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세상의 끝/ 송경옥

관극 일시: 2013/04/05 20:00
공연 장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작: 장-뤽 라갸르스
연출: 까띠 라뺑
번역/드라마트루기: 임혜경
극단: 프랑코포니

 

랴갸르스의 작품을 희곡으로 읽을 때는 무척 새롭고 즐겁다. 그런데 무대에서 공연화 되었을 때는 왠지 그 느낌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이 있다.

배우들이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의, 혹은 그들 간의 해석이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독백이 많은 작품이라도 등장인물간의 의식은 단단히 연결되어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교감이 유연하게 고리를 물고 연결되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는 흘러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왠지 에너지가 자꾸 공중분해 되고 있었다.

연출이 말이 넘치는 일상을 거북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까지는 알겠으나, 배우들의 대사와 대사의 사이, 마디와 마디가 관객들로 하여금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여행자로 천착시켜 버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형식이 색다른 현대극이라서 갖는 낯섦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번역을 잘 하셨겠지만, 그리고 연출이 각 분야의 스태프들과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있지만 배우들이 이 작품을 소화하여 즐기는 정도까지는 무언가 장애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프랑스어로 공연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도를 한 극단과 스태프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이 극단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이런 작품을 어찌 만나보랴. 또한 연출의 작품 해석은 나쁘지 않았고 명료했으며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구성요소가 흘러가는 유연함에 대해서 아쉬움이 클 뿐이다.

 – 송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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