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참가작 평
1,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오영진 작, 송정바우 연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부 경선 참가작,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오영진 작, 송정바우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관람했다.
오영진(1916~1974)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1952년 중앙문화사 사장 및 월간 ‘문학예술’ 주간을 역임하였고, 그 뒤로도 예술원 회원·국제펜클럽회원, 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 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 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선생은 안창호(安昌浩).조만식(曺晩植)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25동란 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 희극 상을 받았고 <배뱅이굿> <맹진사댁 경사> <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영진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1947년 11월 초, 그가 평양에서 서울로 월남할 때 지니고 온 것으로, 1949년 6월, 극예술 협회에 의해 이진순 연출로 공연되었다.
무대는 대청을 가운데로 오른 쪽에 방이 하나 보이는 저택이다. 하수 쪽 객석 출입구가 이 집의 부엌으로 설정되고, 상수 쪽 객석 출입구가 집의 대문이다. 울타리는 대나무로 조성이 되고. 대청 왼쪽 낮은 탁자에 전화기가 놓이고, 방안에는 돗자리가 깔려있다. 술상, 채소 바구니, 서류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주인공인 이중생은 전형적인 모리배로, 일제강점기 때에는 자신의 외아들까지 징용 보내는 등 친일행각으로 사리사욕을 꾀하고, 일본이 패망한 뒤에는 광복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기회로 온갖 비리를 일삼는다. 게다가 달러 융자를 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둘째 딸 하연을 원조기관의 미국인 직원에게 정부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장차 장관까지 될 것을 꿈꾸고 있었으나, 그의 온갖 비리가 하나하나 밝혀지며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한다. 업 친 데 덮친 격으로 딸 하연을 정부로 들여보낸 미국인 직원이 실은 사기꾼이라는 게 알려지는 장면에서 암전된다.
조명이 들어오면, 보석으로 나온 이 중생은 고문 변호사 최 씨와 짜고 재산을 지킬 방법을 찾다가 궁여지책으로 전 재산을 사위인 송달지의 명의로 돌리고 자살한 것으로 꾸민다. 그 이유는 의사인 송달지가 의술이 우수하고 사람됨이 성실하나, 다른 능력은 부족하기에 이중생의 충직한 재산 관리인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판단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사망 진단서에 도장을 찍어달라니까 사위 송달지가 이를 거부하니, 이중생은 다른 도장으로 위조해 사망 진단서를 작성한다.
다음 장면은 자살로 위장한 이중생의 거짓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조문객이 올 때마다 죽은 체하며 누워있기를 수차례 하다가 국회특별조사위원회의 김 의원이 이중생의 집에 찾아온다. 김 의원의 등장으로, 재산을 지키고자 했던 이중생의 계획은 실패로 끝이 난다. 김 의원은 이중생의 사위 송달지에게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 건립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부추기고, 평소 의사는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지 장사꾼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위 송달지는 이에 동조해, 김 의원의 무료 병원 건립 제안을 받아들인다. 김 의원이 퇴장하자, 병풍 뒤에서 나온 이중생은 길길이 뛰며 송달지와 최 변호사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을 어쩌랴?. 게다가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까지 화를 내며 퇴장한다. 이중생은 송달지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송달지는 묵묵히 욕설을 듣고 있다가 나라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하니, 이중생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그때 징용 갔다가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 하식이 집안의 정황을 듣고는 매부 송달지의 의견에 동조하며 아버지를 비판한다. 결국 거짓 자살극까지 꾸며가면서 재산을 지키고자 했으나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고, 아들에게까지 외면을 당한 이중생의 망연자실한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장미자, 정혜승, 하덕성, 최승일, 유준원, 김미준, 현대철, 류지애, 박귀임, 이미애, 김 필, 안성헌, 김시영, 송영숙, 권용범, 김용운, 송민석, 신지현 등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 소속 연기자들의 탁월하고 출중한 기량과 경륜은, 이번 경연대회에서의 성격창출이나 연기면 에서 국공립극단 공연에서보다 오히려 뛰어남을 드러낸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1시간 30분의 공연에 관객을 극에 완전히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김용주, 음각작곡 신사빈, 의상디자인 홍정희, 어시스트 이원영, 분장 최 란·현상미·차소영·오하영, 조명감독 박진희·임일환, 조명크루 김종인·이지은, 조명오퍼 현진호, 음향오퍼 이규태, 기획협력 김대환, 조연출 진혜정·채동훈, 영상 김균열, 외쇄디자인 강동성,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진행 김경숙·박삼녕·홍하영·나하람·이지영, 인쇄 반석문화인쇄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부 경선 참가작 오영진 작, 송정바우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국공립극단을 능가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3월 8일
2, 동작연극협회의 김정숙 작 오민애 연출의 홍시 열리는 집
김정숙은 <틀> <천국에서의 하루> <오래된 이야기>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 <또랑> <봉숭아 꽃> <우리 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 <반달> <구름 사다리> <천국 안내소> <959-7번지> <연어 하늘을 날다> <지금 이별할 때> <눈오는 봄날> <그 집에는> 등을 발표 공연한 작가 겸 연출가이자 극단 무대지기의 대표다.
2004 김천전국가족연극제 연출상 – <우리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일명 홍시 열리는 집)>, 2006 경기도 연극제 희곡상 – <홍시 열리는 집>, 2007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전 가작 – <959-7번지>, 2010 전국 연극제 대통령상 – <눈오는 봄날>, 2010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2012 전북 연극제 희곡상 – <그 집에는…>, 2013 전북 연극제 연출상 – <959-7번지> 등을 수상한 금년 40세의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 연극인이다.
<홍시 열리는 집>은 2004년 <우리 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후 각 극단과 학생극 경연대회 참가작으로 공연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친 대중적이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무대는 대나무 울타리 안의 슬레이트 지붕을 한 황토로 지은 집이다. 안방과 건넌방 그리고 쪽방이 달려있고, 방문 앞에 좁은 마루가 깔려있다. 마당에는 평상이 놓여있고, 하수 쪽에 펌프와 빨래를 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상수 쪽에 이 집 문이 있다. 문 옆에 변소가 있고 그 옆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집 뒤편에 부엌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장면 전환에 따라 하수 쪽 객석 가까이가 술집으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사가 박물관에서 1970년대 전원 마을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년들이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당시 흔히 부르던 동요나 귀에 익은 가요를 출연자들이 부르고, 로봇 태권 브이나, 마징가 제트가 아동들에게 처음 소개되어 인기를 끄는 장면이 극중에 펼쳐진다. 일자리를 찾기가 힘이 들던 시절이라, 공장에 나가 공돌이 공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고, 이역만리 중동으로까지 일을 하러 가장들이 떠나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한다.
이 연극에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함인지, 아들을 언니 집에 맡기고 대도시로 떠난 여인이 십년 만에 귀향해 자식을 대면하지만, 엄마라는 소리를 못 하고 이모라고 부르도록 한다. 이 집에 할머니가 가장 노릇을 하고, 자식 내외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이나 20대의 손녀가 일보다는 남자의 유혹에 정신이 팔려, 만사 제쳐놓고 남자 뒤를 쫓아다니는 장면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는 풍경이다. 빚쟁이를 피해 집으로 되돌아 온 가출 여인이 돌아와 소년이 된 아들을 보게 되고, 아들이 캄캄한 대문 옆 변소에 혼자 앉아 뒤를 보는 것이 무서워 생모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하는 장면이라든가, 객주 집 여자답게 흘러간 노래가 아닌 신중현 작사 작곡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객석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여인에게 빚을 갚으라며 부량배가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떠나면, 소년을 기른 엄마인 언니는 동생의 빚을 갚아주려고 감춰둔 예금통장을 꺼내 주지만, 동생은 받지를 않고 다시 도회로 되돌아가 술집작부노릇을 한다. 그 장소로 언니의 편지와 함께 그 안에 수표가 배달이 된다. 변소 간 옆 감나무가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끌고, 대단원에서 다시 집으로 되돌아 온 소년의 생모와 평상에 마주앉은 길러준 엄마. 이제는 자신의 생모인 것을 안 소년이 변소에 들어가 무섭다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기른 엄마는 동요를, 생모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를 경쟁하듯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이대로, 장영주, 이애경, 오민애, 원종선, 김은경, 김연진, 허대욱, 김한아, 손혁, 장지은, 최경훈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생모 역의김한아와 손녀 역의 장지은의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예술감독 윤현식, 조연출 주진현, 기획 허대욱, 무대 윤현식, 음악 손승희, 의상 분장 이훈경, 음향 조인상, 조명 간성휘, 진행 이종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동작연극협회의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지부 경선 참가작 김정숙 작, 오민애 연출의 <홍시 열리는 집>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월 10일
3, 노원연극협회의 강병헌 작 손규홍 연출의 강씨네 최가네
강병헌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석사 수료. KBS 4부작 추리드라마 <천사 없는 천국>, 영구아트무비 <영구와 불괴리>, <할머니캅스>, <심비홍>, <파워킹>, 도로교통 안전공단 공익, 에니메이션 <음주운전> 시리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 <벼리다리치치포포> 등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으며, 아동뮤지컬 <낭랑 뿌뚜꾸> 대본 작업과 극단 현대극장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 <해상왕 장보고>, 극단 신협 <블랙햄릿> 등을 각색하고, 스튜디오 배우열전의 <통닭>과 극단 은행나무의 <뽕짝> 등을 발표 공연했다.
노원연극협회의 <강씨네 최가네>는 낭독공연이다. 무대 전면에 음악 연주자의 악보를 올려놓는 기구처럼 생긴 대본 놓는 기구를 출연자의 의자 앞에 배치하고 10여명의 출연자가 착석을 하면 낭독공연이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에서 시작해 1990년대까지의 한마을에 사는 강 씨 가족과 최 씨 가족의 이야기다. 강 씨는 홀아비에다가 무남독녀인 외딸이 있고, 최 씨는 3남매를 두었는데, 강 씨는 이북에 고향이 있는 실향민으로 남쪽으로 와 한마을의 최 씨와 이웃으로 살며 가까운 친구로 지냈으나, 젊은 시절 박 혜선 이라는 여인을 두고 사랑다툼을 벌이면서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각기 결혼을 해, 두 사람 다 홀아비가 되었고, 최 씨의 차남이 강 씨의 딸을 연모해 맺어지려고 하지만 아버지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두 사람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아기가 생길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젊은 내외간의 다툼이 잦아진다. 다툼은 강 씨와 최 씨의 다툼으로 비화된다. 싸움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던 날, 강 씨 딸이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간다. 병원에서 담당의사가 딸의 임신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 여인이 강 씨 네 집을 찾아온다. 자신의 어미가 박 혜선 이라며… 박 여인은 젊은 시절 강 씨와 최 씨가 사랑싸움을 벌이던 바로 그 장본인인 여인이다. 그 딸이 강 씨에게 찾아오니, 강 씨는 두말 않고 찾아온 젊은 여인을 딸로 대한다. 그러니 강 씨의 딸은 아버지의 이런 모습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두 여인은 차츰 가까워 질 수밖에 없다. 한편 최 씨의 말더듬이 장남이자 노총각은 첫눈에 강 씨를 찾아온 젊은 여인에게 반해, 마음을 기울이게 되고 청혼까지 하기에 이른다. 물론 강 씨와 최 씨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자 장남은 분노를 터뜨리며 폭음을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그러다가 장남의 말더듬이 증세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싶게 사라진다. 그런데 강 씨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다가 갑자기 졸도를 하게 된다. 강 씨가 졸도를 한 사이 최 씨 장남은 강 씨의 찾아온 딸과 결혼을 한다.
대단원에서 병원에서 퇴원한 강 씨와 강 씨를 보살피듯 가까이 하는 최 씨, 두 사람은 겹사돈이 되기도 했지만 환갑의 나이에 이르러, 과거 아웅다웅하던 관계를 세월과 함께 청산해 버리고, 사돈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함께 늙어가는 모습에서 낭독공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끝이 난다.
공호석, 정상철, 지춘성, 김석주, 한철훈, 임정은, 이경열, 김종근, 지민영, 강승민, 이가은, 함유운, 허정훈 등 출연자들의 탁월한 열정과 기량은 관객을 낭독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로듀서 김도형, 기획 신혜정 함유운, 음악 한재권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노원연극협회의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지부 경선 참가작 강병헌 작, 손규홍 연출의 <강씨네 최가네>를 성공적인 낭독공연으로 탄생시켰다.
3월 12일
4, 극단 로얄 씨어터의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장마전선 이상 없다.
국민성 작가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아버님 전상서> <탄금대의 소리별> <여자의 일생> <정조의 꿈> <어린이 난타> <악극 유랑극단> <뮤지컬 천도 헌향가> <잃어버린 세월> <뮤지컬 영원지애> <태자 햄릿> <장금이의 꿈> <불명의 처> <애수의 소야곡>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식 시나리오> <레미제라블> <문>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그 외의 다수 작을 집필, 또는 각색 공연한 출중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류근혜 연출가는 현재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으로 상명대 미술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으로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에 들어가, 연출을 시작해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1기 동인으로 출발, 공연예술진흥회 청소년 축제 지도위원, 전국청소년연극제 심사위원, 전국대학연극제 심사위원,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현 상명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 극단 로얄 씨어터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인 연극계의 선도자다.
<장마전선 이상 없다>는 환경연극이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강변의 한 마을에 개발명목으로 보와 둑을 만들어 이 마을을 수몰시키고, 거기에 새로운 주택단지나 건물을 지으려는 악덕 건설업자와 고장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주민을 강제로 철거시키기 위해 조폭이 동원되는가 하면, 평생 이 고장에서 뼈 빠지게 소작농을 하며 지낸 인물의 아들이 돌아와 아버지가 애써 마련한 땅을 돌려달라고 하고, 새로운 부동산 개발지역으로 몰려드는 불나비 같은 인물군상도 한 몫을 한다. 평생을 학교선생으로 지낸 인물이 중심이 되어 고향마을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존하려고 하는 의지와 열정이 묘사가 되고, 이 고장에 정착해 살던 실향민의 서글픔과 환향의지가 제대로 그려지기도 한다.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져 10여년 만에 돌아온 조폭 두목격인 주인공이 강제로 지역 주민을 철거시키려 할 즈음, 돌연 나타난 자신의 아들, 아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아들을 낳아 홀로 기르며 꿋꿋하게 살아온 것을 알고는 자신의 극악한 목적을 거둔다. 그러나 주인공은 악덕업자에 의해 살해된다.
박정기, 원미원, 문영수, 마흥식, 이상우, 윤여성, 박정순, 강희영, 조한희, 박경희, 도영희, 권남희, 이란희, 조주경, 차영숙, 이해옥, 박동순, 김영환, 유지원, 이지완, 문지호, 곽지영, 박준우(아역)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원미원, 도영희, 이란희, 차영숙, 이해옥, 박동순, 곽지영 그 외의 여성 출연자들의 호연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영수, 마흥식, 윤여성, 박정순, 강희영, 이상우, 김영환, 유지원, 이지완, 문지호, 박준우(아역) 그 외의 남성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을 감상의 경지를 넘어선 감동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셰익스피어 극의 무대 같은 단출한 무대와 음악과 음향, 그리고 조명과 분장, 그리고 의상에 이르기까지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을 관객이 충분히 감지하도록 만든 공연이라 평하겠다.
음악 한 철, 조명 김종호, 분장 손진숙, 무대 송용일, 영상 황민수, 조연출 이은교, 기획 유준기, 진행 이승주 유재연 최유임 한경숙 양형주 등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서대문연극협회 극단 로얄씨어터의 윤여성 예술감독, 국민성 작, 류근혜 연출의 <장마전선 이상없다>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현재 각종 개발과 건설을 둘러싸고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장마전선 이상 없다>는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반드시 공연되어야 할 시의적절한 작품이다.
3월 15일
5, 성북연극협회의 이중세 작 박정석 연출의 파국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성북연극협회의 이중세 작, 박정석 연출의 <파국>을 관람했다.
이중세는 대전대학교 문예창작과, 상명대학교(총장 구기헌)는 문화기술대학원 소설창작학과 석사과정 이수중인 39세의 미남 작가다. 2013년 소설 <그래서 그들은 강으로 갔다>로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희곡 <욕망의 끈>으로 목포문학상 희곡부문 본상 수상, 2015년 희곡 <모의>로 전국창작희곡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 같은 해 희곡 <내 아버지의 집>으로 제7회 대전창작희곡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작가다.박정석(1969~)는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졸업한 연출가이자 극단 바람풀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제1회 2인극 festival 참가작 박상륭 원작 <남도>, 제2회 2인극 festival 참가작 이외수 원작 <들개>, 혜화동1번지 4기동인페스티벌 “대학로컴플렉스” -<산양섬의 범죄>,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 “미스터,리가 수상하다”-<아버지를 죽여라>, 21세기 변주곡-드라마리딩페스티발 <남도>, <추사 김정희>, <성인오락실#여자이야기>,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다홍치마> <크리스마스 캐롤> <사막에 눈이 내릴거야> <저승> <마냥 씩씩한 로맨스> <2014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서울연극제 <씨름> 등을 연출한 중견 연출가다.
<파국>은 장보고를 등장시켜 통일신라가 말기에 이르러 왕권의 몰락과 귀족들의 부패, 그리고 국권장악을 위해 당시 청해진에 주둔해 해상 왕이라 일컫던 장보고를 왕권 대항세력으로 몰아붙이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염장을 비롯한 암살단이 파견된다. 결국 장보고의 수급을 가져다 왕에게 바치니, 왕은 장보고의 망령에 시달리다가 그 역시 태후를 위시한 귀족들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신라가 파국의 길로 치eke게 되는 내용이다.
역대 장보고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김동인의 소설 <아기네>가 있다. 1932년 – 동아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일환이라는 청자에게 역사 속의 사건을 화자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신문연재분 129호부터 136화까지 궁파(장보고)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기존의 <삼국사기>의 시각대로 궁파(장보고)가 왕을 도와 큰 공을 세우고도 자신의 딸이 왕비가 되었다가 쫓겨난 것을 보고 홧김에 반란을 일으키려다 염장에게 살해되고 만다는 내용이다. 정한숙의 소설 <바다의 왕자(王者)> – 1960년 4월 29일부터 1961년 6월 3일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된 장편소설. 결말을 맺지 못한 채 연재 중단됐다가 1975년 ,<민족문학대계> 권5에 작가의 퇴고를 거쳐 전재되었고, 문학평론가인 최영호 해군사관학교 인문학과 교수가 남은 원고를 정리해 2008년에 고려대학교 출판부에서 단행본으로 재출간하였다1999년 조세호 작<해상왕 장보고>, 2000년에 김중명(金重明) 작<고(皐)의 백성>(원제: 皐の民), 고단샤(講談社), 2003년에는 최인호 작《해신》(海神), 열림원에서 출판되었다.
드라마로는 KBS 드라마 최인호 원작의 <해신>(海神)이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방송되기도 했다.
연극 <파국>에서는 소재는 1500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대판으로 변형된 연극이다. 의상도 현대식 복장에 고전 복장을 겸하고, 음악이나 춤도 현대식이고, 점을 치는 무녀의 선 그라스 착용이라든가 태후는 미모와 관능미까지 갖춘 팔등신 미인지만, 사용하는 무기라든가 모든 출연자의 대사만은 고질적인 사극조의 대사로 일관된다.
전소현, 손성호, 박찬국, 정종훈, 이은정, 이준영, 고훈목, 이종승, 이예준, 백준길, 김하진, 이대형 등 출연자의 호연과 열연은 객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서정인, 조명 김종호, 의상 박근여, 음악 손승희, 움진임 이상철, 오퍼레이터 문선주, 진행 박청용, 권용덕, 김여성, 임정욱, 조연출 성소연, 제작 후 플러스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성북연극협회의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참가작 이중세 작, 박정석 연출의 <파국>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다만 역사적인 인물을 극화하면서 이순신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에게 신사복을 입히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랩 댄스를 추도록 공연을 만들면 대한민국 연극이 발전전인 방향으로 가게 되겠는가는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3월 17일
6, 서초연극협회 극단 창작마을의 김대현 작 연출의 오늘 또 오늘
<오늘 또 오늘>은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은 남북통일 염원 연극이다. 2015년 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해 반향을 일으킨 공연이다.
작가 겸 연출가인 김대현은 1994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외등아래> 당선, 2000년 한국희곡문학상 수상, 2001년 중구문화예술상, 소설<발목 없는 달빛>으로 탐미문학상을 수상했다.
1998~2004 명동창고극장 운영, 2001~2002 제3대 학교극·청소년 극 연구회 회장, 1993~현재 전문예술법인 제7호 (주)창작마을 대표이사, 1998~현재 강남문인협회 희곡분과 회장 겸 이사, 2001~2006. (사)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 (계간 한국희곡 발행인)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는 1986 시 작품집 <손바닥> / 1995 장편소설 <내린 하늘> / 2000 희곡집 <라구요> 등이 있다.
공연희곡은 1994 <외등아래> 공연 문예회관 소극장, 1995 <라구요> 공연 연우무대/문예회관뚜레박 외, 1996 <라구요>지방자치1주년 포항시립극단 정기공연, 1997 여성국극 <아리수별곡> 공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997 <립스틱 바른 꽁치>공연 꼼빠홀, 1997 <그림자를 찾아서> 충돌소극장 / 명동창고극장, 1998 <환승역> 공연 명동창고극장, 1999 <강삼삼고삼삼> 공연 연강홀, 2000~ <하구요> 공연 명동창고극장, 2003~ <봉급쟁이 일기-그림자를 찾아서> 명동예술극장,
연출작은 1996 <미혼부> 고옥화 작 연우무대, 1998 <나도 부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옥화 작 동숭아트센터, 1998 <환승역> 김대현 작 명동창고극장, 1999 <실타래> 김지숙 작 명동창고극장, 2000 <화부> 최용근 작 문예회관 / 명동창고극장, 2001 <여자의 성> 박현숙 작 명동창고극장 / 대구연인씨어터, 2002 <내가 없는 방> 강성희 작 명동창고극장, 2002 <하구요> 김대현 작 명동예술극장, 2002 <사모곡> 장성임 작 명동예술극장, 2003 <노가리> 마미성 작 명동예술극장, 2003 <구두코와 구두굽> 김지숙 작 명동예술극장, 2005 <택견아리랑> 김대현 작 성암아트센터, 2006 <명창 박록주 탄신100주년 공연> 국립국악원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금번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경선 참가작<오늘 또 오늘>은 낭독공연이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지난 현재, 고향인 이북에 아내를 둔 실향민의 이야기다. 6 25사변 때 국군에 입대해 낙동강 전투에서 공산군과 싸우다가 휴전이 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가지 못한 이성민이라는 사나이가 주인공이다.
남쪽에서 분단 70년을 맞으며, 백발이 되도록 남북의 대결과 동서의 갈등을 매일 똑 같이 들여다보고, 한결같은 <오늘 또 오늘>을 맞는다. 모든 실향민이 갈구하는 다시 고향 땅을 밟고, 헤어진 처자식을 보려는 염원은, 주인공의 면전에 저승사자가 들이닥쳤어도,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최초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을 때, TV화면에 극작가 고(故) 한운사 선생의 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이 흘러나올 때,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듯, 이 땅의 비극적인 분단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연극 <오늘 또 오늘>에 섬세하게 묘사된다.
아버지는 남쪽에서 운명처럼 만난 한 외로운 여인과 살림을 차리기도 하지만, 북에 두고 온 본처를 잊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념과 관계없이 통일을 바라는 주인공과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형제, 그중 형은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아우는 아버지가 일종의 통일 병 환자로 보여, 아버지의 슬하를 떠나버린다.
북에 두고 온 아내 역시 남하해 남편을 미친 듯 찾아다닌다. 분단 70년에 그녀 역시 백발이 성성하도록 남편을 찾겠다는 의지를 굽힌 적이 없다.
이산가족 찾기가 벌어지고, 이북에 있는 아내의 손녀가 남쪽에서 주인공 이성민이라는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주인공과 마주치지만, 아버지는 바로 그 손녀 앞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이성민”과 “리성민”이 다르다는 이유로 되돌아선다.
절망한 그 손녀는 집나간 아들과 역시 운명처럼 얽혀 살림을 차린다. 집 나간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영영 외면한 줄 알지만, 실은 아버지가 멀찍 암치에서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한결같이 바라보고 있었음을 어찌 알았으랴?
대단원에서 주인공의 통일염원은 백발과 함께 지쳐버리고, 북에 두고 온 아내마저 기억에서 가물가물할 즈음, 백발의 아내와 남편이 드디어 마주치게 된다.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실제라면 변한 모습에 상대를 알아 볼 수 없는 지경이겠으나, 극에서는 서로 상대를 알아보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나 상봉의 감동보다 죽음의 그림자가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듯싶은 서글픈 장면에서 낭독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박정기, 홍순창, 장두이, 이재희, 김대현, 강선숙, 송인성, 장지은, 최선희, 이원우, 곽재혁 등 출연자들의 낭독공연은 음향을 담당한 최석현과 서의영의 기술효과와 함께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며 관객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서초연극협회 극단 창작마을의 김대현 작 연출의 낭독공연 <오늘 또 오늘>은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경선 참가작 중 시연공연 못지않은 감동을 관객에게 전달한 공연이다.
필자처럼 고향이 북인 실향민에게는 광복 70년과 분단 70년이 평생의 한과 서글픔으로 점철된다. 다른 사람의 염병이 자신의 부스럼만 못 하다는 속담처럼,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실향민의 설음을 이해야 하겠지만, 북이 고향인 사람에게는 통일이 절실한 꿈이고 고향 땅 밟기를 심신이 지치도록 기다려 온 게 사실이다. 이러한 내용이 실린 연극 <오늘 또 오늘>이야말로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반드시 공연되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3월 18일
7, 금천연극협회의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 금천연극협회의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관람했다.
전형재는 배우 겸 작가다. 2013년 여성극작가전 오혜령 원작의 <일어나 비추어라>를 각색 출연했고, 2014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몰리의 리본>으로 각색 출연했다. 연극 <안녕 앙코르>, <불량청년>, <빨간 시>, <고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세 자매>, <궁리> 그 외의 작품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출가 송미숙은 경기여고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석사,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동국대학교에 출강중인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희곡 <아노마>롤 국립극장 희곡공모 당선작가이고, 강서구립극단의 단장으로 활동한 바가 있다.
연출작은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작은 영웅 말콤> <프쉬케 그대의 거울> <낙화옥화> <홍어> <별들은 세상에 한 사람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 <자기만의 방> <빨간 트럭> <꿈꾸지 마!> <몰리의 리본> <일어나 비추어라>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녀 연출가다.
금천연극협회의 낭독공연 <언더스터디(Understudy)>는 제목 그대로 대역배우의 이야기다. 60여 년 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서 샤일록 역을 한 80세의 노배우와 같은 극단에서 함께 출연하던 중견배우가 주인공이다. 관객은 노배우의 경륜 넘치는 연기를 보려고, <베니스의 상인> 공연장에 몰려온다는 설정이고, 그런 노배우를 딸이 항상 공연장까지 동행해 보살피고 연습장에서도 떠나지를 않는다. 물론 아버지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도 각별한 사이다.
공연을 앞둔 어느 날 노배우에게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한다. 노배우가 젊은 분장사와 외식을 하고 난 다음 돌아가야 할 노배우의 저택의 향방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로 해서 노배우가 증세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치매증세로 인한 기억력 약화로 암송한 샤일록 대사를 제대로 연기하지 못 할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제작자나 연출가는 당장 대역을 할 같은 극단의 중견배우를 지목하지만, 그 중견배우는 스승 같은 대선배의 연기력을 믿고 존중하기에 대역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노배우의 증세가 공연을 계속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그의 딸도 알기에, 대역이 없을 경우에는 공연을 중지하게 되고, 관객의 예약금을 돌려줘야 할 비상사태에 이른 것이다.
공연시각 직전 노배우가 분장실로 들어서고, 중견배우를 대동하고 무대로 나간다. 거기서 관객에게 노배우가 직접 자신의 노쇠와 기억력 약화를 알리고, 더 이상 연기를 계속할 수 없다며 금번 공연부터 자신의 샤일록 역할을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후배에게 맡긴다는 발표와 함께 후배를 지적한 후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노배우 역의 오현경 선생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딸 역의 차유경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한강변 서래 섬에 만발한 유채꽃 같은 아름다움과 향기를 객석에 전한다. 김종태, 정수영, 전형재, 최태용, 김 결, 장현석, 신아라, 이은주, 이일균, 이승현, 주재희, 이영훈 등 출연자 전원의 낭독과 시연을 겸한 공연에서의 호연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크 오세곤, 예술감독 이신영, 무대디자인 박미란, 조명디자인 이상근, 음악 이태훈, 진행 장정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금천연극협회의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경선 참가작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첨언하면 현재 80세가 넘은 오현경 선생의 호연과 열연은 연극을 하는 후배들의 사표와 귀감이 되겠기에 반드시 연기상을 드려야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의 권위와 품격이 상승되리라는 생각이다.
참가작 10편 가운데 성동지부의 홍석진 작, 김정근 연출의 <이랑>과 마포지부의 김나영 작, 문삼화 연출의 <밥>, 그리고 강동지부의 이근삼 작, 김준삼 연출의 <엄마집에 도둑이>는 필자가 2편의 공연에 출연하는 관계로 관람하지 못해 유감이다.
3월 1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