들>이고, 2013 제34회 서울연극제 <아름다운 동행>으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고, 2014 제1회 서울연극인상 극작 상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상수 쪽이 카센터, 하수 쪽이 주방 겸 거실, 그 뒤로 다락방인지 이층으로 오르는 지그재그 형 통로와 조명이 들어가면 방으로 설정되는 공간이 있다. 카센터에는 각종 정비기구와 사물함 그리고 직사각으로 된 웅덩이가 보이고,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방에는 조리대와 전자레인지, 냉장고, 그리고 식사할 때에는 밥상을 들여다 놓는다. 상수 오른 쪽에 집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있고, 집 뒤쪽에 주자공간이 있는 것으로 연출된다.
도입에 소년이 카센터에 있는 탁자에 앉아있고, 그의 어머니는 상을 가져다 상다리를 펴서 반찬과 밥을 올려놓고, 식사하라고 소년의 아버지를 부른다. 소년은 인기척 때문인지 다락방으로 올라가 모습을 감춘다. 다락방에는 소년의 악의 형태인 소년 B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식사하라고 재차 부르자 등장하는 아버지, 그런데 아버지의 모습이나 어머니의 모습이 밝지가 않다, 대화도 퉁명스럽기 그지없다. 전화벨이 여러 번 울려야 내외가 미루다가 아버지가 받고, 이리로 오겠다는 젊은 여인의 음성이 들린다.
그런데 배가 불룩한 임산부 여인이 떡을 들고 불쑥 나타난다. 얼마 전 이 마을로 새로 이사를 왔는데, 입구에 외등이 늘 꺼져있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으로 알았다며 이사 떡을 내민다. 그러면서 근처에 카센터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괜히 다른 곳에 차를 맡겼다는 소리와 함께 잠시 앉겠다며 방까지 올라가 털썩 주저 않는다. 그러면서 인쇄물을 펴 보이고는 가정교육인지 자녀교육인지 그런 강의를 하니 들으러 오라고 권한다. 예쁜 모습에 임산부라 어머니와 아버지는 잠자코 참고 듣자니, 너스레가 간단히 끝날 것 같지 않기에, 아버지가 식사 중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서 임산부 여인을 겨우 돌려보낸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고, 통화내용으로 보호감호 운운하는 소리로 비로소 다락으로 올라간 소년이 문제 인물임을 감지하게 된다. 잠시 후 소년의 누나가 등장한다. 친정으로 왔으니, 당연히 이것저것 사들고 왔는데, 그 중에 잘 익은 것으로 알고 사온 감이 몹시 떫어 모녀가 뱉는 장면이 기억에 남게 연출된다.
소년은 14세로 친구를 살해한 것으로 가족의 대화를 통해 알려진다. 소년은 일정한 기간 소년원에서 복역을 하고, 출소 후 보호감호대상으로 거주지 제한조처가 내려졌고, 담당 감찰관이 자주 방문해 소년의 동태를 점검한다. 물론 소년의 아버지의 의견을 청취한다. 아버지는 소년을 감싸는 발언을 하고, 감찰관은 사실그대로 보고해 주기를 요청한다.
소년은 늘 자신과 자신 속의 악의 근원인 소년 B와 대결을 벌이고, 그 갈등이 극 속에 구현된다. 그런데 일종의 악마 같은 또 하나의 자신인 소년 B에게 늘 상 패하는 모습이다.
그런 소년을 어머니는 계속 품속에 가두어 두려고 하고, 아버지는 소년이 자의로 거듭나도록, 구속에서 풀어주려 애쓴다. 소년이 어린 나이지만 운전면호도 있고, 운전을 제대로 하기에, 아버지는 감찰관에게 소년의 거주제한을 일부 풀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덧붙여 소년이 함부로 집을 떠나지 못하도록 감시 카메라를 집밖에 달아놓았다고 설명한다.
눈이 내리는 날 소년과 감찰관은 대면한다. 감찰관의 차가 고장이 나 가동을 못하자, 소년이 고쳐서 임시 가동을 하도록 고친다. 감찰관은 흐뭇한 마음을 드러내 보인다. 또 소년은 아버지 대신 운전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악천후 속에 길을 걷는 임산부 여인을 태우고, 같은 방향이라 집까지 바래다주게 된다. 임산부 여인은 소년이 당사자인 줄 모르고 살인한 소년의 이야기와 그 집에 갔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계속 떠들어 대고는 자신의 집에 도착한 것도 모른다. 소년이 차를 세우며 다 왔다고 이야기를 하니, 그제서야 소년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도망치듯 내린다.
소년은 그날 자신의 악과 대결하듯 소년 B와 싸움을 벌인다. 또 하나의 자신과 다투며 2인의 소년은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고, 지그재그 형 통로 뿐 아니라, 극장 벽면의 중간 통로로도 쫓고 쫓기며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악의 기운인 소년 B를 떨쳐버린다.
임산부 여인이 찾아와 어머니에게 자신이 청한 자녀 교육 강의에 오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도망치듯 허둥지둥 이 집을 떠나간다.
대단원에서 소년은 자신이 죽인 소년의 집을 찾아가 사과하겠노라 부모에게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적극 말리지만, 아버지는 소년의 뜻대로 하라며 현금카드까지 쥐어준다. 소년이 나간 후 아버지는 집 앞의 외등을 고치러 기구를 들고 나가고, 어머니는 소년의 누나와 방에 앉아 그동안 잘 익어 달콤해진 감을 나누어 먹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호재가 아버지, 강애심이 어머니, 백익남이 감찰관, 이윤정이 누나, 최정화가 임산부, 소년 이기현, 소년 B 강기둥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총괄 박현숙, 기획 손신형, 무대 이창원, 조명 박선교, 의상 이명아, 음악 전송이, 분장 지병국, 소품 최슬기, 음량 유옥선, 조연출 김연수, 무대감독 구민철, 기술감독 신용수, 그 외 스텝 진의 노력과 열정이 돗보여,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보람 작, 김수희 연출의 <소년 B가 사는 집>을 학부형 뿐 아니라, 소년소녀가 있는 가정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 하병훈 예술감독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 하병훈 예술감독,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羅生門)>을 관람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1892~ 1927)는 일본의 근대 소설가이다. 도쿄(東京) 출생. 도쿄대학 영문과 졸업. 도쿄대학 재학 중에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문하에 들어가 구메 마사오(久米正雄), 기쿠치 칸(菊池寬:본명 히로시) 등과 제3차 ‘신사조'(新思潮)를 발간하여 처녀작 ‘노년'(老年)을 발표하였다. 이어서 신사조에 ‘코'(鼻)를, 신소설에 ‘고구마죽’을 발표하여 문단의 인정을 받았다. 그 후로는 역사소설로써 역설적인 인생관을 나타내려고 하는 이지적 작풍을 주로 하였다.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랑은 동문 사이이긴 한데 어째 서로 영 사이가 나쁘거나 혹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 작풍으로 일세를 풍미하였으나, 만년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두 등 시대의 동향에 적응하지 못하여 회의와 초조와 불안이 쌓였다. 결국 심한 신경쇠약에 빠져서 “어렴풋한 불안”(ぼんやりとした不安)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1927년 7월 24일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음독자살하였다. 죽기 전, 친구였던 구메 마사오에게 어떤 바보의 일생이란 작품을 건네었다. 해당 작품을 읽어보면 냉소적인 자세와 삶에 대한 열망이 어지럽게 교차되어 묘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한 가정사정과 병약한 체질이 그의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 일찍부터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인생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대표작으로는 <라쇼몽(羅生門)>과 <어떤 바보의 일생>, <톱니바퀴>,<‘캇파(河童)> <서방인(西方人)>, <덤불 속, 藪の中> 등이 있다.
그를 기리기 위해 1935년에 아쿠타가와상이 제정되었으며, 지금도 나오키 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두 개의 문학상중 하나로 손꼽힌다.
<라쇼몽(羅生門)>은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1910~1998)가 영화로 만들어, 1950년에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블루리본 상을 수상함으로써 원작자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졌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칠인의 사무라이는 황야의 칠인(The Magnificent Seven)을 비롯해 별들의 전쟁(Battle beyond the Stars), 벅스 라이프(A Bug’s Life) 등으로 계속 변주되었다.
그 후 라쇼몽에 담긴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토리 구조는 하나의 전형이 되어 소설과 영화, 연극을 통해 수없이 발표되고 있다.
연극 <나생문(羅生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의 소설 <덤불 속, 藪の中>의 내용을 복합해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대는 대나무 숲이 조성되고 군데군데 통로가 나 있다. 중앙 오른쪽에 나무판자로 된 낡은 문이 있고, 그 안에 시체를 버리는 장소로 설정이 된다. 문 위에 나생문(羅生門)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라생문>의 처마 밑에서 나무꾼과 스님이 ‘모르겠어. 아무래도 모르겠어’ 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베어 가발을 만들어 파는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 한다. 이들은 이 남자를 상대로 최근에 그 마을에 있었던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사건이 벌어진 배경은 녹음이 우거진 숲속. 사무라이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오전의 숲속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타조마루는 슬쩍 사무라이 아내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음심을 품고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사무라이를 포박하고는 사물라이의 아내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속에 들어선 나무꾼은 사무라이 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타조마루는 체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사무라이의 아내도 불려와 관청에서 심문이 벌어진다.
문제는 겉보기에는 명백한 듯한, 이 사건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통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먼저 산적 타조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사무라이이의 아내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떠벌린다.
하지만 사무라이 아내의 진술은 그의 것과 다르다. 자신은 대대로 남편의 집 종노릇을 하던 어머니로부터 태어났고, 자신이 겁탈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무당의 힘을 빌려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는 또 다른 진술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타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진술 속에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좀처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이때, 실은 그 현장을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무꾼이다. 그는 사무라이의 아내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서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여 양쪽이 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다투면서 희대의 보검이라고 하던 단도의 행방이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가발장수와 스님은 나무꾼의 이야기도 믿지를 않는다. 가발장수는 비가 그치자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이때, 아이의 울음이 들린다. 가발장수는 내다버린 아기 바구니에서 기모노를 벗겨 낸다. 나무꾼이 행인의 인면수심을 비난하자, 가발장수는 네가 단도를 훔친 거라며, 그래서 법정에서 똑바로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고 나무꾼을 비웃으며 가버린다. 나무꾼은 스님에게 안고 있는 아기를 달라고 한다. 스님은 믿을 수 없다며 주려하지 않는다. 나무꾼은 자신에게 아이가 여섯이라며, 하나 더 보탠다고 크게 달라질게 없다고 스님을 설득한다. 스님은 이제야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다며 나무꾼에게 아기를 맡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윤희가 산도적, 밥초롱이 무사의 아내, 임지환이 무사, 정재성이 승려, 이도엽이 나무꾼, 황세원이 노파·무녀, 김성철이 가발장수, 그리고 혼령으로 나성우·임보고·이상경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태훈, 이항나, 박근수가 더블 캐스팅되어 호연을 보인다.
예술감독 하병훈, 드라미트루기 김재권, 조연출 노현열, 음향 안창용, 조명 남진현, 무대 이은규ㅗ, 조명오퍼 오택조, 음향오퍼 박소진·임유진, 분장 김선희·주찬양·김희주, 의상 임예진, 고수 최명진·한덕규·김인수, 조연출보 임유진, 사진 김호근, 기획 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스텝 진의 열의가 반영되어, 극단 수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 작, 구태환 연출의 <나생문(羅生門)>을 기억에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 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번역, 연출의 <리어왕>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번역 연출의 <리어왕>을 관람했다.
윤광진(1954~)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대학원 출신이고, 우리극 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뮤지컬연극학과 부교수다.
1994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2007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2013 한국연극대상을 수상한 우수한 연출가다.
<아메리칸 환갑> <못생긴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 <그림자 아이> <츄림스크에서의 지난여름> <황금용> 등 연출작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했다.
<리어왕>은 무대는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 <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 <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란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 <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 <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 <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 <리어왕>이 대표작이다.
그 중 특히 주목할 영상 텍스트는 피터 브룩이 연출한 1971년도 영화 <리어왕>이다. 여타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시각적 가능성들을 실험했으나, 피터 브룩의1971년 <리어왕>은 전통적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창작의 시도로, 원작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연출을 했다.
무대는 객석을 향해 흘러내리는 경사진 2중의 무대다. 경사진 상단에 왕좌가 놓여있고, 경사 하단에 말머리 인형이 세 개가 진열되어 있다. 장면전환에 따라 경사무대가 2중으로 분리되며, 상단의 무대가 곧바로 상승된다. 경사진 무대 옆으로 가교 같은 건널목이 만들어지고, 출연자들이 배경 막 좌우 뿐 아니라, 객석통로를 사용하기도 한다. 후반에 커다란 나무동체가 천정에서 내려와 세워졌다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극의 후반 광야에서의 천둥번개와 폭우장면에서 천정전처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우 장면으로 극적 분위기를 배가해 가며 상승시킨다. 출연자의 의상도 품격이 갖추어져 후반에 벌거벗은 인물과 제대로 대조가 되고, 리어역의 강조와 광대역의 부각도 인상적이다.
장두이가 리어로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한다. 이기돈이 광대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이동준의 켄트 역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서주희가 거너릴로 출연하여 무대를 관능적 아름다움과 긴장으로 몰고 간다. 이영숙이 리건으로 출연해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끌며, 증오심을 자극한다. 서은경이 코딜리어로 출연해 감동의 연기를 펼쳐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조영진이 글로스터, 이갑선이 에드거로 출연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오동식이 에드먼드로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악의 화신 역을 제대로 구현해 낸다. 이윤재가 알바니 공작, 유상재가 콘월 공작, 송의동이 버건디 공작, 김성환이 오스왈드, 홍아론이 프랑스 왕, 이승헌이 부대장, 송호진이 시종으로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고연옥 윤색, 이태섭 무대, 김창기 조명, 김상희 의상, 양승희 움직임지도, 류 미 보이스 연출, 백지영 분장, 피정훈 작곡 음향디자인, 이경표 소품디자인, 최영주 드라마투르크, 정성훈 조연출, 최숙경 조연출보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윤광진 번역 연출의 <리어왕>을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는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9,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정형석 각색 연출의 어둠 속의 햄릿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정형석 각색·연출의 <어둠 속의 햄릿>을 관람했다.
<어둠 속의 햄릿>은 원작의 비극적 결말을 의도적으로 개선하여 희극적 결말을 맺도록 재창작한 연극이다.
햄릿이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에게 협력하여 숙부는 80세에 달하기까지 덴마크를 통치한다. 물론 햄릿도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오필리어와의 사이에서 햄릿 주니어가 태어나 그 역시 장성한 청년이 된다. 왕비인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와 오필리어는 호사생활의 극치를 누리며 살고 있다. 재상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도 무장(武將)으로 나라에 충성을 하면서 차기 통치권 자리를 넘보고 있다. 햄릿의 절친인 호레이쇼는 선대의 국왕암살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기에, 진실은폐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어두컴컴한 감옥에 갇힌 채 평생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햄릿과 레어티스 사이에 통치권에 관한 암투가 전개되고, 레어티스는 선대왕의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하려고, 광대들을 초청해, 햄릿선왕이 그의 아우인 클로디우스에게 독살당하는 장면을 꼭두각시극으로 연출해 내 햄릿이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자적인 성격으로 부친의 복수는커녕 자신의 안일만 유지하려하고, 왕위 계승권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려한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자 광대들은 전원 살해당하고 만다. 당연히 레어티스는 분노를 터뜨리고 햄릿을 비난한다. 바로 그때 인접국이자 적대국인 노르웨이의 포틴 브라스 2세가 덴마크를 침공한다. 햄릿이 적군저지에 곧바로 나서지 않고, 우물주물하자 레어티스는 총사령관이 되어 앞장서 노르웨이 군에 맞서 전쟁터로 나간다. 햄릿의 아들 햄릿 주니어는 일찍이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문학과 예술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자라났으나, 부친 햄릿의 강권으로 무관직을 택했기에, 햄릿과 오필리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에서 레어티스와 함께 출전한다. 그러나 레어티스와 햄릿 주니어는 전쟁터에서 전사한다. 다행히 덴마크 군이 승리를 했기에, 햄릿은 레어티스 일파의 여하한 저지나 방해도 없이 클로디어스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햄릿은 비로소 회의에 빠진다. 자신이 바라고 선택한 희극적 결말이 어쩌면 비극적 결말보다 더 비극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무대는 천정에 주렁주렁 매단 수많은 해골바가지가 극장을 들어서는 관객의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든다. 암흑 속에 부분조명으로 출연자들의 얼굴이나, 반신상, 또는 꼭두각시극 인형들이 부각되고, 배경 인접한 곳에 마련한 1m 높이의 단과 그 앞에 놓인 계단에 차례로 선 노년의 클로디어스, 중년의 햄릿의 얼굴에 흐릿한 조명이 투사되고, 가끔 클로디어스의 군모와 선 그라스를 쓴 모습에서 낯이 익음을 느끼게 되고, 그를 시해한 인물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광대들의 꼭두 극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상체를 노출한 무희의 춤이 뇌쇄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효과음인 천둥번개와 전쟁포화소리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가 하면, 배경음악 역시 극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암흑을 최대한 유지한 조명효과와 함께 극을 공포 환상 극으로 몰아간다.
박기륭이 중년의 햄릿, 오동욱이 햄릿 주니어, 서민성이 클로디어스와 레어티스, 이희영이 오필리어와 거트루드, 그리고 꼭두각시 연희자, 신연경과 정진영이 무희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이 호연으로 관객을 공포 환상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곡·음악 홍지연·우지현, 조명 공홍표, 조연출 김수경, 무대감독 김혜영, 기획 마은지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잘 드러나,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정형석 재창작·연출의 <어둠 속의 햄릿>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한편의 걸작 공포 환상 극으로 창출시켰다.
10, 연희단거리패의 오타 쇼고 작, 심지연 김세일 역, 이윤택 연출의 <코마치후덴>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오타 쇼고 작, 심지연·김세일 번역, 이윤택 연출의 <코마치후덴>을 관람했다.
오타 쇼고(1939~2007)는 중국 제남시 출생의 일본작가다. 학습원대학교 정경학부를 중퇴하고 극단 전형극장을 창단, 창단공연으로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문 밖에서>를 각색 공연했다. 초기희곡 <코마치후덴>을 집필해 키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하고, <맨발의 푸가> <물의 정거장> <땅의 정거장> <천년의 여름> <화살표> <바람의 정거장> <모래의 정거장> <나는 당신의 꿈을 꿨다> <엘리멘트> <빈터> <죽음의 장미>를 집필 연출했다.
심지연은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로, 현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김세일은 경성대학교 영화학과,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 문화자원학 석사로 동경거점으로 연극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코마치후덴>은 코마치라는 백세가 된 노부인의 일대기가 한 젊은 여성작가의 낭독으로 펼쳐진다. 코마치는 노숙자나 다름없이 온몸에 허름한 누더기를 걸치고 발걸음을 가까스로 떼어 놓으며 등장해,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 에 마련된 사각의 단에 주저앉아,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젊고 미모의 여인인 코마치와 2차 대전 일본 동맹군 초급장교인 남편이 등장해, 열정적으로 몸과 마음을 나신으로 밀착시켰던 추억을 떠올리는가 하면, 후반에 고급장교의 계급장을 부착하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절룩거리며 등장하는 코마치의 남편이 남의 나라 일 같지만은 않고, 그리고 이웃집 아버지와 그 집의 아들 딸 남매가 등장해, 아침상 앞에 앉아 펼쳐 보이는 풍경은, 과거 일본인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들을 군국 일본제국의 아들로 철저하게 훈육하고 성장시켰던 모습으로 재현되고, 그리고 코마치가 현재 세를 들어 사는 방의 집주인 내외의 모습, 또는 동리 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가 등장해 코마치를 정기진단하고 수시진단 하는 정황도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들의 처우와 별반 다르지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코마치의 방과 대각선을 이루는 장소에는 또 하나의 사각의 공간이 있어, 그 공간은 이웃집 방으로 설정이 되고. 극의 전개에 따라 돗자리, 문짝, 장롱, 장식장, 축음기 그 외의 대소도구를 출연자들이 가져다 일본식 방으로 꾸미고, 후반부에는 모두 가지고 나가는 연출방식을 보인다. 음악도 무대 오른편에 연주석이 있어 연주자들의 연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는가 하면, 샹송 장밋빛 인생을 축음기로 틀어놓는 등, 젊은 시절 코마치라는 여인의 미모와 자유분방한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도록 연출된다. 더구나 누더기를 벗으면, 깨끗한 내복이 드러나고, 밤하늘의 별빛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코마치의 눈동자는 관객의 시선을 마법처럼 끌어들인다. 특히 무대 중앙 배경 가까이에 조성된 너덧 그루의 침엽수 화단은 과거 해방직후 적산가옥에 거주하던 사람들에게는 늘 상 보아오던 정원의 풍경이라 옛일을 회상시키기에 충분한 수목조경이고, 대단원에서 노파 코마치의 죽음과 더불어 과거 회상속의 인물들이 전원등장하면, 무대 왼편 객석 가까이에 자리한 책상 앞에 앉아 낭독을 하던 젊은 여성낭독자의 역할도 마무리가 된다.
김미숙, 이승헌, 김하영, 박인화, 정연진, 강호석, 김아라나, 김영학, 이혜민,서혜주, 권수민, 송준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관객을 꿈의 세계나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 가는 듯싶다.
전통움직임지도 하용부, 안무 박소연, 악사 권정은,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제작 조인곤, 사진 옥상훈, 의상 김미숙, 홍보 황유진 등 스텝의 열정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오타 쇼고 작, 심지연·김세일 번역, 이윤택 연출의 <코마치후덴>을 세계 어느 곳에 내다 보여도 좋을 뛰어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