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편집인의 글)
‘오늘의 서울연극’ 발간 50호를 맞으며
4년 전 2010년 10월에 시작한 ‘오늘의 서울연극(TTIS)’이 이번에 50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2005년부터 2년 동안 격월간으로 발간되다 중단됐던 ‘서울의 연극(TIS)’을 이어받은 것이긴 하지만, 이미 모였던 힘이 산산이 흩어진 터라 다시 일으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아직도 힘을 못 받고 휘청휘청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편이 맞을 겁니다.
애초 ‘서울의 연극’은 평론의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작품이 있으면 평이 있어야 하고, 또 평과 평 사이에 논쟁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많은 평을 실으려 했고, 그래서 고정 필자 인력풀만도 약 40여명이나 확보했던 겁니다. 물론 문화예술위에서 1년 2,000만원의 지원금이 있었지만, 그 돈으론 기자 급여와 운영비 정도밖에는 감당이 안 됐고, 인쇄비는 서울연극협회의 피 같은 예산으로, 원고비는 평론가들의 자원봉사로 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협조했고 그래서 어려운 가운데도 12권이나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선출직이었고 그 회장의 태도에 따라 잡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 선거 때는 잡지를 월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신임 회장은 이후 그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문예위에서 받은 지원금마저 사용 않고 잡지를 중단시켜 버렸습니다. 그 지원금으로 엉뚱하게 서울연극연감이란 걸 만들었고요. 이후 지원금은 당연히 끊겼고 잡지를 중심으로 모였던 인적 자원과 노하우 모두 흩어지고 말았던 겁니다.
선거 공약을 믿고 모든 자원과 직책마저 넘겨준 창간 편집위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잡지가 침몰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서울의 연극’을 되살리자는 제안을 하게 된 건 그 다음 회장이 선출되고 반년 이상이 지난 뒤였는데, 다행히 박장렬 회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크게 실패한 경험을 생각해서 몇 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우선 종이책이 아닌 인터넷 잡지로 하고, 예산에 의지할 경우 그게 있다 없어지면 잡지도 같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어떻게든 돈이 안 드는 방향으로 하고, 또 발간 주체를 단독으로 할 경우 독단으로 흐를 수 있으므로 서울연극협회와 연극기록실이 공동으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뒤 잡지의 이름을 ‘서울의 연극’에서 ‘오늘의 서울연극’으로 바꾸고, 영문명도 ‘Theater In Seoul’의 약자인 ‘TIS’에서 ‘Today’s Theater In Seoul’의 약자인 ‘TTIS’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영문 약자 발음도 ‘티스’에서 ‘띠스’로 바뀌었고요.
그러나 인터넷으로 하면 예산이 안 들어가리라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기자들을 급여 없이 자원봉사로 유지하는 것도 무리였고, 원고료 없이 필자들을 모시는 것도 억지였습니다. 결국 2년을 버틴 뒤 다시 문예위에 지원금 신청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게 2012년 말의 이야기입니다. 그 해 심사에서 탈락했을 때는 과거 전력이 있으니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해까지 탈락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이게 전국적인 사업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지역에 국한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래 서울문화재단에 알아봤지만 거기는 아예 해당하는 항목 자체가 없었습니다.
해결책을 모색하느라 박장렬 회장과 함께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나름 진정성을 갖고 간절히 호소했다고 생각했는데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비슷한 성격의 ‘연극인’이라는 인터넷 잡지가 출간된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순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원기관에서 민간과 똑같은 사업을 벌이고는 성격이 겹쳐서 민간을 지원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이해조차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건만, 그런 문화재단 대표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나왔습니다. 순발력이 없어서인지, 막강한 권력 앞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이후라도 지원에서 완전 배제될까 두려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스스로 무기력한 모습을 확인하고 씁쓸해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늘의 서울연극’은 지원처를 못 찾고 떠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연극협회마저 아예 문예위 지원금 신청 대상에서 ‘오늘의 서울연극’을 제외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내심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가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존재를 인정받게 되고, 언젠가는 연극계에 도움을 주는 꼭 필요한 좋은 잡지가 될 수 있다고 희망했건만 공동발행의 주체이자 실질적 힘을 지닌 서울연극협회마저 고개를 돌려버린 셈입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섭섭해 하지도 않습니다. 누가 함께 있든 혼자든 상관없이 다시 4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맨손으로라도 잡지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연극의 상황은 어렵기 짝이 없고, 그 힘든 연극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할 평론은 본분을 망각한 채 부익부 빈익빈의 흐름을 돕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여기에 ‘오늘의 서울연극’이 할 일이 있습니다. 연극이 있으면 보는 이가 있어야 하고, 보는 이가 있으면 기록이 남아야 합니다. 또 연극 정책에 대해서, 연극 교육에 대해서, 연극 복지에 대해서 꾸준히 나오는 발언들을 모두에게 전파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오늘의 서울연극’은 그런 임무가 남아 있는 한 결코 쉬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의 서울연극’이 연극과 연극인을 위한 진정한 만남의 광장이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연극인 여러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부디 연극 열정을 한없이 불태울 때 비로소 찾아오는 그 카타르시스를 반드시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2월 1일
‘오늘의 서울연극’ 편집인 오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