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7월 공연총평
7월에는 폭염과 장마 속에서도 열정적인 공연이 계속되었다. 이들 중 괄목할만한 공연을 평하고, 제3회 한국여성극작가전, 2015 한일합작연극은 별도로 평하겠다.
1, AM Company의 엘리자베스 베리힐 작, 김상화 역, 최종률 각색·연출의 <전율의 잔>
노량진 CTS 기독교TV CTS 아트홀에서 AM Company의 엘리자베스 베리힐(Elizabeth Berryhil) 작, 김상화 역, 최종률 연출의 <전율의 잔(The cup of trembling)>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나치독일의 히틀러와 동시대 신학자이자 목사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의 일대기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1906년 2월 4일, 아버지 카를 본회퍼와 파울라 본회퍼 사이에서 여덟 남매 중 여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귀족 출신으로 온 가족이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 심지어는 토요일이면 가족 음악회가 열릴 정도였다. 루터교 집안으로 어렸을 때부터 신앙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다.
본회퍼는 여행 또한 좋아했고 시를 쓰는 등 문학적 재질도 그의 책이나 서신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어머니 파울라 본회퍼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불순종에 불과하다며 그런 게 바로 ‘싸구려 은혜’라고 가르쳤다. 후에 본회퍼가 ‘싸구려 은혜’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튀빙겐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는데, 베를린대학교 졸업 때 ‘성도의 교제’란 졸업 논문으로 신정통주의의 거장 카를 바르트까지도 감탄하게 만든다. 25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그보다 먼저 베를린대학의 신학부 강사로 임명을 받는다. 미국으로 건너가 유니언신학교에서 수학하기도 하는데 미국의 자유주의신학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1933년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나치의 독재와 국가사회주의에 항거하는 행동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다. 설교와 강연, 방송 연설을 통하여 독일의 제국교회가 침묵하거나, 히틀러에게 손뼉을 칠 때, 히틀러의 부당함을 말하다 제지당하기도 한다.
제국교회가 히틀러를 하느님께서 보내신 권력자로 이해하고 있을 때 이에 반대하는 고백교회가 태동하게 되는데, 본회퍼는 그 주요 멤버가 된다. 결국 그는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1943년 4월 체포되어 수형 생활을 하다가 1945년 4월 9일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진다.
본회퍼는 많은 여행을 통하여 견문을 넓히고 학술적 의의를 갖기도 하지만, 로마를 여행할 때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씨름을 하는 등 그의 신학적 사고와 신앙적 삶에 보탬이 되는 여로였다. 본회퍼의 교회론은 한마디로, ‘보편적 교회’, ‘개방적 교회’다.
“교회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독일이나 로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민족적 정체성이나 혈통에 제한을 받을 수 없다. 히틀러의 민족주의나 제국교회(당시 독일의 개신교)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교회론 때문이다. 교회론은 개방적이지만, 그의 신학은 자유주의보다는 정통주의에 가깝다. .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싸구려 은혜’는 철저히 배척한다. 본회퍼는 ‘싸구려 은혜’로 살 수는 없었던 사람이다. 그의 신앙은 성경적이고 실천적이며 신앙과 삶이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는 신앙과 신학과 삶이 일치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제국교회처럼 극악한 히틀러에게 충성 맹세를 할 수 없었던 것이요, 분연히 일어나 악과 대항했던 것이다.
본회퍼는 실제로 목회를 했고 신학자로 배우고 가르쳤다. 사상가로 독일 국민에게 악의 실체를 알리는 데 힘을 다했고, 운동가로 몸으로 자신의 사상을 실천했다. 무엇보다 한 신앙인으로 신앙과 삶을 일치시킨 참 제자다. 2,000여 년 전 유대 땅에 예수가 있었다면, 100여 년 전 독일에는 디트리히 본회퍼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에 남에 의해 생이 마감되는 것도 예수생애와 흡사하다.
예수께서 당시 대제사장, 바리새인, 율법사들의 비뚤어진 신앙에 수술 칼을 들이대었듯,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라며 제국교회를 호되게 나무랐던 본회퍼. 당시 나치의 국가사회주의와 야합했던 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예수와 나치가 함께할 수 없음을 부르짖었던 본회퍼다.
나치의 국가사회주의라는 종교는 결국 유대인 등 이방 민족에 대한 대학살을 감행한다. 무려 6백 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하지만, 일부 신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교황 비오 12세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본회퍼는 고백교회라는 참 교회를 탄생시킨다. 동조하는 목사들과 함께 히틀러를 제거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교회가 극악한 불의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려 한다. 고백을 넘어 악을 제거하는 적극적 행동가로 활동한다. 그로 인하여 결국 게슈타포에게 체포되고 나치에 의해 처형되기까지, 그는 신앙과 신학과 삶은 이렇게 일치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떠난다. 예수의 산상수훈을 묵상하고 그러한 삶을 살아 낸 사람, 그가 바로 본회퍼다.
무대는 배경 까까이 계단의 조형물이 있고, 그 앞 좌우로 입체로 된 정사각의 조형물들이 나란히 놓여있다. 천정에서 교수형의 밧줄이 내려와 조명을 받고, 배경에 2차 세계대전 영상과 아우슈비츠에서의 유태인 집단학살 영상이 투사되고, 극의 전개에 따른 훈련, 행동, 고난, 죽음 등의 장면변화를 각 장면의 도입에 타자기로 집필한 문자영상투사와 효과음이 전달된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모친과 누이, 그리고 매부가 해설자로 등장해 본회퍼의 일대기를 펼친다.
청년시절의 본회퍼와 그를 지도하던 교수, 그리고 본회퍼의 교우였다가 변해버린 적대자 뮐러가 등장해 첫 장면을 장식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그가 정권을 장악하고, 독재를 하면서 무력으로 주변국을 침략하기 시작해,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다. 게다가 6백만의 유태인을 학살해도, 가톨릭교회나 개신교는 그의 행동에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독일국민은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기까지 한다. 교황이 히틀러의 행동을 방관하자, 일부 가톨릭 성직자들은 가슴에 유태인의 별을 달고 유태인의 고난에 동참을 하고, 개신교에서도 반 히틀러 운동을 벌이는 신도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우고, 본회퍼를 동참시킨다. 처음에는 폭력적 거사를 반대하던 본회퍼도 결국 그들과 합류하고, 그들의 리더가 된다.
어느 날 대학시절 교우이던 뮐러가 게슈타포 복장으로 본회퍼를 찾아와 반 히틀러 운동을 벌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뮐러의 이야기는 본회퍼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 읊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뮐러는 분노를 터뜨리며 본회퍼에게 경고를 하고 돌아간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본회퍼는 일시 미국으로 도피를 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다지고 다시 독일로 되돌아온다. 개신교도 중 한 사람이 폭약으로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 주도자로 본회퍼가 지목되어 게슈타포에게 끌려가 구금된다. 구금상태에서도 그는 반 히틀러 운동과 진정한 기독인의 자세, 그리고 참 신앙에 관에 언급한다. 본회퍼는 결국 사형수가 되고, 그는 예수의 제자로서, 죽음 이후의 진정한 자유로운 영혼에 관한 언급을 한 후, 교수대에 올라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선일이 본회퍼, 최선자와 정영숙이 유대인 노파, 최종률이 아버지, 우상민과 변은영이 어머니, 김민경과 문기영이 누이, 이경영이 매부, 김동석이 본회퍼의 교우였다가 변해버린 적대자 뮐러, 박재련이 교수, 김석환이 독일목사, 송승용, 김종현, 이은미, 정현주, 손세웅, 정재우, 이건영, 최승준, 이동근, 홍준호, 장재원, 강해향, 백민정, 김경미, 이임례, 정은선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제작프로듀서 정선일, 기획 이경수, 조연출 김종현, 무대감독 손은총, 진행 이강범, 조명디자인 김성수, 조명오퍼 이찬규, 음향오퍼 강하리, 영상오퍼 이상헌·이효애, 조명팔로우 엄윤정, 디자인 이보라·김주혜, 영상편집 엄윤정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CTS 기독교TV 주최, AM Company 주관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순교 70주년 기념공연, 엘리자베스 베리힐(Elizabeth Berryhil) 원작, 김상화 역, 최종률 각색·연출의 <전율의 잔(The cup of trembling)>을 고품격, 고수준의 선교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 <하이옌>
청운예술극장에서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의 <하이옌>을 관람했다.
<하이옌>은 우리나라로 시집을 온 베트남 출신 여인의 이름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글로벌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활동의 연계성으로 인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도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이 긴밀해진 세계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단일민족이라 일컬어지던 우리나라의 인구구성도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조선족, 한족,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우리나라와 근접한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주노동자들의 국적 역시 파키스탄,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의 개발도상국이 주를 이룬다. 결혼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 외에도 유럽과 북미에서 옮겨온 외국인들 또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인구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이 자그마한 한반도 안에 10개 이상의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만큼 우리나라 안에서 10개 이상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일문화였던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정을 통칭하는 말인데,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의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착한 경우나 농촌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를 얻어 가정을 꾸린 경우 등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다.
출신국으로는 중국 조선족(30.4%)이 가장 많고 다음은 중국(한족과 기타민족)(27.3%), 베트남(19.5%), 필리핀(6.6%), 일본(4.1%), 캄보디아(2.0%) 순이며 거주지역은 주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51.9%, 영남에 22.1% 호남에 12>2%, 충청에 10.9%가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자료에 의하면,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는 211,458명으로, 성별로는 여성이 188,580명으로 89.2%를 차지하고 있으며, 결혼이민자의 자녀는 151,154명이다.
<하이옌>이라는 베트남에서 충청도의 한 40대 노총각 농부에게 시집을 온 23세 여인이 감기증세가 있자 남편과 함께 약국으로 가 약을 사는 사이 남편은 잠시 볼 일을 보러 간다. 약국주인은 감기약을 사려는 이 여인의 체온을 측정한 뒤, 신종플루환자로 의심을 하고, 보건당국에 알려 강제로 구인되어 격리 수용된다. 물론 남편이 돌아왔으나, 아내의 행방이 묘연하니, 약국 약사에게 물어보면 간단한 것을, 아둔한 인물인지 약국근처 빵집이나 골목만 이리저리 둘러보고, 아내를 찾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은 남편이 폭력을 행사해서 가출을 한 것으로 생각을 한다. 그리고 현재 외국에서 시집을 온 여인들 중 많은 사람이 살다가 가출을 해 행적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남편은 피켓을 들고 <하이옌>을 찾아달라고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한다. 경찰의 지역소장이 이를 알고 행방불명된 여인을 찾도록 지시를 한다. 얼마 안가서 경찰이 <하이옌>을 찾았다고 알린다. 남편이 반가워 달려가니, 같은 베트남 여인이지만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여인이다. 당연히 남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경찰은 남편의 말을 믿지 않고, 동명이인인 <하이옌>을 혼자 돌아가는 남편의 뒤를 따르도록 한다. <하이옌>의 시어머니 격인 남편의 어머니는 분명히 다른 여인인데도 <하이옌>을 받아들인다. 실종사건을 해결한 지역경찰은 이 일로 표창을 받고 신문에 다문화가족인 남편과 어머니, 그리고 새 <하이옌>의 사진이 신문에 커다랗게 실린다. 한편 유기 견처럼 강제 구인된 <하이옌>은 신종플루가 아니라, 감기인 것으로 판명되어 풀려난다. <하이옌>은 구인되던 날 남편과 헤어진 약국 앞으로 가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 255번지를 물어본다. 자신을 신종플루환자로 몰아 부친 약사마저도 <하이엔>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으니, 번지수를 약사인들 어찌 알랴? <하이엔>은 거리에서 불량배에게 속아 끌려가 퇴폐업소에서 종사를 하게 된다. 그 곳에서 <하이옌>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남편을 찾으려 애쓰고, 남편의 아이를 배었음을 알린다. 불량배도 하는 수 없이 <하이옌>을 돌려보낸다. 한편 동명이인 <하이옌>과 한 집에 살고 같은 방을 쓰면서도 동침을 하지 않는 남편과 어머니에게 새 <하이옌>은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결국 새 <하이옌>의 정성에 감동해 남편은 그녀와 몸을 밀착시킨다. 바로 그 때 경찰서에서 급히 오라는 전갈이 온다. 남편과 어머니가 경찰서로 간다. 거기에는 진짜 <하이엔>이 돌아와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인 반기려 하자, 경찰은 제지를 한다. 지난번 다문화가족 실종사건을 해결한 일로 표창까지 받았는데, 진짜 <하이옌>이 나타난 것이 알려지면, 이전의 사건해결이 거짓으로 판명되니 곤란하다며, 진짜 <하이옌>을 인정하면 절대 아니 된다는 요구다. <하이옌>은 남편과 어머니를 보고 반가워하며, 자신이 남편의 아이를 배었음을 알린다. 남편이 기뻐하며 <하이옌>을 끌어안자, 경찰이 말린다. 어머니도 경찰과 동조를 한다. 게다가 어머니는 진짜 <하이옌>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내뱉는다. 그러나 남편은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경찰의 제지로 결국 자신도 <하이옌>을 모르는 여인이라고 답한다. <하이옌>은 울음을 터뜨리며 경찰서 밖으로 뛰어나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하수 쪽이 농부가족의 거소이고, 상수 쪽이 경찰서로 설정이 된다. 중앙은 거리와 약국 그리고 빵집으로 사용되고, 침구를 깔아 마사지업소로도 사용된다.
김서년이 노총각 농부, 강한나가 하이옌, 신영은이 동명이인 하이옌, 도영희와 김나은이 어머니로 더블 캐스트, 고인배와 마정덕이 오반장으로 더블 캐스팅되고, 민준호와 태준호가 국제결혼사장으로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위명우가 안마업소사장, 김인묵이 김형사, 유승철이 약사와 그 외 배역등 1인 다 역을 한다.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민병구, 조명디자인 최진호, 음악디자인 김은지, 조연출 신빛나라·최지우, 무대감독 차의창, 스태프 강세나·김다희·노경하·박채연·원대섭·임우섭, 마케팅 조아영·주수진, 홍보 박예지·이하나, 디자인 김현중·한택수, 협찬 이음아트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에이치프로젝트의 한윤섭 작·연출의 <하이옌>을 친 대중적이자 우리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홀대에 대한 경고라고 보여주는 한 편의 계도 적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연출의 <망루의 햄릿>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연출의 <망루(忘淚)>의 햄릿을 관람했다.
무대를 객석 상단 높이로 돌출시키고, 수십 개의 철제 봉으로 2단 높이로 떠받쳤다. 자연히 객석 하단은 폐쇄되었다. 배경 가까이에 의자 세 개를 나란히 놓고, 배경에서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그리로 등퇴장을 한다. 망대 상수뒤쪽 귀퉁이에 마이크장비기구가 설치되어있어, 등장인물들이 무선마이크나 선으로 연결된 마이크를 사용한다. 마이크를 대에 꽂아 고정마이크로도 사용한다. 무대 전면 중앙에 확성기가 한 개가 놓여있다. 배경 막에 영상으로 자막을 투사해 연극의 이해를 돕는다.
눈물을 잊은 햄릿이라는 망루(忘淚)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높은 무대로 해서 전망대 느낌의 망루(望樓)라는 생각도 든다.
연극은 도입에 햄릿과 여자 2인이 망대 같은 무대에 올라 이혜민 작사·작곡의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에 맞춰 율동을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햄릿의 붉은 조끼는 시위현장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시위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동요가 끝나자 햄릿은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쳐대기 시작한다. 배경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숙부와 왕비, 그리고 경찰관 복장의 폴로니우스, 그리고 젊은 여인들이 등장해 시위대를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시위에 반응을 보이자, 햄릿은 자신이 광대라는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원작의 광대장면에서의 동생이 형을 죽인 후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대사를 내뱉기도 한다. 망대위의 시위를 저지하려고, 헬멧을 쓴 레어티스가 등장을 하고, 숙부 왕과 왕비 일행이 망대에 오른다. 향후 햄릿 원작의 내용이 가미되면서 오필리어가 등장을 하고, 햄릿과 오필리어의 노래가 관객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극 중 세종대왕의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이 낭독되는가 하면, 숙부왕은 고정 마이크 앞에 서서, 어눌하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연상시키는 음성과 대사로 객석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거트루드 왕비가 장발을 휘날리며 춤이나 노래하는 모습 또한 예쁘고 독특하기 그지없어 관객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에서는 시위대 촛불로 대결을 하고, 촛불용기에 숙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1차 2차 3차 대결을 벌이면 극은 상승 점으로 치닫고,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She”와 최성수와 임수정이 불러 히트시킨 가요 “동행”을 열창하면 극은 절정에 이른다. 대단원은 결투장면에서 독배를 마신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 모두 쓰러지고, 숙부가 다시 고정마이크 앞에 다가서서 어눌한 대사로 나라전체의 화합을 다지는 대사로 마무리를 하면, 쓰러졌던 출연자들이 모두 일어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진성, 김미옥, 성석주, 신현진, 김성혁, 김동훈, 김유현, 이송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아낸다.
기술감독 서지원, 조명디자인 김은주, 조명팀 이재문·김명수, 무대감독 조서희, 기획 지대현, 홍보 김지혜, 사진 김철성, 영상 이창환, 조연출 황동우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연출의 <망루(忘淚)의 햄릿>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새로운 총체극적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윤택 작·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윤택 작·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을 관람했다.
연산군은 1476년(성종 7) 11월 7일 성종의 맏아들(적장자)로 출생하였다. 당시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는 성종(成宗)의 첫 번째 후궁이었으며 이후 연산군을 잉태하면서 비로 책봉되었다. 이름은 이융(李)이고 7세 때 세자로 책봉되었다. 서연(書筵)을 통해 세자로서 수업을 받았으며 그의 학문적인 소양은 선대왕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1494년 성종이 사망하자 조선의 제10대 국왕으로 즉위했다.
즉위 이후 신승선(愼承善), 노사신(盧思愼) 등 대신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였으나, 선왕의 명복을 비는 불교식 행사인 수륙재(水陸齋) 시행과 외척의 등용을 두고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유생들과 갈등을 빚었고 즉위 1년 후 폐모 윤 씨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 방치된 윤 씨 능묘 천장(遷葬)두고 삼사와 대립하였다. 이런 정치적 상황은 국왕(연산군)과 삼사는 더욱 갈등과 대립 속으로 치달았다. 재위 4년인 1498년 7월 김일손(金馹孫)이 작성한 사초(史草)의 내용이 세조를 비판하고 붕당을 만들어 국사를 어지럽게 했다는 조의제문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문제삼아 훈구파(勳舊派) 이극돈(李克墩) ·유자광(柳子光) 등은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고자 했으며, 이미 죽은 김종직(金宗直)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하고 많은 신진 사류(士類)와 삼사에 속한 대간들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조선시대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戊午士禍)를 일으키게 하였다. 이 사건으로 국왕(연산군)과 갈등을 빚으며 왕권을 견제했던 삼사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이후 국왕(연산군)은 강력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심인 사냥과 사치를 즐겼고 국고의 사정은 나빠졌다. 1504년에는 손녀를 궁중으로 들이라는 연산군의 명을 거역하였다는 죄목으로 경기도관찰사를 지내던 홍귀달이 숙청되었다. 이 사건은 확대되어 생모인 폐비 윤씨의 문제로 번졌다. 성종의 후궁인 정씨(鄭氏) ·엄씨(嚴氏)의 모함으로 윤씨가 내쫓겨 사사(賜死)되었다고 해서 자기 손으로 두 후궁을 죽여 산야에 버리는 포악한 성정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또한 조모 인수대비(仁粹大妃)를 구타하여 죽게 하고, 윤씨의 폐비에 찬성하였다 하여 윤필상(尹弼商) ·김굉필(金宏弼) 등 수십 명을 살해하고, 이미 죽은 한명회(韓明澮) 등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갑자사화(甲子士禍)를 일으켰다. 또 국왕의 난행을 비방한 투서가 언문으로 쓰여지자, 한글 교습을 중단시키고 언문구결(諺文口訣)을 모조리 거두어 불태웠다.
한편, 각도에 채홍사(採紅使) ·채청사(採靑使) 등을 파견해서 미녀와 양마(良馬)를 구해오게 하고, 성균관의 학생들을 몰아내고 그곳을 놀이터로 삼는 등 황음(荒淫)에 빠졌다. 경연(經筵)을 없애 학문을 마다하였고, 사간원(司諫院)을 폐지해서 언로(言路)를 막는 등 그 비정(秕政)은 극에 달하였다. 급기야 1506(중종 1) 성희안(成希顔) ·박원종(朴元宗) 등의 중종반정에 의해 폐왕이 되어 강화도 교동(喬桐:江華)으로 쫓겨나고, 연산군으로 강봉(降封)되어 폐위된지 두달만에 역질로 죽었다고 기록되었다.
연산군의 재위 기간은 12년에 불과했다. 게다가 반정 군에 의해 폐위된 그의 기록은 실록이 아닌 ‘연산군일기’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영상시대에 그는 가장 널리, 가장 자주 스크린의 제왕으로 등극하는 스타가 되었다. TV시리즈에서도 연산군은 주기적으로 리메이크 되는 소재이며 시청률 또한 따 놓은 당상으로 통한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연산군>은 연산군에 관한 최초의 영화로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어 62년 신상옥 감독은 다시 한 번 신영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폭군 연산>을 만들었다. 하지만 연산군에 대한 평가는 박종화의 소설 『금삼의 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산군은 다만 폭군 네로 황제에 비교될 뿐이었다.
1987년 <연산군>은 임권택이 감독하고 유인촌·김진아가 주연을 맡은 <연산일기>를 통해 다시 영화화 되었다. 같은 해에 강수연·이대근 주연의 <연산군>과 동시에 개봉해, 흥행 면에서는 <연산군>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장녹수와의 성애에 빠진 연산군에 초점을 맞춘 영화<연산군>은 사실상 에로물에 불과했고, 임권택의 <연산일기>는 연산군에 대한 재해석으로 평가를 받았다.
2005년의 <연산군>은 새로운 모습으로 천만 관객을 찾아왔다. 김태웅의 희곡 <이(爾)>를 이준익이 감독해 <왕의 남자>라는 영화로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역대 흥행 기록을 갱신한 <왕의 남자>는 왕이되 왕이 아니었던 한 남자와 ‘광대’를 비중 있게 등장시키고, 이전 영화와는 달리, 젊고 어린 장녹수를 등장시켜 대성공을 거두었다.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1995년 극단 유에서 이윤택 연출로 유인촌과 이혜영을 주인공으로 하여 초연되었다. 2006년에도 재연된 것으로 기억된다.
무대는 대나무 숲이다. 거기에 대궐의 굵은 기둥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무대 좌우에 서있고, 대궐로 들어오는 길은 배경 가까이 높은 계단을 통해 내려오게 되어있고, 통로에도 굵은 기둥을 밟고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물론 무대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무대바닥은 객석을 향해 쏟아질듯 기울어진 무대이고, 상수 쪽에 신시사이저와 타악, 그리고 현악 연주석이 있다. 노래는 우리 고유의 소리로 작창을 해 부른다. 무대 중앙에 사각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으로 떨어지거나, 물속에 빠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상복을 입은 인물들이 배경 쪽 높은 계단에서 한 사람 한사람 등장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연산이 등장할 때는 긴 광목을 늘어뜨리며 무대중앙의 사각의 파인 공간에서 출연자들이 끌어내고, 연산군의 부친 성종, 대비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장녹수가 등장을 할 때는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은 창과 함께 부분조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연극 초반부 연산군의 대사는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꽁꽁 얼어붙은 구태와 폐습을 도끼로 깨뜨리려는 신선한 인물처럼 묘사가 된다.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도나 언짢은 풍습을 바꾸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억울하게 죽은 것으로 묘사되는 모친 폐비 윤 씨의 죽음은 젊은 연산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윤 씨의 죽음과 관련된 원혼에 대한 진혼굿을 펼치려는 연산을, 대신들이 당연히 제지하려 들고, 이에 분노한 연산이 대신들을 처벌하는 장면이 복수처럼 그려진다. 분노를 해소시키기 위해 연산이 장녹수 이외의 다른 아름다운 여인에게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모습을 보고, 질투의 화신이 된 장녹수는 연적의 손목을 잘라 연산의 수라상에 삶아 올려 보낸다. 결국 연산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무대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장으로 변한다. 다시 보수대신들의 비난이 되풀이 되고, 비난을 하는 대신들 하나하나를 죽음으로 다스리니, 연산을 옹호하고 떠받들던 환관들 중 1인이 죽음을 마다않고 절대 불가함을 충언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바른 말 때문에 같은 죽음의 길로 향하게 된다. 시체가 산을 이루듯 상복을 입은 시신이 무대를 온통 덮을 즈음 중종반정이 일어나고, 결국 연산군도 처형을 당하듯, 처음 등장할 때 무대중앙의 사각의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듯, 대단원에서 다시 그 공간 속 깊은 물에 강제로 수장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백석광, 이자람,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김남진, 김미숙, 김정은, 이승헌, 오동식, 김정환, 이종무, 이기돈, 김수연, 이원희, 황선화, 배보람, 이승헌, 김소진, 최현종, 주민준, 정태윤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으로 끌어들이고, 새로운 관극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권선욱, 신승태, 한림의 능숙한 연주도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제작총괄 박현숙, 무대디자인 이태섭, 작창·음악감독 이자람, 조명디자인 조인곤, 의상디자인 송은주, 안무 김남진, 분장디자인 김종한, 소품디자인 구은혜, 연습감독 김미숙, 편곡 권선욱, 음향디자인·오퍼레이터 최환석, 조연출 오동식 그 외의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윤택 작·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을 예술적 창의력이 평가되는 한 편의 탁월한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의 가에타노 도니제티 작곡, 송성철 편곡·지휘, 정선영 연출의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의 가에타노 도니제티 작곡 정선영 연출의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을 관람했다.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은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을 한국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1797~1848)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이다. 그가 작곡한 많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오페라는 로시니와 베르디를 연결하는 오페라의 발전에 다리를 놓았다. 작품들 중 특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1835)·〈연대의 딸 La fille du régiment〉(1840)·〈라 파보리테 La favorite〉(1840) 등이 유명하다. 그의 오페라세리아 (:비극적 혹은 기타 진지한 주제에 의한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에는 독특한 극적 중량감과 감정적 내용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희가극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명랑함이 돋보인다.
최초의 성공작은 〈보르고냐의 엔리코 Enrico di Borgogna>이고, 2년 후〈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으로 또한번 대성공을 거두었다. 로마니가 대본을 쓴 〈루크레차 보르자 Lucrezia Borgia〉(1833)가 또다시 성공하면서 밀라노의 라 스칼라 가극장 등 이탈리아 여러 곳에서 명성을 굳혔다. 파리에서 공연한 〈마리노 팔리에로 Marino Faliero〉〈청교도 I Puritani〉 이후 그는 뛰어난 비극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1835)를 작곡하기 위해 나폴리로 돌아갔다. 1838년〈폴리우토 Poliuto〉를 작곡했으나, 공연이 금지되자 빅토르 위고의 희곡에 바탕을 둔 오페라 〈루크레차 보르자>를 작곡했는데 역시 위고의 반대로 무산되니, 도니제티는 파리로 다시 가서〈폴리우토>를 외젠 스크리브의 프랑스 대본으로 〈순교자 Les Martyrs〉라는 제목으로 바꿔 공연했다. 이보다 2개월 앞서 작곡한 오페라 코미크 〈연대의 딸〉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이로 인해 도니체티의 첫 그랑 오페라 〈라 파보리테〉가 탄생되었다. 이후 <마리아 파디야 Maria Padilla〉〈샤모니의 린다 Linda di Chamounix〉(1842)가 공연되었고, 같은 해 희가극 〈돈 파스콸레 Don Pasquale>를 발표 공연했다.
무대는 19세기의 스페인 바스크 마을을 21세기 한국의 양촌 리로 설정을 했다. 배경 막에 양촌 리의 전경이 펼쳐지고 동네 입구에 커다란 고목이 자리를 잡았다. 무대 하수 쪽에 블록담장 안으로 낮은 주택의 일각이 보이고, 주인공 청년의 집이다. 담장 밖으로 전봇대가 서있다. 전봇대 앞에는 조형물이지만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상수 쪽에는 작은 가게가 있어, 주인공 처녀의 상점이다. 무대 중앙에 평상을 놓아 마을사람들의 쉼터가 된다. 무대중앙 천정 가까이에 흰 구름 조형물이 허공에 떠있어 거기에 출연자들이 부르는 이태리어 노래를 한글자막으로 번역해 투사를 한다. 연극에서는 주인공은 스페인 인명을 그대로 사용을 하고, 그 외 출연자들은 직업 명칭이나, 한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박스처럼 무대 전면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건반악기, 현악기, 금관악기 연주자들이 자리한다.
오페라는 도입에 양촌 리 러브스캔들을 취재하는 기자 한 명이 등장해 여기 저기 촬영을 하다, 개의 으르렁 소리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킨다. 잠시 후 들일을 하던 농부들과 여자들이 등장해, 그 중에는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등장해 즐겁게 합창을 한다. 가게 앞에서는 여주인공 아디나가 책을 읽고 있다.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남주인공 네모리노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아리아 <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 얼마나 귀여운가 (Quanto e bella, quanto e cara)>. 아디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글자를 읽지 못하는 마을사람들은 그렇게 재미있다면 좀 읽어 달라고 청한다. 아디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and Isolde)읽어 준다.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을 노래한다. 그때 헬리콥터의 도착 음이 들려오고, 흰 연기 속에 남아대장부다운 모습의 박 중사가 부하 2인과 함께 등장한다. 그는 마을 아가씨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디나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유혹의 아리아 <옛날 파리스가 한 것처럼 (Come Paride vezzoso)>을 부른다. 약간 마음이 이끌리는 듯한, 아디나에게 박 중사는 품에서 작은 보석 상자를 꺼내들고, 머리장식 핀을 주며 청혼을 한다. 그녀는 긍정적인 표정을 짓는다. 박 중사는 병사들을 데리고 농장에 쉬러 간다. 마을 사람들도 일을 나가고 광장에는 네모리노와 아디나만 남아있다. 실은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좋아하고, 네모리노에게 적극적인 사랑을 기대하지만, 네모리노가 그렇지 못하고 소심한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다. 느닷없이 북 치고 장구 치는 소리가 나더니 나타난 것은 약장수 도사 둘까말까가다, 손수레에 온갖 약을 싣고 등장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엉터리 약을 팔기 시작한다. 아리아 <자 들어보세요, 여러분 (Udite, udite o rustici)>. 약장수 도사가 약을 팔면서 만병통치약이라 떠드니, 마을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약병을 한 개씩 거머쥐고 퇴장한다. 그때 네모리노가 다가와서 그에게 이졸데 공주의 사랑의 미약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 둘까말까는 술 한 병을 ‘사랑의 묘약’이라면서 팔고는 하루가 지나야 효력이 나타난다고 덧붙여 말한다. 이 약을 마신 네모리노는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때 아디나가 등장하자, 네모리노는 그녀를 보면서도 전처럼 황홀한 듯 쳐다보지 않고 외면한다. 아디나는 그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 그때 박 중사가 나타나고 그녀는 네모리노를 떠보려고 박 중사와 결혼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그러나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의 효력으로, 내일이면 그녀가 자기에게로 돌아올 것으로 믿기에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아디나는 결국 박 중사와 결혼을 하겠다며 박중사와 함께 퇴장한다. 그때 약장수 도사 둘까말까가 등장하고, 네모리노는 약 한 병을 더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 약값을 계산할 수 없다고 하자, 도사는 네모리노에게 군입대를 하라고 권한다. 입대를 하면 거액의 현금을 나라에서 줄 뿐 아니라, 안정된 직업이 된다고 꼬득인다.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사기위해 입대하기로 결심을 한다. 아디나와 박 중사의 결혼식 때문에 공증인이 결혼증서를 만들어 가지고 등장하니, 아디나는 오늘 밤까지 서명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때 박 중사에게 급히 귀대하라는 전갈이 온다. 그러자 네모리노가 다가와 입대를 원하니, 박 중사는 사랑의 경쟁자를 입대시키는 것에 만족스런 웃음을 터뜨리고, 약장수 도사 둘까말까도 많은 돈을 수중에 넣게 되니 희색이 만연하다. 장면이 바뀌면, 마을 아가씨들이 네모리노의 이모부가 돌아가시어 그에게 막대한 유산이 돌아오게 되었다고 수근 거린다. 그리고 나타난 네모리노에게 마을 아가씨들이 다가가 호감을 보이며 둘러싸니, 네모리노는 약이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네모리노가 아가씨들과 함께 퇴장하자, 약장수 도사 둘까말까는 네모리노가 ‘사랑의 묘약’을 사기 위해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고 아디나에게 말한다. 아디나는 비로소 네모리노가 자기를 열렬히 사랑하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입대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기회를 놓칠세라 둘까말까는 그녀에게도 ‘사랑의 묘약’을 팔려 하지만, 아디나는 사랑을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겠다며 약장수 도사의 제의를 거절한다. 약장수 도사와 네모리노가 퇴장하자 시종일관 이 광경을 지켜보던 네모리노는 사랑하는 아디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을 열창한다. 이때 아디나가 나타나 네모리노의 입대 계약서를 돈과 함께 되돌려 주고 이곳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아리아 <이것을 받으세요 (Prend)i>을 부르며. 그러나 아디나는 그를 사랑 하고 있다는 말을 자기 입으로는 꺼내지 않는다. 네모리노는 사랑 받지 못한다면 군인이 되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한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디나는 가슴속의 사랑을 털어놓는다. 박 중사가 오자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남편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네모리노를 끌어안는다. 네모리노도 아디나를 꼬옥 껴안는다. 이 광경을 보고 박 중사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다른 처녀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대단원에서 약장수 도사 둘까말까가 손수레를 끌고 등장해 관객을 향해, 사랑의 묘약을 사라며 속삭이듯 노래를 부르고, 마을사람들이 관객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에서 오페라는 마무리를 한다.
정능화, 최우영, 유진호, 한진만, 김혜정, 이윤지, 박금현, 송태윤, 최경민, 백예나, 이화진, 방현민, 성기현, 박차진, 김상민, 장형주, 정우철, 김다운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창은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지휘 송성철, 피아노·음악코치, 김성희, 바리올린 신서늬, 첼로 조은영, 클라리넷 이재석의 연주도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며 오페라를 감상의 세계로 인도해 간다.
무대디자인 김현정, 조명디자인 김희선, 의상디자인 김은지, 분장디자인 구유진, 자막제작 정선영, 무대감독 이황호, 조연출 최경민, 무대진행 윤정혜, 무대제작 처음무대, 조명 한상웅·강명석·김연식, 의상 더 팀 김은지·양희현·서나래·감현진, 분장 SF 메이크 업 김진영·서영지·김진서, 자막진행 홍진선, 영상장비 비주얼 케이, 조명장비 (주)칠삼컴퍼니, 기획·홍보 김서림, 홍보디자인 강윤지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의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작곡, 송성철 편곡·지휘, 정선영 연출의 <양촌리 러브 스캔들>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 대중적인 오페라로 탄생시켰다.
6, 수현재컴퍼니의 마샤 노먼 작, 문삼화 번역·연출 <잘 자요 엄마>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주)수현재컴퍼니의 마샤 노먼(Marsha Norman) 작, 문삼화 번역·연출의 <잘 자요, 엄마(‘night, Mother)>를 관람했다.
마샤 노먼(Marsha Norman 1947~)은 엄격한 감리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나 켄터키에서 외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거나 심지어 텔레비전이나 영화 보는 것조차 금할 정도로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다. 마샤 노먼은 어릴 때의 그 외로움이 자신을 작가의 길로 인도했다고 믿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피아노 연주나 독서, 공연 관람은 허용되어 루이스빌의 액터즈 씨어터(Actors Theatre)에서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이나 아동극 등을 볼 수 있었다. 조지아의 아그네스 스콧 칼리지(Agnes Scott College)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녀는 졸업 후 <루이스빌 타임즈>에서 기자로 일하며 책이나 공연, 영화 리뷰나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게팅 아웃(Getting Out)>(1977)은 마샤 노먼의 첫 작품으로 액터즈 씨어터의 상임연출 존 조리(Jon Jory)로부터 공연제안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캔터키 주립병원에서 신경증을 앓고 있던 젊은이들과의 만남과 생활경험이 작품창작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강도, 유괴, 살인 등으로 여덟 번이나 감옥에 들어갔다가 가석방된, 생생히 살아있는 여성인물 창조가 가능했던 것이다. <게팅 아웃(Getting Out)>은 미국연극비평가협회(American Theatre Critics Association)에 의해 ‘가장 새로운 연극(the best new play)’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977-1978 최우수 작품집(The Best Plays of 1977-1978)>으로 요약 출판되었다. 이 연극의 성공으로 마샤 노만은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살아있는 작가들의 세계가 필요했으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감각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액터즈 씨어터를 위해 몇 편의 단막극을 썼으며, <굿나잇 마더(‘night, Mother)>(1983)를 발표하기 전 <서커스 발렌타인(Circus Valentine)>(1979)이라는 장막극을 썼다. <굿나잇 마더(‘night, Mother)>는 퓰리처상뿐만 아니라 4번이나 토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던 작품이다. 4년 후 첫 소설집 <운명을 점치는 사람(The Fortune Teller)>과 이어 희곡집< Four Plays >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밀의 정원(he Secret Garden)>(1991)을 출판했다. 1995년에 발표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는 영화화되어 크린트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메릴스트립과 함께 출연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2005년에는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을 발표 공연했다.
문삼화는 1967년 9월생으로 University of Northern Iowa(UNI) 연극과 출신이다.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 <뽕짝> 그 외 다수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무대는 델마 케이츠의 집이다. 하수 쪽에는 벽면에 조리대가 있고, 그 앞으로 냉장고와 찬장이 있다. 식탁과 의자가 있고, 낮은 장식장도 보인다. 상수 쪽은 벽면에 커다란 창이 있어 창밖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보인다. 창 앞으로 긴 안락의자와 탁자, 그리고 의자가 놓이고, 낮은 장식장에는 전화기를 올려놓는다. 상수와 하수 중앙 벽면에 출입문이 나있다. 문 오른 쪽 벽에는 작은 사진액자가 잔뜩 걸려있고, 그 아래 책장이 있어 책이 꽂힌 게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델마가 영화 “훼드라”에서 안소니 퍼킨스가 자동차를 질주하며 자살하기 직전에 부르는 노래 “굿바이 세바스챤”의 멜로디를 “라라라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델마는 제씨의 노모(老母)이며, 이들 두 여인은 미국 남부의 어느 초라한 시골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극이 시작되면서 노모와 딸의 일상이 잠시 펼쳐진다. 두 여인의 성격이 드러나고 음식을 만들면서 한동안 분위기가 따사롭게 묘사되는 듯싶더니, 돌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딸의 고질병인 간질이 바로 그 원인이다. 딸 제씨는 운명처럼 간질을 앓고, 견디다 못해 자살을 결심한다. 자살을 결행할 당일, 제씨는 다락에 있는 구두상자에서 오래전 저세상으로 간 아버지의 녹슨 권총을 찾아낸다. 제씨는 노모에게 오늘 밤 그 총으로 자살하겠노라고 조용히 말한다. 예기치 못한 딸의 말에, 델마는 처음에는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믿으려 들지 않지만, 차츰 제씨의 결심이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알고 안절부절 하기 시작한다. 제씨는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모친을 위해, 쇼핑방법 등을 알려주고 손수 부엌세간들을 일일이 점검해나가는 과정에서, 제씨는 자신의 질병 뿐 아니라, 불행했던 점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제씨의 남편은 그녀를 버리고 떠났고, 하나뿐인 아들은 좀도둑이 되었는가 하면, 간질의 악화는 제씨를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과 함께 인생실패자라는 자각을 하게 되고, 드디어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게 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자살할 결심을 굳힌 제씨는 남은 마지막 시간을 엄마와 조용히 보내기를 바란다. 사실 델마는 자신의 딸이 간질병 환자라는 사실을 딸에게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간질이 결국 딸을 파멸시키는 결과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델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딸의 결심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딸의 자살을 막으려고만 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갖가지 농담과 일화로 제씨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를 쓰는 한편, 벌컥 화를 내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딸을 때리기도 하며 온갖 수단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옛날 하던 식으로’ 딸에게 코코아를 만들어주기까지 하면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그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다. 결국 델마는 절망적인 체념상태에 빠져 딸의 사후처리(死後處理)에 대한 설명을 힘없이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그러나 제씨의 자살을 막으려는 델마의 필사적인 제지를 뿌리치고 문밖으로 빠져나간 제씨는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총성을 울린다. 무대 위에 홀로 남은 델마는 왼손에 코코아팬을 꽉 움켜쥔 채, 전화기가 놓인 탁자로 다가가 아들 내외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희곡이 집필된 1980대에는 간질은 불치병으로 간주되고, 이 극에서처럼 딸 제씨는 자살까지 결심한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현재, 간질은 심각한 질환이 아니다. 발작을 늦추는 약도 개발되고, 치료약도 나와 있다.
나문희와 이지하, 김용림과 염혜란이 제각기 모녀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무대·소품 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박성희, 음악디자인 최인양, 의상디자인 정현정, 분장디자인 백지영, 조연출 최소현, 무대제작 온 스테이지, 소품제작 이희순·박수연, 조명감독 문동민, 조명어시스트 김명식, 조명크루 유성욱·방재원·조남진·이지환·이미지, 분장크루 허슬, 오퍼레이터 권용태, 포토그래퍼 수투디오 팻캣, 그래픽 디자인 풍경, 인쇄 금석문화인쇄사 그 외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주)수현재컴퍼니(대표 조재현·김지숙)의 마샤 노먼(Marsha Norman) 작, 문삼화 번역·연출의 <잘 자요, 엄마(‘night, Mother)>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연출의 <자이니치>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연출의 <자이니치(在日)>를 관람했다.
차현석(1974~)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석사, 중앙대예술대학원, 그리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과 박사다. 2003년 동아대학교 주관 동아문학상 ‘시계’ 희곡상 당선작가다.
작품으로는 2001년 극단 후암 창단공연 <눈내리는 밤> 작 연출, 셰익스피어 <오셀로> 제작, 각색 연출, 2002년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보는 <구명시식> 연출, 2003년 스타시티 1관 개관기념공연 <사랑, 영혼, 그리고 춤> 셰익스피어 <리어왕> 각색 연출, 재공연 셰익스피어 <리어왕>, 2004년 서울하이페스티발 참가(퍼포먼스 연출) 서대문 형무소, SK 창립51주년 기념콘서트 <미래를 향하여> 제작 연출, 2006년 한.일 평화콘서트 제작, 2007년 대학로 스타시티2관 개관 및 주식회사 이지 컨텐츠 그룹 설립, ㈜이지컨텐츠그룹 주관 <색깔 놀이터 전시> 제작, 2008년 대학로 스타시티 3관 개관, 스타시티3관 개관기념공연 창작뮤지컬 <온리 러브> 작 연출, 2009년 연극 <충주시대> 각색 연출, 2009년 폭스캄마앙상블제작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무대총감독, 2004년 9.11 테러추모기념 <뉴욕진혼제> 작 연출, 2005, 2007년 일본아사히야마 음악제 참가 한국 측 PD, 2010년 이후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각색 연출, <침팬지-인간보고서> 작 연출, 오페라 <현해탄> 작 연출, 오페라 <햄릿>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연출했다.
2011년 오페라 <햄릿>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월전문화재단상 , 2013년 <맥베스-미디어 콤플렉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상, 2015년 연극 <흑백다방> 작·연출로 서울연극인대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학로 스타시티·극단 후암 대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겸임교수다.
무대는 일본가옥 14조 다다미방이다. 배경 가까이 10폭 병풍이 둘러있고, 그 앞에 커다란 관이 가로 놓여있다. 관 앞에 작은 제사상이 있고, 놋으로 만든 커다란 용기와 징이 제사상 양쪽에 놓여있다. 제사상 위에는 촛대에 초가 켜져 있고, 향로와 술잔이 보인다. 제사상 앞에는 방석을 깔아놓았다. 객석 출입구 쪽 통로가 등퇴장 로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여인의 등장과 해설에서 시작된다. 여인이 퇴장을 하면, 상복을 입은 남성들이 차례로 일본식 다다미방 빈소에 등장을 해 절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장남, 삼남, 사남, 그리고 막내가 한국에서 돌아온다. 모두 재일교포이고 친형제인 것으로 소개가 된다. 장남은 반백으로 인물이 잘 생긴데다가 위엄과 통솔력이 있어, 형제들의 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차남의 장사를 지내기에 인물 생김새를 알 수는 없으나, 평소 술 담배를 아니 하고 고기도 먹지를 않아 불도를 닦는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남은 훤칠한 키에 미남형이라 여성관객의 시선을 끌지만, 이북 말씨를 쓰고, 기타를 치며 임진강이라는 북의 음악극 주제가를 부르는가 하면 계속 북을 찬양하기에 인기가 반감된다. 사남은 체격이 좋고, 유도선수인지, 가라데 선수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툭하면 무력부터 사용하는 것을 보면,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을 거라는 인상이다. 막내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야구선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앳된 모습에 예쁘장한 생김새와는 달리 말이 거칠고 성질도 난폭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배우라는 중년 남성이 역시 한국에서 문상을 하러 빈소로 들어온다. 죽은 차남은,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영화배우인 이 남성에게 거액의 투자를 하고, 20억 원의 받을 돈이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시신을 한국으로 옮겨다 묻어주면,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한다는 유언을 남겼기에 이 영화배우가 일본으로 건너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이야기는 2011년 일본 후꾸시마에 쓰나미가 밀어닥친 때로 되돌아간다, 둘째는 쓰나미 당시 실종되었다가 그 이듬해에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시신의 훼손이 오죽하랴? 여하튼 초상을 치르게 되고, 한국에 있는 막내에게 연락을 해 막내가 도착한다. 원래 이들 형제는 월북을 한 아버지 때문에 재일거류민단이 아닌 조총련 소속이 되고, 친북성향을 띄고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막내만 친북성향을 떨쳐버리고 한국으로 가서 스타급 야구선수로 활약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막내를 형제는 변절자라고 생각을 하고 반기지를 않는다. 삼남은 말씨도 이북말씨를 사용하고, 막내를 변절자로 몰아붙이기나 하고, 사남도 막내와 말다툼을 하면, 우선 무력부터 사용을 해 막내를 제압하려 든다. 막내도 운동선수인지라 행여 질세라 형에게 맞서면서 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대든다. 영화배우라는 인물은 이들 형제들의 모습을 덤덤히 지켜보며 스타급 운동선수인 막내에게는 아는 체를 하고, 다정하게 대한다.
차남의 시신을 한국으로 옮기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왜냐하면 쓰나미 당시 후꾸시마 원전유출사고 로 인한 방사능 누출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것을 문제 삼아 수출입의 통제는 물론 입국승객까지 철저한 검색을 하고 있는 판국에, 원전유출사고 피해자의 시신을 받아들이기가 만무하다며, 영화배우는 난색을 표하지만, 막대한 빚을 탕감받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신을 한국으로 운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형제들은 시신을 화장해 그 유골을 한국으로 보내 납골당에 안치시키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유골을 한국으로 옮겨 설사 납골당에 안치시킨다고 해도, 방사능 때문에, 먼저 안치된 유골의 가족들 반대에 부딪히게 되리라는 생각 또한 떨쳐버리지 못한다. 의논 끝에 형제는 우선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한국으로 옮겨가기로 하고, 영화배우에게 책임을 지고 그 일을 맡아달라며, 그래야 빚을 완전 탕감해 주겠다고 약속을 한 후, 차남의 시신을 화장한다. 형제들 집에 남은 영화배우는 막내에게 야구공에 사인을 해 달라며, 집에 두고 보관하겠노라 간곡히 청을 한다. 막내는 사인을 해 준다.
장남을 비롯한 형제들이 화장장에서 돌아온다. 화장이 끝나야 유골을 가져오기에 사남만 아직 화장장에 아직 남아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잠시 후 사남이 유골함을 가지고 등장을 한다. 그런데 사남의 말로는 차남의 유골을 들고 오는 길에 산속에 모두 뿌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두 아연실색을 하고, 영화배우는 빚이 탕감될 기회가 사라졌다고 실망을 한다. 그러자 사남은 사실은 차남의 유서를 작성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가족들이 사남이 유골을 실제로 산속에 뿌렸는지 확인을 하려고 유골함의 뚜껑을 연다. 유골함은 역시 비어있고, 거꾸로 들고 흔드니, 무엇이 딸랑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좀 전에 형제들이 나누어 먹었던 우매보시의 씨처럼 생긴 물건이다. 형제들은 그 씨앗이라도 한국으로 보내자고 한다. 영화배우는 유골이 없음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나간다. 막내도 한국으로 가겠다며 일어선다. 그러자 장남은 막내를 제지하며 놀라운 사실을 막내에게 털어놓는다. 아버지가 월북을 하자, 장남은 아버지의 젊은 부인과 관계를 맺었고, 장남의 씨를 잉태한 젊은 부인이 출산과 동시에 사망하니, 장남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막내형제로 입적시킨 사실을 고백한다. 큰형인줄 알았던 인물이 친 아버지임을 안 막내의 충격이 오죽하랴? 그러나 다른 형제들은 이러한 사실을 벌써 알고 있었는지 덤덤한 모습이다. 그 때 떠났던 영화배우가 되돌아온다. 실은 막내가 사인을 해 준 야구공을 두고 갔기에, 그걸 가지려고 되돌아 온 것이다. 형제들이 영화배우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우매보시 씨라도 한국으로 가져가 달라는.
영화배우는 형제들의 간곡한 부탁에 승낙을 하고, 유골대신 씨가 든 유골함을 들고 퇴장한다. 그 뒤를 막내가 뒤 따르고, 형제들이 차례로 뒤를 따라 퇴장을 하면, 연극 도입에 등장했던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다시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신현종이 아버지, 이황의가 삼남, 공재민이 사남, 윤상호가 막내, 정성호가 영화배우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조명 주성근, 조명오퍼 김영성, 조연출 강정한·김나눔, 미술 박 윤, 사진·디자인 이준석, 진행 주미란, 기획·홍보 후플러스, 주관 서울연극협회, 협찬 넥센히어로즈·코리아나화장품 등 스태프와 제작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연출의 <자이니치(在日)>를 창의력이 돋보이는 친 대중적인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 극단 파수꾼의 이은준 작·연출의 <속살>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파수꾼의 이은준 작·연출의 <속살>을 관람했다.
이은준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립극단 연출연수과정을 수료하고, 극단 골목길(대표 박근형)의 조연출과 연출을 담당한 후 2004년 국립극단의 <질마재신화> <페드라 사랑>을 연출하고, 향후 <곰> <년> <코뿔소> <레지스탕스> <프랑스 정원> <소설처럼> <불씨> <속살> 등을 쓰거나 연출한 미모의 여성 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속살>은 속마음을 달리 표현한 연극이다. 고교시절 절친한 사이였던 네 명의 친구들과 두 명의 후배, 그리고 한 명의 여자가 장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들 중 여고생에게 인기가 많던 한 인물,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스타노릇을 했던 인물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친구들 중 한명은 주점을 경영하고, 한명은 보험회사 직원, 또 한명은 경찰이다. 네 사람은 친구의 주점에 자주 들른다. 그 중 스타노릇을 했던 친구는 현재는 빈둥대며, 술만 마시고 사고를 일으켜, 현재 집행유예기간중임에도 그에 개의치 않고 행동을 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에게 모두 잘 대해주고 보살펴주려 애쓰는 정경이 펼쳐진다. 주점경영자의 처도 그 친구에게는 정성스레 대해준다. 이들의 후배 한명은 고시공부를 하지만 번번이 낙방을 하고, 이 주점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공부를 계속한다. 그런데 빈둥대는 친구가 조심하기는커녕, 이번에는 이 주점에 한국여인과 함께 들른 일본남성에게 시비를 걸어 중상을 입힌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또 상해죄를 저질렀으니 구속될 것이 분명한지라, 친구들이 폭행당한 사람에게 고소를 취하해 주도록 배상금 겸 합의금을 마련해 주려고 애쓴다. 그러나 거액이기에 선뜻 합의금을 내놓지는 못한다. 보험회사 직원을 하는 친구도 해약금으로는 합의금에 미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결국 주점을 경영하는 친구의 처가 저축해 두었던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해 문제해결을 한다. 빈둥대는 친구가 주점으로 다시 찾아와 친구의 처와 대화를 하면서 과거 두 사람이 연인이었던 관계가 드러난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두 사람이 맺어지지 않고, 주점하는 친구와 결혼을 했는지 는 의문으로 남는다. 주점 경영자의 처가 빈둥대는 친구에게 다시는 내 앞에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하니, 빈둥대는 친구는 일어나 그녀에게서 떠나간다. 그 후 한동안 빈둥대는 친구의 소식이 끊긴다. 친구들 모두가 궁금해 하고, 그 친구의 행방을 찾지만, 묘연하다. 그러자 빈둥대는 친구의 아우가 주점을 찾아오고, 형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아무도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그 때 아우에게 휴대전화가 온다. 집의 벽장 속에서 사라진 형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마지막 장면은 죽은 친구의 빈소다. 모두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과 관련된 과거사를 털어놓는다. 과거 고인과 함께 무면허로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차사고로 인명을 살상한 사실이 드러난다. 공동책임이지만 그 책임을 빈둥대던 친구가 혼자 떠맡고 교도소로 간 사연이 펼쳐진다. 모두 이 사실을 비밀로 붙이고, 친구가 교도소에서 출소하자, 친구들이 돌봐주려고 애썼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리고 그 친구를 사랑했던 여인도 주점을 하는 친구에게 시집을 간 사연까지. 그리고 친구가 앞으로도 그 사고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를 바란 사실까지도. 죽은 친구의 동생이 형의 유서를 공개한다. 거기에는 단 한마디 “이제 됐냐?”라는 글이 적혀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남의 허물을 덮어주기는커녕 끝까지 까발리는 행태가 버젓이 언론매체나 방송을 통해 매일 반복되다시피 하는데, 이 연극에서는 끝내 속내나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의미 심중한 내용이다.
이원재, 오순태, 이호열, 남승혜, 김은우, 이순원, 김동원, 김태훈, 안소영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나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심재현, 조연출 나영범, 무대감독 김병건, 무대디자인 권 혁,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김근영, 음악 박민수, 의상·소품 신사랑, 오퍼레이터 최찬엽·홍명환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파수꾼의 이은준 작·연출의 <속살>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작·연출 <나와 할아버지>
예그린시어터에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작·연출의 <나와 할아버지>를 관람했다.
민준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극단 〈간다〉의 대표를 맡고있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 연출, <뜨거운 여름> 연출,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대본 및 연출, <올모스트 메인> 연출, <너와 함께라면> 연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연출, 우르르~간다! 세 번째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연출, <극적인 하룻밤> 정훈 역, 사실적으로 간다 – 두번째. <그자식 사랑했네> 정태 역과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젊고 훤칠한 미남 연극인이다.
무대 중앙에는 공장이나 제재소에서 화물이동용으로 사용하는 바퀴가 달린 커다란 사각의 수레 앞쪽에 정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뒤에는 직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놓아 승용차의 좌석처럼 만들고, 높게 달린 수레를 이동용 손잡이로 끌고 당기며 이동을 시킨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 겸 해설자 역을 하는 출연자가 등장해 작품해설과 배경, 그리고 출연자에 관해 설명을 한다. 곧이어 작가의 학생시절을 연기할 주인공인 “나”가 등장해 승용차 조형물의 운전대 앞에 착석을 하면, 어머니의 성화가 시작되고, 어머니가 백발가발을 쓰면 할머니 역을 하고, 벗으면 어머니 역을 하도록 연출된다.
할머니는 연세가 많기에 보행이 불편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으로 설정되고, 손자가 할머니를 안아서 승용차 뒷자리에 앉히고 또 내린다. 그런데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손자에게 말하기를, 만약 할아버지가 승용차로 어디로 가자고 하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라고 당부한다. 손자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러겠다고 대답을 한다.
할아버지는 황해도 출신으로 6 25 참전용사이고, 사변 중 다리 한쪽을 잃은 상이군인이다. 그러니 당연히 국가유공자로, 나라에서 연금을 수령하기에 생활 곤란을 느끼지 않고, 손자에게 용돈도 많은 돈은 아니지만 가끔 쥐어준다. 이들의 거주지는 실제로 황해도민이 가장 많이 피란을 와서 거주하는 인천지역으로 설정이 되고, 할아버지가 찾아가는 곳은 다소 거리가 먼 경기도 북쪽의 양주지방이다. 주인공은 작가지망생이고 특별한 소재를 찾지만, 학교 선생은 주인공과의 자리에서 다른데서 소재를 찾지 말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쓰라고 주인공에게 권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일이 반복되면서, 할머니의 상태가 악화되어 급기야 병원에 입원을 시키게 된다. 할머니를 입원시킨 후, 주인공은 할아버지가 입버릇처럼 원하던 곳으로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게 된다. 그곳에서 백발이지만 곱게 연세가 든 어느 할머니와 자신의 할아버지가 상봉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첫사랑이자, 과거 연인이었으나, 이념이 다르다는 것 하나로 몇 십 년을 서로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는 사연도 소개가 된다. 두 노인이 울먹이듯 상대를 바라보며 평생 상대를 그리워하던 정황이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그 때 주인공에게 휴대전화가 온다. 할머니가 운명했다는….
대단원은 주인공의 가족이 함께 승용차에 탑승을 한 모습과 해설자 겸 작가가 관객에게 관람을 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로, 갈채 속에 마무리가 된다.
김승욱, 한갑수, 오 용이 할아버지로 제각기 다른 날짜에 출연을 하고, 이지선, 박보경이 할머니로 역시 다른 날짜에 출연을 한다. 나 역할인 준희로 이희준, 홍우진, 김호진, 오의식이 각기 출연하고, 작가 겸 해설자로 박정표, 양경원, 차용학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진선규, 민준호, 정선아, 손지윤 등이 특별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무대 강민숙, 무대제작 온 스테이지, 조명 최보윤, 조명팀 최인수·박철영·정호진·이건혁·손정은, 의상 홍문기, 음향 이채욱, 분장 임영희, 분장팀 김하진·노승연, 조명오퍼 정소윤, 음향오퍼 이정민, 하우스매니저 강결철, 티켓매니저 김초아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민경식 고문, 민준호 대표, 프로듀서 조한성·안혁원, 컴퍼니 매니저 김훈일 등 제작진의 열정과 놀력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작·연출, 김은영 조연출의 <나와 할아버지>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작, 전 훈 번역·연출의 <파더레스>
성대입구 아트씨어터 문에서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 훈 번역·연출의 <파더레스(Fatherlessness)>를 관람했다.
<파더레스(Fatherlessness)>는 <피아노를 위한 미완성 희곡> 또는 <플라토노프(Platonov)>>로 명칭되기도 한다.
<피아노를 위한 미완성 희곡>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플라토노프(Platonov)>이다. 체호프가 쓴 최초의 희곡이자 미완성 희곡이다. 체호프 전집에는 <아비 없는 자식>으로 들어가 있다. 원작의 주인공인 <플라토노프>는 35세의 시골학교의 교사이다. 이야기는 미모의 미망인 안나의 귀향파티에서 출발한다. 안나의 아들 세르게이와 결혼한 소피는 시어머니의 귀향파티에 참석해 뜻밖에 7년 전에 헤어진 옛 연인 <플라토노프>와 재회한다. <플라토노프>에게는 평범한 주부모습의 부인 싸샤가 늘 상 따라다닌다. 소피는 자신의 연인이었고, 이상적인 남성이었던 사람이 볼품없는 여인과 결혼한 것에 실망한다. 반면에 <플라토노프>는 지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여인 소피가 어째서 한심한 ‘마마보이’ 귀족과 결혼했는지 의아해 한다. 그러나 그들 사이엔 7년 동안 잊고 있던 사랑에 다시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사랑에 욕정이 몇 배나 강해져…. 연극은 러시아식 별장에 모인 많은 인물들의 얘기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미묘하게 변화해가는 두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불륜장면에서 관객은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어쩌나 하고 걱정까지 하면서 관극을 하게 된다. 그런데 <플라토노프>를 좋아하는 다른 여인들, 미망인 안나를 비롯한 다른 젊은 여인들이 그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장면이 연출되면, <플라토노프>는 습관처럼, 성중독자처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러한 성중독은 출연자 모두에게 전염되듯 퍼져나간다. 미망인 안나에게 청혼을 하려던 대지주 뽀르피는 이러한 안나의 모습에 아연실색한다. 거기에 안나를 사랑하는 집시풍의 낭인 오십이 등자하면서 연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오십은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듯 안나를 위해서는 희귀동물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까지 사냥이나, 도적질을 해서 가져다 바치는 인물이다. 여기에 바람둥이 시골의사 니꼴라이의 욕정행각이 첨가되면서 이들의 성적타락과 성적광란을 농노출신의 부호 게라심이 피아노 연주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이미 하늘 아버지인 신이 외면하거나, 아득히 사라진 듯, 욕정의 해일은 그들을 덮쳐버린다,
대단원에서 불륜이 들통 난 <플라토노프>는 총격으로 사살이 되고, 그의 부인 싸샤와 그와 관계를 맺었던 모든 여인들의 눈물 속에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2009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된 러시아 공연단의 유리 코르돈스키 연출의 <파더리스니스(Fatherlessness)>에서는 무대를 난파선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설정을 했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무대 상수 쪽에 커다란 풀장을 만들어, 출연자들이 수영을 하거나, 물로 뛰어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수 쪽 벽 앞에 건반악기를 비치해 연주를 하도록 하고, 벽면에 원형의 타겟 판을 부착시켜, 거기에 출연자들이 타겟 핀을 던지고, 또 불꽃놀이 폭죽을 들고 무대를 누비기도 한다. 여성출연자들의 수영복 착용이 남성관객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이진하, 서석규, 서담희, 김원경, 박현욱, 안나영, 윤국로, 이동규, 윤국로, 이동규, 박제아, 이재혁, 이 솔, 김성수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2시간 30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향디자인 Nikita Project·박현욱, 의상디자인 아오리 모다, 일러스트 Leshwii@gmail.com, 무대디자인 드미트리 제이 에이치, 조명디자인 Team 3XL, 조연출·드라마트루크 임주희, 무대감독 김정헌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안똔 체홉학회 주관,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 훈 번역·연출의 <파더레스(Fatherlessness)>를 한편의 명화같은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3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