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연극 용어, 이제 그만!

이연심(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용어에 민감한 이유는…… 당연히 통용되는 용어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5627256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 꼬박 2년째 지속되면서 장기간의 거리 두기로 지친 사람들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서 희망을 찾는다. ‘위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삶을 말한다. 다시 말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확진자의 수를 억제하는 방향보다는 사망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상과 경기를 회복하고, 천문학적인 의료비의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방역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10월 말쯤 국내 고령자의 90% 이상, 성인의 80% 이상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일단 다음 달쯤이면 ‘위드 코로나’를 적용해 볼 수 있다고 희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용어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발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없앤다는 의미로도 표현되어 방역 긴장감이 낮아지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한마디로 거리 두기가 한 번에 확 완화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일상 회복을 위한 점진적 전환을 의미한다.

출처: 중앙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6951

정부가 이렇게 용어에 민감한 이유는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 자체가 정확한 정의규정이 되지 않은 데다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며, 당연히 통용되는 용어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용어가 정책을 설명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국민이 이해하는 데 혼선을 일으키기 쉽고 결과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적절한 용어가 아닐뿐더러 위험한 용어가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을까?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의 공부를 하면서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힌다. 물론 말을 못 해서 배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여 소통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위드 코로나’를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로 이해하고 어느 날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혼란이 더 심각하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극단마다, 창작자마다……

출처: 매거진한경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103118792d

연극 용어도 마찬가지다. 특히 연극교육 또는 연극 연구를 하는 사람의 말이나 연극 관련 도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함은 물론 그 표현이 모호해서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수많은 연극 관련 도서를 살펴보면 연극의 기초가 되는 용어조차 제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극 교과서에서조차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각색’과 ‘윤색’을 혼동하여 사용하거나, 배우의 표현 수단을 설명하면서 ‘행동’, ‘움직임’, ‘몸동작’, ‘시선’, ‘행동선’, ‘동선’, ‘대략의 행동선’, ‘세분화된 동선’ 등으로 개념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제시하거나 그 위계도 구분이 없고, 동일한 용어를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혼란이 더 심각하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극단마다, 창작자마다 서로 즐겨 쓰는 용어가 있고, 그 용어의 의미 영역은 서로 조금씩 달라서 상대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용어를 리셋하여 새롭게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와 장소에 따라 동일한 용어라도 다르게 사용하는 신공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소통의 예술인 연극을 이야기하며 서로 소통하기 위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할까?

……연극교육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교육연극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구분하거나, 동일한 용어도 의미 영역을 다르게 규정하는 사례……

출처: 오세곤 외, 『연극의 이해』, 전남교육청, 2013, 20쪽.

연극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연극관을 의심하게 하는 용어나 개념도 발견된다. 모름지기 연극은 각 분야별 참여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의 예술이며, 여러 예술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융·복합의 예술이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적으로 감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 치료적인 효능을 동반한다. 연극교육은 연극을 가르치는 것이며, 연극을 가르치는 일은 연극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고 미학적으로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향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연극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학습하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에 도달하게 하는 일이며,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정화해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해 주는 일이다. 연극의 효능의 측면에서 보면, 연극교육은 소위 연극을 통한 교육인 교육연극과 연극을 통한 치료인 치료연극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논문이나 도서, 안내서에서는 연극교육을 교육연극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의미를 협소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용어에서도 연극교육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교육연극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구분하거나, 동일한 용어도 의미 영역을 다르게 규정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이 또한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한국형 연극교육을 정립하려면 당연히 한국어로 순화된 연극 용어의 정립이 선행되어야……

출처: 교육부

요즈음 교육계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논의가 한창이다. 지금 논의하여 내년에 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하고, 이후 2025년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행될 것이다. 그사이 새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가 개발될 것이고, 학생들은 그 교과서를 이용하여 연극을 학습하게 될 것이다. 그전에 연극학계는 이 혼란스러운 용어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연극 용어의 혼란을 인정하고 표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게는 교과서 안의 연극 용어부터 통일하여야 하고, 더 나아가 연구의 과정 없이 관성적으로 사용해왔던 외래어 표기도 순화해야 한다. 한국형 연극교육에 한국어로 순화된 연극 용어는 기본 아닌가? 이미 오래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나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 연극 용어 순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마저도 서로 다른 의미 영역을 지칭하고 있어 혼란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들을 용어 순화를 위한 기초연구로 삼아 외래어 표기를 조사하고, 표준화된 순화 용어로 정리한 후, 연극계와 교육계의 현장 적합성 검증을 거쳐 연극 용어 사전을 새로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극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필요……시간이 많지 않다. 진정 연극교육의 발전을 원한다면……

출처: 픽사베이

또한 일상 언어와 상이하게 사용하는 연극 용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연극에서 ‘행동’과 ‘행위’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미 영역과 차이가 있다. 연극에서 사용하는 ‘행동’의 의미는 사전적으로는 ‘행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연극에서는 ‘사건’의 의미로 ‘행동’을 사용하고 ‘동작’의 의미로 ‘행위’를 사용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습관화된 언어 때문에 연극에서의 중요 개념인 ‘행동’이 어려운 용어로 인식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번역의 과정에서 생긴 오류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연극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반성적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잡기가 어렵다면 공식적인 연극 용어로 공표하는 과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타 교과와 상이한 용어 사용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간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 연극 인접 과목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하는 모든 과목에서 연극과 관련된 용어가 상이하게 개념화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이를 통일하는 학계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할 일이 산더미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진정 연극교육의 발전을 원한다면, 이제 머리를 맞대고 기초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시작이 연극 용어이다. 적어도 연극 교과서를 보면서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One thought on “혼란스러운 연극 용어, 이제 그만!

  1. 연극 용어에 문제가 있습니다. 국문학에서도 용어가 전부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화술 책 (배우훈련 연극화술)의 앞 부분에 용어 해설을 아래와 같이 넣었습니다. 연극 용어이기도 하지만 국문학에도 해당이 됩니다. 제가 용어 해설을 넣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용어 해설로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 설명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이고, 두 번째로는 연극 화술 분야에서는 아직 책이 많이 쓰여지지 않은 초기이므로 용어를 통일해서 쓰자는 것입니다. 몇 년 전 화술 학회 창립식에서 제가 제안했던 것도 화술 용어를 통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통일을 시키지 않으면 용어의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용어해설

    억양은 문장의 몸통 부분과 끝 부분을 함께 억양이라 하기도 하고, 나누어서 ① 몸통 부분은 억양, 운율, 리듬, 음률, 몸통억양, 진행억양, 말마디억양, 문장억양 등의 용어로 쓰이고 있고 ② 끝 부분은 억양, 핵 억양, 문미 억양, 종결 억양, 끝 맺음 억양, 말 마디 끝 억양, 어미 등으로 용어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

    1. 어조는 말의 가락으로, 억양, 리듬, 음률, 문장 억양, 말마디억양, 운율, 소리마루, 몸통억양, 말토막, 진행 억양과 함께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조’라고 통일해서 쓰겠음. 위의 ①번과 같은 문장의 몸통에 해당됨.

    2. 억양은 어미, 핵억양, 억양, 문미억양, 끝억양, 종결억양, 끝맺음억양, 말마디 끝억양 등으로 쓰고 있으나 앞으로는‘억양’으로 통일하여 쓰겠음. ②번에 해당됨.

    3. 휴지는 배우가 말을 할 때 생리적인 현상으로 호흡을 하기 위해 잠시 숨을 멈추거나 강하게 발음을 하기위해 또는 감정의 변화나 시선의 집중을 통한 기대감을 나타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휴지라고 함. 숨쉬기, 띄어 읽기, 끊어 읽기라고도 하나‘휴지’로 통일해 쓰겠음.
    휴지의 길이는 ①‘∨’순간휴지 ②‘/’짧은 휴지 ③‘//’보통 휴지 ④‘///’긴 휴지로 앞으로 표기하겠음.

    4. 순간 호흡은 반 호흡 또는 도둑 호흡으로 주로 쓰이고 있으나 ‘순간 호흡’으로 통일함.

    5. 발화는 배우가 대본을 보고 말을 하는 행위. 또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임.

    6. 초점은 배우가 자신이 뜻하는 특정 내용을 보다 두드러지게 하여 표현, 전달하려는 일종의 심리적인 현상. 찍어 말하기, 강조하기 등으로 쓰이나 초점으로 통일하겠음.

    7. 강세는 배우가 한 음절을 다른 음절보다 더 강하게 발음하는 것으로 악센트, 돋들림, 액센트 등으로 쓰이나 ‘강세’로 통일함.

    8. 용어의 혼동이 어조 부분에서 올 수 있다. 앞에서 언급 했듯이 기존에 억양이라 하던 것을 앞뒤를 나누어 전자를 어조, 후자를 억양으로 나누었는데, 어조를 증명하는 인용구에는 억양으로 함께 제시되어 있는 것이 있어서 다소 혼동이 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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