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 8월 공연총평/ 박정기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 8월 공연총평

 

8월은 폭염과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공연이 많았고,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2015 신진연출가전 공연이 있었다. 그리고 광복 70주년기념, 분단 70년을 맞아 국공립극장과 소속극단에서는 단 한편의 광복70주년기념이나 분단 70년 관련공연이 없었으나, 의식과 사고가 제대로 된 몇 몇 극단과 문인단체에서는 광복과 분단 관련된 공연으로 애국심 고취는 물론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8월의 우수작을 평하고, 2015 신진연출가전과 광복70주년기념, 분단 70년 관련공연은 별도로 평하겠다.

 

1, 조은컴퍼니의 정의신 작, 이시카와 주리 번역, 김지원 연출의 <겨울 선인장>

 

압구정동 윤당아트홀에서 조은컴퍼니의 김제훈 예술감독, 정의신 작, 이시카와 주리 역, 김지원 연출의 <겨울 선인장>을 관람했다.

 

정의신(鄭義信)은 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출생의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다.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문학부를 중퇴하고,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現 일본영화학교)미술과를 졸업 후 영화사 쇼치쿠 오후나(松竹大船) 촬영소 무대조수로 일을 시작하여 1983년 극단 구로 텐트(검은 텐트)에 입단했다. 1987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新宿梁山泊) 창립멤버로 참가하고, 극단 소속의 전속작가로 활동하여 1990년 <천년의 고독>을 시작으로 <더 데라야마(寺山)>, <인어전설> 등으로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왕성한 연극 활동뿐만 아니라 영화 각본에도 주력하여 1993년에는 혼잡한 현대일본의 풍경을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1996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 퇴단 이후 영화와 연극분야에서 활약하며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고, 에세이집 『안드레아스의 모자』를 출판하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프리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천년의 고독>, <인어전설>, <영상도시, 치네칫타>, <잡푸, 돌>, <한 여름의 찰리 브라운>, <그 다음 여름>, <바다의 서커스>, <더 데라야마>, <푸르고 아름다운 아시아>, <겨울 선인장>, <물의나라 걸리버>, <봄의 키친>, <레츠 고>, <작은 물 속의 과실>, <겨울 해바라기>, <로봇의 로>, <행인두부의 마음>, <울림>, <가을 반딧불이>,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아시안 스위트>, <마게몬>, <바케렛타!>, <가라후토의 큰아버지>, <돌즈타운> 등이 있다.

 

김지원(1974~)은 극단 다빈나오 대표로 2013년 연극 <내 삶의 소리> 구성·연출, 뮤지컬 <혼자가 아니다> 연출,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드림코트> 조연출, 연극 <할 수 있는 家> 각색·연출, 2014년 연극 <아름다운 사막> 제작, 연극 <세상을 읽고 마음을 쓰다>를 연출한 미모의 여류연출가다.

 

무대는 야구장의 탈의실이다. 철망을 통해 경기장을 바라볼 수 있고, 야구의상을 칸칸이 걸어놓고, 야구장갑과 방망이 플라스틱 모자 등 야구용품이 보인다. 하수 쪽 휘장은 출입구가 되고, 상수 쪽 휘장 안은 샤워실로 설정이 된다. 탈의실에 음반 축음기가 있어, 음악을 틀 수 있고, 통현악기와 금관악기가 등장한다. 목제로 된 긴 벤치가 세 개 배치되고, 후반부에는 선인장 화분과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들여다 벤치 위에 놓고 축가를 부른다. 배경에는 영상으로 야구장과 푸른 하늘이 투사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운 곳에 연주석이 있어 죽은 동료의 연주모습이 연출된다.

 

내용은 5인의 고교시절 야구부원이 결승전에서 자신들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타자가 사고로 요절하니, 남은 4인은 동료를 추모하는 날짜를 정해놓고 10여 년 간을 계속 만나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 중 동성애자로 변모한 2인이 있는가 하면, 여장남성행각을 벌이는 게이가 한 사람, 그리고 3인보다 후배로, 소년 같은 성격에 진취적인 기상은커녕 지극히 소심한 성격이라 말까지 더듬는 마마보이 같은 인물과 이들에게 연주와 노래를 불러주는 요절한 동료 등, 5인의 남성이 연극을 이끌어 간다. 동성애를 벌이는 2인은 남녀 간의 사랑에 방불하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보인다. 그러다 동성애자 중 일인이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되자, 상대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다가 돌연 선인장 화분을 들고 나타난다. 결혼 당사자는 당연히 그 화분을 질투심의 표현으로 생각하고 바닥에 팽개쳐 깨뜨린다. 이들 중 소심남인 후배가 이 화분을 가져간다.

 

세월이 다시 흐르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4인은 다시 만난다. 물론 게이, 소심 남, 홀로 남은 동성애자등 3인은 여전히 독신으로 지내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게이는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여성처럼 분노를 표하니, 결혼 남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샤워실 안으로 들어간다. 소심남이 자신이 가져다 기른 선인장을 들고 들어온다. 잘 자란 선인장이 눈길을 끈다. 소심 남은 게이를 반기고 그가 치한에게 강제성관계를 당한 것을 위로한다. 동료 동성애자가 등장해 결혼한 옛 동성애자 상대를 찾는다. 결혼한 남성이 샤워실 안에 있다고 알려주니, 동성애자는 샤워실 안으로 들어간다. 소심 남은 여장 남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며 여장 남을 살포시 껴안는다. 탈의실이 암전이 되면 샤워실 휘장 안이 밝아지면서 동성애자 2인의 껴안은 그림자가 휘장에 비친다.

 

대단원에서 4인의 동료가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면, 하수 쪽에서 죽은 동료가 등장해 기타 흡사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정재훈, 김 한, 문용현, 박현철, 윤혁진, 임희철, 김기범, 서한열, 류광한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감성연기는 극을 맑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프로듀서 김제훈, 기획·홍보 장유진, 무대 이진석, 조명 정유석, 음악감독 박경희, 의상 김미경, 분장 김미숙, 사진 양문숙·이원표, 조연출 민성국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조은 컴퍼니의 정의신 작, 이시카와 주리 번역, 김지원 연출의 <겨울 선인장>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감성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창작그룹 가족의 이시원 작, 강영걸 연출의 <녹차정원>

 

혜화동 나온씨어터에서 창작그룹 가족의 이시원 작, 강영걸 연출의 <녹차정원>을 관람했다.

 

이시원(1973~)은 충남 부여출생으로 2005년 <녹차정원>으로 옥랑희곡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 서울 신춘문예에 희곡 <변신>이 당선되었다. 공연 희곡으로는 <데이트> <녹차정원>,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변신>,<자라의 호흡법>, <로드킬스>, <냉동인간>, <시계가 머물던 자리> <뒤뚱뒤뚱 인생 산뽀> 등이 있다. 저서(희곡집)로 <녹차정원(평민사 2012)>이 있다.

수상 경력은 2005년 제7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최우수상 <녹차정원>, 2009년 극단 작은신화 여덟 번째 우리연극 만들기 선정,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 <변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집중육성 지원 사업(문학-희곡작가) 선정, 2011년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사업 희곡작가부문 선정된 미모의 여류작가다.

 

강영걸(1943~)은 한국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연극연출가상, LA예총 올해의 예술가상, 국립극장 올해의 좋은 연출가상, 한국 문화 예술상을 수상한 연출가다. 연출작은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 <넌센스>, <작은 할머니>, <올리버>, <하늘텬따지>, <19 그리고 80>, <불 좀 꺼주세요>, <피고지고 피고지고>, <돼지와 오토바이>, <아름다운 거리(距離)>, <탈속>, <지대방> 외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무대는 마당 수돗가 부근에 녹차나무 여러 그루가 심어져 있고, 집의 창밖으로도 푸른 잎의 수목이 보인다. 일반주택의 마루방으로 책장에는 책이 잔뜩 꽂혀있고, 벽에는 작은 그림액자가 군데군데 걸려있다. 중앙에 창이 있어 밖이 내다보이고, 그 옆에 문 대신 휘장을 늘어뜨려 부엌 들어가는 통로로 설정된다. 낡은 오디오 기기가 한 대가 중앙의 낮은 장위에 얹혀있어 가족들이 음악을 듣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 마루 끝에 페달을 젓는 헬스기구가 있다. 왼쪽이 장애인 형의 방이고, 오른쪽은 부모의 방이다. 양쪽 다 방문이 달렸다. 하수 쪽에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마루방에 아버지와 작은 아들이 누워 있다가 무더위에 못 이겨 일어난다. 작은 아들은 부엌에서 녹차 냉수를 가져오고, 아버지는 헬스기구가 낡아 페달이 잘 아니 돌아간다며 공구 통을 꺼낸다. 그러면서 빨리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아들과 반복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다. 하수 쪽 방에서 <녹차정원>의 주인공 격인 척수마미 장애인인 큰아들이 등장하고, 아버지는 쾌청한 날씨나, 악천후를 불문하고, 큰아들을 운동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 외출하고 돌아온 어머니는 이 광경을 보고 못 마땅해 하며 말리지만 남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큰아들도 폭우라 쉬고 싶다며 떠듬거리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내뱉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의지는 강철에 비교된다. 우산까지 받쳐 들고 골목으로 나가는 부자의 외출이 관객을 안타깝게 만든다. 큰아들은 장 폐색 증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게다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도…. 폭우 속에 운동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잠시 후 부자는 물벼락을 맞고 기진맥진해 돌아오는 광경이 펼쳐진다. 홧김에 어머니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만 불을 붙이지는 않고 마당에 비벼 버린다.

 

장면이 바뀌면 작은 아들은 재수생이고, 대학생인 여자 친구가 작은 아들의 공부를 도우려고 찾아온다. 둘의 다정한 모습이 녹차정원의 돋아난 새 잎처럼 산뜻하고 신선해 뵌다. 둘은 첫사랑의 감정을 상대에게서 느끼는 모양이다. 이 집에 장녀 격인 딸이 찾아온다. 장녀는 가족의 생활비 조로 봉투를 작은 아들에게 쥐어주고 간다. 장녀에게는 결혼상대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극의 후반부에 상대남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된다. 첫사랑을 하는 작은 아들은 형에게도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통해 형의 상대를 구한다.

 

일이 성사가 되어 형이 상대 여인을 만나러 정장을 하고 꺼내놓은 신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신으려 하지만 척수마비라 스스로는 신지 못하는 모습이 관객을 안타깝도록 만든다. 형은 휠체어에 몸을 싣고 첫 데이트장소로 떠난다.

 

장녀가 결혼상대를 데리고 등장하고, 작은 동생의 여자 친구가 두 사람을 맞이한다. 시원한 녹차를 대접하게 되고, 장녀의 결혼상대는 호남인양 성품을 드러내 보이지만,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처가 될 사람 남동생의 여자 친구의 예쁜 모습에 대뜸 호감을 드러낸다. 장녀가 이번에도 남동생의 여자 친구에게 돈 봉투를 쥐어주며 식구들 돌아오면 전하라고 하고 떠난다.

 

큰아들이 귀가를 한다. 그가 만난 상대여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희색이 만연한 표정이다. 그러나 재회가 성사될지는 미정이다. 아버지가 큰아들을 운동시키려는 의지가 반복되고, 어머니는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들어내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만 곧 비벼 바닥에 버린다.

 

큰아들은 평생 처음 데이트하던 여인을 생각하며 신을 혼자서 신어보려 애쓰다가 기진해 쓰러진다. 바로 그 때 큰아들이 그리던 바로 그 여인이 등장한다. 큰아들은 놀라며 벌떡 일어나 반가움을 표시하며 그녀를 맞이한다. 그러는 큰아들의 모습은 척수장애자가 아니라 단정한 모습의 정상인이다. 어눌하던 말씨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더듬지 않고 제대로 대화를 한다. 그를 찾아온 여인도 그를 대하는 모습이 은근하고 다정하기 이를 데가 없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반기는 모습이 녹차정원 속에서 싱그럽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망울에 비견된다.

 

그녀가 한동안 머물다가 돌아가야 한다며 일어선다. 큰아들은 그 여인에게 재회를 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가 없노라고 답하고 등을 돌려 가버린다. 홀로 남은 큰아들은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며 눈을 번쩍 뜬다. 짧은 꿈을 꾼 것이다. 척수마비인 자기 자신을 재삼 의식한 듯 장남은 비탄에 잠기며 그 자리에 엎드린다. 큰아들의 신발에 조명이 모아진다.

 

장면이 바뀌면 상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은 아들의 여자 친구가 장녀와 그녀의 결혼상대를 맞이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큰아들의 죽음이 소개가 된다. 세 사람이 퇴장을 하면, 상복차림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작은 아들이 돌아온다. 아버지는 페달 밟는 헬스기구를 마루 한가운데로 가져다 페달이 잘 돌아가도록 정비를 하고, 작은 아들은 시원한 녹차냉수를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와 아들의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되풀이 하면서 아들 뒤를 따라간다. 어머니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다가 마당에 비벼 던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녹차정원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며 연극은 끝이 난다.

 

문영수, 오선숙, 김용민, 김산옥, 강윤경, 길윤이, 이재근, 김현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물론, 큰아들의 척수마비 장애인 역의 김용민은 실제와 방불한 호연과 열연으로 극을 감동으로 이끌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기획 김진희·박지영, 조연출 황순심·주애리, 음악 남수한, 무대 ONYT, 의상 이신혜, 분장 배윤정, 조명디자인 조성오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구현되어, 문화공동체협동조합& 창작그룹 가족의 이시원 작, 강영걸 연출의 <녹차정원>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3, 구리아트홀과 극공작소 마방진 제작, 임선규 원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홍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구리아트홀과 극공작소 마방진 공동제작, 고강민 프로듀서, 임선규 원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홍도>를 관람했다.

 

임선규(1913~1970)는 동양극장을 중심으로 활약한 1930~1940년대의 극작가다. 쓰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대중작가다.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뒤 강경상업학교 재학 중인 18세에 희곡 〈추풍령 秋風嶺〉을 써서 〈개벽〉의 현상문예에 당선되고, 졸업 후 조선연극사에 입단하여 작가·배우로서 활동하고, 여배우 문예봉과 결혼했다. 폐결핵의 병상에서 집필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울지마라)〉(1936)가 크게 성공을 거두어 단번에 인기작가의 대열에 올라섰으며, 뒤이어 〈청춘송가〉·〈정조성〉·〈유정무정〉 등의 작품도 성공작이 되어 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데뷔작 〈추풍령〉이 공연되던 중 민족주의 작품으로 지목되어 일제치하에서 옥고를 치른 후 요시찰 인물로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이후 오락적인 작품에만 전념하면서 배우 황 철이 속해 있는 극단 아랑의 전속 극작가로 활약했고, 그 지원을 얻어 도쿄[東京]에 가서 연극을 공부했다. 그 후 일제 지원병 출정을 미화하는 희곡에 대한 총독부의 작품 공모에 당선되어 극단 고협에서 공연됨으로써 요시찰 인물에서 벗어났지만, 8·15해방 직후 이로 인해 친일파로 몰려 지탄을 받고, 이를 피해 남조선노동당에 입당해, 부인인 여배우 문예봉의 뒤를 따라 월북한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서 이렇다 할 만 한 활동을 펴지 못하고, 지병인 폐결핵으로 죽는다.

 

<사랑의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울지마라)>가 청춘좌에 의해 동양극장에서 공연되던 날은 서울 시내의 요정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기생들이 한꺼번에 연극 구경을 오는 바람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홍도의 이야기가 자신의 처지와 너무나 닮았다고 공감한 기생들이 그만큼 많았던 까닭에 공연되는 동안에는 장안의 술집이 모조리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신파극이었다.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가 부잣집 아들인 광호를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시모와 시누이의 계략으로 결국 남편에게서 버림을 받게 되고 남편의 약혼녀까지 살해한 뒤 순사가 된 오빠에게 잡혀가는 줄거리이다. 초연당시 여주인공 홍도 역에는 차홍녀, 홍도의 오빠 철수 역은 황 철, 남편 광호 역은 심영이 맡았다.

 

이 연극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때 이서구 시나리오 작가가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라는 노랫말을 써서 영화의 주제곡으로 발표했는데, 이 노래가 대중가요로 큰 인기를 모으고,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제목보다 <홍도야 울지 마라>로 더 알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으로 폐결핵 투병 중이던 무명작가 임선규가 일약 인기 작가로 떠올랐고, 가혹한 운명에 우는 주인공 남매 역을 맡은 차 홍녀와 황 철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후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와 TV 드라마, 그리고 악극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지고, 1965년에 제작된 전택이 감독과 신영균, 김지미, 노경희, 이수련이 출연한 영화도 성공을 거둔다.

 

고선웅(47세)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OB대학연극제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한민국 연극 희곡상, 영희연극상, 산동연극제 작품상·연출상, 차범석 희곡상, 이데일리 문화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작가 겸 연출가다.

<락희맨쇼> <살색안개> <서브웨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 앤 하이드> <이발사 박봉구> <모래여자> <마리화나> <팔인> <강철왕> <삼도봉 美스토리> <대학살의 신> <들소의 달>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늙어가는 기술> <리어외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매화리극장> <홍도> <아리랑> 그 외 다수 작을 집필 연출 공연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이다.

 

연극 <홍도>의 무대는 고궁의 석조전 앞마당 같은 느낌이다. 배경에서부터 두자높이의 돌로 된 긴 단이 가로로 연결되고, 그 양끝에서부터 무대 전면까지 석단이 돌계단처럼 차례로 연결되어 놓여있다. 중앙에는 제상 같은 역시 직사각의 석단이 자리를 잡고, 하수 쪽 천정에는 긴 네모 형태의 등이 긴 줄에 연결되어 매달려 있다. 조명의 변화로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대단원에서 수많은 붉은색의 꽃잎이 무대전체에 흩날리며 배경막이 상승하고, 무대 깊숙이 세로로 뻗힌 통로로 홍도가 오라비에게 끌려가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에서 남성 출연자들은 단음과 직선적인 대사로 신파극적 분위기를 구현하기도 하고 또 일상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성출연자들도 같은 형태의 대사를 하거나 시를 낭독하듯 읊조리고, 단조로운 가락의 노래도 부르거나 춤을 추며 극을 이끌어 간다. 홍도의 연적인 성악가는 양장에 소프라노 음성으로 오페라 카르멘의 멜로디를 발성해 눈길을 끌고, 집사 역할의 중년은 노란색 양복과 부실한 머리카락 그리고 허둥대는 연기로 좌중의 폭소와 시선을 집중시킨다. 시아버지 역의 출연자는 쩌렁쩌렁한 발성과 명확한 대사 그리고 홍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갈채를 받고, 특히 누명을 쓰고 비탄에 잠긴 홍도를 위로하고 감싸는, 기생시절 동료 두 여인의 우정표현과 열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낸다. 그 외 출연자들의 한복과 정장 또는 학생복과 정복으로 시대적 분위기를 창출시키며 하는 호연도 갈채를 받는다. 백색의 돌계단 같은 무대 주변을 맴도는 홍도의 동선처리와 제단처럼 생긴 탁자나 계단에 주저앉거나 뒹굴거나 서거나 뛰거나 하는 동작은 극 전개와 기복에 썩 어울리는 연출이고, 대단원에서 죽은 사람까지 일어나도록 해 출연자 전원이 붉은 꽃잎을 움켜쥐고 허공에 흩날리며 뿌리는 모습은 관객의 감동과 갈채로 극장이 요동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예지원, 양영미, 김철리, 선종남, 유병훈, 견민성, 김성현, 홍의준, 김영노, 강대진, 손고명, 김민서, 남슬기, 박주연, 이지현, 최주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연극을 친 대중적 분위기로 이끌어 가, 공감대와 더불어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김교은, 무대제작 김충신(스테이지원), 조명디자인 송영견, 음악 김태규, 안무 안미경, 의상디자인 강기정, 분장디자인 장경숙, 무대감독 이승환, 조연출 서정완·노현동, 사진 이강물, 홍모마케팅 (주)문화아이콘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구리아트홀과 극공작소 마방진 공동제작, 프로듀서 고강민, 임선규 원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홍도>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친 대중적인 걸작감성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오세혁 각색·연출의 <분노의 포도>

 

게릴라극자에서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오세혁 각색·연출의 <분노의 포도>를 관람했다.

 

존 스타인벡 (John Ernst Steinbeck, Jr. 1902~ 1968)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고향은 농업 지역이었기 때문에, 스타인벡은 농업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자랄 수 있었다. 1920년 스탠포드 대학교에 생물학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대학생 시절 목장, 도로 공사장, 목화밭, 제당공장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스타인벡이 작가가 되었을 때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작품에 그려 넣는 바탕이 되었다.

 

대학을 중퇴한 후 <뉴욕 타임스>지의 기자로 일했으며, 1929년 해적 소설 <황금의 잔>으로 문단에 등장하였고 <생쥐와 인간>으로 유명해졌다. 1936년 스타인벡은 미국 공산주의운동을 소재로 한<의심스러운 싸움>(영어: In Dubious Battle)을 발표하였다. <의심스러운 싸움>은 1936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공산주의자가 착취당하는 과수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조직한다는 소설의 내용은 당연히 이념논쟁을 불러와서, 당시 우파들은 공산주의자들의 동정을 끌어 모으려 했다고 비난하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미국 상황을 제대로 묘사한 적절한 것이었다.

 

1939년에는 노동자들과 같이 일한 경험을 소재로 한<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를 발표했다. 스타인벡은 이 작품에 토지 소유주인 은행에 의해 농장을 빼앗긴 톰 조드 일가를 등장시켜, 지주, 은행, 경찰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고발했다. 그래서 오클라호마 주등의 여러 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고, 책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에선 스타인벡을 공산주의자로 의심하고, <분노의 포도>가 반미선전에 이용될 것을 우려하였다. 그러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에덴의 동쪽> <진주> <달은 지다>을 발표하고, 1961년에 발표한 <불만의 겨울(The Winter of our Discontent)>로 존 스타인벡은 1962년에 노벨상 수상작가가 된다.

 

<분노의 포도>는 오클라호마에서 시작하지만 캘리포니아가 주요 무대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낙원의 하나로 꼽혀 왔다. 따뜻한 엘 에이(LA)를 꿈꾸는 더 마마스 앤 더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고 노래한 스캇 맥킨지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느낄 수 있듯이, 캘리포니아는 햇볕과 활기와 평화를 상징해 왔다.하지만 캘리포니아가 언제나 살기 좋은 낙원은 아니었다.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면 이곳에도 빛과 그늘이 존재했다. 그 어두운 그늘을 날카롭게 그린 대표적 소설이 <분노의 포도>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구했다 하더라도 턱없이 낮은 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 농장주들의 교묘한 책동은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집단적 대응인 파업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달아 가는 게 <분노의 포도>의 줄거리를 이룬다.

 

<분노의 포도>가 발표된 1939년 당시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들어서 있었다. 대공황 이후의 대규모 실업 및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루스벨트 정부는 뉴딜정책을 추진해 사회통합을 모색했고, 또 나름의 성취를 일궈냈다. 루스벨트 정부의 개혁정책이 전후 미국 사회의 발전은 물론 캘리포니아의 번영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 셈이었다.“사람들의 눈에는 낭패의 빛이 떠오르고 굶주린 사람들의 눈에는 분노가 서린다. 사람들의 눈에는 분노의 포도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분노가 충만하고 그 포도 수확기를 위하여 알알이 더욱 무겁게 영글어 가는 것이다.”<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구절이다.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인벡은 사랑과 연대의 새로운 발견을 강조한다. 그는 전통적 사회주의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랄프 에머슨”, “헨리 제임스”, “월트 휘트먼” 등 전통적인 미국 사상가들로부터도 영감과 통찰을 가져왔다. 대단원은 아이를 사산한 샤론의 로즈가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먹이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데, 스타인벡은 타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자각에서 새로운 희망의 단초를 찾고자 했다.

 

무대는 몇 개의 나무로 만든 조형물이 놓여있다. 이 조형물은 의자구실과 연단 구실을 하고, 차례로 늘어놓으면 톰 조드 일가가 타고 이주하는 트랙터로 사용된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총기도 당시의 라이플에 방불하다. 출연자들은 톰 조드 일가가 생존했던 당시에 널리 유행했던 노래인 “마틴 로빈슨(Martin Robinson (1925~1982)”의 <홍하의 계곡(Red River Valley)>을 극의 도입에서부터 대단원에까지 때맞춰 부르며 연기한다. 후반부에 부르는 창작곡도 적절한 것으로 느껴진다. 1인 다 역의 등장인물설정이 독특하고, 이념문제나, 위기의 순간, 그리고 고통과 고난을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희극적으로 묘사하려는 연출력이 감지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감성연기도 조화를 이루어 오케스트라 단원의 협연 같은 느낌이 든다.

 

최현미, 이봉하, 이중길, 류성국, 이빛나, 주민호, 송영미, 신정은, 김수웅, 김기일, 안진혁, 황지하 등 출연자 전원의 조화를 이룬 연기와 노래가 객석에 감동을 선사하고,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케 한다.

 

기획·제작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작편곡·음악감독·음향오퍼레이팅 박기태, 조연출·조명오퍼레이팅·영상편집 김향희, 무대디자인 오태훈, 무대제작 박정길·이중길, 조명디자인 류성국, 포스터사진 김 신, 그래픽디자인 최현미, 영상편집 박준영, 홍보 구하나, 진행 극단 걸판 2기 단원들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오세혁 각색·연출의 <분노의 포도>를 원작을 넘어선 한 편의 새로운 표현주의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교하아트컴퍼니의 노영화 작·작사, 최지민 작곡, 최원석 연출의 음악극 <도적>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교하아트컴퍼니의 노영화 작·작사, 최지민 작곡, 최원석 연출의 음악극 <도적>을 관람했다.

 

이 음악극은 조선 연산군 때의 도적 홍길동(洪吉同)의 이야기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홍길동은 홍상직(남양 홍씨)의 서자로, 어머니는 관기 옥영향(玉英香)이다. 홍길동은 1443년에 출생한 첩의 자식이었고 1510년에 사망하였다. 홍상직은 아들 셋을 두었는데, 귀동, 일동, 길동이었다. 귀동과 일동은 적자(嫡子)로 정처 남평 문씨 소생이다. 적자는 정식 부인 소생 자식을 말하며, 양반의 자손 가운데 첩(妾)의 소생을 이르는 통틀어 서얼(庶孼)이라고 하는데, 서자(庶子)는 양인(良人) 첩의 자손, 얼자(孽子)는 천인(賤人) 첩의 자손을 말한다.

 

홍길동은 얼자(孽子)로 천대를 받다가 활빈당이는 도적무리의 수령이 된다. 처음에는 충주일대에서 활약한다. 홍길동은 버젓이 당상관의 차림으로 무리를 이끌고 관아에 들어갔으며 그 기세에 눌려 지방 관아에도 깍듯이 존대하였다고 한다. 산 속에 들어가 근거지를 두고 활동한 흔적은 없으나, 의적(義賊)으로 불리고, 지방의 권농이나 이정, 유향소의 좌수, 별감등도 다 알아볼 정도였다. 그 위세가 대단해 일반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록에 홍길동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정승이 연산군에게 도적 홍길동이 잡혔다는 보고를 하는 연산군 6년(1500년)의 실록이다. 영의정 한치형(韓致亨)·좌의정 성준(成俊)·우의정 이극균(李克均)이 아뢰기를, “듣건대, 강도 홍길동(洪吉同)을 잡았다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하여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청컨대 이 시기에 그 무리들을 다 잡도록 하소서.” 하니, 그대로 좇았다.

실록에는 홍길동을 잡았다는 기록 이외에 어떻게 벌주었다는 기록은 없다. 연산군일기가 시대 상황으로 인해 다소 누락된 부분이 많다고는 하나, 다른 기록이 상세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이다. 다만 훗날 조선 선조 때 홍길동과 같은 강상의 죄로 잡힌 이연수의 처리를 논하면서 홍길동의 경우를 들어 도당을 나누어 가두고 심문하기를 청하는 것으로 보아 옥중에서 서로 말을 맞추었거나 일부 탈옥을 했을 수도 있다.

 

홍길동은 조선 시대 지배층과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건으로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거론될 정도였다. 허균(許筠)은 조선 시대의 불합리한 서얼(庶孼) 차별과 백성에 대한 가혹한 수취, 국방에 대한 부실 등의 개혁을 주장하였고, 국왕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로지 백성이라 역설하였다. 허균은 백성을 현실에 순응하는 항민(抗民), 불만이 쌓인 원민(怨民), 사회를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는 호민(豪民)으로 나누었으며 홍길동을 호민의 대표로 형상화하여 홍길동전을 지었다.

 

한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조선 시대의 3대 도둑으로 장길산, 임꺽정과 함께 홍길동을 논하면서 이들의 이름이 장사꾼이 맹세하는 구호에까지 들어 있다고 적고 있다.

 

이 음악극에서는 홍길동의 첫사랑의 여인으로 해주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길동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여인으로 미령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사랑을 주제로 노래를 부르며 극을 이끌어간다. 길동의 형으로 인형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활빈당이라는 도적의 무리가 활동을 벌이고, 당시 서민의 동태가 음악극의 주축을 형성한다. 연산군이 폐위되기 전의 임금으로 등장해 거문고를 들고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영화 <쿼바디스>에서 로마제국의 폭군 네로황제가 그의 현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길동의 연인 해주가 연산군 앞으로 끌려가 길동이 선물한 붉은 댕기를 보이며 연산군의 손길을 거부하니, 결국 해주는 임금의 분노로 처형을 당하고 만다. 이에 분노한 길동이 항거를 하고, 길동의 형인 인형이 길동을 제지하고, 결국 길동은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활빈당 도적의 무리가 길동을 구해내려는 계략이 펼쳐지면서 극은 점입가경(漸入佳境)에 이른다. 길동을 다시 잡으려는 연산의 계획이 미령의 초혼 굿과 함께 펼쳐지고, 굿 속에 해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굿에 길동이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한 연산이 길동을 호명하니, 자신의 등장을 들킨 것으로 착각한 길동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군의 공격이 시작되고, 길동과 활빈당의 무리가 관군과 결전을 벌이다 양쪽 다 죽고 만다. 시신들 속에서 미령의 마지막 굿판이 펼쳐지고 길동과 해주의 영은 시신들 속에서 일어나 저승으로 향하는 행로의 동반자가 된다.

 

길동으로 김진태, 형으로 강해랑, 연산으로 박기원, 해주 역에 이유나, 미령 역에 신진경, 김용민, 오현진, 권성민, 이성주, 오영빈, 이윤성, 심근섭, 주찬영, 배준형, 장유경, 김자운, 앙영지, 김은지, 김영진, 조엘리, 강보경 등이 출연해 전원의 열연과 열창이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지휘 김용하, 신디사이저 최지민·신창용, 가야금 박미현, 거문고 전우석, 해금 김승태, 대금 안헌영, 피리 이광호, 타악1 배정찬, 타악2 우민연 등 연주자들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안무 아지형, 제작 수퍼바이저 노래지도 김기정, 무대디자인 박선희, 의상디자인 임선영, 조명디자인 용선중, 조명 민경욱·강동엽·김도훈·김명수·송명기, 무대감독 최귀웅, 조연출 김아영, 음향디자인 김종원(나라시스템), 무대제작 이돈용, 분장 박다정·송지수·정윤경, 소품 최태주, 음향 김종표, 홍보디자인 김민정(수튜디오 미인), 사진 최연국(스튜디오 내일), 영상 이재은, 영상기록 성동한, 진행 신사무엘·우가은, 기획 장인정·박소향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교하뮤지컬컴퍼니의 노영화 작·작사, 최지민 작곡, 최원석 연출의 음악극 <도적>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친 대중적이자 감동적인 음악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극단 로얄씨어터의 운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불편한 동거>

 

대학로 브로드웨이 아트홀에서 극단 로얄씨어터의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불편한 동거>를 관람했다.

 

국민성 작가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아버님 전상서> <탄금대의 소리별> <여자의 일생> <정조의 꿈> <어린이 난타> <악극 유랑극단> <뮤지컬 천도 헌향가> <잃어버린 세월> <뮤지컬 영원지애> <태자 햄릿> <장금이의 꿈> <불명의 처> <애수의 소야곡>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식 시나리오> <레미제라블> <문>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그 외의 다수 작을 집필, 또는 각색 공연한 출중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류근혜 연출가는 현재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으로 상명대 미술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으로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에 들어가, 연출을 시작해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1기 동인으로 출발, 공연예술진흥회 청소년 축제 지도위원, 전국청소년연극제 심사위원, 전국대학연극제 심사위원,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현 상명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 극단 로얄 씨어터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인 연극계의 선도자다.

 

<불편한 동거>에서 등장하는 4인의 남성,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는 모두 희랍인 조르바(Βίος και Πολιτεία του Αλέξη Ζορμπά)>의 작가 니코스 카잔스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의 열정적인 독자이자 추종자다.

 

니코스 카잔스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 1883~1957)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동 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지형적 특성과 터키 지배하의 기독교인 박해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 민족주의 성향의 글을 썼으며, 나중에는 베르그송과 니체를 접하면서 한계에 도전하는 투쟁적 인간상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소설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리스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시적인 문체의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니코스 카잔스키는 1883년 오스만 제국 치하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오에서 태어났다. 1902년 아테네 대학교에서는 법학을 공부했으며, 재학 도중 수필 <병든 시대>와 소설 <뱀과 백합>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희곡도 쓰기도 했다. 1907년에는 파리로 유학했으며 베르그송과 니체 철학을 공부했다. 1911년 그리스로 돌아와 갈라테아 알렉시우와 결혼했으며 제1차 발칸 전쟁이 발발하자 육군에 자원입대하여 베니젤로스 총리 비서실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1917년 고향 크리티 섬에 돌아와 후에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알렉시스 조르바의 모델이 된 요르고스 조르바와 함께 갈탄 채굴 및 벌목 사업을 했었으며, 이것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Βίος και Πολιτεία του Αλέξη Ζορμπά)>로 발전하였다. 1919년 베니젤로스 총리에 의해 공공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1차 대전 평화 협상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이듬해 베니젤로스의 자유당이 선거에 패배하여 장관직을 사임하고 파리로 갔으며 그 후 유럽을 여행했다.

 

1953년 소설 <미할리스 대장>이 발간되자 그리스 정교회는 맹렬히 카잔차키스를 비난했으며 이듬해 로마 가톨릭 교회도 <최후의 유혹>을 금서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카잔차키스의 소설은 그리스에서 일시적으로 출간되지 않기도 했다. 1955년에는 그리스 왕실의 도움으로 <최후의 유혹>이 그리스에서 발간되었다.

 

1956년에는 국제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57년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여행했으며 일본을 경유해 돌아오는 도중 백혈병 증세를 보여 급히 독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때 알베르트 슈바이처박사와 만나기도 했다. 고비를 넘겼으나 독감에 걸려 10월 26일 독일에서 사망했다.

 

불교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며 베르그송과 니체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자유에 대해서 탐구, 한계에 저항하는 투쟁적 인간상을 부르짖었다. 대다수의 작품에서 줄거리 전개보다는 사상의 흐름을 강조했으며, 1951년과 1956년, 노벨 문학상후보로 지명되어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대표작으로는 후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최후의 유혹>과 <그리스인 조르바(Βίος και Πολιτεία του Αλέξη Ζορμπά)>,<오디세이아>(시)가 있다. 이중 소설 <미할리스 대장>과 <최후의 유혹>은 그리스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으로부터 신성모독을 이유로 파문당할 만큼 당시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니코스 카찬차키스는 교회로부터 반기독교도로 매도되는 탄압을 받았어도, 평생 자유와 하느님을 사랑한 그리스도인이었다.

 

극작으로 1946년에 <카포디스토리아스>, 1959년에는 <배교자(背敎者) 율리우스>, 1962년에는 <메리사>가 각기 공연되었다.

 

무대는 오 씨 가족의 자택이다. 말끔하게 정리된 거실이 눈에 띠고, 벽에 걸린 그림액자, 중앙의 커다란 안락의자, 작은 장, 그리고 TV모니터가 객석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암전상태에서 영화 <희랍인 조르바>로 잘 알려진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의 부즈키(Μπουζούκι) 연주곡이 깔리면서 조명이 들어오면, 미모의 가정부가 무용을 하듯 집안 청소를 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가정부의 모습을 탐내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일을 마친 후 손을 내미는 가정부의 행동이 몇 차례 반복이 되고, 아버지가 돈 봉투를 쥐어주고 나서야 가정부는 인사를 하고 집을 떠난다.

 

80이 가까운 할아버지는 만도린과 흡사한 그리스 악기 부주키(Μπουζούκι)를 즐겨 연주하고, 60이 가까운 아버지는 대학에 출강을 한다. 40이 가까운 아들은 연극연출가인데, 5년 동안 활동이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고, 미모의 젊은 여인이 파출부 겸 가정부 노릇을 하러 이 집을 들락거리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연령에 관계없이 가정부에게 관심을 보이고, 아들은 밥과 음식 만드는 일을 도맡아 하며 “장가가라.”는 아버지의 성화를 받는다. 아들은 동료 연극인과 가끔 만나 차기 공연할 작품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런 오 씨 가족에게 최 씨 성을 가진 고교생 한명이 불쑥 찾아온다. 고교생은 자신은 업소에서 일을 하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나, 출산과 동시에 어머니가 죽어, 아버지를 모르는 채 자라난 고아이고, 자신을 친 자식처럼 데려다 길러준 아버지가 최 씨라서 최라는 성을 붙인 것이라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어릴 적 유품을 보이면서, 바로 오 씨 집과 연관이 있어 찾아 왔고, 관련된 인물이 바로 연극연출가인 이 집 아들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부인과 사별해 홀로 있는 할아버지와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있는 아버지는 고교생의 등장에 환호를 하며 반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아들은, 집에 돌아와 자신의 아들이라는 고교생을 만나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단 한번 몸을 밀착시킨 업소 여성에게서 태어난 자식을 선뜻 자신의 자식이라고 인정하지 못한다. 가족들은 유전자 검색을 하도록 종용을 한다. 그러던 중 손자벌인 고교생이 자신들처럼 니코스 카잔스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의 작품 <희랍인 조르바(Βίος και Πολιτεία του Αλέξη Ζορμπά)>를 좋아하고, 그와 연관된 희곡을 집필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증손자 겸 손자를 보게 된 것을 기뻐한다. 그리고 아들이 예수를 믿기에 제사를 아니 지내니, 평소 몹시 섭섭해 하던 판에, 손자가 불교를 믿고 제사도 당연히 지낸다고 하니, 대 환영을 한다. 이런 경황 중에 연출가인 아들은 자신의 아들이라는 고교생의 작품을 동료연극인과 상의해 공연관련 기획사에 보낸다. 하늘의 도움인지 기획사에서 영화로 제작하겠다는 연락이오고, 연극으로 공연도 하게 되니,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모두는 기쁨으로 충만하다.

 

대단원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가정부의 춤추듯 청소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가 가정부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재현된다. 돈 봉투를 손에 쥐고 가정부가 퇴장하면, 검은 정장을 4인의 가족이 등장해 영화 <희랍인 조르바(Βίος και Πολιτεία του Αλέξη Ζορμπά)>에서 안소니 퀸이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가 작곡한 부주키(Μπουζούκι) 연주곡에 맞춰 춤추는 명장면처럼, 할아버지와 연극연출을 하는 손자. 아버지와 희곡작가지망생인 손자와 함께 부주키 음률의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우레와 같은 갈채와 함께 마무리를 한다.

 

윤여성이 아버지, 강희영이 할아버지, 김수진이 가정부와 연극동료, 유지원이 연극연출을 하는 아들, 송인환이 고교생 역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과 열연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폭염 속에서 청량감을 만끽함은 물론 폭소와 갈채를 유발시키며 연극을 한 편의 납양물(納陽物)로 이끌어 간다. 이경미와 강정민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디자인 김민섭, 무대제작 송용일, 조명디자인 이상근, 무대감독 박인환, 음향 박은영, 소품 이수진, 의상 이상은, 조연출 유지원, 진행 김태호·안정현·한명환, 기획 유준기, 기획총괄 이재현, 홍보 장소영, 스태프 이대영·장석우, 진행 박채옥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로얄씨어터의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불편한 동거>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친 대중적인 공연물이자 고품격 고수준의 걸작희극으로 창출시켰다.

 

7, 오픈런뮤지컬컴퍼니와 탄탄프젝트의 박용전·김도혜 극본, 박용전 음악·연출의 뮤지컬 <곤 더 버스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픈런뮤지컬컴퍼니와 탄탄프로젝트 공동제작, 박용전·김도혜 극본, 박용전 음악·연출의 뮤지컬 <곤, 더 버스커(GON, THE BUSKER)>를 관람했다.

 

박용전은 오픈런뮤지컬컴퍼니 대표로 극본·작사·작곡·연출을 한다. 뮤지컬 <오디션> <밑바닥에서> <오즈의 마법사> <서푼짜리 오페라>를 작사·작곡·음악감독 등을 맡고, 연극 <피의 결혼> <칠산리>, 영화 <색화동> <은하해방전선> <잠복> 의 음악을 작곡했다. 2005년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음악상 수상, 2005년 제3회 외신 홍보상 수상, 2007년 제13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극본상 수상, 2013 문화체육관광부 창작산실 대본공모 우수작 선정, 201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우수재공연 제작지원 선정 등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김도혜는 1966년 겨울 서울 인사동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성신여대에서 서양미술사를, NYU에서 매체이론과 영화 제작을 공부했다. 강제규필름 해외 마케팅 실장으로 「쉬리」 「은행나무 침대」 등의 해외 세일즈를 했고, 고려대학교 영문과에서 ‘문학과 영화’를 강의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리얼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 「분홍신」 프로듀서, 청년필름 제작본부장 등으로 일했고, 영화사 ‘탄탄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 시절부터 신문을, 그다음에는 영화를 만들었다. 식당과 카페의 메뉴를 기획했고,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담는 도자기 그릇들을 만들었다. 새로 시작한 책 만들기의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뮤지컬 <곤, 더 버스커(GON, THE BUSKER)>는 거리의 악사 이야기다. 길거리에서 통행인들에게 돈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연주를 한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늘 상 보게 되는 풍경이다.

 

거리의 악사(busker) 최 곤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최곤은 어느 날 거리의 악사이자 무용가인 원석과 니나 쌍둥이 남매를 만나, 자리다툼을 벌이다가 가까워진다. 니나는 벙어리로 미모의 무용가다. 당연히 수화로 의사표시를 하지만, 상대의 입을 보고 알아듣고, 노래를 감지하기도 한다. 원석과 니나 쌍둥이 자매는 잃은 어머니를 찾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다른 버스커들도 등장하면서 각자 기타, 멜로디온, 드럼 연주나 노래솜씨의 출중함이 공연 내내 드러난다. 최 곤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리처드 막스 (Richard Marx)의 ‘라이트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을 부르며, 머니 코드로 통하는 캐논 변주곡의 코드를 원석과 니나 남매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방송사측에서는 버스커들 만의 경연프로그램을 만들어 게릴라 버스커 오디션 쇼를 기획 선전한다. 그러나 방송사와 연관된 음악기획사측의 현우라는 인물을 미리 우승자로 정해놓고, 현우도 버스커 인양 참가토록 한다. 덧붙여 경연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원석 니나 남매의 어머니를 찾도록 한다는 부제를 달아놓는다.

 

미리 우승자를 정해 놓고 하는 경연이 어디 방송뿐이겠는가? 게다가 방송사측에서는 원석과 니나 남매의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것까지 알아내고도, 정작 당사자인 남매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주인공이 최 곤은 예전의 방송경연에 이러한 비리를 알고 중도하차한 경험이 있기에, 참가할 의사가 없었으나, 원석과 니나 남매의 어머니를 찾는다는 방송사측의 발표를 믿고, 참가를 결심한다.

 

방송사측은 경연참가자를 집단 합숙시키면서 프로그램 선전에 골몰한다. 그러다가 국장과 PD와의 대화로 원석과 니나 남매의 어머니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말을 현우가 듣게 되고 양심의 가책을 받고 고민하기에 이른다.

 

대단원에서 쌍둥이 남매의 어머니의 죽음이 알려지고, 다시 거리로 뿔뿔이 흩어지는 버스커들의 모습과 함께, 최 곤과 니나는 부산 해운대 백사장의 별빛 아래에서 상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쌍둥이 남동생 원석의 기쁨 넘치는 노래와 연주, 그리고 버스커들의 합주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거대한 건물의 벽면과 그 앞의 나무계단, 그리고 무대를 회전시키면, 방송사의 건물의 유리창이 모습을 드러내고, 영상으로 파도, 눈보라, 꽃잎의 흩날림, 폭우 장면이 투사되어 극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배경 중앙 상단에 연주석이 있어, 기타와 타악 연주자가 자리를 잡고, 하단에는 첼로와 트럼펫 연주자가 극의 진전에 따라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한다.

 

김신의, 최성욱, 김보강, 유환웅, 임 유, 정 운, 이태화, 최욱로, 구도균, 권세정, 데 빈, 김성구, 이종현, 이민재, 등이 출연해, 신세대다운 감성과 열창, 그리고 연주로 관객을 열광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가수 이창민이 목소리로 우정 출연한다.

 

김봉구, 데빈, 이승준, 리노, 김도윤, 이민재 등 연주자들의 출중한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역시 관객의 갈채와 환호가 그치지를 않는다.

 

안무 김경엽, 무대 이소영, 조명 강대근, 영상 김장연, 의상 강초롱, 분장 김정민, 무대감독 김지호·김상훈, 기술감독 김희진, 작화 아남련·이재형·문경희 그 외의 스테프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오픈런뮤지컬컴퍼니&탄탄프로젝트 공동제작, 박용전&김도혜 공동극본, 박용전 음악·연출의 <곤, 더 버스커((GON, THE BUSKER)>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우수 걸작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8,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각색 연출의 <템페스트>를 관람했다.

 

필자가 템페스트를 처음 본 것은 1968년 연세대학교의 연희극예회에서 표재순 연출로 공연한 것인데,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공연을 했고, 이광민, 서승현, 이승호, 정하연, 김종결, 최형인을 비롯한 연희극예회 멤버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로는 1956년에 제작된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SF영화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소재를 따왔고, 1991년 피터 그린어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프로스페로의 서재(Prospero’s Books)>에서는 87세의 존 길거드 경이 누드로 출연해 프로스페로역을 열연했는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원작이다.
그림으로는 라파엘이 <템페스트>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고,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는 <에리얼에게 유혹당하는 퍼디난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는 <미란다>를 그렸다.

 

음악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7번의 제목이 <템페스트>다. 베토벤이 제자인 신들러로부터 이 곡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셰익스피어의<템페스트>를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라고 대답해 곡의 제목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3곡의「환상 서곡」중 한 곡도 <템페스트>다. 시벨리우스는 <템페스트> 서곡과 2개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아데스의 동명 오페라<템페스트>도 2004년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어 찬사를 받았다.

 

뮤지컬 <템페스트>는 1999년 11월에 이윤택 연출로 귀천무, 불교무술인 선무도, 검도를 응용한 동양적인 집단무와 공중곡예 장면, 실전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태풍에 휩쓸리는 무대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음악은 국악 작곡가 김대성과 체코 작곡가인 제네크 바르타크(Zdenek Bartak)가 가곡과 범패·정가·태평가를 응용한 음악 등 모두 16곡을 만들어 동서양의 음악을 한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연극으로는 2009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템페스트>가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의 무대를 어느 요양원으로 설정했고, 인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무연고 노숙자들이 요양원 후원행사의 하나로 준비하는 연극이 <템페스트>였다. 돌발 상황도 일어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성공을 거두지만 주인공을 하려던 인물은 죽음을 맞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객석에 전하고 마무리를 한다. 정태화와 서이숙, 김동영, 그리고 조원종의 열연이 필자의 기억에 남는다.

 

2014년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된 신정옥 역, 김덕수 윤색,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는 무대를 오래된 폐 성곽이나, 창고, 또는 공연장으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극장의 내부처럼 만들고, 연출가인 프로스페로의 지시에 따라 조연출 겸 무대감독인 에어리얼, 캘리번은 음악과 음향효과 담당인 듯 장비를 등에 지고 다니고, 트린큘로는 의상, 스테파노는 소품담당으로 출연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에 따른 줄거리가 펼쳐지고, 변형 각색된 등장인물이 관객의 눈길을 끌면서, 마법사 같은 능력을 가진 지배자와 그를 증오하면서도 추종할 수밖에 없는 피지배자의 동태가 펼쳐지고, 주인공인 지배자 역시 일종의 자국의 쿠데타의 발발로 국외로 추방되고, 이곳 무인도에 어린 여식과 함께 표류한 것으로 설정된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함께 탑승한 선체가 태풍에 밀려,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추방한 인물이 표류한 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수와 원수, 적과 적의 극적인 조우가 극 속에 펼쳐지고, 원수의 아들과 망명자의 딸의 첫사랑이 세상의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면서, 12년간의 증오와 원한이 얼음 녹듯 풀어져, 상대와 다시 우애와 의리로 합해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물론 무인도의 거주민도 통제된 삶에서 해방된다. 요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갈등의 해소와 화합이, 연극 <템페스트>에 본보기처럼 그려져, 그야말로 시의 적절한 공연이 되었다.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는 2011년 8월 13일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헤랄드 엔젤스(Herald Angels)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한 작품이다. 2014년 뉴욕에서도 초청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연극이다.

 

오태석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서양적 마법을 고대 신라시대의 도술로 바꾸면서 이탈리아 밀라노와 나폴리라는 도시국가를 고대 가락국과 신라국으로 바꾸고. 서양식 사고와 철학, 그리고 풍습을 동양적인 사고와 도덕심, 그리고 당시의 세속오계가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구현되면서, 씻김굿, 탈춤, 사자놀음 등이 타악기의 굉음 속에 차례로 펼쳐지고, 유폐된 자의 설음과 그로 인한 복수심이 절치부심으로 부각되지만, 대단원에서 용서와 화해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

 

 

무대 좌우로 천정에서부터 수많은 검은 천을 늘어뜨리고, 중앙 배경 막 부분만 동굴입구처럼 열어놓았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대북과 심벌즈(Cymbals)를 놓고 지지왕과 신하가 두드린다, 도입에 질지왕(프로스페로)이 대북을 두드리면 뿌연 농무상태에서 파도가 일고, 흰 광목천을 든 백색의상의 출연자들이 무대를 구르며 흰 천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며 바다의 격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장면이 바뀌면 바로 절해고도에 유폐된 질지왕이 고서를 보며 도술로 격랑을 일으킨 것임을 알게 되고, 섬의 한 몸에 남녀 두 얼굴을 가진 괴물(캘리번), 제웅, 각종 허재비, 바닷물고기 등이 지지왕의 명령에 따른 일거수일투족을 한다. 하지만 쌍두괴물 비롯해 지지왕의 폭압에 12년을 견뎌온 고도의 생물들에게는 반항심이 높아진다. 자비마립간을 위시한 신라의 왕과 신하들은 태풍 속에서 생명을 부지하지만, 왕세자의 실종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질지왕의 딸 아지(미랜더)와 왕세자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질지왕의 마술과 제웅의 역할이 눈부신 속도로 강해지고, 자비마립간 일행은 고도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차츰 왕세자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왕세자와의 해후는 결국 자비마립간과 질지왕이라는 불구대천의 원수끼리의 상봉이 이루어지면서 관객은 충만한 긴장감으로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를 못하고, 원수의 대면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러나 세자와 아지의 결합으로 사돈 간이 된 두 왕실이 어찌 적대감을 지속할 수 있으리오? 두 왕가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질지왕은 고도에 머무는 동안 억압했던 생물들의 족쇄를 풀어준다. 대단원에서 평생 한 몸으로 지냈던 쌍두괴물이, 각자 독립된 몸이 되도록 질지왕이 몸을 분리시켜주자 “이젠 자유다!”하며 기뻐하는 쌍두아의 외침과 그동안 질지왕의 도술로 지배되던 바닷물고기들을 풀어줌으로써 그들 모두가 “자유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다.

 

정진각(자비왕), 송영광(질지왕), 김봉현(세자), 임민지(아지), 아승열(겸지),천승목(소지) 이준영·유재연(쌍두아), 윤민영·정지영(제웅) 조원준, 배건일, 김유미, 김자혜, 박보배, 김준범, 박지훈, 안종민, 김명준, 임주은, 박화영, 장원준, 이보다미, 조유진, 이신호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이 관객을 환상의 나라로 안내를 한다.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안무 강은지, 기획 오준현·정지영, 사진 이도희·신귀만 등 목화의 스태프 진과 남산골한옥마을의 오상화 총감독, 천재훈 예술감독, 임혜경 기획홍보, 홍보팀장 박인혜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각색·연출의 <템페스트>를 동화(童話)의 나라 속에 펼쳐지는 환상적(幻想的)인 연극이자, 이 무더위 속에 청량감(淸凉感)에 넘치는 한 편의 납양특집극(納陽特輯劇)으로 만들어 냈다.

 

9, 고려대학교 개교 110주년 기념공연, 안톤 체호프 작, 양윤석 번역, 박춘근 윤색, 이 곤 연출의 <벚꽃동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고려대학교 개교 110주년 기념공연 안톤 체호프 작, 양윤석 번역, 박춘근 윤색, 이 곤 연출의 <벚꽃동산>을 관람했다.

 

안똔 빠블로비치 체호쁘(1860~1904)는 러시아작가다. 단편소설의 선구자요 대가인 체호프의 단편집 한 권은 삶의 양식이 되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소재도 러시아 농민들의 삶이나 공무원들의 고생부터 말 도둑, 심지어는 추리소설도 집필했다.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자 의대생이었던 체호프는 푼돈이라도 벌 목적으로 단편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된다. 엄청난 수의 단편 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1886년에는 무려 116편의 단편을 썼고 1887년엔 69편을 썼다. 체홉의 소설은 900여 작품에 이른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단어수로 원고료를 주었기 때문에,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그 외의 소설가들은 분량이 굉장히 길었는데, 체호프는 반대로 간결하면서도 흥미로운 글을 썼다.

 

체호프는 소설보다는 극작가로서의 명성이 더 높다. 러시아 근대문학에서 체홉을 소설가보다는 극작가로 칭한다. 부인 또한 잘나가는 모스크바 예술극단의 여배우였다.

 

1904년 1월 17일, 자신의 새 연극 <벚꽃 동산>이 초연될 때 그도 무대에 나와서 인사를 했는데 그의 창백하고 빈사의 백조 같은 모습에 관객들은 모두 “제발! 안똔 파블로비치를 병원으로 보내시오!” 라고 소리를 질렀고, 결국 체호프는 비틀거리다 쓰러진다. 곧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시골에서의 요양생활을 하면서, 체호프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여섯 달도 못 되어 1904년 7월 2일 밤에 갑자기 고열로 신음하며 “난 죽는다!”하고 소리친다. 의사가 달려와 진료를 한 후 고개를 저으며, “마지막 가는 길에 포도주를 주도록 하세요.” 이 말에 아내는 울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으로 포도주를 입에 머금은 그는 미소를 지으며 유언을 남긴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포도주인걸…맛이 좋아…” 그리고는 눈을 감고 4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다. 안똔 체호프는 톨스토이가 무척 아끼던 후배였기에 그가 죽었을 때 몹시 슬퍼했다고 전한다.

 

<벚꽃동산>은 1960년대부터 국공립극단을 비롯해 각 극단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다. 1967년 극단 광장의 이진순 연출의 <벚꽃동산>은 명 연극으로 기억된다. 충무로 연극인회관에서 1980년대의 이원복 연출로 공연한 <벚꽃동산>도 기억에 남는다. 2010년 한·러 수교기념 연극 <벚꽃동산>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러시아 연출가 지차트콥스키의 연출로 공연했을 때, 기존공연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2015년 4월 서울연극제 미래야 참가작 극단 마고의 박연주 연출 <벚꽃동산, 진실너머>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2015년 5월 극단 애플씨어터의 전훈 번역·연출의 <벚꽃동산>은 탁월한 공연으로 기억된다.

 

영화로는 1999년 키프로스, 프랑스, 그리스의 합작영화로 미할리스 카코지아니스(Mihalis Kakogiannis)가 제작·감독하고, 샬롯 램플링 (Charlotte Rampling) 라녭스까야 역, 앨런 베이츠 (Alan Bates) 가예프 역, 카트린 카틀리지 (Katrin Cartlidge) 바랴 역, 오웬 틸 (Owen Teale) 로빠힌 역, 투스카 버겐 (Tushka Bergen) 아냐 역, 잰더 버클리 (Xander Berkeley) 에삐호도프 역, 그리고 제라드 버틀러 (Gerard Butler), 앤드류 하워드 (Andrew Howard), 멜라니 린스키 (Melanie Lynskey), 이안 맥니스 (Ian McNeice) 등이 출연한 <벚꽃동산>이 명화로 기억된다.

 

무대는 객석을 향해 완만한 경사가 진, 회색 일변도의 건물 내부다. 배경 가까이 아래위로, 창문으로 보이는 네 개의 사각의 공간을 통해 밖의 컴컴한 어둠이 보이고, 그 왼쪽에 정문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다. 중앙에는 책장으로 상징되는 조형물이 있고, 책 같은 조형물이 꽂혀있다. 주변에 탁자와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있고,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탁자와 의자를 이동시켜 사용한다. 어린이 장난감 인형, 피스톨, 통기타, 트렁크, 가방 등이 소품으로 사용되고, 당시를 회상시키는 출연자들의 의상이 제격이다. 건물 뒤쪽 공간에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프럼펫, 콘트라 베이스,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모두 함께 춤을 출 때의 무곡, 그리고 마술사의 등장도 썩 어울리고, 관객을 극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벚꽃동산은 객석 너머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남녀 두 사람이 기차도착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벚꽃동산 주인 라네프스카야 부인은 5년 만에 자신의 영지(領地)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벚꽃동산도 경영부진으로 경매에 붙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주인 라네프스카야는 애당초 가계(家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가족은 여주인의 오빠(가에프)와 두 사람의 처녀(바랴와 아냐)의 네 사람이다. 한때는 급진적인 사회 운동에 참가한 일이 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구를 치고 있는 가예프, 아직 현실과 부딪히지 않아 세상물정에 밝지는 않지만 미래를 밝게 바라보는 17살 소녀 아냐, 그리고 아냐의 언니이자 라네프스카야의 양딸인 바랴는, 오직 그녀만이 가계(家計)를 담당하여 절약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떻게도 될 수 없는 형편이다. 가족 이외의 등장인물 중 한명인 지주 로빠힌은 열심히 일을 하여 부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은 농노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벚꽃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는 걸 슬퍼하는 라네프스카야 가족들을 위해 벚꽃동산을 별장지(別莊地)로 팔 것을 권유 하고 있지만 라네프스까야는 현실을 직시 못하고 로빠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빠힌과 바랴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결혼을 기대하고 힘쓰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년 대학생 트로피모프는 아냐를 무척이나 귀엽게 생각한다. 극중 현(弦)이 끊어지는 뜻한 소리가 들려온다. 하인 피르스는 농노 해방령이 나오기 전에도 이런 소리를 들었다 한다. 하인 피르스는 농노해방이 있고나서도, 자유를 찾지 않고, 가예프 옆에 남아서 노비로써 자신의 의무를 끝까지 지고 있는 노인이다. 이번 연 극에서는 이들뿐만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각각의 캐릭터가 정확하고 활동도 다양하다. 체호프의 희곡에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연극 에서는 어떤 인물에게도 비중이 치우쳐져 있지 않고 출연자의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특히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군무를 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연극에서는 <벚꽃동산>이 상징물로 강조된다. 여지주 라네프스까야 에게는 <벚꽃동산>은 아름다운 추억이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대상물이다. <벚꽃동산>은 그녀가 태어나 살았고 과거의 추억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 남은 <벚꽃동산>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기 싫고 그대로 보전 했으면 하고 바란다. 반면에 비록 농노의 아들이지만 기업가 자질과 경제적 능력이 있는 로빠힌에게는 기회의 터전이다. 현재의 <벚꽃동산>은 결국은 사라져버릴 운명이기에, 차라리 그곳을 개발하여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려는 안목을 로빠힌은 갖고 있다. 서로 상반된 의견, 보전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과거의 추억을 쫒는 이들은 결국 몰락하고, 미래를 쫒는 사람은 이 <벚꽃동산>을 새롭게 출발하는 발판으로 삼는다. 어쩌면 <벚꽃동산>은 19세기의 제정 러시아의 상황이지만, 21세기 우리의 현실과도 비교된다. <벚꽃동산>이 기존의 사회 질서의 전통과 순수함을 대변 한다면, 이를 베어 버리고 개발을 하는 것은 후천개벽을 의미 한다. 이 극에 등장하는 80세 후반의 늙은 하인 피르스는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격은 인물로써 구시대를 그저 묵묵히 지켜본 방관자 중 하나이다. 그의 마지막 독백처럼 홀로 남은 그는 결국 과거와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또한 떠나는 사람들의 이별 소리는, 과거의 유물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러 떠나라는, 안똔 체호프가 그의 마지막 희곡을 통해 만인에게 전하는 충고로 느껴진다.

 

예수정, 장두이, 황 건, 안병식, 임지현, 박설헌, 이 찬, 원종수, 윤지서, 이원섭, 조수연, 신다연, 문병설, 김진철, 임후성, 김수희, 김지수, 김중엽, 김정인 등 출연자 모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성옥, 손 숙, 성병숙, 노병수가 역장으로 특별출연한다.

 

트럼펫 유승철·이광재, 콘트라베이스 황정규, 바이올린 닐루파르 무히디노바·박보인 등 연주자들의 연주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작총괄 윤흥식, 제작 이상국, 기획 이영훈, 예술감독 김기하, 드라마투르크 송현옥, 워크숍 지도 김수기, 작곡 이승호, 무대디자인 김수희, 조명디자인 이현승, 의상디자인 이수원, 분장 임동륜, 안무 정성태, 마술감독 신현재, 기록영상 김오중, 사진·그래픽 김솔, 조명오퍼 김진서, 분장보 전수현, 음악보 이재경, 제작보 조동기, 회계 김현희, 조연출 김정인·박무늬, 기획보 조하영·위정민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고려대학교 극예술동우회의 개교 110주년기념공연 안톤 체호프 작, 양윤석 번역, 박춘근 윤색, 이 곤 연출의 <벚꽃동산>을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 한국셰익스피어학회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원어 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임성균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한국셰익스피어학회 교수극단의 원어 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임성균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2004년에 제작된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The Merchant of Venice>를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 래드포드의 <베니스의 상인>은 무성영화시절에 제작된 여러 편의 <베니스의 상인> 영화에 작별을 고하는 최초의 유성영화로,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가 샤일록으로 출연하고, “제레미 아이언스”가 안토니오, “조셉 파인즈”가 바사니오, 그리고 “린 콜린스”가 포샤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 영화다

 

셰익스피어의 시대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동시대 연극 관람객인 귀족들에게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당시 젊은 귀족들은 방탕한 생활을 하느라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들이 소비하는 돈은, 합법적인 상업 활동을 해도 엄청난 제약을 당하고 있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게서 차용한 것이었다. 그들은 젊은 귀족 바사니오에게 심정적으로 동화되면서 샤일록의 파멸에 조소와 갈채를 보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갈채는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라는 정치적 흐름에 마주치게 된다. 어찌 샤일록 문제뿐이랴? 포셔의 초상이 들은 세 개의 금, 은, 동 궤를 여는 피부색이 다른 구혼자들을 아둔한 인물로 묘사한 부분도 현재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이 연극에서는 ‘Venice 1596’이라는 자막을 통해 역사적 시간공간을 명시하고, 당시 유대인들이 겪었던 경제적 인종적 차별이 2차 세계대전 종결 시까지 계속되었음을 영상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원작에는 없는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침을 뱉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유대인을 모멸 당하던 당시상황을 강조하고, 샤일록이 부채의 대가로 요구하는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가 샤일록의 잔인한 취미나 고약한 성미 때문이 아니라, 그가 오랜 세월 영국인에게 당했던 모멸감의 표현임을 극 속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관계가 우정을 넘어선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스러운 장면이 첨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법정에서의 남장으로 출연하는 포셔와 수행인 외에 원작에 등장하는 남성역을 여자출연자들이 대신함으로써 오히려 작중인물의 성격이 부각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샤일록 역으로 조영창 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 대표, 안토니오 역으로 신웅재 광운대 교수, 밧사니오 역으로 남창현 인하공전 교수가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포셔로 노경주 동덕여대 교수가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젊은 시절의 명배우 에바 가드너나 지나 롤로브리지다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네리사 역의 송은경 극단 무연 단원도 호연과 열연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한다. 솔라니오 역의 임도현 대진대 교수와 살레리오 역의 최세나 극단 멍석단원도 남성역을 탁월하게 연기해 냄으로 해서 갈채를 받고, 그라시아노 역의 류수용 동국대 교수의 열연도 기억에 남는다. 로렌조 역의 조병국 극단 좋은사람들 단원과 제시카 역의 김현주 중원대 교수의 연인장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상깊이 아로새겨지고, 고보노인 역의 신경수 경기대 교수와 랜슬럿으로 출연한 안병대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의 부자출연은 탁월한 성격창출과 놀라운 호연으로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튜발 역의 방승희 국민대 교수와 발타자 역의 숙명여대 학생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기획 안병대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 무대감독 문형돈, 무대디자인 오진우, 조명디자인 김형수, 음악감독 정현숙, 의상 및 소품 홍선옥·방승희, 분장 김미예·오수진, 음악오퍼 박창숙, 영상 및 자막 오퍼 정인주, 영상편집 김승종, 음악편집 안석준, 자막번역 정인주, 포스터디자인 정원주·박세아, 진행 서동하·성고은·김유진·강희림·정현빈·김예지·이소정 등 스태프 전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한국셰익스피어학회 교수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임성균(숙명여대 교수)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 원어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3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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