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인대상] 말들의 무덤

말들의 무덤

 

연출: 김동현
드라마터그: 손원정, 한현주
단체명: 극단 코끼리만보
공연일시: 2013/09/06 ~ 2013/09/15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전문가평가단 총평

 

어쩌면 수십 개의 이야기와 인물들과 공간이 이렇게 하나로 엮어져 극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울 뿐입니다. 배우들의 대사와 인물 창조력과 무대 위에 그려진 그 상황들이

그 시대, 그 아픔의 모든 이야기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연극의 인터뷰형식을 이렇게 연극으로 볼 수 있음에 감동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화술은 놀라울 정도로 극의 몰입과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 서미영

 

한국전쟁 양민학살 증언자 녹취록을 배우들이 재연한 이 연극은 기록 연극으로서의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 배우들은 특정 역할을 맡지 않은 채 한 사람씩 증언자 역할을 하는데, 그들이 증언하는 내용들은 따로 극화하지 않더라도 그 증언의 언어를 통해서 강한 정서적 임팩트를 가진다. 증언자와 한 공간에는 때로 흰 천을 얼굴에 뒤집어쓴 죽은 희생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배경에 걸려 있는 큰 천에 영사되는 기록 사진들 역시 무대의 재연에 덧붙여져 잘 활용되었다. 수많은 끔찍한 죽음들에 대한 언어들 앞에서 숙연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작품이다.

– 선우환

 

‘연극은 시대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번 연극인 대상의 취지에 적절히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고루한 전쟁학살 귀신들 이야기지만 ‘아직도 정전중인 한국’이라는 시대성을 환기 시켜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여 진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였으며, 너무 정갈하고 조심스러워서 좀 답답하기도 했다. 음악과 조명, 영상, 소품, 의상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 등이 극의 긴장과 이완으로 적절히 점철되어 묵직하지만 리드미컬 했다. 말이 공중으로 떠돌아 날아가는 것을 잡아두려는 의지로 보였다.

배우가 잘 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일부분에서는 배우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특히 말미에 김태근 배우가 죽은 자의 말을 더듬을 때는 연출의 의도인 것인지 도무지 들리지 않았다. 그 배우가 뭐라 하든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들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무대화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볼거리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들과 곧잘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런 문제를 온전히 해결했다가 보다, 진지하게 학구적으로, 충분히 고민했고 그런 의미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연극적 공동작업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우수한 작품이었다.

작품이 서사 없이 흑백의 천으로만 만들어진 조각보 같기 때문에 후반부에 너무 비슷한 상황들이 계속되니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 다음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턱을 고이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불과 몇 십 년 전 벌어진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들이 적절히 지혜로웠다.

자칫 지루한 흑백 영화처럼 고루할 수도 있었을 작품. 죽은 영혼을 불러오는 굿판 같은 정신사나움도 없다. 생각에 뿌리를 내리는 깊은 대사와 장면들, 조상들에게 누를 범하지 않을 만큼의 세련됨, 딱 미꾸라지 정도의 물고기들이 튀어 다니는 에너지와 유연함. 이런 이미지들이 버무려 져 있다.

극장을 나오니 오히려 입을 다물게 되더라니… 시끄럽고 화려한 껍데기 세상이 낯설었다.

어설픈 번역 작품 보다 우리 이야기를, 잘 모르고 채우는 것보다 깨끗하게 비워가며 절제하는 것이 낫다는 평범한 사례를 보여준다.

– 송경옥

 

기존의 형식이나 내용을 답습하는 것은 안전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새로운 선택을 하여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공연에서 중심 주제는 분명하였지만, 일관된 하나의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관객을 사로잡는 중심 사건 또한 없었다. 중심 갈등이나 인물 또한 하나가 아니라서 산만하고 지루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말과 죽음에 대한 평가를 오로지 관객에게 맡기고 있어서 생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시기에 학살된 민간인들의 모습에 천착하는 ‘정성’과 ‘고민’이 역력했다. 특히 다루는 소재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흐려지고 있는 역사와 진실에 관한 것이었고, 이를 여백이 느껴지는 무대와 다소 느린 연기 흐름과 변색된 사진 같은 의상과 소품 및 음악 때문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우리 연극계에 큰 울림을 줄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엿보여 기대감이 들었고, 흐뭇한 마음도 많았다. 공연의 형식과 내용 모두 관객을 믿고, 존중하면서 연극의 중심 주체로 세웠다는 점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 오판진

 

말을 아끼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세대는 시간 속에 갇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공연이었다. 각자의 표현 방법은 달랐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게 담담한 어조로 증언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배우가 아닌 죽은 자의 모습을 보았고 그들의 증언을 가슴으로 들었다. 무덤에 묻힌 말들을 찾아내는 쉽지 않은 작업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한 흔적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또 생활하는 내내 새록새록 가슴으로부터 솟아나와 진한 감동과 더불어 감사를 느끼게 한다. 정말 좋은 연극 한 편 보았노라고..

– 최영인

 

***시민평가단 총평

한국전쟁 중 일어난 ‘민간인학살’을 다룬 공연으로 죽어서 뼈만 남게 된 유골을 의사가 설명하는 것부터 극은 시작된다. 코러스들이 각각의 인물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는데, 한국 곳곳의 이야기를 전하려다보니 해석하기 힘든 사투리가 많이 나와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다. 구성이 짜임새 있고 극적이었으나 그에 반해 관객은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 민간인학살에서 오는 직접적인 현장의 감정보단 머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 박병교

 

“말들의 무덤” (별점:★★★☆☆) 2011년에 “21세기의 여인”이란 제목으로 낭독공연으로 봤던 작품이다. 한국전쟁 때 양민학살 녹취록을 재현한 것이 공연의 기본 틀이다. 서사적인 구조가 아니라 각각의 사건을 표현 하는 것이 약간의 지루함을 준다. 그러나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대사와 절제된 조명과 음악이 의미 있는 느낌을 주었다.

– 이동길

 

공연 제목처럼 말과 말이 뒤덮이고 쌓인 ‘말들의 무덤’ 이었다.

어쩌면 극을 구성하고 연기한 연출과 배우들은 더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은 좋았던 것 같다.

자칫 하다간 지루해지고 산만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극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전쟁 당시 빨갱이 숙청이란 명령 아래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어간 사람들은 너무도 평범하고 유약한 시민들이여서 그들이 죽고 난 뒤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누구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그들에 대한 관심은 정권이 바뀌고 언론의 자유가 생겨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이미 여러 편 제작이 되었고 이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국 전쟁을 재조명하는 역사책도 출판이 된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이 공연은 낯설거나 충격적이진 않다. 또한 슬픈 것도 혹은 가슴 아픈 것도 덜 하다. 그렇게 인식하는 관객이 혹 필자 하나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들의 이야기의 범위가 너무나 집약적이라 1시간 30분 내내 듣기엔 조금 답답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공연화 한 것과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와 다양한 표현 방법 등을 시도한 것은 인상 깊었다.

아쉬웠던 것은 배우들 움직임의 불명확했던 것인데, 배우들이 절제된 연기나 동시다발적 움직임으로써 극의 분위기나 인물을 표현했는데 너무 추상적이어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또한 앞서 얘기했지만 그들에 대한 전체적인 사건 배경과 그들의 이야기가 보는 관객들에게 낯선 것이 아닌 만큼 전반적인 극의 템포감, 내용 구성 등이 조금 더 보완이 된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 이원선

 

양민학살에 대한 녹취록을 이렇게 연극으로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공연은 ‘말’을 통해 이루어졌고 ‘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 시대를 표현하였다. 배우들은 인형처럼 자신의 감정보다는 녹취록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연기한다. 이러한 언어를 통한 연기는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관객들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공연도중에는 그때의 말을 표현하다 보니 사투리로 표현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생소한 관객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또한 극의 표현에 가장 중요한 배우들의 전달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말’로 이끌지 못하니 관객들은 집중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단체부분들은 아주 좋았다. 얼굴을 덮은 천, 배우들의 노래 등은 극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마지막에 상자 속의 양민 학살 피해자들의 얼굴을 새겨 놓음으로서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극은 신선하고 새로웠다. 하지만 그런 새로움에 비해 관객들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말’의 표현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져야 할 것 같다.

– 이윤지

 

한국 전쟁 중 사라져간 많은 이들의 말, 그렇게 사라져간 이들을 지켜본 이들의 말을 공연을 통해 만남으로써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잊혀 가는 한민족의 역사를 공연으로나마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 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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