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혜화당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참가작 평
1, 드림시어터컴퍼니와 닷 팩토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정형석 각색 연출의 <어둠 속의 햄릿>
<어둠 속의 햄릿>은 원작의 비극적 결말을 의도적으로 개선하여 희극적 결말을 맺도록 재창작한 연극이다.
햄릿이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에게 협력하여 숙부는 80세에 달하기까지 덴마크를 통치한다. 물론 햄릿도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오필리어와의 사이에서 햄릿 주니어가 태어나 그 역시 장성한 청년이 된다.
왕비인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와 오필리어는 호사생활의 극치를 누리며 살고 있다. 재상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도 무장(武將)으로 나라에 충성을 하면서 차기 통치권 자리를 넘보고 있다. 햄릿의 절친인 호레이쇼는 선대의 국왕암살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기에, 진실은폐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어두컴컴한 감옥에 갇힌 채 평생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햄릿과 레어티스 사이에 통치권에 관한 암투가 전개되고, 레어티스는 선대왕의 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하려고, 광대들을 초청해, 햄릿선왕이 그의 아우인 클로디우스에게 독살당하는 장면을 꼭두각시극으로 연출해 내 햄릿이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자적인 성격으로 부친의 복수는커녕 자신의 안일만 유지하려하고, 왕위 계승권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려한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자 광대들은 전원 살해당하고 만다. 당연히 레어티스는 분노를 터뜨리고 햄릿을 비난한다. 바로 그때 인접국이자 적대국인 노르웨이의 포틴 브라스 2세가 덴마크를 침공한다. 햄릿이 적군저지에 곧바로 나서지 않고, 우물주물하자 레어티스는 총사령관이 되어 앞장서 노르웨이 군에 맞서 전쟁터로 나간다. 햄릿의 아들 햄릿 주니어는 일찍이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문학과 예술 쪽에 더 관심을 두고 자라났으나, 부친 햄릿의 강권으로 무관직을 택했기에, 햄릿과 오필리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에서 레어티스와 함께 출전한다. 그러나 레어티스와 햄릿 주니어는 전쟁터에서 전사한다. 다행히 덴마크 군이 승리를 했기에, 햄릿은 레어티스 일파의 여하한 저지나 방해도 없이 클로디어스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햄릿은 비로소 회의에 빠진다. 자신이 바라고 선택한 희극적 결말이 어쩌면 비극적 결말보다 더 비극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무대는 천정에 주렁주렁 매단 수많은 해골바가지가 극장을 들어서는 관객의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든다. 암흑 속에 부분조명으로 출연자들의 얼굴이나, 반신상, 또는 꼭두각시극 인형들이 부각되고, 배경 인접한 곳에 마련한 1m 높이의 단과 그 앞에 놓인 계단에 차례로 선 노년의 클로디어스, 중년의 햄릿의 얼굴에 흐릿한 조명이 투사되고, 가끔 클로디어스의 군모와 선 그라스를 쓴 모습에서 낯이 익음을 느끼게 되고, 그를 시해한 인물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광대들의 꼭두 극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상체를 노출한 무희의 춤이 뇌쇄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효과음인 천둥번개와 전쟁포화소리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가 하면, 배경음악 역시 극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암흑을 최대한 유지한 조명효과와 함께 극을 공포 환상 극으로 몰아간다.
박기륭이 중년의 햄릿, 레어티스 이성원, 오동욱이 햄릿 주니어, 이희영이 오필리어, 이병수가 클로디어스, 무희 소리 이은경, 앙상블 허병필, 김은수, 김나연, 신재완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으로 관객을 공포 환상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 홍지연, 조명 공홍표, 조연출 고성주 유지민 박지원 등 스텝진의 노력과 열정이 잘 드러나, 드림시어터 컴퍼니와 닷 팩토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정형석 재창작·연출의 <어둠 속의 햄릿>을 연출력이 감지되는 한편의 걸작 공포 환상 극으로 창출시켰다.
3월 10일
2, 극단 브레드히트 사무엘바게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단추 재창작 연출의 <짐승가(Song of beast)>
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브레드히트 사무엘바게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단추 재창작 연출의 <짐승가(Song of beast)>를 관람했다.
박단추(본명 박재민)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무대미술가 겸 감독 겸 연출가다. 뮤지컬 <한 여름 밤을 꿈>, <방귀대장 뿡뿡이>, <한여름 밤의 악몽>, <이솝 빌리지>, <더플레이 X>,연극 <불면증>, 단편영화 <데쓰페라도’>를 감독했다.
짐승가(Song of beast)는 햄릿을 변형시킨 공연이다. 400년 전의 덴마크 왕국이 아니라 현대의 우리나라로 시대를 옮기고, 무대도 궁궐이 아니라 도축장으로 변경 설정했다. 이 도축장은 가축 도살보다는 권력자에게 항거하는 자들을 처리하는 시설로 사용되고, 이 도축장이 번성하자 관권개입과 이권쟁탈의 싸움터로 변한다.
도축장 회장의 아들 햄릿은 소년에 정박아인 것으로 보이고 내성적인 인물로 설정된다. 어느 날 최고 권력자의 정부가 이 도축장에 끌려와 살해당하기 직전, 그녀의 미모가 도축장 회장의 아우의 눈에 들어,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회장의 아우는 형으로부터 인간적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폭행까지 당하며 지내다가 참을 수 없어 급기야 형을 살해한다. 그리고 회장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서 이리로 끌려온 최고 권력자의 정부에게 손을 내밀어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새 회장과 권력자의 정부와의 정사장면은 관객의 숨소리 하나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장면에 몰입시킨다.
햄릿, 이 연극에서는 해인이라는 이름이지만, 소심하고 외부에 성격을 드러내지 않다가 서서히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버지인 전회장의 죽음을 촬영한 실내 촬영 장비, 이미 지워버렸지만, 장비의 복원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새 회장이 레어티즈와 호레이쇼를 1인으로 설정한 강상구라는 인물에게 해인의 동태를 살피도록 명하고, 강상구가 해인의 동태를 살피려 등장하지만, 해인은 자신보다 연상인 강상구를 형이라 부르며 신뢰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축장 지배인 격인 폴로니우스 한동식, 그의 딸 오필리어 한수민이 등장해 해인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피려 들지만, 햄릿 해인은 광기까지 보이며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한 한동식을 살해하고. 그의 딸 한수인 마저 죽음의 길을 택하도록 만든다.
불꽃같은 정사장면을 벌이던 새 회장과 최고 권력자의 정부도 관계가 제대로 이어지지를 않는다. 정부는 이 도축장을 자신의 수중에 넣을 속셈인 것으로 알려지고, 도축장 쟁탈을 위해 새 회장을 독살하기에 이른다. 해인 역시 독약으로 죽음을 당하게 되고, 마침 이때 정부를 도축장으로 데려온 최고 권력자의 비서가 등장하면서 아직도 정부가 살아있음을 알고, 정부에게 스스로 죽도록 명한다. 그러나 비서관은 독이 든 줄을 모르고 술을 마신 후 쓰러진다. 정부는 스스로 독배를 들고 숨을 거둔다. 대단원에서 강상구 혼자 남아 해인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이 비극적 현장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창출하고, 음악 또한 관객의 감성을 부추기는 열정적인 음악과 조명의 정열적 색상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해설자를 등장시켜 극의 도입부터의 해설과 장면전환마다 해설이 이어지고 대단원에서 해설로 마무리가 된다.
김숙인, 고혜란, 김일권, 이재학, 배준성, 강현식, 정제우, 윤주희, 정종현, 홍성기, 김효인, 김하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기술 수퍼바이저 이광룡, 무대 김용석, 영상 Jued Chun, 음향 박미리, 조연출 박정현 등 기술징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소극장 혜화당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극단 브레드히트 사무엘바게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단추 재창작 연출의 <짐승가(Song of beast)>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월 20일
3,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세환 재창작 연출의 <헛소동>
소극장 혜화당에서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의 셰익스피어 원작, 김세환 재창작 연출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을 관람했다.
김세환(1979~)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연출이자 연기스터디 한걸음 대표다. 연출작품으로는 <헛소동>, <몽타주>, <존 레논을 위하여>,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은 1993년 케네스 브라나(Kenneth Branagh)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고, 케네스 브래너(베네딕 역), 마이클 키튼(도그베리 역), 로버트 숀 레오나드(클로디오 역), 키아누 리브스(돈 존 역)가 출연했다. 영화라기보다는 한편으 연극을 보는 듯싶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2013년에 조스 웨던(Joss Whedon) 감독 각본으로 제작된 동명 영화는 클락 그레그, 나단 필리온, 애슐리 존슨, 에이미 엑커, 리키 린드 홈, 숀 마허, 알렉시스 데니소프, 리드 다이아몬드가 출연하고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 초연으로는 2007년 6월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이 북촌창우극장에서 남육현 연출로 공연한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은 맹봉학, 박병욱, 정봉훈, 김재훈, 오동규, <font color=blue>백광두,</font> 손대방, 장정식, 황성대, 이규섭,김경진, 남택민, 김성희, 송인경, 김고운, 윤사비나, 고경아, 이은혜, 문 진, 서선미 등이 출연해 호연을 보였고, 무대 김정훈, 의상 김인옥, 음악 백승훈, 안무 이윤석 윤사비나 등의 스텝진의 기량도 기억에 남는다.
같은 해 9월 충북대학교 개신문화원에서 배상민 연출로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이 영어연극으로 공연된 바가 있다.
2011년 찰스 빌리어스 스탠포드Charles Villiers Stanford0의 4막 오페라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을 오페라로 작곡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대부분 비극이지만 코믹한 작품으로 ‘활스타프'(Fallstaff)와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이 있다. 베를리오즈의 ‘베아티르스와 베네딕트'(Béatrice et Bénédict: Beatrice and Benedick)는 ‘헛소동’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이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챨스 빌리어스 스탠포드(1852-1924)도 ‘헛소동’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가급적이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충실하게 표현한 오페라이다. 대본은 줄리안 스터기스(Julian Sturgis)가 썼다. 1901년 5월 30일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초연에서 베네딕트 역은 미국 출신의 유명한 바리톤인 데이빗 비스팸(David Bispham)이 맡았고 베아트리스 역은 마리 브레마(Marie Brema)가 맡았으며 헤로 역은 수잔느 애덤스(Suzanne Adams), 클라우디오 역은 존 코츠(John Coates)가 맡았다. 이렇듯 ‘헛소동’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진짜 주인공들은 베네딕트와 베아트리스일 것이다. 오늘날 ‘헛소동’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지만 1964년에 옥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리바이벌한 것이 그중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Much Ado About Nothing을 ‘헛소동’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소동을 벌인다.”라는 뜻이다.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내용은 전쟁에서 승리하여 말을 타고 돌아온 아라곤의 영주 돈 페르도와 귀족인 클로디오, 베네딕 등 의기양양한 사나이들이 메사나 공작인 레오나토의 집에 머물면서 시작된다. 레오나토에게는 딸 히어로와 조카 베아트리체가 있는데, 베아트리체는 신랄하고도 톡톡 튀는 재담을 잘하는 여인으로 유독 베네딕과 입씨름을 자주 벌인다. 그녀는 남자들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여 남성들을 멀리해오고 있었고, 베네딕도 자신은 총각으로 살 것이라 말하는 독신주의자였다. 주변 사람들은 이 둘을 엮어 주기 위해 서로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거짓 소문을 말하고, 이에 넘어간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한편, 히어로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클로디오는 영주의 도움으로 히어로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사악한 돈 존의 모함으로 히어로는 다른 남자와 밀회한다는 오해를 사게 되어, 클로디오와 영주로부터 모멸을 받고 결혼은 취소된다. 히어로의 결백을 밝히려는 레오나토와 프란시스는 히어로가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보라키오의 범죄행각을 엿들은 하인들에 의해 모두 돈 존의 음모였음이 밝혀지며 클로디오와 히어로, 베네딕과 베아트리체 두 쌍 모두 결혼을 하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이번 연극은 노래와 무용이 곁들어진 친 대중적인 공연이다. 시대도 현대로 설정을 하고 출연자들의 의상도 현대식 복장을 착용한다. 활기찬 무용과 기타반주와 노래,
무기도 칼과 창 대신에 권총을 사용하고, 영주와 쌍둥이로 설정된 영주의 아우는 1인 2역으로 얼굴에 검은 점을 붙여 다른 인물로 변화를 준다. 의자 등의 소도구 사용도 재치 있게 처리되고, 환기를 위한 통풍구 역할을 하는 창문의 사용 등 연출력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송대중, 양신지, 정연주, 종희영, 이지혜, 문동렬, 서한샘, 서상현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율동과 노래는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극을 친 대중적인 공연으로 이끌어 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내면서 소극장 혜화당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세환 재창작 연출의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을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3월 26일
4, 극단 물속에서책읽기, 유수미 각색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소극장 혜화당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유수미 각색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을 관람했다.
연출을 한 유수미는 중앙대학교 의상학과 출신으로 극단 서울공장에서 연출 겸 배우로 활약하고, 현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 대표이다.2006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수상하고, 연출작으로는 <도시녀의 칠거지악(2006)>, <도화원 청춘기>,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2011)>, <목욕탕집 세남자>(2014), <프눌과의 전쟁>(2015)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의 정확한 집필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간의 관계나 몇 가지 주변적 상황을 통해 1595년에서 1596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작품들 간의 연관성 측면에서 볼 때 <한여름 밤의 꿈>은 그 스토리를 역시 1595년에서 1596년 사이의 집필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많은 부분 빌려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직공들이 공작의 혼례 축하용으로 공연하는 <피라머스와 시스비>이야기는 두 가문의 단절, 그로 인한 두 젊은 남녀가 겪는 사랑의 난관, 시간차로 인한 오해 때문에 벌어지는 자살 등과 같은 비극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체 스토리와 거의 유사하다. 심지어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젊은 남녀의 사랑과 도피라는 <한여름 밤의 꿈>의 전반적인 스토리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 차이는 <한여름 밤의 꿈>은 희극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라는 점이다. <한여름 밤의 꿈>의 극중극인 <피라머스와 시스비> 자체는 비극이기는 하지만, 무식한 아테네 직공들이 벌이는 공연이 우스꽝스럽게 진행되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희극에 가깝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관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단편적임을 깨닫고, 유사한 내용인 <한여름 밤의 꿈>을 집필함으로써 이성과 감성 그리고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보다 성숙한 세계를 그리고자 했다는 주장이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한 직후에 쓰였다는 점 역시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학자들은 이러한 순차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주변적 상황을 통해 집필 연대를 추정하는 대표적인 예는, <한여름 밤의 꿈>이 결혼 축하극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극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친분이 깊은 실제 유명 인사의 결혼식 축하용으로 쓰였다는 주장이다. 가령, 1595년 1월 더비 백작(Earl of Derby)과 엘리자베스 비어(Elizabeth Vere)의 결혼, 또는 1596년 2월 토머스 버클리(Thomas Berkeley)와 엘리자베스 커리(Elizabeth Carey)의 결혼 등이 이 작품의 제작 연대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사건들이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한여름 밤의 꿈>은 대체로 1595년에서 1596년 사이에 쓰여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벤자민 브리튼(Britten, Edward Benjami, 1913~1976)이 1960년에 작곡한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은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은 대본을 브리튼 자신과 동료인 피터 피어스(Peter Pearce)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오페라에서 작곡가가 대본까지 함께 만든다면 그보다 이상적인 것은 없다. 피터 피어스는 <한여름 밤의 꿈>의 초연에서 리산더의 역할을 직접 맡기까지 했다. <한여름 밤의 꿈>의 대본은 실로 오리지널 텍스트를 변형하지 않은 채 트리밍 한 것이어서 줄거리에 손상이 있거나 주인공들의 상황이 바뀌어 진 것은 없다. ‘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다양한 신분, 계급, 종족의 인간들과 초자연적인 망령, 마녀, 요정 등이 등장한다.
원작에는 세 가지의 이질적인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궁전의 세계와 서민의 세계, 그리고 요정의 세계이다. 이 3가지 세계가 연극 속에 혼연일체가 되도 있는데, 이번 소극장 혜화당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는 서민들의 세계가 주를 이룬다. 서민 중에도 비천한 직공들이다. 이 직공들이 지배자의 결혼축하용으로 연극 <피라머스와 티스비>를 준비하고, 그 연습과정과 연습에서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단원에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 내용이다. 연출을 한 유수미의 친 대중적인 각색과 서민취향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해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최 한, 이승구, 이수연, 손흥민, 박하경, 김민중, 박기륭, 이미형, 안소영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성격창출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고 희극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음악 김은정, 안무 구시연, 무대 의상 시래 (우지숙 우지영), 소품 이은주, 조연출 김연수, 협찬 구구공간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유수미 각색 연출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