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극작: 박찬규
연출: 김수희
단체: 극단 작은신화
공연 일시: 2013/10/10 ~ 2013/10/20
공연 장소: 정보소극장
***전문 평가단
오밀조밀한 6,70년대 하층서민의 거실을 재현한 무대가 정다웠다. 부엌일을 살뜰히 챙기며 아기를 돌보는 연주의 나긋한 목소리의 차분한 대사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이 극은 무난히 메시지를 달성하리라는 안도감을 준다. 이 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살기 팍팍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창신동’을, 어려운 삶에서 빠져나가기를 포기하고 그 안에서 안주하려는 창신동 사람들을 따뜻한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살인이 일어나지만 프랑스 고전주의 극이 그러했듯 현장을 직접 보여주지 않은 연출 때문일까? 섬뜩한 느낌은 없다.
이 극은 연주를 중심으로 세 남자가 벌이는 극이다. 연주를 친딸처럼 돌본 동식, 동식의 친구이자 연주와의 관계를 원하는 동네 할아버지 대표이기도 한 재광, 연주와 남매같이 자랐으나 실제로는 연주의 동거남인 현식-동식은 연주의 가사노동을 필요로 하는 남자이며 재광과 현식은 연주의 여성성을 원하는 남자이다. 연주는 다 펴 주어야하는 여자, 착취당하면서도 굴레를 벗어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여자이다.
무대 위에서 정숙한 이미지와 행동을 보이는 연주가 동네 할아버지들 수청을 다 들어주는 여자였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떨어지며 인물의 일치가 되지 않아 어색하다. 원작의 연주는 이주 외국인이었다는 작가의 설명(팜플렛)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삼각관계의 희생물 연주-라는 생각을 해보면, ‘헤쳐 나가기 어려운 가난’이 과연 주제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국인 연주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극의 주제를 엉뚱하게 노인문제로 흘러가게 할 수도 있다.
– 정희수
***시민 평가단
“창신동” (별점:★★★★☆) 극단 무리에 들어 오면서 알게된 극단 작은신화! 이 극단의 작품 중 처음 본 작품이 우리연극만들기 첫번째 작품인 “황구도” 였다. 올해로 열번째인 우리연극만들기의 공연을 보았다. 초고층 빌딩이 우뚝 솓은 대도시 서울이지만 아직도 골목길이 있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이 있다. 한 가족은 아니지만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얘기이다. 다섯명의 배우분들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았던 공연이다. “해변의 카프카” 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이혜원이 눈에 뛴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좋았다. 문을 열고 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 이동길
이 극이 가장 잘 표현된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이지만 극의 무대 또한 분명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무대가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다 표현되어 정말 이것이 연극인가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대까지 사실적으로 표현을 하였기에 관객들이 이 연극에 더욱 몰입하고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낡은 냉장고, 냉장고 속 반찬들, 정말로 물이 흘러나오는 싱크대, 부탄가스등 모든 것이 정말 우리의 실제 상황을 가져다 놓은듯한 느낌이었다. 그러한 무대의 디테일로 관객들을 계속 연극과 현실을 구분 짓게 못하게 하고 또 디테일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정말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실 내용은 조금 흔한,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각 인물들은 각자의 내면적인 연기를 너무나 잘 보여주었고 특히 여주인공과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갈등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 이러한 각 인물간의 갈등과 감정들로 가난한 우리 현실속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자칫하면 뻔 할 수 있는, 지루할 수 있는 연극을 배우, 무대, 연출 등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표현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
– 이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