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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릉문화재단 <로스팅 드림즈>

글_이은경(연극평론가)   강릉 대표 브랜드공연 <로스팅 드림즈>가 재공연(2025.09.12.~13.,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되었다. 작년 초연 당시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으며 레퍼토리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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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 임야비의 음악으로 듣는 연극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와 아당의 발레

글_임야비(tristan-1@daum.net) 소설가, 연출가(총체극단 ‘여집합’), 클래식 연주회 기획가        2023년 12월, ‘일이백 명이 연주하는 파우스트 – 부조니의 파우스트 박사(Doktor Faust)’까지 올라와서 캠프를 치고 ‘부록’편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이제 정상인 ‘천 명이 연주하는 파우스트’가 코 앞이다. 일단, 남은 일이백 명이 연주하는 파우스트를 힘차게 올라가 보자.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는 총 6개의 오페라를 남겼다. 안타깝게도 1919년 작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op.33만 종종 무대에 오르고 나머지 다섯 작품은 내용도 어렵고 말(러시아어)도 어려워 쉽게 접하기 힘들다. 이중 도스토예프스키의 동명 소설에 음악을 붙인 ‘도박사’ op.24 (1926)와 톨스토이의 대작을 오페라로 옮긴 ‘전쟁과 평화’ op.91 (1952)는 원작 소설이 엎치는데 복잡한 음악까지 덮쳐, 난해에 난감을 얹은 격이 되었다. 비록 오페라는 실패했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명의 대문호 –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오선지로 옮긴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을 것이다. 음악이 어찌 되었든, 오페라 대본의 원작자가 뿜어내는 광휘를 무시할 수 없다. 프로코피예프는 독일을 대표하는 대문호 괴테 그리고 파우스트를 놓칠 수 없었다. 바로 1927년 작 오페라 ‘불의 천사’ op.37 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전격 등장한다.       오페라 ‘불의 천사’는 중세 독일을 배경으로 하지만 파우스트 이야기가 아니다. 마법에 걸려 반쯤 미친 연인 레나타를 구원하려는 기사 루프레히트의 고군분투기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전체 5막 중 4막에서 처음 등장한다. 실의에 빠진 루프레히트가 맥줏집에 들렀다가 마법을 부리고 있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파우스트 비극 1부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의 오마주다.       앞 열 왼쪽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남자가 3막의 결투로 다친 주인공 루프레히트고 붉은 옷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우측에 모자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이 파우스트다. 재미있는 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오페라의 주연인 루프레히트에게 조언하는 역할의 조연이라는 점이다. 가장 높은 남성 성부인 테너가 맡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세상천지 남자들은 늘 술에 취해 여자 뒤나 쫓지’라며 비아냥거리고, 가장 낮은 성부인 베이스가 부르는 학자 파우스트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사랑은 힘으로 얻을 수 없지’라는 묵직한 조언을 던진다. 이 지점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적 연출이 반짝인다.     높은 음자리표에서 테너가 부르는 메피스토펠레스(빨간 실선 박스)는 8분음표로 잔망스럽게 노닐고, 낮은 음자리표의 베이스가 부르는 파우스트(파란 실선 박스)는 2분음표와 4분음표로 묵직하게 이어진다. 재미있는 건 높은 테너의 음형을 따라가며 반주하는 악기가 저음 첼로(빨간 점선 박스)의 스타카티시모(Staccatissimo; 원음 길이의 1/4로 짧게 끊어 연주하는 기법, Staccato의 1/2)고, 낮은 베이스의 반주는 가장 고음을 맞는 제1 바이올린 독주(파란 점선 박스)라는 점이다.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 루프레히트는 중간 성부인 바리톤이 맡는다. 즉, 성악부에서 위는 악마인 테너, 아래는 파우스트인 베이스에게 포위된 모양(초록색)이 되고, 기악 반주부에서는 위아래가 바뀌어 다시 한번 포위된다. 주인공에게 파우스트와 악마를 따라가는 것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각 성부의 높낮이로 구현한 기발한 음악적 연출이다.       루프레히트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따라 퇴장하면 술집 주인과 세 명의 술꾼이 ‘아, 저 남자에게 차라리 십자가에 키스하라고 말하면 어떨까?’라는 여섯 마디를 부르며 4막을 닫는다. 이는 괴테 원작에 등장하는 아우어바흐 술집의 네 술꾼 프로슈, 브란더, 지벨, 알트마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코피예프의 깨알 연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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