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거리면서도 정교하게

<풍편에 넌즛 들은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스 역, 박인선

김소연_ 연극평론가


페르소나. 화제의 연극을 직접 무대에 선 배우와 함께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배우와 함께 나누는 캐릭터, 연기, 연극 이야기.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아이스퀼로스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로 이어진다. 아트레우스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세 편의 비극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아가멤논이 클리템네스트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아가멤논>),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 대한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복수가 이어지고(<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어미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복수의 여신들이 뒤쫒지만 아테나의 판결을 통해 오레스테스는 복수에서 벗어난다.(<자비로운 여신들>) 오레스테이아 3부작이 직접 다루는 사건은 클리템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의 복수와 오레스테스의 복수 그리고 다시 클리템네스트라의 죽음에 대한 여신들의 복수다. 그러나 복수의 연원은 더 거슬러 오른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앞두고 역병을 잠재우고 다시 바람을 불게 하기 위해 딸 이피게니아를 희생 제물로 바쳤다.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는 아이기스토스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동생인 티에스테스에게 그 자식들을 도륙하여 식탁을 차렸고, 동생을 죽였다. 아르테미스가 역병을 돌게 하고 바람을 멈추게 하여 그리스군의 출항을 막은 것은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 자신의 사슴을 죽이는 불경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복수와 복수로 이어지는 이 가문의 이야기는 시조 탄탈로스까지 거슬러 오른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수는 단지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만이 아니라 신들의 사랑, 미움, 노여움, 선망 등이 얽혀 있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복수에서 복수로 이어지는 이 가문의 이야기에서 복수를 멈추고 정의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이야기다. 정치극인 셈이다.

오레스테이아 3부작이 정치극인 것은 결말 때문은 아니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은 파수병의 프롤로고스로 시작된다. 궁전의 지붕 위에서 트로이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파수병은 긴 전쟁의 고단함, 아트레우스 가에 드리운 눈물과 탄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드디어 승전을 알리는 봉화를 발견하고 아가멤논의 귀환을 예고하며 기뻐하지만 기쁨에 이어 불안한 긴장을 남겨둔다. 이 강력한 프롤로고스에 이어 아르고스 시의 노인들로 이루어진 코로스가 등장한다. 이들의 등장가는 기나긴 트로이 전쟁에 대한 것으로, 출항을 앞두고 바람을 막기 위해 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쳐야했던 아가멤논의 이야기도 전한다. 고뇌에도 불구하고 결국 딸을 제물로 바치게 되는 아가멤논에 대해 코로스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노래한다.

그리하여 그가 한번 운명의 멍에를 목에 매니

그의 마음의 바람도 방향이 바뀌어 불경하고,

불손하고, 부정하게 되었다네. 이때부터 그는

마음이 변해 무슨 일이든 꺼리지 않게 되었다네.

치욕을 꾀하는 미망은 사람의 마음을 대담하게

만드는 법. 미망이야말로 모든 재앙의 시작이라네.

–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천병희 옮김, 37쪽

코로스의 등장가는 클리템네스트라의 복수의 연원을 전하는 한편 아가멤논의 선택과 행위에 대한 논평을 덧붙인다. 그리고 ‘재앙의 시작’을 알림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예고한다. 파수병의 프롤로고스에 이어 극적 긴장감을 한껏 높이는 것이면서 이 앞으로 전개될 복수가 정의의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그리스 비극이다. 그리스 비극은 지금 우리에게는 낯선 독자적인 양식을 정립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코로스의 존재가 그렇다. 프롤로고스(코로스가 등장하기 전 드라마의 주제와 상황을 제시하는 장면), 등장가(코로스가 등장하면서 부르는 노래), 삽화(코로스의 노래와 노래 사이에 삽입되는 인물들의 대화 장면), 정립가(삽화 사이 선행 삽화에 대한 성찰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코로스의 노래), 엑소도스(코로스가 퇴장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전개되는 그리스 비극에서 코로스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코로스는 사건이 벌어지는 도시국가의 구성원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코로스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은 삽화에서 전개되는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만이 아니라 이들의 선택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공동체의 시선과 성찰이 그리스 비극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스 비극은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갈등 앞에서 공동체가 함께 성찰하는 장인 것이다. 덕망 있고 부유한 시민이 비극경연대회를 후원하고, 비극경연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그리스 비극의 사회적 위상도 이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러나 현대연극에서 많은 그리스 비극공연은 코로스의 대사 즉 노래를 축약하거나 생략하고 (문자만 남아 있어 음악은 유실된 셈이다) 삽화, 즉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 공연된다. 코로스의 대사를 그대로 공연한다 하더라도 무대와 관객이 맺고 있는 관계가 달라져 있는 현대에 그리스 비극이 재현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의 관객들은 ‘정의’에 대한 질문보다는 복수와 복수로 이어지는 인간의 정념에 더 관심이 크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풍편에 넌즛 들은 ‘아가멤논’>도 그렇다. 아이스퀼로스 원작이라 밝히고 있지만 비극은 해체되고 다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스를 생략하고 아가멤논, 클림템네스트라, 아이기스토스, 카산드라 그리고 오레스트테스만을 남겼다. 이야기로 거슬러 오르면서 첫 장면은 검은 옷에 붉은 뿔을 가진 사슴들의 군무로 시작된다. 바로 아르테미스의 사슴들이다. 아가멤논이 화살을 쏘아 한 사슴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첫 장이 마무리된다. 원작에서는 전언으로 전해지는 이피게니아의 죽음을 한 장을 할애하여 이피게니아와 아가멤논의 장면으로 만들었다. 이피게니아는 애원하지만 아가멤논은 “방법이 없다”며 딸을 죽인다.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템네스트라의 정사 장면 역시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에서는 제거된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은 원작의 제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서 오레스테스의 복수만을 남겨둔다. 오레스테스 역시, 아가멤논이 이피게니아의 죽음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미에게 칼을 겨누며 말한다. “방법이 없었소”라고.

이처럼 이야기로 거슬러 오른 이 공연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과는 사뭇 다른 전개이다. 신의 노여움을 사는 아비의 사냥에서 시작해서, 신은 아비에게 딸을 바치라라 하고, 아비는 신의 복수로 딸을 제물로 바친다. 어미는 딸을 죽인 아비를 죽이고, 아들은 아비를 죽인 어미를 죽인다. 복수는 복수로 이어지고, 오레스테스의 복수로 마무리됨으로써 복수를 강조하는 데에서 끝맺는다. 첫 장은 자신이 쏜 화살에 쓰러진 사슴을 내려다보는 아가멤논에서 끝나는데, 이 마지막 장면은 6장 오레스테스의 복수에서 다시 반복된다. 클리템네스트라의 복수에 의한 아가멤논의 죽음은 그의 붉은 옷과 붉은 탈이 무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어지는 마지막 장에서 오레스테스는 무대에 등장해서 붉은 옷과 붉은 탈을 바라본다. 아가멤논이 딸 이피게니아의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 “방법이 없다”는 오레스테스가 어머니인 클리템네스트라의 죽음 앞에서 다시 반복된다. 이 작품에서 복수의 연쇄는 아비에서 시작해서 아들에서 끝난다. 아비의 사슴 사냥에서 시작해서 아들의 살모로 끝나는 드라마는 폭력 앞에서 무기력한 자들의 이야기가 된다.

이 복수의 이야기에서 아이기스토스는 조연이다. 복수를 끊고 정의를 세우는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에서도 그렇고 폭력에 무기력한 자들의 이야기인 <풍편에 넌즛들은 ‘아가멤논’>에서도 그렇다. 복수라는 사건의 전개로 보자면 아이스퀼로스의 비극보다 <풍편에 넌즛들은 ‘아가멤논’>에서 아이기스토스는 더 물러나 있다. 이 작품에서 아이기스토스는 클리템네스트라와 함께 아가멤논과 대결하는 자리에 있다기보다는 소식을 전하는 전령처럼 등장한다. 2장에서 아이기스토스는 아르테미스의 요구를 전하고 4장에서는 트로이에서 그리스군의 10년간의 전쟁을 전한다. 아비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복수로 이야기가 다시 쓰여진 데다가 마치 전령 같은 이러한 역할이 덧붙여지면서 아이기스토스는 ‘복수’라는 사건에서 더 물러서게 된다. 아이기스토스의 첫 등장은 어떤가.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의 사슴을 죽이는 첫 장과 아가멤논이 이피게니아를 제단에 바치는 3장 사이, 마치 앞 장과 다음 장을 이어주는 것처럼 아이기스토스는 상황을 전하고 아가멤논의 출정을 설득한다. 드라마의 전개로만 보자면 기능적인 역할이지만, 이 첫 등장에서 아이기스토스는 무대를 종횡하며 현란한 재담과 몸짓을 펼친다. 아이기스토스의 현란한 연기는, 클리템네스트라와 함께 아가멤논에 대한 복수를 수행하는 ‘역할’이 지워질 만큼, 심지어 복수극이라는 이야기도 멈춰 세울 만큼 능청거리고 유려하며 발랄하다. 복수도 이야기도 멈춘 채 질펀한 광대극이 펼쳐놓는 것이다.

아이기스토스의 현란함은 잉여이고 과잉이다. 드라마를 벗어나 불거져 나와 역할을 넘어서고 역할을 벗어난다. 다른 인물들이 복수극의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달리, 아이기스토스만이 그렇다. 그러나 그 흘러넘치는 잉여와 과잉이 복수의 원환에 갇혀 있는 드라마에 균열을 만들고 죽음과 죽음이 이어지는 드라마에 생을 불어넣는다. ‘풍편에 넌즛 들은’ 그래서 다 꿰매어지지 않는, 그 잉여와 과잉과 균열에서 탈판이 열린다. 정교한 잉여와 과잉을 보여준 아이기스토스의 박인선의 이야기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 춤의 맛, 재담의 맛, 탈춤의 맛

김소연: 지난 1월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초연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두 번째 공연이다. 초연을 못봤는데 공연자료를 보니 극장도 다르고 무대도 달랐던 것 같다. 시간의 간극도 있고 이번에 다시 올리면서 다른 점이 있었나

박인선: 아이기스토스를 광대로,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면이 있고 속셈이 있는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초연 때부터 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확실하게 그런 점을 그리고 싶었다. 또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봐도 ‘아가멤논’ 스토리가 잘 이해되고 아이기스토스만이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탈춤과도 연관이 된다. 탈춤의 여러 캐릭터, 탈들이 각각 특색이 있고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기스토스도 탈춤의 캐릭터처럼 특색 있고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셀로와 이아고>에서 데스데모나를 연기할 때는 일체 대사 없이 춤동작으로 연기했다. 이번에는 재담, 말맛을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관객 후기를 보면 탈춤을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춤의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춤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탈춤, 탈을 쓰고 춤을 춘다는 말의 뜻 때문에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탈춤에는 재담도 있고 음악도 있고 노래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많다. 탈춤에서 춤만 기대하기보다는 그런 다양한 것들도 관객들이 함께 즐겨주었으면 한다.

김소연: <오셀로와 이아고>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흥미로왔던 것이 춤과 재담이 서로 딛고 맞물리면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간 탈춤에 기반한 공연들을 볼 때 장면에 따라 혹은 이야기에 따라 춤이나 재담으로 치우쳐있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천하제일탈공작소 공연이 흥미로왔다.

박인선: 탈춤은 인물들 간의 갈등이 굉장히 뚜렷하다. 계층 간에 인물들 간에. 양반과 말뚝이, 미알과 영감 등 여러 갈등이 있다. 갈등이 어느 정도 치닫다가 춤을 추면서 해소시켰다가 다시 갈등을 불러와서 치닫고 또 춤으로 해소시킨다. 이런 것들이 탈춤의 매력이다. 갈등이 있지만 가뿐하게 넘겨버리는 맛이 있다. 슬픔도 푹 빠지지 않는. 이번 작품도 그렇고 <오셀로와 이아고>도 그렇고 탈춤의 그런 매력을 좀 살려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비극이지만 비극도 유쾌하게 좀 넘어가보는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었다.

김소연: ‘맛’이라고 했는데,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

박인선: 어려서부터 탈춤을 계속 익히고 공연해오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학교에서 방과후활동이라든지 그런 걸로 탈춤도 배우고 사물놀이도 배우고 그러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집 앞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있었는데 엄마랑 같이 찾아갔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때부터 쭉 강령탈춤을 배우고 공연했다. 어려서부터 배워서 이수자를 좀 일찍 했고 지금도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소연: 강령탈춤 이수자 활동과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건가.

박인선: 그렇다. 어릴 때부터 전수회관에 다니면서 춤을 많이 보았다. 또 학교에 들어가서는 여러 지역 탈춤도 배우고 풍물도 배우고 무속도 배우고 그랬다. 풍물과 무속에도 움직임과 춤이 있다. 또 선생님 세대와 다르게 미디어 영향도 많다. 학교 커리큘럼에 있어도 재미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배우고 싶은 건 학교 밖에서 찾아다니며 배우고 그랬다.

김소연: 강령탈춤 공연 외에도 다양한 공연을 해왔던 것 같다. <오셀로와 이아고>의 데스데모나를 보면 소무 춤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탈춤 사위나 전통 춤 사위에 한정하지 않고 춤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박인선: 다양하게 여러 작업을 하려고 한다. 천하제일탈공작소와는 이번 작품 외에도 <오셀로와 이아고> <열하일기> <삼대의 판>을 공연했다. 재담소리극 등 탈춤이 아니더라도 전통연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장르들을 계속 해가고 있다. <탈춤의 목적>은 탈춤이 과연 현대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혼자서 무대에서 음악장비 놓고 공연하는 작품이다. 개인작업이다.

김소연: 전작인 데스데모나와 이번에 공연한 아이기스토스는 캐릭터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데에서 서로 대비되는 점이 많다. 배우가 배역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지만, 두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 달라서인지 서로 다른 배우를 보는 것 같았다.

박인선: 두 공연을 연달아서 한번 해보고 싶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 말뚝이보다는 광대 같은

김소연: 이번 작품 크레딧을 보았더니 출연·안무로 나와있다. 출연자가 모두 안무자인 건데 자기 배역의 움직임과 춤은 각자 만들어가나.

박인선: 각색 대본이 나오면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서 춤으로 넘어가고 이런 재담은 탈춤의 이런 표현을 써보자, 그렇게 함께 이야기하면서 정리하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는 각자 작업하고 같이 추는 춤은 함께 만든다. 이것도 탈춤의 특성 중 하나다. 탈춤은 지역적 특징이 있다. 허창열 이주원 박인선 장해솔 등등 여러 탈춤꾼이 있는데, 각자 전공한 탈춤이 다르고, 춤맛도 미묘하게 다르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도 각자가 조금 더 잘 할 수 춤사위로 만들어간다.

김소연: 천하제일탈공작소는 문학을 원작으로 한 공연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탈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전문학을 탈춤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양반, 말뚝이 캐릭터를 현대화시키는 방식의 창작탈춤과는 다른 접근이다. 아이기스토스를 연기했는데 역할을 만드는 과정도 궁금하다.

박인선: 대본을 여러 차례 읽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배역을 맡았는데, 아이기스토스가 재미있었다. <오셀로와 이아고>에서 데스데모나를 연기했는데 대사가 하나도 없었다. 무조건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 역할인데 매력적이었다. 탈춤의 매력 중에 하나가 얼굴을 탈로 가리고 연기하는 거라 몸짓, 동작의 표현이 정교해야 한다. 팔을 들어도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만든다. 데스데모나를 재미있게 했는데, 이번엔 좀 말을 많이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기스토스가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탈춤은 춤만 아니라 재담도 중요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다.

김소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탈춤의 매력’으로 시작한다. (웃음) 재담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박인선: 어렸을 때부터 어떤 캐릭터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성우학원도 다녀봤다.

김소연: 탈춤 재담을 잘 하려고?

박인선: 그건 아닌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탈춤에서는 재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있다. 음율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도 재미있다. 관객들이 탈춤을 춤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재담이나 이런 것의 재미도 알아봐주었으면 하는데 아이기스토스를 연기하면서 탈춤 재담의 재미도 보여주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탈을 쓰고 움직임을 하면서 재담을 하려니 숨이 너무 찼다.

김소연: 혹시 아이기스토스를 놓고 서로 맡겠다고 경쟁하지는 않았나.

박인선: 아니다. 각자 하고 싶었던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김소연: 아이기스토스와 클리템네스트라는 배역의 성과 배우의 성이 뒤바뀌었다. 젠더프리캐스팅이냐는 질문도 있더라. 그런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탈춤에서는 탈로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배역과 배우의 성을 일치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데 클리템네스트라를 남성 배우가 맡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클리템네스트라는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점이 있는데, 춤은 좋았는데, 남성 배우 목소리로 대사가 나오니까 여성 캐릭터의 강렬함이 강조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기스토스에서는 재담을 잘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과정을 더 듣고 싶다. 모티브가 된 춤이나 탈춤의 역할이 있나.

박인선: 데스데모나를 할 때는 소무, 용산삼개덜머리집, 상좌 등등 여성캐릭터들의 춤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통 탈춤의 캐릭터에 기대지 않고 내 감각으로 만들어보자했다. 하지만 내 감각이라는데 아마도 탈춤과 무관한 것은 아니니까 관객들에게 탈춤의 특정한 캐릭터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탈이 영감을 많이 주었다. 아이기스토스 탈은 긴 고깔을 쓰고 있다. 광대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김소연: 아이기스토스 연기를 보고 광대를 느껴서 그런 탈이 나왔을 것 같다.

박인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소연: 대본도 연습과정에서 수정하나.

박인선: 연습과정에서 조금씩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캐릭터를 고쳐 쓴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기스토스는 양반과장의 말뚝이를 모티브로 각색한 거다.

김소연: 봉산탈춤이나 오광대의 말뚝이보다는 초랭이가 많이 떠올랐다. 광대 느낌 때문인지.

박인선: 각색의 재담 구조는 양반 말뚝이 과장이다. 아가멤논을 띄워주는 척하면서 끝부분에서는 조롱하고 그러고 나서 춤을 춘다. 과거에는 양반 말뚝이를 보는 관객들은 굉장히 재미있어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관객들에게는 재담 내용도 그렇고 고사성어, 고어도 많고 방언도 있고 그래서 옛날 관객들만큼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관객들도 재담을 재미있게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김소연: 말뚝이는 강하게 툭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면이 있다면, 물론 빠져나오긴 한다, 그에 비해 초랭이는 그런 공격성이 강하지 않아서 초랭이가 떠올랐던 것 같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대본이 말뚝이를 염두에 두고 각색했더라도 배우가 만드는 과정에서 능청거리는 느낌이 더 강화되었을 것 같다.

박인선: 말뚝이의 말투나 그런 걸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다른 느낌이 더 많이 만들어졌을 것 같다.

  • 탈춤의 여성캐릭터

김소연: 말뚝이의 공격성에는 남성적인 공격성이 있다. 마나님이 혼자 계시고, 좃대갱이 조기대갱이 어쩌고 하는 남성적 시선의 풍자가 있다. 그런 식의 공격성과는 좀 달랐다. 탈춤에서 재담의 재미를 말했는데, 지금까지 말뚝이의 재담이 저항적이고 해방적인 언어유희라고 이야기되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의 위계에 기반한 풍자이다. 그런 점도 오늘의 관객이 탈춤의 재담을 즐기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아이기스토스의 재담은 그러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박인선: 데스데모나 할 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와 이아고 두 남자의 농간에 죽어나가는, 한마디도 저항하지 못하는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소연: 데스데모나도 인상적이었는데, 춤을 너무 잘 춘다 하면서 빠져서 보았던 것도 있지만 (웃음) 어떤 공연에서보다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와 이아고의 사건에 휘말려드는 인물이 아닌, 독립적인 인물로 다가와서 좋았다.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와 이아고 이 두 인물의 대결에서 뚝 떨어져나와 혼자서 춤을 춘다. 두 인물의 싸움에서 자신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자기 존재로 서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져서 좋았다. 드라마터지로 보자면 데스데모나의 공간이 독립적으로 떨어져나오면서 오셀로와 이아고의 대결이 있고, 그와 떨어져서 병렬적으로 데스데모나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 같다. 데스데모나는 처음부터 침묵하는 캐릭터였나.

박인선: 전통 탈춤의 여성 캐릭터들이 거의 무언이다. 탈의 입도 작다. 움직임도 수동적이다. 남성 캐릭터가 이끄는 대로 한다. 미얄은 늙고 추레하고 박색인데 그런 캐릭터는 입이 벌어져있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남성들에 의해서 혹은 여러 상황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탈춤을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논문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탈춤을 배우기 시작했고 선생님들을 보고 따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처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었다. 탈춤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데스데모나를 만들 때 탈춤을 가져오지만 탈춤과는 다른 여성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데스데모나가 내 침묵하다가 마지막에 스스로 탈에 입을 그리는 행동을 넣었다.

김소연: 전통 탈춤의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다르게 분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노장의 크고 활달한 춤은, 소무가 이끌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문화재 선생님의 춤을 가까이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저 어깨를 조금 움직이는 것뿐인데도 상대를 격동시킬 만큼 매력적이었다. 데스데모나의 마지막 장면이 힘 있게 다가왔다면 앞에서 축적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탈춤의 여성 캐릭터 춤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단지 사위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갈등 등을 깊이 있게 보여주었다. 아이기스토스에서도 고민했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박인선: 아가멤논을 계속 꼬드기는 장면이 어려웠다. 아가멤논이 출정을 선택하도록 부추겨야 한다. 협박했다가 달래기도 했다가 윽박도 질렀다가 구슬린다. 우리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 마찬가지다. 아가멤논을 어떻게 구슬릴까, 아가멤논이 뭔가 반응이 있으면 그 반응에 따라서 아이기스토스도 뭔가를 해볼텐데, 아가멤논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웃음)

김소연: 연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셀로도 그렇고 아가멤논도 그렇고 탈춤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만드는데, 탈춤에는 왕, 절대권력이 등장하지 않는다. 양반과 왕은 다르다. 셰익스피어나 그리스비극에서 왕은 절대권력이다. 오셀로는 왕이 아니라 장군이지만, 탈춤의 양반과는 크기가 다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인데, 그런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탈춤으로 해석해서 구현할 것인가. 난제인 것 같다. 아가멤논은 크고 무겁게 걷는데, 그러다보니 탈춤보다 경극이 떠오른다. 빨간색 복색 때문인지. 클리템네스트라가 큰어미 춤으로 다채롭게 캐릭터를 그려가는데 아가멤논은 움직임을 찾는데 어렵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가멤논을 꼬드기는 것, 선택을 이끌어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움직임을 무겁고 진중하게 하다보니 액션 리액션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박인선: 상대가 반응이 있어야 거기에 따라 나도 액션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런 점이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기스토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목석도 구워 삶을 줄 알아야 하는 거니까. (웃음)

김소연: 공연을 보면 아이기스토스의 재담이나 움직임이 현란하다. 말이 크기가 가졌다가 푹 꺼지도 하고 납작 엎드려 애원하기도 한다. 클리템네스트라와의 장면은 어땠나.

박인선: 클리템네스트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탈춤에서 가져왔다. 그런 움직임들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탈춤이라면 흥청거리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것과 또 다르게 무대에 들어왔으니까 섬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 “탁치고 호흡을 잡아서”

김소연: 섬세하면서도 탈춤의 조형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살풀이는 조형성보다는 안에 머금고 있는 것을 툭 풀어내는, 마치 몸의 기운으로 춤을 전개하는 것 같다면, 탈춤은 조형성이랄까 그런 게 두드러진다. 그런 탈춤의 춤맛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상황과 인물을 그려간다.

박인선: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제한도 있지만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안무도 있다. 데스데모나는 뭔가 억울하고 울고 있는 상황에서 손만 이렇게 떨고 있는데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이 보인다.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손끝 발끝에서 이런 호흡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아이기스토스 탈은 고깔을 쓰고 있는데 고깔의 사선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린다. 그런 동작들에서 아이기스토스의 욕망이나 그런 것들을 드러내는 동작이 나온다. 그리고 탈춤이 조형적으로 보이는 것은 탈을 쓰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춤동작이 흘러가는 것보다 탁치고 호흡을 잡으면서 만들어지는 조형성이 있다. 탈춤의 춤사위나 재담은 반복적이다. 이걸 장점으로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춤이 엮여가는 과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되는 건가 이런 고민들이 있다. 음악도 그렇다. 전통탈춤을 추어왔기 때문에 체화된 장단들이 있다. 타령, 굿거리, 자진모리 등 장단이 들어오면서 춤과 움직임이 나온다. 장단이 변형되면 춤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또 새로운 음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소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공연의 음악이, 듣는 음악으로는 좋은데 춤 음악으로서는 너무 꽉 차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박인선: 춤 반주가 어렵다. 선생님이 그러셨다. 장단을 치려면 춤을 다 알아야 한다고. 그래야 올라갈 때 쳐주고 딱 잡아준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창작 작업은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 탈춤꾼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찾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그런데 춤반주 하고는 다르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음악이 극적 상황을 만들어준다. 또 관객들이 음악을 좋아한다. 춤을 추게 하는 음악이랑은 다르지만, 다른 방식의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연: 탈춤 연희자로서 이번 아이기스토스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 작품, 이 캐릭터의 완성도나 성취를 떠나 탈춤 연희자이자 탈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자로서 도움이 되는 경험 혹은 성취 또는 더 해보고 싶은 것의 발견 등등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박인선: 아직 탈이 너무 어렵다. 탈을 쓰면 무겁고, 숨도 차고, 앞도 잘 안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유독 그랬다. 탈을 쓰고도 자유롭게, 쓰지 않은 듯이, 내 얼굴처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새롭게 탈을 만든다면 어떤 탈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전통탈춤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전통탈춤에서 지금 관객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전통연희이지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그런 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허창렬은 고성오광대 문둥북춤, 이주원은 안동 하회 별신굿 이매, 나는 북청사자놀음의 꼽추춤을 춘다. 우리가 병신춤을 앞으로 출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계속 갖게 된다. 블로그에서 봤는데 우연히 전통탈춤 공연을 봤는데 취발이와 소무 장면이 성희롱으로 다가와서 불쾌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런 감수성, 시선, 관점과 부딪치는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오늘, 여기 관객들과 함께 하는 탈춤

김소연: 탈춤을 추는 사람이고 추워 왔던 사람이고 지금도 추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갖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인선: 다른 배우들도 그럴 것 같은데 무대에서는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 탈춤도 그렇다. 탈춤은 그걸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탈이라는 매개체가 있으니까.

김소연: 탈춤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왜 그렇게 탈춤이 좋은가

박인선: 잘 모르겠다. 하고 있어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재밌다. 뭐가 재밌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대에 서는 희열이 있는 것 같다. 탈을 쓰고 무대에 설 때 설명할 수 없는 희열이 있다.

김소연: 관객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평소에도 관객 후기를 많이 찾아보나.

박인선: 찾아보는데 생각만큼 없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는지 너무 궁금하다. 탈춤에 무엇을 기대하고 오는지, 탈춤에 대해서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공연을 보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기대를 충족한 것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이런 세세한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내 주변 동료들 말고 내가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 공연이 어떻게 다가가는지 알고 싶다. 탈춤이 어떻게 현대사회의 대중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그 매니아층 말고 그리고 관계자들 말고 대중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모해야 할까 변모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들을 계속 하고 있다.

김소연: 공연예술이 비주류 장르이다보니 관객들을 많이 만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관계자들 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 더 많은 더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관객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관객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반갑다.

박인선: 소수가 치열하게 쌓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관객들이 탈춤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업화 뭐 이런 것에도 관심이 있다.

김소연: 사업은 더 잘 하는 분들이 하시고 계속 춤추고 재담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내려오지 마시라. (웃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페르소나’ 캘리그래픽: 유진규

인터뷰 사진: 이자경

<풍편에 넌즛 들은 ‘아가멤논’> 공연 사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이강물

박인선

국가무형문화재 강령탈춤 이수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예술사 및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천하제일탈공작소’ 동인, ‘안해본소리 프로덕션_팔도보부상’ 동인으로 활동하며 전통연희 전반의 창작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타장르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의 세계를 확장하고자 노력 중이다.

주요작품

황해도 굿의 ‘도산말명부귀방아거리’를 1인극으로 재창작하여 선보인 <황해도 방앗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탈춤으로 재해석한 <오셀로와 이아고>, 과거 재담소리를 기반으로 동시대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담 소리극을 선보인 <팔도보부상>, 염상섭의 <삼대> 소설을 탈춤으로 재창작한 <삼대의 판>, 입과손 스튜디오와의 콜라보를 통해 탈춤과 판소리의 만남으로 소설 레미제라블의 팡틴을 재해석한 <판소리 레미제라블 – 토막소리 시리즈 1. 팡틴>, 현대 사회에서 탈춤이 지금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며 제작한 <탈춤의 목적>, 여성들의 재생과 회복의 신성한 공간인 빨래터에서 이루어지는 연대를 표현한 작품인 국립현대무용단의 <빨래>, 박지원의 여행기이자 견문록인 『열하일기』의 방대한 이야기를 탈춤의 넉살과 해학으로 풀어낸 <열하일기>, 그리스비극 아가멤논을 탈춤의 형식을 차용해 재창작한 <아가멤논> 등의 작품의 출연하며 다양한 창작 방식을 경험하며 작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인터뷰 일시: 2022년 8월 29일

인터뷰 장소: 타센(대학로)

천하제일탈공작소 <풍편에 넌즛 들은 ‘아가멤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QUAD 개관 페스티벌   공연일자: 2022년 8월 19일 ~ 8월 21일공연장소: 대학로극장 쿼드QUAD   원작 아이스킬로스 <오레스테스 3부작> | 각색 이주원 연출 신재훈 | 안무·출연 김영찬, 장해솔, 박인선, 이주원, 허창열 | 음악 음악그룹나무(성시영, 이아람, 최인환, 황민왕) | 드라마트루기 이인수 | 협력안무 김영찬 | 무대감독 박수예 | 무대디자인 남경식 | 음향디자인 박재식 | 조명디자인 김효민 | 의상디자인 임경미 | 탈디자인 서공희 | 접근성매니저 김은정 | 음성해설작가 허선혜 | 음성해설 윤진설 | 수어통역 수어통역협동조합 | 문자통역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 | 디자인디렉션 티끌 | 제작PD 신승빈, 박용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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