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집이다> 서울연극인대상 평가단 총평
공연일시: 2013/06/28 ~ 2013/07/21
공연장소: 연우소극장
작, 연출: 장우재
극단: 극단 이와삼
***전문평가단
“일반적인 작법, 공연양식은 관객을 무난하게 무리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배우들이 극 안에서 배역을 잘 운용하는 것도 이작품의 미덕. 다소 무리인 상황설정과 배역설정이 극의 흐름을 깨트린다.”
– 서재형
“고시원 입주자들의 곤궁하고 피폐한 삶의 현실에 대한 성찰을 우화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닭장 같은 고시원 주거 공간이 사실적인 무대 공간 속에서 잘 재현되었습니다. 고시원에 대해서 “여기가 집이다”라고 하는 제목의 논제가 “여기가 집이 아니다”라고 하는 반논제와 대립하는 변증법적 긴장이 탁월하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착한 새 주인인 고교생 동교 덕분에 고시원 입주자들이 훈훈한 공동체를 이루고 마루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기가 집이다”라는 감상적인 시를 낭송하게 되기까지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장씨는 “여기가 집이 아니다”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충격적 꿈 장면에서 폭력적 액션을 벌입니다. 참담한 인간 조건에 거짓 희망을 불어 넣는 값싼 연극 작품들에 대한 통렬한 경계를 담고 있는 훌륭한 작품으로서, 희곡의 구성이나 연출이나 모두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선우환
“여기가 집이다” (부제:아주 오래된 苦시원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 작,연출:장우재 출연:장성익, 박무영, 김충근, 백지원, 한동규, 류제승, 박기만, 김동규, 김정민, 강병구 별점:★★★★☆) 무대는 3개의 방과 중앙의 공동으로 이용되는 장소로 이루어져 있다. 윗부분에 걸려있는 苦자가 쓰여진 액자가 인상적이다. 고시원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고 살아가는데 주인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0살 고등학생인 새로운 주인이 나타난다. 새로운 주인은 월세를 받지 않고 오히려 고시원을 관리하면 월급까지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중의 하나인 집! 복잡한 현대사회로 오면서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벗어나 혼자만 머무르게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진짜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백지원 배우님과 한동규 배우님의 부부 연기가 좋았다. 극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였다.”
– 이동길
“소외된 인간들의 집합체인 갑자 고시원. 이미 삶이 낭떠러지로 떨어진 그들을 통해 이웃과 가족 그리고 집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했지만 전개되는 작품 속에 드러나는 억지와 허구성이 약간은 거슬린다. 그리고 일부 인물이 시종일관 극을 이끌고 가면서 여러 인물들 간의 균형 있는 캐릭터 구축이 안 된 점도 안타까웠다. 상처투성이의 조악하고 속물근성의 인물들이 갈등과 충돌을 넘어 끈끈한 인간애와 사랑을 통해 오히려 희망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 안주해버리고 말 것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렇듯 그 해석을 수많은 관객들에게 열어 논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반가웠고 생각의 반전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열악한 제작 여건이 그대로 눈에 보였지만 나름의 재미와 안타까움, 그리고 애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장혜숙
“갑자고시원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는 캐릭터의 즐거움은 있었으나 무대와 관객이 지나치게 가까워 연극을 보는 내내 부담스러웠다. 관객이 가까이 있음에 더욱 디테일한 연기를 해야 함에도 대사가 없는 배우가 연기의 맥을 놓아버리는 모습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배우와 배우의 호흡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좀 더 준비된 공연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최영인
***시민평가단
“극중에서 ‘여기가 집이다’라는 시가 나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시가 이 극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에 축약해서 보여준다고 봐요. 다행이 프로그램에 대본이 있어 다시 그 느낌을 곱씹어 봅니다..무대나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암전이 많아 집중하기는 힘들었네요. 현실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집주인을 보며 무척이나 세입자들이 부러웠습니다. 진짜로 그런 곳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이사하려구요.”
– 류주현
“쪽방촌의 좁고 답답한 구조와 다양한 군상을 볼 수 있는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80 만원이면 얻을 수 있는 행복과 평화를 보여주어 우리 현실을 부끄럽게 만든 연극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세대의 보수적 공동체를 이어받은 신세대의 과감한 복지 정책을 실현하는 진보적 마을 공동체의 이상을 본 것 같네요. 영화 “고령화 가족”과 같은 “밥 먹자”는 장면이 서로 넘나든 것 같아 좀 아쉽네요.
마루에서 밥 먹는 장면 그들이 가진 종이 상자 식탁도 인상적이었고 동구의 살해와 화재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 박인철
“고시원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가족 찾기에 나선 고등학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모든 걸 남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반문을 하게 된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누구하나 모나지 않고 어우러져서 고시원의 생활상을 잘 표현해냈다. 가족의 의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요즘, 고시원에서 살면서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기가 집이다’라는 제목을 한 번쯤 외치고 싶게 만든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감정 선이 어느 작품보다 살아 움직였다. 배우들의 작품 몰입도가 참 좋았다.”
– 정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