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의 작은 혁명이 필요할 때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 심철종
우리는 몇 세기 전의 화가가 남겨놓은 그림을 본다. 거기에 있는 화가의 감성, 손놀림, 그 순간의 빛은 현재의 것처럼 살아서 생생하게 다가온다. 음악은 기록매체의 수준에 따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문학 또한 활자로 오랜 시간 후대에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연극은 어떤가! 영상으로 보존된 연극은 안타깝게도 하나의 기록일 뿐이지 더 이상 예술작품이 아니다. 처음부터 기록예술작품으로 제작되는 영화와는 다르게 거기서 감동을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바로 연극은 ‘시간과 공간예술’이기 때문이다. 시간으로만 생각 할 수도, 공간만으로 생각 할 수도 없다. 그 순간의 감성을 후대에 남길 수 없는 우리 배우들은 매번의 공연마다 그 시공간에서 소멸되어지는 것이다.
그럼 배우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어떻게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앞으로 어떻게 내 예술적 감성을 이 시대에 대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우리의 선배 동료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는 먹어가고 자신을 찾는 무대는 점점 줄어드니 그 배우의 광기를 죽이고 살기엔 억울하다 그래서 난 결정했다. 내가 있는 곳이 무대이며 몇 명만의 관객이 있어도 극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연극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야 가능하다. 희곡과 배우, 연출이 있어야 하며 관객이 존재해야 비로소 연극은 완성되어 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배우들, 아니 연극인들의 작은 혁명이 필요할 때다. 극장의 형식을 벗어나 거리, 카페, 목욕탕, 세차장……………..모든 곳은 무대가 될 수 있다. 내가 사는 공간이면 더욱 훌륭하다. 그래서 난 내가 사는 공간을 극장이라 써 붙이고 관객을 기다린다. 물론 관객은 적다. 작게는 1명부터 20명까지 나의 공연을 보러 온다.
지금 대학로의 수많은 극장들은 관객몰이를 위해 초대권을 남발하고 그마저 없을 때는 공연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거기엔 수많은 자본과 인력이 동원 된다. 난 혼자다. 그동안 공연되어진 나의 작품들과 나의 삶의 이야기는 곧 훌륭한 소재로 작품이 된다.
이제 우리연극인들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초대로 관객을 채우고 빈 객석을 바라보며………. 이 현실을 타파해야한다. 그러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신의 사는 공간을 극장이라 생각해 보자. 아마도 편안해 질 것이다. 내가 숨 쉬고 있는 한 무대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장인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문화적선진국의 척도일 것이다. 우리의 조그만 하우스극장이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이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해 연극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이시대의 조그만 변화에 동참할 때 먼 미래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참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극장, 대본, 기획까지 다 갖춰져야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머리에 박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4월에 마로니에 공원에서 야외극을 시도해 봤습니다. 그나마도 세월호 참사가 나서 야외에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고 해 시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하면서 드는 생각이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때부터 아무 곳에서나 판을 벌리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뇌과학은 20대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은 평생하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젊어서부터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지원금없이 공연하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이게 연극판도 살고 개인도 사는 우리의 유일한 생존법입니다. 왜? 한국의 현실에서 이보다 유용한 생존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지요. 그래야 젊은애들도 따를 겁니다.어릴때 폼잡는 것과 편안함부터 배워서 어떻게 척박한 연극계에서 살아남겠습니까?
좋은 생각 좋은글 잘봤습니다.
작은 강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작은 혁명이 모여 큰 결과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