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성극작가전 공연총평
박정기
공연명 제1회 여성극작가전
공연단체 한국여성연극협회
작가 박현숙, 오혜령, 강성희, 강추자, 전옥주, 김숙현, 최명희
연출 문삼화, 송미숙, 노승희, 백은아, 임선빈, 박은희, 류근혜
공연일시 2013년 2월13일~3월31일
공연장소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한국여성연극협회가 마련한 제1회 여성극작가전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때 그 사람들>, 오혜령 작, 송미숙 연출의 <일어나 비추어라>, 강성희 작, 노승희 연출의 <꽃 속에 살고 죽고>, 강추자 작, 백은아 연출의 <당신의 왕국>, 전옥주 작, 임선빈 연출의 <아가야 청산가자>, 김숙현 작, 박은희 연출의 <앉은 사람 선 사람>, 최명의 작, 류근혜 연출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 등 일곱 작품을 관람했다.
1, 공상집단 뚱딴지의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 <그때 그 사람들>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1회 여성극작가전 공상집단 뚱딴지의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 <그때 그 사람들>을 관람했다.
박현숙 극작가는 1926년 황해도 재령 태생으로 중앙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교내 연극부에서 최무룡, 주동운 등과 활동하였으며, 1956년에 『제작극회(製作劇會)』의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1960년 「항변」이 입선된 후, 1961년에 「사랑을 찾아서」가 가작, 다시 1962년에 「땅 위에 서다」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제작극회의 대표를 맡았으며,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장, 1976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상임위원을 역임하였다. 1976년 한국문학상, 1986년 한국희곡작가협회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희곡집으로는 『여인』(1965), 『가면 무도회』(1976), 『그 찬란한 유산』(1986), 『여자의 성(城)』(1996) 등이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해방직전 일제말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다. 무대는 중앙에 조그만 마루가 있고 오른쪽이 안방, 왼쪽이 식솔들 방으로 조금 돌출되어 있다. 마루아래에는 디딤돌이 놓여있다. 무대왼쪽이 대문으로 설정이 되어 외부인의 등퇴장 로가 된다. 집의 지붕과 방문을 치우면, 공원의 정자 구실을 하고, 마을사람들 회합장소의 건물로도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마을회관에서 3.1절 91주년기념 노인들을 위한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여러 노인들 중, 맹인 노인 한 사람이 흰 지팡이를 짚고 다가와 흘러간 옛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 모두 박수갈채를 하고 흥겨워할 때 휠체어를 탄 여자노인이 등장해, 소월 시 한 편을 낭독한다. 여느 낭송가보다 더 절실한 노파의 시낭송은 좌중을 압도한다. 그녀의 시낭송이 끝날 무렵 맹인노인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간다. 이름을 불린 노인과 부른 노인이 다가가 서로 상대를 확인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고 통곡하는데서 장면전환이 된다. 이 극에서의 장면전환은 눈부신 속도가 된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번개가 뒤따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삽시간에 해방직전의 일제치하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무대는 조그만 마루와 방 두 개가 달린 집이 된다. 마님이라 불리는 여인이 가장이고, 할아버지 대부터 이집 일을 돕는 일꾼 식구들이 등장하고, 일꾼의 미모의 여식은 유치원 선생이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종군위안부 문제가 이 여식에 의해 대두되고, 형사들은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는 것이라고 동원된 여인들을 속인다. 마님의 아들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빌미로, 조선인 형사와 일본인 형사는 마님 댁을 자주 들락거리고, 일꾼의 미모의 여식에게 치근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여식이 바로 마님의 아들인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청년이 피신을 하다가집에 잠시 들르면서, 열정적인 키스로 여식에게 입을 맞추는 광경을 보고, 관객은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일경에 의해 여식은 일본으로 끌려가고, 청년은 체포되어 감옥으로 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던 세월, 우리 모두가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암흑기와 여명기, 그리고 개발도상과정과 경제성장, 88올림픽, 월드컵 등을 숨 가쁘게 지나보내며, 여자 대통령을 탄생시킨 바로 현재 이 순간에 이르러, 오랫동안 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으스러지도록 포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우진, 김시영, 한상훈, 손승범, 강보라, 이석현, 이현균, 정정숙, 노준영 등이 출연해, 각자 기량을 다해 열연함으로써 객석으로부터 갈채를 받는다.
협력연출 황이선, 드라마트루크 이주영, 조연출 나하연,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박성희, 분장 송영옥, 안무 하미희, 의상 이수왕, 음악 레인보우99 등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공상집단 뚱딴지 제작, 박현숙 작 문삼화 연출의 <그때 그 사람들>을 제1회 한국연성극작가전의 서막을 우렁차게 여는 힘찬 개막작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풍등의 오혜령 작, 송미숙 연출 <일어나 비추어라>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1회 여성극작가전 두 번째 작품, 극단 풍등의 오혜령 작, 송미숙 연출의 <일어나 비추어라>를 관람했다.
오혜령(吳蕙齡)은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성야(聖夜>, <인간적인 진실로 인간적인>, <여인(旅人)들>, <카이자의 것은 카이자에게>, <개방병실>, <아버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물레의 노래>, <위대한 거부>, <넋이라도 거두어주리>, <일어나 비추어라> 등의 희곡을 집필했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작가의 자전적 희곡이다.
무대는 배경 막에 스크린이 창문처럼 설치되고, 그 앞에 창살이 달린 창문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무대 오른쪽에도 창문이 역시 허공에 매달려 있고,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이 집으로 들어오는 현관문 역시 네모난 창살이다. 사각이나 직사각형의 입체 조형물이 탁자와 침상, 소파 구실을 하도록 무대 좌우와 중앙에 배치하고, 영상으로 비와 눈,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스크린과 창문에 투사할 때면, 무대전체가 뛰어난 조형예술작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 전원이 등장해, 노래도 부르고, 시를 읊기도 하고, 각자 작중인물 성격에 맞게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퇴장하면, 모락모락 안개가 피어오르는 창밖의 경관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버지라 불리는 백발의 남성이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노래를 부르며 여주인공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장면은 인상적이고, 장면이 바뀌면 그 백발남성이 수술한 눈을 안대로 동여매고, 휠체어에 앉아 몸이 구부정한 안내자의 도움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다가 여주인공과 만나, 반기며 담소하는 장면 역시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다. 두 사람의 애틋한 정은 후에 소개가 되지만 그 백발남성이 양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주인공인 작가는 책상 앞에 앉아 작품을 쓰고, 걸려오는 전화는 원고청탁이나 독촉이다, 이모라 불리는 여인과 아들이라 호칭되는 청년이 기타를 들고 등장해, 전화를 받는 장면도 독특하고, 이모나 아들도 성이 다르고 양아들임이 밝혀진다. 방송국 기자이자 오빠라 불리는 남성이 찾아와 여주인공을 대하는 장면도 친오빠 못지않게 다정하다. 여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이름인 오혜령이라는 작중인물 역을 하고, 위암과 십이지장암 발병사실과 불과 50일 밖에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의사로부터 듣는다. 그녀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암 소식에 자신들의 병처럼 진정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보살핌이 시작된다. 시시각각으로 암세포는 그녀를 공격해 파괴하려들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병원치료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으로 대치하려는 모습이나, 붕산을 뜨거운 물에 타서 수건에 적셔 배에 대는 방법은 실제 암 투병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의아스러운 장면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간 연극 <아버지>, <엄마를 부탁해,> <친정엄마와 2박3일>등에서 암 투병을 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아왔기에 <일어나 비추어라>에서의 극의 진전을 주시했다. 그리고 여주인공의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그 통증을 견디고 치료에 절치부심을 하는 것도 남다른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이 연극에서는 장면변화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유모차에 신문지를 가득 싣고, 그 위에 토끼인형을 앉히고, 젖병을 손에 든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유모차를 밀고 무대 외곽을 한 바퀴 돌아가는 인물에 주목을 하게 된다. 인생처럼 또는 세월처럼, 생로병사처럼 느껴지는 이 상징적인 인물설정은 이 연극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특파원으로 간 오빠라는 남성으로부터 양아버지가 녹내장 수술에 실패하고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접하고 비통해 하는 여주인공, 또한 평소 그녀에게 기도하라고 권하는 여주인공의 친부이자 성직자인 신부의 절실한 바람은, 대단원에서 신께 모든 것을 맡기는 그녀의 일관된 의지로 표현된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그녀의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신의 능력이 미친다는 결과로 해석되는, 구원의 기도를 통해 여주인공이 암 투병에서 이겨내고 일어서는 모습은 관객 모두를 숙연케 하고, 감동을 만끽하게 된다.
오현경, 조선주, 박우열, 전형재, 강학수, 이은주, 윤영덕 등이 출연해, 각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킨다. 양아버지의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노래와 양아들의 기타반주와 노래는 인상적이다.
드라마 트루크 임도현, 각색 전형재, 무대디자인 박미란, 조명디자인 이상근, 영상디자인 이남훈, 음악 정영진, 조연출 김연경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잘 표현된 극단 풍등의 오혜령 작, 송미숙 연출의 <일어나 비추어라>를 명화같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3, 극단 희즈의 강성희 작, 노승희 각색/연출 <꽃 속에 살고 죽고>
제1회 여성극작가전 세 번째 작품, 극단 희즈의 강성희 작, 노승희 연출의 <꽃 속에 살고 죽고>를 관람했다.
강성희(姜誠姬 1921~2009) 작가는 본명은 순보(順寳). 평남 평양(平壤) 출생으로 1945년 일본(日本) 도쿄여자고등사범(東京女子高等師範) 중퇴, 1947년 이화여대(梨花女大) 영문과 졸업. 1969년 〈현대문학(現代文學)〉에 희곡(戱曲) <자장가>와 <뭔가 단단히 잘못됐거든>이 추천되었다. 작품으로는 <소원성취(所願成就)> <공해가족(公害家族)>(장막)과 시나리오 <설원(雪原)의 정(情)>, <변주>, <두 얼굴>, <디포움의 시간>, <역광>, <백합향>, <사주팔자>, <하루 동안의 체류>, <후일담>, <날아가는 새>,<진우의 환상방황>, <이 세상 크기만한 자유>, <쟁투>, <내가 없는 방>, <엘리 엘리 이 손을>, <흰꽃마을>, <철쇄>, <할렘의 어느밤>, <영혼의 오후>, <명륜동입니다>, <죽음보다 강한 힘>, <염원> 등이 있고 예술원 회원이었다. 강성희 선생의 남편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유경채(柳景埰 1920~1995) 교수이자 서양화가로 예술원장을 역임했다.
<꽃 속에 살고 죽고>는 <백합향>과 <날아가는 새>를 하나로 묶어 각색한 공연이다.
무대 왼쪽은 배경 막 가까이 베이지 색의 벽이 세워지고 벽 앞에 낮은 서랍이 달린 낮은 탁자와 그 위에 장식물이 놓여있고, 그 앞으로 팔걸이가 있는 소파와 팔걸이 없는 소파를 배치했고 탁자에는 전화기도 보인다. 무대 오른쪽은 한단 높이의 대를 방바닥으로 하고, 정면에 장식장과 서적이 잔뜩 꽂혀있고, 오른쪽 벽 가까이 집필용 낮은 책상과 원고뭉치, 그리고 필기도구가 정리되어있다.
두 방의 대치 점에 커다란 체경을 세워 양쪽 방에서 각기 반대 편 쪽에서 들여다보는 것으로 설정하고, 왼쪽 방의 등퇴장 로는 무대 오른쪽이고, 오른쪽 방은 그 반대다.
오른쪽 방에는 본부인이 자식을 못나, 소실 쪽에서 아들을 본 노년의 장애인 가장이 한적한 전원에서 글을 쓰며 본부인과 살고, 왼쪽 방에는 예술지상주의를 부르짖는 젊은 시인이 한창 날리는 여배우와 동거를 한다.
벽이 없이 두 방은 티어 있고, 두 방 사이에 큰 거울로 상징되는 커다란 액자가 있어 출연자들이 반대방향에서 들여다보도록 만들어 놓았다.
오른쪽 방의 부부는 금실이 좋아 뵈고, 남편이 집에 있거나 글을 쓰는 동안 부인은 백합을 찾아 동산을 헤맨다.
왼쪽 방은 시인에게 매달린다 싶은 여배우와 그 여배우를 쫓아다니는 영화감독이 시나리오를 들고 출연의뢰를 한다. 그러나 여배우는 출연거절은 물론 어쩐 일인지 그 영화감독 자체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표정이다.
노부부에게 장성한 아들이 찾아오는데 자식의 모습에서부터 행태로 보아 말썽꾸러기임이 분명하고, 부친소유의 가옥을 팔아 고급스포츠카를 구입해 과속으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아버지에게 전원생활을 접으라고 요구한다.
여배우는 새 한 마리기 들어있는 새장을 들여오고, 시인에게 임신사실을 고백하며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시인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하고, 그것이 여배우를 위해서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낙태를 강권하고 화난 걸음으로 퇴장한다.
노부인은 아들이 자신을 떼어놓고 아비를 소실에게로 데려가겠다는 소리에 심기가 불편해 백합을 꺾으러 산으로 향한다.
남편 역시 자식일로 심기가 들끓어 집필이 아니 되니, 장식장 옆에 감춰둔 술을 꺼내 음주를 하고 취해 잠이 든다.
여배우에게 제작사에서 한일합작영화 출연의뢰가 들어온다. 그러자 늘 쫓아다니던 영화감독이 또 찾아와 여배우의 임신사실을 알고, 자신의 자식이니, 아기를 낳으면 감독내외가 맡아 기르겠다고 한다. 여배우는 펄펄뛰며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며 감독을 내쫓는다.
노부인이 백합을 한 아름 꺾어와 잠이 든 남편 주위에 늘러놓는다. 남편은 언젠가 부인이 말한 백합 향엔 독성이 강하다는 소리를 기억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백합을 꺾어왔다며 백합을 방밖으로 집어던지며 노발대발한다.
부인은 방밖으로 나가 남편이 던지는 백합을 맞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여배우도 자신의 머리위로 산산이 흩어져 눈처럼 쏟아지는 백합꽃을 맞으며 결심한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를 건다. 임신중절을 하겠노라고… 제작사에도 전화한다. 한일합작영화에 출연하겠다고. 그러면서 여배우는 새장 속의 새를 밖으로 날려 보내는 동작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맹봉학과 엄옥란이 노부부로 출연하고, 홍재범과 송예리가 시인과 여배우로출연한다. 박근수가 영화감독으로, 서문원이 아들로 출연한다. 출연자 모두가 호연을 보이고, 본부인으로 출연한 엄옥란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극 중 흘러나오는 박인희와 김추자의 노래도 인상적이다.
기술감독 김석홍, 무대감독 김지명, 드라마트루크 박연숙, 연기지도 신현주, 음악 이호근, 무대 박미란, 무대제작 기동경, 조명 서민희, 분장 정지호, 홍보 한재호, 소품 홍미라, 의상 황보고은, 소품보 손현민, 조연출 피정우 등의 열정과 연출가의 기량이 돋보인, 극단 희즈의 강성희 작, 노승희 연출의 <꽃 속에 살고 죽고>를 백합향이 넘쳐흐르는 향기로운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4, 극단 거울의 강추자 작, 백은아 연출 <당신의 왕국>
제1회 여성극작가전 네 번째 작품, 극단 거울의 강추자 작, 백은아 연출 <당신의 왕국>을 관람했다.
강추자(姜秋子) 작가는 숙명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여성지 여상 기자로 활동했다.
희곡 <노파의 오찬>, <고양이 쥬리는 어디로 갔을까>, <당신의 왕국>, <망망대해> 등이 공연되었고, <공녀 아실>이 국립극단 희곡공모에 당선되어 공연되었다.
수필집 <내 안의 바람소리> 희곡집, 단막극선집, 한국극작워크숍작품집에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한국희곡작가협회 회원. 이대 동창 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무대는 동물원의 원숭이우리 앞이 극의 배경이다. 배경 막 가까이 회색의 받침대가 무대좌우와 중앙에 설치되고. 받침대 위로 곧바로 오르는 계단과 비스듬한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굵은 망사가 벽에 부착되어 있다.
남녀 배우들이 원숭이 역과 행인 역을 한다. 무대중앙에는 벤치가 한 개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남자출연자는 까만 타이즈에 상반신을 노출하고, 여성 출연자는 가슴을 가린 상의와 타이즈를 착용하고 원숭이 역을 한다.
원숭이우리 안에서 원숭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한동안 장난이 이어지는데, 출연자들의 원숭이 역이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다운 것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빨간 피터의 고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원숭이우리 앞에 한 젊은 여인이 등장하고, 여인은 원숭이 막사를 한 번 둘러본 후 벤치로 다가가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그 때 중년남성이 여행 가방을 들고 등장해 여인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젊은 여인은 담배를 황급히 끈다. 중년남성이 지나가자 여인은 다시 담뱃불을 붙인다. 그러나 플라스틱 라이터의 기름이 떨어졌는지 불이 붙지를 않으니, 여인은 담배를 다시 갑에 넣는다. 중년남성이 되돌아온다. 중년남성도 담뱃불을 붙이다가 라이터가 신통치 않자, 라이터를 바닥에 팽개친다. 여인이 라이터를 집어 살피고 불을 켜본다. 그러자 라이터가 제대로 작동을 하니, 여인은 담배를 피워 문다. 남성이 다가와 불을 빌리자며, 말을 붙인다. 여인은 라이터 대신 불붙인 담배를 내민다. 불을 붙인 중년남성과 젊은 여인은 각자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두 사람은 벤치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남성은 원숭이우리 앞 양지바른 곳에 놓인 벤치가 자신의 왕국이라는 소리를 하며, 자신은 따뜻한 양지를 그리워하고, 모든 걸 쌓아올리는 성격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젊은 여인은 모든 걸 무너뜨리는 성격이 있다며, 여인은 자신이 자리를 먼저 차지했으니,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라며,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년남성은 젊은 여자가 딸처럼 생각된다는 말을 한다. 자신은 아내와 헤어지며, 아내에게 딸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도 한다. 젊은 여인은 자신은 어머니는 있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년남성은 그러면 젊은 여인이 혹시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며, 젊은 여인의 어머니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어본다. 여인은 수첩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의 사진을 눈 깜짝할 시각동안만 중년남성에게 수첩을 살짝 열어 보이고는 수첩을 바로 닫는다. 중년남성이 보지를 못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똑 같은 일을 되풀이 하는 젊은 여인…. 중년남성은 그래도 여인의 어머니 사진을 보았는지, 자신의 딸이 아니로구나 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젊은 여인은 여행 가방을 경계로 남성이 벤치 한 쪽에 걸터앉을 수 있도록 양보를 한다. 남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앉는다. 그런데 남성은 온통 벤치를 독차지할 기세인지 여행 가방을 여인 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한동안 벤치자리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 여인의 악착같은 열정에 그만 중년남성은 떠밀려 나고 만다. 중년남성은 여행 가방에서 레고토막보다 큰 나무토막을 바닥에 꺼내놓고, 집짓기 놀이를 시작한다. 나무토막으로 방을 만들고, 부엌, 창문, 굴뚝을 만든다. 집이 완성되자, 젊은 여인은 다가가 들여다보다가 집을 냅다 허물어뜨린다. 중년남성은 화를 내며, 다시 집짓기를 시작한다. 여인은 다시 허문다. 우리 안에 있던 원숭이들이 튀어나와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사람처럼 서서 말을 하고, 말을 주고받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을 번쩍 들어 무대 밖으로 던져버리듯 데리고 나간다. 두 사람은 다시 되돌아오려고 그러지만 원숭이 무리를 당해낼 힘은 없다. 대단원에서 원숭이들만의 세계가 일상처럼 펼쳐지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상구가 중년남성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놀라운 기량으로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킨다. 김유나가 젊은 여인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송영진, 박인혁, 이영우,전형근, 황민영이 원숭이 역 뿐 아니라, 인간 역으로 출연해 열연을 한다.
드라마트루기 강수진,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문동민, 움직임지도 김선권, 음향오퍼 최미정, 조명오퍼 허유림, 조연출 이영우, 기획 인은정 등 스텝 전원의 기량도 돋보인 극단 거울 제작의 강추자 작, 백은아 연출의 <당신의 왕국>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5, 극단 아미의 전옥주 작, 임선빈 연출 <아가야 청산가자>
제1회 여성극작가전 다섯 번째 작품인 극단 아미의 전옥주 작, 임선빈 연출의 <아가야 청산가자>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1974년에 현대문학에 발표되었으나, 공연은 한국초연이다.
전옥주(田玉柱) 작가는 경북여자고등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 을 졸업하고『현대문학』에 희곡 「운명을 사랑하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공연윤리위원회 무대예술분야 전문심의위원. 소극장 연극촌 운영. 한국여류문학인회 간사. 한국희곡작가협회 부회장. 극단 동인극장 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학상과 한국희곡문학상을 수상했고, <운명을 사랑하라>,<밀알>,<용이 승천 못하면>, <선택된 인간>,<방황자들의 대화>,<어느 과도기에서>, <초(超) 아담과 이브>, <불청객>, <낮 공원산책>, <목녀(牧女)>, <연상반응>, <수염이 난 여인들」, <불행한 행운아>, <아가야 청산가자>, <꺾어 들어오는 빛>, <노부부의 선글라스>, <기다리는 사람들>, <가을바람 소슬바람>, <아들의 허상(虛像)>, <영혼의 소리>, <마을> 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무대는 태극도형의 원형의 단을 깔아놓고, 단이 끝나는 지점에 정사각의 조형물 세 개를 차례로 놓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접는 우산과 조끼, 구두 , 그리고 마네킹이 있어 남성복 상의를 걸어놓고 모자를 얹어두었다. 태극도형의 단 옆에는 백색의 분말을 군데군데 수북이 쌓아 마치 소금더미 같은 느낌이다.
연극은 도입에 태극도형 단의 객석과 가장 가까운 곳에 등을 돌리고 앉은 남자 한 사람이 비장침울(悲壯沈鬱)한 음악이 흐르는 속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잠시 후 여자 한 사람이 느린 걸음으로 등장해 남자와의 대화를 낭독하듯 시작한다. 내용은 세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다. 거기에는 남편이 포함된다. 그런데 남편은 생활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부인의 정조를 희생시켜서라도 치부를 하겠다는 경제제일, 경제우선주의자다. 그러한 가정에 아들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부모의 뜻과는 상관없는 자식본위의 사고로 점철되어 부모 곁을 떠나버린다. 그러한 자식이 군대에선들 온전하랴? 자식과 연인간의 의식의 차이, 빈부의 현격한 격차, 도시와 농촌, 신구세대의 갈등, 젊은이의 사랑 등이 마치 로봇인형의 움직임이나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음성처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전해지는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1970년대에 풍경이 바로 현재 오늘날의 모습과 방불(彷佛)하게 전개된다. 대화를 시작한 남녀는 시종일관 우중한담(雨中閑談) 같은 대화를 통해 고뇌와 사랑과 갈등 등을 털어놓으며 공감대를 이룬다. 대화할 상대가 있고, 각자 자신의 심중을 털어놓으면 그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듯 대단원에서 여자는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우산을 쓰고 퇴장을 하고, 남자는 고민을 떨쳐버린 듯 정장에 모자를 쓰고 태극도형을 돌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성큼성큼 퇴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송영학, 김보영, 김성태, 양희진, 장택중, 인혜선, 이권섭 등 출연자들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을 도입에서부터 연극에 몰입을 시키고, 조명디자인 신성환, 의상디자인 박정숙, 음향디자인 김선영, 음악감독 임효빈, 무대 디자인 이동현, 무대제작 이경표, 조연출 윤수희·조영규, 등 스텝진의 기량도 돋보인 극단 아미 제작 전옥주 작, 임선빈 연출의 <아가야 청산가자>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6, 극단 고향의 김숙현 작, 박은희 연출의 <앉은 사람 선 사람>
제1회 여성극작가전 여섯 번째 작품인 극단 고향의 김숙현 작, 박은희 연출의 <앉은 사람 선 사람>을 관람했다.
김숙현(金淑賢 1944~)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문리대학 연극영화학과 졸업하고. 대한불교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다가 1969년 『현대문학』에 희곡 <잔영>으로 등단했다. 1984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경성대학교, 국립창원대학교, 경남대학교, 부경대학교 출강했다.『경남매일』 문화부 부장을 지내고, 1990 경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부산국제영화제(PIFF) 집행위원회 자문위원. 부산일보 논설위원. 한국희곡작가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부산수필 동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제5회 연극 부문 신인예술상을 수상하고, 1980년 제2회 한국희곡문학상과1988년 제3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희곡으로는 <잔영>, <바벨탑 무너지다>, <미스 쥴리>, <참견 좀 해주>, <5년 후>, <빚진 자들>, <검은 첼리스>, <표류민>, <그믐밤을 둘이서>, <외줄 위의 행진>, <남녀의 삼악장>, <외줄 위의 분장사>, <사다리 위에서>, <못 찾겠다 꾀꼬리>, <막녀>, <한낮의 붕괴>, <먼빛 그 소리>, <11월의 연가>, <바이올렛 왈츠>,<앉은 사람, 선 사람>, <젊은 왕자의 무덤>, <첩첩 멀미>, <캡슐을 위한 변주>, <새는 동굴에서 울지 않는다>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가슴에 폭탄을 품은 여자들>이 있다.
<앉은 사람 선 사람>은 1986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예술가 모녀의 이야기로 어머니는 화가이고 딸은 철제직물조형예술가, 즉 태피스트리(tapestry)다.
원작은 미국에 있는 딸의 집을 방문한 화가인 어머니와 자폐증이 있는 태피스트리 딸과의 상봉에서 서로 엇갈리는 생각과 생활습관, 정과 한, 연민과 갈등이 노정되고, 비록 모녀간이고 한 핏줄이기는 하지만, 각기 동떨어진 의식과 이어질 줄 모르는 통섭(通涉)이 당연한 현실로 작품 속에 그려진다. 이 연극에서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사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다.
무대 왼쪽은 벽마다 어머니의 작품인 듯싶은 누드화와 꽃그림이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꽃문양과 함께 하이힐과 모자를 강조하듯 방 가운데에 함께 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무대 오른쪽은 천정 가까이 철사로 손가락을 오므린 형태의 조형물에 철제망사를 입혀 장식처럼 걸어두었고, 바닥에는 역시 철사로 원통형의 조형물을 세워 한복의상을 입히듯 철제 망사로 소매를 달아놓아 관객의 시선을 끈다, 방 중앙에 놓인 탁자와 의자는 바닥이 붙어있고, 발이 제각기 반원형으로 안으로 굽어있어, 딸이 자주 굽은 안쪽에 기대거나, 그 속에 들어가 구부리고 눕기도 한다. 천정의 철제 손가락 아래쪽엔 조리대와 식기가 있고, 탁자 위에는 유리로 된 모래시계가 평형 저울 같은 받침대 위에 놓여있다. 오른쪽 벽에도 조그만 장식물들이 걸려있다. 무대 왼쪽 벽에 현관으로 출입하는 등퇴장 로가 있고, 정면 왼쪽에도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와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화장실로 들어갈 때에는 조명으로 사람의 모습이 어렴풋이 들어나도록 해 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어둠 속에서 권길상의 창작동요 “꽃밭에서”가 피리소리로 들려나오고, 조명이 들어오면 딸이 피리를 내려놓고, 식탁준비와 함께 작은 종을 흔든다. 곧이어 붉은 잠옷차림의 어머니가 등장해 한바탕 떠벌이는 장면에서 모녀가 미술과 연관된 직업을 가진 인물임이 객석에 감지된다. 어머니는 흡연을 하고 음주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딸은 그런 것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난다. 어머니는 외부와 자주 통하고 출입이 빈번한 반면 딸은 거의 출입조차 않고, 고립된 듯싶은 생활을 한다. 어머니는 그러한 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통섭을 권하지만, 딸은 철제조형작품제작과 모래시계, 그리고 악기류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청결을 제일로 친다. 어머니는 외출을 하고, 남녀교제도 마다하지 않지만, 딸은 정반대로 탁자와 의자 사이 원형공간에 들어가 모래시계를 뒤집는 것이 고작이다. 할머니의 생각과 습관이 어머니에게 계승되었지만 딸에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차츰 객석에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 잘 차려입고 외출을 한다. 그러나 딸은 빗소리 바람소리, 새들의 울음소리, 짐승들의 소리를 들으며 당연한 듯 혼자 철제조형물을 작업만을 한동안 계속한다. 어머니가 취해서 신발을 문밖에 벗어던지고 들어와, 흑인맹인가수 레이 찰스가 전 세계에 히트 시킨 노래 “I can`t stop loving you”를 열창하고, 코냑 병을 꺼내들자, 버럭 화를 내는 딸의 모습은 이집 한집안만의 풍경은 아니리라. 어머니는 코냑 병을 들고 방으로 냅다 뛰어 들어가고, 딸은 철제조형작업을 계속하는데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윤예인이 어머니로, 강성숙이 딸로 출연해 더할 나위 없는 호연과 성격창출로 연극을 이끌어가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이상수, 무대장치제작 백스테이지 풀굿, 조명디자인 이나구, 음향디자인 이복행, 의상디자인 노유나, 분장디자인 이동민, 조연출 박병현 등의 스텝진의 기량이 무대를 하나의 움직이는 조형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켜, 극단 고향의 김숙현 작, 박은희 연출의 <앉은 사람 선 사람>을 한편의 조형예술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 극단 로얄씨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제1회 여성극작가전 마지막 작품, 극단 로얄씨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를 관람했다.
최명희((崔明姬) 작가는 경기여고와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희곡 <미소 짓는 꿈>으로 등단했다. <길몽> <안개의 성>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허난설헌)> 등을 무대에 올린 1세대 희곡작가다.
<새벽하늘에 고운 빛을 노래하라>는 여류화가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나혜석은 수원에서 태어났다. 진명여자보통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오빠 나경석(羅景錫)의 권유로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나경석은 자신의 친구 최승구(崔承九)를 나혜석에게 소개했다. 최승구는 아내가 있었으나 최승구와 나혜석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최승구가 폐병으로 사망하자 나혜석은 희망을 예술에 걸게 되었다.
1919년 그녀가 일본 유학시절 발발한 3.1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나혜석은 모순된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하고 일본 유학생이었던 김우영(金宇英)의 구애를 받아들여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조선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화 개인전을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남편 김우영과 함께 3년간의 유럽 일주 여행 도중 천도교의 교주였던 최린(崔麟)과 만나 불륜을 맺고, 김우영에게 이혼을 당하게 된다. 결혼생활 실패 후 화가로서의 삶에 더욱 매진한 나혜석은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정원’으로 특선하고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도 제국미술원전람회에서 입선한다. 1935년 10월 서울 진고개(충무로) 조선관에서 개최한 소품전의 실패와 아들 선의 병사 이후 나혜석은 불교에 심취한다. 승려생활을 매력을 느껴 수덕사 아래 환희대에 오랫동안 머물었으나 불가에 귀의하지는 않았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한때 청운양로원에 의탁하기도 하였으며 1948년 12월 10일 시립 자제원(慈濟院)에서 사망하였다. 1918년에 <경희> <정순>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소설가로도 활약하였다. 대표적인 회화작품으로는 <나부1928>, <선죽교 1933>가 있다.
무대는 정면에 높다란 창문형태의 흰색 조형물이 있어 영상으로 나혜석의 자화상과 회화작품을 투사하기도 한다. 정면 벽 가까이 이젤에 얹어놓은 캔버스와 팔레트, 그리고 붓 등 그림도구가 보이고, 좌우 벽에도 캔버스를 세워놓았다. 무대왼쪽에 의자와 탁자를 배치하고 오른쪽에도 책상과 의자가 있다.
나혜석의 젊은 시절과 나이든 모습을 두 명의 여배우가 등장해 각기 연기한다. 각자 등장하거나 한 무대에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해 연기를 펼치며 나혜석의 예술과 생각을 객석에 전한다. 여기자가 등장해 나혜석이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그녀의 전시작품이 대거 팔려나갔던 시절의 인터뷰와, 불륜이후 사양길에 접어든 나혜석의 마지막 전시회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없어 절망에 빠진 그녀를 인터뷰하는 모습이 극에 그려지고, 위자료로 받은 거액을 전시회 실패로 다 날려버리고도 주저앉지 않고 그림을 그리러 파리로 가겠다는 의지와 이미 몸이 의지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병약해진 나혜석의 모습이 비장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그녀를 보살피던 친구이자 변호사 겸 후원자인 남성이 미술전 실패와 한 점의 작품이라도 팔려고 고객에게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객석에 처연한 심사를 감돌게 만든다. 대단원에서 흘러나오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은 이 극과 절묘하게 어울려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놓는다. 서대문 구립극단 소속 아마추어 연기자들이 특별출연해 전시장의 관람객으로 등장하고, 불륜으로 나혜석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때, 당시 대중들의 심정을 집단으로 표현하기도 해 갈채를 받는다.
이란희, 조정은, 김혜수, 성건제, 노주연, 황영준, 이승주, 한현옥, 박미령, 박영갑 등 출연자 전원이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윤여성, 무대디자인 신선희, 조연출 최문희, 무대감독 유준기, 음악 안현준, 조명 심효은, 영상 윤상우, 사진 박태환 등 스텝진의 기량이 잘 드러나, 극단 로얄씨아터의 최명희 작, 드라마트루크 장인숙, 류근혜 연출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를 제1회 여성극작가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수준급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한국여성연극협호가 마련한 제1회 여성극작가전은 모처럼 수준급 공연으로 남녀노소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니 성공적인 공연으로 평가된다.
한국여성연극인협회 이승옥 대표와 김국희 총괄 프로듀서, 그리고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제2회 여성극작가전에도 기대를 한다.
3월27일 박정기(朴精機)
공연을 모두 관람하시고 글을 쓰신 박선생님의 남다른 열정과 관심께 존경심을 표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극단 TNT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