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5월 공연총평
5월에는 서울연극제와 국공립극단의 공연과 국립창극단의 공연, 그리고 명품 오페라 공연이 있었다. 5월의 공연작품 중 우수공연을 평하고, 2015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과 자유참가작은 별도로 평한다.
1, 극단 디딤돌의 김희자 작, 최무성 연출의 <웬수와 이별하기>
명륜동 극장 동국에서 극단 디딤돌의 김희자 작, 최무성 연출의 <웬수와 이별하기>를 관람했다.
김희자는 2014년 안전보건지원 공모사업 대상, 고용노동부장관상 수상작품 연극 <행복한 동행>의 원작을 바탕으로 탄생한 공감연극 “밥”을 2014년 8월 극단 디딤돌에서 제작 공연하고, 이번에 <웬수와 이별하기>로 극단 디딤돌과 2015년에 다시 공연을 하게 된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여류작가다.
최무성은 영화 <세븐데이즈>, <악마를 보았>’, <연애의 온도>, <베를린>, <관능의 법칙> 등 다양한 작품에서 호연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2014년 극단 로가로세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국내초연작인 <야간여행>을 연출하고, 금년 디딤돌의 <웬수와 이별하기>의 연출을 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아파트의 거실이다. 중앙에 긴 안락의자가 있고, 그 앞에 탁자가 있고 그 양쪽에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놓여있다. 상수 쪽은 딸의 방이 되고, 하수 쪽은 아버지의 방, 그리고 정면 오른쪽에 화장실이 있고, 여닫이문이 달려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연극이 시작되면 아버지와 딸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에 당연히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전개된다. 한 집에 부녀 두 사람만 살면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방향보다는 반대로 나타나기가 일쑤다.
첫 장면에서 다음날 딸을 시집을 보내며, 친지들에게 연락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딸의 출가를 축하하기보다는 딸에게서 해방이 되어 독립을 자축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뿐인가? 현재 홀아비인 아버지는 자신이 사귀는 여인에게 해방의 기쁨을 전하며 만날 약속을 한다. 이 통화내용을 듣게 된 딸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건 딸은 결혼식을 취소하겠노라고 선언을 한다. 딸의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소리의 아버지의 놀라움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당연히 “웬수”라는 소리가 튀어나오고, 부녀의 고성이 오고가며, 그 간의 부녀의 내력이 펼쳐진다. 이십칠, 팔년 전 어느 날 한 젊은 여인이 아버지에게 다가와 아기를 맡기고 해외로 떠난다. 그 여인은 아버지가 젊었던 시절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 사이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로 헤어지게 되고, 그 여인을 잊어버릴 때 쯤 되자 돌연 아기를 데리고 나타나 아기를 맡긴 채 미국으로 가버린 사연이 소개가 된다. 그 후 아버지는 딸을 키우고, 대학 입학할 연령이 되자, 어머니가 있는 미국으로 딸을 보낸다. 딸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유학을 한지 십년 만에 돌연 귀국을 한다. 그리고 한 집에 살면서도 두 사람은 심중을 내보이지 않는다. 딸이 미국으로 간 후, 거친 세파를 거치며, 온갖 맘고생 몸 고생을 다해 온 아버지의 삶이나, 마음을 모르는 딸은 아버지가 새 여인을 사귀는 것에 무조건 반대를 하거나, 싫어한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연인에게 휴대전화로 딸의 결혼을 이야기하며 좋아하는 광경에 분노를 표하고 결혼을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결혼은 취소되고, 부녀는 서로 웬수처럼 지내게 된다. 부녀간의 고성이 거듭 오가게 되고, 이웃집 남자가 부녀의 고함소리에 당연히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고함소리가 계속되자, 이웃남자는 이 집 문을 두드리게 되고, 드디어 남자끼리 싸움이 육체적 격돌로 이어지고, 싸움은 끝났지만 아버지는 후유증으로 실신을 하기에 이른다.
아버지가 아직 노년의 나이도 아닌데 치매환자처럼 되어버리고, 아버지를 간병하고 취업을 하면서 딸은 다른 상대와 결혼을 할 결심을 하고 날짜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어본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일기장 한 권이 들어 있고, 딸이 펴 보니, 일기의 내용은 딸이 미국에 간 10년 세월을 매일매일 딸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이 구구절절이 써진 것을 읽게 된다. 비로소 딸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고, 과거의 기억 속에서의 한 마디를 아버지에게 던진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버지는 치매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대단원에서 결혼식 날, 예식장에서 정장을 한 멋진 모습의 아버지와 함께 신부로 입장하는 아름다운 딸의 모습에, 하객이 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가 극장 전체를 무너뜨릴 듯 울리며, 연극은 감동의 마무리를 한다.
임대일이 아버지, 전은정이 딸로 출연해 더할 나위 없는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간다.
기획 창작그룹 극단 디딤돌, 프로듀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바람, 무감 최영길, 조명감독 최관열, 음악감독 김진호, 조연출 이문진 등 스텝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디딤돌의 김희자 작, 최무성 연출의 <웬수와 이벌하기>를 걸작 2인극으로 탄생시켰다.
2, 인천시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영선 역, 벨라코비치 발레리·주요철 공동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인천시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영선 역, 벨라코비치 발레리·주요철 공동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했다.
벨라코비치 발레리 로마노비치(Belyakovich Valery Romanovich, 1950~)는 러시아의 공훈연출가이자 국민배우다. 교육 사립 대학교 언어학과 출신으로 국립 연극 예술원(GITIS)에서 연출 학을 수학하고 (지도교수- 민중예술가인 보리스 라벤스키) 모스크바 남서쪽에 연극 스튜디오 창립(유고자파드 극장의 전신), 모스크바 유고자파드 극장 예술감독 및 총책임자, 러시아 공훈예술가로 평화상을 수상하고, 연극잡지 <연극인생> 주관 예술제 우승, 모스크바 콤소몰상 수상, 모스크바 예술인 연합회상 수상, 세기의 경계선에 놓인 셰익스피어시리즈로 러시아 문화부상 수상, 그리고 현재 국립연극원 교수이고 국민배우다.
주요철은 주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및 상임연출가다.<영원한 제국>, <투란도트>, <불의 나라> 등 대형 작품과 수원화성국제연극제·서울연극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의 무대를 연출한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중견 연출가이다. 1984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슬프게 하는가’로 동아예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 경기도립극단 예슬감독을 지냈고, 극단 ‘반도’를 25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이후 5년간 중국에 머물며 ‘재중국문화예술총연합회’에서 활동했다. 연출작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투란도트> <절대신호> <영원한 제국> <불의 나라> <무덤 없는 주검> <메디아 네이쳐> <한 여름밤의 꿈> 등 다수다.
무대는 열세개의 아치형 철제 기둥을 반원형으로 나란히 세워놓고, 몬태규 가와 캐플릿 가의 청년들이 검으로 결투를 할 때 철 기둥을 칼로 두드려 불꽃이 번쩍이는 극적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고 ,배경에 성당내부와 스테인 글라스 영상을 투사해 성당장면으로 대체한 것도 효과적이다. 구노,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가 작곡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에 비견되는 웅장하고 박력 넘치는 교향곡과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극중 장면변화 시 효과음으로 깔려 관객의 가슴을 두드리고, 색상을 달리한 부분조명과 박력 있는 음악에 맞춰 열세개의 아치 주위를 무리지어 회전하는 캐플릿 가와 몬태규 가의 사람들의 모습도 극적효과를 상승시킨다. 그뿐 아니라 모든 출연자 각자에게 어울리는 의상도 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물론, 로렌스 신부 역을 주인공처럼 부각시키고, 캐플릿 부인 역과 유모 역을 강조한 것, 그리고 영주, 머큐쇼, 벤볼리오, 티볼트 등의 성격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패리스 역에 공을 들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라스 장면을 단층의 동일한 장치로 어찌 처리하나 눈여겨보았는데, 무대 좌우양쪽의 끝 부분,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서 상대를 향해 사랑의 대사를 나누도록 하는 연출방식에 공감이 가고, 대단원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신 앞에서 양가가 화해를 하며 사랑하는 두 연인의 동상을 만들어 세우겠다는 가장들의 발표는 관객에게 대단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수정이 줄리엣, 이규호가 로미오, 심영민이 캐플릿, 강주희가 캐플릿 부인 정순미가 유모, 최진영이 머큐쇼, 김현준이 로렌스 신부, 김태훈이 벤볼리오, 차광영이 몬태규, 김문정이 몬태규 부인, 김태범이 티볼트, 서국현이 영주, 장우현과 권순정이 패리스, 이범우가 피터, 김세경이 삼손, 그리고 서창희, 송예은, 김희원, 이신애, 정홍섭, 김상우, 윤호상, 노형국, 유승원, 이정은, 이재은, 류일선 등 출연자 모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25년 연륜의 인천시립극단 단원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을 짐작케 한다.
조명 이나구, 의상 알레샤 자예츠, 무대 송용일, 분장 강대영, 소품 서정인, 영상 김성철, 음향 이복행, 헤어 빅토리아, 사진 류재형, 동영상 이재한, 통역 장우현, 홍보디자인 김미연, 협력연출 막심 노비코브, 협력연출 손경희, 무대감독 조영민, 기획 김화산 이옥희 이돈형 김새롬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인천시립극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영선 역, 벨라코비치 발레리·주요철 공동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우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3, 동양예술극장 개관기념공연 선아트컴퍼니의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동양예술극장·(주)선아트컴퍼니의 아서 밀러 원작,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를 관람했다.
<아버지>는 아서 밀러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의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21세기의 우리나라의 현실로 바꿔 재창작한 연극이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이 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는 테네시 윌리엄스, 손톤 와일더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1970년대 연세대학교에서 공연한 이영후 연출과 박정국 주연의 공연, 1978년 현대극장의 표재순 연출과 이순재 주연의 공연, 극단 실험극장의 1980년 윤호진 연출과 김동훈 주연의 공연, 1993년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정일성 연출과 최불암 주연의 공연, 2004년 권오일 연출과 이호재 주연의 공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세일즈맨의 죽음> 원작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지 잘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을 큰아들 비프와 막내 해피에게 주입시키며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윌리 로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이 지낸다. 그래도 윌리는 비프와 해피를 사랑하고 비프와 해피는 윌리를 존경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들 비프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려 사업을 해보겠다며 친구를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다. 게다가 아버지 윌리는 30여 년 동안이나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향후 윌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죽은 형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족은 그러한 윌리의 혼자 중얼거림에 놀라고,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윌리는 과거에 수학시험에 낙제점수를 받은 장남 비프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며, 출장 중인 자신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을 아들에게 들켰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윌리는 그로부터 아들 비프의 만사 의욕상실과 또래들에게서의 뒤처짐이, 아버지인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만, 양심은 못내 괴롭다.
대단원에서 윌리는 비프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확인시키려고, 비프와 화해한 후 그 날 밤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무대는 서민 주택이다. 20여 년 간 주택부금을 붓고, 이제 몇 차례만 더 부으면 주택의 실소유주가 된다는 설정이다. 아래층 왼쪽 방은 안방으로 침대가 놓이고 뒤쪽에 화장실 겸 욕실이 있다. 오른쪽은 주방 겸 거실이다. 주방기구와 식탁과 의자가 배치가 되어있다. 이층은 남매의 방으로 설정된다. 이층에도 침대와 의자가 있다. 집 앞 객석과 가까운 부분은 마당으로 설정이 되고, 거실은 호텔방과 욕실로도 사용이 된다.
이번 <아버지>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현실의 반영으로 아버지의 역이 가일 층 부각되고, 60대 아버지의 조기치매증상이 연극에 구현된다. 아버지의 형이 인도네시아로 17세에 가 21세에는 재력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푸른 바다 속에 뛰어들어 물 밖으로 올라오니 부자가 되었다”는 대사반복으로 이어지며 아들에게 금언처럼 들려주고, 자신이 30년간 외판원으로 일하며 공을 들인 회사에서 해직이 되자, 마종기 시인의 시 “멸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를 읊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버지 자신의 해직과 치매증세, 그리고 과거 사신의 불륜행각을 아들에게 들키게 되고, 그로 인해 아들이 스포츠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실의에 차 현재까지 변변한 일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나쁜 일을 남의 탓으로 핑계대지 말고,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라”며 아들에게 고언을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자살을 감행해 사망보험금을 타도록 만드는 결말은 이 극의 백미로 기억에 남는다.게다가 어머니가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여도 자식들에게는 아버지의 치매 증세를 부정하며 감싸려 들고, 어머니로서 늘 상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시피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함을 치며 대드는 모습에 참지를 못하고 아들을 집에서 내쫓은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수령한 2억 여 원으로 집의 실소유주가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했지만, 집이 있어도 오순도순 살 가장이 없음을 한탄하며 눈물을 쏟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김명곤이 아버지로 출연해 그간의 영화나 방송극에서 보인 것보다 월등한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차유경이 어머니로 출연해 진정성이 보이는 호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문영수가 형으로 출연해 원작의 형보다 탁월한 성격창출로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조원희가 아버지의 친구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고, 판유걸이 아들, 이지해가 딸로 출연해 남매의 열연이 관객의 사랑을 차지한다. 양희선이 아버지의 불륜상대여인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김민진이 아들의 친구, 임영우가 회사 청년사장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전무송, 권성덕이 아버지로 트리플 캐스팅 되고, 권지숙이 어머니, 김종구가 형, 고동업이 친구, 박재민이 아들, 조연진이 딸, 오봄길이 불륜여, 이재준이 아들친구, 임상현이 회사청년사장으로 더블 캐스팅되어 호연을 보인다.
음악감독 김희정, 무대디자이너 김인준, 조명디자이너 신동우, 조명감독 이영욱, 분장디자이너 양희선, 음향오퍼 최윤정, 조명오퍼 김대희, 조명팀 김진아·김병희·남상선·직경찬, 무대제작 수무대, 홍보물디자인 강지우, 홍보사진 노승환·안재경, 조연출 최윤정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주)선아트컴퍼니(류상록)와 동양예술극장(유인택)의 아서 밀러 원작,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를 원작을 뛰어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4,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연출의 <사랑을 묻다>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연출의 <사랑을 묻다>를 관람했다.
손기호는 경주출신으로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그 후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다시 서는 남자 이야>’<‘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사랑을 묻다>를 쓰고 연출해 그 기량을 인정받고,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2004년 거창국제 연극제 희곡상 수상,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2010 서울연극제 인기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수상.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1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 <사랑을 묻다>는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배경에 아치형의 문이 다섯 개가 나란히 세워지고, 그중 하수 쪽 문 하나가 등퇴장 로가 된다.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문에는 검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등장인물 사진이 실물크기로 들어간 광고판 같은 조형물이 장면 장면에 배치가 되고, 강의실 장면에는 칠판이 정면에 걸리고,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의자구실을 한다. 병원장면에는 환자이동침대를 사용하고, 주점장면에서는 탁자와 의자, 술잔과 술병을 출연자들이 가지고 나온다.
음악은 연극은 도입과 대미에 1968년 제작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과 레너드 휫팅과 올리비아 핫세이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인 “What is a youth”가 흘러나오고, 중간 중간 바리톤 김동길이 부른 히트 곡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가 극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연극을 가르치는 50세쯤 되어 보이는 대학 강사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강의하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애쓴다. 그 나이가 되면, 부부사이도 사랑보다는 경제적인 면에 힘을 들이게 되고,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보다는 육체적 접촉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에, 주인공처럼 백발이 희끗희끗하고 말솜씨까지 어눌한 인물에게는 적절한 상대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반면에 오십 세 쯤 되어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달변으로, 물론 그 달변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고, 거짓에 더 가깝지만, 오히려 만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당연히 여자관계도 복잡하다.
이 극의 주인공은 달변이 아닌 것으로 설정되었기에, 그의 연극에서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성과 진정성이 배어있도록 연출된다. 그리고 상대여인은 주인공에게서 수강을 하는 한 미모의 여제자로 설정된다.
근자에 이르러 젊은 남성들이 자신보다 연상의 여인에게 관심을 두듯, 이 연극에서도 상급학년 여대생을 좋아하는 연하 남학생이 등장해 자신의 마음을 여학생에게 표하지만, 여학생에게는 남학생의 소리가 당나귀 귀에 코란 읽기처럼 들리는 듯싶다.
주인공의 부인 역시 사랑보다는 육체적 쾌락을 중시하는 듯 보이는 면모가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휴대전화 통화나, 관능미가 드러나는 외출복을 입고 나가는 모습에서 관객에게 감지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친구 역시 제3자인데다가, 대부분의 친구가 천편일률적으로 상식적인 답변수준에 머무르니, 당사자 외에는 사랑 갈구에 대한 도움이 될 리 없다.
또 주인공의 누님이 지병으로 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것으로 소개가 되고, 주인공의 누님이 운명할 때까지 매부노릇을 하는 남성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이 극에 복선으로 깔려 소개가 되기도 한다.
또 한 편으로는 나이트클럽에서 부모 몰래 댄서알바를 하는 주인공의 고교생 딸이, 아버지와 여 제자의 키스장면을 보게 되고, 상대여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결국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난 남성은 현실로 돌아오려 하지만, 나이 들어 하는 사랑이 어찌 젊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금세 끓어오르거나 식어버리거나 할 수가 있으랴? 여 제자의 심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소개가 되니, 관객의 심정도 살포시 부풀어 오른다.
대단원에서 남편의 생일조차 까먹은 아내는 되돌아올 생각을 않고, 남성은 딸이 마련한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아, 촛불을 붙이고 홀로 생일찬가를 부르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용준, 우미화, 조주현, 최정화, 나종민, 하지웅, 배선희, 이세영, 이랑, 탁원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조연출 이세영, 무대감독 하지웅, 무대 김태훈, 조명 민새롬, 음악 전송이, 의상 양화령, 음향 윤민철, 동작지도 정여진, 분장 안혜영, 안무지도 편강윤, 사진 윤현태, 오퍼 김소진, 진행 탁원태, 기획 홍민진, 기획보 황보현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연출의 <사랑을 묻다>를 기억에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극단 물리의 한태숙 작·연출의 <서안화차>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물리의 한태숙 작·연출의 <서안화차>를 관람했다.
<서안화차>는 친구를 살해한 뒤 진시왕릉과 토용을 보러 중국 서안의 섬서 성으로 가는 화차에 몸을 실은 주인공의 해설에서 시작된다.
중국 역사가 사마천은 진시황이 사망한지 백여 년이 지나 기록하길, 그의 능묘를 건설하는데 70만 명이 동원되었다고 하였다. 영국 역사가 존 맨(John Man)은 사마천의 이러한 기록에 나타난 숫자는 당시 세계의 어느 도시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였다고 지적하며, 능묘의 토대는 약 2년간 1만 6천명 정도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사마의는 토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조각들은 1974년 3월 29일 우물을 파던 농부들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이 토용들은 점토판을 짜 맞추어 만들어진 후 장인들의 수공에 의하여 각각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일부 토용들에는 한 보라(Han Purple, BaCuSi2O6) 염료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토용들의 수는 약 6천에 달하며 이를 만든 목적은 악령들로부터 황제의 사후세계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토용들은 전차와 4만여 점의 동제 무기류도 갖추고 있었다.
진시황이 제위에 오르자마자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능묘를 만드는 것이었다. BC 215년 진시황은 몽염 장군에게 30만의 인력을 부어 공사를 시작하도록 하였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72만명의 백성들을 무보수 강제노역에 동원하였다고도 한다. 존 맨의 당시 인구 수 대비 연구를 보면 이러한 문헌상의 숫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황제의 시신이 있는 능묘의 중심부(34°22′52.75″N 109°15′13.06″E)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으며 토용이 있는곳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 사마천의 묘사에 따르면 능묘 안에는 궁궐을 모방한 시설과 전망대까지 있으며 귀한 가재도구들과 엄청난 것들이 있다고 한다. 천체를 의미하는, 수은이 흐르는 100개의 강이 있으며, 접근자에게 화살을 발사하는 궁노들도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무덤은 서안(西安, Xi’an)으로부터 30 km 정도 거리에 있는 여산(驪山, Li Mountain)에 닿아 있다고 하였다. 근대 고고학자들은 무덤을 찾아 무인 탐사장치를 들여보냈는데, 이를 통해 무덤 내부에 자연계의 100배에 달하는 농도의 수은이 있는것을 발견하여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기록에 신빙성을 더했다. 진시황은 능묘를 건설한 인부들 대부분을 살해하여 그 위치를 비밀로 유지하였다.
진시황제(이름은 정)는 전국시대의 일개 소국의 왕이었지만, 중국 전국토를 통일, 처음으로 황제를 자칭했다. 진시황제 능은 70만 명이 38년에 걸쳐서 만들었다. 크기는 동서 350m, 남북 345m, 높이 76m, 체적은 약 300만m2이다. 또, 병마의 토용이 8000개 이상 있었다고 전한다. 진시황제는 만리장성의 축조, 분서갱유(의학·점서 ·농학서 이외의 책을 모두 태워버리고, 많은 유생을 생매장해 죽임) 등으로 유명하다.
<서안화차>의 주인공은 아버지와는 일찍 헤어지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해 소심한 성격에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장성한 나이임에도 결혼할 꿈도 꾸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홀어머니가 중국인 사내와 통정을 하는 장면을 보고, 중국인 사내를 흉기로 찌르려고 벼르지만, 무위로 끝난다. 그 후 대인관계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다만 가까운 한 친구에게 마음을 주고, 그 친구와는 동성애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 친구가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 후 주인공과의 사이가 멀어지니, 주인공은 호텔에 종사를 하며 한편으로는 진흙으로 사람의 형태를 빚어, 그것을 틀에 넣고 떠서 인체조형물을 하나하나 만들어 세우는데, 그 인체조형물이 모두 친구의 모습을 닮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의 친구가 나타난다. 물론 주인공이 이 호텔의 종사자임을 알 리가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상대임을 서로 감지하고 비로소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주인공은 친구에게 다시 만나줄 것을 원하지만, 친구의 한번 변한 마음이 어찌 되돌아 설 수 있으랴? 친구는 자신의 회사의 여직원과 이 호텔에서 만나 은밀히 정을 통하려 하고, 주인공은 이를 지켜보다가 들키기도 하면서, 주인공과 친구의 갈등이 노출되고, 주인공은 조각도로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친구와 통정을 하던 여직원이 이 사실을 눈치 채지만, 자신의 통정행위가 들통 날까 두려워 결국 함구를 한다, 주인공은 친구 시신을 틀에 넣고 떠낸 후에 서안으로 가는 화차에 몸을 싣고, 진시왕릉과 거기에서 발굴된 토용을 보러 떠나면서 관객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연극이다.
박지일, 이찬영, 지영란, 신현종, 박수진, 조명운, 최순진 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김창기, 조각 임옥상, 음악 공명, 의상디자인 조혜정, 사진 이도희·신귀만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물리의 한태숙 작·연출의 <서안화차>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6, 솔 오페라단과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발로티 시립극장의 푸치니 작곡, 쟌나 프라타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 장서문 협력연출의 <일 트리티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 오페라단(단장 이소영)과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발로티 시립극장 합동공연의 푸치니 작곡, 쟌나 프라타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 장서문 협력연출의 <일 트리티코(Il Trittico)>를 관람했다.
오페라 <일 트리티코(Il Trittico)>는 <외투(Il Tabarro)>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 <쟌니 스키키(Gianni Schicchi)>로 구성되어 있다.
세 작품 중 첫 번째인 <외투(Il Tabarro)>는 한때 푸치니의 라이벌로 꼽힌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나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처럼 유럽 기층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베리스모’ 치정살인극이다. 베리스모는 ‘사실주의’라는 뜻을 지니지만 프랑스의 에밀 졸라 풍 자연주의에서 더 짙은 영향을 받은 오페라계의 새 경향이다. 파리 센 강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작가 “디디에 골드”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도 자연주의적 성향을 짙게 나타낸다.
무대는 거대한 원형의 교각아래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벌어진다. 짐을 나르는 남루한 모습의 인부와 담배를 입에 문 선장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희망 없는 세상을 규탄하는 젊은 남자(테너) 루이지의 격렬한 아리아 ‘일리 있는 말이다(Hai ben ragione)’나, 극 말미의 급박한 살인 장면에서 강렬한 관현악의 효과는 정통 베리스모 극으로서 이 작품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층 우리에게 호소 력있게 다가오는 장면은 대사 그대로 푸치니 특유의 ‘이상한 노스탈지아(Strana nostalgia)’가 표현되는 루이지와 여주인공 조르제타의 2중창 ‘나도 비슷한 꿈이 있어요(E’ben altro il mio sogno)’다. 여기에서는 푸치니 특유의 유혹하는 듯한 목관과 뜨거운 현악, 적시에 터지는 금관의 ‘푸치니 포르테’가 두 주인공의 꿈과 열망, 유혹을 강렬하게 뒷받침한다.
두 번째 작품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는 푸치니의 장기를 잘 발휘하도록 설계된 작품이다. <마농 레스코>나 <라보엠> <나비부인>에서처럼 가녀린 여주인공이 보호받지 못하고 애처롭게 죽어간다. ‘행복했던 과거가 있었고, 긴 세월이 흘렀고, 이제 가슴 아픈 최후의 순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며 더욱 슬퍼진다’는 ‘푸치니 공식’도 동일하다. 다만 ‘행복했던 과거-긴 세월의 흐름’이란 중간 과정이 생략되고, 슬픈 마지막 시점에서 극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다르다.
무대는 수녀원의 전경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차단막이 무대 좌우에서 나타나 장면전환에 사용이 되고, 수많은 향로 병이 놓인 이동 제단이 눈길을 끈다. 압도적인 무대에 노래로 기량을 드러내는 수녀들과 안젤리카의 열창이 가슴에 다가온다.
이 극에서는 또한 <나비부인>에서처럼 애절한 모정을 노래하는 아리아가 관객의 심금을 울리도록 했다. 극의 마지막에는 ‘예수에게 젖을 주어 기른’ 성모에의 찬가가 무대 뒤에서 들려오며 신비한 효과를 자아낸다.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푸치니가 헌신적인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소년시절 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되도록 교육받았으며 ‘에드가’의 레퀴엠(진혼곡) 장면, ‘토스카’의 테데움(찬미가) 장면 등 그가 오페라에 삽입한 종교적 장면들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세 작품의 마지막은 푸치니의 향토인 토스카나의 여섯 세기 전 선배인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자니 스키키(Gianni Schicchi)>다. ‘늘 외국에서 소재를 가져온다.’는 질타를 들어온 푸치니로서는 오랜만에 ‘캄파닐리스모’(향토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가 처음 손댄 희극이기도 하다. 누구나 처음 듣고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인상적인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전략적으로 삽입하고, 마지막 장면은 오스트리아의 교향곡 대가 구스타프 말러를 연상시키는 농밀한 화음을 관현악에 흘려 ‘의고적 소재를 다루지만 기법은 선진적임’을 강조한다.
무대는 부호저택으로 더할 나위 없는 건축양식이고, 중앙에 시체가 놓인 개폐식 장롱 같은 방의 문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출연자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두꺼운 담장도 제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니 스키키>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로 잘 알려지고, 오페라 <자니 스키키>만 별도로 공연되기도 했다.
엘리야 파비안, 손동철, 김인휘, 루벤스 펠리짜리, 리자 호벤, 김은희, 우수연, 김신혜, 카탈로 카푸토, 안토넬라 콜라이안니, 마테오 다폴리토, 티나 달레싼트로, 스테파노 리날디 밀리아니, 윤오건 등 출연자 전원의 정상급 기량이 3시간의 공연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솔 오페라단원의 기량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나무랄 데가 없는 출중한 성악가로 구성되어, 솔 오페라단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예술총감독 알도 시실로·김영미, 예술감독 디노 데 팔마, 음악감독 조현수·홍지혜, 무대디자인 쟈코모 안드리코, 의상디자인 쟌루카 팔라스키, 조명디자인 체자레 아체타, 무대설치 남기혁, 무대기술 카티아 바바레시·안토니오 머쿨란, 무대감독 박재현, 조명감독 강호상, 분장감독 임유경, 의상감독한경인·메니체티 알렉산드로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고, 디오 오케스트라의 정상급 연주가 분위기를 상승시켜, 솔 오페라단(단장 이소영)과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발로티 시립극장 합동공연의 푸치니 작곡, 쟌나 프라타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 장서문 협력연출의 <일 트리티코(Il Trittico)>를 고수준 고품격의 오페라로 탄생시켰다.
7, 예술의전당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를 관람했다.
양정웅(1968~)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상임연출가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월간 문학 신인작가상, 히서 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아름다운 연극인상 최고 스텝상, 제15회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부문, 한국연극협회 우수공연 베스트 7,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우수작품상,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대상, 인기상수상했다. 문예진흥원 신진연극인,평론가 협회 21세기 기대주 선정되었고, 페스티발 <99마임페스티벌>총무대감독을 했고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soul mate>2007 <보체크 wozzeck>2007 유니버셜 발레단의 발레뮤지컬 <심청 Shim Chung>2007 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정서와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들로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연극 외 장르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연출작은 <해롤드와 모드>, <오페라 처용>, <내 아내의 모든 것>, <최막심>, <나의 젊은 날개>, <로맨티스트 죽이기>, <페르귄트>, <십이야>, <연서>, <뷰티풀 번아웃> <소풍> 그 외 다수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출가다.
페리클레스(Pericles, BC 495~BC 429)는 최고의 명문가문의 출신이었으나 키몬에 대항하기 위하여 귀족파가 아닌 민주파의 지도자가 되어 BC 462년 에피알테스와 함께 귀족세력의 거점인 아레오스파고스 회의의 권리를 박탈, 평의회 ·민중재판소 ·민회에 실권을 가지도록 하는 법안을 민회에 제출하였다. 이듬해 에피알테스가 정적에게 살해당하고, 키몬이 도편 추방되자, 정계에서 그의 지도권은 확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제3신분에 있던 자들까지도 최고관인 아르콘에 취임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배심관 ·관리의 일급(日給), 연극관람수당을 비롯하여, 관리를 희망자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하는 등 민주정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BC 454년 그의 제안으로 델로스동맹의 기금을 델로스 섬에서 아테네로 옮겼는데, 이때부터 동맹의 여러 도시는 거의 모두 아테네의 속국(屬國)이 되었고, 아테네는 제국(帝國)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 BC 447년부터는 파르테논신전의 건조를 시작하였고, 아테네 시가의 미화(美化)에도 힘썼다. 외교상으로는 페르시아와 ‘카리아스의 화약(和約)’을 맺고, BC 446년 스파르타와 향후 30년간의 화약을 맺는 등, 강국과는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델로스동맹의 지배를 강화하였다. BC 443년에는 정적인 투키디데스(역사가와는 다른 사람)도 추방, 그 후 죽을 때까지 매년(만년의 극히 단기간 제외) 스토라테고스(장군직)에 선출되어 ‘지상의 제우스’라 불리게 되어 이름은 민주정(民主政)이나 사실은 1인 지배라 할 만큼 페리클레스의 시대를 구가하였으며, 또 이것은 아테네의 최성기이기도 하였다. BC 431년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되자 굳게 농성(籠城)하는 한편, 해군으로 하여금 펠로폰네소스반도를 위협하는 전술을 취하였다. 그 무렵 그를 권력으로부터 추방하려는 음모가 있어, 아낙사고라스 ·피디아스 등 그의 측근들이 기소 당하였으나 그를 실각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전쟁과 때를 같이하여 아테네에 유행한 질병에 걸려 병사하였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2010년 화동연우회에서 이현우 역, 김광림 연출로 공연되고, 신구, 이기용, 이관영, 이석희. 최용철, 이수문, 임진택, 최용민, 정한용, 강영건, 이근희, 김태범, 이현우, 김승환, 김재환, 손선근, 임대일, 윤동환, 이준원, 유태웅, 김현균, 김용균, 안석천, 이재준, 김명식, 이채상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페리클레스>는 1984년 영국 BBC에서 제작해, 데이빗 휴 존스가 감독하고, 마이크 그윌라임 (페리클레스 역), 아만다 레드만 (마리나 역), 존 우드빈 (안티오쿠스 왕 역), 아네트 크로스비 (디오니자 역)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타이어의 왕 페리클레스는 앤티어크의 공주를 부인으로 맞으려고 앤티어크에 갔다가 앤티어크의 왕 앤타이어커스의 적이 되고 만다. 페리클레스는 앤티어크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조국 타이어를 떠나 바다건너 타서스로 향한다. 타서스에 도착하여 머물던 페리클레스는 집요한 앤타이어커스의 추적을 피하여 다시 바다로 나간다. 폭풍을 만나 표류하던 페리클레스는 펜터포리스의 해안에서 어부들에게 구출된다. 페리클레스는 어부들의 도움으로 펜터포리스의 궁중무술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고 그 나라의 공주 세이사와 결혼한다. 앤타이어커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페리클레스는 고국 타이어로 돌아가기 위해 왕비 세이사와 함께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러나 다시 폭풍이 불고 왕비 세이사는 배 위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는다. 페리클레스는 왕비를 바다에 수장하고, 갓 태어난 딸을 인근 타서스의 왕에게 맡기고 타이어로 떠난다. 수장되어 에피서스의 해안에 떠밀려온 된 왕비는 세리먼에게 발견되어 생명을 되찾았으나 간밤의 폭풍으로 남편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속세를 떠나 에피서스의 신전으로 들어간다. 타서스의 왕비 다이어나이저는 타서스에서 성장한 페리클레스의 딸 마리나를 시기하여 암살하려 한다. 마리나는 살해당할 위기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어 목숨은 건지나, 미틸리니의 유곽으로 팔려가게 된다. 딸을 데려가기 위해 타서스에 도착하여 마리나가 죽었다고 전해들은 페리클레스는 실의에 빠져 바다를 떠돌다가 식량을 보급받기 위하여 정박한 미틸리니에서 딸 마리나를 찾게되고, 이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찾아간 에피서스의 신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부인과 재회한다.
무대는 전체가 모래밭이다. 전반부에는 중간막이 내려진 상태에서 샹들리에 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사람의 얼굴모습이 담겨진 병 형태의 조형물이 무대 여기저기에 깔려있다. 중앙에 나침반을 확대시킨 형태의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배경 막에도 나침반을 확대시킨 영상이 투사되어,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조형물을 통해 구현시킨다. 무대 오른쪽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이고, 장면에 따라 피아니스트가 등장해 연주를 한다. 피아노 앞에 놓인 플라스틱으로 된 백색 조형물이 시체를 넣어둔 관으로 사용된다. 여러 개의 평상형태의 조형물 세 개를 배우들의 이동시켜 장면변화마다 사용하고, 후반부에는 마치 자유의 여신상의 얼굴부분모습의 조형물을 무대 오른쪽에 쓰러뜨려놓고, 출연자들이 그 위로 오르내리며 연기를 한다. 무대왼쪽에는 객석방향으로 뻗은 작은 나무널판이 뱃머리나 선창 역할을 한다. 배경 막을 올리면 토월극장의 무대 깊숙한 부분까지 확장되고, 그 부분은 극의 대미에 여제사장의 신전으로 설정된다. 모래먼지를 방비하기 위해 네 명의 출연자들이 물통을 짊어지고 분무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부분조명으로 원형의 공간을 만들어 동선을 강조하고, 마리나가 부르는 노래는 독특하고 신비스런 곡이라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백발이 보이는 남성이 등장해 해설자 역할을 하고, 젊은 페리클레스가 나이가 든 후에는, 젊은이 대신 백발의 페리클레스 역을 맡아한다. 대단원에서 그 백발 남성이 해설자 역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유인촌 남윤호 부자가 2인 1역으로 젊은 페리클레스와 나이든 페리클레스 역을 맡아 호연과 열연을 펼치며 연극을 이끌어 간다. 최우리가 페리클레스의 딸 마리나 역으로 출연해 젊은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김은희, 이국호, 전중용, 한윤춘 등이 호연을 보이며, 연극의 기둥역할을 한다. 김대진, 정제우, 장현석, 김진곤, 조찬희, 장지아, 김도완, 한인수, 김상보, 이화정, 김호준, 정원창 등의 열연이 극의 주춧돌 역할을 해내고, 김범진과 서동오가 대조되는 체구로 감초역할을 해내 갈채를 받는다.
무대미술·감독 임일진, 조명 여국군, 의상 도연, 분장 전주영, 소품 이은규, 영상 김장연, 작곡 장영규·배승혜, 피아노 이현애, 무술감독 이국호, 움직임 김도완·이화정, 드라마터그 이현우, 조연출 이대웅·이현애, 조연출보 한소미, 무대미술 보조 오미연, 조명보조 전진철·이은주, 의상보조 권가용·이정운·김소현·한수진, 분장보조 최준영·이애리·이슬지, 그 외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현우 역, 양정웅·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를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고선웅 극본·연출, 한승석 작창·작곡의 <변강쇠 점찍고 옹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고선웅 극본·연출, 한승석 작창·작곡의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관람했다.
변강쇠가의 원제는 <가루지기타령>이다. 가루지기타령은 판소리 중 하나로 변강쇠타령, 변강쇠가, 횡부가(橫負歌)라고도 한다.
이 소리는 <관우희> 중에 들어 있고 판소리 원로의 한 사람이며, 8명창의 한 사람인 송흥록(宋興祿)이 〈변강쇠가〉를 잘 하였다는 서술이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1810년 이전부터 불려온 창 본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은 음탕한 변강쇠와 음녀인 옹녀의 난음한 생활을 묘사한 것인데, 표면적으로는 성(性)과 육체를 부정한 듯한 내용이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오히려 그것을 긍정하려는 것같이 보이며, 실학사상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엿보인다.
창 본으로는 신재효본이 유일하다. <변강쇠가>는 신재효가 실전(失傳) 판소리 〈변강쇠가〉를 사설로 정리한 것이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판소리로 전승되고 있었던 듯하나 20세기 들어서는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되었고, 고소설 형태로도 전환되지 못하고 거의 사라졌다. 유일하게 신재효의 사설만이 전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창극이나 마당극으로는 종종 공연되며 만화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여타의 판소리계 소설과는 차별화된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제시된다.
<변강쇠가>는 괴상망측하고 음란한 내용의 작품이다.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주인공인 ‘변강쇠’와 ‘옹녀’는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이 정력가와 색골의 대명사로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양반이나 부녀자가 감상하기에는 부적절하게 여겨져 판소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도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다시 재창조되는 것은 단지 노골적인 주인공 성격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은 조선 후기 사회에서 발생한 유랑민이 유랑에도 실패하고 정착에도 실패하여 패배하고 죽어갔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변강쇠의 무지와 심술 이전에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회적 현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또 <변강쇠가>에서 주목되는 점은 예술 작품에서 금기로 여기는 ‘성(性)’과 ‘죽음’을 노골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시작부터 옹녀의 남편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동네에서 쫓겨난 옹녀가 유랑하다 만난 변강쇠와의 성 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변강쇠가 장승에게 징벌을 받을 때, 온갖 징그러운 병이 나열되고,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송장의 모습도 계속 묘사된다.
<변강쇠가>는 매우 괴이하고 끔찍하여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작품이라 자칫 작품의 본질을 보지 못할 수 있으며, 당시 사회상과 인물의 처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표면적인 내용 아래 감춰진 조선시대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 예를 들어 장작 대신 장승이라도 뽑아다 땔 수밖에 없었던 생활과, 당시 양반이나 관료들은 처첩을 수없이 거느리고 여봐란 듯 떡 벌어지게 살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서민들 대부분은 빈한한 생활 속에서의 본능추구의 정념을 간직한 채 살았던 점을 돌이켜 보게 되는 작품이다.
무대는 “ㅜ”자 형의 한 자 높이의 단으로 되어있고, “ㅜ”자 의 좌우 낮은 부분인 오케스트라 박스에는 국악연주단이 자리를 잡았다.
직사각의 입체 조형물을 장승으로 설정을 해 출연자가 끌고 들어오거나, 기계조작으로 무대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여러 개의 관 형태의 조형물을 하나하나 떼어놓거나, 붙여놓고 사용을 하고, 배경 막과 중간 막을 좌우로 열고 닫거나, 또는 수직으로 상승 하강시켜 장면변화에 대응한다. 창극단원들이 직접 팔도와 청석 골의 장승 역을 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프로시니엄 아치 양쪽에 자막 판을 만들어 영어와 한글자막을 영상으로 투사한다.
주인공인 옹녀는 팔자에 상부살이 겹겹이 낀 여인으로, 결혼한 남자는 병, 사고, 범죄를 저질러 처형되는 등 온갖 사유로 죽고 심지어 잠시 스쳐간 남자마저 죽는 바람에 인근 열 동네에서 남자의 씨를 말리게 되고, 이에 열 동네의 여인들이 작당하여 옹녀를 쫓아낸다. 보따리 하나 들고 남쪽으로 내려오던 옹녀는 또한 삼남에서 온갖 여자를 농락하며 북쪽으로 올라오던 변강쇠와 남도와 북도의 경계점인 청석 골에서 만난다. 둘은 천생연분임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결혼을 하여 청석 골 깊은 산으로 들어가 사는데, 옹녀는 나름대로 정착하려고 나물장사까지 하며 살아보려 애쓰지만, 게으름뱅이 변강쇠는 주는 밥을 먹고 밤일에만 힘쓴다. 그리고 하는 일이 노름판에 나가 잃기만 한다. 게다가 옹녀가 벌어오는 푼돈마저 주는 족족 잃고 노름패와 싸움을 벌인다. 견디다 못한 옹녀가 나무라도 해 오라고 변강쇠에게 재촉하자 변강쇠는 길가의 장승을 뽑아 오고, 놀란 옹녀가 도로 갖다 놓으라고 설득하는데도 듣지 않고 그 장승을 패어 땔감으로 삼는다. 횡액을 당한 장승은 모든 장승의 우두머리인 대방장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대방장승은 전국의 장승들을 불러 모아 변강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갖가지 병으로 도배하게 한다. 그리하여 변강쇠는 온갖 병을 한 몸에 앓다가 끝내 죽게 되는데, 옹녀에게 “내가 죽은 후 개가를 했다가는 그 서방을 죽이고 말겠다.“라고 저주를 내린 후 벌떡 일어서서 눈을 부릅뜨고 죽는다.
향후 변강쇠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옹녀의 애쓰는 모습이 펼쳐지고, “집 안의 시체를 처리해 주면 같이 살겠다.”며 지나가던 걸승부터 시작하여 온갖 남자들을 자신의 미모로 유혹하지만 이끌려든 사람들은 방 안에 서 있는 변강쇠 시체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모두 죽는다. 저승사자가 등장을 하고 옹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등장을 해 옹녀에게 바른 마음을 갖도록 타이른다. 결국 초라니 한 사람이 등장해 옹녀에게 정을 주지 않고 변강쇠의 시체를 치운 후 떠나가 버린다. 대단원에서 옹녀가 변강쇠의 아이를 밴 것으로 설정이 되고 옹녀의 기뻐하는 희망찬 모습에서 창극은 끝이 난다.
김지숙·이소연이 옹녀, 김학용·최호성이 변강쇠, 윤충일이 각설이, 김차경이 용녀모, 허종열이 대방장승, 우지용, 이영태, 나윤영, 유수정, 김형철, 윤석안,
이광원, 남해웅, 박성환, 김유경, 서정금, 김미진, 민은경, 이광복, 김준수, 최용석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열창은 국립창극단의 경륜과 각고의 노력, 그리고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조용수, 이성도, 이원왕, 이동훈, 박희정, 최영훈, 강민수, 전계열, 김민영, 조성재, 김태영, 정광윤 등 타악과 국악연주자들의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 김충신, 의상 이승무, 조명 류백희, 음향 김호성, 영상 이원호, 분장 김종한, 안무 박호빈, 조연출 정종임, 조연출보 서정완, 조명프로그래머 이수진, 분장스텝 박효정·박희경·조은혜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 고선웅 극본·연출, 한승석 작창·작곡의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기억에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9,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에드몽 로스탕 작, 김태형 각색, 서충식 연출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1868~1916) 작, 김태형 각색, 서충식 연출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관람했다.
이 연극의 원제는 <시라노 드 베르쥬락(Cyrano De Bergerac)>이다. 한국 초연은 1958년 국립극단에서 손우성 역, 장종선 미술, 이진순 연출로 이향(시라노), 백성희(록산느) 등 출연자와 원작대로의 공연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1964년에는 드라마센터 아카데미 2기 연구생들이 공연해 이원경 오현주 연출로 김정철과 유민석이 시라노, 이영주가 록산느, 백의현이 크리스티앙으로 출연했고, 크리스티앙 역의 백의현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이 기억에 남는다. 이후 1971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김현일 연출로 이순재(시라노), 황정아(록산느), 이정길(크리스티앙), 김순철(드 기슈)이 출연해 역시 원작대로 공연해 명작연극이 되었다. 2010년 김철리 연출로 공연된 <시라노 드 베르쥬락>는 원작의 품격과는 달리 개그 코메디 흡사한 공연으로 안석환이 시라노로 출연했다. 2012년 박병수 연출의 시라노는 이원재가 시라노, 김태훈이 드 기슈, 유정석이 크리스티앙, 신서진이 록산느로 출연해 새로운 연출방식과 출연자들의 열연이 기억에 남고 김태훈의 호연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영화로는 1950년에 호세 페러(José Ferrer 1912-1992)가 시라노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84년의 데렉 쟈코비 경(Sir Derek Jacobi,1938~)의 시라노도 성공작이 되었고, 1991년에는 제라드 드빠르디유(Gérard Depardieu, 1948~)가 주연한 시라노 등 세 작품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는 시라노, 크리스티앙, 드 기슈, 록산느 등 4인의 출연자만으로 구성된 변형 극이다. 드 기슈를 주인공의 하나로 만들어 부각시켰다.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를 연주자로 등장시켜 극적 효과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는 소극장 주변을 세자 폭과 두자 높이의 단으로 통로를 만들고, 난간과 계단을 만들어 변화를 주고, 나무형태의 조형물과 접는 사다리를 장면에 맞춰 이동시켜 극적효과를 높인다. 천정에서 무대바닥에 고정시킨 철제 봉과, 천정에서 늘어뜨린 밧줄에 출연자들이 매달리거나, 날아다니며 동선활용을 한다. 무대 오른쪽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석을 마련하고, 극의 도입부터 대단원까지 2인의 악사가 연주를 한다. 블루진 윗도리와 백색바지도 무척 어울리는 의상이고, 펜싱결투장면은 실제와 방불한데다가, 전쟁터에서의 장총설정도 썩 어울리는 소품이다. 마지막 장면에 배경 막에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꽃잎도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4인의 출연자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남성 3인이 모두 록산느를 연모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물론 원작에서처럼 표현력이 부족한 크리스티앙이나, 다방면에 걸출한 재능이 있는 시라노가 대비를 이루고, 좋은 가문출신의 장교 역을 하는 드 기슈가 경제력까지 갖춘 인물로 등장을 해 연적구실을 한다. 물론 록산느가 오라버니처럼 대하는 시라노를 제외하고, 크리스티앙과 드 기슈는 록산느에 대한 연모의 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향 후 달빛 아래서 크리스티앙의 대역을 하는 시라노의 달변이라든가, 편지를 대신 써주는 장면은 남성관객은 자신이 시라노가 된 느낌으로 극에 몰입하게 된다. 전쟁터에서 크리스티앙이 전사한 후, 록산느가 수녀원으로 들어가니, 사랑이야기가 끝이 난 듯싶지만, 15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녀원을 찾아가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라노, 그리고 여전히 자주 록산느를 찾아오는 드 기슈의 행적으로 이어지고, 정적으로부터 치명타를 받은 시라노가 밤늦도록 애타게 시라노를 기다리던 록산느에게 절뚝거리며 나타나고, 달빛 아래에서, 옛날 크리스티앙이 전사하기 직전, 시라노가 크리스티앙 대신 록산느에게 써보냈던 마지막 편지를 록산느에게서 받아 읽기 시작한다. 구름이 달빛을 가렸는데도 낭랑하게 편지를 읽는 소리에 록산느가 시라노를 바라보니, 편지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암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로소 그동안 자신에게 편지를 쓴 사람이 바로 시라노였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언젠가 달빛아래에서 외치던 사랑의 음성도 바로 시라노라는 것도. 그 때 드 기슈가 등장해 시라노가 정적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었음을 알린다. 시라노가 서서히 운명을 하고, 애통해하는 록산느, 그리고 드 기슈가 발길을 돌리면서 커다란 보름달아래 수많은 꽃잎이 흩어져 날리는 장면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지훈이 드 기슈, 안병찬이 크리스티앙, 안장환이 시라노, 하윤경이 록산느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최희영이 피아노, 권오현이 바이올린을 연주해, 극적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드라마 트루기 김옥란, 무대 신승렬, 조명 이현지, 의상 임예진, 작곡·음악 조용경, 분장 이지연, 움직임 남긍호, 무대감독 문원섭, 예술교육팀 최기숙·김미정·김성제, 조연출 박지혜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작, 김태형 각색, 서충식 연출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0,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우진 작, 박정희 연출의 <이영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김윤철 예술감독, 김우진 작, 박정희 연출의 <이영녀>를 관람했다.
전라남도 목포시 남농로 95(용해동) 바닷가 언덕에 있는 목포문학관에는 세 개의 건물로 나뉘어져 있고,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문학관이 별도로 건립되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는 목포문화예술회관이 있고, 연극계 원로이자 명배우인 김성옥이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 근대극을 최초로 도입한 김우진, 최초의 여류소설가 박화성,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차범석, 이 3인의 복합문학관이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를 잡았고, 주변경관이 절경이다.
유품으로는 김우진 144점, 박화성 1846점, 차범석 4809점의 유품 및 관련자료를 상설전시하고, 김우진 문학제, 목포문학상 공모전, 차범석 연극공연, 박화성 문학페스티벌이 연례행사로 개최되고 있다.
김우진은 1897년 안동 김씨의 후예인 목포의 갑부요 개화사상가이자 목포 개항 당시 무안 감리 (務安 監理)를 지낸 김성규(金星圭 1863-1936)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호를 초성(焦星) 또는 수산 (水山)이라 하고 목포공립 보통학교(지금의 북교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8세에 일본 구마모또(態本)농업학교에 입학하였고 19세에 곡성(谷城)출신 정점효(鄭點孝)와 결혼하였으며 그후 1924년에 와세다대학(早稻田)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농업학교 시절에 시작(詩作)에 심취하였고 대학시절부터는 연극에 손을 대기 시작하여 1920년 조명희 홍해성, 고한승, 조춘광 등 유학생과 함께 연극연구단체인 극예술협회를 조직하였다.
1921년에는 동우회순회연극단(同友會巡廻演劇團)을 조직하여 국내 순회공연을 했는데 여기 소요되는 공연비 일체와 연출을 담당했고 아일랜드 극작가 ‘던세니’가 쓴 상연작품 『찬란한 문』은 그가 직접 번역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목포로 귀향해서는 영농사업체인 상성합명회사(祥星合名會社)의 사장에 취임하였고 회사 재임시에 많은 작품(시 50편, 희곡 5편, 소설 3편, 평론 20편)을 남겼다. 지금은 카톨릭교회가 들어섰지만 그가 살던 목포시 북교동 46번지의 방대한 대지 위에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던 안채와 별채가 즐비했었고 그는 2층 양옥인 「백수제」에서 작품활동을 했었다.
그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일찍부터 신사조에 접할 수 있어서 서구 근대사상에 철저하게 탐닉되어 있었으니 그의 사상에 바탕이 된 ‘니체’나 ‘마르크스’의 사상과 러시아혁명 이후의 사회주의에도 깊이 빠져 있었다한다. 따라서 거의 연극에서 “스트린드베리”의 표현주의와 전통부정정신(傳統不定精神) 그리고 “버나드쇼”의 개혁사상을 받아들였는데 그에게 있어서 전통인습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등 급진적 자세를 견지한 작품세계와 그의 자살원인은 그러한 사상적 측면에서 고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우진의 행적은 윤심덕과의 관계로 유명하다. 현해탄 격랑 중에 청춘남녀의 정사라는 1926년 8월5일자 동아일보의 사설을 소개한다. “지난 3일 밤 11시에 시모노세키를 떠나 부산으로 항해하던 관부연락선 도쿠주 마루가 4일 오전 4시경 쓰시마 섬 옆을 지날 즈음 양장을 한 여자 한 명과 중년 신사 한 명이 서로 껴안고 갑판에서 돌연히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는데, 즉시 배를 멈추고 부근을 수색했으나 종적을 찾지 못했다. 승객명부에 남자는 전남 목포부 북교동 김수산(30세), 여자는 경성부 서대문정 2정목 273번지 윤수선(30세)이라고 씌어 있지만 본명이 아니고, 남자는 김우진, 여자는 윤심덕으로 밝혀졌다. 관부연락선에서 조선 사람이 정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이영녀>는 2014년 7월 목포의 (사)행복누리 주부연극단에서 조정우 연출로 김윤희, 한귀순, 강수영, 고명심, 홍순자, 정지희, 강남희, 김영임, 이경임, 명은하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둔 바가 있다.
이번 국립극단의 연극 <이영녀>의 무대는 중고품 장롱으로 가득 채워지고, 장식장, 경대, 옷장, 낮은 책상 등이 자리를 잡고, 장롱 안이 방으로 설정된다. 하수 쪽 벽은 여러 개의 널판을 가로 연결시켜 세웠고, 군데군데 널판이 떨어져 나간 자리가 있어 세월을 느끼게 한다. 또 하수 쪽 벽면에 나 있는 중간통로에는 낮은 책상이 놓여, 해설자 겸 작가가 집필하는 장소로 설정된다. 중앙에는 나무로 된 건널목 같은 구름다리가 있어 등퇴장 로가 되기도 한다. 무대 좌우 장 사이로도 등퇴장을 한다. 무대 가운데 화단이 있어 예쁘게 피어있는 꽃이 관객의 시선을 끈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당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영녀는 안숙이라는 여인 휘하에서 몸을 파는 여자로 나오며, 그녀와 안숙이네와의 대화로 극이 전개된다. 이영녀는 28세이지만, 30세를 넘어 보일 만큼 얼굴이 초췌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머리를 박박 깍은 12세의 소년과 그 소년의 15세 소녀가 이영애의 자녀로 소개가 되고, 장롱속에서 등장을 하고, 장롱 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여인들의 어려운 삶을 팔자 탓으로 돌리는 넋두리가 전반부에 깔린다.
이영녀가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자신보다는 자식인 명순과 관구를 위해서라는 것도 소개가 된다.
이영녀는 정가의 집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안숙이네하고 약간의 언쟁을 하다가, 성매매를 한 죄로 순사에게 잡혀가고 일 막은 끝난다.
2막은 같은 무대지만 강영원의 집으로 설정이 된다. 주인은 무슨 의회의원이고, 목화를 거둘 계절이 되면 엄청나게 돈을 벌게 되고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신분으로나 괜찮은 인물으로 소개가 된다. 이영녀는 성매매로 30일 동안 구류 당했다가 경찰서장의 소개로 강영원을 알게 되고, 강영원이 자신의 면화공장 공녀로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2막은 강영원이 이영녀에게 소실이 되 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기일네와 인범이네의 대사를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이영녀는 이를 거절하고 공장에만 나가지만, 결국에는 공장장과의 싸움으로 일을 못하게 된다. 기일과 기일네는 곰보로 설정이 되고 기일은 언제나 음탕한 눈빛으로 이영녀를 바라보고 자주 집적거리고 치근거린다. 이영녀는 기일을 그럴 때마다 완강하게 뿌리친다. 그 때 남편 친구 임도윤이 찾아와 이영녀의 남편 청운의 죽음을 알린다.
3막에서는 한겨울로 설정이 된다. 이영녀는 유 서방이라는 사람과 재혼해 사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러나 이영녀는 남편의 학대와 폭력으로 차츰 병들어간다. 유서방은 의붓딸에게까지 성희롱을 하는 언짢은 인물로 묘사가 된다. 아내가 병이 들거나 말거나, 병이 깊거나 말거나, 유 서방은 자신의 음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해, 결국 이 영녀는 어린자식이 있고 가까운 이웃이 있지만, 결국에는 천하에 믿고 의지할 데가 한 군데도 없음을 알고는 절망감에 쌓여 실성한 듯 춤을 추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행동을 드러낸다.
대단원에서 이 영녀는 집을 나가 눈보라 속에서 죽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서림, 남미정,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강진휘, 김정환, 심완준, 정혜선, 우정원, 황선화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성격창출은 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약을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제작총괄 박현숙, 기획 손신형, 무대 이태섭, 조명 김창기, 의상 이윤정, 음악 장영규, 안무 금배섭, 분장 백지영, 소품 강민숙, 방언지도 최승혜, 조연출 변혜훈, 무대감독 신용한, 기술감독 신용수, 그 외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우진 작, 박정희 연출의 <이영녀>를 연출력이 감지되고 출연자의 열연이 기억에 남을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3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