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채플린/ 서울연극인대상 총평

<레드 채플린> 서울연극인대상 총평

– 전문평가단, 시민평가단

공연일시: 2013/07/25 ~ 2013/08/04
공연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극작: 오세혁
연출: 김한내
극단: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전문평가단

“예술가는 이념과 사회적 편견, 선입견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살기 좋은 세상을 제시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자유는 예술가의 의무와 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코메디언도 예술가의 범주에 속하며, 그 역시 누구든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한다. 공연에서 찰리 채플린과 신불출이라는 걸출한 희극인들의 경험이 현재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시대적 상황이 여전히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 말하고 싶은 것을 슬랩스틱과 만담이라는 수려한 두 예술가의 형식을 빌려 흥미롭게 구성하였다. 오브제를 활용해 시대와 인물, 장소 등을 가볍게 변환시키는 연출력과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나라가 국회의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관객들이 예술가에게 누구든, 무엇이든 비판할 수 있는 면책특권을 부여했으면 좋겠다!”

– 김선권

 

“찰리 채플린과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불리한 비교를 당할 가능성이 높을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매카시즘의 광기 어린 시대에 채플린이 꿈속에서 자기 분신들을 만나고 또 조선의 만담가 신불출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 작품 <레드 채플린>은 훌륭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 연출, 연기에 있어서 모두 실망스럽다. 희극 배우를 소재로 한 연극이 반드시 우스워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연극은 명백히 웃음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애처롭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채플린의 영화들 <골드 러시(황금광 시대)>, <독재자>, <모던 타임즈>의 유명한 장면들을 재현하는 부분들에서 원작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그나마 원작 장면들에 비해 희극적 감각이 너무 떨어져서 불편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이 우습지 않은 것이 단지 매카시즘 등의 정치적 억압들에 대한 어두운 주제들을 담고 있어서만인 것은 아니다. 채플린 자신이 매카시즘을 고발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 <뉴욕의 왕>과 비교해 보아도, 한 작품이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얼마나 희극적으로도 성공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뉴욕의 왕>이 매카시즘에 대해 매우 효과적이면서 가슴을 울리게 하는 고발이었던 것을 기억할 때, <레드 채플린>은 주제의 전달에 있어서 직설적이기만 할 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더 잘 드러난다. 정치적 억압들에 의해서 예술가들이 고통을 받는 이러한 가슴 아픈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 작품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데 있어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작품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용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그렇게 용기 있게 만든 작품답게 예술적으로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루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같은 작가와 연출가의 전작인 <한밤의 천막극장>이 이룬 훌륭한 수준을 기억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더 실망스럽다.”

– 선우환

 

“잘 나가던 배우가 이데올로기의 조류에 휩싸이다 공산주의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진정 예술적인 표현에 제약을 받아 어려움을 격었던 채플린을 모델로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에 의하여 나름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이 제약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모순점을 알려보려는 연극인 것 같다.

그러나 서로 비교대상이 어려운 채플린과 신불출을 소재로 국가보안법과의 연계점을 찾으려한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어려운 점을 맞추려다보니 곳곳에서 연기의 삐걱거림이 눈에 뜨인다.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재현하면서 우측에 사용한 영상 자료는 어떨 때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서 배우의 연기나 대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전체적인 극의 진행이 시대적 배분에 의하여 일제치하 시대부터 현대까지 망라했는데 주로 일제시대와 전쟁시대를 다루다 보니 현대의 사실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국가보안법이 어짜피 현대의 산물일텐데 좀더 현대쪽에 치중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든다.

4명이 모두 채플린이라는 전제하에 일사불란한 동작이나 대사가 좀 더 훈련되어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영상의 이용에서도 가급적 절제된 영상표현을 지적한다.”

– 원덕희

 

“극은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채플린과 대한민국, 일제, 북의 정권에 위협 인물로 낙인찍힌 신불출의 만남을 설정,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자신들(정부)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공동체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을 대변하고 있었다. 무대 한쪽에 깔린 채플린 영화의 장면 장면들의 또? 여기도? 라는 뻔한 느낌이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들의 넘치지 않는 연기로 사그라들었고, 공연 곳곳에서 들어나는 연출의 고민의 흔적들은 그 고민들이 연출가만의, 배우만의 고민이 아닌 관객과 함께 공유되는 우리 모두의 고민임을 깨닫게 하는 공연이었다.”

– 최영인

 

***시민평가단

“연극 ‘레드채플린’은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2013 봄 페스티벌로 <국가보안법>을 소재로 한 공연이다. ‘레드’가 붙은 채플린은 제목부터 벌써 그가 어떤 인물로 낙인이 찍혔는가를 알 수 있었다. 채플린과 더불어 한국의 재담가 ‘신불출’ 이란 인물을 넣어 국가의 입맛에 따라 코미디조차 달라져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중간 중간 삽입된 채플린 영화들은 그 시대에 산업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삶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그 영화가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하는 배우의 대사는 설명적인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신불출의 일본의 식민지시대 때와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여 결국 북으로 올라가 코미디를 하다가 결국 숙청당하는 모습은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상황만으로 아이러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유머러스한 대사와 채플린 특유의 슬랩스틱은 이 페스티벌 작품 중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라는 공연과 비교했을 때 국가보안법이라는 소재를 좀 더 가볍게 코믹하게 풀어가 극을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론에 도달했을 때 각자의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암흑과 침묵이 섞인 결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 이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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