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천안 흥타령 춤 축제와 서초 서리풀 축제, 2017 서울 시민연극제 및 신진연출가전 평
박정기
1, 2017 천안흥타령춤축제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성장순 극본, 류근혜 연출의 <마당극 능소전>
천안삼거리공원 능소전 무대에서 2017 천안흥타령춤축제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성장순 극본 소리지도, 류근혜 예술감독 연출의 마당극 <능소전>을 관람했다.
올해 14회째를 맞이하는 천안흥타령춤축제는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및 시내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지역대표공연예술제이며, 2016년에 120만명(2016년 기준)이 방문하는 천안시 대표축제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춤축제이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9월 12일 축제 전일 서울 명동, 강남, 강북 및 경기 부천, 고양시 등 6개 지역에서 축제쇼케이스(사전특별공연)으로 시작해 전국춤경연대회, 거리댄스퍼레이드, 국제춤대회 등을 운영했다.
학생부, 일반부, 흥타령부, 실버부로 나뉘어 4개 부문으로 전국춤경연대회가 펼쳐지고, 20개국의 해외무용단들이 참여해 세계 각국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춤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37개팀 2,000여명이 참여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거리댄스퍼레이드는 방죽안5거리→신세계 백화점까지 0.55km로 다양한 스테이지 운영, 거리공연, 부대행사, 불꽃놀이, 애프터파티 및 이벤트 등이 펼쳐졌다.
전문춤꾼과 관람객의 참여를 위한 경연프로그램으로는 한국무용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9.9~9.12/ 천안예술의전당), 솔로&듀엣컴피티션, 전국대학치어리딩대회, 막춤대첩 그리고 천안을 상징하는 마당극 <능소전>이 공연되었다. 공연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위한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우수 공연단을 초청하여 운영하고, 데일리 킬러콘텐츠, 프린지공연 등 색다른 예술무대를 마련했다.
이밖에 부대행사로는 전국디지털 축제사진 공모전, 세계문화체험 및 각종 체험행사, 먹을거리장터, 중소기업 우수제품 홍보관, 농특산물 한마당 큰잔치, 천안농특산물 홍보 및 체험한마당, 흥타령 건강 증진관, 청소년 어울마당, 실버짱 콘테스트, 외국인 전통혼례, 읍면동 화합 한마당 등을 운영했다.
초가을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기고, 천안시민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열정 넘치는 춤꾼들이 모인 <천안흥타령축제>에서 다채로운 춤의 향연과 친 대중적인 공연이 펼쳐져 9월의 하늘을 더욱 높고 푸르게 만든 풍성한 잔치마당이었다.
마당극 <능소전>은 천안삼거리공원 중심에 자리 잡은 능소전 무대에서 공연되었다.
극본을 쓴 성장순은 마당극패 우금치의 배우이자 소리꾼이다. 마당극패 우금치를 27년간 지켜온 버팀목이기도 하다. 체구가 당당하거나 우람하지 않고 가냘퍼 보이는 미녀배우다. 이번 마당극 능소전의 극본을 쓰고 소리지도도 맡아 열정을 쏟아 부었다. 성장순을 대하면 소리꾼 임진택은 마치 딸을 대하듯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하늘로 올리며 성장순을 추켜세운다. “으뜸이어!”하는 듯이.
연출가 류근혜는 현재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으로 상명대 미술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으로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에 들어가, 연출을 시작해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1기 동인으로 출발, 공연예술진흥회 청소년 축제 지도위원, 전국청소년연극제 심사위원, 전국대학연극제 심사위원,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사)우리음악연구소 부이사장, 현 상명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 극단 로얄 씨어터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고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직을 담당하고 있는 연극계의 선도자인 미녀연출가다.
마당극 능소전의 배경이 되는 천안삼거리는 한양과 경상도 그리고 전라도로 통하는 길로, “천안삼거리 흥〜 능수나 버들은 흥〜”이라고 하는 흥타령과 더불어 삼거리에 능수버들을 심은 애절한 사연을 담은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삼기원(三岐院)’이 고을 6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중엽에 형성된 설화로 보인다.
<능소전>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조선시대 중기 군정 유봉서(柳鳳瑞)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 양친을 여의고 부인도 일찍 죽어 딸을 홀로 기르며 살았다. 유봉서는 군정으로서 나라에 변고가 있어 천안삼거리에 있는 삼례 주막에 딸을 맡기고, 변경을 지키는 수자리로 떠나야 했다. 유봉서는 딸이 잘 자라기를 기원하며 버드나무를 심고 떠났다. 그러나 딸이 다 자라도록 유봉서가 돌아오지 않아 사람들은 딸을 ‘능소’라고 불렀다. 어느 해 식년시 과거를 보기 위해 삼남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 가운데 호남에서 명망 높은 유학자 이사문에게 사사받은 박현수(朴賢秀)가 도적 떼에게 노잣돈을 모두 털리고 심하게 다쳐서 찾아왔다. 능소는 박현수를 극진히 간병하며 서로의 사연을 나눴고 금세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능소는 박현수가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명지전(明紙錢) 살 돈과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 박현수는 과거에서 장원을 하여 홍문관 수찬 교지를 받았고, 한편, 형판의 사위가 되어 달라는 청혼도 받았다. 그러나 박현수는 생명의 은인이요, 과거 뒷바라지를 해 준 사람을 저버릴 수 없다며 청혼을 거절했다. 박현수가 바쁜 일정을 마치고 천안삼거리에 내려와 보니, 능소는 나쁜 소문으로 심하게 병을 앓고 있었다. 박현수는 속히 본가에 전갈을 보내 능소와 혼례를 올렸다. 이 혼례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마당에 모인 하객들이 “천안삼거리 흥/ 능수나 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휘늘어졌구나 흥/ 에헤야 에헤야 흥/ 성화가 났구나/ 계변 양류가 흥/ 사사록(絲絲綠)인데요/ 그 버들가지가/ 유색신(有色新)이로다 흥/ 에헤야 에헤야 흥/ 성화가 났구나 흥”이라고 흥타령을 흥겹게 불렀다. 신랑 신부도 춤을 덩실덩실 추며 흥타령을 불렀다.
이 <능서전>은 또 한 가지 변형된 내용으로는 천안삼거리에 능소라는 기생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전하기도 한다.
이 전설은 조선시대 유교 이념 아래 형성된 전설로 열녀설화와 성격을 같이한다. 길손인 박현수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모든 것을 바쳐 돌봐 주고 뒷바라지를 다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걸면서 정절을 지킨 능소를 박현수가 장원급제하고 돌아와 지킴으로써 사랑을 이루어 혼례를 치르는 이야기로 <춘향전>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유교 이념이 천안삼거리 흥타령과 함께 전해지며, 주막의 정서를 풋풋하게 담고 있는 설화이다.
<능소전>은 충남 천안시 흥타령 축제와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합하여 옛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한다.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어려움에 처한 길손을 돕는 따뜻한 인간애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올곧은 선비 정신을 잘 보여주는 설화로, 우리 민요인 천안삼거리 흥타령과 함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무대는 1m 높이와 가로 8m, 세로 6m 정도의 사각의 무대를 가설하고 모서리마다 계단을 놓아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천막이 있는 정면을 제외한 무대 좌우와 무대 앞 쪽에 객석을 마련해 3, 4, 5백 명의 관객이 앉을 수 있게 만들었다. 무대 위 끝자락에 타 악 연주석을 마련하고 연주자가 극 전개에 따른 연주를 해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조선시대 복장을 착용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라 분장도 정성을 기울인 것이 무대 위에 나타난다. 출연자들이 남사당패 역할을 할 때에는 개개의 기량이 확연히 드러나고, 연기는 물론 소리와 춤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고, 관객의 희노애락을 배우들이 주도한다.
박주원,,, 이 여배우의 맛깔스런 연기력은 관객의 정서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 대는 듯싶다. 윤상우, 황윤희, 박인환, 강유진, 문채윤, 장규식, 연우흠, 김 선, 황선화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열창과 무용은 관객을 완전히 흥타령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유준기(극단 로얄씨어터), 홍보 이서경(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재학)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2017 천안흥타령춤축제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성장순 극본 소리지도, 류근혜 예술감독 연출의 마당극 <능소전>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 대중적인 흥겨운 마당극으로 창출시켰다.
9월 17일
2, 2017 서리풀 페스티벌 서초연극협회의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2017 서리풀 페스티벌 참가작 서초연극협회의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을 관람했다.
서리풀 페스티벌은 영국의 유명 축제인 ‘에든버러 축제’의 한국판을 내세운 서초구(구청장 조은희)의 대표 행사다. 올해 행사는 ‘문화로 하나 되다’를 주제로 골목 특성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축제를 내세웠다.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방배동 카페골목, 반포동 서래마을, 양재동 말죽거리 등 구내 27개 골목에서 개최된다.
18일 서래마을에서는 ‘골목악단 거리공연’이, 21일 양재시장 골목에서는 말을 소재로 한 ‘마ㄹ죽거리 축제’가, 23일 용허리 공원에서는 ‘반려견 축제’가 열린다. 서리풀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골목 퍼레이드’는 17개팀 400여명이 참여해 24일 방배 카페골목에서 펼쳐진다.
영국의 에든버러,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나가려는 서초구의 대표적인 가을축제인 서리풀 페스티벌 참가작 <시집가는 날>이 22일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서초연극협회 회원들에 의해 공연되고, 이 공연은 12월에 서초구 중고등학생을 위해 1개월간 재 공연된다.
<시집가는 날>은 공연문화를 즐기기 힘든 초, 중학생들을 위하여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서초연극협회에서 선정한 작품이다.
<시집가는 날>은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 작품성과 문학성을 이미 수많은 공연을 통해 인정받은 오영진의 시나리오다. 서초연극협회에서는 이 작품을 신명나는 전통음악과 버무려서 판소리가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연극으로 재해석해 공연을 했다.
우리 전통음악과 연극이 어우러지는 이번 작품은 우리나라 양반사회의 멋과 전통혼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아낸다. 극의 구조와 형식 역시 쉽고 빠르게 전개되어 지루하지 않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각색 연출되었다.
<시집가는 날>은 익살스럽고 능청스러운 서초연극협회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로 완성되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날려주며, 연극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학생들의 눈과 귀를 활짝 열어줄 즐거운 공연이라 하겠다.
허영과 탐욕에 찬 맹진사는 무남독녀 가ㅂ분이를 세도가인 김판서댁 미언과 혼인시키기로 약속하고 우쭐댄다. 과객 차림으로 찾아온 김명정에게 신랑이 될 미언이라는 인물이 절름바ㄹ이라는 말을 듣고 맹진사 집은 바ㄹ칵 뒤집힌다. 궁리 끝에 맹진사는 하녀 입분이를 갑분이로 꾸며 혼례를 치르려 한다. 하지만 신랑이 멀쩡하고 잘 생긴 장부임이 밝혀지자 맹진사 집은 다시 소동이 벌어지지만 예정대로 입분이와 미언의 혼례가 치러진다.
무대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장치로 채워지고, 상수 쪽에 북을 놓고 명창이 등장해 소리로 해설자 노릇을 한다. 전통의상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전통음악과 소리 역시 관객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연기력도 풍부한 경륜을 갖춘 배우들이 출연해 완벽한 대사와 감정전달로 공연 중간 중간에 관객의 가ㄹ채가 쏟아져 나오곤 했다.
유태균이 맹진사, 한명헌이 맹노인, 김서년이 맹효원, 김민경과 이금주가 맹진사 부인 한씨, 조희민과 양소영이 가ㅂ분, 마주원이 길보, 전지혜가 이뿐이, 권세봉이 삼돌, 태준호가 김명정, 김동형이 김미언, 장용석이 근친 그리고 강선숙이 해설자 겸 소리를 해 출연자 전원의 출중한 기량의 호연은 관객의 우레와 가ㅌ은 가ㄹ채를 받았다.
예술감독 강선숙, 조연출 양소영 김현중, 무대디자인 이금철, 의상협찬 백옥수, 음각 김은지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서초연극협회(회장 박정기)의 2017 서리풀페스티벌 참가작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연출의 <시집가는 날>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9월 22일
3, 2017 제3회 서울시민연극제 중 서대문지부와 강동지부 공연평
1, 서대문지부 극단 피앙세의 악극 모정의 세월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서대문지부(대표 윤여성) 극단 피앙세의 이상용 작, 이해옥 연출의 악극<모정의 세월>을 관람했다.
이상용은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새벽의 대표다. <광대와 충동> <별을 수 놓은 여자> <시즈위 벤지는 죽었다> <간사지> <꿈에 본 내 고향> 그 외의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 또는 연출을 했다.
악극 <모정의 세월>은 영화감독 조문진이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두 형제>가 원작이다. 극단 미추의 각색 전문가 김지일이 <모정의 세월>로 제목을 바꾸어 각색을 했다. 여러 단체가 악극단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하면서 원작자 조문진과 각색자 김지일의 이름은 사라져버렸다.
조문진(1935~)은 제물포고, 건국대학교 정외과 출신이다.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침향』의 김수용, 『애』의 이두용 감독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찾으며 분단의 아픔을 그린 『만날 때까지』로 원로감독으로 대접과 칭송을 받았다.
오락․흥행영화들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서도 작가정신과 창작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그는 『만날 때 까지』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임권택 감독이 타인의 시나리오로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하고 있을 때, 조문진은 시나리오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70여 편의 시나리오, 다수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그의 작품들은 약 45편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보관되어 있고 이미 필름의 존재조차 모르는 작품들도 있다.
제1회 도쿄 국제영화제는 12편의 초청작 중 하나로 그의 『언제나 타인』을 선정했다. 이작품은 비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로 선정되었다. 이미 제6회 대종상에서 각본상을, 김지미․ 김희라가 신인상을 탄 동년, 『언제나 타인』으로 제6회 백상예술상 감독상에 빛나는 그는 충무로 도제 시스템의 전형적인 본보기로 기록된다.
『장군의 수염』으로 유명한 이성구 감독 밑에서 2년, 김수용 감독 밑에서 10년이란 긴 세월동안 조연출 생활을 한, 조 감독은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들 1969년 딸의 留學病을 모티프로 한 『포옹』으로 데뷔, 69년에만 『젊은 여인들』,『새색시』,『명동나그네』,『죽어도 그대 품에』,『여자의 모든 것』,『언제나 타인』,『남편』을 내놓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후 70년에 『분노』,『여자이기 때문에』,『약속은 없었지만』, 71년에 『말썽 난 총각』,『내 아들아』, 『두 아들』,『내 아내여』,『두 딸의 어머니』,『처복』,『지금은 남이지만』의 소프트 멜로, 가족과 가정의 이면을 묘사하는 전형을 고수하고 있었다.
김수용 감독 밑에서 20여 편의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임해온 그는 주로 자신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영화연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러한 영화창작 관습은 영화 스승인 김수용 감독의 영향을 받은 바 크다. 그가 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회귀』가 당선된 것도 김수용 감독의 영화감독으로서 문학성 강조의 탓도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대표작은 신분상승을 꿈꾸며 여성을 유린하는 멜로 드라마 『언제나 타인 』(20회 에딘버러영화제에 출품) 판이한 생활공간을 가진 두 형제의 이해공간을 그린『두 아들』, 1920년대 충남 양반 가문의 비극을 그린 시대물 『古家』를 들 수 있다.
현역감독 중 40편이 넘게 자신의 창작 시나리오로 연출한 감독은 한국영화사에 거의 없다. 그만큼 문학성을 앞세우는 그가 작가다운 작가로 부상한 영화는 『만날 때 까지』이다.
90년대 들어 탄생한 『아들과 연인,92』과 『만날 때까지,99』는 비교적 안정되고 여유가 있는 가운데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환경 탓에 영화감독협회장과 공륜심의위원을 거친 그가 부르짖는 말은 영원한 현역이다.
각색을 한 김지일은 서울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출신으로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전 작품을 각색하고, 국립극장 선전기획실장, 마당세실극장 극장장을 거쳐 극단 현대극장 행정감독, 서울시립극단 기획실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공연문화산업연구소 소장이자, 방송작가 겸 마당놀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무용극 《춘향전》, 《황진이》 등, 마당놀이 《허생전》, 《별주부전》, 《이춘풍전》, 《심청전》 뮤지컬 《화랑 원술》, 《장보고》 등 다수 있다. 마당놀이, 무용극, 악극 관련 저서와 봉산탈춤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연출을 한 이해옥은 경원대학교 응용미술학과, 독일 마이센 과정, 일본 포슬린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개인전 7회, 해외전시 4회, 단체전 28회 출품한 작가다.
이태리 꼬모 11회 convention Azzura 이물부문 대상, 환경미술대전 평론가상, DAF 구상대전 장려상, 경향미술대전, 행주공예대전 수상 작가다.
미술작업과 함께 서대문지부 극단 로열씨어터에서 연극 활동을 벌이며, 배우, 연출, 의상,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미모의 만능 여성예술가다.
악극 <모정의 세월>은 60~70년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 천안댁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모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정통 악극으로 가족애를 되새기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편을 잃고 미옥과 태호,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던 천안댁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어린 딸 미옥을 서울로 보내게 된다.
이일 저 일을 하며 전전하던 미옥은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동생 태호가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자 사채까지 써서 동생학비를 도와준다. 그러나 사채를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에 의해 술집 여자로 전락하여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공장에서 인연을 맺은 동욱은 미옥을 술집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지만, 사채업자 마동팔은 또 다시 미옥을 찾아가 괴롭히다가 동욱과 결투를 하게 되고, 결국 동욱과 함께 죽음에 이르고 만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태호! 동욱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미옥! 설상가상으로 시댁에서의 박대와 냉대로 인한 충격으로 세상을 마감하는 천안댁!
대단원에서 미옥과 태호는 천안댁의 시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다가 출연자들과 함께 모정의 세월을 합창한다.
동지섯달 긴긴밤이 짧기만한것은
근심으로 지세우는 어머님 마음
흰머리 잔주름이 늘어만 가시는데
한없이 이어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님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길고긴 여름날이 짧기만 한 것은
언제나 분주한 어머님 마음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들 가버려도
근심으로 얼룩지는 모정의 세월
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님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박영갑이 해설자 겸 천안댁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이웃 남자로 출연해 호연과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차영숙이 주인공 천안댁으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역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공선신이 딸로 출연해 호연과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이명수가 아들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마동팔 역의 여성출연자는 성격설정에서부터 의상이 배역과 어우러져 관객의 시선을 끌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주재완, 정호정, 설용수, 장근춘 옹은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꽹과리 연주로 노익장을 과시한다. 백순자, 박금옥, 정화자, 윤현정, 이중식, 김형진, 손정희 여사의 춤사위는 일품으로 기억되고, 정옥화, 심행희, 정진자, 김성재, 김말순, 강점분 김정숙 등의 호연과 열창은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악극의 도입에 해설을 한 이해옥은 연기력은 물론 화가, 분장가 무대장치 등 다재다능한 재예와 미모를 겸비한 극단 로얄씨어터의 보석 같은 여성단원이다.
작품지도 유준기, 음악감독 한 철, 분장 강대영, 무대 의상 이해옥 등 스텝 진의 노력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서대문지부 극단 피앙세의 조문진 원작, 김지일 각색, 이해옥 연출의 악극 <모정의 세월>을 친 대중적이면서 흥겹고 감동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8월 30일
2, 강동지부의 김수미 박준영 예술감독, 유수경 작, 박경순 연출의 <별을 사랑한 민들레>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에서 강동지부(대표 윤주상)의 김수미 박준영 예술감독, 유수경 작, 박경순 연출의 <별을 사랑한 민들레>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자폐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녀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폐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자들이 초기에는 자폐 아동이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쌍생아 연구를 수행한 폴스테인과 러터(Folstein & Rutter, 1977)는 9쌍의 일란성 쌍둥이 중 약 33%가 자폐증인 것으로 나타난 반면 10쌍의 이란성 쌍둥이 가운데 자폐증을 나타내는 경우는 0%인 것으로 보고했다. 또한 자폐 아동의 형제 가운데 자폐증이 발생하는 확률은 정상적인 형제에서 발생할 가능성보다 50배 더 높으며, 자폐 아동의 25%가 언어 지체 증상에 있어서 가족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운증후군과 비교했을 때 다운증후군 아동은 형제들 중 약 3%만 언어 지체나 학습 장애, 정신 지체 증상을 보이는 반면, 자폐증 아동은 형제들 가운데 약 15%가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폐증이 유전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폐증에 대한 생물학적 이상과 관련하여 자폐 아동의 약 30%가 높은 세로토닌(serotonin)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으나, 이는 정신 지체나 조현증(정신분열증)과 같은 다른 장애에서도 발견되는 증상이며, 세로토닌 수치의 이상과 자폐증의 임상적 증상의 관련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관계와 같은 환경 요인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워드(Ward, 1976)는 산모가 임신 중에 느끼는 불안, 긴장, 스트레스가 태아의 감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출산 후 아동의 특별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 자폐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텔하임(Bettelheim, 1967)은 아동이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자율감의 박탈과 다른 사람들의 무관심, 불안 등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신분석학자 터스인(Tustin)은 자신의 저서 『자폐증과 아동기 정신병(Autism and Childhood Psychosis)』에서 아동이 초기 발달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둘러싸인 자폐증(encapsulated autism)’과 ‘엉킨 자폐증(entangled autism)’으로 구분했다. 둘러싸인 자폐증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경험을 부정하는 반면, 엉킨 자폐증은 둘러싸인 자폐증보다 자신과 세상을 분리하지만 자신과 어머니의 신체를 혼동하고, 뒤엉켜 보호되는 느낌을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폐증을 치료할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자폐증의 치료가 어려우며, 자폐 증상으로 인해 새로운 학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증의 완치보다는 자폐 증상으로 인한 부적응적인 행동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 치료법이 많이 사용된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학습시키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자폐 아동이 나타내는 공격성, 과잉 행동, 자해 행동, 우울증과 같은 특정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치료가 병행되기도 하며, 놀이 치료나 역전이, 직면하기 등의 정신 역동적 치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치료뿐만 아니라 부모나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한 치료와 관심도 필요하다. 가족들은 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극은 자폐아가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의 휴게실이다. 상수에 차를 따를 수 있는 기구가 준비된 카운터가 있다. 중앙에 탁자와 의자가 배열되고, 후반에 크리스마스 추리를 들여다 배경 가운데에 세운다. 자폐아의 어머니들이 등장해 각자 자신들의 자녀의 자폐증과 관련해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소개한다. 그리고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자녀들을 위한 음악회를 병원에서 열기로 합의를 한다. 음식배달원이 등장하고, 그중에는 어머니와 행동을 함께하는 아버지도 있다. 어머니들 간의 약간의 갈등도 생기지만 음악회를 위해 화합을 택한다. 공연을 목전에 두고 어머니 한 사람이 운전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킨다. 어머니들은 사고를 일으킨 어머니를 이해한다. 그런데 병원원장이 사고를 이유로 음악회를 적극 반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자폐아병원에 음악회가 당키나 하느냐는 이유까지 들면서 반대를 한다. 어머니들은 당연히 낙심을 하고 병원 측에 항의를 한다. 그러나 원장의 귀에는 어머니들의 항의가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는 격이다. 반면에 어머니들의 음악회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격려를 받게 되니, 결국 병원원장도 음악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를 맺는다.
임세원, 유수경, 이옥이, 임옥진, 박경순, 임옥진, 정영경, 이상만, 김종철, 김영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제작 감독 강재권, 조명감독 유아람, 음향감독 최지인, 포스터디자인 김세한, 의상 이옥이, 분장 임옥진, 소품 김종철 이상만, 홍보 임세원 정영경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강동지부(대표 윤주상)의 김수미 박준영 예술감독, 유수경 작, 박경순 연출의 <별을 사랑한 민들레>를 고수준 고품격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월 14일
3, 2017 신진연출가전평
1, 공동창작집단 가온의 막스 프리쉬 원작, 서현우 재창작 연출의 <인생게임>
성수아트홀에서 2017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성준현)의 제4회 신진연출가전, 공동창작집단 가온의 막스 프리쉬(Max Frisch) 원작 서현우 재창작 연출의 <인생 게임>을 관람했다.
스위스 작가이자 건축가 인 Max Frisch 는 1911 년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독일 문학을 공부했지만 건축학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1938 년 초에 콘래드-페르디난드-마이어 상을 받았을 때 그의 건축가로서의 열정은 극에 달했다. 1950 년대 초까지 Max Frisch는 건축가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삶의 형태로 갈라져 있었다. 그러다가 1954 년 “스틸러 (Stiller)”로 문학 혁신을 일으킨 그는 가족을 떠나 작가로서 독자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Max Frisch의 다른 주요 소설은 <호모 파버(Homo faber,1957>와 <내 이름은 간텐바인(My name be Gantenbein, 1964)>이며, 막스 프리쉬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정체성과 자신의 전기 구성을 중심으로 소설내용이 전개된다. Max Frisch의 희곡 <비더만과 방화범(Bidermann and Brandstifter, 1958)은 20 세기 독일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프리쉬 (Frisch)는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상과 독일 도서 무역 평화상 (Peace Prize)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고향 취리히에서 1991년 사망했다.
대표적인 희곡으로는 <안도라>, <만리장성>, <비더만과 방화범> 등이 있고, 소설로는<슈틸러>, <내 이름은 간텐바인> 등이 있다.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상과 독일 도서 평화상 (Peace Prize)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출을 한 서현우는 청운대학교 방송연기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제14회 오프대학로 페스티벌에서 <인생게임>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연극 <인생게임>은 막스 프리쉬(Max Frisch)의 <생의 전기-하나의 유희(Biografie- ein Spiel)>를 재창작한 작품이다. 막스 프리쉬의 실험적 희곡 <생의 전기-하나의 유희>는 주인공이 7년간 함께 살아온 부인과의 결별을 맞자, 과거로 되돌아가 부인과의 처음 만남에서부터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게 되고, 함께 살면서 부인이 직장에 나가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내게 되고 그 남자와도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것을 알게 되니, 결국 파경을 맞자, 주인공이 그러한 7년 동안의 삶에 대해 하나하나 수정해 가는 과정을 연극으로 그려내고, 개선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지만, 종당에는 주인공은 암으로 죽음을 맞는다.
<인생게임>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부인과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를 촬영하듯 한 장면 한 장면 진행하다가 잘못된 장면은 재촬영에 들어가고, 무대장치도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변화시키고, 똑 같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 시작해 대사와 동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반복해 가며 촬영을 하고, 결과가 파경이 되지 않도록 수정과 보강을 한다. 촬영은 장면마다 곧바로 스크린에 투사되고 출연진의 미세한 표정까지 확대되어 나타난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재편하려는 의도와 노력, 그리고 극적이었던 순간들이 재현되면서 새로이 시작하려는 열정과 노력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듯싶기도 하지만, 대단원에서 주인공은 불치의 암으로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고인배와 차두리가 부부로 출연해 품격 있는 연기로 관객을 연극에 심취토록 만들고, 관객 각자의 부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갈채를 받는다. 엄준식과 이현제가 작가와 촬영기사로 출연하고, 임근혁과 김지수가 출연해, 출연자들의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프로듀서 김미형, 무대디자인 임창주, 무대감독 송재열, 조명감독 신 우, 조연출 조성우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공동창작집단 가온의 막스 프리쉬(Max Frisch) 원작 서현우 재창작 연출의 <인생 게임>을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난 우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월 27일
2, 뮤지컬 스토리의 유한나 작곡, 김병화 작 연출의 <뮤지컬 텔로미어>
성수아트홀에서 뮤지컬 스토리의 유한나 작곡, 김병화 작 연출의 뮤지컬 <텔로미어(Telomere)>를 관람했다.
염색체의 말단 부위인 <텔로미어(Telomere)>는 노화할수록 점점 짧아지고, 거꾸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짐은 곧 노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화 시계’ 또는 ‘세포 타이머’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텔로미어 길이의 측면에서 보면, 암세포는 무한분열 하면서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지 않는, 즉 시간이 흐르면 늙게 마련인, 자연의 노화 시계가 고장 난 세포인 셈이다.
암세포는 짧아지게 마련인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를 어떻게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연구된 바로는, 암세포에서는 ‘텔로머라제(텔로머레이즈, telomerase)’라는 역전사효소가 텔로미어 끝부분 DNA를 계속 합성해 그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은, 놀라운 세포 분열 능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생식세포나 줄기세포에서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암세포가 이런 식인 건 아니다. “암세포의 15%가량은 텔로머라제가 없는데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는데, 대안의 텔로미어 유지 기작(ALT)이라고 불리는 이런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뮤지컬 <텔로미어(Telomere)>는 현재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듯이 집집마다 로봇(robot)을 가지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다. <텔로미어>를 연구하는 한 60대의 노학자가 인간의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시켜주는 약품을 개발해 내고, 자신이 직접 복용해 젊음을 되찾는다. 그런데 그 신약을 복용하면 몸에 치명적인 병이 발생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노 박사는 젊은 모습으로 변신해 제자인 한 아름다운 여학생을 사랑하게 되고, 인공지능을 갖추고 연애서적과 연애정보를 완벽하게 저장한 로봇에게 도움을 받으며 여학생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연애지식과 정보가 실제 경험을 추월하지는 못하기에, 노 박사는 로봇으로부터 도움받기를 중단하고, 직접 여학생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진정어린 표현으로 사랑을 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여학생에게서 사랑을 획득한다. 그러나 젊음의 약 복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병의 발생과 악화로 결국 죽음을 목전데 두게 되자 노 박사는 여학생 곁을 떠난다. 사라진 사랑의 상대를 찾아 여학생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노력 끝에 결국 상대를 찾게 되고, 그 상대가 노 박사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하늘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지만 여학생은 죽음을 목전에 둔 노 박사에게 다가가 진정어린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무대는 정면에 스크린 겸 병풍 같은 가리개가 있어 거기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인다.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고, 하수 쪽 책상 뒤로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고 연주자가 극의 도입에서 대단원까지 연주를 한다.
김진철이 노박사, 김다솜이 여학생, 김광섭이 로봇으로 출연해,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작곡을 한 유한나는 <시간에> <마르틴 루터> 뮤지컬 <텔로미어>를 작곡하고 음악 감독을 했다.
연출을 한 김병화는 작가, 작사가, 연출가, 제작자다. 공식적인 데뷔는 <시간에>로 했고, <신문고>라는 작품이 한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하이힐과 운동화>, <텀블러 마미> <신문고>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김병화는 제2회 대구 국제 뮤지컬 어워즈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획득했다. 현재 뮤지컬 스토리의 대표다.
안무 임원균, 드라마투르크 정동욱, 분장 김은주, 음향 송은영, 영상 및 무대 오정언, PD 이혜영, 조명디자인 김종훈, 건반 정은지, 기타 임은택, 조연출 김유민 등 2017 신진연출가전 뮤지컬 스토리의 유한나 작곡, 김병화 작 연출의 뮤지컬 <텔로미어(Telomere)>를 작곡가와 작가의 창의력 그리고 연출력이 돋보이는 한편의 음악극으로 만들어 냈다.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