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원로예술인 지원공연 선정작 공연총평
1, 극단 풍등의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극단 풍등의 오세곤 예술감독,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관람했다.
전형재는 배우 겸 작가다. 2013년 여성극작가전 오혜령 원작의 <일어나 비추어라>를 각색 출연했고, 2014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몰리의 리본>으로 각색 출연했다. 연극 <안녕 앙코르>, <불량청년>, <빨간 시>, <고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세 자매>, <궁리> 그 외의 작품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출가 송미숙은 경기여고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석사,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동국대학교에 출강중인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희곡 <아노마>롤 국립극장 희곡공모 당선작가이고, 강서구립극단의 단장으로 활동한 바가 있다.
연출작은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작은 영웅 말콤> <프쉬케 그대의 거울> <낙화옥
화> <홍어> <별들은 세상에 한 사람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 <자기만의 방> <빨간 트럭> <꿈꾸지 마!> <몰리의 리본> <일어나 비추어라>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녀 연출가다.
무대는 아래 위층 구조로 되어있다. 이층은 베니스의 상인을 장기공연한 극장무대이고, 아래층은 그 극장의 분장실이다. 이층은 그리스풍의 기둥 여러 개가 세워지고 판사석과 피고의 의자가 놓였다. 아래층은 하수 쪽에 이층 무대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상수 쪽으로도 내려오도록 설치가 되었는데, 상수 쪽 계단은 분장실의 내부로 꺾여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벽에는 수많은 공연사진을 붙여놓았고, 상수 쪽에는 분장 대와 거울이 있고 분장 대 아래 서랍 칸처럼 보이는 공간에 치매약병을 넣어두고 노배우가 꺼내서 복용한다. 분장실에는 의자 여러 개를 배치해 출연자들과 스텝진이 의자에 앉도록 했다. 상수 벽 가까이 옷걸이가 있어 무대의상을 걸어놓았다. 분장실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다. 위층에서 하는 공연은 천정에 달린 모니터와 오디오 음성으로 분장실에서도 볼 수가 있다.
<언더스터디(Understudy)>는 제목 그대로 대역배우의 이야기다. 60여 년 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서 샤일록 역을 한 80세의 노배우와 같은 극단에서 함께 출연하던 중견배우가 주인공이다. 관객은 노배우의 경륜 넘치는 연기를 보려고, <베니스의 상인> 공연장에 몰려온다는 설정이고, 그런 노배우를 딸이 항상 공연장까지 동행해 보살피고 연습장에서도 떠나지를 않는다. 물론 아버지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물론 스텝들과도 각별한 사이다.
연극 중 베니스의 상인의 재판장면이 벌어진다. 샤일록이 빚돈 대신 심장부근의 한 파운드의 살을 베어내는 장면이다. 포샤가 새로 도착한 법관으로 등장을 하고 원작의 내용대로 극이 전개된다.
법적으로는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의 계약은 민법상의 반사회질서 범법행위에 해당된다. 애초에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신체포기각서 역시 무효이지만, 셰익스피어 생존당시 이런 법적 조항이나 문건이 있었을 리 없고,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 뿐 아니라, 유색인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재판장면과 부호의 딸 포샤가 결혼을 할 상대에게 세 개의 함을 고르도록 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듯 인종편견이 계속되어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600만 유태인 학살로까지 이어지고, 샤일록을 골탕 먹이는 장면을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 버젓이 연극으로 즐기고들 있다.
아래층 분장실에서는 대역배우와 노배우의 딸이 모니터로 공연을 살핀다. 노배우가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로 내려온다. 의자의 앉는 모습이 무척 피곤해 하는 기색이다. 노배우는 대역배우에게 분장 대 아래 서랍에 있는 약병을 달래 약을 복용한다. 후에 그 약은 치매 약임이 알려진다.
마지막 공연을 앞둔 날 노배우에게 치매증세가 심각한 수위로 발생한다. 노배우가 젊은 분장사와 외식을 하고 난 다음 돌아가야 할 노배우의 저택의 향방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로 해서 노배우가 증세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치매증세로 인한 기억력 약화로 암송할 샤일록 대사를 제대로 연기하지 못 할 비상사태를 예견하게 된다. 제작자나 연출가는 당장 대역을 할 같은 극단의 중견배우를 지목하지만, 그 중견배우는 스승 같은 대선배의 연기력을 믿고 또 존중하기에 대역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노배우의 증세가 공연을 계속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그의 딸도 알고 있기에, 대역이 없을 경우에는 공연을 중지하게 되고, 관객의 예약금을 돌려줘야 할 사태가 발발하게 된다.
공연시각 직전 노배우가 분장실로 들어서고, 중견배우를 대동하고 무대로 나간다. 거기서 관객에게 노배우가 직접 자신의 노쇠와 기억력 약화를 알리고, 60년간 연기를 했지만 더 이상 연기를 계속할 수 없다며 이번 공연부터 자신의 샤일록 역할을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후배에게 맡긴다는 발표와 함께 후배를 대역으로 지적한 후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노배우 역으로 60년 연기경력의 80대의 고령인 오현경 선생이 노배우와 샤일록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류태호가 대역배우(Understudy)로 출연해 절제된 연기와 호연으로 무대를 채우고, 재판장 역과 연극단원으로 정상철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으로 관객을 폭소로 이끈다. 딸 역의 차유경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한 송이 국화꽃 같은 다정다감한 모습과 그윽한 향기를 객석에 전한다. 최태용이 연출가, 김대건이 안토니오, 이소영이 팀장, 반상윤이 밧사니오, 조아라가 포샤, 이승현이 무대감독, 이다혜가 분장사, 이은주가 네리사, 정찬호가 발레리오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오세곤, 드라마터그 최명희, 무대감독 김종호, 무대디자인 박미란, 무대디자인보 전근형, 무대제작 김충신(stage one) 조명디자인 이상근, 분장디자인 박팔영, 의상디자인 장주영, 음악 장영진, 조연출 심현우, 진행 정준환, 사진 이강물, 기획 홍보 덕우기획 김혜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풍등의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Understudy)>를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한편의 권장할만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1월 9일
2, 극단 미학의 윤대성 작 정일성 연출의 당신 안녕
휴먼씨어터에서 극단 미학의 윤대성 작, 정일성 연출의 <당신 안녕>을 관람했다.
윤대성(尹大星)은 1939년 만주 모란강(牡丹江)주변에서 윤석주(尹錫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적단과 독립군, 일본군이 혼재해 있던 환경 속에서 자라난 그는 해방이 되면서 서울로 월남하였고,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전공과 상관없이 그는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제1기로 졸업(1964)한다. 이러한 그의 극작가로서의 수련과정은 드라마센터 아카데미 졸업 후 한일은행에 취업함으로써 잠시 주춤한 듯하였으나, 직장연극 「손님들」을 발표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은 1964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극작 워크숍의 간사를 맡아보던 그는 1967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출발」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윤대성의 작품 세계는 주제의식과 표현방법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등단 이후부터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그 하나이고, 청소년에 관심을 두고 ‘별’ 시리즈를 창작하던 시기가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부부관계와 여성에 관심을 보인 작품들을 발표한 시기이다.
첫 번째 시기에는 작가로서의 다양한 실험의식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망나니」(1969), 「미친 동물의 역사」(1970), 「노비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1973), 「출세기」(1974), 「신화1900」(1982) 등이 이 시기 작품들이다. 인간관계의 근원을 묻는 부조리한 구성은 물론,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전통적 연극 양식인 굿의 형식을 빌기도 하고, 서구 서사극의 양식적 특징들을 이용하여 인물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극 양식을 이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윤대성의 연극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작품들은 내용면에서도 사회 현실 속에 나타나는 부조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면면들에 대해 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인 ‘만적의 난’을 소재로 하여 권력의 야만성과 이기적 측면을 비판하기도 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피폐화 시키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이 시기 윤대성의 작품은 사회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별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을 희곡 속에서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시기는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이 해당되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방황하는 별들」(1985),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의 이른바 ‘별’ 시리즈이다. 청소년들의 방황과 우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등 뮤지컬적 면모를 보이는데, 대상이 청소년으로 한정되면서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 시기는 ‘이혼예찬’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기획 공연되기도 했던 「당신, 안녕」, 「두 여자 두 남자」, 「이혼의 조건」과, 「WWW.(원제:세 여인)」(2005)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작품들은 주로 중산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모순, 부조리함, 외로움, 그밖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그의 최근 작품 속 논리는, 등단 이후 끊임없이 사회현실에 천착하던 윤대성의 작가의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은 윤대성의 죽음예찬 시리즈가 등장한다. 그의 관심은 인생의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용서와 배려, 사랑과 나눔 같은 포용적 사상에 집중된다. 작가 자신의 현실과도 관련이 깊은 듯싶다. 죽음예찬 3부작이라고 일컫는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2010),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2011), <동행>(2012)으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삶을 노년작가 시선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1939년 함경북도 회령 출생, 1945년 서울로 월남, 1961년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70년 한일은행 퇴사 후 전문 극작가 길 선택, 1973~80년 MBC TV 전속작가 <수사반장> 집필, 1980년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임용, 1986~87년 MBC TV <한 지붕 세 가족>(1년간 45편) 집필, 1993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선임, 201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선임, 2015년 ‘윤대성희곡상’ 제정. 현재 밀양연극촌 안에 있는 윤대성 문학관에서 거주하며 생활을 한다.
정일성은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와 뉴욕대 출신으로 극단 미학 대표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재학시절 쉴러의 <군도>와 티에리 모니에의 <암야의 집>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후 국립극단 1기생이 되어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주인공을 맡아 호연을 보였다. 1963년 TBC-TV 연출부에 입사 TV 드라마 <조선총독부>를 연출했다. 극단 동인극장 창단동인으로 셰익스피어 400주년공연<Antony and Cleopatra>, 도스토에프스키 원작 알베르 까뮈 각색 <악령>, 테네시 윌리엄즈 작 <유리동물원>, 유진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연출하고, 67년에 도미, 뉴욕에서 대학을 마친 후 귀국해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세일즈맨의 죽음>, 국립극단의 <남한산성>, 국립창극단의 <황진이> <대춘향전> 등을 연출했다. 1998년에는 극단 미학을 창단하고 창단공연 <햄릿>을 올린 후, <토이어>, <아비>, <당신, 안녕>, <브루터스, 너마저!>, <하녀들>, <줄리어스 시저> <까페 블루문>, <승부의 종말>, <게임의 종말> ,<곰팡이> <엄일탁 우리 아부지>,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02년에는 광주시립국극단 <현해탄에 핀 매화> 등을 연출해 일본 순회공연을 했다. “거창연극제” “전국연극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문화예술발전공로상을 수상했다. 따님은 뉴욕종합병원 의사이고, 시인 김지하의 외삼촌이자 현재 독신인 건강한 미남 원로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는 붉은 색 조명, 바닥에는 초록색 조명이 비추어져 있고, 배경에는 네델란드 출신의 추상화가 몬드리앙(Pieter Cornelis Mondriaan, 1872~1944)의 작품 같은 기하학적 문양의 크고 작은 4각의 조형물들이 부착되어 있고, 바닥에는 의자와 식탁이 배치되었다.
연극은 도입에 저세상으로 간 노 작가의 회상장면에서 시작된다. 노 작가는 자살을 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가정보다는 작품을 중시해 부인과 자식들에게서 불평과 냉대를 받아온 것으로 소개가 된다. 노 작가의 번뇌와 갈등이 극의 내용으로 펼쳐지면서 대부분의 시모와 며느리의 관계가 그러하듯 작가의 모친과 부인과의 갈등, 부인과 자식과의 관계, 방송작가 지망생인 여 제자와의 관계, 그리고 친구인 의학박사와의 우정과 그로부터 구입한 극약을 복용하고 자살에 이르기까지가 하나하나가 극에서 묘사가 된다.
윤대성 작가의 자전적 일대기라는 내용이지만, 15년 전에 집필을 했기에, 근자에 이르러 윤 작가가 아들과 사별한 가슴 아픈 이야기는 극 속에서 제외가 되었으니, 오히려 윤작가의 현실이 그이 작품보다 더 극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일섭, 이현순, 박팔영, 이국선, 이시원, 신명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다만 극적상황을 연기로 능숙하게 표현을 하지만 진정성이 부족한 듯싶은 느낌이고, 실제상황이라 여기면서 느끼고 표현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바람이다.
무대 민병구, 조명 김종호, 음악 강석훈, 의상 분장 손진숙, 조연출 김동일 김경미, 무대감독 송훈상, 진행 김기령, 기획 장우진 이준석, 홍보 후플러스 김승현, 총진행 김명수 장설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미학의 윤대성 작, 정일성 연출의 <당신 안녕>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