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아시아연출가전/ 박정기

2015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아시아연출가전, 해롤드 핀터 희곡 공연총평

 

 

 

1, 한국연출가 이우천의 해롤드 핀터 작 <귀향>

3월 2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아시아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작, 이우천 연출의 <귀향(The Homecoming)>을 관람했다.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1930~2008)는 영국의 배우이자 시인, 감독, 정치운동가로 다양하게 활동한 극작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57년 첫 작품인 희곡 <방>을 발표했다. 1960년에는 <관리인>을 발표해 성공작이 되었다. 그 외의 작품으로 <귀향>, <풍경>, <침묵> <요리운반용 엘리베이터> 등의 단막과 최초의 장막극 <생일잔치>(1958) <과거>(1971), <무인지대>(1975) 등이 있고, 그 밖에 <미열>, <지하실> 등 많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작품이 있다.

1982년 존 파울즈 원작 소설을 해롤드 핀터가 시나리오로 각색해 만든 영화 <프랑스 위의 여자>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우리나라에서도 상영이 되었다.

<귀향>에는 유대인 출신의 작가가 기존의 영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귀향>은 안락한 집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형제들과 아버지가 아내를 호시탐탐 겁탈하고 창녀로 만들려는 지옥으로의 복귀다.

<귀향>의 주제는 극 중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인물 루스를 두고 벌이는 남성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다. 그리고 루스와 남성들 간의 주도권 다툼이 형상화되고 있고, 이를 통해 루스의 주체성의 확립 과정으로 귀결된다.

내용은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 아들을 낳은 아내와 일시 귀국을 한 장남을 대하는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두 남동생이 보이는 태도다.

현재 이 집에서는 젊은 아들들이 은 늙은 아버지를 가정부 대하듯 하대하고 박대한다. 아버지는 옛날 전성기 시절의 이야기로 아들들의 기를 죽이고, 도덕 운운하며 자신의 의사를 따르라고 하지만 아들들 귀에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다. 심지어 아들들은 꼰대니, 꼴통이니 하며 아버지를 진부한 수구적 인물로 몰아간다. 그러면서 아들들은 별로 신통한 일도 벌이지 못 하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아버지에게 밥 짓는 일까지 떠맡기고, 밥 재촉을 한다. 무능력하기는 마찬가지인 삼촌은 자신의 주장이 없이 눈칫밥만 먹으며 지낼 뿐이다.

이런 집에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노릇을 하는 큰 아들이 아내와 함께 <귀향>한다. 그의 아내는 세 명의 아들을 낳은 미모의 여인이다.

<귀향>을 한 장남을 대하는 아우들의 모습이 덤덤하고, 껄끄럽다. 마지못해 반기는 모습이다.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한 술 더 떠서 장남의 처를 창녀 운운하며 모욕까지 준다. 그러나 가족의 성격을 잘 아는 장남은 분노를 표하거나 항의를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와 아우들을 대한다.

그런데 아우들은 형을 <귀향> 을 일종의 침입자가 등장한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형수가 창녀출신이라는 아버지의 소리에, 일제히 음욕을 드러낸다. 그리고 형수에게 누가 보건 안 보건 치근거리기 시작한다. 와인을 먹이고, 몸을 밀착시키고, 놀라운 것은 장남의 처는 남편이 보거나 말거나 동생과 키스를 한다.

장남은 이런 집에 더 있기가 싫어 미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삼촌도 수긍하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들은 장남의 처에게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장남의 처에게 그런 의사를 전달한다. 놀랍게도 장남의 처는 가족들의 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촌은 보다 못해 분노를 터뜨리다가 숨을 거둔다. 장남의 처는 동생들과 한 침상에 들어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돌아가려고 트렁크를 들고 침실에서 나온 장남의 처에게 가족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성매매 장소와 이익분배문제를 이야기한다. 장남은 묵묵히 가족과 아내의 모습을 주시한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돌아가자고 권한다. 그러나 아내는 가족들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환호를 한다. 막내는 형수에게 달려가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형수는 막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준다. 그런 광경을 뒤로 하고 장남은 홀로 트렁크를 들고 이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난다.

<귀향>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타난 영국인의 유대인과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과 “장미 전쟁”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 다르크를 영국인들이 마녀로 몰아간 것에 비견되는 영국인 본연의 모습을 이 작품에 그린 것으로 평가되어, 후에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후 해롤드 핀터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망상에 사로잡힌 멍청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대량 살인자”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2008년에 해롤드 핀터는 식도암으로 사망한다.

 

무대는 서랍이 칸칸이 달린 장롱과 긴 안락의자, 옷걸이, 그리고 술 장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선으로 소파나 의자를 놓는 배치형태를, 가로로 곧바로 놓은 독특한 설정이다. 열정적인 무곡으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부분조명으로 강조할 장면을 부각시킨다. 출연자들의 담배 여송연의 설정도 시대적 배경을 알리는 구실을 한다.

김종구가 아버지, 강진휘가 삼촌, 정우준이 장남, 레니가 차남, 전채희가 장남의 처, 송은석이 막내아들,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난 공연이다.

조명 황동균, 음악감독 서상완, 의상디자인 김정향, 조연출 주애리, 분장디자인 박팔영, 영어자문 유 림, 무대 임 민, 조명 크루 염시훈·이일란·윤해동, 분장 최주희·이지연·전주희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들어나,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아시아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 해롤드 핀터 작, 이우천 연출의 <귀향>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3월 26일 박정기(朴精機)

 

2, 대만연출가 유수요 연출의 해롤드 핀터 작 <옛 시절>

3월 3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아시아연출가전 해롤드 핀터 (Harold Pinter) 작, 대만출신 유수오(劉守曜) 연출의 <옛 시절(The Old times)>을 관람했다.

해롤드 핀터 (Harold Pinter) 의 작품을 열거하면, 단편소설로는 ‘실험'(The Examination) (1955)이 있고, 희곡으로는 ‘방'(The Room) (1957). ‘생일파티'(The Birthday Party) (1957) ‘벙어리 웨이터'(The Dumb Waiter) (1957) ‘가벼운 통증'(A Slight Ache) (1958) ‘핫하우스'(The Hothouse) (1958) ‘시사풍자극'(Revue Sketches) (1959) ‘일터에서의 고충'(Trouble in the Works) (1959) ‘흑과 백'(The Black and White) (1959) ‘버스 정류장'(Request Stop) (1959) ‘마지막 한 부'(Last to Go) (1959) ‘특별한 제안'(Special Offer) (1959) 넌 그게 문제야'(That’s Your Trouble) (1959) ‘그것뿐이에요'(That’s All) (1959) ‘인터뷰'(Interview) (1959) ‘세 사람을 위한 대'(Dialogue for Three) (1959) ‘밤나들이'(A Night Out) (1959) ‘관리인'(The Caretaker) (1959) ‘야간 학교'(Night School) (1960) ‘난쟁이들'(The Dwarfs) (1960) ‘컬렉션'(Collection) (1961) ‘정부'(The Lover) (1962) ‘티파티'(Tea Party) (1963) ‘귀향'(The Homecoming) (1964) ‘지하 아파트'(The Basement) (1966) ‘풍경'(Landscape) (1967) ‘침묵'(Silence) (1968)

‘옛 시절'(The Old Times) (1970) ‘독백'(Monologue) (1972) ‘사장된 땅'(No Man’s Land) (1974) ‘배신’ (The Betrayal) (1978) ‘가족의 목소리들'(Family Voices) (1980) ‘빅토리아 역'(Victoria Station) (1982) ‘정확하게'(Precisely) (1983) ‘최후의 한 잔'(One for the Road) (1984) ‘산골 사투리'(Mountain Language) (1988) ‘새로운 세계 질서'(The New World Order) (1991) ‘파티타임'(Party Time) (1991) ‘달빛'(Moonlight) (1993) ‘재는 재로'(Ashes to Ashes) (1996) ‘축하파티'(Celebration) (2000) 등이 있다.

2005년 10월 해롤드 핀터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해럴드 핀터(당시 75세)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해롤드 핀터가 “작품을 통해 일상의 잡담 속에 묻혀있는 (현대인의) 위기를 들추어내고 ‘닫힌 방’과 같은 억압 속으로 헤쳐 들어가려 했다”며 그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했다.

한림원은 또 “핀터는 사람들이 서로서로의 처분에 맡겨지고 가식의 편린에 취약한, 그리고 폐쇄된 공간과 예측할 수 없는 대화라는 연극의 기본을 되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1930년 영국 런던의 해크니에서 유대계 양재사의 아들로 태어난 핀터는 청년기 ‘반유대주의’를 경험하면서 극작가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으며 1957년 ‘방'(The Room)으로 등단했다.

핀터는 인권옹호운동가로도 유명할 뿐 아니라 1981년 상영된 ‘프랑스 장교의 여인'(The French Lieutenant’s Woman)을 비롯해 영화와 TV 각본을 여러 편 집필하기도 했다.

또 영국문단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 ‘핀터레스크'(Pinteresque)라는 형용사로서 극의 특정한 분위기를 일컬을 정도로 거장으로 지칭되었다.

 

대만출신 연출가 유수요(劉守曜)는 배우, 무용가, 교육자, 편집자이다. 런던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무용을 전공하였으며, 그로토프스키, 스즈키, 뷰포인트 등 다수의 워크숍에 참가해왔다. 연출가이자 영화,TV,무대를 오가는 배우이고, 무용수이기도하다. 연극, 무용, 중국 전통극의 경계를 허무는 콜래보레이션 작업으로 알려졌으며, 홍콩, 베를린, 뉴욕 등의 페스티벌에 참가해왔다.

차이나타임즈 선정 10대 공연(1999), 대만데일리뉴스 선정 30대 공연(2009)에 선정되었다.

 

<옛 시절>은 한 부부에게 부인의 옛 친구인 미모의 여인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연극이다. 부부는 제각기 과거에 이 여인과의 밝히지 못할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에서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옛 시절을 더듬는다. 남편과 여인이 춤을 추거나, 여인들끼리 춤을 추면서 하나하난 옛 시절을 되새긴다. 물론 여인들끼리의 질투심이 드러나고, 혹시 남편과의 불륜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면서 세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면서 3인이 각기 품고 있었던 옛 시절의 말 못할 사연이 실제로는 오해에서 비롯되고 실제로는 다른 사연과 결부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는 자학 같은 화풀이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이오네스코의 <의자들>처럼 무대전체에 학급의 걸상같이 의자를 잔뜩 늘어놓고, 출연자들이 의자를 쌓아놓거나, 쓰러뜨리거나, 집어던지면서 연기를 펼친다. 객석 가까이에 놓인 의자 양 끝에 갓을 씌운 탁상용 전등을 놓고 배경 막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도 탁상용 전등을 한 개 놓아두었다. 배경 막에는 하늘과 구름 또는 출연자들의 확대된 얼굴을 영상으로 투사하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날카로운 철 채찍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암전이 된다. 여성출연자가 배경 쪽 의자에 올라가 한동안 돌아서 있기도 하고, 목욕가운으로 바꿔 입기도 하고, 흰 천을 바닥에 깔고 거기에 앉거나 비스듬히 눕기도 한다. 처음에 정렬된 의자를 뒤로 밀어 앞부분의 공간을 넓히고, 후반부에는 의자를 휘둘러 다른 의자를 두들기거나, 집어 던지거나 쓰러뜨리는 등 광분한 행태를 들어내 보이기도 한다.

여승호가 남편, 이지영이 아내, 박선희가 여자 친구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협력연출 이광복, 통역 이 배, 조명 황동균, 음악감독 서상완, 의상디자인 김정향, 분장디자인 박팔영, 무대 임 민, 조명크루 이일란 윤해동 신성일, 분장 최줏희 이지연 전주희 등 스텝 모두의 노력이 드러나, 해롤드 핀터 (Harold Pinter) 작, 대만의 유수요(劉守曜) 연출의 <옛 시절(The Old times)>을 의미전달보다는 동선활용 위주의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월 31일 박정기(朴精機)

 

3, 시노 바빗치 연출의 해롤드 핀터 작 <더 러버&리뷰스케치>

4월 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가 마련한 아시아 연출가전 마지막 작품 해롤드 핀터 원작, 일본의 시노바빗치 연출의 <더 러버&리뷰스케치>를 관람했다.

시노바빗치는 극단 도쿄 밀크홀 연출가다. <카타와코아> <수정의 밤> <난장야구 오늘도 눈물의 미일전쟁> 그 외 다수 작을 연출했다.

리뷰스케치는 해롤드 핀터의 촌극을 여러 개를 합쳐 재구성한 공연이다. 버스정거장에 늘어선 인물에게 한 여인이 다가가 자신이 갈 버스노선을 물으면서 벌어지는 코믹 퍼포먼스다. 여기에 노래가 곁들여져 흥미를 배가한다. 장면이 바뀌면 하수 쪽에 세운 다섯 자 높이의 단에서도 촌극이 벌어지는가 하면, 그 단위에 놓인 정사각의 입체조형물을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무대 중앙에 가져다 놓고, 여장 노파 역을 하는 남자 출연자들의 개그 코메디가 계속되고, 장면이 바뀌면 남성출연자 1인이 일본 검을 뽑아 휘저으면, 그와 대결을 벌이는 상대남성의 요구에 의해, 앞줄의 관객 모두가 차례로 나무 봉을 제공받고,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검객과 대결을 벌이며 배경 막 쪽에 있는 등퇴장 로를 여러 차례 돌아 나오면, 객석은 폭소의 바다가 된다.

<더 러버>는 우리나라에서 <티 타임의 정사>라는 제목으로 공연된바 있는 데 이 번 공연은 축소변형 시켰다.

 

리처드와 사라는 윈저 근처에 있는 외딴집에 살고 있다. 리처드는 아침에 아내를 집에 남겨둔 채 한두 시간 승용차로 런던 시내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했다가 저녁 6시에 어김없이 퇴근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이다.

정장으로 차려 입은 남편 리처드는 출근하기 직전 아내의 뺨에 키스를 하고 “당신 정부 오늘 오나?”라고 묻는다. 아내 사라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늘 3시에 온다고 대답한다. 오후 3시에 정부를 기다리는 사라의 요염한 의상이 눈길을 끈다. 초인종이 울리면, 정부가 아닌 우유배달부나 회사선전원이다. 그들을 보내자 정부가 아닌 사라의 남편 리처드가 야릇한 색상의 점퍼를 걸치고 타악기를 들고 등장한다. 사라는 남편을 정부처럼 반기고, 관능적인 자세로 정사를 벌인다. 리처드가 퇴장을 하면, 오후 6시가 되고, 오전 출근할 때 모습으로 남편 리처드가 귀가를 한다. 물론 사라도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리처드는 대뜸 빈정거리기 시작한다. “당신이 오후에 부정한 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대차대조표와 도표를 보고 있다는 생각해본 일 있나?” 사라는 코웃음을 친다. 왜냐하면 사라는 그 시간 남편이 사무실에 있지 않고 정부와 함께 있는 것으로 늘 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리처드도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사라에게 이야기를 했기에 코웃음을 칠 수 밖에….. 그러자 리처드는 불쑥 내뱉는다. “나는 그 시간에 정부가 아니라 창녀와 상관을 했노라며, 3시에 자신이 가지고 들어 온 타악기를 집어다 사라에게 보이며, 이게 웬 악기냐고 추궁을 한다. 사라는 황당해 하면서도 평온하게 그녀의 정부 것임을 긍정도 부정도 않는 모습을 유지한다.

리처드는 그런 모습의 사라에게 “타락한 생활, 당신의 법을 어긴 정욕의 길”은 지양되어야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리처드는 아내에게 앞으로 다른 곳에서 정부와 만나는 것은 좋지만 자기 집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데리고 놀던 창녀는 돈 주고 떼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대단원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거짓 정부놀이를 때려치우고, 한층 더 깊어진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극 중간에 기모노 차림으로 부채춤을 추는 남녀 출연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마지막 장면은 <더 러버&리뷰스케치>의 출연자 전원이 타악기 현악기, 금관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 관객의 갈채와 함께 공연은 끝이 난다.

 

한혜진, 김상엽, 박현철, 서민우, 홍은정, 이원국, 조남용, 김예림, 이 지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창과 연주는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명 황동균, 의상 김정향, 무대 임 민, 음악 서상완, 분장 박팔영, 한국무용지도 김소이, 무술지도 이상철, 일본무용지도 시노 바빗치, 안무 이 지, 통번역 이수연, 조명크루 신성일 윤동기, 염시훈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아시아연출가전, 해롤드 핀터 작, 이수연 협력연출, 시노 바빗치 연출의 <더 러버&리뷰스케치>를 흥미만점의 걸작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30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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