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우리 사회의 고통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아픔을 겪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의 아픔,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만 하였던 아픔, 독재에 항거해 기나긴 민주화 투쟁 속에서 쓰러져간 우리 동료들을 바라보아야 했던 아픔 못지않게, 미래의 우리 사회를 끌고 가야 할 새파란 어린 청춘들이 차갑고 시퍼런 바다 속에 수장 당하는 모습을 속수무책 실시간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아픔을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겪고 있다. 아프다 못해 고통이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처참한 심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그런데 사회는 이 고통을 낡은 관념 속에서 갈라져 남 탓만 하면서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연극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연극이 우리 사회의 고통을 이대로 방치하면서 우리 스스로 어찌 예술가임을 자처할 수 있단 말인가.
연극은 시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자라난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동시대의 일반적인 태도와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가정, 그리고 특정한 사회집단의 뿌리 깊은 신념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한편, 연극은 역사에 앞장서서 미래를 예상해 줄때도 있다. 연극은 그 사회를 벗어나기도 하지만 집요하게 사회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의 사회적 목적과 기능은 또한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때로는 교훈, 때로는 오락, 때로는 개혁 등 여러 가지 목적과 기능으로 변화한다. 그런데 우리 연극인들은 이러한 연극의 사회적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무작정 사회의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와 함께 한다고 예술가로서 연극인이 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극이 우리 사회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지금처럼 연극계가 존재감 없게 느껴진 시기가 또 있었던가 하는 각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연극계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침묵으로 방관한다면 우리 연극의 미래가 침몰하고 말 것이며 -어쩌면 지금도 침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때 가서 과연 연극의 문제를 위해 이 사회에 주목해달라고 연극인들이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이도 그 고통의 현장에 동참하는 연극인들의 움직임들이 작게나마 보이기에 그 안타까움이 상쇄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지주임을 자청하던 연극계의 리더들은 여전히 침묵하면서 방관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동안 연극계가 감상적이고 저속하며, 투박하고 천박한 통속적인 취미에 영합하는 대중예술이라고 취급했던 영화인들이나 연예인들, 그리고 어느 가수의 침묵하지 않는 모습에 우리 연극계가 한없이 작아지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지난 100여년 우리 역사는 외세와 독재 권력에 대한 투쟁과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고난의 역경을 헤치며 한없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 연극 또한 그 고난의 역경 속에서 국민과 함께 고통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때론 부끄럽게 행동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과감히 사회의 부조리를 외쳤던 적도 있었다. 지금 우리 연극인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한 탓에 한 몸 버티기도 힘든 현실을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2014년의 지금 우리 연극인이 연극의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 연극의 사회적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예술가로서 연극인이 우리 사회의 고통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는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의 질문이 예술가의 본분을 망각한 채 어느 한쪽의 이즘이나 주장에 편승하여 대립을 부추기자는 것이 아님을 분명 밝히며, 연극인이 사회의 문제를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분야에서 문제의 해결방식을 고민하고 제시하듯 예술가로서 또 다른 해법들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며, 그 때 비로써 연극이 사회적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는 연극인이, 연극기관 및 연극 단체들이, 존경받는 연극계의 원로 및 연극관련 협회장들이, 우리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생산하는 예술가로서 우리 사회의 고통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연극계가 어떠한 입장이라도 답해주기를 바라고 촉구하는 바이다.
2014. 09. 01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