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4월 공연총평
4월에는 모진 겨울을 이겨낸 꽃망울이 피어나듯 서울연극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지역예선, 그리고 국공립극단과 각 극단의 활발한 공연활동이 이어졌다. 4월에 공연된 우수작을 평하고,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대회 경선 참가작 평, 그리고 소극장 혜화당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을 평하고, 끝으로 고 김의경 선생님께 드리는 고별사를 첨가한다.
1, 중국국가화극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루오다준 각색 왕시아오잉 연출의 <리차드 3세>
명동예술극장에서 중국국가화극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루오다준(罗大军) 각색, 왕시아오잉 (王晓鹰) 연출의 <리차드 3세(理查三世)>를 관람했다.
각색을 한 류오다준(罗大军)은 국가 1급 극작가, 문화부 우수 전문가, 국가화극원 원장보좌, 국가 화극원 동방 영상문화유한공사 이사, 베이징 연극협회 이사, 국가무대예술정품공정 전문가 심사위원, 중국연극문학학회 회원이다.
왕시아오잉 (王晓鹰)은 중국국가화극원 부원장, 중국 연극인협회 부주석, 연출학 박사, 국가 1급 연출,
연출작 <두보> <떠나다> <복생> <리차드 3세> <깊은 화상> <제인 에어> <코펜하겐> <크루서블> <쇼팽> <1977> <황야와 사람> <패왕가행> <눈 먼 도시> 등
저서로는 <연출예술이론> <가정성(假定性)에서 시적 이미지까지> <연극 연출에서 가정성(假定性)>이 있다.
필자가 최초로 관람한 <리차드 3세>는 1965년 고대극회는 개교 60주년 기념공연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여석기 번역, 김경옥 연출의 <리처드 Ⅲ세>다. 1965년 5월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조연출에 유길촌, 진행에 독고중훈, 무대감독에 정병식, 무대고안에 조동화, 음악에 김종삼, 효과에 심재훈, 조명에 고천산과 정성환, 의상에 임연빈․ 김경미 ․홍석인 ․이공임, 분장에 전예출, 소품에 황태연, 홍보에 최창봉과 이수열 등이다.
캐스트로는 리치몬드 역 최상현, 리처드Ⅲ 역 김성옥, 에드워드Ⅳ 역 조성현, 에드워드 세자 역 이종화, 클라렌스 역 홍계일, 버킹감 공작 역 나영세, 노포크 역 강신홍, 리버스 역 김상진, 도오셋트 역 강경심, 그레이 역 전덕현, 옥스퍼드 역 오정석, 헤스팅스 역 유용환, 스탄리 역 박규채, 케이스비 역 노의용, 터버트 역 노신영, 제임스 역 권영민, 브레큰 베리 역 노재성, 엘리자베스 역 여운계, 마가렛 역 김청조, 요오크 공작부인 역 김진희, 앤 역 손숙, 프렌테지넷트 역 정문희, 이외 교우 및 재학생 다수가 출연해 열연한 것이 현재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1995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리처드 3세가 이태주 번역, 김철리 연출로 공연되었고 복잡했던 무대장치가 기억에 남는다.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한태숙 연출의 리처드 3세는 거대한 액자 속에 움직이는 그림 같은 느낌의 연극으로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는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에서 원어극 리처드 3세를 국립극장 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했다.
연출은 조영창 (배화여대 교수)가 맡아 기량을 발취했다.
출연진(CAST)은 리처드3세: 신겸수(경기대 교수), 엘리자베스 왕비: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버킹엄: 신웅재(광운대 교수), 에드워드4세: 안병대(한양여대 교수), 앤: 김현주(숙명여대 교수), 헤이스팅스: 조영학(경기대 교수), 클라렌스: 이용관(수원대 교수), 요크공작부인: 임도현(서울시립대 교수), 마가렛왕비: 김경옥(백석대 교수), 래트클리프: 남장현(인하공전 교수), 티렐: 방승희(동국대 교수) 그 외의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으로 감동을 받았다.
제작진 (STAFF)은 무대감독: 강경호(경기대 교수), 음향오퍼: 김자은(배화여대 영어통번역학과), 조명오퍼: 윤영유(한국전력기술인협회), 자막: 고영선(배화여대 영어통번역학과), 분장: 윤영란, 이지현(강릉원주대 대학원), 무대장치 디자인: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의상 디자인: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포스터 디자인: 강수진(한양여대 교육환경센타 연구원), 박초롱(한양여대 교육환경센타 조교) 등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영화로는 1995년에 제작된 리처드 론크레인 (Richard Loncraine) 감독의 영화 리처드 3세(Richard III)가 기억에 남는다.
이언 맥켈런(Ian McKellen)이 리처드 3세, 아네트 베닝(Annette Bening)이 엘리자베스 왕비(Queen Elizabeth),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Kristin Scott Thomas)가 레이디 앤(Lady Anne), 짐 브로드벤트(Jim Broadbent)가 버킹햄(Buckingham),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가 리버스(Rivers), 매기 스미스(Maggie Smith)..가 요크 공작부인(Duchess of York), 나이젤 호손(Nigel Hawthorne)이 클라렌스(Clarence), 짐 카터(Jim Carter)가 헤이스팅스(Hastings), 도니믹 웨스트(Dominic West)가 리치몬드(Richmond), 존 우드(John Wood)가 에드워드 왕(King Edward)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여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1455~1485년까지 영국 시민전쟁은 왕의 암살로 끝이 난다. 전쟁에서 승리한 요오크카의 맏이 에드워드(King Edward)는 왕위에 오르고 모두가 이를 축하하지만 에드워드의 막내 동생 리차드 글로스터(Richard III)는 에드워드 왕권에 불만을 품는다. 리처드는 볼품없이 못생긴 얼굴과 말라비틀어진 듯 옴추려든 왼팔, 곱사 등을 가진 신체적 불구자이다. 하지만 그는 세기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탁월한 리더쉽, 유머감각으로 모든 열등감을 뛰어넘은 카리스마적 인물이다.
그의 피해 의식은 세상을 악으로 지배하고야 말겠다는 정권욕으로 바뀐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는 모두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야했고 마음에 두고 있던 앤(Lady Anne)을 얻기 위해 시민전쟁 동안 앤의 남편을 처참히 죽인다. 리차드는 남편의 영안실에서 오열을 토하고있는 앤을 달콤한 유혹으로 자신의 아내로 맞게 된다.
리차드는 자신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계획을 세운다. 맨처음 희생자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걸림돌로 여기는 큰 형 클러랜스(Clarence)를 탑에 가두어버린다. 클러랜스를 탑에서 풀어주라는 에드워드 왕의 명령을 중간에서 가로챈 후 자신의 심복 타이렛(Tyrrel)을 시켜 살해해 버린다. 이 충격으로 왕 에드워드는 운명을 맞게 된다.
리처드는 어린 승계자 웨일즈 왕자(Prince of Wales)와 웨일즈의 동생도 탑에 가두어 살해한 후 호민관의 지위에 오른다. 그런 다음 카리스마적인 리처드를 추앙하는 무리들에 의해 ‘리처드 3세’로 추대된다. 그러나 새로운 왕, 리처드 3세에 반대하는 세력은 점점 더 거세게 밀려오고 리처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해 그녀의 딸(Princess Elizabeth)과 결혼하려 하나 자신과 숙명의 대결자 헨리 리치몬드(Richmond)에게 빼앗기고 만다. 결국 리처드는 헨리 리치몬드가 이끄는 군대에 도전을 받아 추락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역사적으로는 리처드 3세는 1483년부터 1485년 장미전쟁으로 불리는 영국 왕위계승 전쟁에서 패해 사망하기까지 2년 간 영국을 통치했다. 영국 역사가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중세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그는 웨일스의 보즈워스 전투 중에 사망했는데 영국 왕이 전투에서 사망한 마지막 사례이다. 흰 장미를 표식으로 삼은 요크 왕가의 리처드 3세와의 왕위 쟁탈전에서 승리한 랭커스터 왕가는 후에 붉은 장미를 표식으로 삼았다. 리처드 3세의 뒤를 이어 랭커스터 왕가의 헨리 7세가 튜더 왕조를 열었다.
리처드 3세는 튜더 왕조가 들어선 이후 형과 조카, 부인마저 서슴지 않고 살해하는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셰익스피어가 일조를 했다. 그는 리처드 3세를 그의 회곡에서 영국 왕 중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의 하나로 기록했다.
많은 역사가들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그의 조카인 에드워드 5세를 죽인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늘날 영국에선 그가 에드워드 5세를 유폐만 시켰을 뿐이고 폭군의 이미지는 승자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3세는 관도 없이 교회에 매장됐으며 교회가 뒤에 없어져 왕의 무덤은 찾을 수 없었다.그는 튜더 왕조 때 활동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리처드 3세” 희곡을 통해 어린 조카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악독한 꼽추 왕으로 그려졌고 이후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식됐다.그러나 그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그의 악명이 과장됐으며 계몽 군주의 면모를 갖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2013년 오랜 세월 땅속에 유폐되었던 그의 무덤이 발견되고, 그의 무덤을 옮기는 이장의 날의 행사는 장례식이 아니라 재매장식으로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리처드 왕의 후손이 아닌 먼 친척인 엘리자베스 2세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아들 에드워드 왕자의 부인으로 며느리인 웨섹스 백작부인 소피를 보냈다. 왕의 유골은 오크 관 속에 모셔졌다. 특히 이 관은 레스터의 학자들이 유골의 DNA 조사를 통해 행방을 알게 된 17대 후손이 만들었다. 이 남성 후손은 캐나다에서 목수로 살고 있었다. 까마득한 선조의 관을 그의 후손이 직접 만든 것도 극적인 사실이라 하겠다.
중국국가화극원의 내한공연 루오다준(罗大军) 각색, 왕시아오잉 (王晓鹰) 연출의 <리차드 3세(理查三世)>의 무대는 중앙에 붉은 현판을 의자위에 걸쳐놓고 현판에 리처드 3세(Richard III)라는 영문과 理查三世라는 한문글씨가 보인다. 공연이 시작되면 출연자가 현판과 의자를 무대 밖으로 내간다. 배경 앞에 수많은 새로운 형태의 한문글자를 쓴 여러 폭의 병풍을 세우고, 그 양 옆으로 풍경을 그린 검은 휘장을 드리워 놓았다. 장면변화에 따라 병풍은 붉은 피가 흘러내리도록 변화를 주고, 대단원에는 그 피 흐름이 여러 개의 줄로 나타난다. 무대 좌우에 복잡한 문양이 들어간 원형기둥을 세우고, 어좌와 옥좌 그리고 탁자와 의자를 출연진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한다. 글씨나 문양이 들어간 기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대북, 소북, 징을 비롯한 각종 타악기 연주석이 있고 연주자가 시종일관 등장해 악기 연주를 하고 출연진과 대사를 주고받는다. 웅장한 음악과 음향효과는 녹음으로 처리한다. 출연진은 가면을 쓰고 일인 다역으로 등장하고, 맥베스에서처럼 이 공연에는 여성출연진에게 마녀 마스크와 복장을 입혀 리처드에게 예언을 하는 장면을 첨가해 흥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연극의 1막 1장에 주인공이 등장해 “나는 기형이고, 미완성이고, 반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너무 일찍이 이 생동하는 세계로 보내져, 쩔뚝거리고 추한 나의 모습에, 곁에만 지나가면 개들도 짖는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는, 사랑하는 자가 될 수 없기에,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And therefore, since I cannot prove a lover, To entertain these fair well-spoken days, 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And hate the idle pleasures of these days.)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라는 대사는 이 연극에 자주 등장하고, 그리고 또 자주 쓰이는 대사로는 “말을 다오, 말을 다오. 말을 가져오면 내 왕국을 주리라(A horse, A horse, My Kingdom for a horse.)”라는 대사도 대단원에서 반복해 사용되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이 대사를 글씨로 써서 대단원에 무대 앞에 세워놓는다.
장동규(張東雨), 터송옌(塗松岩), 티엔쟁(田征), 쉬나난(余南南), 장이에팡(張譯方), 장신(張), 리예(李曄), 장지용(張志勇), 카이징차오(蔡景超), 리지안펭(李建鵬), 왕리푸(王力夫), 창디(常塡) 왕지아난(王佳男) 등의 출연진은 중국 고전극과 현대극은 물론 고유의 경극 분위기를 융합한 연기와 무예, 그리고 곡예로 호연과 열연, 성격창출을 해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리우케통, 조명디자인 리우지안종, 의상디자인 펭딩후앙, 분장 가면디자인 센미아오, 영문 한자디자인 수빙, 음악디자인 타악연주 왕지아난 등 스텝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중국국가화극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루오다준(罗大军) 각색, 왕시아오잉 (王晓鹰) 연출의 <리차드 3세(理查三世)>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3일
2,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총출동 공연 오세혁 작 연출 <늙은 소년들의 왕국>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총출동 공연 오세혁 작 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을 관람했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늙은 소년들의 왕국>의 무대는 배경 가까이 여러 개의 계단으로 오르는 단을 놓고, 배경 좌우 통로와 극장 출입구가 등퇴장 로로 사용된다. 무대 상수 쪽에 이젤과 캔버스를 놓고 여성화가가 등장해 공연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두 딸에게 배신당해 광야를 해매는 리어왕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주인공인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무사수업의 길에 올라, 노숙자들로 가득 찬 서울역 광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 어울리도록 만들고, 노숙자들 속에서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었다.
노숙자(露宿者) 또는 노숙인은 주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 역사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빈민 계급을 말한다.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홈리스(the homeless)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실직상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노숙자(노숙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역이나 지하도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식적 용어는 ‘부랑인’이었다.
노숙자가 된 원인은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 개 개인이 노숙자가 되는 과정은, 질병 및 사고 등에 따른 노동력의 손상, 가출이나 이혼 같은 가정문제, 실업과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에 따른 사회 안정망의 부재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노숙자라고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여성이 노숙자 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실직 남성 노숙자와 조금 달리하는데, 실업 상태의 남성은 사회-경제적 안전망의 부재가 중심 화두라면 여성의 경우에는 가족 관계 안에서의 발생하는 가정 폭력 등 가부장적 가족 구조 속에서 갖는 여성의 지위 및 가족(주로 남편)에게 예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과 단절이 되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기능 수행의 부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양육이라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숙인의 규모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구조조정 등으로 갑작스럽게 노숙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1999년 2월에 6,300 명, 2001년 6월 경에는 전국에 6,364 명, 2004년 12월에는 4,900 명으로 조사되었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주거취약계층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거리노숙인은 2,689명, 부랑인 시설 이용 인구(현재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랑인이라는 용어는 폐기됐으며 “노숙인 등”으로 통일되었다)8,160명, 노숙인 쉼터 이용 인구 2,636명, 응급잠자리 이용 인구 508명으로 조사됐으며 그 외 쪽방, 여인숙, 여관,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유형별 주거취약계층 인구를 모두 합하면 총 261,038명으로 파악되었다.
<늙은 소년들의 왕국>에서 리어왕과 돈키호테가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자들과 생활한다는 것에는, 신분의 고하나, 학문의 깊이와 관계없이, 노년에 접어들면, 노숙자가 아니라도, 길거리를 방황하게 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탑골공원근처에 운집해 있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도처에 노인들이 모여들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전혀 타인의 모습 같지가 않다.
이 연극에서 두 주인공이 노숙자들 틈에 끼어있는 백성이라는 한 소년을 감싸는 모습은, 지하철 노인 석에 앉은 노인들이, 젊은 어머니가 데리고 탄 어린이를 보는 순간, 무표정하던 모습에서 미소가 번지고,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건네는 모습과 동일하다.
연극에서는 각종 종교단체나 자선단체가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장면도 낯이 익은 장면이다. 그리고 노숙자들에게 다가서는 각 정당의 정치초년생들이나,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인물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연극에서 시위대의 구호도 한결 같은 정부 시책에 반하거나 야당의 구호와 마찬가지라서 낯 선문구가 아니다. 연극 후반에 두 노인 노숙자를 찾는 딸들의 목적이 효성 심 보다는 금전과 연관된 것도 현 세태를 제대로 반영한 듯싶다.
물론 수구 꼴통 모습의 두 주인공이, 소년 백성만 감싸는 모습에, 노숙자들이 반감과 반기를 들게 되고, 백성을 납치해 감금하고, 폭력까지 휘두르니, 리어왕과 돈키호테는 사력을 다해, 백성을 구해낸다.
연극의 도입에,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가 모든 출연자들이 원형의 동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한 가운데에서 열창하는 모습이라든가, 안경을 쓴 남성노숙자가 춤추듯 팬터마임을 하듯 시종일관 손발을 흔들며 노숙자들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라든가,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리어왕의 모습, 그리고 대단원에서 마포포대를 덮고 쓰러져 있는 노숙자들에게 꽃을 끼얹는 장면 등은 기억에 남는다.
권경민, 유원경, 장요훈, 김호준, 황지하, 주민호, 김성관, 김보은, 오소영, 이중길, 서대흥, 전지선, 이효선, 서정빈, 조대원, 이봉하, 김수웅, 김춘식, 이빛나, 정은지, 정해성, 김수정, 오희진, 김상민, 양진우, 조 흥, 최현미, 신정은,우현용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극장의 비좁음을 느끼게 한다.
작편곡 음악감독 박기태, 조명디자인 노명준, 조연출 조명오퍼 김기일, 음향오퍼 임 산, 포스터 보통현상 김 솔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오세혁 작/연출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을 한편의 시사성이 높은 문제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7일
3, 서울시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태주 번역, 오세혁 각색, 김광보 연출의 <헨리 4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태주 번역, 오세혁 각색, 김광보 연출의 <헨리 4세(Part1&Part2 왕자와 폴스타프)>를 관람했다.
번역을 한 이태주(1934~) 교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美 하와이대 및 조지타운대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단국대학교 영문과 교수 및 학과장과 연극영화과 교수 및 학과장을 지냈으며,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 및 한국연극학회 회장, 국립극장 운영위원, 국제 연극평론가협회(IATC) 집행위원 겸 아시아-태평양 지역센터 위원장, 한국 예술의 전당 이사, 서울시극단 단장 등을 지내며, 각종 연극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리 연극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울문화예술 평론상, 국무총리 표창, 국민훈장, 제3회 PAF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이웃사람 셰익스피어』(범우사, 2007), 『충격과 방황의 한국연극』(현대미학사, 1999),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단국대 출판부, 1983) 외, 역서로는 『키친』(아놀드 웨스커, 범우사, 2008), 『한여름 밤의 꿈』(셰익스피어, 범우사, 2008), 『햄릿』(셰익스피어, 범우사, 2009) 외 다수가 있다.
각색을 한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연출을 한 김광보는 신임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2016 이해랑 연극상,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6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분야 1위 등을 수상한 우수 연출가다.
김광보가 부산시립극단의 새로운 수석연출로 부임하여 첫 선을 보인 것이 제37회 정기공연인 셰익스피어의 사극〈헨리 4세〉(2010. 3. 10-13,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였다.
<헨리 4세 제 1부>는 이제 막 왕이 된 헨리 4세의 연설로 시작된다. 헨리 4세가 리처드 2세를 죽임으로써 새로운 왕이 된다. 반란을 일으켜서 왕이 된 것이다. 이에 정통성에 대한 위기를 느낀 헨리 4세는 전쟁터가 되었던 조국을 다시 평화롭게 만들어야 된다며 귀족들에 연설을 한다. 그러나 헨리 4세의 앞길은 마냥 순탄치만은 못하다. 그의 아들이자 다음 왕이 될 헨리 왕자 할은 늘 상 술집에서 망나니 같은 폴스타프와 어울려 지낸다. 헨리 4세의 왕위찬탈을 도운 노섬버랜드(Northumberland) 백작과 그의 동생 우스터(Worcester) 백작, 그리고 노섬버랜드의 아들 헨리 퍼시(속칭 ‘핫스퍼 Hotspur’)는 헨리 4세에 불만을 품고 스코트랜드의 글랜다워(Glendower)와 반란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헨리 4세는 핫스퍼와 자신의 아들 할을 비교하면서 핫스퍼가 자신의 아들이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하며 헨리 왕자를 비난한다. 한편 후에 헨리 5세가 될 할은 술집에서 폴스타프와 어울리며 왕자답지 못한 행동을 벌인다. 할은 그저 생각 없이 폴스타프를 골리며 술을 마시고 서민과 어울리는 둥, 헨리 4세의 걱정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우스터 백작과 핫스퍼의 반란이 일어나자 할은 비로소 왕자다운 모습을 보이며 핫스퍼를 죽이고, 반란을 진압하는 것으로 <헨리 4세 제 1부>는 막을 내린다.
극의 제목은 <헨리 4세>지만, 극의 주인공은 사실상 미래의 헨리 5세가 될 할과 폴스타프 그리고 할에게 정면으로 대립하는 핫스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핫스퍼는 헨리 왕자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셰익스피어는 일부러 이 둘을 대립시키기 위하여 나이를 같게 만들고, 헨리 4세의 대사를 통하여 이 둘을 비교하며 공교롭게도 이 둘의 이름은 둘 다 ‘헨리’로 일치한다.
핫스퍼는 극이 시작될 당시 그는 이미 헨리 4세를 도운 공신 중 하나이며 스코틀랜드의 적을 쳐부순 국민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는 반란을 통하여 극의 마지막에는 할에게 살해당함으로써 완전히 몰락하는 비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극중 장면을 통하여 핫스퍼의 내면의 문제를 그려낸다. 극중 장면에서 핫스퍼가 여러 영주들에게 반란을 도모하자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영주들의 답장은 그 계획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 이에 핫스퍼는 그들을 저주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끝내 준비되지도 않는 반란을 실행하고 패망한다. 셰익스피어는 핫스퍼 자신의 내면의 ‘자만’이라는 힘에 의하여 몰락하게 되는 것으로 그려냈다.
헨리 왕자인 할은 극이 시작할 당시 그는 폴스타프란 인물과 어울리면서 그를 골탕 먹이는 짓만 벌이는 등 사실상 극의 주된 이야기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극이 진행될 수 록 점차 폴스타프와 술집을 멀리하면서 결국 반란이 일어나자 진정한 왕자로써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후에 <헨리 4세 제 2부>에선 그가 왕이 되며, <헨리 5세>에서 그는 아쟁쿠르 전투에서 빛나는 승리를 쟁취한다.
<헨리 4세 제 1부>에선 할과 핫스퍼 못 지 않은 인물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폴스타프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지은 희곡들 중에서 가장 유쾌한 인물로써 폴스타프를 마음에 들어 했던 엘리자베스 1세는 셰익스피어로 하여금 폴스타프가 등장하는 또 다른 희곡을 지으란 명령을 내렸고, 이에 셰익스피어는 <헨리 4세 제 1부> 이후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이란 작품에 또 등장하게 된다. 폴스타프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다. 할의 외관 묘사에 따르면 술통과 같이 거대한 배를 지녔으며, 실제로 그는 몸집이 크고 비만한 기사다. 늘 호언장담을 하며 허풍을 치지만, 극중 순례자를 약탈하자는 제안을 할에게 하는 등 야비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며, 핫스퍼의 반란에선 상대와 칼싸움을 하기도 전에 죽는 시늉을 하는 등 겁쟁이 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할이 죽인 핫스퍼의 시신을 칼로 찔러 확인한 것을 자신이 직접 죽였다고 허풍을 떠는 등 유쾌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 그와 할의 언행은 <헨리 4세 제 1부>에서 모든 희극적인 요소를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술집에 거주하는 인물이며, 할의 절친한 친구이다. 그는 헨리를 할이란 애칭으로 부르며 가까이 한다. 할 또한 비록 언행은 짓궂지만 폴스타프를 가까이하며 폴스타프가 죽은 체를 하였을 때도 그를 애도하는 등 진정으로 그를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할과 폴스타프의 관계는 할이 점차 헨리 5세로 성장함에 따라 멀어진다. 폴스타프가 비록 부도덕을 상징하는 인물이기에 후에 <헨리 4세 2부>에선 이 둘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무대는 망사막에 다양한 문양과 문자의 영상을 투사해 마치 미디어 아트 전시장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여러 개의 가리개 같은 차단막을 좌우와 상하로 이동시키고, 배경 가까이에 다섯 자 높이의 단과 그 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고, 단 위에는 어좌를 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광대들이 로봇 같은 동작으로 등장해 타악기를 두드리며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극의 해설도 한다. 광대는 중간 휴식 이후에 그리고 연극이 말미에 등장해 고별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아동극이나 친 대중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술집장면에 등장하는 서민들, 궁중에서 귀족들의 모습, 전쟁장면에서의 군사대결을 통해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동선활용, 그리고 대사전달이 뚜렷하고, 여성출연자들의 열연과 호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이창직, 강신구, 김신기, 최나라, 이지연, 박정복, 황성대, 박기덕, 구도균, 이원희, 김두봉, 김수아, 나석민, 조아라, 송철호, 전운종, 이정주, 박세기, 정보연, 허 진, 이세영, 박진호, 호효훈, 장석환, 정유진, 한정훈, 유원준, 박 현 등 출연자 전원의 제대로 된 성격창출과 호연은 서울시극단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케 한다.
미술감독 박동우, 무대 및 영상 정재진, 조명 이동진, 의상 김지연,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안무 금배섭, 음악 정한솔, 무술 이국호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서울시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이태주 번역, 오세혁 각색, 김광보 연출의 <헨리 4세(Part1&Part2 왕자와 폴스타프)>를 아동극 같으면서도 친 대중적이고 예술성이 갖춰진 독특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월 11일
4,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근삼 작, 서충식 연출의 <국물 있사옵니다>.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근삼 작, 서충식 연출의 <국물 있사옵니다.>를 관람했다.
이근삼(1929~2003) 선생은 평안남도 평양시 대찰리 145번지에서 출생하였으며 혜화전문학교(현재 동국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육사교관과 서울대에서의 교편생활을 거쳐 1957년 미국 노오스 캐롤라이나 대학원에 유학하였고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2003년 11월 28일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하였다.
이근삼 선생은 기존의 사실주의적인 극작술에 반기를 들고 비상식적 인물과 소극적(笑劇的) 요소의 도입을 통해 연극적 재미를 추구하고 다양한 형식실험을 가미한 작품을 집필했다.
주요 작품으로 <원고지>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하였다. 대표작으로 <원고지>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거룩한 직업> <위대한 실종> <국물 있사옵니다.> <유랑극단> <데모스테스의 재판> <30일간의 야유회> <아벨만의 재판> <게사니> <향교의 손님> <막차 탄 동기동창> <이성계의 부동산> 등이 있다.
서충식은 배우이자 연출가로 스페인 마드리드 연극예술학교(Real Escuela Superior De Arte Dramatico Y Danza De Madrid)와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용인대 연극과, 동국대 영연과 출강, 이화여대, 수원대, 한양대 무용과 출강, 서울예전 연극과 겸임교수, 현재 한예종 부교수다.
출연작으로는 『M 버터플라이』앙헬 가르시아 모레노 연출(스페인), TV시리즈『Tango』(스페인), 영화『선데이@서울』(오명훈 연출) 등이 있다.
연출작으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색시공, 먼지아기, 마주보기 아주 낯선 곳에서, 계산기, 코끼리 사원에 모이다, 갈매기, 거짓말 같은, 그리도 당신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는다는 큰 두려움,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야기 한상 차려주소, 시라노, 강철여인의 거울, 또옥 똑, 누구십니까, 집도 절도, 최종면접, 죽음, 혹은 아님, 록사느를 위한 발라드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출가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적 방법을 도입해 집필한 작품이다.
서사극의 특징으로 주인공 상범이 극중 인물과 해설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관객이 일정한 거리감을 갖고 관극을 하도록 해 사건을 객관적,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작품은 1960년대 산업 사회의 대두와 더불어 고조되기 시작한 출세주의와 배금주의 풍조를 신랄하게 묘사한 본격적인 서사극이다. ‘국물도 없다.’는 말을 반어적으로 활용한 제목의 이 작품은, 애초에는 소심하지만 성실하던 주인공 김상범이 출세의 방법에 눈을 뜨게 되자, 차츰 대담해져 남을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인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주변의 등장인물들의 행위에서도 이른바 ‘국물 처세술’이 다각도로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산업 사회의 산물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욕망 충족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비정하고 동물적인 인간상을 제시한다.
무대는 삼면 벽 전체를 여러 개의 높고 낮은 계단 조형물로 가득 채우고, 무대 안쪽에 거실 같은 공간, 그리고 무대 좌우에 공간을 만들어 주인공의 방과 사무실, 그리고 호텔의 로비 등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객석과 가까운 무대 앞으로 내려올 수 있는 단도 만들어 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의 해설과 희극적 동작으로 시작되고, 1960년대 자주 듣거나 부르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출연자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당시에는 파격적이던 남녀관계나 불륜관계의 설정이었지만, 최근에는 예사롭게 공연에 펼쳐지는 경우가 많고, 수렵행위를 목적으로 한 엽총의 용도도 인명살상용으로 그것도 출세지향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박완규, 유순웅, 이선주, 유연수, 김정호, 이종무, 김희창, 박지아, 임영준, 우정원, 황선화 등 출연진의 호연와 열연은 국립극단의 발전적 성장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1966년 명동국립극장에서 극단 민중극장의 양광남 교수 연출의 초연을 관람했는데, 당시 나옥주, 최명수, 이정실, 박근형, 김혜자, 이일웅 등이 출연하고, 무대장치는 장종선, 조명은 고천산 선생이 맡아서 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정진수 교수 연출로 재연되었고, 이번 공연까지이지만, 연출가나 출연진의 발전적 성장이 자랑스럽고 고맙게 느껴진다.
드라마 투르기 김옥란, 무대 박동우, 조명 이현지, 의상 임예진, 음악감독 박소연, 소품 김상희, 분장 최유정, 동작구성 남긍호, 화술지도 김선애, 무대디자인보 이서림, 무대감독 문원섭, 조연출 이은주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활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이근삼 작, 서충식 연출의 <국물 있사옵니다.>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우수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4월 15일
5, 예술의전당의 아서 밀러 원작, 고연옥 윤색, 한태숙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고연옥 각색, 한태숙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을 관람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그렸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부합된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Arthur Miller)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1970년대 연세대학교에서 공연한 이영후 연출과 박정국 주연의 공연, 1978년 현대극장의 표재순 연출과 이순재 주연의 공연, 극단 실험극장의 1980년 윤호진 연출과 김동훈 주연의 공연, 1993년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정일성 연출과 최불암 주연의 공연, 2004년 권오일 연출과 이호재 주연의 공연, 2015년 (주)선아트컴퍼니의 김명곤 대본·연출, 김성노 협력연출의 <아버지> 등이 기억에 남는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 원작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지 잘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을 큰아들 비프와 막내 해피에게 주입시키며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윌리 로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이 지낸다. 그래도 윌리는 비프와 해피를 사랑하고 비프와 해피는 윌리를 존경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들 비프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려 사업을 해보겠다며 친구를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다. 게다가 아버지 윌리는 30여 년 동안이나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향후 윌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죽은 형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족은 그러한 윌리의 혼자 중얼거림에 놀라고,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윌리는 과거에 수학시험에 낙제점수를 받은 장남 비프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며, 출장 중인 자신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을 아들에게 들켰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윌리는 그로부터 아들 비프의 만사 의욕상실과 또래들에게서의 뒤처짐이, 아버지인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만, 양심은 못내 괴롭다.
대단원에서 윌리는 비프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확인시키려고, 비프와 화해한 후 그 날 밤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각색을 한 고연옥은 1994년 부산MBC아동문학대상 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꿈이라면 좋았겠지>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시사월간지의 기자로, 방송국 시사프로 구성작가로 일했다. 2000년 결혼 후 서울로 이사하였고, 2001년 청송보호감호소의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룬 <인류 최초의 키스>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올해의 우수희곡에 선정되었다.2003년,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의 단면과 죽음의 의미를 짚은 <웃어라 무덤아>가 역시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3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선정되었다. 2006년에는 극단 배우세상, 박근형 연출로, 제도권에서 일탈해 있다는 이유로 강간치사사건의 주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 <일주일>이, 극단 제이티컬쳐, 문삼화 연출로 한 하급장교를 통해 계급과 구조 속에 자아를 상실해 가는 군대 구성원들에 대한 <백중사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키스>, <일주일>, <백중사 이야기> 세 작품에 대해 ‘사회극 삼부작’, 혹은 ‘남성 삼부작’이라고 회자되었다. 2007년, 현대사회 공간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다룬 <발자국 안에서>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서울연극제에 출품되어 대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고연옥의 첫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연극과 인간)가 출판되었다.
작품으로는 <주인이 오셨다> <지하생활자들> <연서> <내 이름은 강> <칼집 속에 아버지> <단테의 신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는 형제다>를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한태숙은 <하나코>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안티고네> <장화홍련> <아워 타운> <오이디푸스> <있었다> <유리동물원> <서안화차> <꼽추 리차드 3세> <배장화 배홍련>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광해유감> <네바다로 간다> <짐> <도살장의 시간> <맹목>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1999년 한국연급협회 주최 ‘우수공연 베스트5’ 연출상. 영화연극상. <나운규>, 2001년 <배장화 배홍련>, ‘우수공연 베스트 5’ 2004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미술상. 김상열연극상 ‘평론가 베스트 5’, ‘우수공연 베스트3’ 등 예술의 전당 정통연극시리즈 <꼽추, 리차드 3세> 2005년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고양이 늪>, 한국여자연출가협회상, 제1회 여성연극인협회상, 우수공연 베스트 7, 평론가 베스트3, 김상열 연극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물리의 대표다.
무대는 이층구조의 주택이다. 외벽은 없고 지붕도 완만한 경사의 굵은 기둥이다. 이층은 두 개의 침대가 놓이고, 아들 형제의 방으로 사용된다. 계단으로 내려오면 아래층이고, 계단 옆에 냉장고, 조리대, 조리대 옆 식기가 얹혀있는 칸이 있이 있어 부엌으로 사용된다. 부엌 옆은 부모의 침실이다. 침실 뒤 쪽으로 들어가는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잠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거실 중앙에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집 오른편에는 지붕보다 훨씬 높은 키의 나무가 서있고, 나무 옆으로 해서 골목이 있어 집 밖으로 통한다.
무대 정면과 무대 양쪽에는 건물의 벽처럼 보이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어 1부 마지막 장면에 그 벽들이 무대 안쪽으로 좁혀들고, 1부에는 그 벽이 좁혀진 상태로 공연되는데, 벽의 문이 열리면, 상수 쪽 공간은 식당 주점 겸용으로 사용되고, 하수 쪽 벽의 공간은 호텔의 1실로 사용된다.
부분 조명으로 장면변화와 극적 분위기, 주인공의 의식변화를 연출해 내고, 1부와 2부는 망사막을 내리고 중간 휴식을 취한다.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내가면서 장면전환에 대처한다. 미식축구 공과 체육복과 장신구, 전화기, 녹음기, 가방 등이 소품으로 적절하게 사용되고, 백발분장은 도료로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출연자들의 의상에도 공을 들인 게 드러나고, 주인공 형의 정글 탐험가 복장과 지팡이는 기억에 남는다. 음향효과도 적절하게 사용되면서 대단원에서 관객을 충격으로 몰아가는 위력을 발휘한다. 각색자가 주인공의 형인 벤 로만을 부각시키고, 연출이 1부 마지막 장면에서 벤 로만이 벽채의 중간에 팔다리를 벌리고 선채 굉음과 함께 정면으로 이동전진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유승락, 민경은, 이화정, 이형훈, 최주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열연은 마치 경연장 같은 느낌이지만, 협연과도 같은 완벽한 극적 조화를 이루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강태경 드라마터그, 박동우 무대디자인, 김창기 조명디자인, 김우성 의상디자인, 백지영 분장디자인, 지미 세르(Jimmy Sert) 음악감독, 금배섭 안무, 김상희 소품디자인, 김장연 영상디자인, 윤대선 기술감독, 송민경 무대감독, 이보만 조명, 한국란 음향, 강소희 근종천 조연출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 제작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고연옥 각색, 한태숙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탁월한 연출력과 출중한 연기자들의 기량이 드러난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20일
6, 극단 수의 이강백 작, 구태환 연출의 <황색여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秀의 이강백 작, 구태환 연출의 <황색여관>을 관람했다.
이강백은 대한민국의 극작가이다. 1947년 12월 1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크리스찬 아카데미 문화부장을 지냈다. 이후 한양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사 및 객원 교수,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작품은 등단작인 <다섯>을 비롯하여 <알>, <셋>, <파수꾼>, <내마> 등 등단 초기 발표한 작품들과 <북어대가리><족보>, <통 굴리기> <호모 세파라투스>, <쥬라기의 사람들>, <불 지른 남자>, <마르고 닳도록><결혼>, <보석과 여인>, <개뿔>, <영자와 진택>, <영월행 일기>, <느낌, 극락 같은> <봄날> <여우사냥> <황색여관>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구태환은 극단 수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국립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다. <나생문> <아일랜드> <북어대가리> <심판> <마땅한 대책도 없이> <친정엄마> <이름을 찾습니다> <러브이즈매직> <벚꽃동산> <선물> <친정엄마와 2박 3일> <기막힌 사내들> <휘가로의 결혼> <전설의 달밤> <삽 아니면 도끼> <달의 목소리>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2005 <나생문>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 <이름을 찾습니다> 거창연극제 대상작, 희곡상, 여자연기상 수상, 2007 <심판>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07 BEST3, 2008 <고곤의 선물>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황색여관>의 황색과 관련된 연구 자료를 소개하면, 노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큰 이상을 갖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내어 자기 실현을 꾀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정신적 모험으로 끝난다. 실행보다 이론이나 사고를 좋아하며 사랑보다는 이해를 추구한다. 성공을 지향하며 아주 사교적이고, 사람들로부터 인기도 좋다. 정서적 욕구가 강하지만 그것보다는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하기 원한다. 유머감각에서는 풍부함 또는 형편없음의 극단적 형태를 나타낸다. 두뇌형의 사람들이 노란색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끔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노란색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정신분열 증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황색(yellow)과 관련해 황색신문(yellow paper)이나, 황색언론(黃色言論, yellow journalism)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흥미본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띠는 언론매체의 색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간의 불건전한 감정을 자극하는 범죄, 괴기사건, 성적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 보도하는 언론매체의 경향이 황색으로 표현된다. 공익보다는 선정성에 입각해 기사를 작성하고, 사실관계 파악에는 소홀하다. 현재 몇 개의 일간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이런 경향을 띄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황색여관>은 숙박업소의 일종이다. 2011년 현재 전국의 호텔과 콘도미니엄의 수는 893, 전통호텔과 호스텔의 수는 71, 관광호텔은 644, 그 외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펜션이 산재해 있다.
러브호텔이라는 명명이 있듯이 호텔은 불륜의 온상이고, 성매매의 산실이기도 하다. 지난해 간통죄의 폐지에서 보듯 대한민국도 성적 개방의 풍조가 열리는 듯싶다.
연극 <황색여관>은 바로 성적 본능, 흥미본위, 선정적인 내용, 괴기사건을 열거하고, 평소 남의 단점을 찾아내기에는 능하지만, 장점을 찾아내는 데에는 인색한 우리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져, 젊은 투숙객과 나이든 투숙객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벌이는 싸움에다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색을 탐하는 남정네들의 본능을 덧붙여 노소가 함께 파멸로 이르는 과정을 그려냈다.
무대는 여관의 거실이다. 정면 중앙에 좌우로 연결된 세 자 높이의 단이 있고, 그 단을 통해 이층 객실로 연결된다. 단 위 중앙에 여관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 바로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와 덮개가 있어 세 자매의 방으로 사용된다. 식사시간에는 식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식기를 들여오고 내간다. 소품으로 식칼이 사용되고, 절단한 종이 분쇄 물을 허공에 뿌리기도 한다.
<황색여관>은 세자매가 운영을 한다. 이 여관에 숙박을 한 사람은 모두 죽어나간다는 설정이고, 세 자매 중 막내가 이런 현실이 지긋지긋해 탈출하려 하지만, 아침까지 투숙객중 1인의 생존자가 있을 경우에는, 언니들이 <황색여관>의 소유권을 막내에게 주겠다는 제의에, 막내는 함께 떠나려던 주방장과 함께 하루만 더 머물러, 하던 손님 접대와 치다꺼리를 계속하기로 한다. 그리고 투숙객을 정중히 모시고 관리하지만, 노소 투숙객의 다툼이 일상처럼 계속되고 성매매 여인들을 두고 노소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막내의 노심초사에도 불구하고, 투숙객이 차례로 전원 사망하니, 막내는 주방장과 함께 하루를 더 머물러 반드시 생존자를 남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 현, 황세원, 조하영, 조유미, 이요성, 이승현, 조연호, 김승환, 김태훈, 한윤춘, 노상원, 김성철, 김대현, 심민정, 이 현, 나성우, 조익현, 김민재, 김다연, 장영철, 홍승만, 박재만, 손성현, 서준모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이 제대로 드러나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노현열, 예술감독 하병훈, 무대미술 임일진, 음악 김태근, 조명 영상디자인 한원균, 드라마트루기 표원섭, 타악지도 최영진, 분장 임영희, 사진 그래픽 김 솔, 기획 홍보 story P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秀의 이강백 작, 구태환 연출의 <황색여관>을 엽기적이고 희극적인 친 대중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1일
7,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앨런 베넷 원작, 여지현 이인수 역, 김태형 연출의 <히스토리 보이즈>
삼성동 백제예술대학 백암아트홀에서 노네임씨어터의 앨런 베넷(Alan Bennett) 원작, 여지현 이인수 번역, 김태형 연출의 <히스토리 보이즈(The History Boys)>를 관람했다.
백암아트홀(관장 박귀재)은 아름다운 건물, 첨단시설, 국립극장보다 편안한 객석, 편리한 교통으로 해서 관객이 선호하는 극장이다.
앨런 베넷(Alan Bennett, 1934~)은 극작가이며 소설가이자 배우다. 익살스럽고 통렬한 문체와 이야기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다. 1934년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옥스퍼드에서 연극배우로도 활동했으며, 수년간 중세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1963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더들리 무어, 피터 쿡, 조너선 밀러와 함께 공동으로 극본을 쓰고 출연한 시사풍자극 <변두리를 넘어서(Beyond the Fringe)>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더들리 무어, 조나단 밀러, 피터 쿡과 함께 출연하였다. 이후 이 작품은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되었다. 또한 <내 아버지는 로이드 죠지를 알고 있다(My Father Knew Lloyd George)>에도 출연하였다. TV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On the Margin, 1966>에도 출연하였다.
베넷의 첫 번째 연극 작품은 <40세에 이르러(Forty Years On), 1968>를 제작하였다. 베넷은 영화,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 연극, 소설, 논픽션 드라마 등의 작품을 썼고, 배우로도 활동을 하였다.
1970년 말에 LWT TV 드라마에 출연하였고, 1980년 초에는 BBC TV 드라마에 출연하였다. 1987년 <Talking Heads>시리즈는 후에 연극으로 1992년 런던의 코미디 씨어터에서 공연되었다.
1994년에 연극 <죠지 3세의 광란(The Madness of George III), 1991>은 <죠지 왕의 광란(The Madness of King George)>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이 영화는 4개의 아카데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연출을 한 김태형은 과학고 카이스트를 다녔다. 김태형의 별명은 똘똘이 스머프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공부뿐이었던 똘똘이는 카이스트 입학이 결정된 과학고 2학년 겨울방학, 남들 공부할 때 띵까띵까 연극반에서 놀다가 무대와의 화학반응을 체험한다. 그 뜨거움을 잊지 못하고 결국 카이스트 3학년 때 자퇴를 결심한다. 그리고 연극의 길로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해 연출을 전공한다.
김태형은 <모범생들> <연애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족오락관> <옥탑방고양이(초연)> <오월엔 결혼할 거야(초연)> <봄작가, 겨울무대 1,2,3회> <아가사>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 <두결한장> <로기수> <대학로 디바> <카포네 트릴로지>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쇼케이스> <히스토리 보이즈> 등을 연출해 독특한 기량을 발휘한다. 김태형은 발전적 앞날이 예견되는 연출가임에 틀림이 없고, 이번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그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다.
<히스토리 보이즈(The History Boys)>는 2005년 3개의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베스트 연극상과 베스트 남우주연상(리차드 그리피츠), 베스트 연출상(니콜스 하이트너)을 수상하였고, 크리틱스 서클 시어터 어워드상과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에서 베스트 남우주연상과 베스트 연극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6개의 토니 어워드 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 영화화되었다.
2004년에 발표된 <히스토리 보이즈>는 앨런 베넷의 학창시절을 기억하며 쓴 자전적 작품으로 1980년대 초반 영국 북부 요 크셔 지역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 Cutler`s Grammar School을 배경으로 한다. 서민가정 출신의 똑똑하지만 다듬어지지 않는 여덟 명의 대학입시 준비반 학생들은 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에 지원하고 이들을 지도하는 세 명의 교사의 이야기가 학교장의 동태와 함께 펼쳐진다.
자신만의 교육법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독려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은 생각하고 토론하는 힘을 키우며 성장한다. 앨런 베넷의 <히스토리 보이즈>는 전형적인 영국의 학교 교육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 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대영제국의 팽창기에 학교교육을 그린 희곡이나 소설은 영국문학의 독특한 장르로 취급된다. 대영제국의 관리에 필요한 젊은 인재의 육성에 목적을 둔 기숙학교의 교육제도를 기본으로 그려낸 당시의 희곡의 배경 역시 기숙학교이다. 주로 영국의 통치이념 또는 상위문화 즉, 심신이 강건한 기독교인, 애국심, 팀 스포츠, 공정함, 복종심, 소속감 등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된다. 학교는 이처럼 상위문화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기관이지만 하위문화의 주체인 학생들이 공존하면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상위문화와 하위문화의 충돌이 생긴다. <히스토리 보이즈> 역시 1980년대의 주된 정치이념, 경쟁심, 애국심, 다문화주의 등을 묘사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동성애 같은 성 정체성 의 문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루는 등 <히스토리 보이즈>는 상위문화와 하위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변화하는 시류를 앨런 베넷의 희곡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교장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옥스브리지’ 합격자 수와 학교의 능력이 비례한다고 보는 교장은 결국 학생들의 입시 지도를 도와줄 옥스퍼드 출신의 새로운 교사 ‘어윈’을 영입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어윈’은 젊고, 냉소적이며, 실용적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역사’를 비틀고 덧칠하고 뒤집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낭만적인 문학교사 ‘헥터’는 새 교사의 가치관이 못마땅하다. 고전을 즐겨 인용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진리와 인생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 헥터는 의식이 깨어있고 자유분방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학생들도 태워준다.
정반대되는 세계관을 가진 문학교사 헥터와 역사교사 어윈 사이에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헥터는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 알프레드 에드워드 하우스만 (Alfred Edward Hausman) 의 말을 인용해 “모든 지식은 인간에게 유용하든 유용하지 않든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문학은 패배자들의 것”이라든가 “시에 나오는 건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도 학생들은 헥터의 가르침을 받아 카프카와 사르트르, W.H. 오든(Wystan Hugh Auden) 등을 자유롭게 인용하며 논다. 반면 어윈은 “종교개혁 직전 교육에 대한 답안지를 쓸 땐 예수의 음경 표피 같은 웃기는 농담을 먼저 던져라” 라고 가르치는 등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요령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이 연극에서는 동성애가 대두된다. 학생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교사도 대상이 된다. 교장은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명문대에 대거 합격시키기 위해, 낭만적인 문학교사를 해임시키겠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학생들의 실망이 커지고, 문학교사 헥터는 자포자기의 심정에 쌓인다. 결국 대학입시가 들이닥치면서 공연은 종반에 이른다.
장면이 바뀌면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전원 합격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고, 해임될 줄 알았던 문학교사 헥터는 그대로 교사직을 계속하게 되지만 역사교사 어윈은 타교로 전임발령이 난 것으로 소개가 된다. 종장은 헥터가 어윈을 모처럼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결국 헥터는 죽고, 어윈은 크게 다쳐 휠체어 신세가 되는 것으로 소개가 되고, 대단원에서 교장과 교사 그리고 학생들이 상복차림으로 헥터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교실이다. 정면에 책장과 칠판이 있고, 무대 좌우에 책상과 의자를 배치했다. 무대 중앙에도 긴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칠판이 천정으로 상승하면, 그 공간에 문양과 영상이 투사되고, 유명 영화의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영사막으로 사용되던 벽면을 좌우로 이동시키면 붉은 벽돌로 된 극장 벽면이 드러나고, 학교 뒤쪽 교정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대 하수 쪽에는 건반악기가 있고, 악기 뒤로 희랍신화의 남성나신 석고상을 세워놓았다. 학생들이 건반악기 연주와 함께 독창과 합창을 하며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합동으로 무용을 펼치기도 한다.
최용민, 선종남, 김병희, 오대석, 곽지숙, 박은석, 이태구, 심희섭, 손승원, 이강우, 오정택, 윤지온, 이휘종, 김바다, 이동혁 등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연과 성격창출이 제대로 공연에 드러나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터그 이인수, 편곡 배미령, 무대 여신동, 조명 촤보윤, 영상 정병목, 영상 음향감독 윤민철, 의상 이주희, 분장 헤어디자인 김남선, 무감 김태연, 기획 한해영, 소품 장경숙, 제작 이수민, 프로덕션 매니저 이수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앨런 베넷(Alan Bennett) 원작, 여지현 이인수 번역, 김태형 연출의 <히스토리 보이즈(The History Boys)>를 한편의 명화 같은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23일
8,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영수 작, 윤광진 연출의 <혈맥>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영수 작, 윤광진 연출의 <혈맥(血脈)>을 관람했다.
김영수(金永壽 1911~1977)는 극작가 겸 소설가로 서울 출생이다.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영문과를 중퇴하고 <조선일보> 학예부기자, 어린이신문 주간 등을 지냈다. 이해랑(李海浪)·김동원(金東園) 등과 1933년 도쿄[東京]에서 학생예술극장(學生藝術劇場)을 조직했고, 34년 신춘문예에 희곡 <광풍(狂風)> <동맥(動脈)>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어 동양극장(東洋劇場)에서 극작생활을 시작하였다. 작품세계는 비극적 세태를 사실적 기법으로 대담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깊은 관심은 한국 근대연극사에서 뚜렷한 환경극작가가 되게 하였다. 38년 소설 <소복(素服)>이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소설도 쓰게 되었다. 작품으로는 <총(銃, 1940)> <단층(斷層, 1940)> <정열지대(情熱地帶, 1946)> <돼지(1950)> 등이 있고, 희곡집으로 <혈맥(血脈, 1949)>이 있다. 그의 초기 작품 경향은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였으나, 후기에는 대중성이 강하였다. 희곡 <혈맥>은 그의 대표작으로 이념이 다른 부자간의 갈등을 그렸으며, 제 1 회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후 임영웅 연출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와 전세권 연출의 방송극 <거북이>를 집필해 성공을 거두었다.
혈맥의 초연은 1948년 1월 극단 신청년(新靑年)이 박진(朴珍)의 연출로 문교부 주최의 제1회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동도극장에서 공연하였고, 1949년에 재 공연되었다.
혈맥은 1963년 한양영화사(漢陽映畫社)에서 김수용(金洙容)이 감독하고, 김승호, 황정순, 신영균, 김지미, 신성일, 엄앵란이 출연해, 제3회 대종상과 제1회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연극 <혈맥>은 끊이지 않고 공연되었고, 각 극단에서의 공연 뿐 아니라, 학생극으로도 여려 차례 공연되었다.
윤광진(1954~)은 서강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 바버라 대학원 출신이고, 우리극 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뮤지컬 연극학과 교수다.
1994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2007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2013 김상열 연극상, 한국연극대상을 수상한 우수한 연출가다. <아메리칸 환갑> <못생긴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 <그림자 아이> <츄림스크에서의 지난여름> <황금용> <리어왕> 등 연출작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했다.
혈맥의 원작은 3막 4장으로 구성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직후인 1947년, 당시 서울의 외곽 지대이던 성북동의 방공호(防空壕) 세대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세 개의 방공호 주민들과 그 인근 주민들로, 광복 직후의 혼란기를 살아가던 도시 빈민들이다.
특히 세 개의 방공호 중 두 곳의 주민이 월남한 피난민과 일제 징용에서 돌아온 동포라는 점은 이 작품이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세 방공호의 주민들은 공통된 소망이 있다. 그것은 ‘거지 움막 같은 이 땅굴생활’을 하루바삐 면해보자는 것이다. 깡통을 두드려 대야나 두레박, 그리고 남포 등을 만드는 것으로 생업을 삼는 깡통영감의 후처 옥매(玉梅)는 전처소생인 복순(福順)을 기생으로 집어넣음으로써 땅굴생활을 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처가 죽은 뒤 혼자 거북이를 키워온 털보영감은 거북이를 미군부대 고용원으로 보냄으로써 땅굴생활을 청산하려고 한다. 방공호에 사는 인물 중 원칠은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받은 인물이지만, 땅굴생활을 면할 대책은커녕 병든 형수에게 약 한 첩 지어줄 힘조차 없다. 그는 지나치게 큰 꿈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로, 담배 목판을 메고 나가 나날의 생계를 해결하는 현실적 생활인인 형 원팔과 매사에 불화를 빚는다.
작품의 말미에서 거북이와 복순은 공장 직공이 되기 위하여 각각 아버지·어머니의 눈을 피하여 가출한다. 이들의 가출을 두고 옥매와 털보영감은 길길이 뛰지만, 깡통영감은 젊은 것들이 새 세계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위안한다.
한편, 현실과 이상의 갈등으로 대립하던 원팔과 원칠은 원팔의 아내 한 씨의 죽음을 계기로 화해에 이르게 된다.
이상의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세태와 인정의 기미를 나타내는 데 주력하였으나, 그것을 넘어서 삶의 진실을 형상화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무대는 하수 쪽 배경 가까이 전봇대가 기웃 둥한 모습으로 서있는 게 눈에 띈다. 배경 가까이에 있는 통로는 상수 쪽으로 오르는 언덕길이다, 이 통로는 하수 쪽에서 오른 쪽으로 향한 내리막길 통로와도 연결되고, 내리막길 끝에는 계단이 있어. 언덕 아래 방공호를 집 삼아 기거하는 움막집의 마당과 연결되어있다. 움막집으로 들어가려면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움집은 세 가구로 나뉘어져 있고, 움집 앞마당에는 깡통으로 대야나 두레박 남포 같을 걸 만드는 장비가 놓이고, 바로 옆에 술동이가 놓여있다. 그 오른쪽에 평상형태의 조형물이 놓이고, 맨 오른쪽에는 풍로와 솥, 냄비 같은 취사도구가 놓여있다. 장면전환에 따라 맨 위쪽 언덕길 전봇대 옆에 천막이 가설되고, 천막 안에서 음주를 한다. 해방 직후의 세태를 반영하듯 메밀묵 사라는 소리와 함께 묵장사가 묵 그릇을 머리에 이고 지나가고, 등장인물들의 하는 일을 통해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감지할 수 있다. 대단원에는 수레에 시신을 싣고 영구타령을 부르며 언덕길로 퇴장하면, 도시개발의 굉음 속에 움막집은 사라져 간다.
연극은 도입에 흑색정장을 한 미모의 여성해설자의 해설에서 시작된다. 해설자는 장면변화마다 등장해 해설을 하고, 중간에는 극중의 한 배역을 맡아서 호연을 보이고, 대단원에 다시 해설자로 등장해 극을 마무리 짓는다. 깡통을 주어다 연장이나 기구를 만들어 파는 인물, 그의 후처는 함경도 아낙이라 또순이 사투리를 제대로 사용하면서 전실 자식인 딸에게 성깔을 부리고, 의붓딸을 소리꾼을 만들어 요정으로 내보내려 든다. 맨 오른쪽 움막집에 사는 나이든 홀아비는 아들과 살지만, 아들 장가보내기 보다는 매파가 소개해 준 젊은 아낙에게 회가 동해, 만사 제쳐두고 젊은 아낙을 집으로 데려다 첫날밤을 치른다. 그런데 다음날 그의 모습이 한물간 표정이다. 젊은 여인은 상황을 살피다가 홀아비의 모아놓은 돈 자루를 들고 도망쳐버린다. 이 극에서 복선으로 홀아비의 아들은 깡통연장 만드는 집 딸을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 집 딸도 홀아비 집 아들을 좋아한다. 두 사람은 의붓어미가 소리를 가르쳐 자신을 요정에 내보내려 하니, 홀아비 집 아들과 새 삶을 찾아 도망쳐버린다. 가운데 움집에서 아들 둘에게 의지하고 사는 과수댁은 찬송가를 부르는 게 일상인 듯싶다. 과수댁 두 아들 중 한명은 목판에 담배를 담아 장사를 하고, 아우는 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인물이라 이상주의자 행세를 하며, 경제력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병상의 형수에게 약 한 첩 지어주지 못하니, 형제간의 다툼이 끊이지를 않는다. 아우의 깔끔한 모습 때문인지 주점여인의 구애를 받기도 하지만, 그 여인을 받아들일 능력은 없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래서인지 아우는 움막집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설현장 노동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현장으로 간다. 그러나 얼마 후 아우는 낙상해 다리를 다치고 동료 노동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한다. 그 모습을 본 형이 아우를 부등켜 안아준다. 홀아비는 잃은 돈 자루와 여인의 행방을 찾으며, 집나간 아들을 찾는다. 그러나 동리사람들은 홀아비 아들이 이웃 집 딸과 함께 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 외에는, 아들이나 돈 자루를 들고 뺑소니를 친 여인을 찾지는 못한다. 오랜 병석에 누워있던 가운데 움막집 형의 아낙이 죽는다. 마을사람들이 상여대신 수레에 시신을 싣고 영구타령과 함께 퇴장하면, 극중 홀아비의 젊은 아낙 역을 했던 여성해설자가 다시 검은색 정장으로 등장하고, 지역개발에 따른 움막집을 철거하는 기계음이 펼쳐지면서, 해설자가 움막집이 이제는 자취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해설가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장두이, 이호성, 조영선, 조용태, 김용선, 이영석, 전국향, 곽수정, 황연희, 최광일, 문욱일, 백익남, 김혜영, 문현정, 정현철, 이기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2시간 반 동안의 공연에 관객을 몰입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남성출연자들의 호연이 볼거리이지만, 김용선, 전국향, 곽수정, 황연희 등 여성 출연자들의 호연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 이태섭, 조명 조인곤, 의상 이윤정, 소품 이경표, 분장 이동민, 음악 미스미 신이치, 움직임 이경은, 드라마트루크 이재민, 방언지도 백경윤, 음향 유옥선, 조연출 박홍근, 조연출보 정혜진 그 외의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김영수 작, 윤광진 연출의 <혈맥(血脈)>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4일
9,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의 박경란 작, 박경란 이민형 연출, 이윤택 자문연출의 <베를린에서 온 편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의 박경란 작 박경란 이민형 연출 이윤택 자문연출의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관람했다.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는 65~75세 연령의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극단이다. 2013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정식으로 공연활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간호사 및 광부 파독(大韓民國의看護師및鑛夫派獨)은 한독근로자채용협정(韓獨勤勞者採用協定 (Anwerbeabkommen zwisch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und Südkorea)을 통해서 대한민국에서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일이다. 광부와 간호사가 보낸 외화는 대한민국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서부 베를린 시장은 빌리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였고, 1960년대 초 박 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 영수 여사의 베를린 방문과 파독광부와 간호사 상봉은 세계 뉴스 1위 감이었다. 박대통령 내외가 접한 독일경제부흥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인 강의 기적은 본보기가 되어 향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시금석이 된다.
독일로 떠난 간호사들은 당시 한국에서 중등학교까지는 마친 이십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한국여성으로는 낮은 학력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독일의 병원에서 맡았던 업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간호사의 전문적인 일인 검사 보조, 수치 관리, 주사 놓기, 의사 따라 회진하기 만은 아니었다. 병실 청소, 환자 용변 돕기, 변기 청소, 환자 씻기기와 이동 보조, 배식, 약 먹이기 같은 간병인의 역할, 또 간호사 식사 준비와 병원에 있는 수녀들을 돕는 일이 주어졌다.
독일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출신 국, 나이, 성별, 직업 능력, 결혼 여부, 자녀 여부, 종교, 외모까지 다양한 항목을 꼼꼼히 따졌다. 한인 간호여성의 경우에 ‘미혼이고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간호 인력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이미 결혼했고 아이가 있던 여성도 간호사로 독일에 갔다.
간호 노동자로 독일 땅을 밟았던 여성들 중 많은 수는 이주자로서 자신들의 노동과 삶을 병원이나 동네에서 “대우 받고 살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수건이든 옷이든 필요하면 달라고 해서 받았고, “아주 당당하게 살았다”. 자신들은 독일 사회가 필요로 해서 “밥 먹여주고 돈 주고 기숙사 주면서 데려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일로 떠난 간호여성 중 1/3은 3년 후 귀국했고, 1/3을 독일을 거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나머지 1/3이 독일에 남아 오늘날 독일 거주 한인이주 1세대 여성이 되었다.
박경란 작가 겸 연출은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근무했다. 2007년 남편이 독일 현지 회사에 취업하면서 독일로 이주했다. 틈틈이 한국 언론에 기고하는 등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해온 박 씨는 2012년 독일에 사는 한인들의 소소한 일상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의 흔적을 담은 ‘나는 독일 맥주보다 한국 사람이 좋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500명의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극대본을 썼다고 한다. 현재 44세로 교회 집사이며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류작가다.
무대는 배경에 자막을 투사해 장면을 알리는 문구와 1960년대를 전후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비행기 탑승 장면이 당시 유행했던 문주란의 가요와 함께 시작된다. 영상에는 세계지도에 서울에서 베를린까지의 비행기 노선이 표시되고, 계속해 분단 독일 중 서부독일 쪽의 베를린 시가지 모습, 병원장면 등이 투사된다.
무대 좌우 벽면에 차단막을 세우고, 그 사이로 등퇴장을 한다. 시골집 장면은 초가지붕과 쪽마루가 놓인 집의 앞부분이 바퀴달린 단에 놓여 무대로 들여오거나 내가고, 병원 환자용 침상 역시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내간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인 파독간호사 집에 트렁크가 하나 배달이 된다. 이 트렁크는 주인공이 독일에 도착했을 당시 분실했던 물건이다. 50년이 지나 분실물이 주인을 찾아왔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트렁크 안에서 옷가지와 함께 편지봉투가 나온다. 주인공이 편지를 읽기 시작하면, 배경에 내용이 자막으로 투사된다.
“사랑하는 딸, 현자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독일이겄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딸, 너무 힘드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심이 찌져진다. 오메, 이년아 돈 벌라고 밥은 절대 굶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같이 살자.”
장면전환이 되면 배경에 투사된 자막과 함께 반세기 전 독일 현장에 도착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김천과 순천에서 온 미혼녀, 인천에서 온 두 명의 자식을 둔 기혼녀 등이 예쁜 한복차림으로 고향이야기를 맛깔스런 방언으로 시작하면, 트렁크를 잃은 주인공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허둥지둥 등장한다.
병원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심부전증으로 일시 기절한 환자를 두고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가 법석을 떨며 의료 기구를 가져오라고 한인 간호사에게 지시를 하지만, 그걸 알아들을 리 없으니, 한인 간호사는 기절한 환자에게 다가가 인공호흡을 시킨다.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가 놀라며 얼떨떨해 하는데, 환자는 인공호흡으로 해서 기적적으로 깨어난다.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객석의 우레
와 같은 박수 속에 장면전환이 된다.
파독 광부 한명이 간호사를 찾아와 구애를 한다. 광부와 간호사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벌어지지만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주인공 간호사에게 독일의사가 구애하는 장면도 벌어진다. 두 사람도 결혼을 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난다.
대단원에서는 주인공의 딸이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딸에게 편지를 써준다, 50년전 주인공이 어머니로부터 받는 편지내용과 같다.
“사랑하는 딸, 마리아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대한민국이겠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딸, 너무 힘들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슴이 찢어진다. 마리아야 여행중에도 밥은 절대 굶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같이 살자.”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무대 앞좌석에 자리한 주인공의 94세의 노모의 소개가 있었고, 편지의 주인공인 노모가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금선, 김현숙, 박화자, 조송자, 정유선, 이묵순, 최복님, 김진복, 강주은, 홍준일, 힘페 호스트 베르너, 우베 뮌쇼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감성적 표현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협력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술지원이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와 조화를 이루어, 박경란 작, 박경란 이민형 공동연출, 이윤택 자문연출의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4월 27일
10, 극단 물결의 헨릭 입센 원작, 송현옥 연출의 <인형의 집>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극단 물결의 헨릭 입센 원작 송현옥 연출의 <인형의 집>을 관람했다.
헨릭 입센 (Henrik Ibsen 1828 – 1906)은 노르웨이 최초의 극작가로 1828년 노르웨이 스키엔에서 태어났다. 입센은 15세 때 약국의 도제를 노릇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지만 1852년 그는 24세의 나이로 베르겐에 있는 극장의 제작자 된다. 1857년 그는 크리스티아니아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예술 극장의 예술 감독이 된다. 극장이 도산하자 그는 1864년 노르웨이를 떠나 그 후27년 동안 로마, 드레스덴, 뮌헨등지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1891년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와 작업을 하다가 1900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1906년 사망하게 된다.
입센은 1850년경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초기 작품은 자신의 나라 전설에 기초하고 있으며 낭만주의 연극과 연결된다. 그러나 1877년 입센은 <사회의 기둥>을 시작으로 문제극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 이후<인형의 집 Et Dukkehjem》(1879), <유령 Gengangere>(1881), <민중의 적 En Folkefiende>(1882)등의 작품으로 이어나간다. <들오리 Vildanden>(1884)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한 희곡에서 벗어나 <로스메르 저택 Rosmersholm>(1886), <바다에서 온 부인 Fruen fra Havet>(1888), <헤다 가블레르 Hedda Gabler>(1890)등의 작품 등에서는 개인적인 관계들에 관심을 가진다. 한 작품마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세상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해외에서 체재한 후 귀국한 그는, <건축사 솔네스 Bygmester Solnes>(1892) <작은 아이욜프 Lille Eyolf> <보르크만 John Gabriel Borkman> 《우리들 죽은 사람이 눈뜰 때》(1898)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인형의 집>은 입센이 1879년에 쓴 희곡이다. 19세기 후반,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경제활동을 전부 남성이 담당하고, 가정 내에만 머무는 여성의 역할은 줄어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노라는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귀여운 딸로, 결혼 후에는 남편(토르발 헬메르)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살고자 노력한다.
노라는 그것만이 여자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종달새’ ‘귀여운 다람쥐’ ‘놀기 좋아하는 방울새’라고 불리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간다. 이런 노라의 모습은 당시 유럽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결혼 전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오로지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며 예쁜 인형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노라가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오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과거 노라는 병에 걸린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남편 몰래 아버지 서명을 위조해 남편회사의 변호사 크로그 스타트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 노라는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기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고, 당연히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지만, 회사문제로 남편이 크로그 스타트를 해고하니, 크로그스타트는 노라를 찾아와 그녀를 도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해고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과거 서명을 위조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노라에게 린데부인이 찾아와 노라를 돕는다. 과거 크로그 스타트가 자신을 사랑했지만 등을 돌린 적이 있는 린데 부인은 크로그 스타트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면서 노라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남편 헬메르는 노라의 옛 일을 알아내고, 8년이나 함께 한 부인을 몰아 부친다.
헬메르: 지난 8년 동안 나의 기쁨이자 자랑이었던 사람이 위선자에 거짓말쟁이라니! 그보다 더 끔찍한 건 범죄자란 사실이야! 당신이 내 행복을 몽땅 망쳐 놓았어. 내 미래도 다 파괴해 버렸고.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경박한 여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형편없이 허물어지고, 이렇게 비참하게 파멸하다니!
노라: 토르발, 난 지금껏 이곳에서 8년이란 세월을 낯선 남자와 함께 살았고, 그 남자와 함께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어요! 난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어요.
헬메르에게 진정 중요했던 것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노라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버지나 남편에게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나간다.
“행복하지 않았어요.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요, 단지 즐거웠을 뿐이에요. 당신은 늘 내게 친절했지요. 하지만 우리 집은 놀이를 하는 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난 당신의 인형 같은 아내였지요. 아빠 집에서 인형 같은 아이였듯이.”
희곡 <인형의 집>이 1879년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이런 노라의 행동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은 누구의 아내가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고자 했던 노라의 선택을 점차 인정하고 지지하기 시작한다. ‘노라’는 여성의 권익 보호와 페미니즘(feminism)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고, 유럽 각지에서 여성 해방 운동이 일어난다.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 인습에 대항하여 여성의 지위를 확립하고자 하는 사상을 뜻하는 ‘노라이즘(Noraism)’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하게 된다.
무대는 도입에 팔걸이의자 하나만 무대 중앙에 조명을 받고 있다. 장면이 바뀌면 현관문과 문틀을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장면변화에 따라 위치를 이동시킨다. 긴 안락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 역시 출연자들이 들여와 이동시키며 조명변화로도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노라의 의상 역시 홍색과 담청색의 의상을 갈아입히고, 내복차림으로 연기를 하도록 연출된다.
연극의 도입에 노라가 등장해 뒷모습을 보이며 잔잔한 물결이 흔들리는 듯한 동작에서 시작해 차츰 파도가 일면서 해일처럼 격렬하게 치솟기까지 심정의 변화를 무언극으로 펼친다. 다른 출연자들의 동작도 마찬가지로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뛰고 뒹굴고 엎어지며 심정의 변화를 물결이 일듯 표현한다. 대단원에서 노라가 인형의 집 문턱에 서서 나갈 듯 나갈 듯하면서도, 차마 나가지 못하고 고뇌에 찬 모습을 보이는 상태에서 연극이 끝날 때까지 출연자 전원의 물결변화 같은 동작이 극 속에 계속된다.
오주원이 노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연기로 공연 내내 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헬메르로 성욱과 김승은, 크로그 스타트로 장교환, 랑크 의사로 이건무가 출연해 곡예를 하는 듯 물결변화 같은 동작의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안무 이영찬, 예술감독 백로라, 무대감독 나현민, 조연출 성진영 차민엽, 기획 박인용, 무대디자인 한지원, 조명디자인 이승호, 음향디자인 윤국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물결으 헨릭 입센 작, 송현옥 연출의 <인형의 집>을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창의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형식의 물결예술연극(wave art performance)으로 탄생시켰다.
4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