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 5월 논평: 2014년 대학로의 연극 현실과 연극인 /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2014년 대학로의 연극 현실과 연극인”

대학로는 연극을 업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또한 흔히 ‘연극의 거리’, ‘공연 예술의 거리’라 부른다. 이는 인사동을 ‘전통의 거리’, 홍대 주변을 ‘다원화의 거리’, 명동을 ‘패션관광의 거리’, 충무로를 ‘영화의 거리’ 등으로 각기 명명하여 그 고유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키듯, 대학로는 연극을 기반으로 발전된 지역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로는 그 정체성을 창발적(創發的)으로 드러내어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연극으로 특화된 문화지구다운 도시 환경적 조성과 연극인 지원체계가 원활하게 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보다는 의문 부호만 늘어가 종국에는 자포자기와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 2014년 대학로의 연극과 연극인이 처한 현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학로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국가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닌 척박한 공연예술 환경에서도 치열한 예술정신에 입각해서 연극인 스스로 일궈낸 공간이며, 공연 관련 단일밀집 지역으로서는 그 규모에 있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매우 독특한 형세를 띄고 있다. 대학로 일대는 공연 자체는 물론 관광 등과 연계하여 융합발전 가능성이 큰 국가적 자산이지만, 이를 인식하여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여 중장기적인 발전계획 수립과 실천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부 또는 서울시, 종로구 등이 각기 주요 문화 치적사항으로 대학로가 빠지지 않는 것과는 크게 대별되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연극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지원체재의 부재로 이미 상당수의 연극단체와 연극인이 운영하는 연습실은 대학로를 떠난 지 오래고, 극장이 점점 대형화/상업화 되는 추세에 따라 일반 극장은 물론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극장들도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점점 더 늘어날 추세이다. 과거 명동에서 대학로로 서식지를 옮겼듯이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탈 대학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대학로연극과 연극인*의 지원체재를 활성하기 위하여 서울연극협회 정잭분과는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가칭)대학로연극창작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연극창작지원만을 전담하는 센터로 육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가칭)대학로연극창작지원센터는 대다수의 연극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디자인과 홍보마케팅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인력풀 양성 등의 단기적인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대학로를 발전시킬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전자는 연극창작자의 공연지원이 상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이고, 후자는 센터 산하에 연구소를 두어 정책적으로 연구해 나아가야 할 사항이다. 이 기구는 그 어느 상위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연극인창작환경개선을 위한 재단법인으로 육성되어야 하며, 서울연극인을 중심으로 대표할 수 있는 연극인의 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혜화역’을 ‘대학로 연극의 거리역’으로 개명해 달라! 대학로를 진정한 연극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로문화지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 문화지구와 마찬가지로 그 효력이 미비해 그 기능을 다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대학로를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범정부적인 조례제정과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학로는 시민(가족단위 또는 연인)들이 연극을 보고 식사하며 거닐면서 예술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거나 힐링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교통수단(혜화역, 버스 광고판 및 정류장)은 물론 대학로에 발이 닿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연극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도시공학적 설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징적으로 혜화역을 대학로 연극의 거리역으로 개명하여 그 지역적 특색을 강하게 드러내야 할 것이다. 혜화역사 입출입구는 물론 중간 통로에 대학로 연극의 거리역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마로니에 공원, 낙산공원 등은 연극의 거리임을 드러낼 수 있는 ‘연극관련’ 박물관이 운영되고, ‘거리극’, ‘마임’ 등이 상시 공연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로의 암적인 존재인 삐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문화특구 지정에 따른 특별조례에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

셋째, 연극인과 상인 그리고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와 컨텐츠가 확충되어야 한다. 연극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비싼 극장 대관료이다. 따라서 연습실 수준의 저렴한 대관비로 순수연극인의 발표의 장을 열어줄 수 있는 각기 다른 공간이 대학로에 10% 이상 상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로 소재 (가칭)‘연극을 사랑하는 착한 가게’를 지정하여 파격적으로 시민들에게는 당일 공연티켓을 제시할 경우 30% 이상, 연극인들에게는 연극인증을 제시할 경우 40% 이상 할인율을 제공하도록 유도하여 대학로 일대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부를 위시한 관에서는 참여 업소에 세재 혜택을 주는 등의 정책을 수립하여 연극인과 지역상인 그리고 시민들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 축제에서처럼 공연 관람 시 100%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권 등을 대학로에서만 통용되도록 하여 이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넷째, 대학로를 전 세계 연극예술의 허브로 육성 발전시키고자 중단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로 터의 개념을 성북동과 광화문 일대까지 확대시키되, ‘연극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권역에 맞는 특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대학로를 관광과 연계시키고 지역 및 외국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동시대 주요 연극이 하나로 모이는 전 세계 연극예술의 허브로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중단 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노력의 주체는 연극인이 되어야 하며, 그 혜택 또한 반드시 연극인에게 돌아가도록 정책이 입안되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종로구 등에서 발표하는 문화예술지원 정책을 보면 인프라 시설과 양적인 팽창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연극인을 위한 질적인 지원시스템은 매우 허약하다. 2004년 대학로문화지구가 선포되어 10여년이 흘렀지만, 순수연극인을 위한 창작환경과 복지 등은 오히려 더 후퇴한 느낌이며, 대학로를 연극의 거리로 느껴지는 도시 환경적 조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 더 암담한 것은 이를 개선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루트나 구실점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때나 연극의 위기를 말해왔지만, 우리 깨어있는 서울연극인들은 지금이 꼬리 중에서도 가장 끝 부분에 위치한 총체적 위기상황이며, 그 존재 기반이 흔들릴 만큼 매우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재의 대학로 모습을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연극인이 없으면 대학로도 없다”, “연극인이 죽으면 대학로도 죽는다.”는 절박한 공동의 일념으로 연극인, 상인, 주민, 관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연극 단체 또는 연극인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연극인의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정책 입안 및 실천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서울연극인은 늘 깨어 있을 것이며, 대학로와 관련된 주무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종로구에 대학로 현장을 이해하는 행동을 촉구하는 바이다.

*(주석) 대학로에서 현재 활동하고는 있는 단체를 4그룹으로 나누어보았다. 첫째, 비상업성을 표방하며 연극제에 참여하거나 대개 단기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예술지향적인’연극단체이다. 둘째, 거대한 자본과 유명배우 그리고 상대적으로 좋은 극장에서 장기공연을 기획하는 대중예술지향적인 연극단체이다. 셋째, 극회/종교연극/기업연극 등의 아마츄어적인 단체이다. 넷째, 속칭 삐기 등을 활용한 마케팅방법과 내용에 있어 벗기기와 방송코메디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쇼비지니스적인 단체이다. 특히, 넷째 그룹의 단체는 연극계의 입장에서는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 연극인과는 그 근본적인 삶의 방식과 예술적 지향점이 다르므로 연극인의 정체성에 대한 개념 정립차원에서 연극인보다는 그냥 단체라 부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2014.5.1.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