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5년 11월 공연총평
박정기
11월에는 각 극단의 우수작과 수준작 공연이 많았다. 그 중 탁월했던 작품들을 평하고, 마임공작소 판과 장애인 극단 애인의 공연, 수원소재 극단 城과 인천시립극단 그리고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공연을 별도로 평하겠다.
1, 극단 목수의 박윤희 작, 이돈용 연출의 <전기수>
아트홀 마리카 1관에서 극단 목수의 박윤희 작, 이돈용 연출의 <전기수(傳奇叟)>를 관람했다.
박윤희는 2007년 희곡 <피아노발레>를 시작으로 <이 서방 저승유람기> <전기수> <금강산려관>을 발표한 기대되는 극작가이다.
이돈용은 세종대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출신으로 극단목수 대표, 하남연극협회 이사, 인천 국제 이중 언어 연극제 집행위원을 역임한 배우이자 연출가다.
<전기수(傳奇叟)>는 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언문 소설을 잘 낭송(朗誦)했는데, 이를테면 ‘숙향전(淑香傳)’, ‘소대성전(蘇大成傳)’, ‘심청전(沈淸傳)’, ‘설인귀전(薛仁貴傳)’ 같은 것들이다.
매달 초하루에는 제일교(第一橋) 아래, 초이틀에는 제이교(第二橋) 아래 그리고 초사흘에는 배오개에, 초나흘에는 교동(校洞) 입구에, 초닷새에는 대사동(大寺洞) 입구에, 초엿새에는 종각(鐘閣) 앞에 앉아서 낭송했다. 이렇게 올라갔다가 다음 초이레부터는 도로 내려온다. 이처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가는 다시 내려오고 하면서 한 달을 마친다. 다음 달에도 또 그렇게 하였다. 워낙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곁에서 구경하는 청중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전기수는 낭송을 하다가 가장 중요하고 긴박한 내용에 이르러서는 문득 읽기를 멈춘다. 그러면 청중은 하회(下回)가 궁금해서 다투어 돈을 던진다. 이것을 일컬어 요전법(邀錢法)이라 한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중국으로부터 ‘삼국지(三國志)’, ‘수호지(水滸誌)’ 등의 소설들이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소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점차 증가됨에 따라 조선조 후기에 서울 거리엔 소설책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는 <전기수>의 후예격인 강독사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강독사가 후에 무성영화시대에 이르러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웃기는 변사로 탄생된다.
연극 <전기수(傳奇叟)>에서는 무함으로 아버지와 가족을 죽게 한 원수를 갚기 위해 유일한 생존자인 딸이 남장을 하고 <전기수> 노릇을 하며, 원수인 판서 집에 들어가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판서집의 내당으로 한단 높이의 단과 창호지를 바른 격자무늬 창이 정면에 있고, 무대 좌우에는 인형극과 그림자 연극을 펼칠 수 있도록 역시 격자무늬 의 창을 가리개처럼 세워놓았다. 출연자들이 북을 들고 등장해 소리와 춤 솜씨를 보이고, 의상과 소품 또한 시대극에 어울리는 설정이고, 대사도 사극조(史劇調)로 연출된다.
어질고 바른 성품의 판서부인과 간교하고 요망스런 젊은 소실의 극적 대비라든가, 판서라는 서슬 퍼런 고위직이지만 여색 앞에서는 기를 못 펴는 친 대중적인 성격설정, 그리고 마님에게 얼토당토 않는 불륜행각을 펼쳤다고 고해바치는 몸종의 연기, 심청 아빠 심 학규, 뺑덕어멈이라든가 곽씨 부인, 춘향전의 등장인물, 그리고 하인들의 활달하고 명랑한 분위기 창출 등 연기자들의 열연과 호연 그리고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최근창, 이성경, 정연숙, 이현진, 고석진, 최윤서, 권현진, 동 하, 이경민, 주연아, 이은정, 박재원, 김민우, 김다정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일부 연기자의 1인 다 역의 능숙한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작곡 권성연, 안무 김현아, 연희감독 고석진, 오브제 박영희, 사진 연동흠, 무대감독 서영제, 진행 이승혁, 음향오퍼 송서하, 조명오퍼 전소현, 무대제작 근단목수의 목수들, 조연출 이내원, 홍보마케팅 한강아트컴퍼니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목수의 박윤희 작, 이돈용 연출의 <전기수(傳奇叟)>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친 대중적인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2, 공연제작센터의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연출의 <세 자매>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제작센터의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연출의 <세 자매>를 관람했다.
윤광진 교수의 <세 자매>는 기존의 국공립극단이나, 개별극단에서 <세 자매>의 무대장치에 힘을 들인 것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중을 둔 것이 평가할만하다.
암전상태에서 출연자들이 대소도구를 이동시켜 다음 장면에 대비하는 연출도 좋았고, 한단 높이의 무대에서 특별한 등퇴장 로를 설정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주변을 돌도록 하는 동선처리, 간단한 음향효과만으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든가 결정적 사건의 전말을 감지케 하는 등 노련한 연출력이 돋보인 공연이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 출연배우들의 연기력도 수준급이다. 노 의사로 출연하는 홍원기… 삼성문예상 장막희곡 당선 작가이자, 국립창극단 당선작가인 그가 과거 목화 레퍼터리 극단에서 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 사단에 속해 호연을 보이던 시절보다 한 단계 성숙하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어느 누구의 연기도 답습하지 않은, 독창적인 연기력을 과시한다. 황연희…. 극단 미추에서 성장한 바탕 탄탄한 연기력 소유의 여배우다. 지난번 서울시극단의 <봉선화>에서 발군의 기량을 드러내더니, 이번 <세 자매>의 큰 딸 역에서는 들어낼 듯 말 듯, 출중한 연기력을 절제하는 듯싶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무대전체를 포용한다. 이은정…. 2년 전 서울연극제의 최원석 작 <불멸의 여자>에서 주인공인 불멸의 여자 역을 영원불멸의 연기력으로 극의 수준을 상승시킨바 있다. 이번 연극에서 그녀가 보인 마샤 역은 마샤 역의 새로운 표상으로 내세울만하다. 신정원도 호연과 열연으로 무대를 빛나게 만들었고, 곽수정은 원래 성격배우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서상원… 그간 극단 미추나 국립극단에서 보인 준수한 미남 역보다, 세 자매에서는 가일층 발전된 성격설정으로 객석의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이동근… <황금용> <못생긴 남자> 그 외의 작품에서 드러낸 탁월한 성격창출이, 이번 연극에서도 독특하고 독창적인 연기력으로 선을 보인다. 차진혁… 영화배우와 탤런트로도 기량을 발휘하지만, 이번 그가 맡은 베르쉬닌 역은 기존의 연기자보다 모습에서까지 앞서는 느낌이다. 한덕호는 성격창출과 대사전달에서의 명확함이 기억되고, 나타샤의 독특한 인물설정과 자신감에 충만한 모습이라든가, 홍아론의 성격창출과 호연, 이승헌의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력, 이선과 장근영의 호연과 열연에 이르기까지 출연자 모두의 열정과 기량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황재희가 마샤로 더블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최숙경이 이리나로 역시 더블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감독 송훈상, 조연출 정성훈, 움직임지도 이두성, 무대·소품디자인 이경표, 의상디자인 정경희, 조명디자인 조인곤, 음향디자인 김정용, 분장디자인 신주연, 플로리스트 윤다영, 사진 이상욱·윤지원, 홍보물디자인 길은영, 기획 옥한나·김승헌, 진행 김양수·박찬희·김범진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공연제작센터의 안톤 체홉 작, 윤광진 연출의 <세 자매>를 연기자들의 연기력만으로 연극을 이끌어간 독특하고 탁월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네버더레스의 김나정 작, 이용균 제작·연출의 뮤지컬 <상자속 흡혈귀>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네버더레스의 김나정 작, 이용균 제작·연출의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를 관람했다.
김나정(1974~)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상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학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그리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출신의 박사이자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다.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비틀스의 다섯 번째 멤버>가 당선되어 등단, 2006년<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로 문학동네 평론부분에 당선, 2010년 <여기서 먼가요?>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저서로 소설 <지하실의 애완동물> <멸종 직전의 우리> 청소년평전 <꿈꾸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 공저 <공포> <설렘>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30Thirty> 등이 있고, 희곡으로는 <해뜨기 70분전> <여기서 먼가요?> <상자 속 흡혈귀> <연꽃 속의 꽃> <사랑입니까?> <누가 살던 방> 등을 발표 공연했다.
이용균은 <풋루스> <오이디푸스> <그녀만의 축복>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넌센세이션>, <샤우트> <내 사랑 쇼 보트> <힐링하트> <마법사>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흡혈귀(吸血鬼)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마귀(사령, 사자의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의 총칭(영어로 vampire)이다. 이들이 뱀파이어, 뱀피르 등의 이름으로 통일 고정된 것은 18세기 이후의 유럽에서인데, 그 이전에도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유사한 존재는 널리 알려졌다. 유아를 채가서 그 피를 빨아먹는 그리스 신화의 여괴 라미아, 젊은이를 유혹해서 피를 빨아먹는 엠프사, 음탕하고 잔인한 테살리아의 무녀, 포르투갈의 블루카, 아라비아의 구르, 독일의 도르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근대적인 홉혈귀 표상은 계몽주의 시대의 소산이었다. <흡혈귀의 수는 18세기가 가장 많았다>(K. 셀리그만)고 한 것은 반드시 이때에 흡혈귀가 다발했던 것이 아니라, 과학과 마술이 분리되지 않은 민속학적 세계의 어둠 속에서, 계몽주의가 그 빛에 비추어서 나쁜 사자인 흡혈귀의 이미지를 차례차례로 명확히 대상화했다는 의미인데 정확하게는 퇴치된 흡혈귀의 수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18세기에는 흡혈귀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볼르테일, 돈 카르메, 교황 베네딕도 14세 등이 계몽주의적 이성의 입장에서 흡혈귀 현상을 사회학적 • 병리학적 • 심리학적 불안이나 질병으로 해명하면서, 토속적 후진지로 반거하는 흡혈귀 신앙을 파헤치고, 따라가서 퇴치한다. 한편 19세기 초기의 낭만주의자는 다시 흡혈귀를 옹호하여 노디에나 겔레스가 흡혈귀의 심적 실재성을 둘러싼 논진을 펼쳤는데, 산업사회의 추세는 빠르게 사람들의 의식에서 흡혈귀를 지웠다.
이성에 퇴치된 흡혈귀는 그러나 19세기 문학예술의 허구 속에서 되살아났다. 메리메나 고골리의 흡혈귀는 토속적 세계에 머물렀지만, 1861년 여름 제네바 호반에서 셸리 등이 공포이야기의 창작을 경합했을 때, M.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태어난 바일론의 미완성작 <단편> 및 J. 폴리도리의 <흡혈귀>(1819) 등의 작품을 수반해서 흡혈귀는 점차로 근대시민사회의 내부로 들어왔다. M. 리이마의 작품이라고 하는 <흡혈귀 바니>(1847) 는 그 후의 대표작인데, 19세기 말에는 파멸적인 성적 유혹의 메타파인 <잔혹한 미녀> • <숙명의 여자(팜 파탈)>로서 여 흡혈귀의 이미지가 점차로 출현하였는데 남자 속이기, 요부가 뱀프(vamp, 뱀파이어의 약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중에서도 르 파뉘의 <카미라>(1872)는 공포미가 가득한 여 흡혈귀를 지향해서 그린 작품이다.
한편 1897년에는 스토커의 <흡혈귀 드라큘라>가 나와서 흡혈귀는 낭만주의적인 고독하며 〈고귀한 여행자〉로서 다시 남성화된다. 이후 흡혈귀는 그때마다 성을 바꾸면서 영화 • 연극을 통해서 대중화되었는데 R. 바딤 감독 〈피와 장미)(1960)가 에로틱한 여 홉혈귀를 묘사하는 한편, 무르나우 감독 <노스펠라투>(1922), T. 피셔 감독 〈흡혈귀 드라큘라〉(1958) 는 스토커의 원작에서 남성적 흡혈귀상을 조형했다.
<상자 속 흡혈귀>는 부친인 뱀파이어 백작이 사망하자 고국 루마니아를 떠나 한국으로 이주한 뱀파이어 가족,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딸의 활동 그린 음악극이다.
드림 월드(Dream World)라는 폐쇄직전의 유원지의 한 지하시설에 거주하며, 나이든 어머니는 외출을 삼가고, 아들과 딸은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듯이, 뱀파이어 남매도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 시간당 싸구려 알바를 하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식사대신 피를 음용해 살아가야 하기에. 피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피를 사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니, 뱀파이어 남매의 고충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목을 물어 피를 섭취하면, 살인죄는 물론이요, 흡혈귀라는 정체가 드러나니, 함부로 사람을 물어뜯을 수가 없다.
유원지는 호수가 주변에 위치해, 경치가 아름답지만, 놀이기구나 시설이 낡고 오래되어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되었고, 주인은 저당 잡힌 유원지의 이자 물기에도 벅차, 매매처분하고 떠날 생각이지만, 부인은 부근 호수에 빠져죽은 어린 아들생각으로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부인은 다소곳하고 착한 심성에다가 예쁘기까지 하기에, 이러한 부인을 뱀파이어의 아들은 연모한다. 부인에게 아들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부인은 싫지 않은 표정을 보인다.
뱀파이어 가족의 식사시간마다 부족한 피 즙과 노부인은 현재 음용으로 준비한 혈액형보다 다른 혈액형의 피를 먹기를 원하기에 남매는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성미가 급한 딸은 직접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다. 별의별 일자리를 찾아다니다가 달맞이꽃을 배달하는 업소에 취직을 한다. 딸이 배달을 하러 간 장소는 남성목욕독실이다. 달맞이꽃은 성매매의 은어이고, 배달을 하러 간 젊은 여인은 성매매대상의 여인이라는 설정이다. 딸은 그런 줄을 모르고 배달을 갔기에, 남성이 자신을 능욕하려들자, 남성의 목을 물어뜯고 남성지갑의 돈을 모두 챙겨들고 그곳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딸의 행동이 CCTV에 찍혀 경찰의 수배인물이 된다.
저당 잡힌 유원지의 이자 돈이 점점 불어나, 주인부부는 매각처분은커녕 강제퇴거를 당할 처지에 놓이고, 주인이 부인에게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지 말고, 이사를 서두르자고 하지만, 부인은 아들생각으로 떠날 생각을 않는다. 게다가 뱀파이어 아들이 부인이 이사하는 것을 적극 말렸기에 부인은 이사하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한 상태다. 이 일로 주인과 부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전개되기도 한다. 게다가 주인은 강제퇴거에 동원된 폭력배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주인이 폭력배에게 끌려 나가고, 실신직전의 부인을 뱀파이어 아들이 보살피는 정경이 펼쳐진다.
경찰과 딸의 쫓고 쫓기는 장면, 부인과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뱀파이어 부인의 자식들 걱정과 고뇌가 출연자들의 열창으로 음악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폐쇄직전의 유원지, 건물파괴 굉음이 들리면서, 되돌아온 딸은 어머니를 상자로 씌운다. 뱀파이어는 태양빛을 쐬면 죽기에 빛을 차단하려고 딸이 어머니에게 커다란 상자를 씌운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답답하다고 씌운 상자를 치워버린다. 그 때 굉음과 함께 건물이 붕궤되면서 태양빛이 뱀파이어가족의 건물지하까지 내리비친다. 빛 속에서 뱀파이어 모녀는 잿더미로 변해버린다.
대단원에서 어머니와 누이의 유골함을 들고 아들이 등장한다. 유원지 주인의 부인은 여기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뱀파이어 아들에게 이사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린다. 절망과 분노 속에서 뱀파이어 아들은 부인의 목을 힘껏 물어버리는 장면에서 음악극은 끝이 난다.
진아라·문혜원이 뱀파이어 노부인, 김도빈·이지호가 뱀파이어 아들, 한수림이 뱀파이어 딸, 박태성이 유원지 사장, 박혜미가 사장부인, 그리고 오화라, 김대곤, 최연동, 조수빈, 이상훈, 백재연 등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낸다.
제작감독 박숙희, 작곡·음악감독 김혜영, 안무 김명제 등 모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고, 무대장치와 의상이 극적분위기 창출을 드높여, 극단 네버더레스의 김나정 작, 이용균 제작·연출의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를 우수 걸작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4, 극단 유목민의 김윤미 작, 손정우 연출의 <안녕 앙코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극단 유목민의 김윤미 작, 손정우 연출의 <안녕 앙코르>를 관람했다.
극작가 김윤미는 1967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198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분에 [열차를 기다리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희곡집으로는 평민사에서 출판한 <달을 쏘다>, <김윤미 희곡집> 1~4가 있으며 공연희곡으로는 <달을 쏘다>, <체어>, <오중주>, <메디아 환타지>, <결혼한 여자, 결혼 안 한 여자>, <낙원에서의 낮과 밤>, <경성스타>, <낙타풀>, <수인의 몸 이야기> 그 외의 다수 작품이 공연된 미모의 여류작가다.
손정우(1960~)는 경남 마산출신의 연출가다. ‘혜화동1번지’ 동인 2기 출신으로 극단 상상과 표현을 이끌었고, 현재 극단 유목민의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인형의 집> <체어> <사슬> <사랑의 기원> <빅토르 최> <서민귀족> <낙타풀> <레몬> <만화방 미숙이> <크리스마스에 소꿉놀이를> <병자삼인> <해뜨기 70분전> <유목민 리어> <끝나지 않는 연극>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이다.
연극 <안녕! 앙코르>의 앙코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Angkor Wat)를 의미한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224km 떨어진 시엠립(Siem Reap)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앙코르와트의 명칭은 ‘사원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크메르어이다. 크메르제국은 서기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현재의 캄보디아와 태국, 라오스, 베트남 일부 지역들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한때 동남아시아의 강한 제국이었다. 따라서 앙코르와트를 포함하여 당시 크메르제국의 수도였던 시엠립 지역 일대에 산재한 석조건축물들을 총칭하여 앙코르 문명의 유산이라 일컫는다.
1970년대 중반 크메르루주(Khmer Rouge)에 의해 자행된 파괴와 대량학살로 ‘킬링필드(Killing Fields)’라는 별명을 얻은 슬픈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것도 40~50대 이후 세대나 희미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앙코르와트(Angkor Wat)는 알고 있는 것 같다. 직접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고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다. 한마디로 캄보디아는 몰라도 앙코르와트는 알고 있는 셈이다.
앙코르와트는 1992년 UNESCO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최대 규모의 힌두사원일 뿐만 아니라 종교시설로서 세계 최대 규모인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앙코르 유적을 대표하는 앙코르와트에 대한 캄보디아인의 사랑과 자부심은 국기의 중앙에 사원을 그려 넣을 정도로 대단하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캄보디아의 현재 모습은 주변국과의 갈등과 오랜 식민지배 그리고 크메르루주에 의한 내전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과거 크메르제국의 찬란했던 모습과는 비견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캄보디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체류하는 동안 이 나라의 변화의 조짐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현재 크메르 후예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음을……
<안녕! 앙코르>는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의 이야기다. 나이든 부부와 딸, 중년부부, 또는 독신남성이거나, 남편과 떨어져 홀로 관광을 하는 여인 등 관광회사 안내원의 뒤를 따라 앙코르와트를 둘러본다. 물론 특산물이나 그 외의 상품구매도 관광에 포함되지만, 이 연극에서는 일행의 반대로 구매행위는 배제된다.
관광객을 태운 미니버스운전자의 운전미숙이 관객을 폭소로 이끌고, 관광객은 현지에서 평양냉면집을 경영하는 북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예쁜 한복차림의 북한출신 여성이, 북한 시인 조기천의 시를 북한의 음악인 이종오가 작곡한 북한가요 휘파람을 노래해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남한의 관광안내원 청년과 노래를 부른 미모의 북한여가수가 사랑하는 사이로 설정되지만, 남과 북 어느 쪽으로 가서 보금자리를 펼쳐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전개되기도 한다.
일행 중 미국에서 의사노릇을 하며 살던 노부부와 딸, 부부의 쌓인 갈등과 이를 화합으로 이끌려는 딸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고, 나이 값을 못하고 예쁜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남편과 이런 모습에 체념을 한 듯 사진만 찍어대는 아내, 학교선생노릇을 하는 노총각과 무슨 까닭에서인지 남편과 일 년 동안 별거를 하며 지내는 미모의 젊은 부인이 자연스레 서로에게 끌려 사랑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6 25사변 직후 서울거리의 모습처럼,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구걸행각이 시선을 끌고, 마냥 냉랭한 모습을 보이던 노 의사의 부인이 소년에게 다가가 구걸하게 된 사유를 물으니, 소년은 부모는 죽어 없고, 현재 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말에, 부인이 지폐를 꺼내 소년의 손에 쥐어주고 껴안아주기까지 하는 따뜻한 면모가 관객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대단원에서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노부부와 망연자실한 딸, 그와는 반대로 여행으로 다시 가까워진 중년부부, 휴대전화로 그간 별거 중이던 남편에게 이혼을 하겠노라고 자신의 결심을 전하는 미모의 젊은 부인, 자신에게로 그 미모의 부인이 오리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여행을 마치면 그녀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실감에 빠져있는 독신선생, 그리고 북으로 가버린 북한 여가수와 허탈한 심정의 남한의 관광안내원의 모습이 귀국여정과 함께 마무리가 된다.
정슬기, 오민애, 전형재, 김나윤, 김승환, 김 결, 김 봄, 홍은정, 김혜민, 이승현, 이다혜, 특별출연 에젠바트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내고, 무대 하수 쪽 연주자 석에서 극의 전개의 따라 연주를 한 타악의 정철륜, 신디사이저의 박지희, 전기기타의 이다훈 등 3인의 연주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예술감독 심재민, 무대디자인 김인준, 영상디자인 최종찬, 조명디자인 임혜원, 사운드디자인 박용신, 분장 백지영, 조연출 심현우, 기획 박소담·김세중, 홍보 공혜진·이민성, 드라마투르크 최보윤, 오퍼레이터 김은선·나재영, 라이브세션 정철륜·박지희·이다훈, 포스터디자인 설수민, 사진 이원준, 진행 임현아·정상협·박영민·민성국 등 스태프 전원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유목민의 김윤미 작, 손정우 연출의 <안녕! 앙코르>를 관객모두가 함께 관광을 하는 느낌의 친 대중적인 연극이자, 깊은 상념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독특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5,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김민정 작, 강민재 연출의 <호스피스>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김민정 작, 강민재 연출의 <호스피스(hospice)>를 관람했다.
김민정(1974~)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 극작 전공했다. 작품으로는 <가족 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해무> <길삼봉뎐> <그 길에서 너를 만나다> <미리내> <너의 왼손>. 각색은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인형의 집(家)> 수상경력은 ’04 제7회 국립극장 신작희곡 펫티벌 당선 <가족 왈츠> ’05 제5회 작은 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희곡 공모 당선 <십년 후> ’07 한국연극 베스트 7선정 <해무>08 서울 아트마켓 선정<해무> 09창작팩토리 우수작 선정 <해무> 12 김민정 희곡집 우수문학도서 선정 14 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 등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극작가다.
강민재는 영국왕립연극학교(RADA)졸업, 연출전공, Central School Speech and Drama-연기 지도 및 코치 석사, 킹스 칼리지 런던/영국왕립연극학교(RADA)-텍스트 및 공연학 석사다. 국민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극동대, 서경대, 청강문화산업대, 성결대학교에 출강중인 연출가다.
<모토타운> <밑바닥에서> 뮤지컬 <고래고래> <스테이크 하우스> <살라메아 시장> <미친 거래> <자전거>(영국) <라쇼몽>(영국) <맥베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호스피스(hospice)>는 말기환자용 병원을 지칭한다. 연극은 <호스피스(hospice)>에서의 안락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안락사는 불치의 질병에 걸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그 환자를 죽게 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한 윤리, 비 윤리, 혹은 실효적 논란 등은 고대 서양사에서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문제이다. 3세기 이후, 인간의 생명은 신이 부여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기독교적인 사상이 강하게 자리 잡아 유지되었으나, 르네상스 문화가 도래하며 안락사 개념은 다시 재인식되고, 찬반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1960년대 이후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응하여 ‘인간답게 죽을 권리’라는 주장에서 시작되었으며, 형법학계에서의 안락사는 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사기가 임박한 불치 또는 난치의 환자의 촉탁, 승낙을 받아 그 고통을 제거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의료적 조처가 생명을 단축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분류에 따라 안락사의 개념도 세분화할 수는 있으나, 결국 어떤 종류의 안락사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상황과 여건에 따라 안락사는 허용되는 것이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현실이다.
<호스피스>는 환자를 안락사 시켜 고발된 피고인인 남성간호사의 법정공방이 내용이다. 병실에서 중증환자가 약물과다 투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중환자실의 남자간호사다. 극은 법정에 선 남자간호사의 재판과정이다. 남자간호사의 동료들과 죽은 환자의 가족들, 여자친구, 신부, 그리고 부모가 증인으로 출정해 벌이는 법정공방으로 이어진다. 재판과정에서 남자간호사가 일하던 중환자실의 환경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소개된다. 같은 병원의 간호사들은 종말론인 “휴거”를 믿는 교회에 다니거나, 약물중독에 빠져있음을 알게 된다. 환자들의 가족은 삶이 연장되면, 고통도 연장되기에 남자간호사에게 제발 환자를 죽여 달라는 간청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남자간호사는 환자들을 약물과다투여로 죽도록 만들고,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남자간호사인 피고인을 두고 검사와 변호사의 법정 공방이 펼쳐지고, 증인으로 출두한 남녀인물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결국 남자간호사에게 사형이 선고되면서 연극은 마무리를 짓는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서는 원고와 “피고인”, 민사소송법에서는 원고와 “피고”로 구분해 부르기에, 이 연극에서도 살인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남자간호사는 “피고인”으로 호칭함이 올바르다.
원종철, 김윤태, 문창완, 김지은, 김용선, 권남희, 김왕근, 신주호, 박팔영, 김민석, 박혜영, 김나영, 문태수, 최은경, 박현지, 황윤희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무대를 경연장 같은 열기로 채운다.
무대디자인 이엄지, 조명디자인 김성찬, 음악 박진규, 사진 김명집, 분장 석필선, 의상 양재영, 조명오퍼 김채빈, 음향오퍼 채수연, 조연출 신주호, 마케팅 이재화·권기대, 홍보 김지영·최보미, 프로그램 북 디자인 안지은, 포스터디자인 정태일, 기획 이세희·최유원·명양숙·최현모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김민정 작, 강민재 연출의 <호스피스(hospice)>를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 국립극단의 기군상 작, 오수경 역, 고선웅 연출의 <조 씨 고아, 복수의 씨앗>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기군상(紀君祥) 작, 오수경 역, 고선웅 연출의 <조 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관람했다.
기군상(紀君祥)은 원대(元代) 잡극 작가로, 천상(天祥)이라고도 한다. 그는 대도(大都) 사람이며 생몰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녹귀부(錄鬼簿)≫에 기군상이 13세기 후반 원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1264∼1294)에 활동했던 정정옥(鄭廷玉)·이수경(李壽卿) 등과 동시대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원대 세조 때 사람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잡극 <여피기(驢皮記)>, <판차선(販茶船)>, <송음몽(松陰夢)>, <조씨 고아(趙氏孤兒)>, <한퇴지(韓退之)>, <조백명착감장(曹伯明錯勘贓)> 6 종이며, 현재 <조씨 고아> 완정본과 <송음몽> 곡사(曲詞) 1절(折)만이 남아 있다.
원대 극작가 기군상의 <조씨 고아>는 18세기 초에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되었을 만큼 동서고금에 널리 읽히는 비극 작품이다. 당대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볼테르는 이 작품을 유럽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출중한 걸작이라 격찬했다.
이 작품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춘추(春秋) 진(晉)나라 영공 때의 간신 도안고(屠岸賈)와 충신 조순(趙盾)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기원전 6세기 경, 우매하고 무능한 진나라 영공은 간신 도안고(屠岸賈)를 총애하여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병권을 준다. 정무를 관장하던 조순(趙盾)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도안고는 조순을 모해, 반란죄를 덮어씌워 조 씨 일가를 몰살시킨다.
조순의 아들 삭과 부인 장희공주는 화를 면하지만 도안고는 조삭을 자살하게 만들고 만다. 공주 또한 얼마 안 있어 아들을 낳고 조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인 그 아이를 가족의 주치의였던 정영(程嬰)에게 부탁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영(程嬰)은 약상자에 아이를 숨긴 채 몰래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하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도안고(屠岸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과 바꿔 치기 해 죽게 만들고 도안고(屠岸賈)를 아이의 양아버지로 삼게 해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그 역시 도안고(屠岸賈)의 수하로 들어가 굴욕적인 삶을 살게 되고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두 아버지를 모시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아이인 정발이 20세가 되던 해, 정영(程嬰)은 자신이 쓰고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조 씨 일가의 멸족사건과 그것을 주도한 장본인 도안고(屠岸賈), 조 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이 피신을 해 목숨을 보전하도록 만들고, 그것을 도와 준 은인 공손저구 등 그 전모를 밝힌 액자를 펼쳐 보여주고, 그 아이 정발이 바로 조 씨 고아임을 알리지만, 그것을 반신반의하는 모습에 자신의 팔목을 잘라, 복수를 결심하도록 만든다. 그 장면을 보고 진정임을 확신한 조씨 고아는 복수의 칼을 높이 뽑아들고, 가문의 원수인 도안고(屠岸賈)를 살해한다. 진실이 밝혀지자 진(晉)나라 왕 영공은 억울하게 죽은 조순(趙盾) 대신 조씩 고아로 하여금 부친 조순(趙盾)의 재상 직을 이어가도록 윤허(允許)한다는 내용이다.
<조씨 고아>는 고아를 중심으로 고아를 지키려고 하는 인물과 고아를 찾아 없애려고 하는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유교적인 봉건사상과 권선징악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죄 없이 박해당하는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구하려는 정의 실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동서고금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2006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손진책 예술감독, 티에친신 연출의 <조 씨 고아>도 성공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대는 삼면 벽에 여러 개의 갈색 휘장을 늘어뜨리고 그 휘장을 열고 닫으며 등퇴장 로 뿐 아니라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천정으로부터 긴 철 줄에 매단 쟁반, 고문용 몽둥이, 보름달, 수레바퀴, 잘린 손목 등을 극 전개에 맞춰 내려뜨려 사용하고, 무대 중앙에 세로로 된 긴 통로를 만들어 하강시켜 내리막길을 조성하고, 상수 중앙 이나 하수 쪽에도 사각의 구덩이를 조성해 하강 또는 상승시켜 모래나, 무덤자리로 조성되고, 또는 음식이 담긴 작은 상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무예대결장면에 사용되는 검 등의 병기도 적절한 느낌이다. 출연자들의 분장이나 의상 또한 시대와 인물에 어울려 공을 들인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배경음악의 연주와 함께 무대 하수 쪽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미모의 여성연주자가 콘드라베이스를 연주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장두이, 하성광,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이지현, 성노진, 장재호, 호 산, 강득종, 김도완, 김명기, 우정원, 전유경, 이형훈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호연은 컴퓨터의 애니메이션 게임이나, 개그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라, 관객을 폭소와 동시에 눈물로 이끌어 가고,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태섭, 조명디자인 류백희, 의상디자인 이윤정, 음악감독 김태규, 분장디자인 이동민, 소품디자인 김혜지, 무술감독 한지빈, 움직임지도 고재경, 음향디자인 음창인, 조연출 서정완, 조연출보 노현동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재)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기군상(紀君祥) 작, 오수경 역, 고선웅 연출의 <조 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발군의 연기력과 출중한 연출력이 조화를 이룬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 한일합작연극 극단 미연의 김순영 작·연출의 <엄마>
혜화동 효천아트홀에서 광복 70년,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한일합작연극 극단 미연의 김순영 작·연출의 <엄마>를 관람했다.
김순영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미연의 대표다. 일본소재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사랑을 주세요> <달님은 예쁘기도 하셔라>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 <사랑이 가기 전에> <살려 주세요> <삼류배우> <주인공> <사랑의 방정식>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연극 <엄마>는 일본여인으로 6 25 동란에 고아가 된 어린이를 돌보기 시작해 그 후 133명의 고아들을 돌보며 한국에서 생애를 마친 望月 和(모찌즈끼가즈) 여사의 일대기다.
望月 和(모찌즈끼가즈) 여사는 1927년 일본 동경 스기나미에서 태어났다. 1931년 군수품 사업을 하던 홀어머니를 따라 만주로 이주한 모찌즈키는 6살 때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고아가 된다. 여사는 중국인 가정에 팔려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일본군의 보호를 받는다. 13살에는 일본 사업가의 집에서 잔일을 하며 지내다가 선술집에 팔려가 고초를 겪기도 하지만, 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여사는 어머니의 유골을 찾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왔다가 6·25 사변으로 발이 묶이고 피난 도중 어머니를 잃은 한 아이를 보살피게 된 것을 시작으로 전쟁고아 수십 명을 돌보게 된다. 부산에서 막노동과 이발소를 운영하며 고아들과 살다가 휴전이 되자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서 무허가 이발소를 경영하며, 고아들의 끼니를 잇기 위해 피까지 팔아가며 생활을 한다. 동아일보사의 한 기자가 이 사실을 취재해 세상에 알리자 여사는 133명의 전쟁고아를 돌본 ‘사랑의 이발사’, ’38선의 마리아’라는 호칭을 얻는다. 그리고 이발사 면허도 정식으로 취득하게 되고, 서울 명예시민상과 정부로부터 광복장도 받는다. 그러나 여사가 고아들과 함께 살던 판자 집이 강제로 철거되니, 여사는 자살을 시도한다. 이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니, 각계각층의 후원이 답지한다. 그러나 여사는 1883년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고, 그로인해 고아들의 <엄마>로서의 일생을 마무리하게 된다.여사의 이런 이야기는 1965년 김기덕 감독과 황정순, 안인숙 주연의 영화 <이 땅에도 저 별빛을>로 만들어지며 세상에 알려졌다. 1971년 우리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대통령 명예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望月 和(모찌즈끼가즈) 여사는 일산 공동묘지에 안장되고, 일본 후지 산이 바라보이는 한 절에 위패를 모셨다.
박호석, 유태균, 최인순, 김유나, 임소형, 전승우, 한다연, 이지영, 황지영, 조경현, 김현정, 차설아, 신진아, 이지인, 강인철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역할과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아역으로 출연한 신기윤, 김하은 김현비, 김민석 박승빈, 이민준, 박준현, 손민희 손경은 등의 호연과 열연은 한국 연극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키에 충분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음악·작곡 유승엽, 무대디자인 진송희, 기획 이준규, 분장 이재천, 사진 이창환, 음향·영상오퍼 김상윤, 조명오퍼 이도현, 해금연주 조윤진, 녹음 징코리아 김승훈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광복 70년,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한일합작연극 극단 미연의 김순영 작·연출의 <엄마>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 LG 아트센터 제작, 츠치다 히데오 원작, 이홍이 번역, 김은성 각색, 김광보 연출의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LG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츠치다 히데오(土田英生) 원작, 이홍이 번역, 김은성 각색, 김광보 연출의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관람했다.
츠치다 히데오(土田英生, 1967~)는 일본출신 작가 겸 연출가이자 배우이고 극단 모노의 대표다.
방송대본 <로스타임 라이프> <사이토 씨> <빨간코 선생님> <보육탐정 25시>를 비롯해 영화시나리오 <약 서른 개의 거짓말> <첫날밤과 연근> 그리고 희곡 <억울한 여자> <첫사랑> <상대적 우키요에> <제비가 있는 역> <웰즈로드 12번지>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일본작가다.
김광보는 신임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6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분야 1위 등을 수상한 우수 연출가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한 원형의 돔처럼 형성된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과 간수들의 이야기다. 죄수들 중에는 파렴치범도 있고, 중범을 저지른 자도 있다. 정치범은 격리되어 수용되지만 여기에 수용된 죄수들은 정치범이 아니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수감생활을 한다. 그리고 간수들도 비교적 친근하게 죄수들을 대한다. 물론 죄수들끼리 일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동료죄수들의 제지로 원만하게 해결된다. 간수들도 별 일이 없기에 잠자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는 설정이다.
죄수들 중 동쪽지방과 서쪽지방 출신들끼리는 역시 동향이라는 의식을 드러내고, 그 중간에 위치한 어느 섬 출신 죄수에게는 동쪽 서쪽 죄수들이 자기네와 더 가깝다며 이 죄수를 자기네 쪽으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죄수들이 교도소 안에서는 대부분이 양순함을 드러내듯이 이곳 수감자들도 온순하기가 착한 소녀 같이 보이고, 말투까지 여성적이지만, 유독 운동선수출신인 죄수 한 명은 남성적이고 거치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거치른 성격의 죄수는 마지막으로 수감된 한 의식있는 죄수와의 마찰이 대두되기도 한다.
어느 날 수감생활 중 동쪽과 서쪽이 두 나라로 갈라섰다는 소식과 함께 이 감옥이 바로 경계선상에 위치한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차츰 죄수들은 동쪽 서쪽으로 편 가르기를 하게 되고, 마침내 감옥의 광장을 밧줄로 경계선을 만들고, 밧줄너머로 이동하는 것을 금하도록 내규를 정한다. 그리고 중간 섬에서 온 죄수를 자신들 편이라며 끌어당긴다. 분쟁은 폭력을 낳는 어미가 되듯 수감자들의 분란이 폭력을 유발시키게 되고, 결국은 간수가 실수로 맡긴 권총으로 해서, 거치른 성격의 죄수와 맨 나중에 수감된 의식 있는 죄수와의 다툼에서 엉뚱하게 늘 상 온화하고 평온해 뵈던 죄수가 총에 맞아 죽는 일이 발생한다.
무대는 원형의 돔처럼 형성되고 아래 위층으로 등퇴장 로가 만들어지고,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무대 좌우에 있다. 아홉 개의 백열등을 등갓아래 나란히 달아놓은 게 눈에 띈다. 돔 안의 광장에는 긴 나무벤치가 있고, 벤치를 이동시키기도 한다. 연극의상도 이채로워, 마치 영화 <쿼바디스>에서 볼 수 있는 로마시대의 장군복장형태로 간수들의 복장을 백색으로 설정을 하고, 죄수복장은 로마 원로원 의원들처럼 역시 백색설정이라. 죄수들의 다툼이 마치 원로원 의원들 다툼에 방불하다. 거기에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출연자들의 대사나 어조가 여성화되어 마치 여자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는 남학생들의 말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기야 오페라 가수도 남성이 하이 소프라노 음성을 발하는 전문 성악가가 있고, 대중가요도 여성처럼 부르는 가수가 즐비하니, 연기자가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으나, “호호호” 하며 폭소를 터뜨리고 재미있어하는 천 여 명의 여성관객 중에 몇 사람 밖에 되지 않는 남성들 중 한사람으로 앉아 연극을 관람하면서, 연극도 이제는 여성관객위주의 친 대중적인 연극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등 남성출연자만으로 이루어진 연기자전원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은 마치 TV에서의 개그 코미디언의 방담프로 같은 느낌을 주고 여성관객의 흥미는 물론 폭소와 갈채를 유발시킨다.
무대디자인 황수연,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홍문기, 소품디자인 정윤정, 분장디자인 이동민, 음악감독 장한솔, 음향디자인 이범훈, 총괄기획 이현정, 프로젝트 매니저 김지인, 홍보 마케팅 매니저 한동희 오경은, 무대감독 김태연, 조연출 이은영 그 외의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LG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츠치다 히데오(土田英生) 원작, 이홍이 번역, 김은성 각색, 김광보 연출의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여성 친화적인 새 형태의 대중적 희극으로 창출시켰다.
9, 극단 나는 세상의 김영순 작·연출 <여보 나도 할 말 있어>
뚝섬 역 성수아트홀에서 극단 나는 세상의 김영순 작·연출의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를 관람했다.
김영순 작가 겸 연출가는 미국 브리감영 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하고 뉴욕 대학교에서 공연 학과 석사 졸업을 했으며, 2009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45th Street Theatre (2004)>< God I Need Her> 작 연출< Centernary Stage Company (2006)> <에버가 기가막혀> 작 연출, 달오름 및 국립극장 (2009) 서울국제오페라 ‘마술피리’ 공동연출 영등포아트홀 (2009) 연극 <엄마들의 수다’>번역 자문 동숭아트센터 (2009)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보따리> 연출 달오름 및 국립극장 (2009-2010) <나의 마지막 연인> 연출 알과핵 소극장 (2011)<여보 나도 할 말 있어 >작 연출 (2013- 현재) 신진여성문화인상(여성신문사 주최 문화관광부 후원 2012)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이 연극은 중년의 남녀가 찜질방에 모여 제각기 부부나 자식과의 관계를 털어놓으며 관객과 소통을 하고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무대는 찜질방과 휴게실이다. 하수 쪽에 찜질방이 있고, 상수 쪽에 좌욕을 할 수 있는 욕실이 있다 작은 침상만한 평상이 있어 낮잠을 즐기거나, 그 위에서 장기를 둘 수가 있고, 서너 명이 함께 걸터앉을 수도 있다. 출연자들이 바닥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물론 의상도 찜질방에서 착용하는 간편한 차림이다. 배경 가까이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찜질방 손님으로는 중년부인 네 사람과 중년 남성 두 사람 등 6인이지만, 극중 장면에서 출연자들이 1인 2역으로 며느리 역, 남편의 새 정부 역, 초등학생 등으로 출연한다.
자식내외 대신 손자를 돌보며 사는 여인, 입시를 앞둔 자식과 날마다 티격태격하는 여인, 세월이 흘렀어도 부부사이가 마냥 다정하기만 하다는 여인, 부부사이가 원만하고 노후 걱정꺼리가 없다는 팔자 좋은 여인, 그리고 부인이 딸집으로 가, 홀로 개를 기르며 사는 초로의 남성 1인과 일찌감치 부실한 정력으로 직장이고 가정에서고 고개를 숙이고 지내는 중년남성 1인이 출연해 관객과 소통을 하며 여성들은 여성들끼리, 남성들은 남성들끼리, 각자 부부이야기, 자식이야기, 손자 이야기, 그리고 바람난 남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중년이면 누구에게나 연관된 이야기이기에, 관객과의 공감대가 연극의 도입에서부터 형성된다. 남녀관계 이야기, 서로 다투게 되는 내력, 십년 이십년 삼십년 결혼생활을 해 오면서 은연중에 쌓이게 되는 불만과 거기에 따르는 거리감과 별거, 노후의 자식들과의 관계, 할머니가 돌보던 손자가 잘못해 다치기라도 하면 상황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시어머니에게 패악을 범하는 며느리와 무조건 며느리 편을 드는 자식, 저마다 부부사이가 벌이지고 갈등이 쌓이는 것을 막걸리 한 잔 후에 털어놓지만, 유독 예쁘장한 중년여인만은 자신이 남편의 사랑을 지금까지 독차지하고 있다며 동료들에게 뻐기며 자랑을 하지만, 실제 사연은 남편이 젊은 여인과 바람을 피워 이혼문제까지 거론되고 있고, 노후 걱정꺼리가 없다는 여인은 실은 생일이나 추석에도 자식들이 돈만 보낼 뿐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 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부인들은 복권에 당첨이 되면 남편이고 자식이고 다 버리고, 젊고 멋진 남성과 결혼을 해서 여보란 듯 살겠노라 외쳐 여성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기도 하고, 초로의 남성은 중년에게 운동을 하거나 발기부전치료제라도 복용해 숙인 고개를 번쩍 들라며 충고를 하고, 남편의 바람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여인에게는, 그러면 영원히 지는 것이라며 이혼하지 말고 의연한 자세로 극복해 내라는 동료 여인들의 권고가 관객의 공감대와 함께 우레와 같은 격려박수로 이어진다.
대단원에서 여인들끼리의 동료애와 격려로 정이 깊어지고, 중년남성은 자신감을 가지고 발기부전치료제 없이 건강함을 과시하려 들고, 그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 배경 막에 폭탄만한 붉은 고추가 위용을 드러내면, 여성관객의 탄성과 환호 그리고 갈채 속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이홍렬, 유형관, 이 훈, 이종민, 장영주, 우상민, 김정하, 조은경, 이경심, 박현정, 장혜리, 권혜형 등 출연자 전원이 호연을 보이며 2인 1역의 교체출연으로 관객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갈채를 받는다.
극단 나는 세상의 음악 이지용, 무대 정기준, 조명 김종석, 의상 김정향, 소품 박성찬, 조연출 박형균·장은영, 공동제작 밥 스타컴퍼니, 대표이사 손성민, 홍보 금병근·김저우건, 마케팅 김현정, 경영지원 박은영·이선화·김미나, 매니저 감영진·권윤술, 홍보마케팅 컬처마인 대표이사 김효중, 홍보마케팅 이다인·전미영·박슬기·구자영·최다혜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나는 세상의 김순영 작·연출의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를 친 대중적이자 여성 친화적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10,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찌쥔샹(紀君祥) 작, 문성재 역, 안경모 각색, 황준형 연출의 무협활극 <조 씨 고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한명구 예술감독, 찌쥔샹(紀君祥) 작, 문성재 역, 안경모 각색, 황준형 연출의 무협활극 <조 씨 고아(趙氏孤兒)>를 관람했다.
찌쥔샹(紀君祥)은 원대(元代) 잡극 작가로, 천상(天祥)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대도(大都) 사람이며 13세기 후반 원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1264∼1294)에 활동했던 기록이 있다. 그의 작품은 잡극 <여피기(驢皮記)>, <판차선(販茶船)>, <송음몽(松陰夢)>, <조씨 고아(趙氏孤兒)>, <한퇴지(韓退之)>, <조백명착감장(曹伯明錯勘贓)> 6 종이며, 현재 <조씨 고아> 완정본과 <송음몽(松陰夢)> 곡사(曲詞) 1절(折)만이 남아 있다.
<조 씨 고아(趙氏孤兒)>는 18세기 초에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된 비극(悲劇)이다. 철학자 볼테르는 이 작품을 유럽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출중한 걸작이라 평했다.
이 작품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춘추(春秋) 진(晉)나라 영공 때의 간신 도안고(屠岸賈)와 충신 조순(趙盾)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기원전 6세기 경, 우매하고 무능한 진나라 영공은 간신 도안고(屠岸賈)를 총애하여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병권을 준다. 정무를 관장하던 조순(趙盾)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도안고는 조순을 모해해, 반란죄를 덮어씌워 조 씨 일가를 몰살시킨다.
조순의 아들 삭과 부인 장희 공주는 화를 면하지만 도안고는 조삭을 자살하게 만들고 만다. 공주 또한 얼마 안 있어 아들을 낳고 조 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인 그 아이를 가족의 주치의였던 정영(程嬰)에게 부탁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영(程嬰)은 약상자에 아이를 숨긴 채 몰래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하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도안고(屠岸賈)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과 바꿔 치기 해 죽게 만들고, 도안고(屠岸賈)를 아이의 양아버지로 삼게 해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그 역시 도안고(屠岸賈)의 수하로 들어가 굴욕적인 삶을 살게 되고,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두 아버지를 모시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아이인 정발이 20세가 되던 해, 정영(程嬰)은 자신이 쓰고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조 씨 일가의 멸족사건과 그것을 주도한 장본인 도안고(屠岸賈), 조 씨 가문의 유일한 혈육이 피신을 해 목숨을 보전하도록 만들고, 그것을 도와 준 은인 공손저구 등 그 전모를 밝힌 액자를 펼쳐 보여주고, 그 아이 정발이 바로 조 씨 고아임을 알리지만, 그것을 반신반의하는 모습에 자신의 팔목을 잘라, 복수를 결심하도록 만든다. 그 장면을 보고 진정임을 확신한 조 씨 고아는 복수의 칼을 높이 뽑아들고, 가문의 원수인 도안고(屠岸賈)를 살해한다. 진실이 밝혀지자 진(晉)나라 왕 영공은 억울하게 죽은 조순(趙盾) 대신 조씩 고아로 하여금 부친 조순(趙盾)의 재상 직을 이어가도록 윤허(允許)한다는 내용이다.
<조 씨 고아(趙氏孤兒)>는 고아를 중심으로 고아를 지키려고 하는 인물과 고아를 찾아 없애려고 하는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유교적인 봉건사상과 권선징악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죄 없이 박해당하는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구하려는 정의 실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동서고금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왔다.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조 씨 고아(趙氏孤兒)>는 무협활극으로 각색 연출되고, 배경에 정영(程嬰)이 두루마리에 그린 조 씨 일가의 멸족사건과 조 씨 고아의 탈출기가 하나하나 상징적인 그림영상으로 투사되면서 극적 전개가 이루어지고, 장면전환마다 펼쳐지는 무술장면과 극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 그리고 의상과 소품에서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연출된다. 악사들의 연주가 분위기 창출을 주도하고,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열연,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 심취하도록 만든다. 특히 대단원에서 조 씨 고아가 복수의 칼을 뽑아들고, 낳은 정과 기른 정 앞에서 고뇌하다가 칼을 떨어뜨리자 원수 도안고(屠岸賈)가 스스로 자결하는 장면은 우리의 정서에 맞춘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연출가 황준형은 대학시절부터 많은 대학경연에서 단체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였으며, 대학 졸업 후,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을 창단하여 “한국공연의 세계화”라는 당찬 포부를 안고 대표 겸 연출로서 작품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꾸준한 작품개발의 노력으로 19명의 상주단원들을 거드리며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세계 공연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연출가이다. 2015년에는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AYAF”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연출가)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또한, 대한민국에서는 최초로 세대2대 공연 페스티벌로 꼽히는 아비뇽오프페스티벌에 2016년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으며, 이밖에도 2017 MIAMI HISPANIC THEATER INTERNATIONAL FESTIVAL 공식초청, 2017 International Theater Festival of Intergration and Recognition Formosa 공식초청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시장에 한국공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재욱, 신한울, 이기복, 배아영, 한기헌 한지혜, 김지운, 주창환, 전창근, 황석용, 배정웅, 김성재, 이성수, 이지훈, 송광호, 김명연 등 출연자 전원의 기량과 열정이 무대 위에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처럼 극 전개에 따라 펼쳐져, 관객을 두 시간 가까이 사로잡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해금 변승주, 신디사이저 김빛나, 강예신의 타악 등 연주들의 연주가 극적 조화를 이루어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한명구, 제작감독 장형욱·김종식, 조명 김영빈, 의상 이현지, 음악 강은구, 영상 윤민철, 분장 장영림, 기획피디 최현철·김지윤, 기획 임지현, 조연출 박차오름, 사진 김태윤, 그래픽디자인 퐁당디자인, 홍보마케팅 바나나문프로젝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해를 보는 마음의 찌쥔샹(紀君祥) 작, 문성재 역, 안경모 각색, 황준형 연출의 무협활극 <조 씨 고아(趙氏孤兒)>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