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7년 1월 공연총평
1월에는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우수한 공연이 많았다. 2017년 1월 공연총평을 게재하고, 국립극단과 서울시극단 그리고 국립극장의 공연, 아트홀 마리카의 공연작 3편과 2016년 올해의 배우상을 별도로 게재한다.
1, 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 연출 <오이디푸스 알려고 하는 자>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 연출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를 관극했다.
치과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로 전공을 바꾼 최진아는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이 후 ‘연애 얘기 아님’이란 작품을 직접 극작한 뒤 연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6년 선보인 ‘사랑, 지고지순하다’는 연극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한국연극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올린 ‘1동 28번지 차숙이네’로 대산문학상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베스트 7, 동아연극상작품상 수상 외에도 동경아트마켓에 공식참가 하며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연애 얘기 아님> (2004/2007/2008) <다녀왔습니다.>(2005) <사랑, 지고지순하다> (2006/ 2007) <그녀를 축복하다> (2006) <푸른곰팡이> (2007) <금녀와 정희> (2008/2009) <꿈의 커피 가배두림과 함께 하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2010) <1동 28번지 차숙이네> (2010/2011) <본다> (2012) <브루스니까 숲> (2013) <칼리큘라> (2014) <홍준씨는 파라오다> (2014) <벚나무동산> (2015)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 (2016) 등을 연출하고 현재 극단 놀땅의 대표인 미녀연출가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이 아버지인 라이오스에게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장차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신탁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어린 오이디푸스의 발목을 묶어 부하를 시켜 인적 없는 산에 버리게 하였다. 그러나 그 일을 맡은 부하는 차마 어린 오이디푸스를 버리고 오지 못하고,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목동에게 아이를 넘겨주게 된다.
어린 오이디푸스를 받은 목동은 그 아이를 코린토스의 왕인 폴리보스와 그의 아내 메로페에게 바친다. 오이디푸스는 폴뤼보스와 메로페를 친부와 친모로 여기고 자라던 중, 장차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는 그 무시무시한 운명을 피하기 위하여 코린토스를 떠난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로 여행하던 중에 자신의 친아버지 라이오스와 길거리에서 통행에 분쟁이 붙어 라이오스를 죽여 버리고 만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스핑크스를 죽이고 테바이로 돌아와 왕이 되었고, 자신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두 아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그리고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얻는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선정으로 잘 통치하였으나, 갑자기 테바이에 역병이 돌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 역병의 이유를 알기 위해 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인 크레온을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으로 보내어 역병의 원인을 알아 오게 한다. 신탁은 “선왕인 라이오스왕을 죽인 자를 찾아서 복수를 하면 역병이 물러간다.”고 하였고, 일전에 자신이 길거리에서 죽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맹세한다.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기 위해 크레온이 데려온 그리스 최고의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찾고 있는 살해자가 바로 그 자신임을 말해 주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이 자신의 왕위를 노리고 테이레시아스를 조종하여 근거 없는 말을 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는 분노한다. 그러나 곧 이오카스테에게 라이오스에게 처음에 아들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졌음을 듣게 되고, 또 마침 코린토스의 왕인 폴뤼보스의 죽음을 알리러 온 사자가 곧 어린 자신을 폴뤼보스 왕에게 바친 당사자임을 알게 되고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명령에 따라 오이디푸스를 버리는 일을 맡았던 목자를 불러 대질해본 결과 바로 자신이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살해하였고, 지금껏 아내라고 알고 있었던 이오카스테는 사실 자신의 어머니임을 깨닫게 된다. 이오카스테는 이 무서운 진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자살하고, 자신에게 내려졌던 무서운 신탁이 모두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를 빼어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소경이 되고 만다. 절망한 오이디푸스는 테바이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딸인 안티고네에 의지하여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외롭게 살다 죽게 된다.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에서 오이디푸스는 테베가 아닌 서울 거리에서 노숙자로 방황을 한다. 소요사태처럼 역병이 확대되고 있는 서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이디푸스가 테베에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역병까지 진정시켰듯이 반드시 소요사태처럼 번지는 역병을 진정시켜 줄 것으로 믿고. 많은 사람을 동원해 드디어 오이디푸스를 찾아낸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이 되었기에 검은 안경을 쓰고 남루한 누더기 옷에 노숙자 차림이다. 많은 사람이 오이디푸스에게 현사태의 수습책을 묻는다. 기독경전인 바이블에 보면, 간통죄를 저지른 여인이 수많은 군중 앞에서 돌팔매로 맞아죽기 직전, 예수가 등장해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말에 모두 던지려던 돌을 내려놓고 돌아섰지만, 최근에는 죄가 많은 자일수록 앞장서 소요사태를 부추기고, 돌이 아닌 창과 칼로 찌르려는 세상이기에, 서울에 온 오이디푸스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로서도 대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젖고 뒷골목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태는 역병뿐이 아니라, 훨씬 전에 일어난 수학여행 학생참사사건까지 주요사안으로 부각시켜, 수학여행을 하다가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사건의 책임을 여성출연자에게 씌우는가 하면, 텅 빈 학교의 교실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아니면 헐어버리고 개조를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니, 오이디푸스가 행방을 감춘 뒤에 출연자들은 청색 황색 색종이를 관객에게 나눠주고, 교실을 보존할 것인가 개축할 것인가를 관객에게 뭇는다. 관객은 개축을 하는 방향의 색종이를 많이 든 것으로 나타난다. 대단원에서 남녀출연자들은 역병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한 여성출연자에게 씌우고, 그 여성출연자를 죄수처럼 비닐로 덮어씌우고 꽁꽁 묶어 운반 대에 싣고 퇴장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여성출연자의 눈물이 길게 자취를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김용준, 이준영, 최희진, 남수현, 송치훈, 김정, 김효정 둥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의상 박은정, 동작 양은숙, 음악 이창훈, 영상 윤민철, 조명팀 지소연, 의상팀 노은영 김혜연 조현진, 기획 코르코르디움, 포스터사진 양동민, 그래픽디자인 가시, 공연사진 김도웅, 공연영상 송영범, 오퍼 김정아, 조연출 박하영 김은선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놀땅의 최진아 작 연출의 <오리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를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기술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한편의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월 1일
2, 명랑캠페인의 오호진 제작, 김재엽 작 연출의 <가족 병 혼자라도 괜찮을까?>
혜화당소극장에서 ㈜명랑캠페인의 오호진 제작, 김재엽 작 연출의 <가족 병 혼자라도 괜찮을까?>를 관극했다.
연극 <가족 병 혼자라도 괜찮을까?>는 <알리바이 연대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 분개하는가?> 등을 공연한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 21’과 입법연극, 진로 콘서트 등을 기획‧제작한 ㈜명랑캠페인이 함께 협업했다.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는 “한 부모 가정은 결코 무너진 가정이 아니며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주어지는 삶의 조건일 뿐”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형태가 아닌 가족 구성원 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재엽은197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4기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 ‘문우극회’, ‘연극과 인생’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연극을 시작했다. 1998년 <아홉 개의 모래시계>로 한국연극협회 창작극 공모에 당선, 2002년에는 희곡 <페르소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극작가로 등단했다. 극단 파크 창단 멤버로 2002년 <체크메이트>를 쓰고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2003년 인디 퍼포머 그룹 ‘드림플레이 프로젝트’를 창단해 <샹그릴라의 시계공>(2003), <아홉 개의 모래시계>(2003), <웃지 않는 공주를 위하여>(2003) 등을 써서 무대에 올렸다. <아홉 개의 모래시계>는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넥스트웨이브페스티벌 ‘아시아 신세기 연극 열전’에 초청되었다. 드림플레이 프로젝트가 2005년 극단 드림플레이로 발전하면서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유령을 기다리며>는 <햄릿>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상황 희극으로 거창국제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8년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출상을, 2011년 <여기, 사람이 있다>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2013년 직접 쓰고 연출한 <알리바이 연대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2014 팸스초이스 연극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 공연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발표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조선형사 홍윤식>(성기웅 작, 2007), <꿈의 연극>(스트린드베리 작, 2009), <장석조네 사람들>(김소진 장편 연작 소설, 2011) ‘시간’, ‘죽음’, ‘기다림’에 관한 철학적 우화에 바탕을 둔 재기발랄한 초기 작품에서 동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변화를 모색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확장해 왔으며 일상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시대 현실 인식을 목표로 현재도 새로운 창작극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한 부모가족이란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으로서 18세 미만(취학 중인 경우에는 22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가족으로 매년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는 소득기준에 부합하는 가족을 말한다.
모자가족이란 모가 세대주(세대주가 아니더라도 세대원을 사실상 부양하는 자 포함)인 가족을 말하고, 부자가족이란 부가 세대주(세대주가 아니더라도 세대원을 사실상 부양하는 자 포함)인 가족을 말한다. 배우자와 사별 또는 이혼(이혼소송 중인 자는 제외)하거나 배우자로부터 유기(遺棄)된 사람, 미혼모 또는 미혼부[사실혼(事實婚) 관계에 있는 자는 제외], 배우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다문화 한 부모가족, 청소년 한 부모가족 등 다양하다.
연극 <가족 병 혼자라도 괜찮을까?>에서는 위의 다양한 가족과 구성원의 이야기다. 각기 별개의 이야기지만, 커다란 줄거리는 주변에서 늘 상 감지되는 내용이다.
무대 전면에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 거기에 해당되는 남녀 출연자들이 등장해 하나하나의 사연과 생활 그리고 고뇌를 펼쳐간다. 비극적인 내용이라도 절제된 연기로 부드럽게 전개한다.
개개의 가족의 이야기와 공동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연출되면서 문제점이 하나하나 부각되기에 관객과의 공감대가 극의 도입에서부터 형성된다.
백운철, 정원조, 지 우, 권민영, 양은주, 유종연, 한상완, 김원정, 김세환, 박희정, 권윤애, 이다혜 등 출연자 전원의 친 대중적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이승훈, 기술감독 장찬호, 홍보 김효원, 홍보진행 이은주, 사진 프로젝트 룩, 영상 ㈜세울연상 모아스토리, 디자인 스튜디오 메리보, 카피 전 진, 온라인 디자인 최혜정, 진행 김지현, 음악감독 한재권, 조명디자인 최보윤, 무대디자인 서지영, 분장디자인 이지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명랑캠페인의 오호진 제작, 김재엽 작 연출의 <가족 병 혼자라도 괜찮을까?>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월 3일
3, 창작집단 빛과돌의 임빛나 작 진용석 연출의 에이미 Go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창작집단 빛과돌의 임빛나 작, 진용석 연출의 <에이미 Go>를 관극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임빛나와 진용석은 부부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 <레알 솔루트> <에이미 Go>는 임빛나 진용석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다. 세 작품이 모두 독창적이고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한 우수작품이다. 특히 이번 <에이미 Go>에서는 부부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기량이 제대로 발휘가 된다.
<에이미 Go>는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열전에 선정된 작품이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한 주인공 여인이 임신을 한 채 모진 세파를 헤쳐 나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여인은 시를 쓰기를 좋아하고 미모에 긍정적인 마음과 타인을 신뢰하는 심정을 지녔지만, 여인이 맞서야 하는 세상은 거짓과 사기 그리고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부동산 업계, 주식투자업계, 사행성게임업계 주변에 사기꾼이 창궐하듯 주인공 여인은 부동산 경매차액으로 수익창출을 하려 한다.
실제로 ‘경매’하면 수 억 원대의 건물을 떠올리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적은 종자돈으로도 얼마든지 경매에 투자해 수익 올리는 재미를 볼 수 있다. 경매물건 4건 중 2건은 감정가 1억 미만의 서민형부동산이고 그중 5000만원 미만의 물건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 경매를 잘 만 활용한다면 짭짤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경매에는 거금이 든다는 선입관이 있다 보니 애초에 부동산 투자를 포기하고 사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1년에 나오는 14만~15만 건 정도의 경매물건 중 1억 원 미만인 물건이 30~40% 가량이나 되며 그 중에서도 5000여 건 정도가 3000만~4000만 원대에 입찰할 수 있으니 소액의 종자돈으로도 얼마든지 부동산 경매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근린상가의 경매 낙찰가율은 50~60% 선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인기가 덜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접객 율이 양호한 1~2층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고층에 위치한 상가도 병원과 학원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 신도시 상가의 경우 고층 한 층을 전체로 낙찰 받아 1인 사무실로 임대해 수익성을 높이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매도 시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오피스텔은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번 유찰되기를 기다리기보다 1회 유찰 후 최저가 수준에 입찰하는 것이 원하는 물건을 낙찰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에이미 Go>에서는 바로 이 이야기가 연극의 큰 흐름이 된다. 사기꾼이 등장하고, 전문가가 거드름을 피운다. 여주인공의 어머니와 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등장해 손녀를 지켜보고 조언을 한다. 이혼남과 남편의 불륜여도 등장을 한다. 험악한 지경이나 위기장면까지 희극적으로 연출되고 출연자들이 아크로바티크 한 연기와 개그코미디 식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 가기에 관객의 흥미가 높아진다. 거기에 회전무대를 사용해 동선 활용을 하고, 배경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기에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의상설정에서부터 음악에 이르기까지 극과 어우러져 마치 총체적 조형 예술 극을 관람하는 듯싶은 느낌이 들고 실험극적인 요소도 가미가 된다.
김가빈, 이정석, 장한얼, 남태훈, 장현준, 한기장, 한초아, 조 은, 차현경, 양동주, 방민선, 황민영, 정다연, 이동건 등 남녀 출연자 전원이 미남 미녀일 뿐 아니라, 아크로바티크하면서도 개그 코미디식 연기로 관객을 연극의 도입에서부터 즐겁게 하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권순재, 드라머터그 우혜민, 무대디자인 Shine-od, 조명디자인 신재희, 음향디자인 임서진, 영상디자인 김아름, 의상디자인 강수아, 분장디자인 정지호, 사진 그래픽 박태양, 아프리칸 무브먼트 최서영, 기획 이채은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창작집단 빛과돌의 임빛나 작, 징용석 연출의 <에이미 Go>를 기억에 길이 남을 독특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월 4일
4, 오디 뮤지컬 컴퍼니와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작, 브라이언 힐 극본, 닐 바트람 작사 작곡, 정한솔 번역 개사, 변희석 음악감독, 신춘수 프로듀서 연출, 김효진 협력연출의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삼성동 백암아트홀(관장 박귀재)에서 오디 뮤지컬 컴퍼니(OD Musical Company)와 롯데 엔터테인먼트(Lotte Entertainment)제작, 브라이언 힐(Brian Hill)극본, 닐 바트람(Neil Bartram)작사 작곡, 정한솔 번역 개사, 변희석 음악감독, 신춘수 프로듀서 연출, 김효진 협력연출의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The Story Of My Life)>를 관람했다.
브리이언 힐(Brian Hill)은 캐나다 출생으로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가다. 작사가 닐 바트람(Neil Bartram)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티모시 핀들리(Timothy Findley)의 대홍수(the Great Flood)를 뮤지컬로 제작하고, 브로드웨이의 디즈니 작은 인어공주의 협력연출(associate director of Disney’s The Little Mermaid on Broadway)을 하고, 뮤지컬 <선 셋 대로 (Sunset Boulevard)>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Phantom of the Opera)>에 출연해 “도라 최우수 연기상(Dora Award for outstanding actor)”을 수상한 배우이기도 하다. 닐 바트람(Neil Bartram)과 함께 스위니 토드(Sweeney Todd)를 공동작업 발표 공연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힐(Brian Hill) 극본, 닐 바트람(Neil Bartram) 작사·작곡의 뮤지컬. 2006년 캐나다에서 초연되었으며 예심을 거쳐 2009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한국에서는 오디뮤지컬컴퍼니 제작, 신춘수 연출로 2010년 동숭홀에서 초연되었으며 2011년 10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아트원 씨어터에서 재 공연되었다. 러닝 타임은 약 100여분으로 두 명의 배우가 등퇴장 없이 이어간다.
두 주인공 앨빈과 토마스. 그들은 7살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앨빈은 여섯 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서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앨빈은 할로윈만 되면 항상 그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2]그리고 말한다. 우리 엄마 유령의 모습으로 분장했다고 어린 시절에야 귀여웠지만, 15살이 되도록 이런 모습으로 할로윈 파티에 참석하는 앨빈이 토마스는 참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날 토마스와 앨빈은 나중에 둘 중 누군가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면 남아있는 한 명이 송덕문을 써주기로 약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대학 입학을 두고 있는 토마스.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은 앨빈은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다. 대학원서를 쓰다 글문이 막혀버린 토마스는 앨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토마스에게 영감을 불어주는 앨빈. 앨빈의 조언에 마법처럼 글이 써진다.
토마스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간다. 어린 티를 벗고 약혼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앨빈은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그리고 사차원적인 행동도 모두 어린 시절과 그대로이다. 토마스는 이런 앨빈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마스는 많은 책들을 냈다. 그리고 세상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깨닫지 못한다. 그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앨빈에게서부터 얻은 것이라는 사실.
지금 토마스는 먼저 떠난 친구 앨빈을 위한 송덕문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의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 앨빈은 평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처럼 다리 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토마스는 깨닫는다. 친구 앨빈의 소중함을 토마스가 써 내려가던 앨빈의 송덕문은 그가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하얀 눈처럼 공중에 날린다.
무대는 중간막이 내려진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연단이 세워져 있다. 추모인파를 위해 작가의 송덕사가 시작되면 중간막이 열리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서재다 아홉 개의 책장이 서재를 둘러싸고 있다. 서재의 마루는 객석을 향해 경사진 바닥이고 책장에는 장서가 가득 꽂혀있다. 책장 위로 아름다운 그림액자 아홉 개가 삼면 벽에 걸려있다. 책상과 의자가 놓이고, 책상 위에는 오래된 유성기와 나팔형의 확성기가 보인다. 책상 아래 쪽에도 낮은 장에 책들이 잔뜩 꽂히고, 낮은 장 앞에도 그림액자와 초상화액자가 놓여있다. 서재의 내부는 물론 서재외곽과 프로씨니엄 아치에 부분조명을 비추거나 조명의 강약으로 극적효과를 발생시키고 무대 안쪽에서 건반악기 연주자가 출연자의 노래반주를 한다. 수많은 원고지 종이뭉치를 사용해 허공에 날리는가 하면, 대단원에서는 눈꽃 같은 흰 종이 분말이 천정에서 쏟아져 내려오기도 한다.
고영빈, 강필석, 조성윤이 베스트셀러작가 토마스 위버(Thomas Weaver)로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등이 각기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작가의 친구 앨빈 켈리(Alvin Kelby)로 역시 트리플 캐스팅되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음악극을 이끌어 간다. 출연자 전원 훤칠한 미남에 탁월한 기량 그리고 가창력으로 여성관객의 연모의 대상이 된다.
기술감독 김미경, 무대디자인 정승호, 조명디자인 나한수, 의상디자인 도연, 음향디자인 권도경, 분장디자인 김성혜, 소품디자인 황수연,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가두현, 제작 PD 조정만, 프로덕션 무대감독 노병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오디 뮤지컬 컴퍼니(OD Musical Company)와 롯데 엔터테인먼트(Lotte Entertainment)제작 브라이언 힐(Brian Hill)원작 닐 바트람(Neil Bartram)작사 작곡 정한솔 번역 개사 변희석 음악감독 신춘수 프로듀서 연출 김효진 협력연출의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The Story Of My Life)>를 젊은 관객 선호, 특히 여성관객 선호의 성공적인 음악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5일
5, 극단 수의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좋은 이웃>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수의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좋은 이웃>을 관극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구태환은 극단 수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국립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다. <황색여관> <나생문> <아일랜드> <북어대가리> <심판> <마땅한 대책도 없이> <친정엄마> <이름을 찾습니다> <러브이즈매직> <벚꽃동산> <선물> <친정엄마와 2박 3일> <기막힌 사내들> <휘가로의 결혼> <전설의 달밤> <삽 아니면 도끼> <달의 목소리>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2005 <나생문> 서울연극제 인기상 수상, 2006 <이름을 찾습니다> 거창연극제 대상작, 희곡상, 여자연기상 수상, 2007 <심판>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2007 BEST3, 2008 <고곤의 선물>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무대는 먼저 이곳에 정착한 가족과 새로 이사를 온 가족이 각기 사용하는 거실로 설정이 된다. 그러나 무대 중앙에 놓인 육중해 뵈는 식탁은 두 가족의 식탁으로 공동 사용되거나 각각의 한 가족만의 식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대 상수와 하수에 움푹 파인 4각의 공간이 있어, 상수 쪽에는 물을 채워 욕실장면에 사용되고, 하수 쪽은 붉은 융단을 깔아 1실로 사용된다. 배경 가까이에 통로가 있어 등퇴장 로로 사용되고, 무대 좌우에 내실로 들어나는 통로가 객석 가까운 벽 사이에 있다. 평상복과 작업복, 실내복과 속옷을 극중 벗고 입으며 연기를 펼치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곡이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그 외의 열정적인 곡으로 관객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연극은 새로 이사를 해 온 가족이 다시 이 마을을 떠나려는 장면에서 시작해, 현재에서 과거로 한 장면 한 장면 되돌아가며 두 가족이 좋은 이웃이 되는 내용이 극 속에 역순환 식으로 전개가 된다. 스크린 역할을 하는 배경화면에 현재에서 과거로 차례차례 두 가족이 가깝게 되는 과정과 일정과 시간이 문자 영상으로 투사가 된다. 새로 이사를 온 가족….작가인 남편과 아내, 두 사람 다 중년의 나이이고, 원래 정착해 살고 있는 가족 역시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지만, 남편은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를 지닌 농부이고 아내는 젊고 아직 아기를 출산한 경험이 없는 미모의 여인이다. 새로 이사를 온 중년의 작가는 작품을 집필을 이유로 부인을 의식적으로 멀리한다. 한창나이에 관능미까지 갖춘 부인은 자연히 건장한 이웃남자를 넌지시 바라보고, 이웃남자도 새내기 아내보다 작가부인을 연모한다. 농부 아내인 젊은 여인은 지식에 굶주린 터라 중년의 작가에게 금세 호감을 보이고, 작가의 말 한마디에 호감과 감동을 나타내면서 이것저것 음식을 장만해 작가에게 가져다준다. 새내기 부인은 마음을 밀착시키고 몸까지 밀착을 시킨다. 관객은 좋은 이웃이 불륜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관극을 하는 듯싶고, 연극은 거기에 호응을 하는 듯 두 가족의 남녀가 각기 이웃집 이성과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과정이 불길이 피어오르듯 전개가 된다. 그러다가 각각의 부부가 다른 상대와 밀착시키는 모습을 알아차리게 되고 또 보게도 되면서 새로 이사를 온 작가부부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로 작정을 하게 되고, 두 가족이 식탁에 모여앉아 마지막으로 좋은 이웃처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윤희와 황세원이 새로 이사 온 작가가족, 한윤춘과 조하영이 먼저 정착해 농사를 짓는 가족으로 등장해, 각자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극의 도입부터 관객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극에 몰입을 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미술 임일진, 조명디자인 김재억, 음악감독 김태근, 영상디자인 임예진, 분장디자인 임영희, 움직임지도 이영일, 무대미술어시스트 오미연, 소품 노현열, 조연출 김정아 등 스테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수의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좋은 이웃>을 세계시장에 내 놓아도 좋을 고수준의 연극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1월 7일
6, 그룹 동 시대의 이희준 오유경 작 오유경 연출의 <듀스>
서초동 씨어터 송에서 그룹 動 시대의 이희준 오유경 작 오유경 연출의 <듀스(deuce)>를 관극했다.
이희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와 NYU 뮤지컬극작전공 석사(MFA)출신으로 <내 마음의 풍금(2008>으로 제14회 한국뮤지컬 대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라 레볼뤼시옹> <파리의 연인> <내마음의 풍금 씨즌4> <미남이시네요> <쌍화별곡> 정가극 <이생규장전>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바실라> <미오 프라델로> <미아 파밀리아> <헤이 자나!> 연극<듀스> 등을 집필 발표한 미모의 작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그룹 動시대 상임연출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원더풀초밥> <듀스> <서글퍼도 커튼콜>, <은미노래방>, <변태>, <아가멤논 家의 비극>, <박제 갈매기>, <오셀로, 오셀로> <햄릿… 유령선>, <말하는 고양이>, <강철여인의 거울>, <오! 발칙한 앨리스>, <안전(+)제일> <그녀들의 집>등을 집필 또는 연출한 출중한 기량의 미녀연출가로 제3회 서울연극인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듀스(deuce)는 미국식으로 해석하면 테니스 경기 중 듀스(deuce) 게임으로 접어들었을 때나, 카지노 도박에서의 듀스(deuce)를 의미하지만, 영국식 해석으로는 화(禍)나 재앙(災殃)을 의미한다. 이 연극에서는 감옥에 갇힌 두 여인의 이야기니, 화나 재앙으로 풀이해야겠다.
정사각형의 극장을 들어서면 객석이 4면벽 가까이에 마련이 되고, 무대는 중앙에 2단 높이로 조성되어있다.
무대는 좁은 침상이 엇갈려 놓여있고, 침상너머로 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된 분리된 감방이지만, 벽이 없어 두 여자복역수의 모습을 객석에서는 동시에 볼 수 있지만, 죄수끼리는 벽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장면에 따라 장치가 180도 회전을 하기도 하고, 90도에서 멈추기도 한다.
내용은 1991년에 발표된 페미니즘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 &Louise)와 이바노비치 곡에 김우진(金祐鎭 1897~1926)의 시를 가사로 하여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尹心悳, 1897 ~ 1926)이 부른 “사의 찬미”에서 소재를 따와 복합적으로 구성했다.
두 여죄수의 감옥의서의 일상이 벌어지고, 한 여인은 집 두 채를 날릴 정도의 명품 쇼핑중독 때문에 가족들의 고발로 감옥살이신세가 되고, 또 한 여인은 정리해고로 인한 해고자들 편에 서서 재벌기업가에게 테러를 가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성격이 다른 여인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죄수생활을 하고, 서로 상대의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대화를 통해 상대의 성격이나 신상을 감지하며 소통도 한다.
두 여인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처럼 멕시코로의 여행을 염원하며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꾸기도 하고, 현해탄 푸른 바다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윤심덕인양 “사의 찬미”를 열창하기도 하면서 지루한 교도소에서의 반복생활을 꿈과 활기와 상상력으로 대처해 나간다.
두 사람이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서 사랑의 상대역으로 연기를 펴는 장면과 두 여인의 열연에 관객은 시종일관 극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가끔 교도관이 식사시간에 맞춰 이동식단기에 물과 음식을 실어 나르는 장면이 연출되고, 꿈속에서 테러여인의 아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날개를 단 천사가 쇼핑중독녀의 상상 속에 등장하기도 하면서, 연극은 점입가경(漸入佳境) 관객을 폭소와 몰아(沒我)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대단원에서 홀로 남은 명품녀의 고독, 그리고 테러녀의 아들의 모습이 명멸(明滅)하듯 잠시 보이면서, 연극은 폭소 뒤에 깊은 슬픔의 여울을 관객의 가슴에 흐르도록 하고 마무리를 한다.
김현진이 윤심덕으로, 김진솔이 명품 중독 여인으로 등장해 열연한다. 김정은이 윤심덕의 아들, 신소이가 교도관과 천사로 등장해 호연을 보인다.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다른 일정의 공연에서는 김정은이 윤심덕, 신소이가 명품중독 여인, 김현진의 윤심덕의 아이, 김진솔이 교도관과 천사로 호연과 열연을 보이기도 한다.
음악감독 이호근, 무대디자인 김준성, 조명디자인 김상호, 의상디자인 오수현, 음향 조명 진행 황교성, 포스터사진 이상욱(Studio B O B), 기획 홍보 주식회사 인아크 등 제작진과 스태프 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그룹 動 시대(대표 송인성)의 이희준·오유경 작, 오유경 연출의 <듀스(deuce)를 서초지역에 걸맞고 어울리는 명품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12일
7, 극단 디렉터그42의 라지브 조세프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마두영 연출의 <상처투성이 운동장>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디렉터그42의 라지브 조세프(Rajiv Joseph)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마두영 연출의 <상처투성이 운동장(Gruesome, Playground, Injuries)>을 관극했다.
라지브 조셉((Rajiv Joseph, 1974~)는 마이애미 대학(Miami University) 에서 창작 작문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대학교의 티취 스쿨(NYU의 Tisch School of Arts)에 극작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네갈의 평화 봉사단(Peace Corps in Senegal)에서 3 년간 봉사한 경력의 소유자다.
작품으로는 브로드 웨이 연극 <바그다드 동물원의 벵골 호랑이>로 2010 년 퓰리처 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국립 예술기금재단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에서 뉴 아메리칸 플레이 (Newstanding New American Play) 상을 수상했다.
라지브 조셉의 뉴욕 프로덕션(New York productions)에서는 <상처투성이 운동장(Gruesome Playground Injuries 2011)>, <종이 밖으로 나온 동물들(Animals Out of Paper, 2008)>, <레오파드와 폭스 (The Leopard and the Fox, 2007)>, <알터 에고 (Alter Ego, 2007)>, <헉 &홀든(Huck &Holden, 2006)>, <호수 효과(The Lake Effect, 2006)> <메두사 시체(The Medusa Body, 2006)> 등을 발표 공연했다.
마정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번역서로는 <오스카 와일드 단편집>이 있고, 공저로는 <오래된 예술, 새로운 무대: 한·중·일 공연예술 찾기>, <오래된 무대, 새 길을 찾다>, <예술과 과학, 서로 넘겨다 보다: 현대 과학과 예술>이 있고, 번역 작품은 <단편소설집> <러브> <퍼디미어스>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등이 있다.
마두영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의 연극배우이자 뮤지컬 배우 겸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나는 바람> <상처투성이 운동장>이 있고, 출연작으로는 <옥상 위 카우보이> <모험왕 신모험왕> <안티고네> <태풍기담> <불역쾌재> <앞집아이> 영화 <하류인생>에 출연한 미남배우이자 연출가로 마정희 선생과 이홍이와 함께 극단 디렉터그 42를 창단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극인이다.
무대는 백색의 삼면 벽으로 이루어진 거실이다. 4각형의 크고 작은 수많은 액자가 삼면 벽에 부착되어 있고, 벽 앞으로 옷장, 서랍장, 그 외의 크고 작은 장이 놓여있고, 액자 옆으로 종이컵을 모아서 붙인 조형예술작품도 무대 좌우 액자 옆 벽면에 부착되어 있다. 액자 속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흰 바탕만 보이고, 정면 벽과 액자 옆으로 8, 13, 18, 22, 28, 33. 38 같은 숫자의 조각물도 함께 삼면 벽에 붙여놓았다. 무대 중앙에 침대로 보이는 백색의 조형물 두 개가 자리를 잡고, 조형물 두 개를 합쳐놓으면 더블베드가 된다. 객석에서 바라보이는 왼쪽 벽면에 등받이 벤치의 앞쪽을 벽에 대어놓았고, 오른쪽 벽면에는 등받이가 없는 벤치가 놓여있다. 여러 개의 스크린 같은 차단벽을 가로 세로 천정에서 내려진 끈에 메달아, 출연자가 장면변화에 따라 스크린을 올리거나 내리면서 극을 이어간다. 정면 벽 중앙에 백색원형의 쓰레기통이 있고, 남녀 2인이 출연하는 2인극으로 장면전환 때마다 무대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후반부에는 남자출연자가 환자이동의자인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다.
<상처투성이 운동장(Gruesome Playground Injuries)>에서 마음의 상처는 피부와 연골의 상처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표현된다.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젊은 남녀 한쌍의 사랑싸움이 아닌 사랑 씨름으로 엮어진다.
더그 (Doug)는 위험에 신경 쓰지 않는 매저 키스트 (masochist) 성격의 인물이다. 8세 시절부터 38세에 이르기까지 자전거로 천정에서 뛰어내리거나, 옥상, 높은 전봇대, 얼음 언 호수바닥으로 뛰어내려 온몸에 상처를 입고 골절이 되면서도 그 성격을 고치지 못 하지만 30년 동안 한 여인만 사랑한다. 반면에 케일린(Kayleen)은 정신박약 증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알약을 복용해야 진정되는 여인이다.
배를 가르고 넓적다리를 칼로 긋기도 한다. 케일린(Kayleen)은 물론 중간에 더그(Doug) 대신 다른 남성에게 한눈을 팔 때가 있지만 30년 동안 더그(Doug)의 사랑을 기다린다. 더그(Doug)와 케일린(Kayleen)이 8 살이 될 때부터 38 살이 될 때까지 두 사람이 사랑의 대상으로 출발해 곧 결합이 될 듯 보이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만다. 18 세의 더그(Doug)가 케일린 (Kayleen) 침실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침대에 들기 직전에 불발에 그친다.
연극의 후반부에서는 두 남녀가 5 년에 한 번 만날 뿐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의 삶 속에서 매일 존재하는 것처럼 전개가 된다. 비정상적인 사랑이지만 관객은 중단했던 곳에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몇 번을 되돌아오면서 30년 동안 두 사람이 왜 떠나서 되돌아오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상처나 골절 또는 친부모의 죽음 같은 몸과 마음의 고통도 사랑이라는 신비스러운 감정 때문에 치유가 되어가는 과정과 대단원에서 환자이동의자에 몸을 싣고 들어오는 더그 (Doug)와 그를 지켜보는 케일린(Kayleen)의 마지막 장면을 바라보며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과거 자신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각자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백종승이 더그 (Doug), 조아라가 케일린(Kayleen)으로 출연해 8세부터 38세까지의 변화를 연기로 표현해 낸다. 두 사람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과 의상변화 그리고 상처부위의 변모에 이르기까지 열정과 기량을 다함으로 해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서지영, 조명 노명준, 의상 김미나, 음향 정혜수, 분장 장경숙, 조연출 김유림, 그래픽디자인 황가림, 사진 김한내 장우제, 기획 나희경 등 제작진과 스태프 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디렉터그42의 라지브 조세프(Rajiv Joseph) 작, 마정화 번역 드라마터그, 마두영 연출의 <상처투성이 운동장(Gruesome, Playground, Injuries)>을 2017년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우수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월 15일 박정기
8,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작가전 장 쥬네 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
혜화동 30스튜디오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장 주네 원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관람했다.
장 주네 (Jean Genet, 1910년~1986년) 는 실존주의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창부였던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10세 때에는 굶주린 배를 억제하지 못하고, 애정에 굶주려 절도죄로 감화원(感化院)에 들어갔다. 그 후 탈옥하여 거지·도둑·남창 (男娼)·죄수 생활을 하면서 유럽 전역을 방황했다. 점령 중에 투옥되었을 때에는 1942년 프렌 형무소에서 데뷔작 소설 <꽃의 노트르담> 및 자전(自傳)의 <도둑일기>를 썼다.
1947년에 주베가 <하녀들>을 공연한 것으로 극작가의 길을 열었는데, 이후 그 전작(前作)인 <엄중경계>를 비롯하여 <발 콘> <흑인들> <간 막이>가 상연되어, 찬부(贊否) 양론을 낳았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남색(男色)과 반역과 증오와 범죄가 지배하는 암흑의 세계를 가장 외설스럽고 난잡한 비어음어(卑語陰語)와 빛나고 투명한 시어로써, 독창적이고도 난해한 문체로 그려내서 관객을 현대의 흑막세계로 안내했다. 그것은 반역과 악의 찬가(讚歌)이며, 순수성에의 역설적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주네에 대한 평전 《聖 주네》를 저술하면서 그의 문학을 “말로 표현된 고행승적 (苦行僧的) 실험”이라고 평했다.
장 쥬네의 대표작으로서는 시집 <장미의 기적>과 빈민 구제사업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기의 이야기를 쓴 소설 <도둑 이야기>, 그리고 희곡 <하녀들>이 있다.
오세곤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고 ‘장 주네의 희곡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부회장, 극단 노을 예술감독,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 아산문화재단 이사, 충청남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우의 화술』등이 있다. 우리읍내(쏜톤 와일더 작), 도둑일기(장 주네 작) 등 다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현재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다.
이윤택(1952~)의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지역과 경계를 넘나들었다. ‘오구’, ‘바보각시’, ‘느낌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등 전통과 동시대를 만나게 하는 작품은 물론 ‘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등 해외극을 한국의 독자적인 현대연극 양식으로 수용하는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1990년대 이윤택은 일본의 도야마 현 도가 예술촌으로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도가무라는 1973년 원래 다섯 채의 갓쇼즈쿠리(짚으로 지붕을 엮는 방식의 전통 가옥 형태)를 모모세강 유역에 모아 「도가 갓쇼문화마을」이라 이름 지었다.
1976년에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領木忠志, 1939~)가 이끄는 와세다 소극장(현 극단 SCOT : Suzuki Company of Toga)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고 갓쇼즈쿠리의 민가를 개조하여 「도가산보」라 이름짓고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객이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지혜가 서려 있는 산촌에서의 예술 활동으로서 각 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982년에는 그리스 식의 야외극장(이소자키 아라타 설계)을 신설, 스즈키 다다시는 그 동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내 최초의 세계 연극제 「도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또 1983년에는 스즈키가 창출한 배우 훈련법인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를 가르치는 「국제 연극 하계대학」을 열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도야마 현으로 이관되어, 갓쇼 문화마을은 도야마 현립 도가 예술공원이 되었다. 그 후로 도야마현 난토시 (도가마을은 2004년 행정구역 합병으로 난토시가 되었다.)에 의해 극장, 연습실, 숙소 등이 차례로 정비되어, 현재 주변의 「도가다이산보」,「리프트 씨어터」를 포함한 7개의 극장, 연습실, 200명 이상 숙박 가능한 숙소에 이르기까지 무대예술의 일대 거점이 되었다.
매년 여름에 이루어지는 「SCOT 썸머 시즌」, 다국적 배우에 의해 올려지는 무대공연, 전세계의 배우를 위한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 교실, 아시아 각국의 연출가들에 의한 「아시아 연출가 페스티벌」, 일본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인 콩쿨」, 「고교생 하계 연극교실」등의 인재 육성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윤택은 일본 도야마현 도가예술촌을 방문한 후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개최해 금년 2016년에는 제16회 밀영여름공연예술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이윤택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연극인이다.
<하녀들>의 무대는 지하에 있는 의상실인 듯 계단을 올라 외부로 나가는 마루와 통로가 있고, 피아노, 장식소파, 원형탁자, 의자, 옷장, 장식장, 꽃병 꽃바구니, 고풍스런 전화기, 마네킹에 이르기까지, 마치 고급스런 의상실처럼 차려놓았다. 출입문도 흰 망사 같은 천으로 커튼을 드리우고, 의상도 최고급 드레스, 블라우스, 야회복, 모피코트, 반코트, 숄에 이르기까지 현란하고 화려하다. 색색의 하이힐까지 눈에 띈다. 하녀들의 붉은 내복차림도 극과 조화를 이루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라벨 작곡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극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녀들>의 내용은 하녀들이 주인인 마담을 골탕 먹이려고 마담의 정부인 무슈를 경찰에 고발해 붙잡혀가도록 만든다. 마담이 없는 때에는 하녀 자매는 마담놀이를 하며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시킨다. 그런데 무수가 가짜편지 때문에 잡혀온 사실이 드러나 가석방되니, 하녀들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마담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마담을 수면제를 탄 차를 먹여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정작 마담이 들어오니, 하녀들은 마담에게 고분고분하기가 애완용 동물은 저리 가라싶을 정도이다. 마담은 하녀들을 아랫것 대하듯 하다가 애정을 표하기도 하고, 하녀들이 가져다 준 수면제를 그대로 둔 채 무슈가 구치소에 갇힌데 대한 걱정과 절망으로 생의 의욕이 없는 듯 하녀들에게 자신의 옷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하녀들이 수면제 차를 계속 권하니, 차가 식었다며 쏟아버린다. 그리고는 마담은 집에 수화기가 바닥에 내려져 있는 까닭을 하녀들에게 묻는다. 하녀들은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운김에 수화기를 떨어뜨렸다는 소리를 하니. 마담은 왜 일찍 알려주지 않고 이제야 알려주느냐며 무슈의 석방을 기뻐하며 하녀가 다시 가져다주는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시지 않고 외출을 한다. 독살에 실패한 하녀자매는 다시 마담놀이를 하며, 마담대신 수면제를 탄 차를 마시고 쓰러진다. 그러나 마담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하녀들의 행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소희, 김아라나, 서혜주, 등 출연자들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은 일찌감치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원작을 격상시킨 듯싶은 느낌이 들 정도의 연출력과 연기력이 발휘된다. 이 공연은 프랑스 아비뇽에 가서 공연을 해도 갈채를 받으리라는 생각이다.
의상 드라마투르기 송은주,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기획홍보 오동식, 홍보디자인 전소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 또한 드러나,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작가전 1, 장 주네 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2017년 새해 벽두를 장식할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월 20일
9,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도토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도토리>를 관극했다.
오태석은 1940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해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그의 첫 희곡 「영광」이 시민예술제 희곡 공모에 당선되어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초기에 서구의 모더니즘 희곡 형식을 실험하다가 1970년대 이후로는 전통극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면서 작가 고유의 희곡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태석의 희곡은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다룬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들과,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분류될 수 있다. 논리적인 인과 법칙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의 흐름에 따라 극적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과 유희적인 상상력이 넘쳐흐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비논리적이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태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왕성한 극작 활동과 연출 활동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태석이 한국 현대 희곡사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극 형식을 실험하였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현재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육교 위의 유모차>,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초분>, <태>, <춘풍의 처>, <사추기>, <자전거>, <부자유친>, <비닐하우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천 년의 수인>, <코소보 그리고 유랑>, <잃어버린 강>, <지네와 지렁이>, <내 사랑 DMZ>,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만파식적>, <양화진 사랑>, <분장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무대는 벤치 형의 칸칸이 손잡이가 달린 긴 나무의자가 배경 막 앞에 가로 놓여있다. 무대 중앙에는 멍석 크기의 커다란 소쿠리에 수박덩이 만한 도토리가 잔뜩 들어있다. 장면이 바뀌면 이 두 개의 대도구는 출연자들에 의해 치워진다. 객석에서 바라보이는 무대 왼쪽에 커다란 휴대폰이 세워져 있고, 전광판에 문자와 수자가 차례로 표시된다. 무대 오른쪽에는 공중전화박스 같은 구조물이 있다. 수많은 동물과 호박을 탈로 사용을 하고, 낙타형태의 조형물, 자동차 형태의 조형물이 등장하고, 천정에는 두 줄에 매단 적색과 청색의 천이 마치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사회자의 해설로 연극이 시작되면 감옥에서 수형자들 중 모범수가 석방되는 장면이 펼쳐지고, 두 명의 석방된 죄수가 춤을 추며 퇴장한다. 죄수 한명이 누님 집에서 간병인 노릇을 하는 로봇과 마주한다. 또 한명의 죄수의 여자 친구 가족의 생활모습이 펼쳐진다. 회전하는 날개가 붙은 장난감이 배달되고, 그 날개를 돌리면 경을 읊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딸의 남자친구가 전과자가 되어 들이닥치니 비록 부처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하랴?
장면이 바뀌면 석방된 인물 중 한명이 멧돼지 먹이인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고 설명을 한다. 그런데 설명이 어눌하고 서툴기 그지없다. 척수장애인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니 그 말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 그러나 인물은 열심히 설명을 반복한다. 멧돼지 탈을 쓴 출연자들이 등장해 도토리를 하나하나 집어간다.
장면이 바뀌면 지적장애가 있는 인물 앞세워 장애인의 공생마을을 만들겠다고 선전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사회복지과 팀장, 이를 수상하게 여겨 지켜보는 경찰, 그리고 무대에 세워둔 휴대폰에 경적 음이 들리면서 전광이 반짝거린다.
여자 친구 집은 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사를 하기도 전에 이사 올 사람의 짐이 먼저 도착을 한다. 그런데 그 이삿짐 속에 개와 고양이의 시체 그리고 오소리 너구리가 들어있다. 복덕방이 등장하고 노인이 등장해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임을 알린다. 그러면서 티벳의 극락 같은 고장으로 가려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장면이 바뀌면 장애인인 인물이 호박장사를 한다. 호박잎도 따서 모은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호박과 호박잎을 판다고 어눌하게 외친다. 인권단체 직원이 등장해 지적장애인을 돕자는 명목으로 예금통장에 입금을 시키라며 계좌번호를 알린다. 로봇 간병인이 등장해 직원의 머리채를 잡는다. 직원이 냅다 도망을 한다. 호박들도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퇴장한다. 이런 광경을 계속 지켜보는 경찰.
인권단체 직원이 입금된 돈을 계산하며 앞으로 입금될 금액을 예측한다. 게다가 장애인의 여자 친구를 납치해 차에 번개탄을 넣고 불을 붙인 후 승용차 문을 닫으면,
여친의 아버지가 거금을 입금시킬 것이라며 흉계를 꾸민다. 직원이 식당으로 향하면 로봇 간병인이 그의 뒤를 따른다. 잠시 후 식당 쪽에서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총성과 함께 멧돼지 떼가 등장한다. 포수와 마을 청년들이 뒤따른다. 석방된 죄수 중 한명이 포수들의 멧돼지 사냥을 막아선다. 청년이 구원을 요청한다. 바로 그때 낙타형태의 조형물이 썰매를 끌고 등장한다. 포수들이 도망을 친다. 사람들이 낙타를 반기고 선녀들이 도토리를 들고 춤을 추며 들어온다.
장면이 바뀌면 여자 친구의 집에 불이 났다고 경보와 함께 휴대폰이 울린다. 그런데 집은 멀쩡하다. 위층에서 불이 난 것으로 정정 보도된다.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위층 소녀가 베란다에서 아래층으로 투신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원인이 자살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알려진다.
붉은색 승용차가 등장을 하고 번개탄을 피우려 한다. 장애인의 여자 친구와 인권단체 팀장이 함께 동승하려 한다. 승용차 화재를 빌미로 거액을 챙기려는 계략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여친은 반대를 하고, 경찰이 알고 들이닥친다. 형사들이 여친을 커다란 포대자루에 넣어 묶는다. 그러나 여친은 구멍으로 빠져나오고 팀장이 대신 들어가 묶인다. 형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차문을 닫는다. 돌연 번개탄이 연기를 뿜으니 형사들이 놀라 차문을 다시 열려고 하지만 차문을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다. 차안에서 팀장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거액을 챙기려던 인권회사 직원이나 이를 알고 찾아온 여론사의 카메라맨이나 경찰이나 모두 달아나듯 퇴장하면 차문이 열리고 장애인이 여친을 구해 차 밖으로 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재판정이다. 멧돼지들이 긴 벤치에 앉아있다. 판사가 선고를 하려다 펼쳐진 법전 종이위로 기어가는 자 벌레를 발견한다. 판사는 자 벌레가 기어갈 때까지 선고를 보류한다며 휴정을 선언하면 멧돼지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17년 전에 오태석이 집필을 하고 이번에 수정보완을 해 완성시킨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환경이 주제가 된 연극이고, 어린이들이 많이 관람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국립극단 단원이었던 정상철, 김재건과 필자에게 저녁을 사며 한 이야기다.
송영광, 정지영, 유재연, 조원준, 김봉현, 배건일, 조유진, 임주은, 이신호, 장원준, 이병용, 이근환, 손현우, 박현정, 장햇님, 김자연, 최광원, 홍성환, 윤정욱, 황보연, 서수민, 나진수, 임정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물론 열창과 무용에 이르기까지 혼연 일체된 모습에서 극단 목화의 열정을 다한 연습장면이 떠오른다.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안무 강은지, 시진 이도희 신귀만, 컴퍼니매니저 오준현, 기획 정지영 이병용, 그래픽디자인 박현정, 인물 포트레이트 최재원, 음향오퍼 및 글 박소연, 조명오퍼 신지은, 프로듀서 이혜정, 라인프로듀서 이경빈 강유진, 홍보 김수정 양은지 등 스태프 모두의 기량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도토리>를 동화나 우화 같은 느낌의 친 대중적 표현에 실험성까지 곁들인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1월 27일 박정기(朴精機)
10, 애플씨어터와 안톤체홉학회의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박현욱 연출의 회상과 결혼전야
성균관대 앞 아트씨어터 문에서 애플씨어터와 안톤체홉학회의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박현욱 연출의 <회상>과 <결혼전야>를 관극했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집필하거나 연출을 한 작품으로는 97 [결혼전야] (전훈/작) 아룽구지 소극장 외 다수, 97 [NANTA](Original version) 환 퍼포먼스, 호암아트홀, 98 [갈매기](체홉/작) 극단 떼아뜨르 노리-체홉 페스티발 참가작, ’98 [좋은?녀석들](이만희/작) 극단 연극세상, 아룽구지 소극장, 98 경주세계문화EXPO 메인이벤트 총연출 “인류화합음악축제” ”99 [벚꽃동산](체홉/작) 서울시립극단, 세종문화회관소극장 ’99-2000 [樂햄릿](조광화/작) 서울뮤지컬컴퍼니, 호암아트홀, 장충체육관 2001[유리가면]-episode1″기적의?사람”(전훈/각본)-열린극장, 인켈아트홀, 2001서울공연예술제”참가-바탕골소극장- 2002 [죽음의 토크쇼] (전훈/작) – 인켈아트홀, 2002 [월미도 살인사건] (스가 고헤이/원작, 전훈/번안) – 인켈아트홀, 2004 안똔 체홉 4대 장막전 [벚꽃동산]동국대극장,[바냐아저씨]국립극단,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수상) [갈매기] 정동극장, [세자매] 정미소, 2006 [유리가면]-episode5 “또 하나의 영혼” (전훈/각본) -인켈아트홀, 2008 [말괄량이 길들이기](셰익스피어/작) 서울시극단 – 세종M씨어터, 2010 [내일은 챔피온]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서울연극제 출품작, 무대미술상) 2010 [숲귀신] (안똔 체홉) 연출 게릴라 소극장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우수작 선정), 2011 <아마데우스>(피터 쉐퍼/작> – 국립명동예술극장
2014년 전훈은 안톤 체홉의 작품전체를 공연하기 시작했다. <숲귀신> <바냐 삼촌> <파더레스> <챠이카> <검은옷의 수도사> <벚꽃동산>을 비롯해 자작희곡인 <내일은 참피온> 그리고 피터 쉐퍼의 <아마데우스>를 연출하고 2017년 신년벽두에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을 공연하고 있다.
연출을 한 박현욱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의 배우 겸 연출가다. <타오르는 안토니오> <모든 것은 변한다> <도덕적 도둑> <정의의 사람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그 외에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아마데우스> <벚꽃동산> 그 외에 다수 작품에 출연해 연기는 물론 연주에도 탁월한 기량을 보인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미남 연극인이다.
무대는 <회상>에서는 1m 폭, 2m 높이, 5m 넓이의 입체로 된 철제 빔 두 개를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이동 배치시키고, 탁자와 의자, 그리고 바닥에 이불을 깔아 누울 자리를 마련한다. 긴 직사각의 입체조형물을 소파로 사용하고, 철제 빔은 교도소 장면에도 사용된다, 후반에는 소파 여러 개를 들여다 붙여서 침상을 만들기도 한다. 문형태의 등퇴장 로가 정면 벽과 오른 쪽 벽에 있다.
<결혼전야>장면에서는 탁자와 의자, 그리고 긴 안락의자가 사용된다. 낮은 장식장도 배치된다. 복도에 파리의 에펠탑 형상의 전광판을 걸고, 그것을 떼어다 실내에 걸기도 한다. 생일 케이크가 결혼축하케이크로 사용되고, 곽을 열면 음악소리가 들리는 조그만 곽, 결혼반지, 그리고 은빛 금빛 색종이를 잘게 썰어 담은 바구니가 사용된다.
<회상>과 <결혼전야>에서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Amazing grace”의 멜로디가 흘러나와 극적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고, 출연자들이 따라 부르기도 한다.
<회상>은 현재는 없어졌지만 구로공단이 있던 시절이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살던 주인공 영호는 선주인 아버지가 파산을 하자, 아버지 배를 되찾기 위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돈을 벌러 구로공단으로 올라온다. 오고 갈 데나 잘 곳도 없는 영호는 용팔이라는 공단에서 일을 하는 나이든 청년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영호는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처녀 수아를 생각하고 열심히 공단에서 일을 하지만, 공단노조결성과 관련되어 본의 아닌 인명살상을 저지르게 되고, 곧바로 교도소에 구금되는 신세가 된다. 사랑하는 처녀 수아는 영호를 찾아 상경한다. 주인공의 주소를 찾다가 경찰서에서 노조관련 연락책으로 오인 받고 조사를 당하기도 하지만 무혐의임이 알려지자 영호의 서울주소인 용팔이의 집으로 찾아오게 된다. 용팔은 수아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머무르도록 배려한다. 용팔은 영호가 출장 중이라고 수아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용팔의 애인을 통해 영호가 교도소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고 면회를 간다. 결국 수아는 용팔의 애인 가게에서 일을 하며 영호를 기다린다.
영호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고, 용팔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기 사진이 들어있는 장식장과 수아가 앞치마를 두른 모습을 보고, 영호는 수아가 용팔과 결혼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수아의 손길을 뿌리치고 매우 낙담한 모습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한다. 그때 용팔의 애인, 그러니까 용팔의 부인이 등장해 오해를 풀어준다.
영호와 수아는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한 첫날밤을 보낼 침대가 마련된다. 그런데 만취한 용팔과 하객으로 온 경찰들이 역시 만취해 신혼부부의 침상에 한꺼번에 드러눕는다.
대단원에서 취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고 영호와 수아는 둘만의 첫날밤을 지내게 된다.
서석규, 임광진, 전다록, 이가은, 송지연, 표민지, 신원우, 황의형, 양소남, 박제아, 윤주선, 심인규 등 출연자가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박현욱 음악, 조연출 채희원 강연주, 내래이션 박용희, 연주 고영관, 앙상블 이희연 주성진 이성진 등 스테프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전훈 작 박현욱 연출의 <회상>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결혼전야>는 경기도 송탄市, 미군부대 근처 까페에서 일을 하는 명자, 숙희, 영란이 함께 살던 공간이 무대다. 내일은 막내 명자의 결혼식이 있다는 설정이고, 세 여인의 결혼전야 송별파티가 시작된다. 숙희는 내심 아까 빌린 값싼 명자의 웨딩드레스가 마음에 걸린다.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명자의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고급 웨딩드레스를 해주지 못하는 맏언니로서의 애석한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잠시 후에는 영란도 들어온다. 영란은 양손에 결혼선물, 샴페인, 꽃가루 광주리, 숙희가 부탁한 케이크 등을 안고 들어온다. 그녀는 새로 사귄 미군과의 데이트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지 들뜬 기분이다. 드디어 명자가 내일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세 여인은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노래와 춤을 <결혼전야> 축하파티를 벌인다.
그런데 즐거워해야 할 명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옛 애인 길수 생각을 하며… 두 여인은 명자를 달래고 진정시키려 하지만 자신들의 신세를 생각하며 한꺼번에 울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케이크에 슈크림을 떼어 서로에 얼굴에 가져다 붙인다. 그 모습을 보고 울다가 웃고 또 크림을 서로 바르고 난장을 벌인다.
갑자기 한 남자가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등장한다. 교도소에서 출감되어 명자를 찾아온 길수다. 숙희와 영란은 엉겁결에 자리를 피해준다. 길수는 명자의 웨딩드레스를 보고 할 말을 잊은 듯싶다. 얼굴에 슈크림이 잔뜩 붙은 명자 역시 무엇이라고 길수에게 이야기를 하랴? 길수가 돌아가려 하자 명자가 길수의 손을 붙잡는다. 그러나 길수는 손을 뿌리친다. 명자가 소파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길수가 다가가 바구니에 든 꽃가루 같은 종이 분말을 한 운 큼 집어 명자 머리에 끼얹는다. 계속 끼얹으면 명자의 울음도 계속된다. 그러다가 길수가 밖으로 뛰어나간다. 명자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기타 연주자가 등장해 열정적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연주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연주가 끝이 나면 연극도 마무리가 된다.
이가은, 김도연, 이애린, 양소낭, 임혜선, 박상민, 최문기 등이 역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과 노래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채희원 강연주, 내래이션 박용희, 연주 고영관, 앙상블 이흐연 주성진 이성진 등 스테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애플씨어터와 안톤체홉학회의 전훈 작 박현욱 음악 연출의 <결혼전야>를 한 폭의 아름다운 움직이는 그림 같은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29일 박정기(朴精機)
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걸작공연 10선
1, ㈜ 연극열전의 이노우에 히사시 원작, 호라이 류타 재창작, 강량원 연출의 <나무위의 군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 연극열전의 이노우에 히사시(井上廈) 원작, 호라이 류타(蓬萊龍太) 재창작, 김태희 번역, 지이선 윤색, 강량원 연출의 <나무위의 군대>를 관람했다.
이노우에 히사시(井上廈, 1934~2010)는 야마가타 현 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조치(上智)대 외국어학부 졸업. 대학 재학 중부터 무대대본을 쓰기 시작해 졸업 후 방송작가로 활동. 1964년부터 NHK에서 방송된 어린이용 인형극 <횻코리 효탄 섬 ひょっこりひょうたん島>(공작)에서 날카로운 웃음과 풍자를 선보여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1969년 「일본인의 배꼽 日本人のへそ」으로 극작가로서 데뷔. 1972년에는 에도 시대 작가(戯作者)들을 경묘한 필치로 그린 『수갑 동반자살 手鎖心中』로 나오키 상(直木賞)을 수상하여 소설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도겐의 모험(道元の冒険)」으로 기시다(岸田) 희곡상, 예술선정 신인상을 수상. 이후 희곡, 소설, 에세이 등 다재다능한 집필활동을 전개하여 폭넓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1984년에는 자작을 상연하는 극단 ‘고마쓰좌 こまつ座’를 세워 전속 작가로서「두통 견통 히구치 이치요 頭痛肩こり樋口一葉」반짝이는 성좌(きらめく星座)」,「어둠에 피는 꽃(闇に咲く花)」,「눈아 내려라(雪やこんこん)」,「아버지와 산다면(父と暮らせば)」,「큰북 두드리고 피리 불고(太鼓たたいて笛ふいて)」 등 많은 희곡을 상연하였다. 이들 작품들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소설에서는 『기리키리진 吉里吉里人』(요리우리문학상, 일본SF대상), 『후추신구라 不忠臣蔵』(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사천만보 남자 四千万歩の男』『도쿄 세븐로즈 東京セブンローズ』 등 역사를 종횡, 초월하는 시점으로 현대 일본을 묻는 작품을 차례차례 발표했다. 종래 문학의 장르 틀에 맞출 수 없는 이 작품들은 모두 유머가 넘치면서도 거대 권력에 대한 저항을 내포하고 있고, 서민의 삶에 대한 공감과 평화를 희구하는 의지로 관철되어 있다. 이 외에 소설 『돈 마쓰고로의 생활 ドン松五郎の生活』『배 북치기 腹鼓記』『백년전쟁 百年戦争』『이솝주식회사 イソップ株式会社』 등이 있고, 희곡『이하토보의 극열차 イーハトーボの劇列車』『가미야 초 사쿠라 호텔 紙屋町さくらホテル』『 꿈의 눈물 夢の泪』『하코네 고라호텔 箱根強羅ホテル』 등이 있다. 테아톨 연극상,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상, 기쿠치 간(菊池寛) 상, 아사히 상, 오리베(織部) 상, 마이니치 예술상(毎日芸術賞), 쓰루야 남보쿠(鶴屋南北) 상 등을 수상하였다. 일본 문예가협회이사, 전 일본 펜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한역서로 <이솝주식회사>(문학수첩리틀북스,2006), <엉터리원시인1,2,3>(청하,1994), <양심선언>(세종출판사,1985), <장난하는겁니까?>(세종출판사, 1983) 등이 있다.
호라이 류타(蓬萊龍太, 1976~)는 자신이 보고 싶은 내용을 작품으로 쓰는 젊은 작가다. 1999년에 [모단 스이마즈] 극단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덴키 섬> <아카 다섯 형제> <낙원>을 집필하고 연출을 해 호평을 받았다. 2005년에 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영화로 제작되고, <피아노의 숲> <가치☆보이> 등의 시나리오가 있고, <도쿄타워> <트라이앵글> <붉은 성 검은 모래> <마호로바>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호라이 류타는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감정을 작품 속에 생동감 있게 표현해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고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신세대 작가다.
강량원은 극단 동 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서경대학교 교수다. <상주국수집> <샘플 054씨 외 3인> <비밀경찰> <테레즈 라캥>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게공선> <나는 나의 아내다> <투명인간> <칼집 속에 아버지> <쉬도 쩰라찌> 그 외의 다주작을 집필하거나 연출했다.
2008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08 <테레즈 라캥> PDF 연출상, 2009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2010 <비밀경찰>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2010 <비밀경찰>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2013 <나는 나의 아내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나무위의 군대>에서의 무대 위에 창출된 용틀임치는 나무는 대용수(大榕樹)로 벵갈 보리수, 반야나무(Banyan Tree)라고도 부른다. 1000년이 넘은 수목에 무려 600여 미터의 그늘을 만들어 준다. 1000여 년 전에 뿌리를 내려 아직도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대용수(大榕樹)는 멀리에서 보면 하나의 산처럼 보이는 장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대용수(大榕樹)는 아시아의 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나무로, 가지에서 기근(氣根)이 내려 지주근(支柱根)이 되는 식으로 뻗어나가는 독특한 나무다. 열매는 무화과를 닮았다. 나무줄기는 보통은 위로 올라가는데 옆으로 펼쳐지고, 그 가지에서 뿌리가 내려 땅에 뿌리를 박아 원뿌리에서 공급되는 영양분의 부족 된 부분을 새 뿌리로 보충하므로 거대한 뿌리둥치와 줄기 그리고 수풀을 이룬 듯이 짙푸른 아름다운 모습에 1000년이 넘도록 자라난 나무수명으로 해서, 현재는 신목(神木)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위의 군대>는 일본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의 오키나와가 배경이다. 독자국가였으나, 일본에 예속되었고, 현재는 미군주둔지역인 섬이다.
외지에서 이 섬으로 파견된 부대장과 이 섬 주민인 사병, 그리고 아름다운 나무의 정령이 등장해 해설과 정령의 역할을 한다. 적과의 대치상태에서 전쟁이 끝났으나, 나무에 주거를 잡은 병사는 종전사실을 알지 못한다. 전수물자공급이 끊겼으니 두 병사는 주림을 견디지 못해 주변 전우의 시체가 남긴 식량을 주워 끼니를 때우고, 차츰 영역을 확장해 과자나 담배 그 밖에 먹거리를 주워오면서 본토와 멀리 떨어진 이 섬을 지켜야한다는 군인정신과 사명감으로 지난(至難)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군인으로써의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적진이 날로 번창해 가는 광경을 바라보게 되고, 아군이 현재 패퇴하고 있다는 생각만 할 뿐, 다른 장소로 이동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사병은 확보한 술병까지 내 보이며 부대장과 음주까지 한다. 술에 취한 부대장과 사병의 갈등이 노출되고, 격렬한 지경에 이르지만 더는 진전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고, 2인은 현재의 나무위의 생활에 익숙해져 군인정신이 투철하던 부대장마저 그 소신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태해지는 면모를 보인다. 그러기를 2년, 2년이 지난 후에 2인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가까스로 접한다. 당연히 사병은 부대장에게 전쟁이 끝났으니 나무에서 떠나자고 권한다. 그러나 부대장은 나무를 떠나기를 거부한다. 의무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두 사람이 애써 자신들보다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음에도, 국가는 이 섬과 함께 두 병사를 방기(放棄)한 것에서 부대장은 귀환을 거부하고 이미 자신의 생활터전이 된 나무에서의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의와 함께 아름다운 나무 정령의 해설을 마무리로 연극은 끝이 난다.
윤상화가 부대장, 성두섭이 사병, 강애심이 나무의 정령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2시간 가까운 공연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며 명연을 펼친다. 김영민과 신성민, 그리고 유은숙이 다른 날짜에 같은 배역으로 교체해 출연한다.
무대감독 이종우, 무대 디자인 이토 마사코(伊藤雅子), 무대기술 유주영,
조명디자인 최보윤, 조명기술 홍유진, 조명작업 김문진, 조명보 오미남 윤의선 김종민 최인수, 음악디자인 장영규, 음향디자인 신원영, 음향감독 및 기술 김영하, 의상디자인 강기정, 움직임지도 금배섭, 소품디자인 장경숙, 소품작업 남혜연, 분장디자인 양혜조, 분장작업 이송이 등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 연극열전(대표 허지혜)의 이노우에 히사시(井上廈) 원작, 호라이 류타(蓬萊龍太) 재창작, 김태희 번역, 지이선 윤색, 강량원 연출의 <나무위의 군대>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7일
2, 극단 그룹 동 시대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나는 꽃이 싫다.>
서초동 소극장 씨어터 송에서 극단 그룹 動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나는 꽃이 싫다>를 관람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그룹 動시대 상임연출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원더풀초밥> <듀스> <서글퍼도 커튼콜>, <은미노래방>, <변태>, <아가멤논 家의 비극>, <박제 갈매기>, <오셀로, 오셀로> <햄릿… 유령선>, <말하는 고양이>, <강철여인의 거울>, <오! 발칙한 앨리스>, <안전(+)제일> <그녀들의 집>등을 집필 또는 연출한 출중한 기량의 미녀연출가다.
<나는 꽃이 싫다>는 30년간 떨어져 있던 모녀의 상봉에서 시작된다. 물론 원인은 부모의 이혼이다. 딸은 여러 명의 새 엄마를 거치며 성장하고,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교실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누명을 쓰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되니, 아빠는 공부는 더 해서 뭘 하느냐며 일자리나 구하라고 한다. 이일 저일 찾으며 다녔으나 그럴 듯한 일자리 하나 얻지를 못하고, 딸은 서른 살을 넘기게 되었다. 아빠가 돌아가시자, 마지막 새 엄마는 짐을 꾸려가지고 행방도 알리지 않은 채 이사를 가버렸다. 그러자 미국에 있던 친 엄마에게 연락이 닿아 엄마는 중국으로의 여정 중 잠시 고국에 머물러 딸과 30년 만에 상봉을 한다는 설정이다.
무대는 도심의 한 호텔의 방이다. 거실 중앙에 침실이 있고, 탁자와 의자가 놓였다. 정면 벽 왼쪽에 창이 있어 환기를 할 때에는 창문을 열어놓는다. 정면 벽 가운데에는 그림 액자가 하나 걸려있고, 벽 오른쪽 낮은 탁자 위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얹어놓았다. 벽 왼쪽에 옷걸이가 있고 사각의 굵은 무늬가 들어간 상의와 하의가 걸려있다. 오른 쪽 벽에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그 오른쪽에 화장대가 놓였다. 하수 쪽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문은 보이지 않고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고 닫는 것으로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어머니가 딸을 기다리며 초조해 한다. 딸이 등장해 초인종을 누르고 보이지 않는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선다. 모녀는 30년 만에 만나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친모 친자 관계를 확인하는 장면이 마치 숲속에서 서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사슴 모녀가 눈을 깜박이고, 코를 벌름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서는 모습이다. 두 마리의 예쁜 사슴은 어미와 새끼임을 확인하고 꽁지를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슴이 아닌 인간이기에 반가운 마음 이후에 따라오는 상대에 대한 야속함과 원망이 서서히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사슴 숲속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 닥치고, 주변 공기의 냉랭함이 엄동설한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모녀 두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는가? 남편이라는 남성의 동물적 수컷 본능으로 저지른 외도, 다시 말해서 불륜이 결혼생활의 파국을 일으키고,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를 한 결과인 것을…. 그리고 갈라선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여식이 30년 동안 냉대와 등한시 속에 성장해 온 운명의 쓰라림이 연극으로 생생하게 재현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처럼 울고불고 떠들썩하지 않게 숲속의 두 마리의 예쁜 사슴이 되어 조용히 다가간다. 그러나 사슴은 분명 아니기에 어머니는 딸에게 신상에 관한 질문을 시작한다. 전공이나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으며 무슨 일에 종사했는지를 어머니는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한다. 그러나 딸의 대답이 신통치가 않다. 무책임한 아버지 밑에서 여러 명의 새 어머니에게 냉대를 당한 기억과 자포자기에 가까운 딸의 성장과정이 차례로 노출된다. 어머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사진을 보이면서 딸에게 예수의 모습과 행적을 일러주며, 교회에 나가라고 권하고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일러준다.
휴대전화 소리가 들리고, 어머니의 통화로 어머니의 오라버니, 그러니까 딸에게는 외삼촌이 되는 인물이 가족과 함께 조카딸을 보려고 오고 있다는 전갈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옷걸이에 있는 사각무늬 옷을 가져다주며 입도록 권한다. 딸은 멈칫거리며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현재 입고 있는 옷도 빌려 입고 온 듯싶은 눈치다. 딸이 들고 온 가방도 어머니는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당연히 딸은 그 소리에 섭섭함을 드러낸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 한다. 간호사 로 일하던 시절, 우연히 일과 후에 들른 카페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된 일을 딸에게 들려준다. 아버지는 학벌은 없었으나 노래를 잘 불렀고, 그 노래에 반해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에 어찌나 바람을 피우는지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이혼가족과…어미와 자식 간의 헤어짐….이것이 어찌 극중 모녀들만의 일이겠는가? 서울 외곽에 즐비하게 늘어선 러브호텔, 간통죄의 폐지, 불륜상대를 찾으려는 충혈한 눈길이 세계 술 소비국 1위라는 오명과 어우러져 불륜의 천국이 되어가는 풍토….. 딸은 환기를 위해 창을 활짝 열어놓는다. 심호흡을 하다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어머니는 종이봉투를 딸의 입에 대고, 숨을 들여 마시고 내뿜도록 권한다. 잠시 후 딸이 정상을 회복하자, 어머니는 딸의 흡연습관을 지적하고, 금연을 하도록 권한다. 딸이 배가 고픈지 접시에 놓인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니, 곧 외삼촌일행이 도착하면 함께 식사할 것이라며 많이 먹지 말라고 하는 등 향후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딸에게 참견을 하는 모습이 진정한 어머니와 딸의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딸이 학교는 제대로 못 다녔지만 아버지를 닮아 노래를 잘 불러 노래로 생활을 했다고 하니, “술집에 나갔구나?” 하며 앞으로는 교회에를 나가라고 권하며 구원을 받으라는 소리까지 한다. 딸이 참다못해 어머니의 잔소리에 거부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소리가 높아지면 딸도 언성을 높이고, 딸이 소리를 지르면, 어머니도 함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딸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나오니, 담배를 끊으라며 어머니가 향수를 뿌려준다. 어머니는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끌러 딸에게 주고, 목에 매어주기까지 한다. 딸은 어머니가 거울을 보라고 하니, 목걸이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것도 잠시, 모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다시 이어지고, 딸은 참을 수가 없는지 어머니가 마련한 옷까지 바닥에 팽개쳐버린다. 어머니가 분노를 자제하려 애쓰며, 그러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랑의 배신으로 해서 쌓인 분노와 절망의 축적이 현재 유방암 발병 원인이 되었다며, 가슴을 잘라낸 경위를 딸에게 들려준다. 딸은 그 소리에 충격을 받은 듯 비로소 진정하는 자세를 보인다.
다시 휴대전화소리가 들리고 통화로 외삼촌 가족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어머니는 피로해 잠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야겠다며 딸을 먼저 내려 보낸다고 전화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혼자 내려가 외삼촌과 식사를 하라고 이른다. 삼촌이 네 모습을 금방 알아볼 것이라는 말을 하고는 욕실로 들어간다.
딸은 자신이 팽개친 옷을 다시 집어 의자에 걸쳐 놓는다. 그러다가 멈칫한다. 그리고 욕실로 귀를 기울인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작은 소리지만 욕실에서 들려나온다. 억제하지 못한 울음소리가 차츰 커진다. 그 소리에 딸은 욕실로 다가가 귀를 가까이 한다. 울음소리가 계속되자 딸도 눈물을 방울방울 쏟는다. 그리고 욕실에 대고 “등을 닦아드릴까요?” 한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잠시 멈추니, 딸은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동작이 마치 예쁜 사슴새끼가 어미사슴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방불하다. 욕실로 딸이 들어서는 장면에서 암전이 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지영란이 어머니, 이혜진이 딸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그것도 정통연기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지영란… 이화여고, 연세대학교 69학번…세란극회와 연희극예회에서 닦은 연기로 배우생활을 한지 40년 만에 적역을 맡아 연기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혜진…성격배우인데다가, 탁월한 연기력 소유의 팔등신 미녀배우… 그녀가 하는 역할마다 작중인물을 100% 살려내는 출중한 기량… 이런 두 여배우가 한 쌍이 되어 연기의 불꽃을 피운다….. 두 여배우의 열연과 호연은 향후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고, 기록될 듯싶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화영과 송인성이 어머니와 딸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역시 출중하고 탁월한 연기의 진수를 보였기에, 이 연극 <나는 꽃이 싫다>를 다시 한 번 관람을 한 것에 필자는 보람을 느낀다.
작곡 이호근, 음향 임서진, 무대 김원현, 의상 오수현, 조명 김상호, 기술감독 조성한, 조연출 신소이 김정은, 기획홍보 인아크(한재호 이혜인) 김진솔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일치되어, 극단 그룹 動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나는 꽃이 싫다>를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한편의 명품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월 15일
3,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노경식 작, 김도훈 예술감독, 김성노 연출, 이우천 협력연출의 <두 영웅>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노경식 작, 김도훈 예술감독, 김성노 연출, 이우천 협력연출의 <두 영웅>을 관람했다.
노경식(1938~) 작가는 1936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남. 1950년 남원용성국교(41회) 및 1957년 남원용성중(3회)을 거쳐 남원농고(18회, 남원용성고교의 전신)졸업. 1962년 경희대학교 경제학과(10회)를 졸업하고 드라마센타 演劇아카데미 수료.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철새> 당선. 한국연극협회 한국문인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및 이사. 한국 펜클럽 ITI한국본부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원. 서울연극제 전국연극제 근로자문화예술제 전국대학연극제 전국청소년 연극제 등 심사위원. 추계예술대학 재능대학(인천)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강사 및 <한국연극>지 편집위원.’남북연극교류위원장’등 역임. 주요수상 :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한국연극예술상(1983), 서울연극제대상(1985), 동아연극상 작품상, (1999) ‘대산문학상’(희곡) 수상, (2003) ‘동랑유치진 연극상’ 수상, (2005)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한국희곡작가협회), (2006) ‘서울시문화상’ 수상, (2009)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대상’ (연극) (2015)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2012년 <노경식희곡집>(전7권)/ 연극과인간, 2004년 프랑스희곡집 <Un pays aussi lointain que le ciel> (‘하늘만큼 먼나라’ 외), 2011년 <韓國現代戱曲集 5> (일본어번역 <달집> 게재)/ 日韓演劇交流센터, 2013년 <압록강 이뿌콰를 아십니까> (노경식 산문집)/ 도서출판 同行, 2013년 <구술 예술사 노경식>/ 국립예술자료원, 역사소설 <무학대사>(상하 2권) <사명대사>(상중하 3권) <신돈>/ 문원북.
공연작품으로는 1971년 <달집> 국립극단/ 명동국립극장, 1982년 <井邑詞> 극단 민예극장/ 문화회관대극장(아르코), 1985년 <하늘만큼 먼나라> 극단 산울림/ 문화회관대극장(아르코), 1994년 <징게맹개 너른들>(뮤지컬) 서울예술단/ 예술의전당 대극장, 2005년 <서울 가는 길>(佛語번역극) 파리극단 ‘사람나무’/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013년 <달집>(日語번역극) 東京극단 ‘新宿梁山泊’/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16년 <두 영웅> 극단 스튜디오 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외 40여 편을 발표 공연했다. <두 영웅>은 노경식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공연이다.
연출을 한 김성노는 홍익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경기대학교 공연예술학 석사출신으로<리틀 말콤>, <등신과 머저리>, <에쿠우스>, <검정고무신>, <홍어> <아버지> <두 영웅>등 활발한 연출활동을 이어오며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동아 연극상 작품상, 서울연극제 연출상 등을 수상하고 ‘신춘문예 단막극 제’, ‘아시아연출가전’, ‘연출가포럼’ 등 기존 사업과 더불어 ‘한국연극100년 시리즈’,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등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한국연출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서울연극협회 산악대 대장으로 활약한 건강하고 훤칠한 미남인 중견 연출가다. 현재 동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영웅>은 사명대사(四溟大師)와 도쿠가와 이예야스(德川家康,とくがわ いえやす) )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임진왜란(壬辰倭亂)과 정유재란(丁酉再亂)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의 귀국문제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치하의 일본막부(日本幕府)의 정치적 상황을 그려낸 역사극이다.
유정(惟政, 1544년~1610년)은 조선 중기의 고승, 승장(僧將)이다. 속성은 임(任), 속명은 응규(應奎), 자는 이환(離幻), 호는 송운(松雲), 당호는 사명당(泗溟堂), 별호는 종봉(鍾峯), 본관은 풍천이며, 시호는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법명인 유정(惟政)보다 당호인 사명당(泗溟堂)으로 더 유명하고, 존경의 뜻을 담아 사명대사(泗溟大師)라고 부른다. 승려의 몸으로 국가의 위기에 몸소 뛰쳐나와 의승(義僧)을 이끌고 전공을 세웠으며 전후의 대일 강화조약 등 눈부신 활약은 후세 국민이 민족의식을 발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집하여 순안에 가서 휴정의 휘하에 활약하였고 휴정이 늙어서 물러난 뒤 승군(僧軍)을 통솔하고 체찰사 류성룡을 따라 명나라 장수들과 협력하여 평양을 회복하고 도원수 권율과 함께 경상도 의령에 내려가 전공을 많이 세워 당상(堂上)에 올랐다. 1594년에 명나라 총병(摠兵) 유정(劉綎)과 의논하고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 1562~1611)가 있는 울산 진중으로 세 번 방문하여 일본군의 동정을 살폈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와의 문답이 희대의 명언으로 남았다. 가토가 “조선의 보배가 무엇”이냐 묻자 유정은 “조선의 보배는 조선에 없고 일본에 있다”고 했다. 의아해진 가토가 그 보배가 무엇이냐고 묻자 유정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의 머리를 보배로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가토가 놀라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명언은 일본에도 널리 퍼져 유정이 포로 석방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들이 “이 사람이 보배 이야기를 했던 그 화상인가?”라고 입을 모았다고. 당시 일본에서도 유정의 이 문답이 널리 퍼졌던 모양이다. 왕의 퇴속(退俗) 권유를 거부하고, 영남에 내려가 팔공(八公)·용기(龍起)·금오(金烏) 등의 산성을 쌓고 양식과 무기를 저축한 후 인신(印信, 도장이나 관인)을 되돌리고 산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였으나 허락을 얻지 못하였다.1597년 정유재란 때 명나라 장수 마귀(麻貴)를 따라 울산의 도산(島山)에 쳐들어갔으며, 이듬해 명나라 장수 유정을 따라 순천예교(順天曳橋)에 이르러 공을 세워 종2품 가선대부(架善大夫)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에 올랐다.다만 이 와중에 노쇠한 스승 휴정 대신 사명당이 전국 승려들의 우두머리처럼 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본 이순신이 그를 탄핵하기도 했다.
1604년(선조 37년) 국서를 받들고 일본에 가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를 만나 강화를 맺고, 포로 3천 5백 명을 데리고 이듬해 돌아와 가의대부(嘉義大夫)의 직위와 어마(御馬, 임금이 타던 말)를 하사받았다.해인사에 홍제존자비(弘濟尊者碑)가 있다. 이 비석은 불교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데, 무려 2백년 만에 세워진 고승 비이기 때문이다. 승려의 묘비라고 할 수 있는 고승비는 태조 연간에 세워진 것을 제외하고 15,16세기 동안 단 하나도 건립되지 못 하였는데, 사명당을 기점으로 우후죽순처럼 고승비가 세워져 19세기까지 고승비 170여개가 세워졌다.저서로는 《사명당대사집》, 《분충서난록》이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とくがわ いえやす)1543~1616)는 일본센고쿠·아즈모모야마 시대,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이자 정치가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향토 삼 영걸로 불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사망 이후 1600년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동군을 지휘하였으며, 승전 이후 에도 막부를 개창하여 첫 쇼군(1603~1605)이 되었다. 1605년 3남 히데타다에게 쇼군 직을 물려준 다음에도 오고쇼의 자격으로 슨푸에 머무르며 정치에 참여하였다. 사후에는 닛코 동조궁에 묻혔으며, 도쇼다이곤겐(東照大権現)이라는 시호를 얻었다.
이에야스는 마쓰라의 센류에 제시된 시에서 묘사된 것처럼 “인내의 귀재”로 평가 받는다.이에야스는 어린 시절에 부를 여의고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겪었으며, 계속 복종을 강요당해왔다. 하지만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에 히데요시에게 철저히 복종하며, 임진왜란 도중에도 영지만 지키며 신중히 대처하였다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이에야스의 삶은 일본에서 여러 소설과 책, 드라마, 영화, 연극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일본 사람들은 그를 늘 ‘일본의 10걸’로 선정하면서 존경하고 있다 반면 에도 시대 서민들 사이에서는 천하 통일의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살쾡이 영감’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여 상반되는 평가를 가지고 있다.
이에야스가 남긴 명언을 소개하면,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감과 같다. 서두르지 말라. 부자유를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부족함이 없다. 마음에 욕망이 일거든 곤궁할 적을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함의 기반이며, 분노는 적이라 여겨라.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일을 모른다면 몸에 화가 미친다. 자신을 책할지언정 남을 책하지 말라. 부족함이 지나침보다 낫다.”(人の一生は重荷を負て遠き道をゆくがごとし。 いそぐべからず。不自由を常とおもへば不足なし、 こころに望おこらば困窮したる時を思ひ出すべし。堪忍は無事長久の基、いかりは敵とおもへ。 勝事ばかり知りて、まくる事をしらざれば、害其身にいたる。おのれを責て人をせむるな。 及ばざるは過たるよりまされり.)
무대는 배경 가까이 세자 높이의 단이 좌우로 놓였을 뿐 다른 장치는 없고, 배경막에 막부 건물 오사카 성 같은 당대 일본 고성의 영상을 투사해 시대적 역사적 상황과 극적효과를 높인다. 의상 또한 고증을 거친 듯 조선병사나 서민들의 옷, 장수복식과 승려의상에서부터 그리고 당대 일본복식과 쇼군의상 등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장면변화에 따른 음향효과 또한 박력감을 느껴 관객을 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분조명으로 장면변화에 대응하고 배경에 흩날리는 나뭇잎의 영상 역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오영수, 김종구, 남일우, 권성덕, 이인철, 이호성, 정환금, 문경민, 고동업, 신현종, 최승일, 배상돈, 장연익, 민경록, 노석채, 조승욱, 오봄길, 장지수, 양대국, 임상현, 김대희, 김춘식, 김민진, 박소현, 이 준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극적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오영수의 사명당(泗溟堂)과 김종구의 덕천가강(德川家康) 이인철의 풍신수길(豐臣秀吉) 역은 3인의 발군의 기량과 탁월한 성격창출에 따르는 명연으로 관객의 감상안을 부추기고 대미에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장연익의 히로사와 역과 노석채의 혜구 역도 2인의 성격창출에 따르는 호연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기획 이강선 문경량, 분장감독 박팔영, 분장지도교수 한지수, 분장팀 남주희 안정민 강다영 이서영 순현정 성정언, 무대감독 송훈상, 무대 민병구, 영상 황정남 장재호, 음향 김경남, 음악감독 서상완, 조명 김재억, 조명팀 오정훈 이한용 김병주 박수빈, 의상디자인 김정향, 동작지도 이광복, 그래픽디자인 아트그램, 사진 박인구, 조연출 최윤정, 인쇄 동방인쇄공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와 스튜디오 반 그리고 극단 동양레퍼토리의 노경식 작, 김도훈 예술감독, 김성노 연출, 이우천 협력연출의 <두 영웅>을 명화 같은 명작 역사극으로 탄생시켰다.
2월 21일
4,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했다.
1940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한 오태석은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그의 첫 희곡 「영광」이 시민예술제 희곡 공모에 당선되어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지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초기에 서구의 모더니즘 희곡 형식을 실험하다가 1970년대 이후로는 전통극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면서 작가 고유의 희곡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태석의 희곡은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다룬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들과,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분류될 수 있다. 논리적인 인과 법칙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의 흐름에 따라 극적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과 유희적인 상상력이 넘쳐흐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비논리적이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태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왕성한 극작 활동과 연출 활동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태석이 한국 현대 희곡사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극 형식을 실험하였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현재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육교 위의 유모차>,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초분>, <태>, <춘풍의 처>, <사추기>, <자전거>, <부자유친>, <비닐하우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천 년의 수인>, <코소보 그리고 유랑>, <잃어버린 강>, <지네와 지렁이>, <내 사랑 DMZ>,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만파식적>, <양화진 사랑>, <분장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높다란 담장이 있고 그 앞으로 청기와를 덮은 대청이 무대 좌우로 펼쳐져 있다. 무대 중앙에는 낡은 천에 그린 고구려 강서고분의 벽화인 청룡(靑龍)의 그림이 자리를 잡았다. 이 그림은 평안남도 대안 시에 위치한 고구려 후기 사신도 벽화고분그림의 하나로, 사신도 벽화 가운데 가장 빼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고구려 절정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벽화는 고분 4면 벽에 사신(四神)으로 불리는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이며 제작 연대는 7세기경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연극의 시대적 배경을 고구려 후기라고 생각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장면에 십자가 무늬가 들어간 사제복을 입은 천주교 신부가 등장한다.
한반도에 천주교가 최초로 뿌리내린 시기는 명확하지는 않다고 해도. 그 시기는 임진왜란(1592~98) 때 일본군을 따라온 예수회 선교사 그레고리오 세스페데스(Gregorio Céspedes)에 의해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설에서부터,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볼모의 한사람으로 잡혀갔던 소현 세자가 1645년 청나라에서 돌아오면서 독일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 신부에게 가톨릭교회 서적과 지구의 등을 선물로 받아 가져와 전래되었다는 설까지 거의 100년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추측이 존재한다.
연대가 가장 명확한 천주교 전래에 관한 기사는 1631년 정두원이 명나라에서 서양의 문물과 함께 천주교 서적을 가져왔다는 내용이다. 실학자 홍대용(1731년-1783년)이 쓴 <담헌연기(湛軒戀記)>에도 중국을 오가던 조선 사신일행에 의해 천주교가 소개되었음을 변증하는 내용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시대적 배경을 조선왕조 중엽으로 설정한 것이려니 했다.
그러자 로미오와 줄리엣의 신방 장면에서 비단으로 보이는 흰 천과 붉은 천이 등장한다. 두 남녀 주인공이 그 천을 가지고 연기를 펼친다. 그 천이 비단이라면, 영 정조 시대에 친잠례(親蠶禮) 행사라 하여, 대궐에서 왕비와 왕실의 여자 인척, 그리고 비빈은 물론 상궁과 나인들까지 누에치고 뽕잎을 따고, 누에고치를 풀어 베틀에 비단을 짜내는 시범을 보이며 백성들에게 양잠(養蠶)을 권하던 일이 있었기에, 이 연극의 시대적 배경이 영조(1694~1776) 정조(1776~1800) 시대 이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연극에서 캐플릿 집안과 몬테규 집안 청년들의 대결에서 무기로 칼을 사용한다. 조선왕조 중엽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발발 시에는 이미 장총과 소총이 사용되었기에, 칼만 사용한다는 것도 시대적 배경을 추축하기에 미흡하다.
어쨌건 우리 한반도의 조선왕조의 개화기 이전으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관람을 시작했다.
출연자들은 청황색 한복이나 백색 한복을 입고 등장을 하고, 소품으로 쌀켤 때 사용하던 키를 들여다 놓는다. 그리고 충청도 서천지방의 방언을 구사한다. 내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따랐으나, 번안과정에서 한민족의 대사와 습성 그리고 풍물로 바꾸고, 무대 상수 쪽에 연주석을 마련하고, 우리의 악기와 가락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줄거리는 원작을 따랐으나, 한민족의 특성… 이미 통일 신라시기에도 백제 고구려 신라의 백성들이 통일 이후 한 마음이 되지 못하고 결국 후백제 후고구려로 갈라서고 말았듯, 현재의 동서 갈등이라든가, 남북의 대결에서 보듯 화합이나 단결을 못 하는 민족적 천성이 이 극에서 그대로 연출된다.
원작에는 적대적인 양가가 대단원에서 화해와 화합을 하는 결말을 보이지만, 이 연극에서는 대결로 양가가 다 멸망하고, 현재 북에서 핵으로 남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현실을 반영하듯, 이 연극에 마지막 장면은 양가의 대결과 자멸의 길로 종말을 맺을 즈음, 핵폭탄이 터지는 듯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의 굉음과 함께 배경의 담장이 산산조각 나 하늘로 튀어 오르고 청기와 지붕이 붕궤되는 경악할 장면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정진각, 송영광, 김준범, 윤민영, 정지영, 유재연, 천승목, 조원준, 이준영, 김봉현, 배건일, 박지훈, 김유미, 조유진, 이신호, 이보다미, 김명준, 임주은, 김지혜, 장원준, 박보배, 고경호, 이병용, 최윤영, 이근환,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폭소와 갈채를 유발시킨다. 특히 송영광의 열연과 상대와의 결투이후 욕조 흡사한 기구에 빠져 죽어가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가야금 차다혜, 대금 조이슬, 아쟁 이건우, 피리 정혜영, 해금 송예슬, 장구 김영온 등 연주자들의 기량과 연주가 극과 어우러져 극의 분위기 상승은 물론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사진 이도희 신귀만 황제이, 컴퍼니 매니저 오준현, 기획 정지영 이병용, 안무 강은지, 프로듀서 이혜정, 라인 프로듀서 이해인 이경빈, 홍보 김수정 박소영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목화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세계적인 연극제에 내 놓아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월 27일
5, 주 엘에스엠컴퍼니의 오세혁 작, 변정주 연출의 <보도지침>
수현재씨어터에서 ㈜ LSM컴퍼니의 이성모 프로듀서, 오세혁 작, 변정주 연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관람했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변정주는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한 배우이자 연출가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연극 <쉬어매드니스>, <날 보러와요>, <선녀는 왜?>, <한국사람들]>, <이리와, 무뚜>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보도지침(報道指針)>은 제5공화국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언론사 기사통제를 위해 작성한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정부는 효과적인 언론 통제를 위해 문화공보부 내에 홍보조정실의 상설기구를 설치했다. 계엄 해제 후 정부의 대언론 창구를 문화공보부로 일원화하고, 언론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언론조정체제를 갖출 목적으로 이른바 ‘보도지침’을 마련했다.
제5공화국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작성해 시달했다. 홍보조정실은 협조를 명분으로 했으나 협조요청 사항은 실제 보도지침으로 작용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일보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1984년 10월 24일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10주년을 맞아’라는 성명서를 통해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진보적인 출판단체 등은 1984년 12월 19일 재야언론운동단체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를 창립했다.
1985년 6월 15일 기관지 월간『말』을 발간하기 시작했고,『말』지는 1986년 9월 6일 특별호에서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말』지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의원, 김주언 기자가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누설죄와 외교상 기밀누설죄, 이적표현물 소지죄 등을 적용받았으며, 어기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외신 기사들과 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모독죄로 구속, 기소되었다. 1심에서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풀려났으며, 9년 3개월여 만인 1995년 12월 5일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무대는 정면에 가로세로 일정한 간격의 나무로 연결된 무수한 사각의 창이 시원스레 배경전체를 차지한다. 창 앞 세자 높이와 세자 폭의 상단은 무대 좌우로 길게 펼쳐지고, 계단을 통해 하단으로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탁자와 의자가 상단 하수 쪽, 그리고 하단 무대 좌우에 나란히 정돈되어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이동시킨다. 무대는 법정의 1실 같기도 하고, 강의실 같기도 하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의자를 놓아 출연자가 착석을 한다.
연극은 모의법정과 실제법정이 복선으로 깔리고, 실제 재판과정과 모의재판이 연극연습과정처럼 펼쳐지면서 역사적 사실에 희극성과 오락성이 가미된 친 대중적인 현대사 고발극이다.
5공 당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말>지에 폭로한 기자들이 체포되어 법정에 등장하고, 사건담당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가 등장해 벌이는 재판과정과 선고가 연극연습처럼 펼쳐진다. 장면 중간중간에 <햄릿>의 독백이 언론 통제를 비유하듯 되풀이 되고, <말>지뿐이 아니라, 풍자시 <오적>을 집필한 김지하 시인의 재벌, 장성,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기타 인물들의 행각이 대사로 소개가 되고, 당시 금지목록 1호였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갈릴레이 갈릴레오>에서 교황청에 끌려간 갈릴레오가 지구의 자전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말해 무죄 방면이 된 사실이 소개가 된다. 당시 필자가 한국최초로 서울공대에서 바로 그 작품을 연출했다가 중단된 사실이 있기에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사항이거나, 정부시책이 마땅치 않을 때마다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특정부류의 인물이 많지만, 소크라데스의 경우처럼 “악법도 법”임을 천명하며, 나라의 법규를 지켜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함을 그네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연극에서도 법정에서의 결정적인 사항은 연극연습과정으로 전환시켜 위기를 돌파하는 연출력일 보인다.
송용진, 김준원, 김대현, 안재영, 이명행, 김주완, 이시후, 에녹, 최대훈, 장용철, 이승기, 김대곤, 강기둥, 이봉련, 박민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이성모, 작가 오세혁, 연출 변정주, 작곡 이한밀, 무대디자인 남경식, 조명디자인 이주원, 음향디자인 안창용, 음악조감독 김희은, 의장디자인 도 연, 소품디자인 김정란, 분장디자인 정서진, 그래픽디자인 EASTING,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LSM컴퍼니의 오세혁 작, 변정주 연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문제작이자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월 18일
6,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 작, 케티 프링즈 각색, 황동근 역, 신재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원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번역, 신재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1965년 극단 산하에서 한상철 역, 표재순 연출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명동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출연은 김성옥 강효실 천선녀 최불암 이묵원 이순재 안영주 김관수 전운 강부자 백수련 홍계일 안영진 김영옥 김희준 고강자 나문희 강석호 김영랑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1978년에는 국립극단에서 역시 한상철 역, 이해랑 연출로 6월 30일~7월 3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백성희 김동원 태민영 이호재 손숙 전무송 장민호 권성덕 등이 출연해 역시 성공작이 되었다.
토머스 울프(Thomas Wolfe, 1900년10월 3일 ~ 1938년9월 15일)는 미국의 소설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다. 자신이 직접 겪은 생활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워싱턴 스퀘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소설가가 되었다. 작품으로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 <시간과 강에 대하여>,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저 언덕 너머> 등이 있다.
번역을 한 황동근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피의 결혼> <사천의 선인> <세 자매> <육체의 풍경> <현대 성극 3선> <라라미 프로젝트> 등을 번역하고, <23인의 연기훈련 이야기>를 집필했다.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출을 한 신재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출전공, 노리토의 공동대표, 극단 이방인의 공동대표, 노리토, 극단 이방인의 연출가로 황동중이다. <The Room>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1막의 무대는 2층 가옥의 실내 전경이 펼쳐진다. 2층에는 침실과 다락방의 창문이 조형예술작품처럼 구조되고, 중앙으로 내려오는 계단과 그 좌우로 신시사이즈 연주자와 타악 연주자의 공간이 방 안쪽에 자리를 잡고, 거실 공간에는 소파와 의자, 탁자가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된다, 음악연주로 연기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딕시랜드>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2막은 석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날개달린 크고 작은 천사의 조각상, 동물조각 상 등이 작업기구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아버지 이름자를 딴 석공예소라는 간판이 보인다.
3막은 1막과 같은 무대장치에서 연출된다.
연극은 불화가 예견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로 설정된 청년 유진은 아버지 지향적이다. “몸을 담을 집 한 채 외에는 한 평생 재산이라고는 티끌만큼도 필요치 않아…… 내가 바라는 재산이란 내가 묻힐 작은 묘지뿐이야”라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무슨 말씀! 어려울 때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요.”라는 생활관의 대립 속에서 유진은 성장한다. 6남매는 명확하게 아버지 지지파와 어머니 추종자로 나뉘는데, 유진은 타고난 재능이나, 뜻과는 관계없이 어머니에 의하여 어릴 적부터 생활전선으로 내몰린다.
주정, 방랑, 여성 탐닉 등 어떤 면에서는 미국적인 남성상의 한 속성인 이런 세계로 빠져든 아버지의 비현실성에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남편을 따로 두고 나와 여관업을 시작하여 돈 모으기에만 전념한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열중하던 유진은 학교성적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감각기능이 유난히 발달하여 어떤 사물을 만지기만 하면 그 색채, 온도, 냄새, 소리, 맛 등을 알 정도였다. 이런 유진에게 어머니가 경영하는 여관은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장애물로 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은 가족을 위해 이때껏 희생해왔다고 자주 말하지만, 정작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자식들인 듯 보인다. 즉, 자식들은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성장한 것이다. 가족들은 모두 불화를 겪는다. 이는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버린 강압적인 어머니와, 고향과 삶의 안식처를 염원하는 아버지, 현실 참여적이며 비판적 의식으로 군에 입대하려는 큰 아들과 내면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하며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유진의 갈등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애쓰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남기지만, 그것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의 소리일 뿐이다. 아들 벤을 잃고, 유진마저 가출을 하게 된다.
이 극에서는 사랑의 의미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 나이가 많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하는 로라에게 유진은 “인습보다는 우리의 진실이 아름답고 일생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귀한 것이 사랑이다.” 라고 속삭인다. 유진의 열렬한 사랑은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관객은 유진과 로라의 관계가 실연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유진과 몸과 마음을 합하고 난 후, 로라는 약혼한 남성이 있어 결혼을 하러 간다며 유진 어머니에게만 알린 후 이 집을 떠나간다. 그러나 유진은 로라와의 사랑의 결별이 어머니의 탓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어머니에게 항의하며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결국 잃어버린 사랑이 유진에게는 발전적인 생의 출발점이 된다는 결말이다.
김진수, 유지수, 최정화, 김성우, 김히어라, 노 경, 최혜진, 송지언, 김종현, 최소영, 조민국, 김예다, 서병철, 차현지, 양권석, 유 용, 주 영, 류용수, 이다림, 박 진, 장준혁, 장용웅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갈채를 받는다. 특히 어머니 역의 유지수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장용웅의 독특한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다.
무대디자인 김소하, 조명디자인 박정연, 의상디자인 백현철, 분장디자인 오혜련, 소품디자인 김진아, 음악감독 박현지,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김태수, 음악팀 트럼펫 장연준, 피아노 정희영, 기타 박대통, 드럼 신한샘 고재혁, 무대제작 스테이지 빅벨, 총괄피디 최종혁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역, 신해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9일
7, 인천 극단 한 무대의 테네시 윌리엄스 작, 김문광 번역 각색, 최종욱 정영민 공동연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인천 문학시어터에서 인천극단 ᄒᆞᆫ무대의 테네시 윌리암스 (Tennessee Williams,)작, 김문광 번역 각색 최종욱 정영민 공동연출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를 관람했다.
극단 한 무대는 2002년에 창단해 <색시공> <일중일간의 외박> <느낌 극락 같은> <달아달아> <물의 기억> <아버지의 달> <율려보자스라> <학이 되어 날다> <달의 정원> <용서> <능허대 사랑비> <무화과 꽃 피었네!> <엄마가 섬 그늘에> <닻> <바람꽃> 등을 공연했다. 연출가인 최종욱 대표와 부인인 진윤영 극작가가 이끌어 온 극단이다.
테네시 윌리암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가 집필해 1947년에 초연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는 말론 브랜도(Marlon Brando)와 제시카 탠디(Jessica Tandy), 킴 헌터(Kim Hunter)가 출연하여 1949년까지 855회의 공연을 이어갔고, 1948년에는 퓰리쳐 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후 1951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말론 브랜도와 함께 비비안 리(Vivien Leigh)가 출연해 아카데미 어워즈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비비안 리와 킴 헌터가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칼 말든(Karl Malden)의 미치 역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향후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랜도는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상징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다.
1983년 텔레비젼 리메이크판에서는 안 마가렛 (Ann-Margret) 월터 매튜, 진 해크만, 글렌다 잭슨이 출연했고, 1984년 제작된 영화에서는 안 마그렛 트리트 윌리암스(Treat Williams), 비버리 단젤로(Beverly D’Angelo), 랜디 퀘이드(Randy Quaid) 등이 출연했으나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었다.
1995년 글렌 조단(Glenn Jordan)이 감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는 알렉 볼드윈(Alec Baldwin)과 제시카 랭(Jessica Lange), 존 굿맨(John Goodman), 다이안 레인( Diane Lane), 패트리시아 허드(Patricia Herd)가 출연했으나 역시 평은 전작을 추월하지 못했다.
2008년에는 <더 콘스탄트 가드너(The Constant Gardener)>로 2005년 아카데미 어워즈 수상경력의 여배우 레이첼 와이즈(Rachel Weisz)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쉬 뒤부아(Blanche DuBois) 역으로 런던의 돈마 웨어하우스(Donmar Warehouse) 무대에서 열연해 비비안 리(Vivien Leigh) 이후 새로운 블랑쉬로 절찬을 받는다. 레이첼 와이즈는 2002년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더 쉐이프 오브 씽스, The Shape of Things>에서 에블린 역할을 맡아 시어터 월드 어워드(Theatre World Award)를 수상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 블랑쉬는 미국 남부의 몰락한 지주의 딸 출신으로 결혼에 실패한 후, 방탕한 생활을 하다 동네에서 쫓겨나 뉴올리언스의 동생 스텔라를 찾아온다. 블랑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와 <묘지>라는 선으로 갈아탄 후 <낙원>역에서 내려 동생의 집에 도착한다. 동생 집에서 자신은 교직에 있다가 휴가차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귀부인 행세를 한다. 한편 동생 스텔라는 난폭한 남편 스탠리에게 혹사당하지만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해 참아가고 있다. 저녁마다 이 집 식탁에서는 노동자들의 포커 판이 벌어지고, 술 마시고 떠드는 소리로 늘 왁자지껄하다. 블랑쉬는 밝은 빛 아래 얼굴을 들어내기를 꺼려하고, 늘 조명이 어둡거나 갓을 씌운 불빛 아래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모습으로 스탠리의 포커친구 노총각 미치를 유혹해, 결혼하려 하지만 스탠리가 그녀의 행실 나쁜 과거를 폭로하면서 두 사람의 결혼약속은 깨지고 만다. 블랑쉬는 음주로 차츰 신경이 쇠약해져가고, 스텔라가 출산하러 병원에 입원한 날 스탠리는 술에 취한 블랑쉬를 강제로 범한다. 향후 블랑쉬는 정신이상 증세가 심해지고, 사람들이 지켜보는데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면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무대는 상수 쪽이 침실이고 하수 쪽에 거실 겸 부엌과 식탁, 의자, 그리고 냉장고가 보인다. 하수 쪽에 이집 출입문이 있고, 정면에 욕실로 들어가는 문과 그 오른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전등이 있고, 거기에 연등 같은 등피를 씌운다. 출입문 밖으로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계단 위에도 이층방의 문이 있다. 집 밖 상수 쪽에 통로가 보이고 이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이다. 집의 정면 객석 가까이에 긴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연극의 도입에 블랑쉬의 등장에서부터 대단원에서 블랑쉬가 정신병원 의자와 함께 퇴장하는 장면까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Tchaikovsky Symphony NO.6 ‘pathetique)과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Grieg: Peer Gynt, Morgenstimmung) 등 클래식 음악이 극과 어우러져 극적 분위기 창출과 극적효과를 상승시키고 조명의 강약과 변화 또한 극적 분위기 창출에 주요한 효과를 발휘한다.
박성희가 블랑쉬로 출연해 비비안 리(Vivien Leigh)를 연상시키는 미모와 탁월한 연기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다. 박진성이 스탠리로 등장해 호연과 열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안지영이 스텔라로 출연해 역시 호연과 열연을 펼친다. 차호석이 미치로 출연해 훤칠한 미남에다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김시진과 김기현이 블랑쉬와 스텐리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박윤희와 김근형이 스텔라와 미치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방용원이 스티브로 출연해 연극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신용우가 정신과 의사로 특별출연한다.
기획 뉴스드림 ㈜ 에쓰디, 조연출 김태영, 드라미트루기 진윤영, 무대감독 김홍택, 무대디자인 최강석, 음향감독 이병복, 조명감독 이봉열, 분장 이선주, 무대미술 전성종, 의상 김정연, 진행 조황래, 홍보 홍선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인천 극단 ᄒᆞᆫ무대의 테네시 윌리암스 (Tennessee Williams,)작, 김문광 번역 각색, 최종욱 정영민 공동연출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엘리아 카잔(Elia Kazan, 1909~2003) 감독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를 연상시키는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월 9일
8, 극단 산수유의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류주연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극단 산수유의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류주연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관람했다.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약 10년 간 CBS를 통해 방영된 인기 드라마다. 원래는 무대공연을 위해 집필한 단편 소설이었다.
16세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이를 참관한 12명의 배심원들의 평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배심제(陪審制, jury system)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미 권 국가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종류로는 기소를 평결하는 대 배심(the grand jury)과 재판을 참여하는 소 배심(the petit jury)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 참여 재판제도로 배심 제도가 실시되어 있는데 이름은 참심제 같지만 강제력이 없다.
소 배심(the petit jury)은 또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구분되는데, 형사사건의 경우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유죄여부를 판단하며,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결정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소년의 살인은 소 배심에 속한다.
11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유죄를 확신하는 반면 한 명의 배심원은 11명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년의 대변인이 국선변호사인 점, 증인들의 증언이 믿을 수 없다는 이 두 가지를 들어 누가 보아도 유죄인 사건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다루고 있는 살인과 같이 예민한 사안, 기술적, 전문적으로 접근해 들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 과연 일반시민에 불과한 12인의 배심원들이 정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들의 상당수가 판결보다 개인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어 한시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고 싶은 심정들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심재판의 모순과 부적절함을 비판 대에 올린 연극이다.
영화에서는 배심원 12인이 백인이고, 살해용의자는 흑인소년이다. 배심원들이 처음부터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소년이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인종편견을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로 기억된다.
내용은 아버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재판에서 배심원이 평결에 도달할 때까지 배심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논의 하는 모습을 그렸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나 증언은 피고인인 소년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것이며, 배심원의 대부분은 소년 의 유죄를 확신한다. 전체 배심원 일치로 죄가 된다고 생각 했는데, 단 한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다른 배심원들에게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증거의 의심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재검증 할 것을 요구 한다.
그 한명의 배심원의 열정과 권유, 추리에 의해 처음에는 소년의 유죄를 믿지 않던 배심원들의 마음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마지막까지 유죄라고 부르짖던 인물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먹으로 뺨을 맞은 인물로 자식에 대한 원한을 살해용의자에게 풀려는 듯 한 심정을 드러내다가 대단원에서 결국 무죄로 돌아선다.
원작자인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는 1955년에 이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 했다. 향후 여자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경우 ” 12 Angry Jurors ” ( 12 명의 성난 배심원 ) 및 ” 12 Angry Women ” ( 12 명의 성난 여자 )로 제목을 바꾸는 등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에서는 남녀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과 정리 1명으로 구성된다.
무대는 철제 봉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하수 쪽 출입구는 잠그도록 되어있다. 상수쪽에 화장실이 있고, 울타리 안에 의자와 앉을 수 있는 도구가 배치되어있다.
암전상태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소년을 두고 배심원의 평결이 시작된다. 남성 9인과 여성 3인이 배심원으로 구성된다.
고등학교 축구코치, 은행원, 사업가, 주식 중개인, 페인트 공, 세일즈맨, 야구광, 건축가, 시계공, 차고주인, 광고인 등 다양하다.
주인공인 건축가의 무죄추정을 시작으로 11인의 유죄주장이 무죄로 평결되는 극적전개 그리고 귀결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연출가 류주연은 극단 산수유의 대표다. <길, 그 여자를 만나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냉동인간> <동물 없는 연극> <주머니 속 선인장> <허물> <청중> <괴물> <하퍼리건> <사소한 물음> <금지된 작난>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예쁜 여성연출가다.
홍성춘, 강진휘, 남동진, 이종윤, 유성진, 신용진, 한상훈, 현은영, 김애진, 박시유, 반인환, 홍현택, 서유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희순, 의상디자인 최 원, 조명디자인 박성희, 조명어시스트 박소라, 음악감독 윤민철, 조연출 오세창, 기획 홍보 강선영 김시내, 디자인 사진 김 솔 등 기술진과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극단 산수유의 레지날드 로즈 작, 김용준 번역, 류주연 연출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우수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월 19일
9, 예술의전당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 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를 관람했다.
양정웅(1968~)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극단 여행자의 대표이자 상임연출가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월간 문학 신인작가상, 히서 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아름다운 연극인상 최고 스텝상, 제15회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부문, 한국연극협회 우수공연 베스트 7,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우수작품상,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대상, 인기상,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셰익스피어 연출공로상,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공연부문 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문예진흥원 신진연극인,평론가 협회 21세기 기대주 선정되었고, 페스티발 <99마임페스티벌>총무대감독을 했고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soul mate>2007 <보체크 wozzeck>2007 유니버셜 발레단의 발레뮤지컬 <심청 Shim Chung>2007 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정서와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들로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연극 외 장르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연출작은 <해롤드와 모드>, <오페라 처용>, <내 아내의 모든 것>, <최막심>, <나의 젊은 날개>, <로맨티스트 죽이기>, <페르귄트>, <십이야>, <연서>, <뷰티풀 번아웃> <소풍> 그 외 다수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연출가다.
페리클레스(Pericles, BC 495~BC 429)는 최고의 명문가문의 출신이었으나 키몬에 대항하기 위하여 귀족파가 아닌 민주파의 지도자가 되어 BC 462년 에피알테스와 함께 귀족세력의 거점인 아레오스파고스 회의의 권리를 박탈, 평의회 ·민중재판소 ·민회에 실권을 가지도록 하는 법안을 민회에 제출하였다. 이듬해 에피알테스가 정적에게 살해당하고, 키몬이 도편 추방되자, 정계에서 그의 지도권은 확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제3신분에 있던 자들까지도 최고관인 아르콘에 취임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배심관 ·관리의 일급(日給), 연극관람수당을 비롯하여, 관리를 희망자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하는 등 민주정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BC 454년 그의 제안으로 델로스동맹의 기금을 델로스 섬에서 아테네로 옮겼는데, 이때부터 동맹의 여러 도시는 거의 모두 아테네의 속국(屬國)이 되었고, 아테네는 제국(帝國)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 BC 447년부터는 파르테논신전의 건조를 시작하였고, 아테네 시가의 미화(美化)에도 힘썼다. 외교상으로는 페르시아와 ‘카리아스의 화약(和約)’을 맺고, BC 446년 스파르타와 향후 30년간의 화약을 맺는 등, 강국과는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델로스동맹의 지배를 강화하였다. BC 443년에는 정적인 투키디데스(역사가와는 다른 사람)도 추방, 그 후 죽을 때까지 매년(만년의 극히 단기간 제외) 스토라테고스(장군직)에 선출되어 ‘지상의 제우스’라 불리게 되어 이름은 민주정(民主政)이나 사실은 1인 지배라 할 만큼 페리클레스의 시대를 구가하였으며, 또 이것은 아테네의 최성기이기도 하였다. BC 431년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되자 굳게 농성(籠城)하는 한편, 해군으로 하여금 펠로폰네소스반도를 위협하는 전술을 취하였다. 그 무렵 그를 권력으로부터 추방하려는 음모가 있어, 아낙사고라스 ·피디아스 등 그의 측근들이 기소 당하였으나 그를 실각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전쟁과 때를 같이하여 아테네에 유행한 질병에 걸려 병사하였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2010년 화동연우회에서 이현우 역, 김광림 연출로 공연되고, 신구, 이기용, 이관영, 이석희. 최용철, 이수문, 임진택, 최용민, 정한용, 강영건, 이근희, 김태범, 이현우, 김승환, 김재환, 손선근, 임대일, 윤동환, 이준원, 유태웅, 김현균, 김용균, 안석천, 이재준, 김명식, 이채상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페리클레스>는 1984년 영국 BBC에서 제작해, 데이빗 휴 존스가 감독하고, 마이크 그윌라임 (페리클레스 역), 아만다 레드만 (마리나 역), 존 우드빈 (안티오쿠스 왕 역), 아네트 크로스비 (디오니자 역)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타이어의 왕 페리클레스는 앤티어크의 공주를 부인으로 맞으려고 앤티어크에 갔다가 앤티어크의 왕 앤타이어커스의 적이 되고 만다. 페리클레스는 앤티어크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조국 타이어를 떠나 바다건너 타서스로 향한다. 타서스에 도착하여 머물던 페리클레스는 집요한 앤타이어커스의 추적을 피하여 다시 바다로 나간다. 폭풍을 만나 표류하던 페리클레스는 펜터포리스의 해안에서 어부들에게 구출된다. 페리클레스는 어부들의 도움으로 펜터포리스의 궁중무술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고 그 나라의 공주 세이사와 결혼한다. 앤타이어커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페리클레스는 고국 타이어로 돌아가기 위해 왕비 세이사와 함께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러나 다시 폭풍이 불고 왕비 세이사는 배 위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는다. 페리클레스는 왕비를 바다에 수장하고, 갓 태어난 딸을 인근 타서스의 왕에게 맡기고 타이어로 떠난다. 수장되어 에피서스의 해안에 떠밀려온 된 왕비는 세리먼에게 발견되어 생명을 되찾았으나 간밤의 폭풍으로 남편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속세를 떠나 에피서스의 신전으로 들어간다. 타서스의 왕비 다이어나이저는 타서스에서 성장한 페리클레스의 딸 마리나를 시기하여 암살하려 한다. 마리나는 살해당할 위기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어 목숨은 건지나, 미틸리니의 유곽으로 팔려가게 된다. 딸을 데려가기 위해 타서스에 도착하여 마리나가 죽었다고 전해들은 페리클레스는 실의에 빠져 바다를 떠돌다가 식량을 보급받기 위하여 정박한 미틸리니에서 딸 마리나를 찾게되고, 이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찾아간 에피서스의 신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부인과 재회한다.
무대는 전체가 모래밭이다. 상수 쪽에는 비너스의 두상 같은 모습의 거대한 백색의 조형물을 옆으로 눕히고, 그 위에 난간을 설치해 출연자들이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 앞쪽에 촛불을 여러 개 꽂을 수 있는 샹들리에가 바닥에 놓이고, 그 앞쪽으로 백색의 고풍스런 관이 자리를 잡았다. 하수 쪽에는 선박의 앞부분이 돌출되어 있고 몸통을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 그 뒤쪽으로 나침반을 확대시킨 형태의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배경 막에도 커다란 원형의 물체를 부착시켜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파도라든가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영상을 통해 표현한다. 플라스틱으로 된 원형의 작은 수조를 배치해, 출연자들이 그 안에 빠지기도 한다. 여러 개의 평상형태의 바퀴달린 조형물 세 개를 배우들의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따라 사용한다. 무대 오른쪽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이고, 장면에 따라 피아니스트가 등장해 연주를 한다. 배경 막을 올리면 토월극장의 무대 깊숙한 부분까지 확장되고, 그 부분은 극의 대미에 여제사장의 신전으로 설정된다. 페리클레스가 넓적한 나무가 끝에 달린 눈치우개 같은 도구로 모래바닥을 고르게 펴기도 하고, 모래먼지를 방비하기 위해 네 명의 출연자들이 물통을 짊어지고 분무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부분조명으로 원형의 공간을 만들어 동선을 강조하고, 마리나가 부르는 노래는 독특하고 신비스런 곡이라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백발이 보이는 남성이 등장해 해설자 역할을 하고, 젊은 페리클레스가 나이가 든 후에는, 젊은이 대신 백발의 페리클레스 역을 맡아한다. 그런데 젊은 페리클레스 역을 하던 배우의 발가락 부상으로 다른 배우가 대역을 한다. 그러나 몸동작과 동 선만 따를 뿐 대사는 휠체어에 앉아 등장을 한 본래 페리클레스를 한 배우가 시종일관 대사를 한다. 후반부에는 나이든 백발의 연기자가 페리클레스 역을 하고, 연극의 도입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단원에서도 그 백발 남성의 해설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유인촌 남윤호 부자가 2인 1역으로 나이든 페리클레스와 젊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아 호연과 열연을 펼쳤으나 남윤호의 부상으로 김도완이 대역을 하는데 몸동작만 하고, 대사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남윤호가 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같은 역을 하는 2인의 젊은 연기자의 독특하고 탁월한 연기가 오히려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전성민이 페리클레스의 딸 마리나 역으로 출연해 호연과 독특한 노래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김은희, 이국호, 전중용, 한윤춘 등이 호연을 보이며, 연극의 기둥역할을 한다. 김대진, 정제우, 장현석, 김진곤, 조찬희, 장지아, 김도완, 한인수, 김상보, 이화정, 김호준, 김명연 등 출연자의 호연과 열연이 극의 주춧돌 역할을 해내고, 레슬링 경기라든가 무예대결, 그리고 군무와 합창을 하며 벌리는 동 선 활용은 관객을 흥미진진한 관극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김범진과 서동오가 대조되는 체구로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 역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미술·감독 임일진, 조명 여국군, 의상 도연, 분장 전주영, 소품 이은규, 영상 김장연, 작곡 장영규·배승혜, 피아노 배승혜, 무술감독 이국호, 움직임 김도완·이화정, 드라마터그 이현우, 조연출 이현애 한소미, 무대미술 보조 오미연, 조명보조 이은주, 의상보조 권가용·김소현·최아람, 분장보조 이애리·이서진 노영주, 음향오퍼 방지연 그 외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양정웅·김세한 각색, 양정웅 연출의 <페리클레스>를 연출가와 연기자들의 기량이 돋보인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1월 25일
10, 이순재 선생 연기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창작집단 혼의 아서 밀러 작, 오화섭 역, 박병수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이순재 선생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창작집단 혼 주관, 가천대학교&세종대학교 후원, ㈜쇼텍라인 제작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오화섭 역, 박병수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관극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 1915~2005)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그렸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부합된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Arthur Miller)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영문학자 오화섭(吳華燮·1916~79) 선생은 미국 현대극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번역해 알린 선구자다. 오화섭 선생이 번역한 미국 번역작품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비롯해 손튼 와일더의 <우리읍내>,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지금까지도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당시 연극인, 영문학자들은 오화섭 선생의 번역을 두고 ‘번역을 창작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했다.
극단 ‘떼아뜨르 리브르'(1953년), ‘연희극예술연구회'(1953년), 극단 ‘산하(山河)’ (1963년) 등에서는 창립 작업을 함께 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1963~65년), 한국셰익스피어협회 이사(1963~79년) 등을 지내며 학술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화섭 선생은 음악에 조예가 상당했고, 각종 매체에 음악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래공립보통학교를 졸업(1929년)하고 서울 중동학교에 입학한 오화섭 선생은 당시 학교 음악선생에게 클라리넷을 처음 배웠고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학과 유학시절(1935~40년)에는 대학 오케스트라단에서 활동했다. 1946년에는 현제명 작곡가가 주도해 만든 고려교향악단 창단멤버로 활동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오화섭 선생은 1950~60년대 신문에 연주회, 오페라 공연 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오화섭 선생은 옛 경기도 부천군 남동면 만수리(현 인천 만수동) 담배고개 옆 구석마을(구석말)에서 태어났다. 부친 오혁근(吳赫根) 옹은 남동면장, 1대 인천시의회 의원(징계자격위원장)을 지낸 ‘동네 어른’이었다. 당시 동네사람들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을 때마다 ‘오 면장’을 찾았다고 한다. 오혁근 옹은 자녀들을 엄하게 다스렸다고 한다. 한국전쟁 피란시절 인천에서 잠시 머문 경험이 있는 오화섭 선생의 딸 극작가 오혜령 씨는 할아버지를 “위엄이 가득하고 강직한 한학자”로 기억했다.
박병수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지구극연구소 부대표, 세종대학교 교수다. <수인의 몸 이야기>, 뮤지컬 <불장난 말장난>, <늑대인간의 최후>, <촐라체> 뮤지컬 <잭팟>, <서울 나마스테>, 무용극 <비우니 향기롭다>, <말해요 찬드라>, <시라노>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연출하고, 제23회 거창연극제 희곡상 수상, 제7회 100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 원작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지 잘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을 큰아들 비프와 막내 해피에게 주입시키며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윌리 로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이 지낸다. 그래도 윌리는 비프와 해피를 사랑하고 비프와 해피는 윌리를 존경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들 비프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려 사업을 해보겠다며 친구를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다. 게다가 아버지 윌리는 30여 년 동안이나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향후 윌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죽은 형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족은 그러한 윌리의 혼자 중얼거림에 놀라고,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윌리는 과거에 수학시험에 낙제점수를 받은 장남 비프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며, 출장 중인 자신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을 아들에게 들켰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윌리는 그로부터 아들 비프의 만사 의욕상실과 또래들에게서의 뒤처짐이, 아버지인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만, 양심은 못내 괴롭다.
대단원에서 윌리는 비프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확인시키려고, 비프와 화해한 후 그 날 밤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무대는 윌리 로만의 25년이 된 주택이다. 2층집이고, 상수 쪽으로 오르는 계단과 난간이 관객의 시선을 끈다. 상주 쪽이 거실 겸 조리대와 냉장고 식탁이 배치되고, 내실과 욕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하수 쪽이 세자 높이의 윌리 로만 내외의 침실로 설정되고 계단으로 오르도록 만들었다. 방에는 침대가 놓여있다. 이층 방에도 침대 두 개가 좌우로 떨어져 놓여 있다. 집 앞에는 마당이 있고 상수 쪽으로 이웃 찰리의 집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벽처럼 생긴 조형물을 천정에서 내려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 레스토랑 장면으로 사용하고, 책상과 의자, 녹음기를 배치해 회사의 1실, 그 외의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되고, 하수 쪽의 침실은 윌리 로만이 머무는 숙박업소의 1실로 사용되기도 한다. 앞마당과 하수 쪽 통로는 윌리 로만의 회상장면에서 형인 벤 로만의 등퇴장과 동선 활용 공간이 된다.
음악과 조명의 변화, 그리고 여인의 웃음소리와 형 벤 로만의 에코 음이 극적효과와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밤 장면에서 주택의 어둠에 파묻힌 장면과 이층 쇠로 된 난간의 반짝임은 한 폭의 그림처럼 뇌리에 각인된다.
이순재 선생의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청년시절부터 윌리 로만 역을 해 온 명배우 이순재 선생의 다섯 번째 윌리 로만 역으로의 출연이다. 작중 인물이 5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연기력은 50대 연기자에 방불하고 적역으로 느껴져 윌리 로만을 하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부인 역으로 손숙, 형 역으로 이문수, 이웃 친구 역으로 김태훈과 맹봉학이 2인 1역으로 출연하고, 큰 아들로 김기무 이무생, 작은 아들로 유정석과 라정민, 버나드 역으로 김도인 최동구, 여인 역으로 신서진 김소연, 제니 이윤주 유하영, 하워드 신동환 정진혁, 스탠리 양심규 윤민구, 미스포사이드 안소림 권설아, 리타 김은호 박민정, 웨이터 차태호 김낙균 등이 출연해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3시간의 공연시간 동안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린다 로만 역의 손숙의 절제된 연기력, 이문수의 동양 제일의 매력적인 저음 그리고 첫 공연에서 큰 아들로 출연한 김기무의 열연을 비롯해 모든 남녀 배우들의 열연과 호연은 <세일즈맨의 죽음>을 세계정상급 수준의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음악감독 우종민, 무대디자인 박경, 조명디자인 김건영, 음향디자인 김성욱, 영상디자인 이남훈, 의상디자인 김인옥, 분장디자인 임영희, 소품디자인 오정은 등 스테프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창작집단 혼 주관, 가천대학교 세종대학교 후원, ㈜쇼텍라인 제작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오화섭 역, 박병수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고수준 고품격의 우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2월 1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