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할페스티벌/ 최하은

이십대, 땅에 서다

제2회 이십할페스티벌 The Link

최하은

 

페스티벌명: 제2회 이십할페스티벌 The Link

주관: 이십할네트워크

공연일시: 2015년 11월 18일(수) ~ 11월 28일(토) 매일 6시, 9시

공연장소: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이번 달의 리뷰는 하나의 개별 공연이 아닌 페스티벌 전체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이십할페스티벌은 연출가 전윤환(앤드씨어터)의 발의로 2014년 여름에 이십대 연극인들을 불러 모았다. 홍보수단은 오로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 뿐이었으나 백 명에 가까운 연극인과 인접예술인들이 모여들었다. 그해 12월, 이십할페스티벌은 혹한을 뚫고 마로니에공원에서 이십 분 남짓의 창작 야외극 열네 편을 상연했다. 당시 전윤환 연출이 제창한 구호는 ‘벽만 보고 앉아 있는 이십대 연극인들’에게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로는 가속화의 끝을 달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학로극장을 포함한 소극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이전하고 있었고, 서울연극협회는 서울연극제 파행 사태로 말미암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렇듯 대학로의 연극지평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던 그때, 이십대 연극인들은 스스로 설 땅(얼어 있었지만)을, 자신들을 보아줄 거리의 관객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올해에도 본격적으로 추위가 밀려오기 시작한 11월 말, 제2회 이십할페스티벌이 같은 마로니에공원을 점령했다. 제2회 이십할페스티벌은 연출가 양정현(극단 청년단)을 대표로 하여 ‘너와 나의 Link, 관객과 우리와의 Link’라는 표어 하에 젊은 연극인들 간의 네트워킹과 연대,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에 중점을 두었다. 올해에도 90명 가량의 참가자들이 모여 총 열여덟 편의 창작 야외극을 올렸다. 그리고 올해에도 대학로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4월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채 잊지도 못한 초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로 극장가에는 파리가 날렸고, 급기야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공연티켓 1+1’ 정책을 내놓았다. 연극인들에게 근본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던 한편, 해당 정책의 수혜자들도 공존했다. 한 배우가 생활고로 세상을 뜸으로써 새삼스럽게 예술인 복지의 필요성이 공유될 무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연극계는 또 다시 지원금 심사와 검열, 공연방해 등 일련의 사건들을 놓고 충돌했다. 이 모든 일들을 지켜보며, 때로는 함께 움직이기도 하며, 이십대 연극인들은 또 땅바닥에 서 있었다.

 

이십할페스티벌은 위에 개괄적으로만 나열한 연극계의 지층, 지형과는 어찌 보면 무관한 이들의 모임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십대이거나 서른 문턱을 갓 넘은 이들이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속 극단이 없으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배우라면 극단 내에서 언더스터디, 연출부라면 조연출의 자리에 있으며, 작가들은 낙방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공모전 응모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다수가 연극을 처음 접하는 젊은이들이었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든든한 배경이나 혜택이 없었고, 따라서 지켜야 할 입지나 권력이 없었고,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땅뙈기 한 움큼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이 대학로의 상징인 마로니에공원에서 아르코예술극장을 앞에 두고 ‘Link’, 연계와 연대를 외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현상에 가까웠다. 그 어떤 이권단체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기에 자유롭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연극계의, 비평계의 관심 밖에 있었던 이십할페스티벌이 조금이라도 더 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가자였으나 동시에 리뷰어로서 페스티벌 참가작들에 대한 촌평을 싣는다.

 

제2회 이십할페스티벌 The Link에는 총 90명 남짓의 참가자들이 모여 18개 창작, 신작 야외극을 출품했다. 공연시간은 평균적으로 각 15분에서 25분 사이였다. 작품들은 ‘Link’라는 대주제 하에 사람과 사람(때로는 동물)의 관계,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이하 작품 제목순 정렬)

 

강아지와 나 (강지희 작, 윤태호 연출) : 오랜 세월 함께한 반려견 ‘찰스’의 죽음을 앞두고 반려견의 안락사에 반발하는 ‘주인’의 내적 갈등을 먹먹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페스티벌 유일의 더블캐스트로, ‘찰스’와 ‘주인’을 각각 다른 두 페어의 배우들이 연기하여 저마다의 연기 호흡을 즐길 수 있었다. 반려견의 죽음과 안락사라는 주제를 무겁게만 가져가지 않기 위해 군데군데 ‘찰스’의 익살스런 연기로 웃음을 유발한 것도 매력이었다.

 

공터(共無地) (천주희 작, 최하은 연출) : 커피숍 알바생과 편의점 알바생이 공터를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만나지만 이들의 조우가 인간적인 상호 지각(acquaintance)과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그리며, 끊임없이 사회의 부품으로서 반복되고 교체되는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개인의 상실과 소외를 덤덤하게 표현했다. 전통적 연극의 필수 요소로 알려진 인물 간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갈등할 여력조차 없는 젊은 세대’라는 주제의식을 명시하고자 했으나, 일부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건 원할 수 없습니다 (왕조현 작, 안이주 연출) : 사회 초년생들의 취업, 밥벌이, 미래 진로의 고민을 게임에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게임의 태생적 특성인 과제(퀘스트) 제시와 그것의 수행, 그리고 보상으로서의 포인트 적립이라는 구조를 현실의 인턴 시스템의 실적제도와 연결한 것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텍스트가 정제되어 있는 장점이 있었으나, 인물의 전사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다소 설명적이었던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런 거 (심정민 작, 임예람 연출) : 불안정한 꿈과 현실에의 순응 사이에서 갈등하는 쌍둥이 형제의 심리가 대단히 섬세하고 차분하게 그려진 수작이다. 마로니에공원이라는 산만한 환경에서 25분가량의 상연시간을 리얼타임으로 활용했음에도 관객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았던 점을 높게 살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중요한 소재가 작중에서 노골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것이나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엔딩 등에서 작가의 감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땡중 (박근화 작, 근종천 연출) : 길거리 구걸을 하는 땡중 ‘만석’과 지나가던 여자 두 명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참여적 작품이다. 한 여자는 취업준비생으로 취직이 되지 않아 ‘차라리 구걸을 하는 게 낫다’고 자조한다. 또 다른 여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맞서 사직한 교사로, ‘역사가 힘에 의해 쓰여지면 미래도 힘에 의해 쓰여진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높은 사회 참여 의식을 긍정적으로 사나, 비판하는 대상에 대한 확정적인 분노에 앞서 보다 심도 있는 질문과 고민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모던걸 십계명 (이효진 작, 연출) : ‘모던걸’ 컨셉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여자와 그녀가 말하는 ‘모던걸’에 환상을 가진 어린 여학생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신파극적 연기양식을 일부 삽입한 것이나 커튼콜의 춤 등으로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 시대와 그 시대를 벗어나 사는 사람들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도 함께 느껴졌다. 두 여배우의 연기 합이 특히 뛰어난 작품이었다.

 

뭘 안다고 (김현경 작, 조성현 연출) : 진로와 연애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타로점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좋다고 거짓말을 해주는 타로술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고통이 있으며, 그 고통을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못함에서 오는 역(逆) 박탈감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특별히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중심 생각을 전달하는 힘을 가진 차분하면서 탄탄한 텍스트를 매끈한 연출이 감싼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으나, 엔딩의 임팩트가 약한 것이 약간 아쉬웠다.

 

미안한 연극 (이현정 작, 연출) : 많은 참가작들이 노동과 소외 같은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코믹하게 풀어내어 숨을 돌리게 해준 작품이다. 걸핏하면 싸우는 자매가 강제적으로 템플스테이 수련에 가게 되어 절을 빠져나오기 위해 옥신각신 싸우는 이야기이다. 관객을 불쾌하게 하지 않는 수준의 세련된 위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익살스러운 상황 설정이 발군이었으며, 끝까지 작품의 유쾌한 톤을 유지한 일관성이 돋보였다.

 

(별)(똥)(별) (정찬영 작, 연출) :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잘 알려진 믿음을 중심으로 꿈과 현실에 대해 소박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마치 쌍둥이 같은 여배우 두 사람의 합이 좋았다. 작가의 첫 극작임을 반영하듯 극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문장의 의도가 면밀하지 못했던 점은 개선되어야 하나, ‘쾌변’과 같은 일상적인 행복과 평생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연관지은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수제비 (구은서 작, 임지현 연출) : 한국전쟁 후의 미군부대 근처 기지촌에서 일어나는 양색시 ‘에밀리’와 구두닦이 ‘두섭’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로 수제비를 끓여 관객들과 나눠먹는 퍼포먼스도 공연의 질을 높였으며, 배우들의 호흡도 잘 맞아 가장 많은 연습량이 느껴졌던 작품이다. 텍스트에서는 언어의 시대성과 지역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고, 자칫 통속극으로 흐르기 쉬운 소재와 플롯을 세련되게 정돈했다. 이십할페스티벌 참가작 중 다른 행사에 초청된 작품으로, 이십할페스티벌의 아트마켓으로서의 기능을 증명하기도 했다.

 

알고보면은좋은사람 (백수진 작, 연출) : 겉으로 보기에는 원만했던 노부부이나 ‘할매’의 ‘할배’에 대한 수면하의 해묵은 원한을 그리는 작품이다. 감이 열리지 않는 감나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신문배달부, 생뚱맞게 삽입되는 신파조의 과거 회상,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대화 패턴 등에서 부조리극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감행한 작가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다만 환경의 제약으로 중요한 대사들이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았던 것이 큰 안타까움이 되었다. 극장공간에서 훨씬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어와 같은 희곡 언어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어! 어? 어……. (박준하 작, 강다현 연출) : 가상의 ‘벽’을 상정하고 그 벽 너머의 사람과 만나고자 벽을 부순다는 관념적인 작품이다. 마로니에공원에 프레임을 세우고 천으로 벽을 만들었으며, 무대, 조명 등에도 신경을 써서 겨울철 야외극이라는 제한이 많은 환경에서 극장 공연과 유사한 질을 구현하고자 애쓴 점이 돋보였다. 인물의 전사를 포함한 드라마적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구조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능숙하고 정제된 글쓰기가 필요하다.

 

완구소개서 (김주희 작, 정찬영 연출) : 페스티벌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희곡만을 읽고 공연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희곡을 읽은 느낌으로는 20분 연극이라기에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소화해내기에 배우들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충분한 연습을 통해 소화해냈다면 야외극에 어울리는 상황 설정이었고, 대사들도 일견 경쾌하게 흘러가는 가운데에 생각해볼 지점을 담담하게 던져주는 매력이 있었다. 세 인물 간의 동기가 상충되어 갈등이 표면화되었다면 보다 흥미로운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렁각시 시집가는 날 (신지원 작, 한상웅 연출) : 희곡은 배우의 에너지와 기지를 중시하는 마당극적 감각으로 쓰였으나, 연출은 현대적 미니멀리즘에 가까웠다. 희곡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는 이러한 연출 기법은 모든 칭찬과 비판이 동시에 희곡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우렁각시 설화를 여성해방과 연관지은 발상 자체는 참신하고, ‘사람도 사람답게 사는 것에 관심이 없는데 우렁이인 네가 왜 그런 신경을 쓰나’는 대사 등이 매력적이었으나, 전체적인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미숙해 보는 관객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느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 (임주현 작, 심병곤 연출) : 참가작 중 가장 온(On) 대학로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남성 간의 동성애 또는 브로맨스를 다루는 극들은 때때로 성소수자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흥미 위주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극도 등장인물이 남녀여도 무방할 통속, 치정극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동성애 코드를 삽입한 점이 안타까웠다. 다만 말의 서정성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무척 치밀했기에 때때로 결벽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젠더적 PC함을 제외하고 본다면 선호도가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증명 (임정빈 작, 유아람 연출) : 실제 있었던 실종 후 주민등록 말소 사건을 모티프로 쓰인 짧지만 강한 소동극이다. 공무원과 주민등록 말소자의 갈등을 대단히 연극적으로 코믹하면서 파워풀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그 가운데에서도 주민등록이 말소된 실종자를 연기한 남자 배우의 신체성이 각별히 돋보였다. 희곡에서는 진지하고 첨예한 갈등으로 그려졌으나, 연출이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호쾌하여 관객들 모두 웃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다만 동선이나 대사 처리 등에서 보인 약간의 엉성함은 차후의 개선점으로 남겨졌다.

 

찰나의 순간 (이채승 작, 연출) : 사람과 사람이 스치는 찰나의 순간에 서로에게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남들의 관심을 원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여학생이 자살 퍼포먼스와 성폭행 퍼포먼스를 시도했다가 노숙자와 경찰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남겨진 노숙자는 자신이 잃은 딸도 마찬가지로 관심이 필요했겠거니 떠올린다. 여학생과 노숙자의 안정적인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극의 완결성이 미흡하고 텍스트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점을 배우의 힘으로 보완한 듯하다.

 

훔치 훔치 사바하 (김세한 작, 윤상원 연출) : ‘도를 아십니까’로 주로 알려진 증산도의 미녀 신도와 이 신도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호구’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촌극이다. 공연시간 8분의 이십할페스티벌 최단작품으로, 길거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연극적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대단히 호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인물들이 각 배우들에게 정확히 맞는 옷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자칫 자질구레해지기 쉬운 상황 설정임에도 대사와 구성이 정돈되어 있었다.

 

이십할페스티벌은 내년의 제3회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이십할페스티벌은 500만원 상당의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킨 자금으로 연습실을 대관하고 조명기, 앰프를 비롯한 소량의 장비를 구매해 페스티벌을 성사시켰다. 백 명이 움직이는 페스티벌의 자본이 고작 500만원이다. 내년에는 누가 주축이 되고 누가 참가하여 어디의 자금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이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저 1회부터 지금까지를 지켜보며 확신한 것은, 연극계의 요동치는 지형의 일부이지조차 못했던 이십대의 연극인들이 자생과 자립의 지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아니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N포세대’라고 불릴 만큼 무기력하고 처연한 세대로 그려졌던 이십대가 지금, 연극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겨울이 꿈틀거리는 차갑고 딱딱한 땅에 두 발로 굳건히 서 있다. 모쪼록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