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원회 기획 제작 원로연극제 공연총평/ 박정기

문화예술위원회 기획 제작 원로연극제 공연총평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기획 제작 원로연극제는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 오태석 작 연출의 <태(胎)>, 김정옥 작 연출의 배해선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 그리고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 등 4개 작품이 공연되었다.

 

1,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기획 제작 원로연극제,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을 관람했다.

 

하유상 선생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1954년에 〈협동(協同)〉지의 시나리오 공모에 「希望(희망)의 거리」로 당선되었고, 이어 1957년에 중앙국립극장 제1회 장막극 공모에 「딸들의 戀人(연인)」(「딸들 自由戀愛(자유연애)를 謳歌(구가)하다」로 개제)으로 당선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시나리오, 희곡, 소설, 시극, 라디오드라마,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왔다. 작품집으로는 희곡집 『미풍』, 『하유상 단막극선』, 『하유상 장막극선』, 『불교희곡선』, 『성극(聖劇)모음』, 『세계명작 장편소설 각색극본선』, 『꽃을 이니셜로 한 희곡 모음』, 『윤회』, 시나리오선집 『하유상 시나리오선집』, 방송극선집 『행운』, 그 외에도 다수의 소설집이 있다.〈꽃상여〉(1970)와 〈지상과 천국〉(1972)〈딸들의 연인〉〈여성만세〉등에서 신구세대(新舊世代) 간의 의식의 차이와 물질적 빈곤이나 인간소외(人間疎外) 등을 작품에 반영시켰다. 〈생명동의〉(1970), 〈서글픈 대화〉(1970), 〈방문객〉(1971)에서도 가난으로 소외되고 도외시되는 인간을 그렸다. <결혼기념일〉(1970)에서는 결혼생활과 부부간의 일상적 갈등과 애환을 다루었고, 〈미친 여자와 유령의 남자>에서도 역시 부부생활의 보편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장막〈꽃상여>와 단막〈업보>〈결혼기념일>〈방문객>은 사실주의 극 양식을 택했으며, 〈생명동의〉는 서사극 형식이고 〈서글픈 대화〉와 〈미친 여자와 유령의 대화>는 모노드라마로 〈지상과 천국>은 뮤지컬 양식으로 집필했다. 그 외 <야화> <학 외다리로 서다> <무녀도> 등을 발표 공연했다.

 

구태환은 극단 수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오클라호마대학교 대학원 석사출신이고, 국립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다. <나생문> <아일랜드> <북어대가리> <심판> <마땅한 대책도 없이> <친정엄마> <이름을 찾습니다> <러브이즈매직> <벚꽃동산> <선물> <친정엄마와 2박 3일> <기막힌 사내들> <휘가로의 결혼> <전설의 달밤> <삽 아니면 도끼> <달의 목소리> <봉선화>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5 <나생문>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 <이름을 찾습니다> 거창연극제 대상작, 희곡상, 여자연기상 수상, 2007 <심판>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07 BEST3, 2008 <고곤의 선물>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딸들의 연인>은 <딸들은 자유연애를 구가하다>라는 제목으로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장민호,황정순, 백성희, 정애란 박암 조항 등 당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 희극의 백미를 선보였다.

 

1971년 춘천 최초의 극단 샘 밭의 창립공연작, 2002년 하유상 연극제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21세기에 새롭게 선보였고, 2007년 극단 해우소 창립 작품으로 공연되었고, 2010년 극단 예우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서 극단 해우소와의 합동공연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극단 신협 60주년 기념공연 스승과 제자의 꿈에서도 극중에 내용이 소개가 된다.

 

내용은 의대 교수인 고 박사와 부인 안 여사의 세 딸이 연애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그려낸 감성희극이다.연극은 도입에 상경한 할아버지를 맞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향리에서 논마지기깨나 있는 부자로 설정되고, 그 자식인 아들 고 박사와 며느리 안 여사는 그 유산에 관심을 은근히 보인다. 아들은 30년째 대머리 연구에 심취해 있는 의학 박사이고, 동경 유학시절 열렬한 자유연애로 결혼한 머리가 막 벗겨지기 시작하는 50대의 가장이다.고 박사는 부인 안 여사와의 사이에 세 딸과 막내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 딸 숙희는 연애결혼을 했으나, 첫날 밤 부부간에는 비밀이 없어야 된다는 남편의 제의에 과거 교제했던 남성과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준 후 소박을 맞는다. 그길로 남편은 도미를 해 소식이 끊기고, 숙희는 귀신이 나온다는 어두컴컴한 2층에 홀로 머물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둘째 딸 문희 또한 막내아들의 과외선생인 소설가 지망생과 결혼할 의사를 보이지만 부모의 반대로 성사가 불가능해지자 역시 2층 귀신 방으로 올라가 두문불출한다.첫째 딸의 연애결혼을 은근히 지지했던 고 박사는 안 여사의 압박에 못 이겨 둘째 딸 문희에게는 중매결혼을 시키려 하는데. 문희가 맞선을 거부하는 바람에 막내 딸 명희가 대타로 맞선 자리에 나서고. 활달한 기질의 명희는 부자 집 아들 완섭의 살랑거리는 태도보다는 무뚝뚝한 완섭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데..

 

대단원에서 세 딸의 원하는 상대와의 맺어짐으로 해서 연극은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무대는 1957년 초연 당시의 무대와 방불하다. 저택의 거실이 펼쳐지고 상수 쪽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장서가 꽂힌 책장, 긴 안락의자, 축음기를 올려놓는 낮은 장, 방과 주방의 출입구, 화장실의 출입구가 설정되고, 정면의 베란다에는 맑은 하늘과 여러 개의 화분이 놓이고, 거실에도 화분을 배치했다. 개 짖는 소리와 자동차 경적 음, 축음기의 음악, 그리고 천둥번개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린다. 그리고 대단원에서 고 박사와 안 여사가 춤을 출 때 음악도 효과음으로 들려나온다.

 

배상돈이 할아버지, 박윤희가 고 박사, 황세원이 안 여사, 김승환이 살랑거리는 부잣집 아들 완섭, 김성철이 가정교사, 이수형이 미국으로 간 첫째의 남편, 조하영이 둘째 딸 문희, 조유미가 첫째 딸 숙희, 노상원이 무뚝뚝한 남성 영수, 김정아가 막내 아들 광식, 신민정이 가정부, 박소진이 막내 딸 명희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미술 임일진, 조명 진용남, 음악 김태근, 의상 오수현, 분장 임영희, 무대감독 신동환, 조명감독 진용남, 음향감독 전성진, 무대미술보조 오미연, 조연출 노현열 등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기획 제작,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을 연출자와 연기자의 기량이 돋보이는 친 대중적인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6월 4일

 

2, 오태석 작 연출의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오태석 작 연출의 <태(胎)>를 관람했다.

 

오태석(1940~) 선생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그의 첫 희곡 「영광」이 시민예술제 희곡 공모에 당선되어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초기에 서구의 모더니즘 희곡 형식을 실험하다가 1970년대 이후로는 전통극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면서 작가 고유의 희곡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태석 선생의 희곡은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다룬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들과,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분류될 수 있다. 논리적인 인과 법칙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의 흐름에 따라 극적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과 유희적인 상상력이 넘쳐흐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비논리적이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태석 선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왕성한 극작 활동과 연출 활동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태석이 한국 현대 희곡역사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극 형식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오태석 선생은 현재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육교 위의 유모차>,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초분>, <태>, <춘풍의 처>, <사추기>, <자전거>, <부자유친>, <비닐하우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천 년의 수인>, <코소보 그리고 유랑>, <잃어버린 강>, <지네와 지렁이>, <내 사랑 DMZ>,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만파식적>, <양화진 사랑>, <분장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태(胎)>는 태반이나 탯줄과 같이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직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연극에서는 멸문지화를 당한 사욕신과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부인이 어떻게 임신한 아이를 살려 멸족을 면하게 되었는가를 극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이 1453년의 계유정난을 통하여 그의 동생인 안평대군과 황보인 김종서 정분 등 3공을 숙청하며 권력을 독차지한 후 1455년에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일부 집현전 학사출신들이 단종을 다시 복위시킬 것을 결의하고 그 기회를 기다리던 중, 같은 집현전 출신인 김질이 세조에게 단종 복위 음모를 밀고하여 세조는 연루자인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응부, 박팽년과 유성원, 박 쟁을 잡아들인다. 그러자 공조참의 이휘가 멸문지화가 두려워 스스로 관련되었다고 자백하고 박팽년의 부친 박중림과 권자신을 밀고한다. 이후 박팽년 문초과정에 김문기, 성승, 송석동, 윤영손, 박팽년의 부친 박중림이 추가된다. 그리고 성삼문과 권자신의 국문과정에서 단종 연루 사실이 나온다.

 

단종은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되고, 사육신의 가문들은 모두 멸문지화를 당하고 친자식은 모조리 교형, 모친과 딸, 처첩, 조손, 형제자매와 아들의 처첩은 변방의 노비 가 되게 된다. 이때 관련된 부녀들의 상당수는 대신들의 노비로 넘어갔다.

 

그런 과정에서 직계 후손을 피신시켜 살아남게 된 것은 박팽년과 하위지뿐으로 박팽년은 차남 박순의 아들 박일산, 하위지는 조카 중 하원이 하위지의 양자로 입적해 대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직계를 제외한 친족들은 10여 년을 노비로 살아가다가 세조가 승하하기 이틀 전에야 사면을 받아 원래 신분을 회복했다.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도 마찬가지로 세조의 사면으로 대를 이을 수 있게 되었다.

 

연극 <태(胎)>는 멸문지화를 당한 박팽년의 자부 이씨가 종의 부인과 출산한 자녀를 바꿔치기 함으로써 대를 잇게 되는 역정을 극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무대는 천정에 수많은 백색 천이 드리워지고, 무대 양쪽에도 검은색 천이 드리워져 있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가야금, 피리, 아쟁, 장구 연주석이 마련되고 악사들의 연주로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역사적 사실에 따른 극 내용이 펼쳐지면서, 출연진은 완벽한 호흡일치와 연기의 조화로 군무를 하듯, 단체 체조경기를 펼치듯 무대 전체를 골고루 누비며 약동하듯 열연과 호연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 간다. 우마차 달구지가 등장을 하고, 달구지에 사육신의 유골단지로 보이는 수많은 장독을 싣고, 그 위에 사육신의 수의를 덮으며 무대를 횡단하는 장관도 연출해 보인다. 갓 태어난 아기를 포대기에 싸 들고, 자신의 아기를 죽이면서까지 상전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하인내외의 보은은, 중국 작가 기군상(紀君祥)의 <조씨 고아(趙氏孤兒)>를 연상케 한다. 의상과 방갓이라든가, 단검 같은 소품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무대 바닥과 고공 전체를 고르게 연출해 낸 동선처리는 물론 한 치의 소홀함이 없는 오태석의 기량과 출연자들의 혼신의 열정이 무대 위에 제대로 드러나면, 마치 아름다운 꽃이 암흑 속에서 피어올라 무대를 광명천지로 바꾸는 느낌이고, 대단원에서 말년의 세조가 박 씨 손의 생존을 가납하는 장면에 이르면, 한 시간 넘도록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관람하던 관객이 비로소 긴장을 풀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내면서 연극은 감동의 마무리를 한다.

 

오현경, 정진각, 손병호, 성지루, 송영광, 김준범, 정지영, 윤민영, 유재연, 천승목, 조원준, 이준영, 김봉현, 배건일, 박지훈, 김유미, 조유진, 이신호, 이보다미, 김명준, 임주은, 김지혜, 장원준, 이병용, 최윤영, 이근환, 손현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군대보다 규율이 있고 사명감에 넘치는 오태석 사단, 극단 목화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한다.

 

무대의상 이승무, 조명 기술감독 이경천, 조명 오퍼 박혜민, 사진 이도희 신귀만, 컴퍼니 매니저 오준현, 기획 정지영 이병용, 안무 강은지, 악사 차다혜 김은경 문아람 김명준, 프로듀서 이혜정, 라인 프로듀서 이해인 이경빈, 홍보 김수정 박소영 양은지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기획 제작의 원로연극제, 오태석 작 연출의 <태(胎)>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6월 7일

 

3, 김정옥 작, 연출 배해선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원로연극제 김정옥 작 연출의 배해선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을 관람했다.

 

김정옥(1932~) 선생은 전남 광주 출생으로 광주서중과 서울대학교 문리대, 파리 영화대학, 소르본느 대학 영화학연구소에서 영화와 불란서문학 공부하고, 1959년에 창설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1961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리시스트라테” 연출을 시작으로 1963년 민중극장 창단동인, 1964년 민중극장 대표, 1966년 극단 자유창단, 1979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1982년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회장, 1985년 중앙대 예술대학 학장, 1989년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부회장, 199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2년 한국영화학회 회장, 1995년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 200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사장, 2000~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2011~2013년 제35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했다.

 

<따라지의 향연> <무엇이 될고하니> <피의 결혼>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어이> <대머리 여가수> 그 외의 100여개가 넘는 연극연출을 하면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문화상, 프랑스정부 문화훈장, 예술문화대상, 금호예술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일민문화상, 은관문화훈장, 동랑연극상, 일본 닛케이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은 30년 전쟁 중에서도 1624년에서 1636년까지의 유럽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아나 피에르링(Anna Fierling)이 자식을 잃는 과정이 연대기 순으로 펼쳐지고, 군인들에게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 매점을 하면서 두 아들을 잃고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딸도 잃는다.

 

이 작품에서 브레히트는 관객의 이성에 호소하여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촉구하는 서사 극(epic drama) 적 방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17세기에 일어난 30년 전쟁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지만, 1941년 제 1차 세계대전도 극 속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 제목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미리 알려 관객들이 그 속에 담겨진 정치적. 경제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극에서는 위대한 항복의 노래(The Song of the Great Capitulation)를 비롯한 많은 노래가 삽입곡으로 나온다.

 

배해선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이 원작이다. 이번 연극에서는 시대적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고 6 25동란 중 남으로 피란 온 한 여배우의 생애를 절묘하게 그려냈다.

 

6 25 동란 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압록강까지 치달았던 유엔군이 1월 4일 후퇴를 시작하면서 남으로의 피란민의 행렬이 이어지고 “흥남 철수”라든가 “그리운 고향”이라든가,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의 애환을 그린 노래가 대중가요의 유행곡이 되고, 사변 이후 아리랑은 민족적 정서를 싣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타령으로 변신이 되기도 한다.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에서처럼 여배우가 이번 연극에서도 주인공노릇을 한다. 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으로 참전해 불귀의 객이 된 남편, 6 25사변 중, 북의 의용군로 끌려간 아들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사실을 알고 찾아가지만 면회를 못한 경위 등이 배해선의 애절한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주인공이 여배우이기에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공연을 하려 했으나, 동부독일출신 작가라는 명목으로 브레히트의 작품은 당시 공연금지 목록 1호로 올라있었기에 막을 올리기가 어렵게 되니, 여주인공은 억척어멈을 동학란으로 시대적 배경으로 바꾼 변형시킨 작품으로 공연을 한다.

 

무대는 좌우에 정사각의 대형 가리개 같은 조형물을 세우고, 왼쪽은 커다란 천창의 구실을 하고 오른쪽은 벽면 같아, 양쪽 다 뒷면으로 주인공이 들어가 조명효과로 그림자만 비추며 노래를 부르거나 대사를 읊는다. 무대 벽면 가까이 한복을 입은 여인 조형물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커다란 바퀴달린 목제 손수레를 달구지처럼 끌고 다니며 연기를 펼친다. 붉은 의상의 요염한 차림에서 종이한복차림의 음전한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가 하면, 무대 하수 쪽의 손풍금 연주자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녹음된 연주곡에 맞춰 열창을 하고, 관객의 손바닥 박자를 청하면서 그에 따른 율동과 열창으로 관객을 매혹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배해선(1974~)는 서울 창진초등학교, 동명여자중학교, 서울여자고등학교, 서울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의 미녀배우이다.

 

출연작품으로는 모차르트, 아가사 크리스티, 그 여자 억척어멈, 마스터 클래스, 아이다, 고제, 에비타, 맘마미아, 남한산성, 삼총사, 댄싱 셰도우,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에릭사티, 손준호와 함께 하는 실내악 시리즈 2, 타바스코, 도시의 유혹에 빠지다, 멜로드라마, 나는 너다, 친정엄마, 그을린 사랑, 국화꽃 향기, 그 외의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방송드라마에 출연하고, 한국뮤지컬 대상 여우신인상,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인기스타상 그 외의 다수 상을 수상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탁월한 기량과 출중한 미모의 여배우다.

 

아코디언 임은경, 조연출 이혜미, 무대 디자인 최순화, 무대감독 천원욱, 조명감독 이주환, 음악감독 허 진 소니아, 음향감독 허선영, 영상 우종덕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 기획 제작의 원로연극제, 김정옥 작 연출의 배해선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돋보이고, 기억에 길이 남을 명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6월 11일

 

4,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을 관람했다.

 

천승세(千勝世: 1933-) 선생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고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 기자, 문화방송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제일문화흥업 상임작가, 독서신문사 근무,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그리고 평론가 천승준의 아우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 또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와 국립극장 현상문예에 희곡 《만선》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제정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제2회 만해문학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인간이 인간을 찾는 정(精)의 세계를 표현한다. 한결같이 인정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비정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에 《내일》(현대문학, 1958), 《견족(犬族)》(동상, 1959), 《예비역》(동상, 1959), 《포대령》(세대, 1968)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에 《감루연습(感淚演習)》(1978), 《황구(黃拘)의 비명》(1975), 《신궁》(1977), 《혜자의 눈물》(1978) 등이 있고, 중편소설집에 《낙월도》(1972) 등이 있고, 장편소설집에 《낙과(落果)를 줍는 기린》(1978), 《깡돌이의 서울》(1973) 등이 있다. 꽁트집 《대중탕의 피카고》(1983), 수필집 《꽃병 물좀 갈까요》(1979) 등이 있다.

 

박찬빈은 서울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 출신으로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독일 쾰른 대학교 연극학과, 자유베를린대학교 연극학과, 베를린대학교 연기학부를 수료한 영화배우 겸 연극배우이자 연출가다. <천국을 거부한 사나이> <피크닉 작전> <암피트리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로미오와 줄리엣> 그 외의 작품에 출연하고, <간계와 사랑>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1977년에 발표된 중편 <신궁(神弓)>은 어촌의 토속적인 생활을 소재로 다룬 소설로서 같은 소재로 된 그의 희곡 <만선>과 중편 <낙월도(洛月島)와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의 주인공 왕년은 헤어나기 힘든 역경에 몰려 있었다. 흉어 철인데다가 자신의 대를 이은 며느리의 무당 벌이가 끊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곤경의 원인이 가진 자의 농간과 억압된 사회 현실에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것은 선주이자 객주인 판수가 오랫동안 음양으로 안겨 준 피해의 결과이며,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한이 맺혀 굿 손을 놓은 당골레(무당) 왕년이를 다시 부려먹으려는 판수의 부당한 처사(압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진기한 민속자료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독자가 직접 읽고 음미해야 그 진미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섬세하고 치밀한 예술적 조직의 일단을 보여 주는 예는, 작품 중에 빈번히 나오는 꽃밭과 꽃 덤불의 이미지가 결말에 가서 신궁을 맞고 쓰러진 판수의 바가지 위로 [꽃뱀이 기듯 핏줄이 흘렀다.]는 표현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신궁(神弓)>에는 생생한 시각적 영상들과 더불어 ‘대못 질 소리’ ‘물갈퀴 소리’ 등의 반복적인 청각적 효과가 작품의 통일성을 다져준다. [물갈퀴 소리가 죽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왕년이의 한이 풀렸음을 암시하면서 꽃덤불 같았던 한 시대의 종언이 선포된 순간의 침묵을 느끼게 해 준다.

 

어촌 소설 중에서도 <신궁(神弓)>에서 천승세가 작가적 역량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 왕년이의 성격과 직업 때문일 것이다. 왕년이는 민중의 일원으로서 토속적인 민간 신앙을 대표하는 무당이며, 왕년이 자신의 말처럼 탁월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왕년이가 민중의 원한을 대신 풀어주는 영웅적 인물이란 사실이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천승세의 문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당이라든가 사투리, 특이한 결말 처리 등과 같이 현대 독자들에게 거리가 있고 자칫하면 엽기적 취향을 자극하는 소재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신궁>에서와 같이 높은 예술성과 민중적 공감을 성취하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신궁(神弓)>은 천승세 문학의 여러 장점들을 집약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같은 어촌 문학인 <낙월도>에 비해서 짜임새 있는 골격과 긴장된 문체를 보여 준다. <낙월도>가 너무 암담한 현실로써 독자를 단순한 관조자로 후퇴시킬 위험이 있는데 비해 분량은 <낙월도>보다 훨씬 짧지만 중편소설의 풍성함을 간직한 <신궁(神弓)>은 압축의 묘미와 행동적 의지를 살림으로써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생동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백낙청, [토속세계와 민중 언어]>

 

무대는 상수 쪽에 초가집 조형물이 있고, 장면변화에 따라 초가집을 무대 밖으로 이동시켰다가 다시 들여오기를 몇 차한다. 하수 쪽은 배경 가까이 언덕이 있고, 언덕에 어망을 여기저기 올려놓은 것이 보인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술집장면 조형물이 약식으로 세워진다. 수레에 시신을 싣고 무대회전을 하고, 굿을 할 때에는 길게 늘어진 백색의 광목을 사용하고, 연극의 제목처럼 활과 화살을 사용한다. 또 배경화면과 무대 앞 망사막에 장승포 시내와 앞바다의 풍경, 고기잡이 어선들, 파도, 어선 밑 창고에 죽어있는 어부, 남자 얼굴, 기상변화 등의 영상을 투사해, 반은 영화 같고 반은 연극 같은 느낌의 공연이다. 출연자는 대부분 백색의 한복차림이지만 술집장면에서는 원색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인물이 등장을 하고, 선박의 주인이나, 파출소 서장은 양복이나 경찰복장을 착용한다. 출연자들은 노래와 타령을 함께 부르고, 공동 춤사위도 펼친다. 무대전체를 고르게 사용한 연출가의 동선 설정과 출연자들의 퇴장이후에도 노래나 타령이 계속되면서 남도풍의 특색 있는 정서창출에 연출가가 힘을 쏟은 게 드러나고, 서양풍의 배경음악도 극적 분위기 상승에 기여를 한다. 연극은 원작의 줄거리대로 전개되고, 중간휴식시간을 합쳐 2시간 30분짜리 공연물이지만 관객의 몰입도가 여느 공연물보다 높게 형성되고 공감대까지 형성된 느낌의 공연이다.

 

이승옥. 정 현, 이봉규, 나기수, 최성웅, 김춘기, 강선숙, 김선동, 국호, 강영하, 박영숙, 김미경, 김승덕, 전정로, 박선정, 김도연, 박시현, 김추리, 김현진, 윤희정, 김선규, 이효은, 임영선, 박찬빈 등 출연자들의 열정적인 호연은 극의 폭발적인 활력소가 되는 느낌이고, 강선숙과 최성웅의 열연은 가히 일품이라 평하겠다. 이봉규, 김선동, 나기수 김춘기 강영하, 박영숙, 김미경의 열연은 극의 대들보가 되는 느낌이고, 그 외의 연기자들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작화 서응원, 무대미술 손호성, 영상감독 이공희, 촬영감독 최찬규, 스틸 웅진, 영상팀 김선민, 서상화, 김진원, 박수종, 이풍우, 음악 음향 안지홍, 의상 정경희, 분장 박팔영, 분장팀 김영수 김정현 이주연 장소영 이서영, 안무 최보결, 국궁지도 신동술, 조연출 황보연, 무대진행 김효진, 기획 이준서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원로연극제,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6월 17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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