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 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심사평/ 박정기

2015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심사평

 

이 행사는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조직위원회와 대학로 스타시티,(주)이지컨텐츠그룹(대표 차현석)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한국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한국연출가협회와 일간스포츠가 후원하는 행사이다.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신정옥(명지대 명예교수)는 영문학자로서 한국 최초로 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한 장본인이다. 신정옥 교수는 평소 다양한 셰익스피어 공연을 올리고 있는 (주)이지컨텐츠그룹의 차현석 대표와 뜻을 모아서 2012년 1회로 시작하여 2013년 2회, 2014년 3회, 2015년 4회로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라는 행사를 대중들에게 친숙한 대한민국의 대중적인 문화 컨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의 개최 의의는 대한민국에서 셰익스피어를 매개로 공연하는 모든 공연 예술가들의 위상을 높이고, 대중들에게 고전을 접할 수 있게 기회를 넓히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마련한 행사다.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의 사회자 김경익은 극단 진일보의 대표이고, 전 게릴라 극장 극장장으로, 출연한 연극은 <오이디푸스>, <갈매기>, 영화 <남극일기>, <사물의 비밀> 등 다수이고, 연출작으로는 연극 <봄날은 간다.>, <맥베스 놀이> 등이 있다.

 

2015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는 6월 21일 일요일 오후 7시,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은 2014년에 비해 공연작의 수는 감소했으나, 셰익스피어 관련 공연물의 수준은 한 단계 향상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7월부터 금년 6월까지 공연된 심사대상작 20여 편 중 연희단거리패의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 극단 골목길의 <로미오와 줄리엣>, 예술의전당의 <페리클레스>, (주)마더 엔터테인먼트&MJ컴퍼니 공동제작, <햄릿 디 액터>, 극단 동숭무대의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주)이노 컴퍼니와 (주)인 코리아의 <오페라연극 햄릿>,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어둠 속의 햄릿>, 극단 명장의 <웰컴 2 맥베스> 등이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다.

 

우선 “마이크로셰익스피어” 작품상으로는 극단 동숭무대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를 연출한 임정혁과 극단 명장의 <Welcome 2 Macbeth>를 연출한 윤현식이 공동수상했다.

 

“특별상”에는 (주)이노 컴퍼니와 (주)인 코리아가 공동제작하고 앙브루아즈 토마(Ambroise Thomas) 작곡, 김진만 연출의 <오페라연극 햄릿>이 수상했다.

 

<오페라연극 햄릿>의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덴마크 왕궁의 커다란 홀과 넓은 들에 자라고 있는 곡식과 그 옆으로 흐르고 있는 도도한 강물의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정면의 강둑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무대 상수 쪽에는 성벽으로 오르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하수 쪽에는 3단 원형으로 된 조형물이 있어 그 위에 숙부 왕과 왕비가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3단의 조형물을 이동 퇴장시키면, 강 언덕으로 오르는 꽃길이 조성되고, 후반부에 오필리어가 그 꽃길 언덕에서 강물로 뛰어드는 장면이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연출된다. 무대 중앙부분에 반투명의 천으로 덮인 4각의 가리개를 마련해, 폴로니우스가 그 뒤에 숨어 왕비와 햄릿의 대화를 엿듣다가 살해당하기도 한다. 오필리어의 매장장면을 강둑에 붉은 색 천으로 관을 덮어 처리하고, 대단원에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 후, 독 검에 찔려 모두 죽어가고, 독배를 마신 왕비와 숙부왕도 햄릿의 칼에 쓰러진 후, 햄릿 최후의 장면에서 오필리어가 누운 관이 붉은 천과 함께 상승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성악가와 연기자들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을 도입부터 오페라연극에 몰입시키고 스칼라오페라합창단 단원의 열창도 극의 흐름과 어우러져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오페라 연극 햄릿>을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연기상”에는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의 <어둠 속의 햄릿>에 출연한 박기륭, (주)마더 엔터테인먼트와 MJ컴퍼니가 공동제작한 <햄릿 디 액터>에 출연한 이호협, 그리고 극단 동숭무대의 <오셀로,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에 출연한 정성호 등 3인이 선정되었다.

 

“연출상”에는 연희단거리패의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테티>를 연출한 이윤택, 예술의전당의 <페리클레스>를 연출한 양정웅이 공동수상했다.

 

“우수상”에는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선정되었다.

 

극단 골목길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원작을 따랐으나, 영주를 아름답고 단아한 여인으로 설정을 하고, 극의 해설자 역을 겸해서 하도록 연출되었다. 그리고 캐플렛의 부인을 환자이동의자에 몸을 싣고 다니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로렌스 신부(神父)가 등장할 때 수사를 동반시킨다.

 

연극은 도입에 여성 영주 겸 해설자가 등장해, 몬테규 가와 캐플렛 가의 숙적이자 원수관계를 우리나라의 동서갈등과 남북분단과 비교해 해설을 한다. 곧이어 양가의 청년들이 대결을 하는 장면과 영주가 등장해 싸움을 진정시키고, 화해를 권한다. 양가의 대표들은 영주 앞에서 잠시 손을 잡을 뿐 영주가 자리를 떠나면, 다시 원수지간으로 돌아간다.

 

장면이 바뀌면 캐플릿 가의 가장과 부인에게, 딸 줄리엣과의 결혼승낙을 받으려는 패리스 백작의 등장과, 딸의 의사를 타진한 후 확답을 하겠노라는 캐플렛 가장과 부인의 화답과 함께, 성혼을 위한 축하잔치를 하도록 지시한다.

 

잔칫날 몬테규 가의 청년들이 가면을 쓰고 몰래 참가한다. 그러나 줄리엣의 오라비 티볼트가 알아차리고, 이들을 혼내려고 하니, 캐플렛 가장이 제지한다.

 

이 잔치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운명처럼 상면한다. 두 사람은 첫 눈에 상대에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진다. 잔치가 끝날 때 쯤 두 사람은 원수지간의 딸과 아들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사랑은 그것을 뛰어넘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밀리에 로렌스 신부 주례 하에 결혼을 한다.

 

그러나 잔치에 몰래 참가한 것을 이유로, 티볼트는 로미오에게 싸움을 걸고, 로미오는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지만, 벤볼리오와 머큐쇼가 로미오 대신 티볼트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로미오가 전력을 다해 싸움을 말리는 사이, 티볼트는 단검으로 머큐쇼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로미오는 머큐쇼의 죽음을 보고 분노로 티볼트를 살해한다.

 

이 일로 로미오는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영주의 배려로 영지 밖으로 추방을 당하게 된다.

 

오라비의 죽음과 로미오의 추방으로 놀란 줄리엣을 유모가 진정시키려 애를 쓰고, 줄리엣의 부모는 패리스 백작과의 결혼을 한시바삐 성사시키려고 서두른다. 그러나 줄리엣은 몬테규 가의 로미오를 사랑하고 있음을 아버지 어머니에게 고백한다. 당연히 줄리엣은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실신한다.

 

드디어 패리스 백작과 줄리엣의 결혼식이 있기 직전, 로렌스 신부는 계략을 꾸민다. 그러나 그 것은 독약을 매체로 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계략이다. 줄리엣은 신부의 권고를 받아들이지만, 로미오에게 알리러 간 젊은 수사가 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해, 그 계략은 참담한 비극으로 끝이 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야 마는….

 

대단원에서 몬테규 캐플렛 양가의 화해가 영주 앞에서 이루어지는 듯싶지만, 영주가 퇴장을 하자, 갈등은 증폭되어 심한 싸움과 칼부림으로 양가가 몰살되는 장면이 펼쳐지고, 마지막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양가의 죽음의 현장에서 떠나 화합과 평화의 세계로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극단 골목길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근형 각색·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출력이 돋보이고, 우리의 정치현실을 반영한 듯싶은 걸작 재창작물로 탄생시켰기에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에는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의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윤택 연출가는 자신의 스승이신 오순택(1933~) 교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기념공연 겸 오순택 교수를 위한 헌정공연으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과 서울예술대학 출신 배우들이 출연해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의 막을 올려, 한국 연극사의 귀감이 되는 공연이 되었다.

 

연극은 도입에 의젓하게 생긴 호텔 프론트 담당자가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해 프론트 데스크로 다가가 선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이중문이 열리며 샴페인 병을 든 여인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등장해 무대중앙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다가 원탁 옆 의자에 가 앉는다. 잠시 후 호텔 보이가 여행용 트렁크 두 개를 들고 왼쪽 계단 위에서 등장해 아래로 내려온다. 트렁크가 무거운지 안간힘을 쓴다. 보이는 트렁크를 무대 중앙에 가져다 놓는다. 여인이 술을 더 청하면, 보이는 진열장에서 술병을 꺼내 여인이 요구하는 대로 그녀가 앉은 테이블에 가져다 놓는다. 객석방향에서 노신사 한명이 긴 코트에 우산을 들고 등장한다. 밖에는 눈보라가 친다는 설정이다. 노신사는 자신은 미네티(Minetti)라는 이름의 배우이고, 12월 31일인 밤 아홉시 반에서 자정까지 바로 이 오스텐데(Oostende)라는 도시의 시립극단 단장과 만날 약속을 했다는 설명을 한다. 그리고 자신은 리어왕으로 출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오스텐데는 북해연안 벨기에의 동부지역 끝의 도시다. 여인은 노신사에게 다가가 친근감을 표한다. 향후 호텔 숙박 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객석사방의 계단을 내려와 등장한다, 그런데 모두 가면을 썼다.

 

노배우는 가끔 <리어왕>이 광야를 헤매며 하는 대사를 간헐적으로 읊어댄다. 그의 독백은 무대중앙에서 정면을 향해 내뱉지만, 그가 비록 돌아선 모습으로 연기할 때까지도 감흥이 객석 맨 뒤에까지 전달된다. 가끔 바지 멜빵이 풀어져 바지가 흘러내리면, 그와 담소하던 취한 여인과 프론트 데스크 담당자가 다가와 바지를 올려주는 모습에서 객석은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미네티는 호텔로비 의자에 앉은 17세된 여인에게 젊은 시절 <리어왕>역을 하던 공연사진을 보여주며, 고국의 전통적인 고전이나 문학작품을 거부해 고향에서 추방된 소송사건을 이야기한다. 젊은 여인은 미네티를 위해 휴대용 소형 라디오의 음악 볼륨을 높여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여인은 남자친구가 모습을 보이자, 라디오를 그대로 미네티 곁에 놓아두고 남자친구와 떠난다.

 

자정이 지나도록 시 극단 단장은 나타나지 않고, 미네티는 호텔로비에 자신의 트렁크를 남겨둔 눈보라가 몰아치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오순택 교수가 미네티로 출연해 중후함과 안정감, 그리고 독특함으로 극장전체를 가득 채우는 연기를 보인다. 김소희가 취한 여인으로 등장해, 한 송이 꽃으로 그 체취와 향기를 역시 무대 끝까지 전한다. 이승헌, 김동완, 이민우, 박경찬, 양동탁, 이두성, 백현주, 엄옥란, 임근아, 김경민, 선명균, 김동완, 김준호, 레지나, 이종무, 김여진, 김시정, 권태건, 이상은, 이명행, 양세윤, 미경, 주혜원, 손상규, 최다연, 최솔희, 박현정, 김수연, 김나라, 김선아, 하재성, 김신혜, 조우현,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이 객석을 감동으로 이끈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안무 김윤규, 가면제작 이지원 김종식, 유혜미, 분장디자인 이지원, 분장 유혜미, 홍보디자인 황유진, 진행 이재현 감아영, 섭외도움 진경 최다연, 진행도움 이연규, 이윤화 조한철 문형주 등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연희단거리패(대표 김소희)의 토마스 베른하르트 작, 류은희 역, 이윤택 연출의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 미네티>를 한국연극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답고 예술지향 적이고, 스승존중의 미덕을 보인 한 편의 귀감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기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조직위원장인 신정옥 교수의 축사를 소개한다.

 

“올해는 2015년, 21세기의 문화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셰익스피어도 수용되기 시작한지 한 세기가 넘어가서 그도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대중화란 여러 사람이 여러 분야에서 여러 가지 양태로 즐기게 된다는 뜻입니다. 셰익스피어도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원전, 변형, 변용, 현대화, 민속화 등으로 구별되고, 다양화 되며, 연극계는 관객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치진과 극단 신협의 이해랑, 김동원, 최은희 등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습니다. 극단 후암의 대표 차현석 교수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연구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다양하게 펼칩니다. 오페라, 무지컬, 그리고 무용까지 근접케 하였습니다.

 

이번은 2015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살아있다면 얼굴에 웃음을 띄워 환성을 부를 것입니다.

 

심사위원장 역시 셰익스피어 작품공연을 빠짐없이 관극하고 비평합니다. 내용의 학구적 수준은 평생을 셰익스피어 연구에 바친 저 자신도 놀랄 정도입니다. 자랑스러운 비평가이고 학자라 하겠습니다.

 

이번 행사는 또 하나의 빛나는 역사의 기록으로 담겨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직위원장 신정옥.

6월 2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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