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9월 공연총평
9월 공연은 수확에 계절에 걸 맞는 풍요로운 공연이 계속되고, 제10회 여성연출가들의 공연 잔치가 펼쳐졌다. 9월 공연을 평하고, 제10회 여성연출가전과 제17회 충청남도 학생연극제는 별도로 평한다.
1, 극단 산울림의 이강백 작, 임영웅 연출의 <어느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 챙>
산울림소극장에서 이강백 작, 임영웅 연출, 손봉숙의 1인극<어느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 챙>을 관람했다.
이강백(李康白)은 1947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이강백은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 하에서 제도적인 폭압 체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그는 제도적인 폭압 하에서 신음하는 개개인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 이면에서 횡행하고 있는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에 더욱 주안점을 두었다 <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의 작품들, 곧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등부터는 그러한 제도적인 면 뒤의 인간적인 보편성까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우화적인 장치는 1980년대의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등의 작품에 와서는 상징주의 혹은 서사극적인 기법으로 바뀌고, 주제 면에서도 정치‧제도 등의 외적인 한계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보다는 운명적 조건하에서의 인간 본성의 탐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이러한 주제들은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등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묻는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탐구로 접근해 간다.
이 점은 민족현실을 취급하고 있는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단문제를 다룬 <칠산리>에서는 전쟁의 화약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동지섣달 꽃 본 듯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종교‧예술의 모습을 우리 고유의 정서 속에서 보여주고자 한 작품으로서, 그가 추구해 온 ‘겹침효과’의 방법이 설화구조 속에서 효과적으로 빛을 발휘하였다.
그는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1985년 베네수엘라 제3세계 희곡경연대회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에는 <영월행 일기>로 제4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1998년에는 <느낌, 극락 같은>으로 제5회 우경문화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작품 세계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한 것이 특색이다. 등단 이후 거의 해마다 창작 희곡을 내놓았고, 그 가운데 11편은 서울연극제 무대에 올랐다. <이강백 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간행되었다.
이강백은 1982년에서 1990년까지 크리스천 아카데미 문화부장을 지냈고, 1990년에서 1997년까지는 동아 연극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강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 객원교수 등을 지내고, 2003년부터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연극 <챙>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심벌즈 연주자였던 함석진이, 비행기 추락사를 당한 1년 뒤, 그를 추모하는 모임에서 미망인인 이자림이라는 부인을 초청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박한종과의 대담으로, 함석진과 그녀와 만남과 사랑, 그리고 결혼해 자녀 셋을 낳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연주여행을 한 사연을 들려준다.
뉴욕 연주에서는 심벌즈를 두드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는데, 그와 관련한 기사를 쓴 기자가, 연주자가 졸다가 심벌즈를 울리지 않았다고, 비하하는 기사를 써, 그 책임을 지고 함석진은 악단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런데 사실은 연주 시에는 지휘자의 신호가 있어야 심벌즈를 치기로 되어있었기에, 지휘자인 박한종이 연주에 몰두해 신호를 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라, 박한종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러자 단원들 전원이 동조사직원을 제출하는 바람에, 담당자가 그 일은 없던 일로 결정이 된 일화가 소개가 된다.
동남아 연주 여행 시에는 부족 간에 전쟁이 벌어져, 총성이 요란해, 연주를 중단하려고 했으나, 함석진의 격려하는 듯한, “챙”하는 심벌즈 소리에 연주를 끝까지 한 이야기와, 교향악단 연습실 부근에 해마다 피던 목련화가 어느 해인가, 봄이 한창인데도 목련화가 꽃피울 생각을 안 해, 아마 목련화 나무가 죽은 모양이라고 다들 생각할 때, 함석진이 목련화 주위를 돌며, 힘차게 심벌즈를 두드렸는데, 그 다음날 나무에서 꽃망울을 내밀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함석진은 안산에서 경비행기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와 가끔 비행을 하며, 경치관람을 즐겼는데, 어느 날 돌연 경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조종사의 시신은 발견이 되었으나, 함석진의 시신은 1개월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1년이 경과했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년 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추모모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함석진과 이자림이 소시 적, 심벌즈 소리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정이 들고,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이자림이 우연히 관람한 연주회에서 함석진의 연주모습을 보게 되고, 바로 그날 두 사람은 해후를 하게 되면서 사랑을 꽃피우고,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 사연도 함께 펼쳐진다. 부모님 역을 할 즉석연기자를 객석에서 데려다 연극에 동참시킨다.
대단원에서 함석진의 유서가 공개가 되고, 심벌즈는 다음 연주자에게 승계되듯 전해진다.
무대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단원과 지휘자 그리고 맨 뒤에 자리한 심벌즈 연주자의 대형사진이 7폭 병풍에 실려 펼쳐져 있다. 배경 중간에 심벌즈가 직사각의 입체조형물 위에 놓여있다. 무대 상수 쪽에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이 비치되어 있고, 하수 쪽에 의자가 서너 개 놓여있다. 상수 쪽 배경 막 가까이에 등퇴장 로가 있다.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비롯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비발디의 사계,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브람스의 교향곡 등 귀에 익은 연주곡이,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축음기를 통해 들려나온다.
손봉숙이 함석진의 부인 이자림으로 출연한다. 1인극이지만 바탕에 깔린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인간적 면모가 교향악의 연주와 함께 객석에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관객 하나하나의 가슴 깊은 곳까지 그의 일화가 음악과 더불어 스며든다.
임수진 극장장, 임수현 예술감독, 무대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음향 한 철, 사진 이지락, 인쇄물 디자인 올 디자인 그룹, 등 제작진 모두의 기량이 은근히 들어나, 극단 산울림의 이강백 작, 임영웅 연출의 <챙>을 세계시장 어디에 내 놓아도 좋을 한편의 고품격 1인극으로 탄생시켰다.
2, 극단 소금창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자순 각색·연출 <Choose Hamlet !>
한성대 입구 소극장 봄에서 극단 소금창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자순 각색·연출의 <Choose Hamlet !>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450년간 지속되어 온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햄릿>에서 등장하는 부왕의 망령을 없애고, 부왕의 죽음을 논리적, 과학적으로 추적해 그 죽음의 진실을 밝혀낸 후 복수심에 찬 햄릿과는 반대로, 부왕의 죽음에 침묵하고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궁중사람들 모두가 햄릿에게 <Choose Hamlet!>하며 햄릿에게도 침묵을 선택하라는 <햄릿이여 선택하라!>라는 명제의 재 창작극이다.
이자순은 단국대 예술문화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로 극단 쎄실, 극단 화, 극단 소금창고 연출, 젊은 연출가 그룹 <자유항해> 동인, 감성교육연구원 EDI 예술 감독이다.
<귀여운 장난> <곰> <메디아> <유진 오닐 단막제> <오헨리 연극제> <올리아나> <동백꽃> <반전 퍼포먼스> <행복한 날들> <독도수호 퍼포먼스> <홀로 아리랑> <선지> <위험한 시선> <나비효과 24> <녹색태양> <샤우팅 맥베스> <모노드라마 세 발 자전거> 등을 연출했다.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나비효과 24>로 연출상 수상, 2012 한국예술평론가협회의 주목받는 예술가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무대는 객석 가까이에 묘지가 있고, 관을 비닐로 덮어놓았다. 무덤지기 겸 인부들이 삽으로 무덤을 파고 흙을 덮는 시늉을 한다. 배경 쪽에 비닐로 막을 설치하고, 그 안쪽에 통로가 있어, 출연자들의 통행하는 모습이 보이고, 백색 마스크를 쓴 인물들이 장검으로 결투 장면을 벌이기도 한다. 막을 치우면 전신주 형태의 조형물이 보인다.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출연자들은 현대의상을 착용했다.
부왕이 급작스레 사망하고, 햄릿은 홀로 무덤가에 남아 인부들의 작업을 본다. 그런데 인부들이 다른 시신보다 관이 가볍고 악취가 대단하다며, 밑바닥으로 시신이 물처럼 녹아 흐르는 것으로 보아 독살된 것이라고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부왕의 죽음에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함께 있던 호레이쇼에게 연극을 하자는 제의를 한다. 그리고 숙부 클로디어스, 모친 거투루드, 재상 폴로니어스, 연인 오필리어 등이 관람하는 자리에서 부왕의 독살장면을 연출해 낸다. 물론 공연은 중단되고 숙부왕과 모친인 왕비는 분노를 표하며 자리를 떠난다. 그 뒤 독살되었다는 소리를 한 인부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이 연극에서는 숙부왕이 다부진 체격에 출중한 미남으로 설정이 되고, 왕비 뿐 아니라, 오필리어까지도 숙부왕의 남성적 매력에 몸과 마음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특히 오필리어는 숙부왕이 친형을 직접 독살하는 것을 목격했기에 충격을 받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오필리어의 부친 폴로니어스도 그 사실을 알지만 나라의 안정을 위해 침묵한다. 왕비 거투르드 역시 침묵을 택한다. 폴로니어스는 구약의 카인과 아벨을 예로 들어 형제를 죽였음에도 신이 카인을 용서한 후 그에게 대도시를 건설토록 한 사실을 들려주고, 마침 분쟁국이자 적대국이던 노르웨이까지 평화협정제의를 수락해, 덴마크에 모처럼 평화가 도래했으니, 햄릿에게도 침묵을 택하도록 권한다. 그러나 복수의 일념에 차있는 햄릿에게는 침묵의 권유가 당나귀 귀에 코란 읊어주기다. 햄릿이 마음을 다져먹으려고 아버지의 무덤가에 도착했을 때, 숙부왕 클로디어스가 고뇌에 찬 모습으로 선왕의 무덤 앞에 등장해,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고, 햄릿은 부왕을 살해한 인물이 숙부왕 클로디어스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발길을 돌리는 햄릿을 발견한 숙부 왕이 권총을 꺼내들고 햄릿을 겨누는 장면과 암전 속에서 총성이 울리는 효과음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박상협이 햄릿, 이동환이 호레이쇼, 신소영이 왕비 거투르드, 김기영이 숙부왕 클로디어스, 정현기가 폴로니어스, 박문영이 오필리어, 인부 겸 광대 1 서영삼, 2 정혁준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제작 극단 소금창고(대표 정현기), 무대디자인 이상수, 조명 신슬기, 음향 이미영, 진행 박선혜·박준영, 편집디자인 사과나무 등 제작진과 스태프 진의 노력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소금창고의 셰익스피어 리톨드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자순 각색·연출의 <Choose Hamlet!>을 연출력과 창의력이 감지되는 새로운 <햄릿이여 선택하라!>로 탄생시켰다.
이 연극은 400년 동안 셰익스피어가 햄릿에 그려 넣은 망령,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망령 이야기로 세계 각국의 연출가들이 연극을 연출해 내는 것에 결별을 고하고, 대한민국의 여성연출가 이자순이 망령 없이 범죄자를 밝혀내는 추리극 형식의 현대연극으로 재창작한 것에 격려와 갈채를 보낸다.
3,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작·연출 <깃븐 우리 절믄날>
선돌극장에서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작·연출의 <깃븐 우리 절믄날>을 관람했다.
성기웅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연극원 예술 전문사 연출과 졸업했다. 2003년 스스로 쓰고 연출한 <삼등병>에서 강압적인 군대 조직 안에서 갈등하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 평단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조선형사 홍윤식><소설가 구보씨의 경성 사람들>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일제시대 와 근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며 우리 역사상 가장 아팠던 시대의 모순과 혼돈 그리고 그 속의 낭만을 묘사하는 능력을 보인다.
극본 연출로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깃븐 우리 절믄날> <소설가 구보 씨와 경성 사람들> <삼등병> <신모험왕>이 있고, 극본으로는 <조선형사 홍윤식> 번역 연출로는 <과학하는 마음 3부작> <과학하는 마음 숲의 심연> <가모메>, 연출로는 <해님지고 달님안고>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낭독공연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번역서로는 <사카테 요지 희곡집> <히라타 오리자 희곡집> <히라타 오리자 현대구어연극론>이 있다.
2011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13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 2014년 제1회 서울 연극인대상 연출부문 수상자다.
<깃븐 우리 절믄날>은 1935년 소설가 구보(丘甫) 박태원(朴泰遠 1909~1986), 시인 이상(李箱) 김해경(金海卿 1910~1937) 소설가 겸 기자 정인택(鄭人澤 1909~1952), 그리고 권영희(權榮熙)라는 미모의 여인의 1935년 한 해 동안의 행적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무대는 흰색의 난간을 만들어 배경 쪽과 무대 좌우에 만들어 고층건물의 옥상 장면에 사용하고, “O”자형의 입체조형물의 가운데를 잘라 “S”자 형태로 붙여놓거나 떼어놓고 의자로 사용을 한다. 무대 벽면과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건물그림,1935년에 발발한 사건이나 특종기사를 정월부터 12월까지 날자와 더불어 알린다. 노래는 당시 김해송 작곡의 가요 “오빠는 풍각쟁이야” “목포의 눈물”을 비롯해 동요와 샹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구보와 이상, 구보와 권영희, 구보와 정인택이, 이상, 구보, 정인택, 그리고 4인이 함께 출연해, 문학, 사랑, 음독자살 이야기를 펼쳐간다. 직접 당사자가 출연해 벌이는 연극이 아니라, 타인의 행적이나, 사랑, 음독, 그 외의 이야기를 제3자인 구보와의 대화로 엮어간다. 극적 긴장감이나 굴곡은 전혀 없고 그저 남의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신문기사나 잡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의 연극이다. 독특한 표현방식의 연극이라 할 수는 있겠다. 그리고 가끔 벽면에 투사되는 커다란 사건의 제목과 내용을 월별과 날 자대로 소개를 하고, 손기정 선수가 국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도 소개가 된다. 등장인물의 음독자살사건도 수면제가 아닌 보약이라는 설정이고, 대단원에서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유서까지 쓰고 독약 아닌 보약을 먹는 자살 장면을 벌이지만, 관객은 웃지도 않고 그저 덤덤하게 바라보는 데서 공연은 끝이 난다.
시종일관 낭독공연 흡사한 느낌의 연극이지만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있겠다.
양동탁, 이종무, 문현정, 이화룡, 한정엽 등 출연자들의 개성창출과 호연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기 김슬기·이화진, 미술감독 서지영, 기술감독 윤민철, 조명디자인 최보윤, 소품·분장디자인 장경숙, 의상디자인 김미나, 조연출 박진아, 기솔감독보 임유정, 오퍼레이터 김민지, 일본어지도 강유미, 그래픽디자인 퐁당디자인, 사진 이강물, 프러덕션매니저 김현숙, 제작감독 강민백, 홍보마케팅 바나나문 프로젝트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작·연출의 <깃븐 우리 절믄날>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 극단 까치동의 전춘근 제작, 최 정 작, 정경선 연출의 <불꽃처럼 나비처럼>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극단 까치동의 전춘근 제작, 최 정 작, 정경선 연출, 김경민의 모노드라마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무용가 최승희를 소재로 한 김경민의 모노드라마다.
최승희(崔承喜, 1911~ 1969)는 일제시대의 무용가이다.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6년 일본에 유학하여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에게 사사했다.
두 차례 일본 유학 이후에 국내에서 독자적인 근대 무용 공연을 가지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게 되었고, 《반도의 무희》(1936)라는 영화에 출연하고, 자서전 <나의 자서전>(1936)을 출간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1930년대 후반에는 수 년 동안 칠레 등에서의 해외 순회공연을 벌이면서 세계적인 명성도 얻었다.
광복 후 남편인 안막을 따라 월북해서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평양에 세워 소장에 취임하고 공훈배우,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1958년 안막이 숙청되면서 연금 당했다는 설이 나돈 이래, 행적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나돌았다. 그러나 한설야와 함께 사후 복권된 상태라는 것이 2003년에 확인되었고, 묘지는 애국렬사릉으로 이장되어 있다.
1936년 베를린 하계 올림픽 마라톤 우승 직후 한 음식점에서 최승희와 손기정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승희는 신무용의 창시자로서 한국 무용계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작품으로는 〈영산춤〉, 〈에헤라 노아라〉, 〈달밤의 곡〉, 〈반야월성곡〉, 〈우조춤〉, 〈칼춤〉, 〈보살춤〉, 〈초립동〉, 〈고구려 무희〉, 〈광상곡〉, 〈가면의 춤〉, 〈승무〉, 〈인도인의 비애〉, 〈해방을 구하는 사람들〉, 〈방랑인의 설움〉, 〈봉산탈춤〉, 〈유격대의 아들〉 등이 있고, 북한에서 쓴 저서로 <조선민족무용기본>, <조선아동무용기본>이 있다
무대에는 커다란 곽이 여기 저기 놓여있다. 그 안에는 편지다발과 조그만 주택모형과 두 개의 남녀인형이 서너 개의 곽 속에 들어있어, 최승희 역을 하는 배우가 곽을 열고 인형을 움직이며 해설을 한다. 인형극을 하면서 나비형태의 조형물이 날아들기도 한다. 춤은 고전무용과 현대무용을 기본으로 선 보이고, 최승희가 반라의 모습으로 추던 관세음보살 춤을 재현하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여주인공이 한 개의 곽 속에서 편지다발을 꺼내 그 내용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 선생 이시이 바쿠에게 무용을 배우게 되지만, 얼마 안 가 배우기를 중단하고 귀국을 한다. 그리고 안막이라고 하는 평론가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최승희는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인형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잊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최승희의 춤도 일본에서 배운 춤뿐이 아니라 조선의 춤과 병용을 하고, 그러한 변화가 오라버니라는 인물의 영향이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를 한다. 안막의 도움으로 유럽에서의 활동이 최승희를 세계적인 무용가로 발 돋음을 하도록 만들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오라버니라는 인물은 죽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최승희는 공산주의자인 안막을 따라 월북을 하고, 그곳에서 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최승희의 활동도 잠시일 뿐 안막이 정치적인 이유로 숙청을 당하자, 최승희의 활동도 막을 내리게 된다. 대단원에서 여주인공이 벌이는 인형극도 나비조형물과 함께 마무리를 하면서 한 다발의 편지를 다시 곽 속에 넣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최승희로 김경민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독특한 춤사위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보살 춤을 출 때는 원래의 최승희처럼 반라의 모습으로 춤을 춘다.
안무 배승현, 음악 허귀행 등 스태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까치동의 전춘근 제작, 최 정 대본, 정경선 연출, 김경민의 모노드라마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5, 극단 그린피크와 국립극단의 이철희 작, 박상현 연출의 <조치원 해문이>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극단 그린피크와 국립극단 공동제작 이철희 작, 박상현 연출의 <조치원 해문이>를 관람했다.
이철희는 배우이자 벽산희곡상 당선작가다. 훤칠한 모습에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희곡 <조치원 해문이>는 현재 우리의 사는 모습과 생각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걸작이다.
박상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극작가 겸 연출가다. <자객열전> <진과 준> <사이코패스> 등을 쓰고 연출하고, <그림같은 시절>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연변엄마> <데스데모나-웬 손수건에 관한 연극> <공포> <죽음의 집> <철수연대기>등을 연출했다.
<조치원 해문이>는 세종시가 생길 무렵의 부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적 구성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원용했다. 덴마크의 왕을 조치원의 이장으로, 햄릿이 피신하는 노르웨이를 중국으로, 햄릿의 직업을 배우로 설정하고, 폴로니어스가 햄릿에게 죽게 되는 장면은 가상의 벽장으로 묘사를 하고, 대단원의 결투장면은 씨름판에서 씨름으로 대결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물론 와인 잔에 독약을 탄 것이 아니라, 막걸리 잔에 청산가리를 타는 것으로, 또한 햄릿 3막 1장에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다”는 원어로 연기를 한다. 시종일관 원작과 비교해 가며 관람할 수가 있는 작품이다.
무대는 왼쪽에서부터 정면 전체에 선착장 같은 느낌의 마루가 깔리고, 그 앞쪽에 커다란 평상같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정면에는 흰 광목을 길게 펼쳐서 그 양쪽을 나무기둥에 고정시켜 현수막처럼 보인다,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바다에서 상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이나, 세종시, 그 외의 영상과 자막을 투사해 극적 효과를 높인다. 무대 주위로 별로 크지 않은 자작나무 몇 그루가 보이고 객석 좌우 가까이에 청색의 두꺼운 천을 말아놓았는데 그 천은 후반부에 씨름판 바닥으로 깔려 사용된다.
내용은 세종시를 건설한다는 표 얻기 정치구호로 해서 조치원을 비롯한 인근지역의 땅 값이 폭등하자, 토지는 물론 부동산 관련 떼돈을 벌려는 주민들의 행태가 펼쳐진다. 죽은 형의 토지를 고가로 팔아 이득을 보려는 아우가 형수의 마음을 잡으려고 벌이는 몸과 마음의 접근이 미성년 관람금지 영화수준 넘어서고, 서민의 불평불만이 말끝마다 내뱉은 출연자들의 상스러운 욕설로 표현된다. 서울에서 연극배우노릇을 하다가 부친상 때문에 귀향한 주인공 해문에게 친구들은 해문 부친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희뿌연 안개가 감싼 한밤에 해문은 직접 유령을 대면하고, 고지식한 부친이 세종 시 건설에 반대를 하다가, 이권 챙기기와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적 인물인 삼촌에게 살해된 것이라고 전해 듣는다. 그것과 관련된 진위를 가리기 위해 마침 순회공연중인 선배 배우와 극단과 함께 부친의 독살장면을 극으로 만들어 마을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 물론 삼촌도 관람을 한 후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삼촌은 해문이 뒤를 따른 것도 모르고 자신의 악행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문은 부친의 복수를 하려고 삼촌을 살해하려다가 인기척에 놀라 자제를 하고 영어로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다…”의 명대사를 내 뱉는다.
해문의 연인 오피리는 보름달보다도 더 동그랗고 포동포동한 체격의 예쁘고 귀여운 여인이다. 다만 오피리의 부친이 해문 삼촌에 동조해 이권취득에 혈안이 된 모습, 그리고 해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오피리의 부친이 해문의 삼촌에게 고자질하는 것 때문에, 해문은 오피리에게 “절로 들어가 비구니가 되라”고 독설을 퍼 붇는다. 충격을 받은 오피리의 모습이 슬픔과 함께 전해지고, 해문의 모친까지 삼촌인 이장의 편을 들고, 그 곳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던 오피리의 부친은 해문에게 살해된다. 외국으로 돈벌이를 나간 오피리의 오빠가 귀국해, 자신의 부친을 죽인 사람이 누구냐고 해문 삼촌에게 다그치는 장면이 펼쳐지고, 해문 삼촌은 이것을 기회라 생각하고 오피리의 오빠를 통해 해문을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대단원에서 마을행사 때마다 열리던 씨름판이 벌어지고, 마을청년들의 씨름이 시작된다. 드디어 결승전에서 해문과 오피리의 오빠가 대결을 벌인다. 경기 중간에 해문의 모친, 오피리의 오빠와 해문은 삼촌이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된다. 해문의 모친이 먼저 쓰러지고, 오피리의 오빠와 해문이 뒤 따라 독 기운이 온몸에 퍼져 쓰러진다. 오피리의 오빠가 해문 삼촌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은 것을 폭로를 하고, 숨을 거둔다. 해문이 삼촌에게 주전자에 남은 막걸리를 강제로 먹인다. 모두들 쓰러진 장소에 뉴스가 들려온다. 세종시가 드디어 탄생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해문으로 이 작품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이철희, 이장이자 삼촌으로 김정호, 해문 어머니로 최지연, 오피리로 황미영, 해문의 부친이자 유령으로 이영석, 그리고 이동영, 이필주, 박경찬, 정양아, 김효영, 박하늘, 박근영, 최문석 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아나운서 음성 박근영, 기자 음성 송정환, 충남지사 음성 김효영, 인터뷰 주민 음성 김문식.
무대디자인 박상봉, 무대제작 스테이지-심광영·김재인, 조명디자인 남경식, 조명보 안미란, 음악 이율구, 의상 김민우, 분장 이동민, 영상 김제민, 움직임 김수정, 연기지도 김선애, 음향 전민배, 수화지도 정오늘, 북지도 짐지혜·조갑동, 홍보영상 박영민, 사진 박정근, 음향오퍼 심규환, 영상오퍼 이환희, 무대감독 양호석, 조연출 김미현, 기획 지영관, 제작 윤한솔(단국대학교 공연영상학부 교수)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로 합하여 극단 그린피크&국립극단 공동제작, 이철희 작, 박상현 연출의 <조치원 해문이>를 친 대중적인 연극이자 개그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폭소희극으로 창출시켰다.
6, 국립극단의 투르게네프 원작, 브라이언 프리엘 각색, 이성열 연출의 <아버지와 아들>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이반 투르게네프 원작, 브라이언 프리엘 각색, 이성열 연출의 <아버지와 아들>을 관람했다.
투르게네프(Turgenev, Ivan Sergeyevich 1818~1883)는 제정 러시아의 소설가다. 농노 해방을 전후한 시기를 배경으로 러시아의 전원(田園)생활을 묘사하였다. 작품으로는 <첫사랑>, <아버지와 아들>, <사냥꾼 일기>, <처녀지(處女地)>가 있다.
브라이언 프리엘(Brian Friel, 1929~)은 아일랜드의 극작가다. 학교 선생을 하다가 1960년부터 극작에 전념하였다. 첫 작품은 아일랜드의 성자를 다룬 <안에 있는 적>(1960)이지만 그의 대표작은 <필라델피아, 내가 여기 왔노라>(1964)이다. 미국으로 이민을 갈 한 젊은이의 내적 감정을 관객에게만 보이는 제2의 인물을 통해 표현해 주고 있는데 이러한 수법은 대화, 특히 내면의 자아와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제를 살려 주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70세의 불굴의 여인을 다룬 <카스 맥과이어의 사랑>(1966)과 사랑을 희극 적(的)으로 그린 두 개의 단막극으로 된 <연인들>(1967) 그 외에 <몰리 스위니>(1994) <숙소>(1977) <루사나에서 춤을>(1998) 등이 있다.
무대는 투르게네프의 원작소설에서처럼 은사시나무 여러 그루를 무대 양쪽에 세워두고 배경 가까이 왼쪽에 발코니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그 앞으로 두 계단높이의 단이 마루처럼 깔리고, 그 중앙에 굴뚝처럼 보이는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굴뚝 뒤쪽으로 피아노와 첼로 연주석이 마련되고, 하수 쪽에 과일바구니를 올려놓은 탁자가 있고, 그 앞으로 소파와 의자 탁자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다. 천정에 샹들리에가 긴 끈에 매달려 있다. 장면이 바뀌면 절단된 나무판자로 방벽과 문 등을 장식하고 중앙에 예수 십자가상이 있는 저택의 식당전경이 펼쳐진다. 대단원은 첫 장면과 동일하다.
브라이언 프리엘의 재구성의 내용도 원작을 따른다. 다만 주인공이 원작에서는 환자를 수술하고 난 후 세균에 감염되어 죽는 것을 각색에서는 부친과 주인공의 친구의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객관적 서술이기에 극적인 긴장감이나 흐름에서 이완된다.
연극은 도입에 대학을 마친 아르까디가 친구이자 의학도인 바자로프를 데리고 아버지인 니꼴라이의 집으로 돌아온다. 부인과 사별한 아버지는 젊디젊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아기까지를 출산했기에 아르까디는 어린 동생이 생겼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집에는 아버지의 친형인 빠벨이 방문 중이고, 빠벨은 도덕심이 강하고 근엄하기 다시 이를 데가 없는 전형적인 러시아 귀족풍의 신사다. 바자로프는 러시아의 제정체제를 거부하고 귀족제도를 싫어하는 일종의 진보주의자이지만, 허무주의자인 니힐리스트로 설정된다. 게다가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도외시하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바로 이곳에서 연상의 여인인 미모의 안나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품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바자로프의 집이 되고, 바자로프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로한 모습과 전형적인 제정러시아 원로인 부친의 모습이 소개가 된다. 아르까디를 통해 바자로프가 전교 수석졸업을 한 사실과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인물이라는 말에 아르까디의 부모는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들의 친구인 아르까지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 아들 바자로프와 함께 살자는 제안까지 받는다. 그러나 바자로프는 부친의 심정을 무시하듯 집을 떠난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아르까디 부친의 집이다. 바자로프는 미모의 여인 안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안나는 바자로프에게 다가올 듯하다가 냉정함을 되찾고 물러선다. 바자로프는 홧김에 아르까디의 새엄마 페니치카에게 키스를 한다. 이 광경을 본 아르까디의 큰 아버지는 동생의 여인에게 키스를 하는 바자로프에게 분노를 표하고 권총결투를 신청한다.
장면이 바뀌면 큰 아버지가 팔에 붕대를 감고 등장을 하고, 바자로프는 멀쩡한 몸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바자로프와 이 집에 작별을 고한다.
장면이 다시 바뀌면 바자로프의 부친과 아르까디가 식당에 마주앉아 비통한 모습으로 바자로프 이야기를 한다. 바로 바자로프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바자로프의 부친은 슬픔에 가득 차 있지만 감정의 자제를 보인다. 모친도 담담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대단원에서 아르까디도 결혼상대가 생기고, 아버지도 새 여인과 합동혼례를 올린다는 설정이다. 큰아버지 빠벨과 미모의 안나, 하녀와 하인들, 그리고 악사가 모여 축하 연주를 하고 아르까지의 아버지가 새신랑복장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영수, 박혜진, 윤정섭, 유연수, 이명행, 남명렬, 최원정, 김호정, 이정미, 이경미, 공상아, 민병욱, 조재원, 임진순, 하동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연극을 서정적으로 이끌어가고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번역 이단비, 윤색 동이향,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정경희, 분장디자인 이동민, 소품디자인 김혜지, 음악감독 장영규, 안무 양은숙, 조연출 이우천·김은선·김소영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이반 투르게네프 원작, 브라이언 프리엘 각색, 이성열 연출의 <아버지와 아들>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 서울시극단의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의 <나는 형제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의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의 <나는 형제다>를 관람했다.
고연옥은 1994년 부산MBC아동문학대상 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꿈이라면 좋았겠지>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시사월간지의 기자로, 방송국 시사프로 구성작가로 일했다. 2000년 결혼 후 서울로 이사하였고, 2001년 청송보호감호소의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룬 <인류 최초의 키스>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올해의 우수희곡에 선정되었다.2003년,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의 단면과 죽음의 의미를 짚은 <웃어라 무덤아>가 역시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3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선정되었다. 2006년에는 극단 배우세상, 박근형 연출로, 제도권에서 일탈해 있다는 이유로 강간치사사건의 주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 <일주일>이, 극단 제이티컬쳐, 문삼화 연출로 한 하급장교를 통해 계급과 구조 속에 자아를 상실해 가는 군대 구성원들에 대한 <백중사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키스>, <일주일>, <백중사 이야기> 세 작품에 대해 ‘사회극 삼부작’, 혹은 ‘남성 삼부작’이라고 회자되었다. 2007년, 현대사회 공간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다룬 <발자국 안에서>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서울연극제에 출품되어 대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고연옥의 첫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연극과 인간)가 출판되었다.
작품으로는 <주인이 오셨다> <지하생활자들> <연서> <내 이름은 강> <칼집 속에 아버지> <단테의 신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는 형제다>를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김광보는 신임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6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문화체육부),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분야 1위 등을 수상한 우수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커다란 스크린을 펼쳐놓고, 거기에 형제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상징적인 그림들의 영상이 투사된다. 무대 좌우의 벽 가까이에 3개의 촬영기가 놓여있어, 영화 촬영장이나 극장 안 같은 분위기다. 배경 좌우로 파라솔이 펼쳐 있고, 중앙에 옷장, 그 좌우로 벤치와 탁자 의자가 놓였다. 무대 중앙에도 식탁과 의자, 그리고 그 왼쪽으로 팔걸이가 달인 의자를 붙여놓았고, 오른쪽 끝에는 버스정류장 표지판과 긴 벤치가 놓였다. 무대전체를 한단 높이의 정 사각 무대로 만들고, 그 주변은 통로로 설정된다.
형제, 친형제나, 배다른 형제거나, 입양한 형제거나, 우리는 형제다가 아닌, <나는 형제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물론 형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 사람을 동등하게 대한다. 형은 스포츠맨이었으나 중단한 상태이고, 아우는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한 것으로 설정된다.
부모가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니, 장례를 치르게 되고, 형제는 장례식에 제일먼저 화환을 보낸 기업체의 회장이라는 인물을 찾아간다, 그러나 형제는 사원들의 철저한 제지를 받게 되지만 가까스로 상면한다. 회장은 60년대 도덕재무장운동이 펼쳐지던 때처럼, 선을 구축하자는 성직자 같은 소리를 한다. 물론 형제는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의 선의 구축은 형제에게는 버겁기 짝이 없다. 형은 형대로 아우는 아우대로 사회 밑바닥 인생들과 접하게 되고, 선 전도에 열정과 노력을 다하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 감당키 어렵다.
형은 현재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을 하는 단체가 수없이 존재하듯이 그 중의 한 단체를 방문해 그곳에서 일하는 묘령의 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형은 그 단체에 가입했는지 자주 들락거리는 정경이 묘사된다. 그러나 형의 진정성과 단체의 주장이 상충되는 일이 발생하고, 여인마저 형과의 절교를 선언한다. 형의 실망과 분노는 폭발직전의 화산 같은 상태가 된다.
아우도 밑바닥 인생을 감돌며, 온갖 잡스런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과 상종을 하며, 그들을 깨우치려 노력을 하지만, 나쁜 것부터 배우고 못된 것만 따라하는 그들의 본성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형제는 예전에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한 극장에서 자리를 같이 한다. 형은 사랑의 배반과 사회악의 팽배에 절망해 폭탄을 소지하고 들어온 상태다. 째깍째깍 하는 폭탄폭발시간을 맞춘 작동소리에 아우도 형의 폭탄소지와 테러행위를 짐작한다, 그리고 당연히 형의 행동에 반대의 뜻을 표명한다. 형은 반대를 하는 아우의 목을 졸라 숨을 끊어놓는다, 동시에 굉음과 함께 폭탄이 폭발하면서 스크린이 붉은 용액으로 뒤덮이고 공연은 관객들의 충격 속에서 마무리가 된다.
이창직, 강신구, 주성환, 최나라, 이승주, 천정하, 유성주, 문호진, 장석환, 김동석, 박진호, 신해은, 유미선, 이지연, 조용진, 허재용,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은 서울시극단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터그 김한내, 무대·소품 황수연, 영상 정재진, 안무 금배섭, 음악 장한솔, 조명 이동진, 의상 이명아, 분장 김영아, 무대감독 장연희, 음향감독 이유진, 조연출 혀영균, 그 외의 스태프 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서울시극단의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의 <나는 형제다>를 우리가 자칫 간과할 수 있고, 도외시할 수 있는 우리 곁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제대로 보여주는, 서울시극단 공연에 적절한 한 편의 계도성, 경고성 공연이라 평하겠다.
8, 극단 서울공장의 이상협 원작, 이상옥 연출의 <눈물>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개관 15주년 기념 페스티벌, 극단 서울공장의 이상협 원작, 이상옥 연출의 <눈물>을 관람했다.
이상협(李相協, 1893~ 1957)은 일제 강점기부터 활동한 대한민국의 언론인 겸 소설가이다. 호는 하몽(何夢)이며, 필명으로 백악산인(白岳山人)이 있다.
한성부에서 출생하여 관립한성법어학교를 수료하였다, 1909년에 일본에 건너가 게이오의숙 이재과에서 수학하다가 중퇴하고 1912년 귀국했다.
귀국 직후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입사하여 1918년에는 발행인 겸 편집장에 올랐다.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매일신보에서 퇴사하고, 이듬해 창간된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다. 이때 20대 후반으로 매우 젊은 나이였다.
1923년에 간토 대지진이 일어나자 단독으로 도일하여 이 사건을 취재하기도 했고, 1924년 조선일보의 편집고문을 지내고 1926년에는 중외일보를 창간했다. 중외일보는 최남선의 시대일보를 물려받은 신문으로, 1928년 사설이 문제가 되어 무기정간을 당했다.
1928년 2월 27일 중외일보 논설위원 이정섭이 기고한 아일랜드 기행문 《세계 일주 기행 – 조선에서 조선으로》 필화 사건에 연루되어 이정섭과 함께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1928년 4월 4일 경성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1928년 11월 2일 경성복심법원으로부터 벌금 200원을 선고받았다. 1936년부터 1940년 9월까지 매일신보 부사장 겸 이사로 재직했고 1938년 4월 29일부터 1940년 12월 30일까지 발행인으로 재직했다.
한편, 1910년대에 매일신보에 재직하면서 신소설을 연재하여 소설가로도 이름을 얻었다. 이때 집필한 작품으로는 <눈물>과 번안소설 <해왕성>이 유명하다. 통속적인 가정소설인 <눈물>은 많은 사랑을 받아 신파극의 인기 레퍼토리가 되었고, 특히 1938년 동양극장에서 엄미화 주연으로 공연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왕성>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일본에서 번안한 <암굴왕>을 이상협이 다시 번안한 것이었다.
태평양 전쟁 종전 후에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매일신보사가 미군정에 접수되었다. 이때 이상협은 다시 부사장으로 발탁되었다. 1951년부터는 자유신문사 사장을 지냈으며, 1957년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상협 원작 <눈물>의 내용을 소개하면, 경성 실업계의 거물 서 협판의 딸 서 씨는 청년 수재 조 필환과 혼인을 하여 봉남이라는 아들을 얻는다. 장인의 지원과 본인의 재능으로 단기간에 동양은행 지배인이 된 조필환은 평양집이라는 기생에 홀려, 서 씨를 내치고 평양 집을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어린 나이에 계모 밑에서 자라게 된 봉남이는 갖은 구박을 받으며 눈물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친모 서 씨는 봉남이를 데려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나 일이 꼬여 봉남이는 남씨라는 과부의 손에서 키워지게 된다. 봉남이가 사라지자 서 씨는 모든 희망을 잃고 자결을 하려하다 한 승지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지고 한 승지의 집에서 손님으로 기거하게 된다. 한편 서 씨를 밀어내고 조필환의 부인이 된 평양 집은 실은 조필환의 재산을 노리고 거짓 사랑을 맹세한 터라, 정부인 장철수와 함께 조 필환을 집안에 감금하고 재산을 빼앗기 위해 조 필환을 협박하나 완강한 거부에 전전긍긍한다. 재산을 뺐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던 정부 장 철수는 전주집이라는 기생과 눈이 맞아 평양 집을 멀리하고 사기로 조필환의 재산을 자기 앞으로 돌려놓는다. 장 철수에게 버림받고 폭행까지 당한 평양 집은 마야대좌라는 구세군의 지도자에게 구조되고 그에게 감화되어 속죄의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봉남이를 키우던 남씨가 사실은 서 씨가 몸을 의지하고 있던 한 승지의 친족이어서 모자간의 극적인 해후가 이루어지고 조필환도 갇혀있던 집에서 극적인 탈출을 하게 되어 가족 상봉과 화해가 이루어진다, 조필환도 놓치고 전주 집에게도 버림을 받게 되어 사면초가에 몰린 장 철수는 평양 집에게 설득 당하여 부당하게 빼앗은 재산을 도로 내놓는다. 이에 평양 집은 되찾은 재산을 서 씨와 조 필환에게 돌려주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모든 일이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무대는 배경에 <눈물>이라는 글자를 영상으로 투사를 하고 글자 한자씩의 음영을 조절하기도 한다. 유시어터의 발코니에서 내려오는 계단을 그대로 사용하고, 조명의 변화로 장면전환에 대응한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전자건반악기와 아코디언 연주석이 있어 2인의 연주로 극적분위기가 상승된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 9명이 모두 등장해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차츰 속력을 내고, 급기야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뜀박질이 지칠 때 쯤 되면 모두 퇴장하면서, 원작의 내용에 따른 연극이 펼쳐진다.
백 년 전의 이야기지만 남자들의 바람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본부인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원작에는 아들뿐이지만, 연극에서는 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아들 역을 하는 배우는 박스 속에 들어가 커다란 체구를 계속 웅크리며 아동 역을 힘들여 하기에 관객의 안타까운 시선을 끌게 되고, 바람난 남편이 양심 없이 부인을 구박하고 내치는 모습은 남존여비시대를 대변하는 듯싶다. 다만 부인 대신 들여앉힌 평양 댁이 사촌동생을 도와달라며 남편을 꼬드기지만, 실은 동생이 아닌 정부인 것으로 나타나고, 평양 댁과 정부와의 불륜장면은 자극적인 것으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남자아이가 성장한 모습으로 바뀌면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내친 것에 대한 벌인지, 조 필환은 걸인행색이 되고, 아내는 남매 앞에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남매를 포옹한다. 평양 집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정부에게 냉대를 당하고 결국 살해까지 된다. 대단원에서 조 필환이 아내와 자식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행색이나 의식은 노숙자의 몰골과 다름이 없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에서처럼 모든 출연자가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걷기를 시작하다가 속력을 내고, 달음박질을 하는 장면과 그 중 주인공이 지쳐 쓰러지면 배경 막에 <눈물>이라는 글자가 다시 영상으로 투사되면 연극은 끝이 난다.
한혜진, 이홍재, 윤채연, 임영준, 이기석, 박정희, 이보아, 배수진, 최 한, 김태현, 권세봉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과 우는 연기는 시종일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임단비가 전자건반악기를 연주하고, 조세은이 아코디언을 연주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움직임 소리 연출 임형택, 조연출 이호빈, 작공 윤경로, 의상 이원영, 조명디자인 문동민, 무대디자인 임 민, 홍보 마케팅 바나나문 프로젝트,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서울공장의 이상협 원작, 이상옥 연출의 <눈물>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9, 극단 사개탐사의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 작, 박혜선 번역·윤색·연출의 <타바스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사개탐사의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Deborah Grace Winer) 작, 박혜선 번역·윤색·연출의 <타바스코(The Real Tabasco)>를 관람했다.
타바스코(The Real Tabasco)는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Deborah Grace Winer)가 2007년에 집필하고 2008년 4월 14일~20일 Wesport Country Playhouse 에서 낭독공연 후 2014년 유진오닐재단 연극경연에 출품해 입상한 작품이다.
박혜선(1971~)은 캐나다 University of Waterloo 연극과 졸업하고, 현 극단 전망 대표다.
<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웰즈로드 12번지>, <이단자들>, <그 집 여자>, <아내들의 외출>, <에릭사티>, <베리 임포턴트 펄슨>, <억울한 여자>, <라롱드>, <침향>,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주머니속의 돌>, 그 외의 다수 작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45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월간 한국연극선정 공연 베스트 7 <억울한 여자>, 2013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연출가다.
무대는 하수 쪽은 한 집의 거실이고, 상수 쪽은 원형의 무대로 설정이 된다. 중앙에 긴 소파가 놓여있다.
내용은 웨스트민스터 견공 쇼에서 우승한 위펫이라는 개 한마리가 주인을 따라 귀가하려다가 뉴욕 공항에서 제트엔진의 굉음에 놀라 도망을 해 행방불명이 되고, 그 개를 찾기 위해 경찰과 소방헬기가 동원되고, 많은 사람이 수색에 참가하게 되었으나, 개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기에 방송과 TV를 통해 개의 행방을 탐문 중이다.
그런데 개의 진짜 이름은 타바스코이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돈과 애니 부부가 방황하는 개를 데려다 정성껏 기르고 있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이웃의 여배우이자 가수인 리즈라는 여인은 개 찾는 현상금이 1만 달러나 되기에 기이한 첨단과학기구를 착용해 타바스코를 찾고 있고, 이크발이라는 유색인 불자도 이 일에 연루가 된다.
개를 데려다 기르는 부부 중 남편 돈은 현재 실직 중이라 만날 TV 수상기 앞에 앉아 군것질을 하며 수상기만 들여다보고, 아내가 집안을 보살피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이웃의 여배우 리즈는 밤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생활을 영위하는 듯, 그녀가 무대로 올라가 부르는 노래는 음성도 탁월하지만 수준급이라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여기에 유색인 이크발이 등장하면서 서로의 의사와 내심까지 드러내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연극에서 개는 등장하지 않고, 개집만 출연자들이 이리 저리 끌고 이동을 한다.
영하 17도라는 혹한의 기온설정으로 해서, 출연자들은 겨울의상을 착용하고 등장을 하고, 젊은 부부는 타바스코의 털에 검은색 물을 들였다가 제색으로 돌리느라 법석을 떠는 장면이 연출되고, 대단원에서 타바스코는 도망친 게 아니라, 일부러 풀어놓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만 불을 수령한 것을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되는 독특한 설정의 희극이다.
김수현이 남편, 김지성이 아내, 배해선이 가수 겸 여배우, 박주용이 유색인으로 출연해,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해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배해선의 열창은 가히 일품이라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하성옥, 조명 황종량, 의상 김우성, 음악 김철환, 분장 정지호·최춘희, 조연출 이정재, 조명오퍼 김호건, 음향오퍼 양근아, 조명크루 정해인·한충희·김두리·정지혜, 무대제작 TAF, 그래픽 다홍디자인, 사진 이강물, 기획·홍보 코르코르디움 등 스태프 전원의 노력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사개탐사의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Deborah Grace Winer) 작, 박혜선 번역·윤색·연출의 <타바스코(The Real Tabasco)>를 성공적인 희극으로 탄생시켰다.
10, 극단 시월의 요코우치 켄스케 작, 김문광 번역, 김영록 연출의 <동화의 관>
노을소극자에서 극단 시월의 요코우치 켄스케(横内謙介) 작, 김문광 번역, 김영록 연출의 <동화의 관>을 관람했다.
요코우치 켄스케(横内謙介) 는 1961년 생으로 극단 도비라좌의 단장, 극작가, 연출가, 프로듀서다.고등학교 시절에 처녀작 <도룡뇽이다~!>로 전국고등학교연극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와세다 대학 재학 중 극단 선인회의 설립(그 후 도비라좌로 개명했다.수퍼가부키<신삼국지> 삼부작, 후쿠오카 메세에서 열린 국민문화제 개회식 이벤트 <인생호>를 구성연출하고, 애지구 엑스포 어트랙션 구성연출. 와세다 대학 연극학과 출강. 2006년 7월, CX의 TV드라마 <단도리 Dance &Drill>의 각본 집필. 2007년 현재, 일본극작가협회 부회장이다.
1992년, <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라만차의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제36회 기시다희곡상 수상. 99년, 수퍼 가부키 <신삼국지>로 제28회 사상 최연소 오타니상 수상.
창작극 <신 라쇼몽>, <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라만차의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의 관>, <드릴혼> <수퍼 가부키 팔견 전>, <신 다케 토리 모노카타리>, <신 삼국지>, <21세기 가부키구미>, <용신전> <리본의 기사>, <불새>, <마녀의 택배>, <SAY YOU KIDS>, <카르멘>이라 불린 여자, 뮤지컬 드릴혼 등등.<TV드라마: 단도리~Dance&Drill>기타, 희곡집, 에세이집 등 다수 작품을 발표했다.
무대는 일본의 어느 시골마을의 베틀로 천을 짜는 집이다. 효과음으로 베틀 짜는 소리가 들리고, 정면에 투명막이 있어 조명효과로 인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배경 가까이 상수 쪽이 출입문이고 하수 쪽이 베틀 짜는 방 입구로 설정된다.
지독히도 가난한 마을에 늙은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젠지는 어느 추운 겨울날 눈 속에 쓰러져 있던 여인을 구해 집으로 데리고 온다. 여인은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설정이다. 당시 이 마을에서는 이방인을 경외시하고 배격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젠지의 어머니 역시 이방인 여인을 쫓아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노총각 젠지는 미모의 젊은 여인이 마음에 드는지, 어머니와 승강이를 벌이다가 그만 잘못해 낫으로 어머니를 죽이고 만다.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는 젠지는 모든 것을 고하고 벌을 받고자 하지만 여인은 자신의 과거를 밝히며 젠지를 말린다. 여인은 사창가에서 도망쳐 나온 이방인 여성이다. 젠지는 그녀를 숨겨주고 그 여인은 어머니 대신 베를 짠다. 여인은 그저 젠지와 조용히 세상으로부터 잊힌 채 살아가고 싶었지만, 늘 상 어머니가 짠 베를 가져다 팔던 이웃 아저씨 가로쿠가 새로 짠 베를 보고 감탄을 한다. 가로쿠는 그 베를 지주에게 보여 비싼 값에 팔고, 새로 주문을 받고 돌아와서는 젠지에게 커다란 동전 꾸러미를 내민다.
여인이 짜낸 베는 너무나 아름다워 단번에 마을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결국 봄이 와 눈이 녹으면서 젠지 어머니의 시체가 발견되고 모든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거짓을 모르는 착한 사람들만 사는 마을”이라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 여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 살해하고 만다. 여인의 넋은 한 마리의 학이 되어 바다를 건너 떠나온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젠지의 망연자실한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훈선이 젠지, 이은주가 이방인 여인, 김민체가 젠지의 어머니, 김영찬이 이웃 아저씨 가로쿠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우혜민, 조명감독 심서일, 의상디자인 박소영, 기획 바람ENT 편집디자인 김대연, 일러스트 Song Kim, 조명 윤호성, 음향 황민우, 진행 송민석·김민현·김영주·정현혜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시월의 요코우치 켄스케(横内謙介) 작, 김문광 번역, 김영록 연출의 <동화의 관>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9월 27일 추석 달과 함께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