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우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
당연히 본인의 경우는 아니다. 배우인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나는 배우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직업이 배우임을 수긍하는가.
여기 문이 있다. 이곳은 직업이 있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다. 입구에서 묻는다. 당신의 직업은? 배우입니다.
회사원들에게는 대부분 명함이 있다. 사원증도 있고. 소속과 직업을 한번에 증명해주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생증이 있다. 세상이 좋아져서 학생증이 없다면 스마트폰으로 학교의 시스템에 접근해서 그 학교의 학생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연극배우와 기획자를 포함한 예술계 종사자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증명의 방법이 부재한다. 극단에서 소속원들의 명함을 만들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고, 협단체에 소속된 경우, 배우를 제외한 기획팀과 스태프들의 경우 회사에 소속된 경우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준 명함에 직함과 소속이 공개되어 있다.
얼굴에 배우라고 쓰여 있어도 배우라는 직업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것이 어떤 권리와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면 어떻게 그가 배우임을 예술인임을 증명해야 할까.
기획팀으로 일하는 나는 그 누구보다 극장에서 예술인들을 많이 ‘확인’한다. 바로 매표소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맡겨진 티켓을 전달할 때이다. 예술인들이 공연을 볼 때는 보통 제작사에서 공지한 ‘예술인 할인/연극인 할인’을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보게 되는데 이때 본인이 예술인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해당하는 금액으로 볼 수 없고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예술인 패스를 활용하거나 이것이 아니면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전단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고 있고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플레이DB의 자료로 자신의 직업을 증명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좀 번거롭거나 구차스럽다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지 간혹 이런 과정에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기획팀, 티켓 매니저가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부분이나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제작 상황에서 할인은 손실이지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직업인으로서 우리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 중에 손쉬운 것 두 가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한다.
1. 예술 활동 증명_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일반적으로 예술인 패스로 기억하는 예술 활동 증명은 기본 목적은 예술인 복지사업을 위한 기본 절차로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졌고 앞서 밝혔다 시피 예술을 직업으로 하여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이다.
2012년부터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고 여기에는 심지어 ‘제6조(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관한 조치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이 고용,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 받지 아니하도록 예술인의 경력 증명 등에 필요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예술 활동 증명이 이루어지면 예술인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고 창작준비금 지원부터 시작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연계된 여러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내가 예술인임을 기관에서 증명’해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술 활동 증명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과정과 기준인데 정해진 ‘최근의’ 기간 안에 내가 참여한 예술 활동 중 공개된 것을 근거로, 혹은 예술 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증명하는 것은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멀게 느껴지니 많은 예술인들이 선택하는 것은 최근 공개 발표된 예술 활동의 근거 자료들을 통해서 한다. 이를 위해 기획팀들이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해 프로그램북을 공연마다 몇 부씩 챙기는데 이 또한 파일로 제출하려면 부담스러우니 홍보를 위해 사용되어 인터넷 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홍보 이미지(포스터, 웹 전단 등)를 활용한다. 그런데 이것들의 해상도가 떨어지면 각 참여자들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누군가의 잘못, 실수가 아니라 이런 경우 게시된 인터넷 사이트의 기준에 따른 것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한다. 필요할 때마다 기획팀에게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많은 경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우리 기획팀은 다른 사람의 기획팀이 되어 있어 연락 자체도 쉽지 않다.
물론 이정도 대응도 해주지 못하면 기획팀으로서 자격이 없지 않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데 기획팀도 여러분과 비슷한 수준의 인건비를 받고 장시간의 집약된 노동에 지쳐있고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제작사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연극계를 기준으로 하나면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팀들 중 5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는 팀도 의외로 많지 않고 그들도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대표를 제외한 인력들은 수시로 바뀐다. 이렇기 때문에 시일이 지난 공연의 자료는 모두가 그때그때 요구하는 형태로 보관되고 제공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스마트한 생활이 만들어준 방법이 있다. 공연 준비와 함께 개설된 단톡방에 공연홍보를 위해 공유되는 이미지 파일을 저장해 놓는 것이다. 이것도 번거롭다고 한다면 이 이상 수월한 방법은 없다. 자, 잊지 말고 단톡방에 올라온 포스터와 웹 전단과 같은 이미지를 스마트폰에도 저장해두고 각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드라이브)’에 동기화도 시켜두자. 나의 갤러리에 폴더를 하나 만들어 두어도 좋다. 그리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잠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여유의 시간에 내게 쓰는 메일로 보내두는 방법도 아주 좋다.
예술인 증명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경력을 만들기 어려운 신인과 경력단절 위기의 상황에 놓인 혹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한 경우, 그리고 스스로 예술인/연극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 앞의 두 사례는 예술 활동 숫자가 문제가 되지만 세 번째 사례는 어렵다. 기획자로 활동한 본인은 몇 년 전 처음 시도에서는 반려되었고 2018년 통과, 현재는 재증명을 통해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이전에는 본인을 포함하여 다수의 기획자가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너는 예술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무척 자주 듣기 때문인가보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획자’라는 표현은 최근에도 들어야했다) 반려된 경우가 있었다. 최근에는 기획자들도 예술 활동 증명이 가능해 진 듯 한데 여전히 여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직군은 평론가와 드라마투르그, 그리고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어시스턴트들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따로 하고자 한다. 연극 활동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면서 연극이 산업으로 또는 학문으로 자리하는데, 그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예술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고, 부스터가 되는 영역들임에도 여전히 예술인, 연극인으로서의 인정은 수월하지 않다. “아, 물론 개인의 의견입니다.”
2. 플레이DB
공연정보 사이트인 플레이DB는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제작사 혹은 기획사’와 일 해본 경우라면 한번 이상 안내 받았을 것이고 뮤지컬 작업에 참여한 배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플레이DB에는 무대에 참여하는 실연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최근에는 연출가와 작가, 음악감독까지 그 범위가 넓어진 모양새다. 뮤지컬, 연극, 콘서트, 국악 등의 공연과 예술인, 공연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터파크에서 운영하고 있다.
플레이DB는 쉽게 설명하면 ‘인터파크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판매된 공연이 자동으로 노출되고 참여한 인물에 대한 업데이트도 이루어진다. 등록은 타인도 가능하지만 ‘개인정보’의 영역이기에 본인이 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고 빠르다(그렇다고 해도 경력 한줄 수정하는데 1주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플레이DB가 좋은 이유는 한번만 등록해 놓으면 내가 참여하는 공연이 ‘인터파크 티켓 예매’에서 판매될 때마다 나의 이력이 자동 업데이트 되고 나와 함께 일한 동료와 함께 노출될 수 있다. 가끔 내가 참여한 공연임에도 자동으로 연결, 노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내가 직접 수정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플레이DB의 또 하나의 장점은 인터넷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접근하여 공연과 배우를 검색하여 볼 수가 있다는 점이고 네이버에도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경력단절 상황이 되어서 사라지지 않는 자료라는 점이다. 우선 인터파크라는 모기업의 규모가 여러분의 자료가 (아마도)영구히 노출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이고 플레이DB는 여기에 노출된 개인보다 공연이 잘 판매되기 위해 이용되고 있으나 공연산업이 존재한다면 계속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의 주 장르 이외에 타장르(음악, 무용 등)에 참여해도 ‘인터파크 티켓 예매’에 등록만 되었다면 함께 연동될 수 있다.
#참고로 공연관련 자료를 저장해두는 방법으로 기획사에서 제공한 개인 프로필 사진(물론 외부에 공개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과 최근에 업데이트한 이력서(프로필)을 파일과 메일의 형태로 저장해두는 것은 아주 좋다. 상대가 원하는 때 바로 나를 소개(증명)하는 자료를 보내 수 있다면 소소해도 쓸모 있는 기회들이 의외로 내 것이 될 수 있다.
#오늘 언급한 정보와 방법들은 각 기관과 단체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에 이번 공연이 등록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합창한 이유가 있다. 다른 티켓처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든지(홍보와 마케팅 차원의 지원이 약속된다) 혹은 수수료 문제일 수 있다. 인터파크의 수수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높다, 아니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