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연출가전 공연총평
– 박정기
2013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가 마련한 아시아연출가전은 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의 중견여성연출가의 연출로 안톤 체호프의 작품 중 <바냐 아저씨>와 <벚꽃동산> 그리고 <결혼피로연>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3월29일부터 4월7일까지 공연해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대만과 일본인 관람객은 물론 우리나라 관람객의 깊은 관심과 관극으로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1, 아시아 연출가전 첫 번째 대만 연출가 부유혜(傅裕惠)의 안톤체호프 작<바냐 아저씨>
작가 안톤 체호프
연출 부유혜
공연기간 2013년3월29일~30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3월29일 오후7시30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의 아시아 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인 대만 여류연출가 부유혜(傅裕惠)의 안톤 체호프 작 <바냐 아저씨>를 관람했다.
부유혜(傅裕惠)는 미국뉴욕 시러큐스대학과 대만국립정치대학 출신 여류연출가로 국립대북예술대학과 국립대만예술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How I learned to drive> <Blithe Spirit> <Portrait Dora> <The Visit> <순부가> <귀여운 청춘> <비아동> 그 외 다수 작품의 연출을 했다.
무대는 2단 높이의 소극장 전체를 차지하는 정사각의 무대로, 긴 나무벤치 여섯 개와 의자 두 개, 그리고 탁자 한 개를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그리고 <바냐 아저씨>에 대만 희곡작가 시여방(施如芳)의 <가자희(歌仔戱)>의 일부분을 음악과 함께 첨가해 공연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장구와 꽹과리를 두드리는 두 명의 연주자가 자리를 하고,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와 무대 오른쪽 객석과 먼 곳을 등퇴장 로로 설정했다.
연극은 도입에 타악 연주음과 함께 바냐를 비롯해 어머니, 이모, 딸, 의사와 극단원이 등장해 춤을 추듯 또는 무예를 익히는 동작을 보이고, 객석을 향해 합장도 한다.
<바냐 아저씨> 원작의 내용대로 교수부부가 이 전원마을로 돌아온다. 교수는 나이 들어 불편한 몸이지만 부인은 젊고 어여쁘다. 교수의 전처는 바냐의 누이였고, 딸을 하나 두었고, 딸이 과년한 처녀가 되었지만, 딸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여인과 결혼해 전처와 살던 고장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바냐와 마을의사 아스트로프는 교수부인의 엘레나의 미모에 정념을 품는다. 그러나 바냐의 어머니는 죽은 딸의 남편이었던 교수를 환영한다. 이모 역시 성품이 따뜻한 여인이라, 교수내외 뿐 아니라, 전처의 집을 찾은 교수를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바냐와 전처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딸 소냐를 다독이며 진정시킨다.
갈등요소가 생기면 극단원들이 등장해 연희동작을 해 보임으로써 갈등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악 연주자가 무대 반대편으로 이동해 냉장고 마임을 하는 등의 볼거리가 추가된다. 교수의 후처 엘레나에 대한 바냐의 연정은 무산되지만, 지방의사인 아스트로프와 엘레나는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아스트로프를 연모하던 소냐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사랑내용과 복선으로 지역개발과 함께 땅값 상승을 이유로 교수는 처가의 토지를 매각하도록 종용하고, 이 땅에서 자라나고 농사를 짓던 바냐는 교수의 제안에 적극 반대해 칼까지 휘두르며 항의를 표한다.
대단원에서 교수는 전원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엘레나와 아스트로프의 사랑도 마무리를 하게 되고, 교수내외는 작별을 고한다.
바냐와 소냐, 어머니와 이모, 아스트로프와 극단사람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개발로 인해 전원풍경이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이 고장에 계속 머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승철, 이동환, 이혜림, 연해성, 박우열, 이광복, 이영민, 나규진, 유은정이 출연해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배우와 연출의 기량과 호흡이 일치하는 장면을 극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이슬과 이은진이 타악 연주와 마임이스트, 그리고 마을사람 역을 해 갈채를 받았다.
무대 임은지, 의상 김정향, 분장 박팔영, 음악 서상완, 조연출·움직임지도 이광복(대만), 통역 이배 등 스텝 진의 기량 역시 하나가 되어 안톤 체호프 작, 부유혜(傅裕惠)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지역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만풍의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 코바야시 나나오(小林 七緖) 연출의 <벚꽃동산>
작가 안톤 체호프
연출 고바야시 나나오
공연기간 2013년4월2일~3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4월2일 오후2시
코바야시 나나오는 <Space早稲田> <金魚のように> <Deeeeeeeeeep !> <同窓会へようこそ> <佃典彦新作書き下ろし> <マッチ売りの少女のマッチを> <よしもと神保町花月> 외 여러 작품을 연출하고, 와세다(早稲田) 대학 법학부 출신의 여류 연출가 겸 배우다.
<벚꽃동산(Вишнёвый сад)>은 안톤 체호프가 1903년에 발표한 4막 희곡이다. 체호프는 이 작품을 “희극 <벚꽃동산>”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러시아 남부 아름다운 벚꽃동산으로 유명한 지역이 배경이다. 몰락한 지주의 부인과 오라비는 <벚꽃동산>으로 돌아와 추억에 잠겨 행복스런 한때를 보내지만,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파산에 대처하지 못해 영지인 <벚꽃동산>을 비록 농노의 자식이지만, 현재는 경제력 최강자인 인물에게 경매를 통해 내어주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결국 영지를 떠나게 되는 줄거리를 희극으로 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 극예술연구회 공연이래, 국공립극단은 물론 각 극단에서 <벚꽃동산>을 서정적이고 비극적으로 그렸으나, 코바야시 나나오가 체호프의 작의를 살려 희극적으로 연출해 냈다.
무대는 붉은 색조의 커다란 6폭 병풍 같은 가리개를 정면에 세우고, 가리개를 열어젖히면 어두운 배경에 <벚꽃동산>이 드러나는 것으로 설정했다. 가리개 안쪽은 조명효과에 따라 춤추는 장면 등이 보이기도 한다. 무대 왼쪽 벽과 오른쪽 벽에도 두툼한 붉은 색조의 벽의 단면을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고, 무대 한 가운데에는 침상처럼 보이는 직사각의 목제 단과 손잡이가 고풍스러운 나무의자 몇 개를 배치해 출연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했고, 음식을 나르는 이동운반대도 사용한다.
1막 도입과 4막의 마지막을 백발의 노복의 등장으로 서글프게 처리했을 뿐 영주부인과 오라비, 두 딸, 이웃 사람들, 하녀, 영지를 낙찰 받는 사나이 등은 활기차고, 경쾌하고, 약동하는 모습의 동선을 연출했고,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과 무곡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등장인물도 가냘프게 보이는 인물과 살찐 인물, 키가 큰 인물과 작은 인물, 장발과 단발, 나이든 노인과 젊은 처녀 등 인물 한명 한명을 적절한 대비와 조화로 연출해 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등 연출의 기량이 잘 드러난 공연이었고, 조하영의 안무도 극적 분위기 상승의 일익을 담당했다.
홍은정, 서혜림, 깁정현, 황찬호, 신동훈, 송현섭, 홍성락, 서지원, 박민지, 박현경, 양종윤 등 출연자 각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희극적으로 이끌어가려는 열정이 잘 드러났고, 오노 미치코(小野 理子)의 번역과 코바야시 나나오(小林 七緖)의 각색, 그리고 천수연의 일본어 대본 번역 등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가 마련한 아시아연출가전 두 번째 작품인 안톤 체호프 작, 코바야시 나나오 연출의 <벚꽃동산>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3, 이정하 각색·연출의 <결혼피로연>
원작 안톤 체호프
연출 이정하
공연기간 2013년4월6일~7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4월6일 오후7시30분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김성노)가 마련한 아시아연출가전 세 번째 작품인 안톤 체호프의 <결혼피로연>을 이정하 연출로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연출가 이정하 세명대학 교수는 <암각화 AD2001> <문.벽.콘크리트>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우리오마니 살아계실적에> <몽, 정녕 니가 꿈이더냐?> <몽중설몽> <최진태 살인사건> <여름제비> <고향> <불청객>을 연출하거나, 극작·연출을 한 여류연출가다.
<결혼피로연>은 체호프의 단막희극이다. 2011년에 극단 각인각색에서 박상하 역, 이정하 연출로 설치극장정미소에서 한국 초연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숲 도깨비> <갈매기> <벚꽃동산>에 비해, 단막극이지만 다수의 등장인물과 등퇴장 로의 복잡, 군중 장면과 군무(群舞) 씬, 대소도구의 이동 등 동선활용의 어려움으로 연출가들이 외면하던 작품을 이정하 교수의 탁월한 연출기량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이번 아시아연출가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무대는 삼면 벽을 레스토랑의 통로로 만들고 난간을 달아놓았다. 난간 안쪽으로 식탁과 의자를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고, 정면 벽에는 붉은 문양의 멋진 휘장을 늘어뜨리고, 사진 등의 액자를 그 좌우 벽에 걸어두었다. 무대 좌우로 주방과 객실로 통하는 통로가 있고, 레스토랑의 입구는 소극장의 출입구로 설정했다.
연극은 시작부터 객석 가까이에 있는 식탁에 신부복색의 여인이 객석에 등을 돌린 채 앉아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레스토랑의 종업원이 질서정연하게 등장하고, 해군복장의 지배인이 등장해 푸쉬킨의 명시(名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를 읊는다. 신부의 부모와 하객들이 차례로 등장할 무렵, 신부는 슬그머니 퇴장해 모습을 감춘다. 하객(賀客) 중에는 신부의 첫 연인이 포함되고, 여가수와 그리스인 청년까지 등장한다. 음주벽이 있는 신부의 부친과 술병을 찾아내어 치워버리는 모친, 연회를 진행 지휘하는 해군복장의 지배인, 그리고 객석에 들어찬 관객도 하객으로 설정된다. 서민가정의 결혼식 피로연이기에 고위층이나 명망 있는 인사의 방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는 그나 제나 매일반이기에, 하객 중 해군장성출신인 장군(將軍)이라 불리는 한 인물이 등장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신랑과 신부의 옛 연인이었던 인물과의 갈등이 노출되고, 개개인의 성격과 직업이 알려진다. 신부의 부모와 하객들, 그리고 종업원들이 벌이는 군무는 단연 볼거리이고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새 인물이 등장해 장군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드디어 백발과 구부정한 체구의 장군이 등장하면 피로연장은 환영일색으로 활기를 띤다. 몇 순배 술잔이 돌아가고, 드디어 장군이 해군시절 군함을 조정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진두지휘(陣頭指揮)하듯 하객에게 호령호령하며 식탁을 이동시키는 장면이 한동안 벌어진다. 하객도 장군의 지휘에 영광과 만족을 표하고 장군의 지휘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러나 지배인의 제지로 법석이 중지되고, 술에 취한 장군은 자신의 실체를 고백한다. 가족이 돈까지 주고 부탁해 모셔온 인물은 실은 장군이 아니라 퇴역 중령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피로연장은 충격과 함께 침묵(沈黙)에 빠지고, 해군복장 지배인의 푸쉬킨의 시낭송을 끝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조주현, 박무영, 윤여학, 강선희, 손경원, 김신용, 김정익, 이경훈, 서승인, 유지선, 김수미, 박소영, 김종운, 노상현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율동은 객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이송, 조연출 최운학, 액칭코치 박상하, 움직임지도 김선권, 안무 조하영, 조명디자인 황동균, 조명오퍼 김정훈, 조명팀 이주열·김희동, 의상어시스턴트 권태연, 음악작곡 조은나, 음향오퍼 유승진, 영상촬영 문지수, 기획 조현지 등 스텝의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난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아시아연출가전의 마지막 작품인 안톤 체호프 작, 이정하 연출의 <결혼피로연>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연출가전’은 SK D&D가 후원하고 슈피겐 SGP와 도서출판 북극곰이 협찬했다.
아시아연출가전 3 작품의 공연을 통해 작품의 해석이라든가 공연형태, 그리고 표현방식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마다의 문화적 특성이 드러나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관계자들의 노고에 치하하고, 참가한 연출가 세 분과 출연자 여러분, 그리고 스텝 전원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