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전 평, 제8회 개판 페스티벌 공연총평,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힐링 명작 페스티벌 총평/ 박정기

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전 평

 

1, 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고영범 번역,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를 관람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조선 세종 때 권제와 정인지, 안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지은 악장·서사시이다. 정인지와 안지, 권제 등이 짓고, 성삼문과 박팽년, 이개 등이 주석, 정인지가 서문을 쓰고 최항이 발문(跋文)하였다. 1445년(세종 27년)에 지어 1447년(세종 29년)에 간행하였다.

한글 창제 후 첫 시험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한글 문헌이며 악장이다. 모두 125장으로 조선 개국의 위대함과 시련을 노래했고, 그것이 하늘의 명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내용은 목조·익조·도조·환조·태조·태종 등 조선의 선대인 6대에 걸쳐 그 사적을 노래했다. 제1장, 제125장 등 10여 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장이 2절로 되었는데 앞절에는 중국 역사상의 사적을 적고, 뒷절에는 앞의 중국 사적과 부합되는 조선 개국의 사적을 노래했다

이 연극은  미국인의 인종편견에 대한 유색인들의 반항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용비어천가>라고 제목을 붙였다.

영진 리 (Young Jean Lee)는 작가 겸 연출가로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 대표, 인디 록 밴드 퓨쳐 와이프 대표다.

뉴욕타임즈는 영진 리를 ‘자기 세대에서 가장 모험적이고 도시적인(downtown) 극작가’로, 타임아웃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실험 극작가 중 하나’로 소개한다. 영진 리 씨어터 컴퍼니를 설립해 뉴욕에서 9개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으며, 전 세계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2012년 도리스 듀크 예술가상, 2011년 펠로우십, 오비상 특별상 <우리는 죽게 될 거야>, 2010년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2007년 오비상 극작가상, 취리히 씨어터 스펙터클 페스티벌상을 수상했다.

2013년 영진 리의 작품 <우리는 죽게 될 거야 (We´re Gonna Die)>를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이 공연에서 영진 리는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1인 카바레 쇼’ 형식의 공연을 보여준 바가 있다. 죽음에 관한 것이지만 록 밴드 퓨쳐와이프의 흥겨운 음악과 영진 리의 진솔한 노래와 춤은 공연 내내 관객을 웃게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준다.

번역을 한 고영범은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NYIT 대학원 영상제작과 출신으로 현재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겸임교수다.

영화로는 2002년 <낚시가다> 35mm, 13분, 대본/연출, 오버하우젠 국제영화제 참가작, 2006년 <모두들, 괜찮아요?> 장편극영화, 편집, 마술피리, 감독 남선호의 참여했다.

번역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번역, <로드리게즈의 10분 영화학교> 번역했다.

오동식은 청주대 연극학과와 동국대 연극학과 대학원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연극 ‘백석우화 –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이다.

출연작으로는 <백석우화> <길 떠나는 가족> <벚꽃동산> <리어왕> <궁리> <못생긴 남자> <템페스트> <햄릿> <세자매>외 다수작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출작으로는 <채권자> <변두리극장> <트랜스 십이야> <길바닥에 나앉다> <코뿔소> <스트립티즈> 등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무대를 1m 높이로 만들고 정면에 커다란 아크릴판을 세우고 문처럼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크릴판에 여인 상반신 상과 문자영상을 투사하고, 작가 역의 여배우와 남녀출연자들이 등장해 춤과 노래 그리고 익살스런 몸짓으로 퍼포먼스를 1시간 30분간 계속한다.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유색인들에 대한 편견과 동향에 대한 거부반응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고 문자영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출연자들의 인물설정이 독특하고, 열정을 다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퍼포먼스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신록, 박지아, 강서희, 안현정, 박시영, 최주연, 이동준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음악 이자람, 안무 김윤규, 무대 김수희, 조명 조인곤, 의상 이윤정, 분장 이지연, 영상 하승연, 편곡 김민수, 음향 정윤석, 소품 백혜린,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원선혜, 기술감독 김무석, 무대제작감독 최슬기, 조명감독 김용주, 음향감독 이병석, 의상감독 박지수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영진 리 작, 오동식 연출의 <용비어천가>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2, 국립극단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작, 박춘근 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한민족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원작, 박춘근 번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를 관람했다.

줄리아 조(1975~)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줄리아드 스쿨과 뉴욕 대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한 극작가 겸 TV drama 작가다.

<피아노 선생(The Piano Teacher)>, <두랑고(Durango)> <99개의 히스토리> <BFE>를 발표 공연했고, <언어의 성취(The Language Archive>로 수잔 스미스 블랙번상’(Susan Smith Blackburn Prize)을 수상하고, 미국 작가 연합 상과 TV 뉴 시리즈 각본상을 수상했다.

번역을 한 박춘근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 美 오하이오 마이애미대학교 연극학 석사 출신으로 극단 독 대표다. 카피라이터이기도 했고 또한 연구원이었으며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극작가다.

<아내들의 외출>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를 발표 공연했고 <페리클레스> <게이결혼식>을 각색했다.

2012 <꽃피는 바다> , 2011 <무사 마마이> 2010 <사비미르> 2010 <캐스팅> 2008 <민들레 바람되어> 등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정승현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서강연극회에서 배우와 연출로 다양한 무대경험을 쌓으며 2001년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전국대학연극제에서 <문이주 프로젝트> 연출을 맡아 금상, 연출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승현 연출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무대화하는 작업에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

<로리타> <바냐 아저씨> <따냐 따냐> <소시민의 결혼> <게르니까> <청혼> <이렇게 만나서 참 황당하지만>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기대되는 연출가다.

연극은 도입에 미국여성이 등장해 음식여행가인 남편과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미국인들의 집착이 되어버린 음식종류를 열거하고, 자신의 기억에 가장 남는 음식은 아버지가 수술 전날 한밤중에 만들어준 샌드위치였다고 말한다.

장면전환이 되면 병원이다. 한인 2세인 외아들 레이는 어려서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레이는 평생 보수적 사고를 가진 아버지와 잘 맞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 레이의 요리사라는 직업에도 불만이고, 아들이 신용카드로 1천 달러 상당의 식칼을 사왔을 때, 격분해 그 칼로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기도 했다. 레이는 간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온다. 무의식을 헤매는 아버지는 “물 줘,” “밥 먹었어?”라는 말을 겨우 할 뿐이다. 아버지를 돌보는 난민출신 간병인이 어느 날 텃밭에서 기른 가지(eggplant)를 레이에게 가져다준다. 그는 가지라는 영어보다 오버진(aubergine)이라는 프랑스어가 훨씬 맛있게 들린다며, Oh! Virgin이라고 외치면서 음식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자양분의 보편적 언어라고 이야기한다.

레이의 한국계 여친인 코넬리아는 냉장고만 4개인 집에서 자라났다. 엄마가 강압적으로 요리해 먹이는 것을 거부해온 코넬리아는 레이가 멀베리(mulberry, 뽕나무 오디)를 준비하자 감동을 해 사랑까지 하게 된다.

레이는 아버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라를 구입해 자라탕을 만들어드리려고 한다. 한국에서 아버지의 동생이 형의 중환을 알고 찾아온다. 레이가 한국말을 못 하기에 한국말을 잘하는 여친 코넬리아의 통화가 주효해 삼촌이 미국을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조카와 삼촌을 반기지만 의사소통은 손짓 발짓으로 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아버지는 결국 운명하고, 조카와 삼촌은 마음이 통하게 된다.

대단원은 도입에서처럼 미국여인이 등장해 부부가 된 레이와 코넬리아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재건이 아버지, 김종태가 레이, 김정호가 삼촌, 우정원이 코넬리아, 신안진이 간병인, 김광덕이 미국여인으로 동장해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크 손원정, 무대 김수희, 조명 이현승, 의상 이윤정, 소품 백예린, 분장 장경숙, 음악 김정용, 음향 정윤석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돋보여, (재)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줄리아 조 작, 박춘근 번역, 정승현 연출의 <가지>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 그리고 출연자의 연기력이 삼위일체가 되어

공연을 수준작으로 창출시켰다.

3, 국립극단 한민족디아스포라전 김윤철 예술감독, 미아 정 작, 남기윤 번역, 박해성 윤색 연출의 <널 위한 날 위한 너>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미아 정 작, 남기윤 역, 박해성 연출의 <널 위한 날 위한 너(You for me for you)>를 관람했다.

미아 정은 예일대와 아일랜드 더블린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2010년 브라운대에서 극작을 공부해 몇 편의 희곡을 썼다. 2005년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인 남편과 결혼해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 거주하는 정씨는 “이민과 언어 문제에 관한 관심을 작품 속에 담고 싶다”고 전했다.

박해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십이분의 일>로 제1회 Project Bigboy 선정, <타이터스>로 CJ영페스티벌 연극부문 우수상, <믿음의 기원2:후쿠시마의 바람>으로 2015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된 발전적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황혼의 시> <십이분의 일> <타이터스> <아이에게 말하세요-가자지구를 위한 연극> <영원한 너> <천개의 눈> <비상사태> <믿음의 기원 2:후쿠시마의 바람> <유사유감> <믿음의 기원 1> <3분 47초> <자유가 우리를 의심케 하라> <코리올라너스> 등을 연출했다.

무대는 배경과 좌우에 등퇴장 로가 만들어지고 쉼터 같은 공간에 돌계단처럼 형성된 바닥과 경사진 중간통로가 있고, 사각의 입체조형물이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 외곽에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식탁과 의자가 장면에 따라 배치되고, 작난감 인형을 실은 수레가 등장한다. 조명변화에 따라 미국과 한국 그리고 북한으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두 자매가 출연해 동생이 언니의 생일을 맞아 준비한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자매가 다 매우 배가 고프지만 서로 상대방이 먹길 원하고, 냄비안의 음식이 조금인 것이 알려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기근과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동시에 두 자매가 서로를 아낀다는 사실,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자기희생이 극에 표현된다.

북한출신의 자매는 밀수업자와 거래해 북한을 탈출하다 국경에서 헤어지고 만다. 탈출에 실패한 한 언니를 구하기 위해 동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위험에 빠진 언니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시 함께 할 날을 기약하며 자유의 땅 미국에서 정착해가는 동생이 겪는 문화적 혼란이 연출된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요인이 진한 가족애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명이 탈북하면 가족 전체가 처벌을 받는다. 그래도 탈북을 해야 하는 현실이 연극에 그려진다. 연극에서 북한을 탈출하는 자매와 밀수업자의 행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결국 동생은 탈출을 해 뉴욕 시에 정착하고 또 영어를 빨리 습득하고 낯선 세계에 동화하려는 모습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편으로는 북한 당국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김일성과 김일성 부자를 신격화하는 마술에 가까운 방법도 소개가 된다.

극중 두 자매 가운데 한 명은 몸이 약해 탈북에 실패하고 한 명만 미국으로 건너가 다른 한 명을 데려오려고 애쓴다. 천신만고 끝에 자매는 상봉을 하지만 언니는 끝내 자유의 길을 거부한다.

미아 정 작가는 자매를 우물 안에서 뛰어나온 개구리와 우물 안에 주저앉은 개구리로 묘사하듯 인물설정을 명확히 구분해 극을 이끌어 간다. 박해성 연출도 연극의 도입과 종막을 개구리 소리로 장식을 한다.

문현정과 신사랑이 자매로 출연해 실제 자매가 아닌가 할 정도로 우애 깊은 연기를 펼친다. 황선화, 이기돈, 김훈만, 안병찬 등이 출연해 탁월한 성격설정과 연기력으로 1인 1역 또는 1인 다 역을 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무대 신승렬, 조명 김형연, 의상 홍문기, 분장 이지연, 소품 김다정, 음악 카입, 음향 정혜수, 무대감독 신승훈, 조연출 장한새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미아 정 작, 남기윤 역, 박해성 연출의 <널 위한 날 위한 너(You for me for you)>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 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인스 최 작, 이오진 번역, 오세혁 연출의 <김 씨네 편의점>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인스 최 작, 이오진 번역, 오세혁 연출의 <김씨네 편의점>을 관람했다.

인스 최(최인섭, 43세)는 캐나다 요크 대학교에서 연기전공을 했다. <김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은 2011년 인스 최 (최인섭)이 만든 연극이다. 토론토 리젠트 파크의 한인이 운영하는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1년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으며, 인스 최가 감독과 배우도 하였다. 2012년부터는 솔페퍼 극단에서 공연되기 시작하였다.

‘김씨네 편의점’은 김씨 가족이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재밌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씨 부부는 1980년대 이민해 토론토 리전트 파크 근처에 편의점을 차렸고, 아들 ‘정’과 딸 ‘자넷’을 뒀다.

16살 때 아들의 가출로 부자간은 사이가 멀어진다. ‘아빠'(Appa)와 ‘엄마'(Umma)는 예술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딸과 편의점을 운영한다. 그 사이 정은 비밀스럽게 엄마와 자넷과 연락하면서 아빠와 화해하고 싶어 한다.

6년 전 처음 무대에 올렸던 인스 최는 연극에서 극본·연출·제작·연기 등 1인 4역을 했다.

연극은 최 씨의 이민 생활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한 그는 이토비코에서 친척이 운영하던 ‘김씨네 잡화상’이라는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살았다. 실제로 미니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의점과도 인연이 많았다.

요크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포기하고 직접 연극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2011년 ‘김씨네 편의점’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은 그해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돼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143개 출품작 가운데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혔다. 이듬해에는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최우수 배우상도 수상했다.

번역을 한 이오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극작가, 작사가 겸 번역가다. 2009 <가족오락관>으로 제 7회 대산 대학 문학상 희곡부문 수상, 2013 <바람직한 청소년>으로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화랑>과 <가족오락관>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 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무대는 실제 편의점처럼 만들어 놓았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어 밖이 보인다. 흰색 승용차가 주차해 있는 것이 보인다. 하수 쪽에 주류, 음료수, 우유, 유제품 등이 커다란 냉장고에 칸칸이 진열되어 있다. 중앙에는 과자와 장난감, 비닐봉지에 들은 인스턴트식품이 세 개의 세로로 놓인 진열장 위에 칸칸이 들어차 정돈되어 있다. 맨 오른 쪽 진열장 위에는 붉은 색 인삼 캔이 들어있는 박스가 놓여있어, 출연자들이 마신다. 상수 쪽은 계산대가 있고 금고가 놓여있다. 벽에는 기타와 운동복이 걸리고, 그림이 담긴 액자도 걸려있다. 천정에는 여러 개의 형광등이 달려있다. 창문 오른쪽 문이 편의점 출입문이고, 하수 쪽 문은 창고 겸 내실 통로로 사용된다.

<김씨네 편의점>은 편의점 주인인 한인 김 씨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김 씨는 어느 날 부유한 콘도 개발자가 높은 가격으로 자신에게 편의점을 팔라는 제의에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김 씨는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이 편의점을 팔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이 편의점은 자신의 모든 것이자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김 씨가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씨는 딸에게 편의점을 물려받으라고 하지만 딸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어 왜 강요하느냐고 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생긴다. 아들은 16살 때,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병원에 실려 갈 정도의 폭행을 당한 후 아버지의 돈을 훔쳐 가출을 해 소식이 끊긴 상태다.

김 씨는 가부장적인 성격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 자존심, 그리고 자신의 주관이 명확한 인물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어렸을 때는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고 법이고, 아버지를 무서워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도 인간이기 때문에 강한 자존심과 위엄 뒤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실수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인이나 자식에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아낀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가정과 주변사람들에게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언젠가는 그 갈등을 폭발시킨다.

<김씨네 편의점>은 그 갈등의 발생에서 해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상처도 받았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과거를 용서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국이민자의 삶을 그려낸다. 거기에 흑인들이 등장해 인종문제와 사랑이야기가 복선으로 깔린다. 딸이 흑인과의 결혼에 선뜻 승낙을 않고 머뭇거리자, 주인공은 딸에게 1991년의 미국 LA에서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인종차별로 인해 폭동이 일어나게 되고, 백인들이 거주하는 지역 진입로가 막히자, 한인 거주 지역으로 흑인들이 몰려가 한인상점에서 약탈을 했으나, 평소 흑인에게 잘 대해주고 가까이 지낸 한인 상점은 흑인들이 힘을 합쳐 지켜주었기에 폭동과 약탈의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며 흑인과의 결혼을 성사시킨다.

대단원에서 집을 떠났던 아들이 자신의 소생인 아들 사진을 들고 돌아오고, 아들이 어렸을 적부터 편의점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버지는 아들에게 편의점을 물려주고 금고열쇄와 편의점 키를 맡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장용철이 김 씨네 편의점 주인 김 씨로 출연해 절대배우라는 명칭답게 가슴에 코리아 레전드(Korea Legend)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붉은 색 셔츠를 입고,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기량을 보인다. 박완규가 네 명의 각기 다른 흑인 역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해, 금년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최현미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보여준 수준급 연기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안재영이 아들로 출연해 훤칠한 용모와 절제된 연기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이화정…이련 여배우가 있었다니, 성격창출은 물론 용모와 체격 그리고 연기력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투르크 손원정, 무대 김수희, 의상 이윤정, 소품 백혜린, 조명 마선영, 분장 이지연, 음악 옴브레, 음향 정윤석, 조연출 손청강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재)국립극단 한민족 디아스포라 전 김윤철 예술감독, 인스 최 작, 이오진 번역, 오세혁 연출의 <김씨네 편의점>을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연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건강하고 권장할만한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 14일

 

제8회 개판 페스티벌 공연총평

<개판 페스티벌(박성민 운영위원장)>은 지원금에 의존한 정형화된 공연들만이 만들어지거나 흥행을 우선시 하는 공연문화들에 떠밀려 정체되고 침체된 대학로 환경에 적극적인 ‘난장’을 벌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특히 의욕적인 창작자들에게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실험정신을 살려내고 극적 표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과 창작의 활동의 주체가 될 것을 목표로 결성되었다. 2012년 6월 첫 공연이 이루어진 이래 5년간 7회가 개최되면서 총 36개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2017년에는 소극장 후암스테이지와 소극장 천공의성에서 6개의 작품이 공연되었다.

1, 극단 늑대의 양수근 작, 박성민 연출의 <복날은 간다>

혜화초등학교 건너 소극장 천공의성에서 극단 늑대의 양수근 작, 박성민 연출의 <복날은 간다>를 관람했다.

양수근(1970~)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출신이다.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전경이야기>로 등단하고, 2011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무용극 <하늘이여, 사랑이여>로 당선했다.

2000 <보물찾기>, 2003 <홀인원>, 2007 <부부유별>, 2007 뮤지컬 <대학로는 파업 중>, 2007 <코리안드림> 각색, 2008 <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 드라마트루그, 2009 뮤지컬 <매직릴리>, 2009 <등대>, 2011 <전쟁터의 산책> 드라마트루그, 2010 뮤지컬 <월드 오브 다크나이트>, 2013 <욕>, 2014 <나도 전설이다>, 2015 <그들의 귀향> 등을 발표 공연했다.

2003년 극단 작은신화 우리 연극 만들기 <홀인원>, 2004년 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희곡부문 선정,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대상 <오월의 석류>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보물찾기>, <부부유별>, <해방 전(1940~1945)공연희곡과 상영시나리오의 이해>, <용감한 꼬마 재봉사>, <매쿨부인과 쿠쿨린>, <로빈후드의 모험>, <온 백성의 힘으로 왜적을 물리치다> 등이 있다.

박성민은 극단 늑대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파우스트 벽에 갇히다> <타인의 게임> <복날은 간다> <새> <목뼈 부러진 여자> <내친구 피노키오> <모차르트 할아버지> <전쟁터의 산책> <뮤지컬 “새대갈이> <여관방 훔쳐보기> <전쟁터의 산책> 등을 연출했다.

무대는 상수 쪽이 수퍼마켓이고 하수 쪽에 평상, 중앙무대에 탁자와 의자가 있다. 수퍼마켓 옆 골목길 객석 가까이에 벤치가 놓여있다. 간판이 걸리고, 개 역할은 출연자가 대신한다.

<복날은 간다>에서의 복날은 개고기와 연관이 있다. 복날은 음력 6월부터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속의 절기다. 복날은 눌려 엎드려 있는 날 복 伏 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의 금 金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火)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다. 즉 더운 여름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복날에 하고많은 고기 중 개고기를 먹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행으로 볼 때 개는 서쪽에 해당한다. 서쪽은 오행 중에서 금에 속한다. 반면 여름은 불(火)에 해당하고 더위의 절정인 복날에는 화기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쇠퇴한다.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금극 火克金이 되기 때문에, 쇠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금’의 기운이 왕성한 개를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더위로 허해진 심신의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여겼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또 다른 이유는 액과 부정을 막기 위해서다. 지봉 芝峰 이수광 李光은 <지봉유설>에서 “복날의 복 伏이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하지 못한다는 뜻”이라 하였다. 즉,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에서 복날(伏日)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 때는 복날 온갖 귀신들이 횡행하므로 온종일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삼가 하도록 했다.

제사상에도 당당히 올라간 개고기 개고기는 영양학적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근육과 가장 흡사한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찬물로 씻으면 기름이 엉겨 붙지만 개고기는 그대로 씻겨 나간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 의하면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체력을 보강하고 증진하는 효능이 있다. 또 개고기는 예로부터 몸이 허약해서 생긴 결핵이나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한다. 공중을 나는 새는 결핵에 걸려도, 개는 결코 결핵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피부 미용에도 좋고 젖이 잘 돌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을까. 우리나라의 신석기 유적에서 개의 뼈가 널리 출토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개 잡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도 개고기를 식용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구워서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중종 때 희락당 希樂堂 김안로 金安老(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아들이 장경왕후의 딸인 효혜공주와 결혼한 후 권력을 쥐고 공포 정치를 했다.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올랐다가 문정왕후 폐위를 도모한 죄로 유배되고 이어 사사되었다)가 개고기를 좋아해 아첨꾼들이 뇌물로 개고기를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고 한다.

개고기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갔다. 1795년 음력 6월 18일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엔 개고기 찜(狗蒸)이 오르기도 했다.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렌은 그가 쓴 <조선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다”라고 극찬했다.

개장국이 보신탕이 된 까닭 8・15 광복 후 북한의 공산주의 통치를 피해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이 서울에 개장국 집을 개업하면서부터 보신탕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애완견이 들어오면서부터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반대가 급증하고 있다. 개는 인간의 표정과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늑대와 개를 구분 지어주는 가장 명확한 차이점이다. 개는 항상 인간의 주의를 살핀다. 인간의 감정 상태에 개는 영향을 받으며 상호 교감한다. 반대로 반려 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가 내는 소리로 개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 반가워서 짖는 건지, 경계하는 건지, 좋아서 우는 건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현재 식용으로 되는 개는 버림 받은 개거나, 훔쳐온 개거나. 애견 숍에서 팔리는 개들이다. 그 뿐 아니라, 강아지를 낳는 어미는 번식 장에 갇혀서 배란촉진제를 맞아가며 강아지 상품을 ‘생산’해낸다. 더 이상 새끼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쓸모가 없어지면, 드디어 보신탕 가게로 팔려나간다. 혹은 개를 풀어놓고 기르는 시골 동네에서 개장수가 몰래 잡아온 누군가의 사랑을 받던 개거나, 유기견이 되어 모란시장의 철창에 갇혀서 고기가 될 날만을 기다리는 개다. 돼지, 소, 닭처럼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식용 개’라는 건 없다. 하물며 그렇게 키워지는 돼지 소 닭도 도축 전까지는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해야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유럽, 캐나다, 미국 9개 주 등에서 어미 돼지의 ‘스툴’ 사육이 금지됨) 그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그런데 개들을 마구 잡이 식으로 잡아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고기를 식품으로서의 위생이나 안전성 문제까지 무시하면서 반드시 먹어야겠는가?

유기 견 다시 말해 버림받은 개를 데려다 기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연극인 중에도 유기 견 수십 마리를 현재 기르고 있는 여배우가 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개고기 식용 반대운동을 도외시 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 연극에서는 개가 주인공이고 개의 눈을 통해 비추어진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복날이 가까워 오는 걸로 설정이 되고, 재개발 지역의 골목어귀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년 여인, 고3 수험생인 딸, 그리고 시동생인 남성이 한 가족이다. 그리고 이웃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과 그의 후배인 개장수가 등장인물이다. 슈퍼마켓을 하는 중년여인은 남편과 사별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악착같이 돈을 저축해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하려 한다. 게다가 건강한 몸이니 정육점을 하는 남성과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런데 정육점 남의 후배가 개장사를 하면서 복날이 다가오자 보신탕용으로 개를 도리를 하러 나타나고, 슈퍼마켓의 개까지 가져가려한다. 물론 슈퍼 주인 여인이나 딸은 반대를 하지만, 후배는 몰래 그 개를 데려간다. 그 뿐 아니라 여고생을 임신까지 시킨다. 슈퍼 여인의 시동생은 비정규직 노무자다. 개처럼 공장주에게 엎드려 고분고분한 삶을 살지만, 복날이 가까워지면서 돌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사나운 개처럼 돌변해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비로소 그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슈퍼여인은 기르던 개가 보이지 않으면서 그동안 저축했던 돈까지 없어진 것을 알고 발을 동동 구르는 판에 딸의 임신사실까지 알게 되니, 복날의 열기처럼 감성이 폭발한다.

한편 수십 마리의 개를 컨테이너에 싣고 도망치던 개장수 후배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일으켜 차는 부서지고, 개는 모조리 튀어 도망을 하게 된다. 주인공 개도 도망을 쳐 슈퍼에 나타난다. 딸은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되고, 시동생은 정규직으로 채용 되고, 도적맞은 줄 알았던 저축한 돈은 다른 곳에 감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가까워진 정육점 남성과 슈퍼 여인 그리고 가족이 평상에 앉아 주인공인 개와 함께 닭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봉근이 정육점 주인, 한미선이 슈퍼 주인, 이성근이 개장수, 임동욱이 시동생, 조민희가 여고생, 김성수가 주인공인 개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이주영, 조연출 김유경 그리고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늑대의 양수근 작, 박성민 연출의 <복날은 간다.>를 친 대중적이자 건강미가 넘치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5일

2, 창작집단 지오와 창작집단 꼴 합작 서종현 작, 황태선 연출의 <좀비가 된 사람들>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소극장에서 창작집단 지오와 창작집단 꼴 합작 서종현 작, 황태선 연출의 <좀비가 된 사람들>을 관람했다.

서종현(1990~)은 대본 공모전에서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대되는 극작가다. “어렸을 때부터 겁도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심심함을 이기려고 책을 읽거나 사념에 빠지는 시간이 많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붙였죠. 그때의 시간들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한다는 서종현의 오랜 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애초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런던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창작산실 공모를 위해 잠시 학업을 미뤄둔 상태. 2017년 무사히 두 편의 공연을 올린다면 2018년 즈음에는 석사 과정을 위해 유학을 떠날 수도 있다. “런던으로 떠나게 되더라도 꾸준히 작품을 쓰겠다고 극단 친구들에게 말은 했는데… 말이 쉽죠. 일단은 2017년 창작산실 시범공연, SF연극제에 출품할 희곡들을 잘 마무리하려고 해요. 다음 일정은 저도 현재로선 가늠할 수가 없지만 차근차근히 해 나가다 보면 어떤 기회이든지 제게 또 운명처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그때 또 생각해 봐야죠.” 극단 창작집단 꼴 소속으로 화성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 서울연극제 등에서 10여 편이 넘는 극을 이미 올린 서종현 작가는 “문학적인 것과 연극성을 지키려고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황태선은 백제예술대학교 출신으로 現 창작집단 지오의 상임연출이다. 연극 <해후> 작·연출, 뮤지컬 <하트 앤 하트> 협력 연출, 연극 <노부인의 방문> 각색·연출, 무용극 <호명산 범인> 작·연출, 뮤지컬 <쿵 페스티벌>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훤칠한 미남의 기대되는 연출가다. 2015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공식참가작 정의-작 연출, 2016 부산국제연극제 다이나믹 프린지 ‘좀비가 된 사람들’ 연출, 2016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정의’-작 연출, 2017 창작집단 지오 정기공연 ‘괴물의 얼굴’을 작 연출했다.

<좀비가 된 사람들>의 “좀비”는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①숙식이나 컨디션에 지장이 있어 비실거리며 다니는 사람. ②슈팅 게임에서 분명히 총으로 맞췄는데 캐릭터가 살아있는 유저. ③온라인 게임에서 시스템이나 서버의 오류로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몬스터를 의미한다. 이 연극에서는 세 가지가 다 포함된다. 주제가 언어의 표현방법을 두고 법적 조항과 규칙을 만들어 상대를 비방하거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과다한 욕설을 할 경우에 언어폭력으로 인한 법적조처를 당하게 된다는 엉뚱한 발상이다. 반포 자가 시장이기에 시의 법규나 조례라는 명칭이 타당하지만, 국가차원의 헌법조항으로 격상시킨다. 도적을 잡아 욕설을 퍼부어도 아니 되고, 나이가 많아도 어린 소년이나 소녀에게 하대나 욕설을 해서는 아니 된다. 물론 연극은 해학적으로 연출된다. 극중 대북과 소북 등 타악기가 연주되고, 거기에 사당패의 줄타기, 접시돌리기가 노래와 춤과 함께 펼쳐진다. 놀이가 펼쳐지니 자연 관객과도 소통을 하고 관객을 출연까지 시킨다. 새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화나 언어소통에서 법규에 저촉된 발언을 하면 경찰이 체포까지 한다. 물론 이러한 현장을 고발하는 사례도 생긴다. 간혹 이 일로 살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차츰 언어구사의 제한과 통제로 인해, 표현의 자유라는 명제를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시장이 제정한 언어규제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반대가 급증하자 시장도 자신의 조처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좀비가 된 사람들>은 사회학자 칼 포퍼 경(Sir Karl Popper, 1902~ 1994)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주제와 내용을 차용하여, 이성이나 합리주의를 논할 때는 오직,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실수와 오류에 대한 타인의 비판을 통해, 그리고 나아가 자기비판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그려낸 연극이다.

무대는 길게 늘어뜨린 천으로 삼면 벽을 채우고, 정면에 문처럼 트인 공간에 한자 높이의 단을 만들어 시장이 단 위에서 연설을 하고, 연극에 도입에는 목걸이 진열장으로도 사용된다. 하수 쪽에 대북과 소북 연주석이 있고, 상수 쪽에 대북을 올려놓은 우아한 받침이 자리를 잡았다. 굵은 동아줄을 사용해 출연자들이 줄넘기를 하면서 곡예를 벌이고, 어름사니의 줄타기 재주가 펼쳐지기도 한다. 접시돌리기 재주를 초청된 관객과 함께 펼치기도 한다. 여성출연자가 소리를 하며 부채를 활짝 펴는 동작은 일품이라는 느낌이다.

손현규, 이재영, 박훈정, 전송이, 이현주, 김화영, 강진수, 황사무엘, 박현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택견과 소리 그리고 사당패 같은 동작과 놀이로 극적 조화는 물론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해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이너 유주영, 조명디자이너 조철민, 의상 쿠로다 시노부, 음악디자이너 감시율, 소품 히라이 아키에, 조연출 명가윤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창작집단 지오와 창작집단 꼴 합작 서종현 작, 황태선 연출의 <좀비가 된 사람들>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돋보이는 총체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7일

3, 극단 성시어터라인의 김덕구 작, 공동연출의 <게스트하우스 낙 화>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에서 극단 성시어터라인의 김덕구 작, 공동연출의 <게스트하우스 낙, 화>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입주해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다.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란 숙박시설의 하나로 외국인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한다. 1인당 숙박비가 보통 2~5만 원 정도(2013년 9월 8일 기준)로 저렴해 배낭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한다. 단독·연립·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의 빈방을 활용해 숙박 객을 받는 ‘도시 민박 업’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싱글 룸은 한 방에 침대가 하나 있는 것이다. 더블 룸은 큰 침대 하나에 두 명이 자는 방이다. 트윈 룸은 작은 침대 두 개가 한 방에 있는 방이다. 도미토리는 2~3층 침대가 여러 개 있는 방을 갖추고 있다. 도미토리는 여러 명이 함께 투숙하게 된다. 화장실은 방에 붙어 있을 수도 있고, 공용으로 써야할 수도 있다. 주방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단순히 숙박업만 하지 않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날씨, 가볼만한 곳 소개, 준비물품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지하철 역 등으로 마중을 나가는 픽업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함께 장보기, 맛 집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관광객과 직접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인기 지역은 시장이 포화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겼다. 최고 인기 지역 중 하나인 홍대 입구의 경우 약 250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그러다보니 인기 지역은 영업을 포기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230㎡ 미만의 부동산이면 구청 신고만으로 창업할 수 있다.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샤워장, 취사장 등만 갖추고 관할 시군에 허가를 받으면 건축물 용도나 도시계획구역상 지목에 관계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무대는 백색의 벽을 무대 좌우에 나란히 배치해 게스트하우스의 각 방과 공동냉장고 그리고 현관의 통로로 사용된다. 무대중앙에 식탁을 배치하고 의자 대신 사각의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사용한다. 게스트하우스지만 외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로 설정이 되고 젊은 여인들이 투숙해 있다. 그런데 이 여인들이 일종의 히키코 모리(引き籠も) 즉 은둔 형 외톨이들이다.

히키코모리(일본어: 引き籠もり ひきこもり)는 사회생활을 극도로 멀리하고,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이다. 도지코모리(閉じこもり)라고도 하며,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힛키'(ヒッキー)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증상은 1970년대부터 도래하였지만, 히키코모리의 개념은 2005년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소개하였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문화의존증후군에 의한 증상 중 하나로 히키코모리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며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상태로 본다. 일본의 출판사 이와나미 쇼텐에서 간행하는 일본어 사전 에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는 표제어로 최초 수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 다듬기에서 폐쇄은둔족(閉鎖隱遁族)이라는 말로 다듬었으나, 보통 은둔형 외톨이(隱遁型-)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2001년 정신건강의학과 여인중 박사, 이시형 박사,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강북삼성병원 등이 함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연구한 결과 한국에도 일본과 같은 ‘히키코모리’가 30여 만 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서울 한 복판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낙, 화”에 살고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세 명은 서로의 교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면서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다. 작가가 되려는 여인, 디자이너를 하는 여인,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여인이 살고 있다. 이들 속에 주인집 딸 “수인”이 게스트 하우스 관리자로 오게 된다.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있던 “수인”이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거주하고 있는 인물들과 부딪히며 친해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러나 은둔 형 외톨이들에게는 서로 간섭을 당하게 되고. 친해지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우연히 공개가 되면서 놀라 당황해 하고, 모델이 되었던 여자는 자신이 성도착증 여인으로 묘사가 된 것에 분노를 느낀다. 거기에 게스트하우수를 개축하게 되었다는 통보가 도화선이 되어, 결국 단합은커녕 입주여인들의 분노가 타올라 각자 뿔뿔이 흩어져가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연극은 사회 공동체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은둔 형 외톨이 같은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세태를 묘사한 연극이다.

이나현이 새벽, 민샛별이 설하, 조은별이 유빈, 이송이가 수인 역드로 출연해 각자 성격설정과 연기에서 좋은 기량을 드러내 보이고 갈채를 받으며 극단 성시어터라인의 김덕구 작, 공동연출의 <게스트하우스 낙, 화>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1일

4, 극단 마해의 나지훈 작 연출 출연의 <돛단배>

혜화동 소극장 천공의성에서 극단 마해의 나지훈 작 연출 출연의 <돛단배>를 관람했다.

극단 마해는 갈 마’摩’, 화할 해’諧’ 즉, 닳아 없어질 때까지 소통 한다는 뜻으로 동아방송예술대학교의 연기 파트 뿐 아닌 기획부, 무대팀, 조명팀, 음향팀, 영상팀으로 이루어진 12개의 학과의 열정 있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소통을 통해 예술 활동을 펼친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추구하려 애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나지훈은 대전 출생으로 대전만년고등학교와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30세도 안된 배우다.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지금 사랑을 잘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강조하려 하여도, 상대방을 위한 사랑을 하려해도,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사랑을 꿈꾸는 것은 저 넓은 바다 위에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빨간색 돛단배가 저희 극의 포인트에요. 극 중 영화감독인 “정희”가 “재현”에게 영화에 대해 물어보니, “서정적인 스토리에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라는 감독의 대답은 감독 자신만의 답이지요. 그런데 예술이나 연애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그냥 나의 느낌, 그냥 느끼고 있는 감성이 잔잔하게 치고 있는 파도 위에 놓여있는 돛단배와 비슷하고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라고 생각하며 돛단배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무대는 호화롭지 않은 술집이다. 정면에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좌우에도 복도를 통해 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설정된다.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상수 쪽 탁자와 의자는 영화감독의 사무실이다. 의자를 이동시켜 공원의 벤치로 사용을 하고, 의자를 나란히 놓아 영화관의 시사회 장면으로도 사용한다.

연극은 도입에 실연을 당한 배우가 술집에 앉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하수 쪽 식탁에는 남녀가 마주앉아 역시 포도주잔을 부딪고 있다. 갑자기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머릿결을 흩날리며 다가와 배우가 앉은 식탁 맞은편에 앉는다. 소주잔을 내밀며 “한 잔 딸아 주시겠어요?” 하면서… 심난해 하던 배우는 생면부지의 여인이 대뜸 술을 달라고 하니,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자리를 피하려 한다. 그러자 여인은 더욱 다정스레 말을 건넨다. 두 사람의 엉뚱한 만남과는 달리, 하수 쪽의 식탁의 남녀는 사랑이 무르익었는지 남성이 여성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청혼을 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그 식탁의 남성은 시나리오 작가, 여성은 영화감독으로 소개가 된다. 배우는 일어서 나간다, 그러자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배우가 놀라서 다가와 여인이 다리를 만지며 주저앉은 걸 보고 가까이 다가선다. 그러자 여인이 일어나 배우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한다.

배우와 여인은 동거를 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도 역시 동거를 한다. 상수 쪽 탁자에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가 들어와 영화감독과 대면한다. 촬영이 시작되면 연락을 하겠노라는 영화감독의 모습을 보고 그 미모에 놀라며, 배우가 어떤 영화를 만드느냐고 묻는다. “서정적인 스토리에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라는 대답에 배우는 너무 딱딱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늘어놓는다 한다. 영화감독은 배우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마음을 살포시 기울이게 된다. 감독과 배우는 함께 술자리로 이동을 해 대화를 계속하기로 한다. 밤늦은 시각, 귀가하는 배우와 영화감독을 각기 여인과 시나리오 작가가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까닭을 묻는다. 영화일로 늦었다며 피곤하니 일찍 자겠노라고 배우나 감독이나 혼자 잠자리로 들어간다. 미묘한 표정을 짓는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를 기다리던 여인의 모습에서 암전이 된다. 배우와 영화감독은 차츰 마음 뿐 아니라 몸까지 밀착시키는 관계로 진전된다. 당연히 배우의 동거녀와 감독의 동거남은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영화시사회장에서 만난 네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변화시킨 상대를 알아차리게 되고, 결국 감독과 작가 그리고 배우와 동거녀는 파경에 이르는 것으로 연출된다. 마지막 장면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배우 앞에 머릿결을 흩날리며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이 다가와 맞은편에 앉으며 술 한 잔 주시겠어요? 하며 술잔을 내미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나지훈, 정은지, 유시온, 이하연 등 출연자 전원의 뛰어난 모습 뿐 아니라 감성적 연기에 관객은 도입부터 연극에 몰입하게 되고, 커튼콜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기획 정세라 심영선 이주영 정다솔, 음향 장희나, 음악 박인경, 영상 서혜선, 조연출 정세라 국정현, 포스터디자인 두나임, 조명 서윤미, 예술감독 김상교 남궁영, 무대디자인 박의빈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마해(대표 고서형)의 나지훈 작 연출 출연의 <돛단배>를 관객의 감성을 고취시키는 한편의 로맨틱 러브스토리로 창출시켰다.

7월16

5, 극단 전원의 임주현 작, 조희성 각색, 김상윤 연출의 <카뎃 블루>

혜화동 소극장 천공의 성에서 극단 전원의 임주현 작, 조희성 가객, 김상윤 연출의 <카뎃 블루>를 관람했다.

임주현 은 중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성대학교 (Hansung University)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미녀 작가로 <장례식> <카뎃 블루>를 발표 공연한 기대되는 작가다.

김상윤 연출가는 청운대학교 졸업 이후 팀을 꾸려 어린이공연을 1년 여간 하며 경험을 쌓아온 젊고 미남인 연출가다. 이후 중앙대 학생들의 극단이었던 “전원”을 물려받아 현재 극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상윤 연출가는 극단 “전원”을 자연처럼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연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카뎃 블루(Cadet blue)는 사관학교 생도를 의미한다. 연극 “카뎃 블루”는 청년들의 꿈을 교육하는 “드림센터”라는 허구의 공간에 “성열”이 등장하며 성공이라는 가치만 쫓아가는 이들을 설득해 진정한 꿈과 낭만이 무엇인지를 묻는 연극이다.

무대는 정면 중앙에 통기타 한 개를 배경에 기대 세워놓았고, 마지막 장면도 세워놓은 통기타로 마무리를 한다. 하수 쪽에는 개집처럼 만든 조형물이 있고, 2m 높이와 니은(ㄴ) 자처럼 바닥이 달린 조형물 여러 개를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쓰러뜨리거나 바로 세워 장면전환에 대처한다. 무대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상수 쪽 객석으로 오르는 통로도 등퇴장 로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군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연 중간에 출연자들이 부르는 노래인 카펜터즈의 “Yesterday Once More”, 폴 사이먼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와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비틀즈의 “Let It Be” 등의 노래가 작품내용에 어우러져 마치 음악극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연극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섞여 있는 어느 세계의 일부분이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으나 그 방법이나 꿈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한 주인공 “성열”은 어머니가 정해준 직업 ‘변호사’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진행하는 청년 드림 센터의 쉐어 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교장은 인물이 출중하고 고품격의 중년남성이다. 절대적인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생도들은 그를 제왕처럼 떠받든다.

쉐어 하우스엔 모든 직업의 전문화 과정을 8단계로 나누어 센터의 플랜대로 일과를 계속하고, 이제 7단계로 전문화 과정의 막바지를 이수하고 작곡가를 목표로 하는 희열과 체육교사를 목표로 하는 6단계의 희열의 쌍둥이 여동생 희선 외 기훈, 준호가 교육을 받고 있다.

성열은 1단계를 이수 과정이라, 쉐어 하우스의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개집에서 생활을 하며 센터의 매뉴얼 화 되어있는 플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진 희선과 그걸 방관 하고 매뉴얼 화 된 생활을 유지하는 희열, 센터를 보며 무시되는 인간성과 시스템화 된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희선의 실종은 ‘피터팬’이라는 인물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운, 준영, 성열은 희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쌍둥이인 희열은 오히려 냉담하고 자신의 전공에만 열을 기울인다. 성열은 교장에게 찾아가 희선이 행방불명되었음을 알린다. 그러나 교장 역시 그 일과 교육프로그램과는 별개의 문제이고 상관이 없는 일이니,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라며 희열의 진정성을 교장은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는 격처럼 흘려버린다. 희열은 더욱 희선 찾기에 열중한다. 그러나 희열은 희선의 행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후반에 소개가 되면서, 인간성을 상실하거나 도외시해 가면서 출세 지향적 전공에만 몰두하는데 대한 분노와 회의를 품고 성열은 셰어하우스와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전승우, 이진, 정주호, 소장호, 남태관, 오선영, 손진영, 손지원, 김대종, 홍준기, 조희성, 김민정, 우선화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안연제, 기획 이정한, 예술감독 김대종, 무대미술 신명선, 조명감독 김영준, 편집디자인 조은주, 안무가 박인해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전원의 임주현 작, 조희성 가객, 김상윤 연출의 <카뎃 블루>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감지되는 한편의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 19일

6, 극단 하 권정미 작 연출의 <身과 情>

혜화초등학교 맞은편 소극장 천공의성에서 극단 하의 권정미 작 연출의 <身 & 情>을 관람했다.

권정미 연출은 국민대 국문학과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다. <빛과 어둠사이에서> <참 오랜만이야> <십년후> <피터> <카페 거기>를 집필 또는 연출한 미모의 연극인이다.

이번 연극 “신&정”은 몸 ‘身’과 정신 ‘情’을 표현하는 연극이다.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 몸과 정신의 대화를 다루는 연극으로 하루 동안의 일상을 보여준다. “신&정”에서 “身”과 “情”은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대화를 나누며 평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순간의 모습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만들고, 일상생활과 죽는다는 것이 별반 다를 게 없으며, 죽음이 두렵다거나 싫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일상생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연극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있는 열고 닫는 문을 제외한 배경과 벽 전체를 마치 주렴처럼 노끈을 촘촘하게 늘어뜨리고, 끈에 다양한 색상의 테이프를 붙여 놓았다. 무대 좌우의 등퇴장 로에도 역시 노끈을 늘어뜨리고 출연자들이 끈을 잡아당기거나 엮으며 연기를 한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있는 무대 공간 역시 노끈을 주렴처럼 늘어뜨리고, 구석에 크고 굵은 백색 촛대를 놓아두고 출연자가 극 중간에 불을 붙여놓는다. 의자 두 개를 들여다, 버스의 좌석으로 사용을 하고, 집에서의 의자로도 사용한다.

연극은 도입에 자매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천천히 되풀이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태권을 하는 동작을 보이고, 바닥에 엎드려 눕기도 하고, 옆으로 눕거나 앉거나 하면서 팬터마임 같은 동작을 연출해 내기도 한다. 우산을 꺼내 쓰는 것으로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설정하고, 차가 지나가면서 물이 튀어 뒤집어쓰는 장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의자 두 개를 버스 안의 좌석으로 설정하고, 돌연한 사고로 인해 몸이 상승하고 뒹구는 장면도 팬터마임 하듯 표현된다. 물론 사고사를 당한 자매가 주고받는 대화가 있기는 하지만 생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풍선을 부는 장면이라든가, 두 개의 커다란 자루를 촛불로 부풀려 둥글게 만드는 동작이라든가,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찾는 모습 과 다정했던 모습의 자매가 잠시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실생활과 똑 같은 죽은 후의 동작이 연극에서 계속된다. 대단원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자매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계속하다가 무대 바닥에 엎드리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경쾌한 음악이 계속되는 것에서 죽음과 삶을 구별시키지 않고 낙천적으로 표현하려 한 연출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는 공연이다.

박현민과 조현주가 자매인 身과 情으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호연과 열연을 해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이상민, 기획 하유빈, 무대감독 이은지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하의 권정미 작 연출의 <身 & 情>을 연출가의 창의력과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초현실주의 실험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5일 박정기(朴精機)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힐링 명작 페스티벌 장두이 각색 연출의 3인 3색 공연총평

 

1, 프란츠 카프카 원작, 장두이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명륜동 아름다운극장에서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1인극 중, 프란츠 카프카 원작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관람했다.

공연은 3인의 연기자가 세 개의 작품을 제각기 공연한다. 안톤 체호프 원작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와 미국 흑인 여성 작가 엔토자케이 숑게이의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 원작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피터> 등 세 편이 공연된다.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는 일요일에만 공연한다.

장두이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무용학과,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연극학과, 동국대학교대학원 연극영화학과, 뉴욕시티대학교 브루클린대학대학원 연극 석사 출신의 명배우로 연극과 영화 수많은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뉴욕 드라마 클럽 특별상, 백상 예술 대상 남자 연기상, 아시아 소수민족 예술가상(뉴욕), 미국 OBIE 연극상을 수상했다.저서로는 장두이의 연기실습론(2000), 장두이 희곡집(1998), 자전 에세이 공연되지 않을 내 인생(1996), 삶의 노래(1992), 장편소설 아메리카 꿈나무(1992) 등이 있다.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강연하러 나온 전직 교수가 인생과 아내에 대한 푸념을 쏟아내는 내용의 풍자 코미디다. 원작은 매우 짧은 내용이지만 시대에 맞춰 각색해 분량을 늘렸다. 성우로 시작해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를 해온 배우 임성표가 출연한다.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에서는 애니메이션부터 낭독 공연까지 목소리 연기를 해 온 전영수가 출연한다. 7명의 흑인 여성이 출연해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겪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원작을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장두이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는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가 원작의 제목이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단편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1917년에 집필하고, 같은 해 월간지 “유대인”에 발표했다. 호프만의 단편소설 「개 베르간자의 최근의 운명에 관한 소식」과 「교양 있는 원숭이 밀로가 북아메리카 여자친구 피피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빌헬름 하우프의 「젊은 영국인」의 영향을 받았다. 소위 인간으로 변한 원숭이 피터가 어떤 학자 모임의 요구에 따라 원숭이 시절의 삶과 인간으로의 변화과정에 관하여 강연을 한다. 그는 이 과제를 아주 능란한 언변으로 풀어나간다. 호프만과 하우프의 단편소설을 모범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풍자가 핵심을 이룬다. 다윈의 진화론뿐만 아니라 문명 전체를 이 작품은 조롱한다.

1883년 카프카가 태어났을 당시, 체코 프라하에는 체코인, 독일인, 유대인이 섞여 살았다. 그는 프라하의 다수 집단인 체코인이 아니었고, 독일어를 사용하긴 했으나 독일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는 서방 세계에 동화(同化)된 유대인이었기에, 유대인 고유의 정체성도 지니지 못했다. 카프카는 소수 집단 중의 소수에 속했으며, 그런 가운데 주류 집단에 동화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데 대한 고뇌, 갈등,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제 나름대로 자수성가한 중산층 가장이었고, 아들이 상류층에 속하기를 바랐기에 독일어 학교에 보냈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작가의 길이 자신의 실존을 위한 중차대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카프카의 아버지는 전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나 대도시로 상경해 성공한 전형적인 서부 유대인으로, 유대교의 전통을 지키려 애썼던 동부 유대인을 혐오했다. 반면 카프카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된 현실에 괴로워했다. 카프카는 한편으로는 계몽된 서부 유대인 사회를 혐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부 유대인의 문화, 진정한 유대인의 삶을 동경하면서 그 내적 갈등을 소설에 담았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유럽 원정대에 의해 잡힌 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해 온 아프리카 원숭이 피터가 그간 자신이 겪은 일을 학술원에 보고하는 이야기이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서 인간에게 잡힌 원숭이 피터는 자신이 ‘자유’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모방한다는 탈출구를 선택한다. 그러나 원숭이 피터의 선택은 배 안 궤짝에서의 탈출이자 동물원 우리 철창에서의 탈출일 뿐, 갇힌 공간에 전시되는 원숭이라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인간 사회의 눈높이로 보면 그는 여전히 전시 대상이다. 그는 창살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거기에서 자유의 몸이 되거나 진화된 인간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신기한 타자로 전시될 뿐이다. 여기에서 유럽에서의 유대인 동화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서부 유대인들에게 ‘동화’는 자유를 누릴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택한 탈출구였으나, 결국 그들은 유럽 주류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

장두이는 카프카의 소설을 각색해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로 제목을 바꾸고 연출 출연 뿐 아니라 음악도 선곡을 해 열창을 한다. 미국의 가수, 재즈 음악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의 〈What A Wonderful World〉 〈La Vie En Rose〉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그리고 최희준의 가요 영화 <하숙생>의 주제가를 열창해 갈채를 받는다.

무대는 중앙에 크고 작은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계단식으로 가로 늘어놓고, 그 위를 오르내리며 연기를 하고 노래도 부른다. 하수 쪽 천정에는 기다란 등 모양의 조형물을 매달아 놓고, 배경에는 여러 개의 백색 커튼을 철제 조형물에 걸어 놓았다. 무대좌우에 원숭이의 두상과 인간의 두상을 철 지주 위에 받쳐놓았고, 중앙에 해골전신상도 매달아 놓았다. 크고 작은 두개골을 무대좌우 사각의 입체조형물 위에 얹어 놓았다. 중앙의 입체 조형물에는 작은 생철로 된 건반악기가 걸려있어 그걸 가지고 노래 반주를 한다. 의상은 백색 상의에 세로 줄이 들어간 하의를 입고, 빨간 바탕의 셔츠를 속에 입고, 톱 햇(top hat)를 쓰고 출연해 마치 곡마단의 어릿광대처럼 모노드라마를 펼쳐간다. 과거 추송웅을 비롯해 많은 연기자들이 이 작품공연을 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의 호응과 공감대 속에서 연극성, 작품성, 대중성, 음악성까지 고루 갖추어진 공연이라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음악 신수정, 기획 홍보 오주희, 조연출 신진호, 무대감독 김태윤, 드라마투르기 고찬하, 디자인 김혜빈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반영되어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1인극 중, 프란츠 카프카 원작 각색 연출 출연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안톤 체홉 원작 장두이 각색 연출 음악의 임성표의 1인극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

모노 드라마(monodrama)는 혼자서 하는 일인 극을 말한다. 그리스어 모놀로그(독백, monologue)와 드라마의 합성어로서 시종 혼자서 만들어 가는 연극이다. 주로 배우의 명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공연되었고, 독일의 배우 겸 극작가 요한 브란데스가 시작해, 1775-80년경 독일에서 유행했으며, 18세기에 루소의 <피그말리온>(1762), 브란데스의 <낙서스 섬의 아리아도네>, 체호프의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O Verde tabaka, 1886>>, 그리고 장 콕토의 <목소리(La voix humaine, 1930)>등이 가장 유명하다. 특수한 예로는 러시아의 극작가 N.에프레이노프의 작품이 있다. 그는 ‘희곡은 내적 자아의 투영(投影)이어야 하고, 한 사람의 인간은 여러 가지 실체를 지녔으므로 그것을 등장인물들이 연기함으로써 주관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객관화되어 저마다 관객과의 결합이 생기는 것이다’라는 독자적인 모노드라마 론을 전개했다.

20세기에는 여배우 루스 드레이퍼가 공연한 것과 같은 1인극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모노드라마는 브라우닝의 의미에서 극적 독백(dramatic Monolocus)이다. 그것은 하나의 연결된 스토리를 말하는 다양한 율격(meter)과 각운(脚韻)이 있는 8행의 시구(stanza) 형식으로 쓰인 극적 독백으로 구성된 경우이다.

한국 현대극에서는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1977), 김동훈의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1969), 박정자의 <위기의 여자>(1986), 김혜자의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손숙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 김지숙의 <로젤>, 박리디아의 <전화 잘 못 걸렸습니디>,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노로그>, 백진기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 윤미란의 <이녁> 임형택/유순홍/신현종의 <염쟁이 유씨>, <최성웅/김필의 <술꾼> 박정순의 <네모난 세발자전거>, 남명렬/지현준의 <나는 나의 아내다> 김태훈의 <담배의 해독에 대하혀> 박민관의 <빌라도의 고백> 양승한의 <너 돈키호테> 심철종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윤예인의 <미친 엄마 진혼> 등이 유명하지만 우리 고유의 완창 판소리 <춘향가> <적벽가> <흥보가> 꾼도 포함시켜야 하겠고, 임진택의 판소리 <남한산성>은 절창이라 평하겠다.

임성표(1957~)는 서울예대 출신의 KBS 성우 18기로 1983년에 입사하여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악마와 간신배 같은 음흉한 악역에 탁월한 기량을 드러내고, 소년탐정 김전일 비디오판에서 맡았던 타카토 요이치는 잘생긴 악역인데, 간사한 노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목소리 자체가 하이 톤이라서 개그 연기도 잘하는데, 이때 악역 연기와 비교해보면 음색차가 그다지 크게 나지는 않는 편이다.

임성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며 집사 직을 겸하고 있다. 외화에서는 황정리 전담으로 과거 SBS에서 설 특집으로 방영된 취권에서 원판을 초월한 악역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또한, 사탄의 인형 처키를 거의 도맡아서 했는데 탁월한 기량 때문에 팬들은 임성표 연기를 높게 평가한다. KBS 무대 시인학교에도 참여했다.

무대는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와 같은 무대지만, 안톤 체홉의 초상에 담배를 콧구멍에 낀 사진과 폐에 이상이 생긴 사진을 족자처럼 긴 철제 대에 걸어놓고 플라스틱 의자를 들여다 연기를 한다.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는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이야기지만 담배의 해로움이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엔 해로운 담배에 대해서 이야기 하러 나온 남자의 하소연과 푸념으로 가득하다. 현재 남자는 폐에 이상이 심각한 상태라 남자 간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담배의 해독에 관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담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는 강연자는 자꾸 이야기가 산으로 향한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서운하고 공허했던 이야기들을 다 쏟아낸다. 세 딸들에게 웃음거리가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내에게 허수아비, 독사, 사탄 등의 욕설을 들었던 일화 등을 털어놓는다. 아내가 강연에 왔는지 안 왔는지 연신 힐끔거리면서 눈치를 보는 모습도 나약한 공처가 모습 중 하나다. 가끔 담배를 피우려고 하지만 남자 간호사의 제지로 피우지 못한다.

담배에 대한 강연은 안중에도 없고 아주 작정한 듯 인생 푸념과 아내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을 통해서 관객 역시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강연을 망각하게 된다. 관객은 망각된 자리에서 초라한 아버지의 초상을 만나게 된다. ‘33년 동안 산 아내에게서 도망가고 싶다’, ‘결혼식 때 입었던 예복을 찢어 버리고 싶다’, ‘한 때 자신도 젊고 순수하고 꿈꾸는 청년이었다.’ 등의 절규가 최고조에 이를 때 즈음 21세기 아버지들의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담배 강연은 19세기 러시아 공처가와 21세기 한국의 아버지의 간극을 좁혀 가는 시간인 셈이다. 얼마나 토로할 곳이 없었으면 청중들 앞에서 털어놨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담배의 해독에 관하여’에는 체홉의 문학적 황금기(4대 장막과 여타 작품들)에 종종 등장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텔리겐차(지성인)’의 과도기적 모습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0년 넘게 학문적 속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지만 강연를 통해서 그의 지성과 사유가 전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대단한 학문적 업적보다 아내를 도와서 자질구레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이러한 지점들은 왠지 모르게 체홉의 4대 장막과 여타 작품 속에서 지성인의 의무를 계획하고 이행하지 못하는 인텔리겐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바노프>에서 향락, 사랑, 지위, 돈 등을 모두 누려본 이바노프가 종국엔 무기력에 빠지는 모습이나, <갈매기>에서 새로운 형식의 예술에 목말라 하지만 스스로 무너져 가는 꼬스쟈의 모습이 그러한 경우다. <벚꽃동산>에서 트로피모프는 인생, 우주, 철학에 대해서 거창하게 떠들어 대지만, 학생 딱지를 벗지 못하는 만년 대학생일 뿐이다.

원작은 5분 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짧다. 하지만 장두이 각색 연출의 임성표의 1인극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는 30분가량의 공연시간이고 독특하고 강렬하다. 가정과 사회에서 작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아버지의 슬픔과, 담배 강연을 까맣게 잊고 푸념을 바쁘게 토해내는 유쾌한 풍자가 동시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 각종 타악기와 건반악기를 동원해 음악까지 직접 연주해 극적 분위기 창출시키는 장두이의 연주는 100%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원작에서처럼  “Dixi et animam levavi!” “영혼이 가벼워졌다”는 의미를 관객은 느끼게 되면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3, 엔토자게 샹게 원작 장두이 각색 연출의 전영수의 1인극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

엔토자케 샹게(Ntozake Shange, 1948~)는 뉴저지의 Trenton에 있는 Paulette L. Williams 중산층 가정에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인 Paul T. Williams는 공군 외과 의사였고, 그녀의 어머니 Eloise Williams는 교육자이자 정신과 사회 복지사였다.  그녀가 8 세가 되었을 때, Shange의 가족은 인종 차별적 인 도시인 St. Louis 로 이주했다. Brown 대에서 Shange는 인종 차별과 인종 차별적 인 공격에 견디며 백인전용 학교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Shange의 가족은 예술에 강한 관심을 갖고 예술 교육을 장려했다. 이른 나이부터, Shange는 시에 관심을 가졌다. Trenton에있는 그녀의 가족과 자랄 동안, Shange는 그녀의 여동생 Wanda (지금 극작가 Ifa Bayeza 로 알려지는)와 함께 시독회에 참석했다. 시 독회는 평생 그녀에게 영향을 주었다. 1956 년 Shange의 가족은 St. Louis로 옮겼다. 이곳에서 Shange는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 학교에서 “영재 교육”을 받았다.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Shange는 명백한 인종 차별주의와 괴롭힘에 직면했다.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그녀의 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Shange가 13살일 때, 그녀는 로렌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저지 로 돌아 왔다.  1966 년에 Shange는 뉴욕 시에 있는 Barnard 대학 에 입학했다.  Barnard에서 그녀의 시간 동안, Shange는 친구 Barnard 학생과 시인이 될 Thulani Davis를 만났다. 2명의 시인은 후에 Shange와 행동을 함께 하게 된다. Shange는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로스앤젤레스 남쪽 캘리포니아 대학 에서 동일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대학 1 학년 때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녀의 이혼과 우울증 그리고 소외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1971 년에 Shange는 그녀의 이름을 Xhosa 에서 Ntozake로 바꿨다. Ntozake는 “자신의 물건을 가진 그녀”를 의미하거나 “걷거나 사자와 함께 살다”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1975년 Shange는 캘리포니아 주 로스 앤젤레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1973 년에 미국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으로 돌아간다. 바로 그 해에 그녀의 가장 유명한 연극이 발표 공연된다 –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Four colored girls who have considered suicide when the rainbow is enough)>다. 오프 브로드 웨이 에서 처음 제작 된 이 연극은 곧 부스 극장에서 브로드웨이로 옮겨졌으며 Obie Award , Outer Critics Circle Award 및 AUDELCO Award를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이 연극은 미국에서 유색 인종 여성의 삶을 연대순으로 정리 한 시가 원작이다. 그 시는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1977년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2010 년에, choreo poem은 타일러 페리 감독의 영화 <컬러 걸스>로 제작되었다. 그 이후 Shange는 Black Experience를 탐구하는 Bertolt Brecht의 의해 연극 <억척어멈과 자식들Mother Courage와 Her Children (1980)>의 소재가 되어 발표 공연되었다.

1978년 Shange는 여성 언론 자유 연구소 (WIFP)의 준회원이 되었다. WIFP는 미국의 비영리 출판 단체다. 이 단체는 여성 간의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고 대중과 여성 기반 미디어의 형태를 창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2003년에 Shange는 Lavender Lizards와 <Lilac Landmines> <Layla’s Dream> 의 제작 및 감독을 맡았고, University of Florida, Gainesville 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Shange의 시, 에세이 및 단편 소설은 Black Scholar, Yardbird, Ms. Essence Magazine, Chicago Tribune, VIBE 및 Third World Women을 비롯한 수많은 잡지와 선집에 실렸다.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Four colored girls who have considered suicide when the rainbow is enough)>의 원작은 아프리카 계 미국인 여성들이 삶을 통해 직면하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를 표현한 장편 시극이다. 서로 연결되어있는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 음악과 더불어 공연된다. choreo poem은 7명의 이름 없는 흑인 여성이 출연한다. 그들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갈색, 보라색의 숙녀로 등장한다.  강간 , 포기, 낙태 , 가정 폭력 등의 내용이 극적으로 전개된다. 연극이 끝날 무렵에는 여성들이 원형으로 모여서 단결을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장두이 각색 연출 연주의 이 연극은 전영수의 모노드라마로 연출된다.

전영수는 KBS 공채 38기 미모의 여성 성우로 연극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니메이션으로는 롯데월드 ‘3D 애니메이션 원피스’ – 루피, 아이브라보 닷컴 애니메이션 – 슈, 옹스를 녹음했고, 게임으로는 군주, 그녀의 기사단, 기동전사 건담 해후의 우주, 썬(SUN), 아틀란티카, 엘소드 – 헬렌진 삼국무쌍 온라인, 창천, 타르타로스 온라인 – 이실리아, 라미아, 퀸시 등 그 외의 다수 작이 있다.

방송, 영화로는 심마니이야기(KBS), 나도야 간다(MBC), 가문의 부활, GS홈쇼핑 등이 있다.

내레이션으로는 라디오 CM, KBS 생활의 발견,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TV 책을 보다, KBS 파노라마 더빙 등 다수녹음을 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연극인이다.

<무지개가 뜨면 자살을 꿈꾸는 여자(Four colored girls who have considered suicide when the rainbow is enough)>는 원작에서는 7인의 흑인여성배우가 출연하지만 이번 모노드라마에서는 전영수 혼자서 1인 다 역을 해낸다. 무대 상수에서 자리를 잡은 장두이의 음향과 음악효과로 극적효과가 새로이 창출된다. 전영수는 플라스틱 의자를 사용하고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의자의 기대기도 하고, 무대바닥에 눕기도 하면서 명확한 대사전달과 경쾌한 동작과 자태로 마치 백합꽃 같은 향기를 흩날리며 극장을 가득 채우는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음악 신수정, 기획 홍보 오주희, 종연출 신진호, 무대감독 김태윤, 드라마투르기 고찬하, 디자인 김혜빈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장두이 레퍼토리 극단의 힐링 명작 페스티벌 장두이 각색 연출의 <3인 3색>을 연극사에 남을 명작 1인극페스티벌로 탄생시켰다.

7월 29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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