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신진연출가전
1, 프로젝트 한의 정성희 작, 한윤서 각색·연출 <고독의 기원>
성수아트홀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성준현)의 2015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정성희 작, 한윤서 각색·연출의 <고독의 기원>을 관람했다.
한윤서는 프로젝트 한의 대표로 배우 겸 연출이다. 그동안 서울시극단과 극단 오늘의 작품에 출연해 왔고, 내 사랑 은경씨, 칼잡이, 탕, 행복한 구룡마을,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에 출연하거나 조연출로 활약하고, 지지리 궁상 로맨스를 각색·연출한 미모의 여성연극인이다.
<고독의 기원>은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여선생과 연관된 남학생, 여학생, 그리고 여학생의 오라비가 벌이는 사랑의 숨바꼭질이기도 하고, 짝사랑의 퍼레이드라고 할 수도 있다. 연하제자의 순간적인 사랑의 표현을 진정한 사랑으로 착각하거나, 만취상태의 자신을 여러 번 집까지 업어다 주고, 쪽지 한 장 한 장에 연정을 모자이크처럼 나열해 전달을 해도 그 상대를 파악하지 못하는 정경이 펼쳐진다. 바로 그 순수한 사랑을 소박하게 들어내는 연극인과 그의 여동생은 자신의 오라비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는가 하면, 오라비는 여동생의 사랑을 의식하지 못하고 여선생에게만 지고지순의 사랑을 퍼붓지만, 정작 상대는 자신의 존재조차 알지를 못하고 치한정도로 취급한다. 그렇기에 짝사랑은 고독이라는 단어에 부합된다.
무대는 하수 쪽에 여선생의 방이 있어 침상이 놓이고 벽에는 책장과 장서가 보인다. 방 정면에 계단이 있고, 계단아래에는 빨간 칠을 한 우체통을 세워놓았다. 거기에 연서를 출연자가 직접 가져다 넣는다. 상수 쪽은 대중교통의 승강장이다. 뒤쪽에는 투명 막으로 가려져 있다. 여선생의 방은 오른 편의 계단을 오르면 연극인들의 연습장소로 설정되기도 한다. 배경 막에는 영상으로, 골목길의 계단, 출연자들의 활보하는 모습, 여러 개의 연서를 나열한 모습, 그 외 도시풍경이 반복되어 투사된다.
출연자들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펼쳐지고, 중앙의 벤치에 모여 앉거나 학교로 향하는 고교생들의 움직임과 대중교통 승강장에서 만취상태로 쓰러지는 장면 그 하나하나에서 무대는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느낌으로 연출된다.
다만 초보연출자들에게서 보이는 느린 템포가 이 극에서도 드러나, 전체적으로 한 단계 빠른 극 전개와 동선연출이 필요하다 하겠다.
설재근, 손우경, 이지훈, 서예화, 김상태, 김성훈, 김채린, 등 출연자의 감성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대 고성훈, 조명 남궁진, 음향 차민경, 음악 윤정선, 스틸 이기화, 조명오퍼 이지은, 영상촬영 이시영, 영상편집 강진국, 조연출 추강석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이 반영되어,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2015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 정성희 작, 한윤서 각색·연출의 <고독의 기원>을 서정적 분위기의 산뜻한 감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대학로극장의 권준걸 작, 조혜영 연출의 <거위가 꿈>
성수아트홀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성준현) 2015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대학로극장의 권준걸 작, 조혜영 연출의 <거위가 꿈>을 관람했다.
권준걸은 대학로극장 소속으로 <불좀 꺼주세요>, <아름다운 거리>, <우박>, <말괄량이 길들이기>, <수녀와 경호원>,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하얀 자화상>, <내 마음의 보석상자>, <항문외과> 외 다수 작에 출연하고, <권력유감>에 조연출로 참가하고, 이번 2015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에 대본을 써서 선정되었다.
조혜영은 대학로극장 좋은 희곡읽기 모임 소속으로 낭독극 <파수꾼>, <죽음과 소녀>, <파티>, <서울 1964년 겨울>, <탑고시원> 등을 연출하고 <아리랑>과 <거위가 꿈>을 연출한 신예 연출가다.
무대는 왼쪽에 계단 형태의 조형물과 중앙에 침상형태의 조형물이 보인다. 오리 조형물과 포대에 담은 오리 조형물이 더미를 이루어 무대좌우에서 중앙 가까이 이동되고, 마이크를 세워 경연대회장이나 방송중계를 할 때 사용된다. 핀란드 장면에서는 벤치와 붉은 옷의 산타가 무대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다.
연극은 도입에 암전 속에서 갈채 음이 들리고, 무대가 밝아지면 여성 사회자가 등장해 주인공 남성의 경연대회에서의 우승을 알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기뻐하는 모습도 잠시, 장면전환이 되면 침상에 누운 남녀의 모습이 보이고, 남성의 잠꼬대에 여성이 깨어나고 남성도 일어나,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 한다.
남성은 오리 시신이 더미를 이룬 작업장에서 포대에 오리를 담는 작업을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실제 오리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울음소리가 아닌 오리 내부의 가스 분출 음으로 설명이 된다. 오리가 무엇에 사용이 되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듯싶다. 작업과정에 꿈 이야기가 나오고, 동료들은 주인공의 꿈을 사서 횡재를 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일기처럼 기록한다. 꿈으로 해서 횡재를 한 동료들은 주인공에게 수면제를 먹여서라도 꿈을 자주 꾸게 하려고 함께 먹는 음식물에 수면제를 타는 일까지 벌어진다. 주인공의 처는 그런 남편이 못 마땅하다. 처는 핀란드로의 여행이 소원이다. 주인공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실제인지 꿈인지 주인공은 경연대회에서 우승자로 선정되고, 가수복장차림으로 노래를 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는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 같은 아름다운 가요가 아니라, 삼사십년이나 케케묵은 남진의 “꽃피는 초원 운운”하는 대중가요이지만 관객은 박자를 맞춘다. 몽상 때문인지 주인공의 아버지까지 작업장으로 찾아와 주인공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나무라는 정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주인공은 이사를 하게 된다. 무대에 짐을 포장한 박스가 여러 개 놓이고, 박스덮개를 테이프로 붙이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처는 마지막 박스 안에서 주인공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경연대회 우승이 아니라 꿈을 팔아 돈을 번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의 처는 실망감에 쌓여 집을 나간다.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 주인공은 처가 늘 상 바라던 핀란드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했는지 뒤따라 여행을 떠난다. 장면이 바뀌면 백발과 흰 수염의 산타가 자리를 잡은 핀란드의 한대지방에 트렁크를 끌고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러나 산타는 주인공이 접근하자 자리를 피한다. 그 때 연극의 도입에 사회를 맡았던 여인이 붉은 코트차림으로 뒤따라 등장해 주인공에게 자신에게도 꿈을 팔아달라고 부탁한다. 주인공의 아연실색하는 정경이 연출되면서 주인공의 내버린 꿈과 그걸 감지하고 돌아서는 붉은 코트의 여인, 그리고 인적이 없는 텅 빈 무대에 홀로 서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세인이 주인공 남성, 정수라가 주인공의 처, 김숙인이 해설자 겸 붉은 코트의 여인, 이종승이 아버지, 송은석, 송수진, 김정현, 정광영, 전민영, 홍민기 등이 출연해 각자 호연을 보이며 나름대로의 성격창출에 열중한다.
음악 서상완, 조명 정일만, 무대 김민우, 조연출 전민영, 음향오퍼 양겨울, 조명오퍼 최소영, 연출부 이지연·이승택·박정화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이 합하여,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성준현)의 2015 신진연출가전, 권준걸 작, 조혜영 연출의 <거위가 꿈>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달나무의 김선율 작, 임정빈 연출의 뮤지컬 <해바라기>
성수아트홀에서 2015 신진연출가전 극단 달나무의 김선율 작, 임정빈 연출의 뮤지컬 <해바라기>를 관람했다.
김선율은 작사를 하고 대본도 쓰고 출연도 하는 다재다능한 미모의 여배우 겸 작가이다. 의대를 중도에 그만두고 뮤지컬을 본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연출을 한 임정빈은 극단 달나무 대표로, 창작뮤지컬 <봄날>과 <Don’t Cry> 조연출, <오 마이 슈퍼맨> 협력연출, 연극 <방과후 앨리스>와 <달의 선물>을 연출한 신예 연출가다.
무대에는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쌓아놓고 중앙에 문대신 차일을 올렸다 내렸다 해서 출입을 한다. 산등성에 자리한 주거단지로 설정되고, 주인공은 미모의 처녀인데, 두더지나 땅강아지처럼 햇볕을 싫어해, 해가 진후에야 구멍가게를 연다. 다세대 주택으로 치매 걸린 예쁜 어머니와 함께 사는 통통하고 귀여운 여인, 작가지망생인 잘 생긴 청년, 그리고 다세대 주택의 집 주인인 장발미남의 장정이 밀린 집세를 받으러 자주 등장을 한다. 주인공 여인은 햇볕을 쬐면 죽을 위험도 있는 병이라는 설정이지만, 영화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괴물과는 딴판이다. 작가청년은 밀린 집세 때문에 집주인 뿐 아니라, 누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을 않는다. 치매노인은 구멍가게가 열릴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사탕을 하나 달라고 하고는, 자신의 영감이 사탕값을 치를 것이라고 늘 상 말하지만, 실은 치매노인의 남편을 이미 작고한 것으로 소개가 된다. 노인을 모시고 사는 귀여운 통통 여인도 벌이가 신통치를 않아 집세가 밀리기는 마찬가지다. 장발미남 집주인은 월세를 받으러 수시로 가구를 방문한다. 성을 내고 다투기도 하면서 점차 이웃끼리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출연자들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다투던 집주인과 통통 여인이 우여곡절 끝에 맺어지고, 주인공인 구멍가게 여인도 햇볕 기피증을 이겨내고 작가인 청년과 한 쌍을 이루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최보영, 한수호, 양말복, 김신용, 조연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구성진 노래는 시종일관 관객을 노래의 날개위에 싣고 나르며 즐거운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작·작사 김선율, 작곡 박두수, 편곡·음악감독 조선형, 안무 천성우, 프로듀서 최정식, 무대디자인 임인, 조명디자인 왕은지, 사운드디자인 김성욱, 영상디자인 윤지웅, 의상디자인 김정향, 분장디자인 정숙희, 조연출 최유진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달나무의 김선율 작, 임정빈 연출의 뮤지컬 <해바라기>를 우수 걸작 뮤지컬로 창출시켰다.
2015 신진연출가전 창작집단 GO의 황태선 작, 연출의 <정의>
성수아트홀에서 2015 신진연출가전 창작집단 GO의 황태선 작·연출의 <정의>를 관람했다.
황태선은 백제예술대학교 출신으로 現 창작집단‘CreativeTeam GO’상임연출이다. 연극 <해후> 작·연출, 뮤지컬 <하트 앤 하트> 협력 연출, 연극 <노부인의 방문> 각색·연출, 무용극 <호명산 범인> 작·연출, 뮤지컬 <쿵 페스티벌>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훤칠한 미남의 기대되는 연출가다.
<정의>는 연극에 무용극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스위스 출신의 극작가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무용극으로 만들려고 연습장에서 연극연출가와 안무가가 만나 작품완성까지의 연습과정을 그려냈다.
<정의>라는 제목은 <노부인의 방문>의 주인공인 노부인이 정의를 명목으로, 첫사랑의 배반자인 남성을 죽이기 위해 1000억 원의 돈을 마을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재판을 통해 그 남성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은 돈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이라 역설한다.
이 연극에서는 원작의 중요장면을 서너 개로 압축해 무용을 접목시켜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연출가와 안무가의 갈등장면이 노정되고, 조연출과 무용수 두 사람이 나와 형상화시키는데 조력을 한다.
무대는 연극연습장이라 의상이 비치되고,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연출가와 조연출이 연습장면에서 <노부인의 방문>의 노부인과 첫사랑 남성역을 하고, 안무가가 첫사랑 남성의 부인 역을 한다. 무용수 두 사람은 연극을 무용극으로 변형시키는데 출중한 무용가적 기량을 발휘한다. 영상으로 연습과정의 중요장면제목을 문자로 투사를 한다. 대단원에서 무용으로 변형된 극의 전체장면을 5인의 출연자가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추연각이 연출가, 정해돋이가 조연출, 이혜정이 안무가, 이동우와 박주희가 무용수, 이마대·김형재·차유환이 라디오메시지 전달자로 출연해, 각자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기획·제작 배철민, 조연출 정동욱, 안무 김모든, 조안무 이종화, 음악 이정화, 무대 이형주, 의상 조영란, 조명 정은애, 음향 김혜지, 작곡·음악 강예름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창작집단 GO의 황태선 작·연출의 <정의>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작품으로 만들어 만들어냈다.
8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