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포럼 ’10만원 토론회’

대학로 포럼 ‘10만원 토론회’

 

일시 : 2013년 10월 14일 17시

장소 : 노을소극장

참석자 : 채승훈, 오세곤, 송선호, 이신영

정리 : 이일균

 

이신영: 안녕하세요!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달 정기적인 월례 토론회를 하자고 약속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모임이 늦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소규모라도 모여서 끊임없이 연극계 현황을 들여다보고 함께 진단모색을 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 이슈가 많으나 오늘 자리는 한팩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집중토론을 가지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우선 오세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다.

 

오세곤: 한달 전 주요 신문에 국공립 극장 관련 정책 발표가 있었습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연극계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 가진 것 같은데, 사실 연극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습니다. 주 내용은 국립오페라단을 예술의 전당으로 보내고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단을 통합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팩과 현대무용단이 협력관계를 맺고 서울예술단을 아동청소년극  전문단체로 변경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국립오페라단을 예술의 전당에 편입시킨다는 것만 이슈화되고 나머지는 묻혀버렸습니다. 하지만 연극계로 봐서는 그 뒤 세 가지 이야기가 더 중요합니다. 우선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을 합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국립극장을 나올 때 사실은 국립극단 전용극장이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은 해결하지 않고 따로 존재시키다가 뒤늦게 합한다고 하니 양쪽 다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한팩과 현대무용단을 협력관계로 둔다는 것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점이 있는 것이 전 정부에서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전용극장, 대학로 예술극장을 연극전용극장으로 하려다가 연극계 정서가 여기에 워낙 부정적이니까 ‘전용’이라는 단어를 ‘중심’이라는 단어로 변경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 중심 극장으로, 대학로예술극장을 연극 중심 극장으로 변경했는데, 그것조차도 나중에 실제 공연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니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연극 반 무용 반 정도 공연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되지도 않았고, 이런 때에 한팩이 국립현대무용단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다시 말해 한팩과 협력관계를 맺은 유일한 예술단체가 국립현대무용단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팩 극장, 특히 아르코예술극장은 정말 국립현대무용단 전용극장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대학로는 연극이 중심이고 그 중심의 중심은 아르코 예술극장입니다. 한팩의 전신인 문화예술회관이 생기면서 대학로가 형성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대학로는 연극과 문화예술회관과의 밀접한 환경적인 요소가 있는데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연극계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서울예술단의 경우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 누구 탓입니까? 인사나 운영에 대해서는 연극계가 관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연극단체로 뚝딱 변경될 수 있는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전문가가 있어야하고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하는 것인데 연극계는 지금 조용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팩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사실 한팩이 기획공연을 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반 극단들은 1년에 한 번은 그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조건이 매우 좋은 극장인데, 그런데 한팩이 기획공연을 하면서 그런 기회를 빼앗아갑니다. 기획공연이란 것은 흥행이 잘될만한 작품을 선택을 하고 포장하여 결국 관객 많이 왔다라는 것을 보여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부에 대한 보고서가 관객점유율이 어떻고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그런 기획능력을 가지고 보통의 극단들이 대관을 많이 하게끔 한 다음에 일반관객을 오게끔 도와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팩의 우수한 전문 인력을 가지고 대관 단체들의 공연이 기획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단 말씀입니다. 이사장이 바뀌고 나서 아직까지 어떻게 운영될 것이라는 지침이나 방침이 없습니다. 현 이사장 체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포함하여 현장의 정서를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승훈: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술의 전당이라든가 명동 예술극장이라든가 장충동 국립극장,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백성희장민호극장 이런 여러 국공립극장들은 문광부에서 지원하고 그 바탕 안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 상주단체들이 협력 체제를 이루어 운영이 되었지만 한팩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03년쯤 준공된 대학로대소극장은 한화주차장 자리가 쇼핑몰로 넘어가려는 것을 대학로에 상주하는 연극인들이 그것을 서울연극협회를 중심으로 해서 저지하고 대학로를 순수연극의 매카로 만들어보자 하며 건립된 극장입니다. 그러한 역사와 전통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극장인데 한팩만은 적어도 민간극단들에게 돌려 줘야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기획 공연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연극인들과 대학로의 4개 극장들 사이에 큰 강을 만든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팩이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독립이 되고 이사장 책임운영제로 가다보니 도리어 연극을 위한 독립성을 가지기보다 연극인들에게 더 멀게 느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난감하나 어떤 형태가 되었든 민간극단의 영역이 될 수 있도록 돌려줘야하겠습니다. 한팩의 이사장은 이런 일에 대해 앞장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협력단체로 도리어 국립극단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합니다.

 

오세곤: 무용도 물론 공간이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새로 건립을 하든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학로의 상징인 주요 극장들을 그렇게 하는 것은 장르별 오해만 야기합니다. 이것은 무용을 위해서도 결코 좋을 것은 없다고 봅니다.

 

송선호: 무용 중심, 연극 중심했는데도 무용으로 1년간 공연을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

 

채승훈: 국립현대무용단이 협력관계로 들어온다면 한팩은 무용 전용극장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오세곤: 한팩과 국립현대무용단의 관계는 그쪽으로 모든 지원 등이 쏠리지 않을까 합니다.

 

채승훈: 그렇죠.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많고 그렇게 되면 민간극단들은 한층 더 소외되는 현상이 초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이 우리 연극인들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지요.

 

오세곤: 정부에서 하는 기관 평가라는 것도 있지만, 한팩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도 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과의 소통과 교류인데 채선생님이 말씀하신 듯 큰 강, 장벽을 만들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소외계층, 민간인들을 위한 교육들은 공허한 것 같습니다. 서울의 200여개의 극단들이 있는데, 한팩의 많은 극장들을 모두 가동을 한다면 최소 150극단들이 1년에 한 번씩은 사용 할 수 있지 않나합니다. 극단들이 공연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홍보도 해줘서 기획적으로 성공시키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요. 예술인들은 홍보기획에 약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력들이 있는 한팩이 그런 것을 해준다면 고맙다라는 생각이 들 텐데 지금은 왜 있는지 그냥 권력으로만 보이고 연극인들을 위해서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한팩에서 페스티발 같은 것을 하는데 사실 그게 우리 정서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코메디페스티발을 왜 하는지 마로니에 축제를 왜하는지요? 물론 오랫동안 해왔던 서울연극제라든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 누구나 다 동의할 만한 그런 것은 좋으나 이런저런 축제로 빼고 기획공연으로 빼고 하다 보니 실제 대관날짜는 며칠 안 되는 실정입니다. 대관료 비싸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얘기해보지는 않았지만, 시간대로 딱 끝나고 하는 것도 사실은 현장 정서와 안 맞습니다. 스태프들도 그 시간이 되면 직장인처럼 작업을 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습니다. 보통 민간극장에서는 급하면 다 같이 밤도 새고 하는데 한팩 소속만 되면 같은 동료 연극인의 느낌이 없습니다. 한팩은 뭔가 특별하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미에서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장과의 거리가 멀다라는 것입니다.

 

송선호: 한팩은 관변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공석이 오래 있었는데 인사 선발에 있어서 연극인들이 관여를 할 수가 없나요? 공모를 한다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세곤: 추천위원이 없죠?

 

송선호: 문광부에서 할 텐데 그게 다 뒤에서 나오는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인사선발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대관공연 중 일부에 기획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함께 움직여 줘야 하는데 따로 공연만 합니다. 실질적으로 기획공연은 서로 호흡을 맞춰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기획공연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오세곤: 약간 변형된 걸로 느끼시는 거군요.

 

송선호: 대관료도 그렇게 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세곤: 네. 그렇게 싸지는 않다고 봅니다.

 

송선호: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게 공식정책인가요?

 

오세곤: 무슨 문화예술 연속포럼에서 문화부 주무 과장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거의 공식적인 발표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오페라단에서는 굉장히 시끄러웠다고 하더군요.

 

이신영: 아까 말씀하신 것 같이 한팩극장이 만들어진 그런 상황들을 연극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관심도가 낮은 것은 그러한 역사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이죠. 국공립 극장 평가 시스템이 관객 수나 이런 것이 아니라 좀 더 분류하고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력이 없는 일반 연극인들이 대관을 했을 경우, 한팩 직원들이 총력을 기울여서 이러저러한 성과를 거두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기술적인 스태프적인 사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승훈: 저는 처음부터 한팩이 출발을 잘못 하였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위원회에 소속이 되었던 극장들을 이명박 정부 유인촌 장관이 왜 따로 독립을 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문화예술위원회 소속인 극장들을 떼어내어 한팩이라고 묶어서 그것을 마치 외부의 극장처럼 운영하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가지고 직원을 뽑고 한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한팩은 문화예술위원회 보호 안에 있어야 합니다. 문화예술위원회의 독립된 정책으로 나가야하는데 그것을 문광부의 직할구조로 만든 것과 비대해진 직원시스템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책임 경영제가 되는 것이죠. 한팩에 들어가는 문광부의 지원액이 60~70억 정도 돼요. 그 돈의 몇% 정도 수익을 올리는 게 절대 절명의 일일 텐데, 일 년의 총 수입이 몇 십%되어야 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그게 이젠 관리하는 게 문광부가 아니고 기획재정부의 소관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기관평가를 한단 말이죠. 그것은 곧 문광부 전체의 고가 평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관료화 되어있는 거지요. 나라의 수익성을 일정부분 책임을 떠안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60~70억 받는 데에서 얼마정도 수입을 창출하느냐의 문제가 주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차장도 영업을 해야 되고 직원들은 다른 데에서 잘 되는 공연들을 유치해야 되는 거고 단체들한테 대관을 한다는 명목으로 대관료를 보이지 않게 비싸게 받아야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애초부터 한팩이라는 것을 왜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독립을 시켰는지, 그것부터가 잘못되었습니다.

 

오세곤: 아까 말씀드렸듯이 직원들은 상당히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았을 겁니다. 그들이 연극현장의 민간단체들을 위해 존재한다면 민간단체들이 예술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합니다. 전문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한팩의 재정자립도를 낮춰야 합니다. 민간단체들이 약한 부분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서 전문 인력의 활용도 필요한 것입니다.

 

채승훈: 우려가 되는 것은 어찌되었든 간에 직원들이 많이 있고 책임운영제가 되면 대관위주로 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대관위주의 직원들이 존재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정도의 일을 하는 데 이렇게 많은 직원이 필요하겠느냐?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죠.

 

오세곤: 대관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단체별로 도와줄 부분을 찾아서 도와줘야하고, 필요한 역량을 발휘하게 하면서 채워줘야 합니다.

 

채승훈: 그렇게 된다면야 아주 이상적이죠. 일에 대한 평가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평가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예술성은 문광부에서 평가할 수 있겠고 경제성이나 대중성은 기획재정부에서 돈이 나오니깐 그런 쪽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연극인들이 나서서 한팩의 부담을 대폭적으로 줄여주고 직원여러분이 연극인들과 같은 입장에서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라는 과정이 필요한 건데,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입니다.

 

이신영: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모두 지난 것 같습니다. 다음 모임은 11월 18일 오후 5시에 같은 장소에서 모이겠습니다. 이후 토론회는 오늘보다 많은 현장연극인들이 참석하길 바라면서 토론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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