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3년 10월 공연총평
박정기
10월의 연극은 수확의 계절에 걸 맞는 풍성한 공연이 국공립극단과 각 극단에서 이루어지고, 노인인구의 증가로 경향각지에서 실버극단의 공연활동이 활발해지는가 하면, 종교계에서도 선교연극을 공연하는 등 한국연극협회가 내세운 문화융성이 제대로 발길을 내딛는 기미를 보인 달이었다. 우선 10월 한 달 동안 특기할만한 공연을 선정해 평하고, 실버극단과 선교연극공연을 별도로 소개한다.
1, 국립극단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김민승 공동각색, 남인우 극본 연출의 <구름>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아리스토파네스 작, 김민승 공동각색, 남인우 극본 연출의 <구름>을 관람했다.
아리스토파네스(B.C.445?~386?)가 <구름(Nephelai)>을 공연했던 B.C.423년에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1~404)에서 잠시 휴전 중이었다. 나라가 한창 전쟁 중이다 보니, 사이비 철학자인 소피스트들이 넘쳐났다. 정의는 사라지고 궤변이 넘쳐나고 힘있는 자가 정의가 되었다.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며 상대주의적 진리를 말하던 것도 이 때다. 바로 이때 소크라테스(B.C.469~399)라는 현인이 나타나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변치 않는 지혜를 말하며 영혼을 다스릴 것을 권하지만, 사람들은 그도 소피스트의 한 명으로 여기며 코웃음 칠 뿐이었다.
<구름>에서는 바로 이 소크라테스가 하염없이 조롱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트레프시아데스라는 나이 든 농부가 채권자들에게 돈을 꾼 후 갚기가 싫어져 채권자들과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필승의 변론술을 익히기로 하고, 아들인 페이피데스를 소크라데스 학당으로 보내 배우게 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그가 직접 소크라테스를 찾아가 변론술을 배워보려고 하지만 우둔함 때문에 실패한다. 그래서 아들을 대신 소크라테스에게 보내 필승의 변론술을 배우게 한다. 시간이 지난 후 필승의 무기를 장착한 채로 아들이 나타나고 마침 채권자들도 돈을 받으러 온다. 스프레프시아데스는 아들을 믿고 채권자들을 무시하니, 분노한 채권자들은 그를 소송한다. 하지만 그는 이길 것을 믿기 때문에 여유자작하다. 소송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집안에서 곡소리가 난다. 스트레프시아데스의 말인즉 갑자기 아들 페이피데스가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사람들 앞에서 아들의 잘못을 얘기해보지만 아들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여유가 넘친다. 아들은 아버지가 어떤 얘기를 하던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원망과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 시작하는데 이건 필승의 변론술이다.
이로 인해 작품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패륜까지 궤변으로 극복하는 소피스트라는 비난을 받는다. 실제로는 소크라테스 자신보다는 돈이라면 무엇이라도 가르치던 그 시절 소피스트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만, 소크라테스 자신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이 작품이 끼친 해악 때문에 자신이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제목인 <구름>은 실제로 세상을 다스리는 신이 신화 속의 신들이 아니라 <구름>이라는 얘기다. 비를 내려 만물을 자라게 하고, 천둥을 울려 사람들을 경건하게 만들고, 번개로 찢긴 구름은 바람을 불게 한다.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구름의 여신들을 섬긴다. 소크라테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탈레스), 불(헤라클레이토스) 등 여러 가지로 얘기했던 소피스트들을 조롱한 것이라 하겠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이런 성역 없는 조롱과 날선 비판을 작품에 집필할 수 있었던 자유로운 표현도, 아테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패배하고 스파르타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작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자유를 가졌을 땐 모르다가 빼앗기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나 할까…?
무대는 정면에 창문 무늬의 휘장을 드리우고, 백성희장민호극장의 2m 높이의 극장 변두리의 단 좌우에 기어오를 수 있도록 사다리 형 계단과 천정까지 연결된 쇠 봉을 세워 연기자가 기어오르도록 만들어 놓았고, 정면에는 4계단 높이의 단을 만들어 연주석으로 사용하고, 그 좌우와 정면에 계단을 만들어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원형의 이동무대를 만들어 그를 반으로 절단해 무대 좌우에 배치했다가, 계단은 물론 원형무대까지 코러스들이 장면변화에 맞춰 이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원형무대 안에는 출연자가 한 명 들어가 있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코러스 장의 맹인 흉내와 함께 코러스가 등장해 가수 남진의 “꽃피는 언덕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하고 부르는 “님과 함께”라는 대중가요를 연주자들이 연주하면, 코러스가 가사를 바꿔 부르며 합창을 한다.
잠시 후 아버지가 등장해, 번둥번둥 놀기만 하고 낭비벽으로 빚만 잔뜩 키운 아들에게, 소크라테스 학교에 가서 변론술을 배워 빚을 갚지 않을 대책을 마련하려 하지만, 아들은 마이동풍 격으로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아버지가 소크라테스 학교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소크라테스 학교의 교수들의 궤변에 혹해, 자신이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라도 변론술을 배우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4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도, 나이 들고, 머리가 굳어, 배울 자신이 없자, 다시 아들을 강제로 입학시켜 변론술을 배우게 한다.
아들은 드디어 학사모를 쓰고 학업을 마치고 귀가한다. 그리고 빚쟁이들을 학교에서 배운 궤변으로 물리친다. 아버지는 의기양양해 진다. 그런데 돌연 아들은 아버지를 구타하는 패륜적인 행위를 자행한다. 대중 앞에 아버지가 아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알리지만, 아들은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분노한 아버지는 소크라테스 학교를 찾아가 학교건물에 방화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장성익, 박기륭(박성준), 전 영, 김승환, 이상홍, 김문영, 이철희, 김소리, 박수진, 이슬비, 이승헌, 고영민, 박인지, 김한나, 김영광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열창은 연극을 생기발랄함과 약동감이 넘치도록 시종일관 이끌어 간다.
이들을 보면 한국연극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하게 된다.
예술감독 손진책, 프로듀서 손신형, 무대디자인 김대한, 조명디자인 이유진, 의상디자인 정민선, 작곡 작은미미, 음악감독 김은정, 안무 이윤정, 의상디자인보 황수풀, 기술조감독 심 수, 무대감독 변오영, 무대장치제작 최슬기, 음향 정윤석, 무대감독보 박상아, 음향오퍼 곽시온, 조명오퍼 김홍기 윤지수, 소품진행 이가현, 의상진행 이은경, 홍보 류슬기 그 외 스텝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빚어낸 국립극단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김민승 공동각색, 남인우 극본 연출의 <구름>을 전통연희극 한마당처럼 풍성한 놀이마당으로 창출시켰다.
2, 극단 유목민의 김수미 작, 손정우 연출의 <레몬>
세실극장에서 극단 유목민의 정기공연 김수미 작, 손정우 연출의 <레몬>을 관람했다.
연극 <레몬>은 결혼을 한지 얼마 안 된 젊은 부부의 사랑의 위기를 경제적, 사회적인 외적 요인과 불임이라는 내적 요인,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부족에서 오는 정신적 요인 등이 부부간의 육체적 접촉 단절과 가정파탄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연극이다.
무대는 배경 막에 통로를 만들어 휘장을 드리우고, 영상을 투사해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배경 막 오른쪽에 책이 잔뜩 꽂힌 책장이 보이고, 무대 상수 쪽에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다. 무대중앙에는 가리개 같은 커다란 철망 두 개가 있어 장면변화에 맞춰 이동 배치시킨다. 철망에는 붉은 칠을 한 의자 세 개가 비스듬히 매달려 있고, 가구 디자인을 한 용지를 잔뜩 붙여놓았다. 붉은 색의 의자를 무대 여기저기에 포개놓은 게 보인다. 장면변화에 따라 소파를 들여다 놓기도 한다.
연극은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밤새 가구 디자인을 하는 남편의 작업실에, 부인이 남편의 내복을 가져다주려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작업실에서는 성 접촉의 교성이 들리고, 남편의 정사장면이 부인의 시야에 들어온다. 실내등을 켜고 남편은 부인이 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불륜장면을 들킨 사람답지 않게 태연자약하다. 상대여인도 마찬가지다. 부인은 두 사람이 남편의 대학 선후배 사이임을 아는 눈치다. 남편의 뻔뻔한 모습에 부인은 남편의 따귀를 때리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온다. 그러자 남편은 휴대전화로 누구에겐지 통화를 한다. “성공했다”라고.
향후 연극은 남편이 어째서 불륜현장을 아내에게 보이려고 했는지 시간을 거슬려 올라간다.
부부는 남편의 가구디자인을 이유로 아파트를 처분하고 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부인의 어머니가 새집으로 찾아오고, 부인의 아버지 역시 찾아온다. 그런데 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한 사이라, 서로 마주치기를 꺼려한다. 근자에 늘어나고 있는 황혼이혼 사례를 이 연극에서 보여주는 장면이다. 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어정쩡해 보이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일까?
경제 불황이 가구업계는 물론 가구디자이너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가구디자인을 하는 남편이 경제적인 문제로 육체까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겪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고개를 숙인 채 부인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니 남편은 대책을 강구한다. 다른 여인에게서 자극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남편이 만난 여인이 대학후배와 현재는 포르노 관련업체에 종사하는 첫사랑의 여인이다.
새집으로 이사를 한 부인은 우연히 여인의 나신을 촬영한 사진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촬영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부인은 그 사진작품을 책갈피에 끼워 보관한다. 어느 날 한 남성이 부인이 혼자 있는 이 집을 찾아온다. 그 남성은 이 주택에 먼저 살던 사람이라며, 무엇인가를 찾을 게 있어 왔노라고 부인에게 설명한다. 부인은 그 사진을 내어보인다. 남성은 활짝 웃으며 고마워한다. 사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며 부인과 남성은 상대에게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향후 부인은 자신의 나신을 남성에게 촬영하도록 하게끔 두 사람의 사이는 밀착된다.
부부는 각자 다른 이성과 정분을 나누는 것으로 극적 설정이 된다.
남편이 부인의 나신을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부인의 외도를 눈치 채게 된다. 이로인해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염두에 두게 된다.
부인의 부모가 위기의 부부에게 찾아온다. 아버지는 딸에게 이해와 배려로 남편을 감싸라고 권한다. 어머니는 이혼 후에 고독하게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딸에게 충고처럼 보여준다.
대단원에서 파경직전까지 간 부부의 식탁장면은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 결이 남편, 박효주가 부인으로 출연해 호연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킨다. 정재진이 아버지, 김용선이 어머니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과 출중한 기량으로 극의 정신적 지주노릇을 한다. 안경희가 남편의 대학후배로 출연해 요염한 모습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김대영이 사진작가로 출연해 여성관객의 시선을 역시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박윤서가 남편의 첫사랑 여인으로 출연해 매력적인 모습으로 역시 남성관객의 시선을 끌고, 임성주와 이성하가 남편의 선배, 그리고 PC방주인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며, 철망을 이동시켜 장면변화를 주도하기까지 한다.
무대 이윤수, 조명 장영섭, 영상 최종찬, 의상 김정향, 안무 이영일, 음향 박용신, 무대감독 김동선, 조연출 심현우 설수민, 오퍼레이터 노우란 문건우, 진행 홍은정 홍정연 이승현 김민지, 사진 최정인 조성원, 음악연주 박근SALON 등 스텝진의 기량 역시 돋보여 극단 유목민의 김수미 작, 손정우 연출의 <레몬>을 시큼 새큼 달콤한 아열대 과일 <레몬>향과 맛에 어울리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3,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
남산예술센터에서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의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을 관람했다.
<아버지의 집>은 제2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이다.
무대는 정면에 창호지를 바른 네 개의 창틀을 가진 커다란 창이 있고, 그 왼쪽에는 장독대가 보인다. 창 오른쪽에는 좁은 통로가 있고 그 오른쪽에 위로 오르는 계단과 함께 역시 창호지를 바른 문이 있고, 문과 벽 사이로 캔버스에 그린 풍경이 보인다. 무대 중앙에는 건축 모형을 만들어 오른쪽이 하늘을 향하도록 비스듬히 놓여있고, 그 앞에는 평상이 한 개 자리를 잡았다. 무대 오른쪽으로 평상과 나란히 문틀과 녹이 슬은 문짝이 떼어진 채로 문틀 안쪽에 기대어 쓰러뜨려 놓았다. 문틀 옆으로 돌 한 무더기를 대야보다 커다란 원통으로 덮어놓았다.
무대 왼쪽과 오른쪽 전체를 등퇴장 로로 사용을 하고, 장면이 바뀌면 무대 중앙의 건축 모형물은 똑바르게 놓이고, 일꾼들이 지붕과 창틀을 해체한 후에, 녹색의 지붕을 새로 가져다 얹어 놓고, 녹슨 문짝도 치운 후 새로 녹색의 문을 만들어 역시 문틀 안쪽에 쓰러뜨려 놓는다. 대단원에서 정면의 커다란 창문이 천정으로 올라가면, 그 안쪽으로 녹색 문틀과 함께 새로 지은 실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극의 내용은 화가인 어머니가 일찍 저세상으로 간 오래된 가옥을 재건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가옥은 서울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아버지는 건축기사이고, 여 제자와 가옥에서 함께 지낸다. 여 제자가 화가로 설정된 것으로 보아, 대학 제자는 아닌 듯싶다. 여 제자는 모친이 중환자라 생명이 위독한데, 병원에서 보호자 역할을 마다하고, 선생 집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아, 선생과 두터운 친분관계이거나, 연극의 제목대로 아버지처럼 여기고 있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여 제자는 선생의 큰 딸에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움을 받는다. 큰딸은 여 제자에게 “네가 미워”라는 소리를 여러 차례 하지만, 그 이유는 전혀 밝힘이 없이 종반까지 되풀이 된다. 둘째 딸은 고등학생인데, 학교를 자주 빠지고, 가까운 급우가 죽었는데도 학교에 결석해 담임 여고사가 오랜 가옥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결석이유도 “그냥 학교 가기 싫어서”라고 할 뿐 이유가 명확치 않다. 둘째는 아버지의 여 제자를 첫째처럼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로 박대하지 않고, “함께 살아요.”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여 제자에게 다정한 마음씨를 보인다. 이 가옥에 부근에 사는 소년인지, 청년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여 제자가 혼자 있을 때 등장을 해, 녹슨 대문에 돌을 던진다. 그 소년이 던진 돌무더기를 모아 커다란 원통 철제 함지박으로 덮어놓은 것임이 객석에 알려진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돌을 던지는 지는 함께 돌을 던지는 여제자도 그 까닭을 밝히지 않는다.
이 가옥에 일본에서 자랐다는 교포 청년이 첫째 딸을 찾아 등장한다. 영상작가라는 이 청년은 객석 가까이 카메라를 삼각 발 위에 고정시키고 가옥촬영을 시작한다. 일꾼이 도착을 하고, 젊은 일꾼과 나이든 일꾼이 건축 모형의 지붕과 창틀을 해체하는 광경을 촬영한다. 재일동포청년도 아버지를 찾아 왔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버지가 한국에 생존해 있는지는 소개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자신의 자녀 뿐 아니라, 여 제자, 재일동포 청년, 이웃 소년, 집을 지으러 온 일꾼들에게까지 너그럽게 대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빈자리로 인해
생긴 마음의 공간이 아버지 혼자의 힘만으로는 채워지기가 부족하다. 이것은 어머니의 방을 잠시 사용하는 아버지의 여 제자에게 “그 방에서 나와”라고 소리치는 큰 딸의 입장, 학교를 무단결석하는 둘째 딸의 행동을 통해 어머니라는 구심점에서 일탈한 딸들의 심리를 극 속에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아버지의 비중도 마찬가지로 표현된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여 제자가 스승에게 아버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극 속 장면이나, 아버지를 찾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청년이나, 돌을 녹슨 문짝에 던지는 소년이나, 그리고 젊은 일꾼이 자신의 아기가 아빠를 대하는 이야기, 그리고 나이든 일꾼이 오랜 세월 말없이 지낸 이유 등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 속 언어 이상으로 상황전개마다 또는 장면변화마다 관객의 마음속에 접근시킨다. 어머니의 자리가 빈 아버지만의 공간을 심리적으로 극적으로 적절하게 구현해 낸 작가의 기량과 이를 살려낸 연출가의 기량이 충분히 감지되는 연극이다.
김학선이 아버지로, 김정은이 여제자로 출연해 출중한 호연으로 기량을 드러낸다. 조선주가 큰딸, 임성미가 둘째딸, 김승철이 재일동포청년, 김민하가 이웃소년, 신철진이 나이든 일꾼, 박지환이 젊은 일꾼, 그리고 전유경이 담임선생으로 출연해, 각자 성격창출과 연기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해 관객을 극에 시종일관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성미림, 조명어시스트 정주연, 조명팀 치인수 김소현 정호진 정하영, 음악감독 김은정, 의상디자인 김경인, 분장디자인 백지영, 분장팀 김정연 정지윤, 소품디자인 김현민, 소품팀 김성경 시수빈, 영상감독 신성환, 조연출 윤복인, 조연출보 김종수 김준원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풍경 공동제작, 김윤희 작,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의 집>을 고차원의 예술세계로 인도하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4, 명동예술극장 제작 리 홀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광부화가들>
명동예술극장에서 리 홀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광부화가들>을 관람했다.
<광부화가들>은 영국 북부 탄광촌인 애싱턴을 배경으로 광부들이 미술 강좌로 그림을 접하게 되면서 겪는 변화를 내용으로 한 연극이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찾게 되는 광부와, 그들의 진실한 모습을 접하며 진정한 그림과 예술의 의미를 깨우치는 광부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공연 속에 펼쳐진다. 실존 광부 화가들의 집단인 <애싱턴 그룹>의 실화를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2010년에 초연된 작품을 보충가필하고, 미술작품의 영상도 보강했을 뿐 아니라, 출연자도 대부분 새 인물로 교체해, 이번 공연은 예술성에서나 완성도에서 진일보한 공연이었다.
무대는 탄광촌 광부들의 교육실이다. 의자가 탁자 위로 수북이 쌓여있고, 연극이 시작되면, 교육실 담당자가 의자를 책상 옆에 가지런히 놓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퇴근 후 광부들이 교육실로 모여들고, 그들은 자신에게 미술을 강좌하려는 교수를 기다린다. 20세기 초, 영국의 탄광촌과 광부들을 대변하듯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신체조건, 지식정도, 그리고 당시에 유행하던 칼 마르크스의 이론을 신봉하는 인물 등, 광부들은 대부분 중년의 연세인데, 젊은 청년을 한 사람 등장시켜 활기를 높이고, 지성적인 외모를 갖춘 미술교사가 등장해 이들을 변화시키는 역군 노릇을 한다. 연극의 중반에 모델노릇을 하는 젊은 여인이 등장해 객석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미술품 수집을 하는 부호여성을 등장시켜 광부들 삶과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계적인 미술작품을 영상을 보여주며 강좌를 펴는 미술교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라파엘의 이름을 거명하지만, 광부들이 생소한 이름으로 느끼고, 그들의 작품에 별 반응이 없자, 교사는 교육방법을 바꿔 광부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리도록 이끈다. 기존의 미술교육방법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광부자신들이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그리도록 한다. 그래서 광부들이 생전 처음으로 그린 그림들이 놀라울 정도로 독특하고 창의력이 드러난다. 미술교사는 흥분해 가르치는데 힘을 쏟는다. 그리고 각자의 그림을 놓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모두에게 일일이 평하도록 하는 방법도 그들에게 심어놓는다.
미술교사는 광부들이 정상적인 화업의 기초를 다지도록 모델여인을 초청한다. 나신으로 모델을 하려는 여인에게 광부들이 놀라 옷을 벗지 못하게 하는 장면은 객석을 폭소로 이끈다.
차츰 광부들의 그림이 괜찮다는 소문이 퍼지고, 미술품 수집가인 부호여성이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집가는 광부들의 그림을 칭찬하고, 지체 장애가 있는 광부가 그린 화병에 꽃을 꽂은 그림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물론 구입금액도 이야기한다. 광부화가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난다. 수집가가 제시한 금액에 놀라는 꽃그림을 그린 장본인, 그리고 구입하겠다는 가격보다 높여야 한다는 교육장 책임자의 의견과 광부화가들 각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꽃그림 당사자는 수집가에게 문밖으로 집어던질 테니 그냥 집어가라는 말에 객석에서는 재차 폭소가 터진다.
수집가가 창의력과 독특한 표현에 칭찬을 한, 올리버라는 광부화가 한 사람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한다. 수집가의 저택을 방문한 올리버에게 그녀는 봉급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 자신에게로 와 그림을 그리라고 청한다. 올리버는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겠다며 감사를 표하고 돌아간다.
후에 올리버는 자신은 광부이지 화가가 아니라며, 광부로서 그림을 그렸지, 전업화가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며, 거절 이유를 밝힌다.
광부화가들은 함께 유명 미술박물관을 방문하고, 세잔느라든다, 광부출신화가 반 고흐의 그림에 감동을 받는다. 광부들은 라이언의 열성과 그들의 열성과 노력으로 공동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는 대성공을 거두고 그들 작품은 세인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미술교사 라이언은 그들을 교육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따 에딘버러 대학교의 교수가 된다.
20세기 초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젊은 광부는 전사한다. 광부들의 사망자도 늘어난다. 영국도 폭격으로 많은 건물이 파괴된다.
1984년에, 상품으로써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그림을 그린 광부화가들의 작품은 애싱턴 광부박물관에 영구 소장 전시된다.
강신일, 김승욱, 김중기, 민복기, 채국희, 송재룡, 이원호, 권진란, 김용현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은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용현의 무대미술, 구근회의 조명, 박항치의 의상, 장영규의 음악, 지병국의 분장, 지호진의 조연출, 남태욱과 윤쥬혜의 조연출보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돋보여,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 제작, 리 홀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 <광부화가들>을 친 대중적이지만 예술성이 높고, 연출력이 감지되는 수준급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5, 극단 인어의 최원석 작, 박찬진 연출의 <불멸의 여자>
예술공간SM (스타시티극장7층)에서 극단 인어의 최원석 작, 박찬진 연출의 <불멸의 여자>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2013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의 재공연이다. 출연자도 모두 새 인물이다. 초연당시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해 초연보다 진일보한 공연이 되었다
무대는 대형매장의 화장품점이다. 가로 세로 화장품 진열대를 배치하고, 화장품을 종류별로 진열해 놓았다. 가로놓인 진열대와 세로놓인 진열대 사이에 칼을 든 수호천사 석고상을 장식처럼 올려놓은 대가 있다. 중앙에 직사각의 탁자가 가로 놓이고, 거울 두 개를 올려놓았다. 탁자 뒤로 놓인 투명 플라스틱 의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연극은 도입에 암전상태에서 여인들의 음성이 속삭이듯 들려온다. 조명이 들어오면 산뜻한 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이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료종업원을 맞이하며 술 냄새를 풍기는 동료에게 과음주의와 미소 짓기를 생활신조처럼 강조한다. 두 종업원의 미소 짓기가 훈련하듯 반복되면서 나이든 종업원의 다리 뒤쪽에 지렁이처럼 솟은 핏줄을 보고,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 증세와 치료에 관해 주고받는다. 그 때 전화가 걸려오지만 두 종업원의 대화 로 전화 받기가 늦어지고, 어린 종업원이 받자마자, 통화상대는 왜 전화를 늦게 받느냐며 항의를 하는지, 어린 여종업원은 얼떨결에 무거운 집을 옮기느라 전화 받기가 늦어졌다는 거짓 핑계를 댄다. 그러자 통화상대는 구입한 화장품을 발랐더니 눈가에 주름살이 더 늘어났다며 반품을 하겠다는 내용이고, 어린 여종업원은 한번 바른 화장품을 반품이 아니 되니, 다른 화장품으로 교환을 해드리겠다고 하자, 고객이 황 모라는 자신의 이름를 밝히며 나이 든 종업원의 이름을 지적하니, 어린 종업원은 깔깔대며 자신들끼리의 일상화된 속어를 지껄이며 나이든 종업원에게 전화를 건넨다. 나이든 종업원은 정중하고 상냥하게 전화를 받고 상담에 응하는 모습이 천사에 방불(彷佛)하다. 황모라는 고객의 이름을 장부에서 빨리 찾아낸 나이든 종업원과, 황모라는 여인과의 통화에서 종업원이 3일전에 방문을 하셨다고 하니, 3일이 아니고 4일전이라며, 무슨 무거운 물건을 옮겼냐고, 따져 뭇는다. 그러면서 반품을 하러 오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통화는 끝이 난다. 그 때 중년의 지점장이 등장하고, 고객우선과 미소 짓기를 재차 강조한다. 지점장은 나이든 여종업원의 하지정맥류 증세를 듣고는 근무 중에는 외출이 절대금지사항이지만 예외로 병원에 다녀오도록 허용한다. 나이든 여종업원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지점장이 어린 여종업원에게 다가가 보이는 행동과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내연관계임이 객석에 감지된다. 지점장이 퇴장한 후에, 치장은 하지 않았으나, 지적이고 표정이 엄격해 뵈는 여인이 등장해, 화장품 관련 대화를 나누고, 화장품을 구입해 가는데, 그 여인이 여종업원을 바라보고 대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인상을 객석에 남기며 퇴장한다. 잠시 후 눈에 띄지 않는 의상차림의 중년여인이 등장한다. 좀 전에 반품 전화를 건 여인이다. 여인은 까다로운 성격인 듯 전화를 늦게 받은 이유에서부터 화장품 관련이야기를 따지듯 묻기 시작한다. 어린 종업원은 허둥지둥 임기응변하듯 무거운 광고판을 옮기느라 그랬다고, 거짓 핑계를 다시 둘러댄다. 나이든 여종업원이 돌아오고, 중년여인의 질문에 나이든 여종업원은 어린 여종업원과는 다른 답변을 하지만, 광고판 이야기를, 어린 종업원을 위해 함께 옮기느라 전화통화가 늦어졌다고 거짓 변명을 하지만, 나이든 종업원의 성품자체가 거짓말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객석에 전달된다. 중년여인은 항변꺼리를 장만한 듯 꼬치꼬치 캐물어 거짓답변과 화장품의 부적응을 지적하고, 새 화장품을 받아 챙겨들고 퇴장한다. 여종업원들은 중년여인이 암행 감사(監査)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 잠시 후 처음에 화장품을 구입해 간 여인이 다시 등장해 화장품을 반품하며 두 여종업원을 바라보는 모습이 역시 심상치 않다. 하지만 두 종업원의 미소와 친절이 계속되니, 그 여인은 별다른 내색 없이 퇴장한다. 그러자 통화를 했던 중년여인이 다시 등장해, 분을 삭일 수 없다며, 다른 매장에서는 광고판을 옮기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한 화장품 매장의 종업원들을 믿을 수 없으니 반품 대신 받은 물건도 싫으니, 돈으로 돌려 달라고 한다. 규정상 안 된다고 하자, 그 여인은 책임자를 호출하라며 두 종업원에게 호통을 친다. 어린 여종업원이 참지를 못하고, 지점장에게 알리면서 인내심을 잃고, 성질을 폭발시킨다, 나이든 여종업원은 어린 여종업원을 제지시킨다. 지점장이 등장하고, 고객의 항변에 종업원 대신 사과한다. 중년여인이 반품대신 돈을 요구하니, 어린 여종업원은 자신의 지갑을 열어 돈을 고객에게 집어던진다. 중년여인은 돈을 집을 생각을 않고, 종업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발설을 한다. 지점장이 선뜻 고객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 광경에 더욱 분노를 터뜨린 어린 여종업원은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매장을 뛰쳐나간다. 지점장이 여 종업원의 뒤를 따라간다. 나이든 종업원의 정중한 사과와 함께 현금을 전하니, 중년여인은 돈을 받고 퇴장한다. 지배인이 되돌아 와 나이든 여종업원을 위로하고, 그녀의 하지정맥류를 들여다본다. 그 때 엄격한 모습의 여인이 재등장해 이 광경을 지켜본다. 지배인이 어린 여종업원과 관계를 맺기 이전에는 나이든 여종업원과도 정분을 맺었음이 객석에 감지된다. 엄격해 뵈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점장의 당황하는 태도에서 그 여인이 지점장의 부인임이 알려지고, 그녀는 핸드폰으로 보낸 여종업원들의 문자메시지를 꺼내 보이며, 남편과 여종업원들의 불륜관계를 증거로 내보인다. 매장에 다시 등장한 어린 여종업원도 지점장의 바람기를 비로소 알게 된다. 지점장은 매장 밖으로 모습을 감춘다. 지배인의 부인은 두 여종업원에게 아랍인들처럼 제1부인, 제2부인, 제3부인이 되어 함께 살자고 한다. 어린 여종업원이 뛰어 나간다. 지점장 부인은 나이든 여종업원의 무릎 꿇은 사과를 받고 자리를 떠난다.
홀로 남은 화장품 매장에서 나이든 여 종업원은 눈물범벅이 되어 수호천사의 석고상을 어루만지고 불멸의 의지로 미소 짓기를 계속하며 수호천사의 칼을 뽑아든다. 그 때 중년여인이 나갈 길을 못 찾았다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재차 중년여인의 투정이 시작되자, 나이든 여종업원은 수호천사의 칼을 중년여인에게 들이대지만 차마 찌르지는 못한다. 중년여인은 칼을 빼앗아 자신의 가슴에 대고 깊이 찌른다. 중년여인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나이든 종업원은 중년여인에게 다가가 중년여인을 오열하며 끌어안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손경숙이 나이든 여종업원으로 출연해 출중한 호연으로 <불멸의 여인> 역을 제대로 연기한다. 어린 여종업원으로 윤승아가 출연해 상큼 발랄한 연기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홍윤희가 중년여인으로 출연해 역시 출중한 기량으로 미운 여인 역을 더할 나위 없이 표현해 낸다. 백은정이 지점장 부인으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을 무대에 펼친다. 홍재범이 지점장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극단 인어의 최원석 작, 박찬진 연출의 <불멸의 여자>는 초연보다 진일보한 재공연으로 극단 인어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하듯,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걸작연극으로 재창출시켰다.
6, MJ컴퍼니의 프로듀서 최무열, 각색 연출 성천모의 <햄릿>
대학로예술극장3관에서 MJ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프로듀서 최무열, 각색 연출 성천모의 <햄릿>을 관람했다.
무대는 마치 에드가 앨런 포 원작의 괴기영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 나오는 고문실을 연상시킨다. 무대중앙에 거대한 톱니바퀴가 달려있고, 그 앞에 세워져 천장까지 연결된 두 개의 기둥은, 중앙에 검만 가로걸어놓지 않았다면, 단두대를 옮겨놓은 것 같고, 좌우의 벽면에는 죄수를 옭아매는 밧줄이 장식처럼 팽팽히 달렸는가 하면, 출입구는 얼룩덜룩한 휘장을 늘어뜨려, 기존의 햄릿의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등퇴장 로는 무대 배경 막 좌우 뿐 아니라, 객석 뒤쪽에서도 등장해, 계단 아래 무대까지 뛰어 내려가는가 하면, 다시 올라가기도 하면서 동선을 최대한 넓혀 사용한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전자건반악기 연주자와 연주석이 있어, 극 전개에 따른 적절한 연주로 극적 분위기 상승에 일익을 담당한다.
출연자는 햄릿과 초청된 남녀 배우 두 사람 뿐인데, 3인의 연기자가, 햄릿, 클로디어스, 거투르트,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레어티즈 등의 주요배역을 번갈아 연기하며 연극을 이끌어 가, 3년 전 공연한 성천모 연출의 <오셀로와 이아고>보다 진일보한 공연이 되었다.
연극은 도입에 객석 뒤쪽에서 햄릿이 등장해 계단을 내려와 무대에 들어서면서, 아버지인 왕의 급작스런 사망과 장례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숙부와 결혼을 한 어머니의 행동을 두고, 비탄과 고뇌에 빠진 햄릿의 독백이 시작되고, 원작에서처럼 선왕의 망령이 출연하는 대신 햄릿의 연기만으로 망령을 대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부왕이 숙부에 의해 독살 된 사실이 망령을 통해 햄릿에게 알려진다. 곧이어 햄릿과 친분이 있는 남녀 배우 2인이 등장을 하고,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한 그리스 비극 중 트로이 패망당시 프라이아모스왕의 최후가 잠시 펼쳐진다. 그러나 햄릿과 두 배우는 망령이 들려준 독살장면을 숙부와 왕비 앞에서 공연해 진위여부를 가리기로 작정을 한다. 햄릿과 아버지인 선왕, 어미니인 왕비, 그리고 숙부의 장면이 커다란 마스크 설정으로 장면마다 처리되고, 오필리어와 오필리어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 역할은 물론, 오필리어의 오라비인 레어티즈 역까지 제대로 성격창출을 해가며 연극을 이끌어 간다. 햄릿 3막 1장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다…”는 객석 중간 계단 위에서 처리가 되고, 숙부의 참회 장면은 후반부로 옮겨 처리가 된다. 클로디우스나 거투르트가 금빛 찬란한 철제 왕관을 쓰고, 마지막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에 등장하면, 마치 고문실 같은 무대가 화려한 왕궁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조명의 색감과 강도가 무대 분위기를 화려하게 변화시킨다. 숙부가 햄릿에게 먹이려던 독 진주가 든 술잔을 왕비가 대신 마시는 장면, 레어티즈 없이 햄릿 혼자서 결투장면을 연기해 내고, 레어티즈의 독 바른 칼날에 상처를 입게 된 햄릿과 역시 그 독 바른 칼날에 찔린 레어티즈가 죽어가며, 햄릿의 숙부인 왕의 흉계가 폭로되면서 햄릿은 숨을 거두기 직전, 숙부의 가슴에 칼을 깊숙이 꽂는다. 무대 위에 여기저기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마지막 안간힘으로 꼿꼿이 버티고 선 햄릿의 처연한 모습에서 연극은 비장 침울한 마무리를 한다.
최수호가 햄릿으로 출연해 출중한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김 빈과 서현우가 남녀 배우로 출연해 1인 다 역으로 열연한다, 3인의 출연자의 호연은 관객을 2시간동안 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은석과 서지유, 그리고 이도훈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프로듀서 최무열, 음악 AEV, 무대감독 김정석, 무대디자인 박소영, 조명디자인 황동균, 의상디자인 박은지, 소품디자인 조해선, 분장 김지현 한주현, 전자건반악기 연주 김지인과 그 외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MJ 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성천모 각색 연출의 <햄릿>을 독특하고 탁월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 경주문화재단 제작 김동리 원작, 엄기백 기획 연출, 최지은 각색 작사, 차경찬 작곡의 뮤지컬 <무녀도 동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재) 경주문화재단 제작, 김동리 원작, 최지은 각색 작사, 차경찬 작곡, 엄기백 기획 연출의 뮤지컬 <무녀도 동리>를 관람했다.
뮤지컬 <무녀도 동리>는 김동리 선생의 <무녀도>를 음악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김동리(1913~1995)선생의 본관은 선산(善山;일선 一善)으로 본명 시종(始鍾)이다. 경상북도 경주(慶州) 출생으로 경주제일교회 부설학교를 거쳐 대구 계성중학에서 2년간 수학한 뒤, 1929년 서울 경신중학(儆新中學) 4년에 중퇴하여 문학수련에 전념하였다. 박목월(朴木月)·김달진(金達鎭)·서정주(徐廷柱) 등과 교유하였다.
1934년 시 《백로(白鷺)》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함으로써 등단하였다. 이후 몇 편의 시를 발표하다가 소설로 전향하면서 193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화랑의 후예》,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화(山火)》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다졌다.
1947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장, 1951년 동 협회부회장, 1954년 예술원 회원, 1955년 서라벌예술대학 교수, 1969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1972년 중앙대학 예술대학장 등을 역임하였다. 1973년 중앙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1년 4월 예술원 회장에 선임되었다.
순수문학과 신인간주의(新人間主義)의 문학사상으로 일관해 온 그는 8·15광복 직후 민족주의문학 진영에 가담하여 김동석(金東錫)·김병규와의 순수문학논쟁을 벌이는 등 좌익문단에 맞서 우익측의 민족문학론을 옹호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때 발표한 평론으로, 《순수문학의 진의》(1946) 《순수문학과 제3세계관》(1947) 《민족문학론》(1948) 등을 들 수 있다. 작품활동 초기에는, 한국 고유의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 등을 신비적이고 허무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통하여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고, 그 이후에는 그의 문학적 논리를 작품에 반영하여 작품세계의 깊이를 더하였다. 6·25사변 이후에는 인간과 이념과의 갈등을 조명하는 데 주안을 두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으로 《무녀도(巫女圖)》(1947) 《역마(驛馬)》(1948) 《황토기(黃土記)》(1949) 《귀환장정(歸還壯丁)》(1951) 《실존무(實存舞)》(1955) 《사반의 십자가》(1958) 《등신불(等身佛)》(1963), 평론집으로 《문학과 인간》(1948), 시집으로 《바위》(1936), 수필집으로 《자연과 인생》 등이 있다. 예술원상 및 3·1문화상 등을 받았다.
<무녀도>는 1936년 5월 『중앙』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작자는 발표 후 여러 차례 개작을 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개작은, 1947년에 작가가 바로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하여 을유문화사에서 창작집을 발간할 때 행한 것이다. 이 개작에서 그는 여주인공 모화의 아들을 기독교도로 설정하고 그가 어머니의 무속 신앙과 맞서다가 죽게 함으로써, 개작본이 최초의 판본보다 훨씬 강렬한 긴장미와 깊은 비극성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날 <무녀도>를 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작된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초의 <무녀도>를 무시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중요한 문학사적 의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작된 <무녀도>를 보면, 모화라는 무당과 기독교도인 아들 욱이의 대립이 작품 전개의 축을 이룬다. 모화와 욱이는 서로 상대방이 사귀(邪鬼)에 씌었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구원해 주려 한다. 그러한 두 사람의 대립은, 엑스타시 상태에서 모화가 휘두른 칼에 욱이가 찔리는 사태로까지 발전한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욱이는 결국 몇 달 뒤에 죽고, 얼마 후 모화도 굿을 하다가 죽게 된다. 이 모든 일을 옆에서 겪은 욱이의 씨다른 여동생 낭이는, 찾아온 자기 아버지를 따라 길을 떠난다. 이상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는 개작본 <무녀도>는, 비극적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여주인공 모화의 매력, 한국의 종교적 전통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관심이 주는 감명, 탁월한 구성과 문체의 힘 등으로 해서 일찍부터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왔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하여 남다른 애착을 나타내어, 1978년에는 이 작품을 다시 「을화」라는 장편으로 확대 개작까지 한 바 있다.
뮤지컬 <무녀도 동리>는 절뚝거리는 아버지와 딸이 경주 최부자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최부자 집에 도착한 부녀는 그림 한 장을 펼쳐 놓는다.
그 그림이 <무녀도>다, 그러면서 그림의 내력이 소개된다.
내용은 잡성 촌이라 불리어지는 마을 한 구석에 모화(毛火)라는 무당이 살고 있다. 그녀가 사는 집은 낡고 허름한 집인데, 그 집에서 무녀 모화는 딸 낭이와 함께 살고 있다. 낭이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를 가졌고, 낭이의 아버지 되는 사람은 애비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위인이지만, 딸인 낭이를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끔찍이 생각하는 터이므로, 어쩌다 나타나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발을 다치고 걸인행색이 되고부터는 모습을 보이기를 꺼린다.
이집에 욱이(昱伊)가 돌연 나타난다. 욱이 찾아왔기에 망정이지, 이 허름한 가옥에 그녀들을 찾는 사람이래야 모화에게 굿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뿐이다.
모화는 굿을 할 때 이외에는 대개 주막에 가 있다. 욱이는 모화가 아직 모화 마을에 살 때, 어떤 남자와의 사이에 생긴 사생아다. 욱은 어릴 적부터 무척 총명해 신동이란 소문까지 났으나 근본이 워낙 미천하여 마을에서는 순조롭게 공부를 시킬 수가 없어서 그가 아홉 살 되었을 때 아는 사람의 주선으로, 어느 절간으로 보내진 뒤, 그 동안 한 십년간 까맣게 소식조차 묘연하다가 돌연 이 집에 나타난 것이다. 낭이와는 말하자면 어미를 같이하는 오뉘 뻘이다.
그러나 욱이는 며칠을 가지 않아 모화와 낭이에게 알 수 없는 이상한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가 된다. 그는 음식을 받아 놓거나, 밤에 잠을 자려고 할 때나, 또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반드시 한참 동안씩 주문(呪文)같은 것을 외는 것이다.
그리고는 틈틈이 품속에서 조그만 책 한 권을 꺼내어 읽곤 하는데, 낭이가 그것을 수상스레 보고 있으면, 욱이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너도 이 책을 읽어라.”하고 그 조그만 책을 낭이 앞에 펴 보이곤 한다. 낭이는 욱이가 내놓은 그 조그만 책을 들여다보니, 신약전서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다.
신약전서 때문에 모화와 욱이는 말다툼을 하게 된다. 다툼이 있자 욱이는 고개를 수그려 잠깐 기도를 올리고 나서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날 곧 돌아올 줄 알았던 욱이는 해가 지고 밤이 깊이도 돌아오지 않는다. 모화와 낭이, 어미와 딸은 방구석에 음울하게 웅크리고 앉아 욱이가 돌아오기만 기다린다.
새벽녘에 돌아와 잠이 든 욱이는 잠결에 그의 품속에 언제나 품고 있는 성경책을 더듬어 보지만 품속이 허전함을 느낀다. 그와 동시 웅얼웅얼하며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때, 밖에서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욱이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방문을 뛰어 나온 그는, 모화가 소반 위에 촛불을 켜놓고 성경을 칼로 찢는 광경을 보게 된다. 욱이가 달려들어 말리려고 하자 모화는 식칼로 욱이의 면상을 겨누며 치려든다. 욱이가 모화를 끌어안는 순간, 모화가 칼로 욱의 등을 깊이 찌른다. 욱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다.
같은 때 이 고을에는 서양 전도사가 들어온다. 그리고 이 모화가 사는 마을에까지 ‘복음’이 전파된다. 마을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전도를 한다.
모화는 그들에게 꽹과리를 치며 외친다. “서양귀신아 물러서라. 꽁무니에 불을 달고, 두 귀에 방울을 달고 왈강 달강 왈강 달강 서역 십만 리로 물러서라 잡귀신아.” 그러나 ‘예수 귀신’은 결코 물러가지 않을 뿐 아니라,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욱이의 상처는 점차 악화되어 간다. 모화가 밖에 나가고 낭이 혼자 있을 때”서양전도사가 찾아온다. 욱이가 “나 성경 한 권 가졌으면…” 하는 소리에 전도사는 자기 성경을 욱의 손에 쥐어준다. 욱은 성경을 꼭 껴안고 죽는다.
욱이 죽은 뒤 모화는 무당노릇도 때려치우고 집에만 웅크리고 앉아 술만 마셔댄다. 동리사람들은 그러는 모화를 애처롭게 쳐다보며 모화의 굿을 언제 또다시 보게 되려나? 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화가 굿을 한다는 소문이 들리고 마을 연못가에서 한다는 소리에 동리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
모화의 굿과 푸닥거리에 이어 춤사위가 펼쳐지면서 모화는 차츰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이 말리려 했을 때에는 이미 모화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은 후가 된다. 결국 모화는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이상이 <무녀도>의 내용이다. 경부 최부자는 <무녀도>의 사연에 한동안 비장 침울한 표정을 짓고 그림을 챙긴다.
대단원에서 아버지와 딸은 다시 정처 없는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뮤지컬 <무녀도 동리>는 마무리가 된다.
소설에서의 첩첩산중, 대나무가 욱어진 숲,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깊은 밤, 그리고 풍랑이 이는 바다, 비와 눈이 쏟아지는 하늘 등을 영상으로 처리해 극적효과를 높였고, 오케스트라 박스에서의 연주자들의 연주도 적절하게 어우러져 명연주가 되었으며, 출연자들의 열연과 열창, 그리고 안무는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모화역으로 노현희가 출연해 출중한 기량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욱이로 김수용, 낭이로 문가영이 출연해 역시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기량을 발휘한다. 김선경과 홍희원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안홍진이 해설자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최원보, 최형욱, 서영삼, 이지혜, 박미화, 김승희, 전봉호, 인인호, 김혜정, 강유경, 권예진, 차중철, 두두리, 김연진 등 출연자 전원의 열창과 열연 그리고 안무는 극의 활력소가 되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제작감독 엄국천, 기술감독 협력연출 황호연, 음악총감독 김돈, 음악감독 김혜진, 암무감독 한상률, 무대디자인 우지은, 조명디자인 장영섭, 음향디자인 김대영, 영상제작 장 훈, 의상디자인 손진숙, 분장디자인 배윤정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나타나, (재)경주문화재단 제작, 김동리 원작, 최지은 각색 작사, 차경찬 작곡, 엄기백 기획 연출의 뮤지컬 <무녀도 동리>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 신주쿠양산박의 노경식 작, 김수진 연출의 <달집>
201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 신주쿠양산박의 노경식 작, 김수진/조 박/시노토 유리 번역, 김수진 연출의 <달집>을 관람했다.
노경식(盧炅植)은 1938년 전라북도 남원 태생. 1962년 경희대학 졸업 후, 1965년 개설된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1965년에 희곡 「철새」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희곡을 제재와 주제에 따라 분류해 보면, 먼저 역사와 관련된 작품들로, 역사상 위인을 소재로 한 <징비록>(1973), <흑하(黑河)>(1978), <불타는 여울>(1984) 등이 있으며, 특정 설화를 소재로 한 <하늘보고 활쏘기>(1978), <탑>(1979), <북>(1981), <강 건너 너부실로>(1986), 그리고 역사적 질곡 속에서 민초들의 애환을 묘사한 <정읍사>(1982), <오돌또기>(1983), <만인의총(萬人義塚)>(1986), <침묵의 바다>(1987) 등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과 관련된 작품들로는, 분단 문제를 다룬 <하늘만큼 먼 나라>(1985), <타인의 하늘>(1987)과, 농민 문제를 다룬 <달집>(1971), <소작지>(1974) 등이 있다. 1971년 <달집>으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작품상 및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1974년에 <소작지>로 제1회 전국지방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10여 차례에 걸쳐 각종 연극상을 수상하였다. 사실주의 양식을 기조로 한 그의 희곡들은 주로 과거의 역사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가 취급한 시대는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조, 구한말, 일제, 분단과 한국전쟁에 두루 걸쳐 있는데, 주로 국난의 시대나 사회적 위기가 고조되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그는 이러한 작품 속에서 끊임없는 고난 가운데서 나라를 지켜온 것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힘임을 강조한다. 한국 농촌의 짙은 토속성과 풍토성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며, 특히 호남 지방의 방언과 억양을 연극적인 대사로 탁월하게 구사하고 있다.
무대 상수 해설자 등장위치에 만들어 놓은 <달집>은 달맞이하기 전에 마을의 뒷동산 높은 마루에 지어놓는 달집의 축소모형이다. 동네에서 달맞이를 하는 산을 달맞이 산 달 보는 산 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무나 짚으로 마치 오두막처럼 만드는데 동네의 한 집도 빼먹지 않고 짚을 얻어 그 짚으로 달집을 짓는다. 이렇게 달집을 세워놓고 달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다가 달이 막 떠오르면 즉시 이 달집에 불을 붙인다. 달집이 기세 좋게 잘 타야만 그 해 그 동내의 운수가 대통한다고 한다.
희곡<달집>은 1971년에 국립극단에 의해 첫 공연되었고, 이 작품은 6 25사변을 배경으로, 빨치산이 활동하던 지리산 자락의 한 마을의 간난노파라는 주인공이 통한으로 겪는 그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호남지역의 토착적인 인간상 부각과 묘사에 힘을 기울이고, 그 지역 방언구사와 그 묘미를 살려낸 우수작으로 평가된 희곡이다. 특히 3대에 걸친 여인상과 그 대표 격인 간난노파의 강인한 성격을, 천년을 이어온 조선여인의 뚝심과 의지로 묘사 표현한 작가의 작의는 높이 평가된다.
무대는 산골마을의 한옥을 뼈대만 세우고, 지붕이나 벽은 생략했다. 부엌은 시멘트로 발라 냄비와 떡시루를 정면 벽에 달아놓았고 아궁이 위에는 가마솥이 아닌 커다란 여물 쑤는 양푼을 올려놓았다. 대청과 장지문이 안방 건넌방을 구분 없이 개방하고, 상수 쪽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과 집 뒤로 마을과 산으로 통하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에는 난간이 달리고, 그 좌우로 솟대가 세워져 있다. 하수 쪽은 광과 헛간으로 농기구를 비롯해 멍석 소쿠리 볏짚이 잔뜩 쌓여 있고, 세워놓은 리어카도 보인다.
노래하는 해설자를 등장시켜 장면변화마다 노래와 해설을 하고, 영상을 투사해 6 25사변 발발장면, 전투기 폭격장면, 전투장면과 인민군 포로들의 모습이 소개되는가 하면, 남한의 이승만과 북의 김일성의 모습이 해설과 함께 소개되면서 당시 미 대통령 트루만의 행적도 소개가 된다. 일본말로 하는 공연이기에 프로시니엄 아치 좌우에 스크린을 달아 한글과 영어 자막을 투사한다.
연극은 간난노파의 집에 남은 아들과 손자 그리고 전쟁터로 가 소식이 없는 큰아들의 며느리가 연극을 이끌어 간다. 중간에 이장과 마을 사람, 그리고, 인민군이 등장하고, 인민군이 하나밖에 없는 소와 곡식을 강탈해 가면서 며느리까지 데려가 욕을 보인 후 돌려보낸다. 간난노파는 며느리에게 이 집을 떠나 개가를 하거나, 새 일자리를 찾기를 권한다. 그러나 아들은 반대다. 욕을 당했다고 하드라도 감싸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파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를 하고, 종당에 아들이 일제치하에서 헌병에게 끌려간 어머니가 젖가슴을 노출한 행위를 들춰낸다. 그러나 간난노파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진 일이었다며,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며느리 축출의사를 굽히지 않는다. 아들은 집을 나가버린다. 얼마 후 전쟁터에서 장님이 된 큰 아들이 돌아와 독백처럼 아내가 싫어 전쟁터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와 다시 정을 붙이고 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아내는 자신이 당한 일 때문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고, 눈먼 아들은 통곡을 한다.
대단원에서 간난노파와 손자는 리어카에 농기구를 싣고, 농사를 지으러 출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간난노파로 이려선이 출연해 발군의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조박이 해설자로 등장해 노래와 해설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촌장으로 후쿠하라 케이치가 출연해 중후한 연기력을 과시하고, 아들로 히로시마 코가 출연해 열연을 한다. 며느리로 덴다 케이나가 출연해 출중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손자로 이마이 카즈미가 출연해 상큼발랄한 연기로 소년역을 소화해 낸다. 눈먼아들로 고바야시 요시나오와 신대기가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동리사람으로 시마모토 카즈토가 텁석부리 수염을 달고 시선을 끈다. 군인으로 소메노 히로타카, 대장으로 젠바라 노리카즈, 군인으로 가토 료스케가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노파로 미우라 신코가 출연해 역시 탁월함을 보인다. 빨치산으로 에비네 히사요, 노영훈, 김형태, 정지원이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인다.
다만 출연자들의 일본어 대사로 인해 호남방언의 묘미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획 제작 신주쿠 양산박/스튜디오 반(이강선), 안무 오카와 타에코, 무대감독 다케하라 타카후미, 작곡 및 음향 오누키 타카시, 조명 이즈미 츠구오, 사이토 요시카츠, 노지혜, 촬영 오스가 히로시, 기획 김영미, 통역 자막 김연미, 제작 지원 정민교, 김지혜, 심재훈, 강명환, 김바우, 디자인 박유진, 음향 전민배, 스튜디오 반 인턴십 박혜원, 오수진, 김민경 등 스텝 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201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 노경식 작, 김수진/조 박/시노토 유리 번역, 김수진 연출의 <달집>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었다.
9, 두산아트센터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성기웅 각색 협력연출 타다 준노스케 연출의 가모메를 보고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안톤 체호프 원작, 성기웅 각색/협력연출, 타다 준노스케 연출의 <가모메>를 관람했다.
<가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다.
안톤 체호프(1860~1904)의 <갈매기>는 알렉산드린스킨 극장에서의 초연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연출을 하고, 트린고린으로 출연을 한 재공연에서 성공작이 되었다.
<가모메>는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일제치하의 한반도로 정하고, 무대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건물이나, 엄청난 해일이 휩쓸고 간 바닷가 마을처럼, 프러시니엄 아치 같은 커다란 기둥만 남은 건물과 그 안에 널려있는 가구와 서류, 의자와 신문지들을 마치 쓰레기장처럼 쌓아놓았다. 무대 상수 쪽의 낮은 장위에는 유성기가 보이고, 하수 쪽에는 연극의 전체장면을 중계를 하는 듯싶은 TV모니터와 모니터를 통해 무대전체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무대중앙에 돌출부분이 있어 연기자들이 작은 언덕을 넘듯 그곳을 넘나들고, 하수 객석 가까운 곳과 상수 배경 막 가까운 곳을 등퇴장 로로 설정을 해, 1막의 마지막에 하수 쪽 등퇴장 로를 커다란 문으로 차단시키고, 2막에서 문을 다시 열도록 한다.
중견 여배우와 희곡작가 지망생을 조선인으로, 여배우가 되려는 마을처녀도 조선인, 인기 작가이자 대중 소설가는 일본인, 소학교 교사도 일본인, 삼촌과 농장관리인은 물론 조선인이다. 소년 역은 일본인, 닥터 역은 조선인, 간호사 역은 일본인과 조선인, 희곡작가를 짝사랑하는 여인도 조선인으로 설정해, 인물과 국적, 출연자들의 성격 등 적절한 배역과 설정이라 평하겠다.
연극의 내용은 체호프의 <갈매기>의 줄거리를 따랐다. 연극은 도입에 텅 빈 무대에 출연자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무대 위에서 의상을 갈아입는다. 연극이 시작되면 출연자들은 상수 쪽에서 등장해 하수 쪽으로의 퇴장을 반복하며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듯 연극이 끝날 때까지 등퇴장을 반복한다. 초반에 희곡작가지망생의 첫 공연이 친지들의 관람태도 때문에 무산되는 장면에서부터, 중견여배우가 연하의 인기대중소설가와의 관계를 흘겨보는 여배우의 나이든 삼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혼자서만 떠벌이기를 계속하는 농장관리인, 관리인의 딸을 연모하는 일본인 초등학교 교사, 조선인 닥터와 그를 좋아하는 일본인 간호사와 조선 여인, 마을의 소년 등 작중인물들의 독특한 개성과 성격창출이 돋보이면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소개된다. 인기 대중소설가가 연기지망생인 마을 처녀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그에게 다가서는 연기지망생 처녀에게 도쿄 연락처를 중견여배우 모르게 알려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의 진전을 예고하고, 그로 인해 중견여배우와 인기대중소설가의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노출이 되면서, 어머니와 자신이 사랑하는 여우지망생 양쪽에게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이는 희곡작가지망생이 엽총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장명에서 1막이 마무리가 되고, 2막에서는 다시 고향을 찾은 중견여배우 와 인기대중소설가,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도쿄에서 인기대중소설가에게 버림을 받기는 했으나 배우가 된 마을처녀가 귀향한다. 그동안에 작가가 된 주인공이 여배우가 된 여인을 반기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대중소설가에게 빠져있는 것에 절망하여 청년작가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한다. 마지막 장면은 청년작가의 시체가 있는 장소를 출연자 전원이 역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청년의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회전을 계속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성여진이 중견 여배우로 출연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과 호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토 마코도가 인기대중소설가로 출연해 멋진 외모와 호연으로 역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허지원이 청년작가로 출연해 귀공자 같은 외모와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연모를 받는다. 김유리가 여배우지망 마을처녀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이윤재가 관리인으로 출연해 독특한 떠버리 연기와 성격부각으로 호연을 보인다. 권택기가 삼촌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격창출로 삼촌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나츠메 신야가 소학교교사로 출연해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키고, 허정도가 닥터 강으로 출연해 품격 높은 신사역을 무대에 선보인다. 오민정이 닥터를 좋아하는 마을 여인 역으로 호연을 보이고, 사야마 이즈미가 간호사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관객에게 인상을 심는다. 마노 리츠코가 소년으로 출연해 조용하면서도 온건한 표현이지만 무대를 가득 채우는 기량을 발휘한다. 관리인의 딸로 출연한 전수지는 모습도 예쁘지만 그녀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량을 이번 공연에서 드러낸다.
예술감독 강석란, 프로듀서 김요안 신가은, 번역 드라마트루기 이홍이, 번역 이시카와 주리, 코디 협력 프로듀서 핫토리 에츠코 강민백, 조연출 윤성호, 무대감독 자막오퍼 안수환,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명디자인 이와키 타모츠,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 분장디자인 장경숙, 기술감독 윤민철, 음양엔지니어 신승욱, 조명엔지니어 이승희, 미디어오퍼 임유정, 의상어시스트 김선아, 소품어시스트 장아현, 분장어시스트 박수진,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일치되어, 두산아트센터 기획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성기웅 각색 연출, 타다 준노스케 연출의 <가모메>를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감지되는 우수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0, 명동예술극장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
명동예술극장에서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관람했다.
안톤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 러시아 출신의 희곡작가다. 모스크바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했고, 1887년 희곡 <이바노프>를 초연했다.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의 장막희곡과 <백조의 노래>,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 그 외 단막희곡을 썼다. 1888년 푸시킨 상 수상했다.
안톤 체호프가 청년 시절을 보낸 1880년대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당하는 등 테러 행위가 빈발한 시대다. 왕위를 계승한 알렉산드르 3세는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강경한 탄압 정책을 펴, 그로인해 가난한 농민들이나 지식인들의 생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점차 환멸감에 빠진다. 이 때 체호프는 어둡고 절망적인 러시아 사회를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그려내면서,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재인식시키고, 삶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작품을 이끌어 간다 ,
<바냐 아저씨>에서는 세레브랴꼬프라는 퇴직교수와 옐레라는 교수의 젊은 부인, 소냐라는 교수 전부인의 딸, 마리야라는 교수 전부인의 어머니, 바냐라는 전부인의 동생이자 마리야의 아들, 아스뜨로프라는 별명이 숲 요정인 의사, 찔레긴이라는 몰락한 지주, 마리나라는 늙은 유모와 젊은 일꾼이 등장인물이다.
주인공 <바냐 아저씨>는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꼬프 교수의 생활을 돕기 위해,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에서 자기를 희생하다시피 하며 일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 영지로 돌아온다. 퇴직교수라고는 하지만 매부는 병 투성이 인데다가 속물근성을 갖고 있음을 알고는 바냐는 실망과 허탈감에 빠진다. 게다가 바냐의 고뇌는 엘레나에 대한 사모의 정이 싹트면서부터 한층 심각해진다. 바냐의 친구인 아스뜨로프는 바쁜 진료생활 가운데서도 숲 가꾸기에 정열을 기울이는 숲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남몰래 그를 사모하고 있는 순박한 처녀 소냐는 외면하면서, 교수부인 엘레나의 미모와 매력에 정신이 팔린다. 아스뜨로프와 엘레나는 은연중에 서로 가까이 다가간다. 이런 와중에, 세레브랴꼬프는 영지를 팔고 도회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희생과 헌신으로 보낸 반평생의 대가로, 결국 이 땅에서 쫓겨나게 된 바냐는 절망한 나머지 세레브랴꼬프를 권총으로 쏜다. 총알은 빗나가고 종당에는 화해가 성립하지만, 세레브랴꼬프 부부는 영지를 떠나간다. 아스eM로프와 엘레나의 은밀한 사랑도 끝이나고, 아스뜨로프도 떠나간다. 소냐는 <바냐 아저씨>를 위로하고, 둘은 다시 전과 같은 조용한 생활과 하던 일을 계속한다.
무대는 배경 막을 여백처럼 비워놓고, 배경 가까이 잎이 무성한 나무 한그루를 세워놓았다. 연극의 후반부에 이 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보이게 된다. 하수 쪽은 중간 막 네 개가 가리개처럼 드리워진 채로 있고, 상수 쪽에 고풍스런 아치형 문이 있어, 방이 26개라는 성 같은 대저택의 문으로 손색이 없다. 건반악기나, 탁자와 식탁, 그리고 의자 등 가구 하나하나가 고풍스러워 극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고, 찔레긴이 연주하는 기타와 연주음악, 그리고 노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절묘할 정도로 어울린다. 특기할 것은 금년 88세로 미수를 맞은 백성희 선생이 노모 마리야로 출연해 젊은 연기자 못지않은 발성과 연기로 관람객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한 사실이다.
백성희 선생이 마리야로 출연해 50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과 무대를 채우는 출중한 기량으로 관객의 존경을 받는다. 한명구가 세례브라꼬프 퇴직교수로, 이상직이 바냐 아저씨로, 박윤희가 의사 아스뜨로프로 출연해, 3인 모두 성격창출과 연기력에서 출중함을 드러낸다. 정재은이 엘레나로 출연해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이지하가 소냐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쳐 갈채를 받는다. 황정민이 유모 마리나로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우는 포용력을 발휘하고, 이정수가 찔레긴으로 출연해 기타 연주와 노래로 재능을 발휘하며, 듬직한 체구에 깜짝 놀랄만한 애교로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간다. 유시호가 젊은 일꾼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최원정이 마리야로 더블 캐스팅 되었다.
제작총괄 정명주, 제작PD 김옥경, 마케팅 정용성 박보영 김태은, 언론홍보 정현주, 무대디자인 임일진,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분장디자인 이동민, 음악감독 장영규, 음향디자인 음창인, 조연출 하동기 최원정, 기술감독 김무석, 조명감독 깅용주, 무대감독 김승철 신승호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동이향 윤색, 김옥란 드라마투르크,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만추에 어울리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