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7월 공연총평
2016년은 김동원, 이원경, 이진순,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해랑 선생 기념공연이 행해지고, 혜화당 소극장의 한일연극교류 페스티벌을 비롯해 동숭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오페라 연극, 연극 공연이 볼만했고, 각극단의 20주년 30주년 기념공연과 연극인복지대단이 지원한 한 평짜리 소극장에서의 1인극 공연이 행해졌다.
7월에 공연된 우수작품, 한일연극교류 페스티벌, 동숭아트센터의 장르별 공연을 각기 평하고 한 평 소극장 1인극 공연 평은 8월에 게재하기로 한다.
1, 연극집단 반 20주년 기념공연 박장렬 연출의 <미씽 미쓰리>와 <집을 떠나며>
(1) 미씽 미쓰리
동숭동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연극집단 반 20주년 기념공연 공동창작 박장렬 연출의 <미씽 미쓰리>를 관람했다.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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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5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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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를 집필 또는 연출했다.
무대는 하수 쪽 배경 가까이 이삿짐 같은 짐이 잔뜩 쌓여있다. 바닥은 온돌인 듯싶고, 긴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재봉틀과 주문을 받은 옷가지로 보아, 재봉 일을 하는 집이다. 상수 쪽은 요즘 흔한 구멍가게로 보이지만, 마트라는 글자가 간판 대신 쓰여 있고, 긴 나무의자와 원탁 그리고 등받이 의자가 놓여 있다. 달동네라는 설정이고, 건물에 벽이나 창문이 없지만 배경 가까이에 이 동네로 들어오는 길이 있어 마트를 돌아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벽이 없기에 여주인공이 재봉 일을 하면서 마트 밖 긴 나무의자에 앉은 나이 지긋한 마트 주인과 비슷한 고령의 동네 아낙, 또는 부근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출된다.
어둠 속에서 오프닝 뮤직이 흘러나오면서 조명 들어오면, 이 어수선한 풍경 속에서 이웃 간의 대화가 흥미를 끈다. 연극의 주제인 달동네의 개발과 연관해 개발 찬성파와 반대파간에 갈등이 한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늦은 저녁시간에 한 청년이 발을 다친 채 절룩거리며 재봉 일을 하는 여주인공 집으로 들이닥친다. 그와 동시에 뉴스 방송 소리가 들리며 부친을 살해한 청년이 경찰 취조 중 도주한 사실이 전해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여주인공이 도주한 청년의 부상당한 발을 정성껏 치료해 주는 장면과 미혼으로 설정된 남녀의 사랑장면이 은연중에 관객의 가슴을 달아오르도록 만든다.
달동네 사람들이 개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고, 반대파는 시위를 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방송이나 여론으로 알리려 한다. 나이 지긋한 마트 주인은 좀처럼 시위에 참가하거나 가타부타 의사표명을 않는 성격이지만, 당국에서 무력으로 반대파를 닦달하는 것에 분노해 시위대에 가담을 할 결심을 하게 되고, 드디어 시위에 앞장서 참가를 하니 이 사실이 방송이나 언론매체에 커다랗게 보도가 된다. 결국 마트 주인은 시위주도를 한 혐의로 체포되어 끌려간다. 달동네가 텅 빈 것 같은 분위기에 쌓인다.
재봉 집 바닥에 숨어있는 청년을 여주인공이 끌어내니, 청년은 다 낳은 다리로 똑바로 서서 여주인공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청년에게 몸과 마음을 주었던 여주인공은 청년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흘리는 눈물에 관객은 저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청년마저 떠난 텅 빈 마을에, 남정네들이 몰려들어 강제로 개발 찬성자 명부에 서명을 하라며 남은 아낙네와 여중인공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여주인공이 거부의사를 밝히니, 이들은 폭력을 휘두를 태세로 위협을 한다. 여주인공이 내실로 피하니, 내실까지 들어간 남정네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소리인지 툭탁거리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다가 남정네들이 돌연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온다. 곧이어 뒤따라 나온 여주인공의 손에는 휘발유통과 라이터가 들려있고, 여주인공은 라이터의 불을 켠다. 남정네들은 기급을 하고 되돌아간다. 그와 동시에 방송으로 개발 반대파의 시위를 주도했다는 명목으로 마트 주인인 나이 지긋한 인물의 구속소식이 전해지니, 여주인공은 비탄에 잠긴다. 좀 있다가 방송에서 부친살해 도주범이 진범의 등장으로 무죄 방면된 사실이 알려진다. 그 소식에 여주인공은 잠시 기쁜 표정을 짓지만 한번 떠난 청년이 되돌아오랴?
잠시 후 낙담한 표정으로 재봉틀 집 밖으로 나서는 여주인공 앞에 돌연 무죄 방면된 청년이 정장차림에 꽃다발을 들고 등장한다. 마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 불꽃같은 정겨움이 일더니 잠시 후 두 사람이 다가가 와락 포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우레와 같은 관객의 박수소리와 함께 끝을 맺는다.
권남희, 김담희, 한필수, 정종훈, 이창익, 문창완, 진종민, 송현섭, 김 천, 이가을, 이재영, 송지나, 하서미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시종일관 관객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여주인공 권남희의 일생일대의 명연이 기억에 남는다.
조연출 김병수 외에 작가를 비롯한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 20주년 기념공연작 박장렬 연출의 <미씽 미쓰리>를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2일
(2) 집을 떠나며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연극집단 반의 20주년 기념공연 박장렬 작 연출의 <집을 떠나며>를 관람했다.
무대는 깊은 지하나 폐기된 창고에 있는 거주지로 보인다. 접는 침상, 평상처럼 생긴 탁자, 의자 옷가지나 잡동사니가 잔뜩 널려있고, 배경 가까이 차단벽과 통로가 있고, 커다란 철문 여닫는 소리와 함께 출연자가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등장을 한다. 기타 연주와 함께 부르는 남성의 노래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1970년대의 김추자의 노래는 월남전 같은 시대적 배경을 짐작케 한다. 백색의 군복정장과 모자라든가 소품으로 야구방망이, 권총, 여행용 가방 등이 사용된다.
연극은 작가인 아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가정과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다.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후 폐인이 되다시피 한 노인이고, 어머니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경제를 꾸려나간다. 막내인 딸은 여고생이고, 군 장교가 등장해 어머니와 딸의 버팀목 구실을 하며 정분을 맺는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소수자만 누리는 부의 편중, 날로 팽배해 가는 지역이기주의, 서민이 집 한 채를 팔면 그 삼분의 일을 세금으로 뜯어가도록 세금폭탄 정책을 편 전직 대통령, 국가존망의 위기에 사드 배치를 결사반대하는 애국심과는 무관한 정치나부랭이들, 편 가르기와 자신들 패거리의 이익만 따지는 금배지 무리, 중국어선이 침범해 물고기를 몽땅 휩쓸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에 대비한 해군기지를 결사반대하는 성직자의 탈을 쓴 전문시위 꾼… 이런 자들 때문에 나라의 발전이 답보상태가 되고 국민의 고통은 가중된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차후에는 패거리 정치전문가나 부패한 행정가, 그리고 전문 시위 꾼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절대 아니 되고, 반드시 탁월한 경제전문가나 지고지순의 창의력을 갖춘 예술가에게 나라를 맡겨야 국가부강은 물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이 연극에서는 방향타로 제시를 한다.
장용철, 정성호, 김지은, 원종철, 김진영, 김윤태, 원완규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김지은과 원종철의 호연과 열연이 돋보이고, 장용철, 정성호, 김진영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기획 이재화, 스텝 진종민 송현섭 이가을 김 천 김나라 송지나 장미지 주선하, 홍보 김보름 구유림, 포스터디자인 성치호, 후원 노란손수건, 써포터즈 극장나무협동조합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연극집단 반의 20주년 기념공연 박장렬 작 연출의 <집을 떠나며>를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7월 16일
2,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연옥 작, 고선웅 각색 연출의 <곰의 아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연옥 작, 고선웅 각색 연출의 <곰의 아내>를 관람했다.
<곰의 아내>는 환웅(桓雄)과 웅녀<熊女) 이야기나 우화(寓話) 또는 동화(童話) 같은 희곡에 혈거부족(穴居部族) 시절의 동굴(洞窟)이 기본 무대가 되고, 곰의 아기를 인간 여인이 낳아 기르지만, 시대적 배경은 현대이고 활과 창이 아닌 총기, 사냥총을 사용하고, 환자이동 전기의자를 사용하는가 하면, 무녀가 나뭇가지를 들고 나와 타악 소리에 맞춰 굿을 펼치고, 음악도 기타반주로 노래를 부르거나, 옛 대중가요인 산장의 여인이나, 서양의 가요<歌謠), 예를 들자면 프랑스의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이 부른 고엽(枯葉 Les Feuilles Mortes, Autumn leaves)을 틀어놓고 출연자가 따라 부르기도 한다. 대단원에서는 엄청난 거구의 곰이 인간처럼 똑바로 서서 등장을 한다.
고연옥은 1994년 부산MBC아동문학대상 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꿈이라면 좋았겠지>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시사월간지의 기자로, 방송국 시사프로 구성작가로 일했다. 2000년 결혼 후 서울로 이사하였고, 2001년 청송보호감호소의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룬 <인류 최초의 키스>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올해의 우수희곡에 선정되었다.2003년,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의 단면과 죽음의 의미를 짚은 <웃어라 무덤아>가 역시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3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선정되었다. 2006년에는 극단 배우세상, 박근형 연출로, 제도권에서 일탈해 있다는 이유로 강간치사사건의 주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 <일주일>이, 극단 제이티컬쳐, 문삼화 연출로 한 하급장교를 통해 계급과 구조 속에 자아를 상실해 가는 군대 구성원들에 대한 <백중사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키스>, <일주일>, <백중사 이야기> 세 작품에 대해 ‘사회극 삼부작’, 혹은 ‘남성 삼부작’이라고 회자되었다. 2007년, 현대사회 공간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다룬 <발자국 안에서>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서울연극제에 출품되어 대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고연옥의 첫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연극과 인간)가 출판되었다.
작품으로는 <주인이 오셨다> <지하생활자들> <연서> <내 이름은 강> <칼집 속에 아버지> <단테의 신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는 형제다>를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고선웅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극공작소 마방진의 대표이자 연극연출가다. <들소의 달> <강철왕> <마리화나><락희맨쇼> <늙어가는 기술> <뜨어운 바다>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리어외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집필 또는 각색 연출했다.
1999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1 옥랑 희곡상, 2006 문체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8 올해의 예술인상, 2010 <칼로 막베스> 동아연극상 연출상, 2011 <푸르른 날에>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2012 <늙어가는 기술>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 2013 영희연극상, 2014 <변강쇠 점찍고 옹녀> 차범석희곡상 뮤지컬부문, 2015 아름다운 예술인상, 올해의 연출가상,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의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그리스의 원형극장 시설을 본떠 만든 남산예술센터의 무대를 변형시켜 바닥을 세자(三尺) 높이고, 아홉 자 폭과 스물일곱 자 길이의 직사각의 무대를 세로로 깔고, 천정에도 같은 크기의 덮개를 만들어 동굴 조형물 느낌이 들도록 했다. 무대 끝, 배경 가까이에 사각의 벽을 만들어 세우고, 장면변화에 따라 벽이 상승 하강해 환자이동 전기의자가 무대끝부분 경사진 길로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객석 가까이에 극장 지하에서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등퇴장 로로 사용하고, 배경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정사각의 조형물을 천정에서 늘어뜨리고, 거기에 영상으로 문자형태의 문양을 투사해 상황 묘사나 강조를 한다.
연극은 도입에 극장 지하에서 젊은 남성이 등장해, 그 또래 나름대로의 현실에 대한 부적응과 불만 그리고 실패,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포기로 막다른 곳에 이르렀음을 독백처럼 읊조리며 뒹굴고 구르면서 동굴 끝에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기절한 형태로 누우면 백색의 허름한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등장해 남성 발치에 서서 내려다본다. 남성을 구해낸 여인은 예쁜 모습에 자신의 내력을 들려준다. 어린 곰을 정성스레 안거나 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곰을 애완동물로 기르나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라 여인이 낳은 곰의 아기라는 설명이고, 남성도 그것을 놀라운 표정으로 지켜보지만, 삼국유사의 단군신화가 떠올라서인지 수긍을 하는 모습이다.
우화(寓話)나 동화(童話)처럼 연극의 줄거리가 펼쳐지면서 사냥 군의 총구에 아기 곰들이 사라졌다는 내용이고, 또한 어디론가 가버린 여인의 곰 남편 대신 남성이 남편노릇을 하듯 여인과 몸을 밀착시키니, 이번에는 여인에게서 인간의 아기가 태어난다.
점을 치는 듯 보이는 거사가 등장을 해 두 사람의 장래를 점쳐주고, 무녀가 등장을 해 새로 한 쌍이 된 남녀와 아기의 장래를 위함인지 굿거리장단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부는 인간세계로 복귀를 하고, 당연히 남성은 생존경쟁 터로 향한다. 그리고 남성은 그를 찾아온 어여쁜 옛 애인을 대면하게 된다. 그러나 한 여인과 맺어지고 아기까지 낳았으니, 아무리 사랑했던 여인일지라도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어찌하랴? 여인은 원과 한 그리고 슬픔을 표하고는 떠나간다.
남성은 회사에 나간다는 설정이고, 한인인지 이방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느글느글한 기업주에게 충성도 다짐하지만, 기업주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남성을 해고시킨다. 여인은 요양원인지 병원 같은 곳에서 도우미 일을 하게 되고, 환자이동 전기의자에 몸을 싣고, 이브 몽땅의 고엽(枯葉)을 따라 부르는 나이 지긋한 남자를 돌보게 된다. 그런데 그 환자인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정상인이고, 게다가 여인에게 욕정을 드러내고 겁탈을 하려 드니, 여인은 힘을 다해 그를 목을 졸라 실신시키고 도망쳐 나온다.
결국 두 사람은 동굴로 되돌아온다. 장래가 불투명해 진 남성은 여인에게 고백을 한다. 사랑의 확신도 없이 여인과 몸을 합친 이야기,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장래나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 등을 이유로 남성은 여인과 작별을 하고 떠난다.
여인은 그 동안 낳은 두 명의 아기와 뱃속의 담긴 남성의 씨와 함께 다시 절망감에 빠진다. 그리고 아기를 흐르는 물에….. 그때 곰의 포효가 여러 차례 들리고, 여인의 남편인 곰이 지하계단을 올라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처럼 똑바로 서서…. 여인의 절망에서 살아난 듯싶은 아름다운 눈빛과 함께 거대한 곰과의 포옹장면에서 연극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마무리를 한다.
김호정, 안성현, 최용민, 유병훈, 김명기, 김성현, 손고명, 이지현, 강득종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이 연극은 발군의 기량을 갖춘 연기자만 골라 출연을 시킨 듯싶은 느낌이다.
드라마터그 김주연,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명디자인 류백희, 의상디자인 김지연, 분장디자인 장경숙, 소품디자인 곰 제작 포스터 일러스트 김수진, 음악 김태규, 안무 김제리, 영상디자인 이원호, 무대어시스턴트 Byambaa Shine- Od, 조명어시스트 백하림, 조명크루 김명수 이종민 김상민 정태진 박철영 이재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남산예술센터(극장장 우연)와 극공작소 마방진 공동제작, 고연옥 작, 고선울 각색 연출의 <곰의 아내>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우화<寓話)와 동화(童話) 풍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 5일
3,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 윤대성 기획전 1 <첫사랑이 돌아온다.>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 윤대성 기획전 1, 윤대성 작, 이윤택 연출의 <첫사랑이 돌아온다>를 관람했다.
윤대성(尹大星)은 선생은 1939년 만주 모란강(牡丹江)주변에서 윤석주(尹錫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적단과 독립군, 일본군이 혼재해 있던 환경 속에서 자라난 그는 해방이 되면서 서울로 월남하였고,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전공과 상관없이 그는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제1기로 졸업(1964)한다. 이러한 그의 극작가로서의 수련과정은 드라마센터 아카데미 졸업 후 한일은행에 취업함으로써 잠시 주춤한 듯하였으나, 직장연극 「손님들」을 발표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은 1964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극작 워크숍의 간사를 맡아보던 그는 1967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출발」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윤대성의 작품 세계는 주제의식과 표현방법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등단 이후부터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그 하나이고, 청소년에 관심을 두고 ‘별’ 시리즈를 창작하던 시기가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부부관계와 여성에 관심을 보인 작품들을 발표한 시기이다.
첫 번째 시기에는 작가로서의 다양한 실험의식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망나니」(1969), 「미친 동물의 역사」(1970), 「노비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1973), 「출세기」(1974), 「신화1900」(1982) 등이 이 시기 작품들이다. 인간관계의 근원을 묻는 부조리한 구성은 물론,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전통적 연극 양식인 굿의 형식을 빌기도 하고, 서구 서사극의 양식적 특징들을 이용하여 인물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극 양식을 이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윤대성의 연극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작품들은 내용면에서도 사회 현실 속에 나타나는 부조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면면들에 대해 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인 ‘만적의 난’을 소재로 하여 권력의 야만성과 이기적 측면을 비판하기도 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피폐화 시키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이 시기 윤대성의 작품은 사회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별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을 희곡 속에서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시기는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이 해당되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방황하는 별들」(1985),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의 이른바 ‘별’ 시리즈이다. 청소년들의 방황과 우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등 뮤지컬적 면모를 보이는데, 대상이 청소년으로 한정되면서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 시기는 ‘이혼예찬’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기획 공연되기도 했던 「당신, 안녕」, 「두 여자 두 남자」, 「이혼의 조건」과, 「WWW.(원제:세 여인)」(2005)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작품들은 주로 중산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모순, 부조리함, 외로움, 그밖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그의 최근 작품 속 논리는, 등단 이후 끊임없이 사회현실에 천착하던 윤대성의 작가의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은 윤대성의 죽음예찬 시리즈가 등장한다. 그의 관심은 인생의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용서와 배려, 사랑과 나눔 같은 포용적 사상에 집중된다. 작가 자신의 현실과도 관련이 깊은 듯싶다. 죽음예찬 3부작이라고 일컫는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2010),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2011), <동행>(2012)으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삶을 노년작가 시선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1939년 함경북도 회령 출생, 1945년 서울로 월남, 1961년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70년 한일은행 퇴사 후 전문 극작가 길 선택, 1973~80년 MBC TV 전속작가 <수사반장> 집필, 1980년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 임용, 1986~87년 MBC TV <한 지붕 세 가족>(1년간 45편) 집필, 1993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선임, 201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선임, 2015년 ‘윤대성희곡상’ 제정
이윤택(李潤澤) 작가 겸 연출가는 1952년 부산출생으로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연극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부산 우체국, 한일합섬, 한국전력 등 열세 가지 직업을 거친 후 197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연극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극판에 뛰어든 것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 같은> 다양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한국 연극의 원류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맡았고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돼 화제가 됐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14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주 대상 <리어를 연기하는 사나이 미네티>, 2015년 <백석우화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1986 제26회 대종상 각본상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1989 한국평론가협회 최우수예술가상 <오구-죽음의 형식>, 1990 영희연극상<ITI국제 연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시민K>, 1991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청부>, 1991 서울연극제 대상 <길떠나는 가족>, 1991 제31회 대종상 각본상-시나리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1994 서울연극제 연출상 <비닐하우스>, 1995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비닐하우스>, 1995 대산문학상 희곡상.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 백상예술상 대상,작품상 <문제적 인간 연산>, 1996 서울연극제 연출상 <햄릿>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비평가 협회상 <어머니>극작, 1997 국립극장 올해의 연출가상 <파우스트 >, 1998 서울 국제 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느낌, 극락같은>, 1998 올해의 연극 베스트 5선정 연출상 <느낌 극락같은>, 1999 백상예술대상 연출상 <느낌, 극락같은>, 2000 한국뮤지컬 대상 작품상 <태풍>, 2001 서울공연예술제 작품상, 연출상 <시골선비 조남명>, 2001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선정 <시골선비 조남명>/올해의 연극 베스트 5선정 <시골선비 조남명>, 2002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2005 동아연극상 희곡상 <아름다운 남자>, 2006 대한민국 뮤지컬 대상 연출상 <화성에서 꿈꾸다>, 2007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2007 더 뮤지컬 어워드 최우수작품상 <화성에서 꿈꾸다>,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원전유서>, 2009 동아연극상 대상 연출상 <원전유서>, 2010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방바닥 긁는 남자>, 2015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대상 <리어를 연기하는 사나이 미네티>, 2015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백석우화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등을 수상했다.<첫사랑이 돌아온다.>는 치매병동에 수용되어 있는 노인성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로 음악극처럼 연출된다. 벽 형태의 조형물을 무대 좌우에 세워 병동과 병원복도로 사용하고, 벽의 중앙에 선반을 만들어 성모상을 올려놓고, 긴 받침 형태의 장위에도 성모상을 배치했다. 탁자와 의자 긴 안락의자, 환자용 침대 등을 출연자가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대중교통 탑승 장면은 출연자들의 무언극적 연기로 연출된다.
노인성 치매환자의 대부분은 현재 일은 금세 잊어버리지만 과거사는 상세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연극에서는 여주인공의 젊은 시절 벌이던 연애와 그 상대 남, 그리고 결혼하려 하자, 상대 남의 가족들이 자신을 비방해, 결혼에 이르지 못한 충격으로 사랑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남성과 결혼을 하고, 첫사랑 상대의 아이는 낳았지만 결혼한 상대와는 결국 이혼을 하고 만 서글픈 과거사를 기억에서 영영 지워버리려고 한 결과, 여주인공이 노년에 이르러 현재는 어느 정도 기억하지만, 과거사를 새까맣게 망각한 것으로 설정된 연극이다. 그런데 같은 병동에 수용된 남성 치매환자 한 사람이 여주인공에게 낯이 익다며 다가가기 시작하고, 꽃다발을 가져다주기도 하면서 여주인공의 과거의 일을 기억에서 떠올리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여주인공은 과거사를 지워버리려는 치매환자로 설정되었기에 남성 환자를 첫사랑의 상대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인물로 간주(看做)한다. 여주인공의 아들이 재산상속문제로 병원에를 찾아오고, 모친을 가까이하는 남성과 대면을 하기도 한다. 아들은 백발 남성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에서일까 예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상대남의 끈질긴 노력 때문인지 여주인공은 기억을 회복하게 되고, 상대남이 첫사랑 상대였고, 상대남이 육군 소위였던 시절 강원도 양구에 까지 찾아가 그와 함께 외박을 하고, 임신한 몸임에도 남성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다른 남성과 결혼을 했으나, 태어난 아기는 첫사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남아라는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첫사랑을 일깨워 준 상대 남은 건강악화로 쓰러져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산소호흡기 신세가 된다. 여주인공의 아들이 상속문제로 다시 병원에를 찾아오고, 침상에 누운 백발남성이 어머니에 의해 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니, 아들은 큰 절을 올린다. 그리고 아들은 원하던 재산상속 서류에 서명을 받는다. 그러나 백발남성은……
김미숙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해 보인다. 김철영, 양승일, 서민우, 안윤철, 권혜원, 문성룡, 황은미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감독 김한솔,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사진 김미영, 홍보디자인 황유진 심혜림 등 기술진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대표 김소희) 30주년 기념공연 윤대성 기획전 1, 윤대성 작, 이윤택 연출의 <첫사랑이 돌아온다.>를 기억에 길이 남을 대중 친화적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차기 작품에도 기대를 한다.
7월 7일
4,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 작, 케티 프링즈 각색, 황동근 역, 신재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원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번역, 신재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1965년 극단 산하에서 한상철 역, 표재순 연출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명동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출연은 김성옥 강효실 천선녀 최불암 이묵원 이순재 안영주 김관수 전운 강부자 백수련 홍계일 안영진 김영옥 김희준 고강자 나문희 강석호 김영랑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1978년에는 국립극단에서 역시 한상철 역, 이해랑 연출로 6월 30일~7월 3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백성희 김동원 태민영 이호재 손숙 전무송 장민호 권성덕 등이 출연해 역시 성공작이 되었다.
토머스 울프(Thomas Wolfe, 1900~1938)는 미국의 소설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애슈빌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다. 자신이 직접 겪은 생활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워싱턴 스퀘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소설가가 되었다. 작품으로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 <시간과 강에 대하여>,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저 언덕 너머> 등이 있다.
번역을 한 황동근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피의 결혼> <사천의 선인> <세 자매> <육체의 풍경> <현대 성극 3선> <라라미 프로젝트> 등을 번역하고, <23인의 연기훈련 이야기>를 집필했다.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출을 한 신재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출전공, 노리토의 공동대표, 극단 이방인의 공동대표, 노리토, 극단 이방인의 연출가로 황동중이다. <The Room>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1막의 무대는 2층 가옥의 실내 전경이 펼쳐진다. 2층에는 침실과 다락방의 창문이 조형예술작품처럼 구조되고, 중앙으로 내려오는 계단과 그 좌우로 신시사이즈 연주자와 타악 연주자의 공간이 방 안쪽에 자리를 잡고, 거실 공간에는 소파와 의자, 탁자가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된다, 음악연주로 연기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딕시랜드>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2막은 석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날개달린 크고 작은 천사의 조각상, 동물조각 상 등이 작업기구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아버지 이름자를 딴 석공예소라는 간판이 보인다.
3막은 1막과 같은 무대장치에서 연출된다.
연극은 불화가 예견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로 설정된 청년 유진은 아버지 지향적이다. “몸을 담을 집 한 채 외에는 한 평생 재산이라고는 티끌만큼도 필요치 않아…… 내가 바라는 재산이란 내가 묻힐 작은 묘지뿐이야”라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무슨 말씀! 어려울 때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요.”라는 생활관의 대립 속에서 유진은 성장한다. 6남매는 명확하게 아버지 지지파와 어머니 추종자로 나뉘는데, 유진은 타고난 재능이나, 뜻과는 관계없이 어머니에 의하여 어릴 적부터 생활전선으로 내몰린다.
주정, 방랑, 여성 탐닉 등 어떤 면에서는 미국적인 남성상의 한 속성인 이런 세계로 빠져든 아버지의 비현실성에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남편을 따로 두고 나와 여관업을 시작하여 돈 모으기에만 전념한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열중하던 유진은 학교성적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감각기능이 유난히 발달하여 어떤 사물을 만지기만 하면 그 색채, 온도, 냄새, 소리, 맛 등을 알 정도였다. 이런 유진에게 어머니가 경영하는 여관은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장애물로 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은 가족을 위해 이때껏 희생해왔다고 자주 말하지만, 정작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자식들인 듯 보인다. 즉, 자식들은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성장한 것이다. 가족들은 모두 불화를 겪는다. 이는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버린 강압적인 어머니와, 고향과 삶의 안식처를 염원하는 아버지, 현실 참여적이며 비판적 의식으로 군에 입대하려는 큰 아들과 내면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하며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유진의 갈등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애쓰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남기지만, 그것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의 소리일 뿐이다. 아들 벤을 잃고, 유진마저 가출을 하게 된다.
이 극에서는 사랑의 의미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 나이가 많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하는 로라에게 유진은 “인습보다는 우리의 진실이 아름답고 일생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귀한 것이 사랑이다.” 라고 속삭인다. 유진의 열렬한 사랑은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관객은 유진과 로라의 관계가 실연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유진과 몸과 마음을 합하고 난 후, 로라는 약혼한 남성이 있어 결혼을 하러 간다며 유진 어머니에게만 알린 후 이 집을 떠나간다. 그러나 유진은 로라와의 사랑의 결별이 어머니의 탓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어머니에게 항의하며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결국 잃어버린 사랑이 유진에게는 발전적인 생의 출발점이 된다는 결말이다.
김진수, 유지수, 최정화, 김성우, 김히어라, 노 경, 최혜진, 송지언, 김종현, 최소영, 조민국, 김예다, 서병철, 차현지, 양권석, 유 용, 주 영, 류용수, 이다림, 박 진, 장준혁, 장용웅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갈채를 받는다. 특히 어머니 역의 유지수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장용웅의 독특한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다.
무대디자인 김소하, 조명디자인 박정연, 의상디자인 백현철, 분장디자인 오혜련, 소품디자인 김진아, 음악감독 박현지,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김태수, 음악팀 트럼펫 장연준, 피아노 정희영, 기타 박대통, 드럼 신한샘 고재혁, 무대제작 스테이지 빅벨, 총괄피디 최종혁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역, 신해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9일
5,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신시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햄릿>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신시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햄릿>을 관람했다.
이해랑(李海浪, 1916~1989)은 연극배우, 연극연출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정치가이다.
경성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일본요코하마가나가와 중학교를 졸업하였고 중국상하이 후장 대학교 법학과를 중퇴한 후 일본니혼 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니혼 대학교 예술학과 재학 중에 도쿄학생예술좌에 가입하여 학생 연극으로 연극계에 데뷔하였다. 귀국한 뒤 극예술연구회의 후신인 극연좌와 고협, 현대극장에서 활동했다. 이 무렵 좋은 학벌을 갖춘 아들이 연극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다시피하며 고초를 겪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광복후 현대극장 대표였던 유치진이 친일 의혹으로 활동이 뜸한 사이 1945년 극단 전선(全線)을 창립하고, 1946년에는 김동원(金東園) 등과 함께 극예술협회의 전신인 극예술회 창립에 참가하며 우익 연극인들을 이끄는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배우로는 목소리가 무대 연기에 적합하지 못한 편이라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1950년국립극장이 개관하자 극예술협회를 모태로 창단한 국립극장 전속극단 신협의 창립인과 대표를 맡아 이때부터 연출을 겸업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1954년대한민국예술원 종신회원, 1957년 국립극장 극장장, 1967년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으며 대한민국 연극계와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국회로 진출하여 제8대 민주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 제9대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되었다. 1989년4월 8일 만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연출작으로 외국 희곡을 무대에 올린〈천사여 고향을 보라〉, 〈햄릿〉, 〈들오리〉, 〈황금연못〉,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 100여 편이 있으며, 저서로 《또 하나의 커튼 뒤의 인생》(1985), 《이해랑 연출교정》(1986), 《허상과 진실》(1991)이 있다.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를 발표 공연했다.
손진책(1947~)은 영주중학교, 대광고등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쾌걸 박씨> <변강쇠> <삼국지> <변강쇠전> <홍길동전> 그 외의 마당놀이 작품을 30년간 연출해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한일 월든컵 개막식, 건국 60년 기념공연, 대통령 취임식, 핵 안보정상회의, 세계군인체육대회 등을 연출하고,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한네의 승천> <죽음과 소녀> <오장군의 발톱> <최승희> <디 아더 사이드> <주공행장>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템페스트> <벽속의 요정> <화선 김홍도> <아시아 온천> <삼월의 눈>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동아연극상, 허규 예술상, 이해랑 연극상,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 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목련장,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연극 <햄릿>은 객석돌출형의 반원형무대다. 국립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객석을 만들어 마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듯싶은 느낌이다. 본래 대극장의 프로시니엄 아치 전면, 막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에 흑색의 벽돌문양의 막을 내려 배경 막 구실을 하도록 설정하고 대단원에서 그 막을 열어 출연자들이 대극장의 본래의 객석을 향해 퇴장하도록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출연자의 수만큼 무대에 가로 놓인 커다란 술잔 형태의 놋그릇에서 시작해 마지막 장면도 놋그릇으로 끝이 나도록 연출된다. 연극의 도입에 폴로니우스 역의 박정자가 등장해 화병형태의 용기에 가득담은 물을 가지고, 놋그릇 하나하나마다 차곡차곡 접어 올려놓은 흰 천 옆으로 물을 부어 넣는다. 아홉 명의 출연자가 등장해 놋그릇 앞에 서서 그 담긴 물로 손을 씻고, 광목으로 닦은 후 놋그릇을 들고 퇴장하면, 햄릿 유인촌과 호레이쇼 김성녀가 원작대로 부왕의 망령장면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극이 본격 시작된다. 정동환이 숙부 클로디어스와 부왕의 망령, 손숙이 왕비 거트루드, 전무송이 레어티즈, 윤석화가 오필리어, 손봉숙이 로젠크란츠, 한명구가 길든스텐 등으로 출연하고, 각기 광대 패나, 무덤지기, 궁정무사 등 1인 다 역을 연기하기도 한다.
폴로니어스 역의 박정자는 사뿐 사뿐 단련된 보행으로 춤을 추듯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독특한 성격창출로 그간의 어느 남자배우 못지않은 폴로니어스 역을 펼쳐보이고, 후반부에 매장업자 역까지 능숙한 기량을 발휘한다.
레어티스 역의 전무송은 70대 중반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레어티즈 역을 훤칠한 체구와 전혀 굽지 않은 등으로 젊은이보다 더 젊은이다운 대사와 연기를 펼쳐 갈채를 받는다.
왕비 거트루드 역의 손 숙은 70대로 여겨지지 않는 미모와 관능적인 몸매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숙부 왕 클로디어스 역의 정동환은 뛰어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이 연극에서의 대들보 역을 100% 해낸다. 부왕의 망령 역도 탁월한 기량으로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호레이쇼 역의 김성녀, 이 연극에서 햄릿과의 진실한 우정으로 햄릿을 도와 망령과 조우하도록 만들고, 아비가 독살된 것을 알고 비분강개하는 햄릿을 진정 또는 무마시키고, 국외 추방된 햄릿을 끝까지 돕고 지켜, 대단원에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도록 한 후, 죽어가는 햄릿을 안고 오열하는 남성적 연기를 펼쳐 보인다. 그동안 마당놀이 <춘향>에서의 이 몽룡 역 그 외의 남성역에서 보인 김성녀 만의 남성상 창출의 출중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햄릿 역의 유인촌, 젊은 시절의 <하멸태자>, 중년에 무대에 선 <햄릿> 그리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 한 번 <햄릿>에 도전해, 나름대로의 창의적 발상과 발군의 기량으로 사색적이고 이지적이고 고뇌와 갈등에 쌓인 햄릿의 광적연기를 “로렌스 올리비에(1907~1989)”, “존 길거드(1904-2000)”, “리처드 버튼(1925~1984)”, “니콜 윌리엄슨(1938~)”, “케네스 브라나(1960~)”, “멜 깁슨(1956~)”, “이산 호크(1970~)” 등 어느 햄릿 역을 한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구현해 낸다.
오필리어 역의 윤석화, 환갑나이에 10대 처녀 오필리어 역을 젊은 여인보다 더 젊고 아름답게 통통거리며 펼쳐 보인다. 윤석화가 출연하면 무대가 온통 백합꽃과 그 향기로 가득 찬 느낌이다.
로젠크렌츠 역의 손봉숙, 맑고 투명한 음성으로 남성역의 대사전달을 하지만,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구태여 감추려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남성역을 해내 갈채를 받는다.
길든스텐과 무덤지기 역의 한명구, 그의 쩌렁쩌렁한 음성과 다부져 보이는 체구, 그리고 지성적인 모습은 많은 연극에서 주인공 역으로 출연해 갈채를 받았듯이, 이 연극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연극의 주춧돌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출연자 모두가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 탁월하고 출중한 연기력으로 연극을 수준급으로 이끌어 간다.
프로듀서 박명성,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의상 김영진, 음악 정재일, 안무 안은미, 음향 김기영, 분장 김유선, 소품 김상희, 드라마트루기 박철호, 무대감독 황 민, 조연출 이지영 김준영, 언더스터디 박지원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신시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햄릿>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월 12일
6,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 작, 임혜경 역,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와 임선옥 역, 이병훈 연출의 <어머니>
(1) 아버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혜경 역,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Le Père)>를 관람했다.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1979-)는 동시대 프랑스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신예 소설가이다. 2002년 약관 22세에 첫 소설 <인공 눈 Neiges artificielles>을 발표해 ‘아셰트 문학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문단에 데뷔한 후, 그는 2004년 파리 마튀랭극장에서 첫 희곡 <타인 L’Autre>을 공연하여 관객들의 환호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타인>은 2007년 크리스탈 글로브상을 수상했고, 불과 10여년 동안 그가 발표한 6편의 소설과 10편의 희곡들의 절반은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젤레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것은 7번째 희곡 <아버지 Le Père>(2012)다. <아버지>는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2016년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늘날 해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연극 중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영화 <플로리다>로 제작되어 2015년 개봉되었다.
임혜경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신임 한국불어불문학회 제50대 회장이다. 임 교수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III대학교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5년부터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2012~2014년 문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극단 프랑코 포니’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가 박정희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Frankfurt a/M Goethe 대학에서 영화연극미디어학과 수학(1988-1994)했다. 연출과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린 박정희는 1996부터 2000까지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을 지냈다. 그녀가 국내 귀국 후,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서정성과 이미지, 신체적 상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무대가 아동극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01년 극단 풍경을 창단하고 <하녀들>과 <평심>을 선보이며 보다 독자적인 행로를 선택하였다. 극단 풍경 대표, 동숭아트센터 연출부, 옥랑문화재단 연기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연출작은 <타오르는 추억> <피터와 늑대>, <공주님의 달> <브레멘 음악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거울 속의 내가> <하녀들> <평심> <발코니>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은하궁전의 축제> <달의소리> <하녀들> <새벽 4시 48분> <기타맨> <응시> <예술하는 습관> <햄릿 업데이트> <철로> <죽음의 집 2> <러브 앤 머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시련>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아버지 Le Père>는 노인성 치매와 관련된 연극이다. 2016년에는 국립극단 뿐 아니라 각 극단마다 치매관련 연극을 경쟁하듯 공연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치매관련 연극으로는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 윤대성 작, 이윤택 연출의 <첫사랑이 돌아온다>, 공상집단 뚱딴지와 엠표컴퍼니 공동제작, 김나영 작, 문삼화 연출의 <밥>,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 연출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 (유)장수상회문전사의 이연우 이난영 작, 안경모 연출, 박상원 협력연출의 <장수상회>,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에브리 맨(Every Man)>,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김수미 작, 신동인 연출의 <잔치>, 극단 76단의 기국서 작 연출의 <리어의 역(役)>, 금천연극협회의 전형재 작, 송미숙 연출의 <언더스터디(Understudy)>, ㈜ 도향엔터테인먼트&극단 사랑무대의 장도현 예술감독 작 연출의 가족휴먼코미디 <아버지의 꽃구경>, 극단 풍경의 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의 <방문> 그 외에도 다수 작품이 치매관련 연극이다.
치매발병의 가장 주요원인은 음주습관이다. 음주자는 거의 90%가 노인성 치매를 앓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술 소비 1위국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으니, 치매환자가 많은 것이 분명하고, 그렇기에 치매관련 연극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듯싶다. 국립극단에서 다른 나라의 치매작품까지 가져다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
무대는 치매환자의 집 거실 겸 요양원의 1실로 설정이 된다. 의자와 탁자 그리고 백색 안락의자를 이동 배치함으로써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치매환자는 과거의 일은 제대로 기억을 하지만 현재의 일은 기억을 못 한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노년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기억상실증 때문에 현실과 과거를 제대로 구별하지를 못 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자신의 두 딸 중 살아있는 큰 딸과 생활을 하지만, 큰 딸의 이혼과 재혼으로 프랑스를 떠나 런던으로 가며,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게 된다.
아버지는 죽은 막내딸을 기억하고, 큰 딸의 전 남편을 기억하지만, 딸의 새 남편은 5년을 같이 살았어도 낯이 설다. 자신에게 가장 귀중품인 듯, 아버지는 시계를 일정한 장소에 감추듯 보관을 하고는 자신의 팔목에 시계가 없다며 찾는 모습이라든가, 사랑하는 딸 이외에는 다른 사람은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설정이다. 게다가 딸과는 달리 사위라는 인물의 냉정함과 무례함이 관객의 가슴을 때리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요양원에 홀로 남아 소파위에 소년처럼 어머니를 그리며 웅크리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박근형 선생이 2012년 국립극단 연극 <3월의 봄>에 고 백성희 선생과 함께 출연한 이후 연극 <아버지 Le Père>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 노인 역을 맡아 명연을 펼친다. 김정은이 딸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최광일, 이동준, 정혜선, 우정원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성격창출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여신동, 조명 김창기, 의상 김우성, 소품 김혜지, 분장 백지영, 음악 장영규 김 선, 음향 최환석, 조연출 변혜훈 그 외의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혜경 역, 박정희 연출의 <아버지(Le Père)>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3일
(2) 어머니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선옥 번역, 이병훈 연출의 어머니(La Mère)를 관람했다.
번역을 한 임선옥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파리-소르본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겸임교수, 서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 강사,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면 연극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21세기 연극서곡』(여석기연극평론가상), 『동시대 연극비평의 방법론과 실제』그 외의 저서가 있다.
이병훈은 연극계의 중심에 서 있는 실력파 연출가로 작품에 내재한 감성을 논리적인 분석으로 감각화 하여 극도의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항상 강렬하게 남는 감각을 선보이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 있다. <노예와 사자>로 제2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꼽추왕국>으로 제2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2008년 연극 <리어왕>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2년에는 한일합동공연의 모범적인 선례로 기록된 <강 건너 저 편에>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선정됨과 동시에 일본의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아사히 무대예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2012년부터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종합예술컨서바토리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작품으로는 <홀스토메르>, <강 건너 저 편에>, <리어왕>, <맹진사댁 경사>,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맥베스>, <손님>, <키큰세여자> 창극/<구운몽>, <배비장전>, <흥보가> 오페라/<아랑>, 뮤지컬/<크리스마스 캐롤>, 무용/<살풀이 하나-다섯>, <혼자눈뜨는 아침>, <종이무덤>, 궁중정재/<여민동락>, <왕조의꿈-태평서곡> 등을 연출했다.
윤소정(尹素貞, 1944~)은 TBC-TV 1기로 출발, 방송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대한민국 최고여배우 중 1인이다. 1천 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고, 제16, 19회 동아연극상,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제38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서울공연예술제 개인인기상, 제17회 이해랑 연극상, 제15회 히서연극상, 제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2011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남편인 오현경(1936~)은 예술원 회원으로TV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에서 성격파 연기의 신화를 창조한 명배우다. 딸 오지혜(1968~) 역시 출중하고 탁월한 연기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여배우다.
연극 <어머니(La Mère)>에서는 장성한 자녀가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것이 순리하고는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여전히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
부모가 자식을 그리워하고 염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러한 걱정이 남다르게 깊어져서 마음의 병이 되는 경우 이를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부른다.이러한 현상은 아버지에게서 보다는 어머니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가사와 자녀 양육에만 집중한 어머니들은 인간관계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정서적으로 더 섬세한 성품을 가진 때문으로 분석되곤 한다.그동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잊고 살아온 젊은 날의 꿈과 욕망은 삶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으로 이어져 중년기 이후의 삶에 대한 회한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 되어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으로 나타났다가 우울증(憂鬱症)으로까지 발전한다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다.
여주인공인 안나는 ‘빈 둥지 증후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초로의 여인이다. 거기에 치매증세(癡呆症勢)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렇기에 기억의 혼란에서 야기된 착각이 연극의 줄거리 속에 갈등 구조로 형성된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동일한 질문의 반복, 아들과 연인의 심각한 갈등보다는 자신의 붉은색의 옷에 더 관심을 집중시키고, 아들의 연인과 남편의 불륜상대를 동일시하거나, 입원한 병실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가구배치를 기이하게 생각하는 모습 등이 차례로 연출된다.
무대 역시 한 집의 거실과 병실을 동일한 장치로 구성하고,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 역도 맡아 중복 출연을 한다. 안나의 집착, 혼란, 착각, 오해, 불신 등으로 인해 병증 이 악화되면서 그 혼란과정이 정면에 영상으로 미디어 아트 미술작품처럼 투사가 되고, 대단원에서 여주인공의 자아상실(自我喪失) 상태로 병원 환자실 침상에 앉은 애처로운 모습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윤소정이 주인공 안나, 이호재가 남편, 박윤희가 아들, 문현정이 아들의 연인으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의 호연으로 연극을 고품격 고수준으로 상승시키며 이끌어 간다.
무대 여신동, 조명 김창기, 의상 김우성, 소품 김혜지, 분장 백지영, 음악 박소연, 드라마투르기 이은기, 조연출 정지현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작, 임선옥 번역, 이병훈 연출의 어머니(La Mère)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7월 20일
7, 극단 신인류와 극단 소울 메이트의 이선 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
동국소극장에서 극단 신인류와 극단 soul mate의 이 선 원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를 관람했다.
작품을 쓴 이서는 영화감독이다. 2004년 단편영화 <비탈거미> 2005년 영화 <말아톤>의 조연출, 2007년 단편<달쑤와 수진이 이야기> 감독, 2009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의 각본과 감독을 맡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보물섬> <그랜드 파더> <타투> 등을 감독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최무성(1968~)은 배우이자 연출가다. TV드라마 <공주의 남자> <청담동 살아요> <상권이> <무정도시> <기황후> <18세> <하트 투 하트> <송곳> <응답하라> <함부로 애틋하게> 등에 출연하고, 영화 <남자 태어나다> <극장전> <강적> <음란서생> <살결> <열세살 수아> <세븐 데이즈> <아름답다> <사람을 찾습니다> <사과> <10억> <방자전> <베스트 셀러> <악마를 보았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꼭 껴안고 눈물 핑> <시선 너머> <풍산개> <청포도 사탕> <가족시네마> <베를린> <연애의 온도> <관능의 법칙> <조난자들> <순수의 시대> <설행 눈길을 걷다> <4등> 등에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사람을 찾습니다>는 연극의 도입부터 충격적인 남녀 정사장면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업자인 주인공이 정부와 성관계를 하는 동안 계속 걸려오는 휴대전화 때문에 행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부여인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흐트러진 상태가 된다. 장면이 바뀌면 거리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사내가 등장한다. 허름한 차림과 멍한 눈빛에서 노숙자를 연상시킨다. 주인공인 부동산 업자의 당찬 모습과는 정반대로 늘 상 풀이 죽어있는 사내의 모습이다. 부동산 업자가 이 풀죽은 사내의 공간에 등장해 별의별 욕설을 해대며 폭력을 휘두른다. 사내는 묵묵히 얻어맞는다. 기진해 쓰러질 때까지… 부동산 업자는 사내에게 돈을 꺼내 팽개쳐 주고는 사라진다. 사내는 돈을 주워들고 밥을 먹는다. 그런데 먹는 모습이 개처럼 그릇을 바닥에 놓고 입을 대고 핥아 먹는다. 장면이 바뀌면 부동산 업소다. 주인공의 친구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화투를 친다. 주인공이 들어오건 말건 화투에만 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남정네들의 흔하디흔한 외설잡담을 큰소리로 지껄인다. 잡담소리가 커지니, 주인공은 전화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친구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조용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친구들은 잠시 주춤하는 듯싶지만 습관처럼 다시 떠들기를 계속하며 화투를 한다. 여자 손님이 찾아오고, 신개발지구의 부동산 관련 설명을 친구들이 제대로 못하자, 주인공이 긴 막대기를 들고 벽에 달린 부동산 지도를 딱 딱 때려가며 설명하는 장면이 폭소를 유발시킨다.
주인공은 원조교제를 하던 여고생과 단절을 하려는 의사를 보이지만 여고생은 더욱 매달리는 정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생활력이 강하고 사회적응도가 높고, 가정을 제대로 유지하지만, 바람을 피울 상대도 있고, 여고생과 원조교제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러다가 뜻대로 안 되고 일에 대한 긴장과 불만이 축적되면 전단지를 붙이는 사내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며 모든 울분과 긴장을 해소시킨 후 돈 몇 푼을 사내에게 쥐어주고는 떠나간다. 사내는 돈을 챙기고는 역시 개처럼 방바닥에 엎드려 입을 그릇에 대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어느 날 주인공은 원조교제를 하던 여고생에게서 결별선언을 듣게 된다. 그 때문인지 주인공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사내를 찾아가 구타하고 떠나간다. 그날 사내는 주인공의 정부를 찾아가 살해한다. 그리고 시신을 어디론가 끌고 간다. 정부와의 통화가 아니 되자 주인공은 사내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다. 개를 찾는 전단지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전단지를 붙이고, 그 수고비로 생활하던 사내의 집에 잃었던 모든 개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개처럼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다시 폭력을 휘두르고 떠나가려 하니, 이번에는 사내가 주인공을 급습한다. 그리고 죽인공의 목을 밧줄로 묶고 힘껏 졸라 살해한다.
대단원은 부동산 업소에 모인 주인공 친구들의 일상적인 화투놀이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김정석, 홍석빈, 최순영, 강승민, 배소희, 정소영, 김 묵, 김채인, 이규태, 김준석, 이도연, 박수정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연극 <사람을 찾습니다.>의 원작은 이 서 각본 감독의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작품상 수상작이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영화제에서도 공로상을 수상하고, 당시 최무성이 주인공 역을, 전단지 붙이는 사내로 김규남이 출연해
호평을 받고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극단 신인류와 극단 soul mate 공동제작의 이 선 원작, 김학선 각색, 최무성 연출의 <사람을 찾습니다.>는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자들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기량이 조화를 이룬 걸작연극이라 평하겠다.
7월 14일
8,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린지 어배어 작, 차영화 역, 김광보 연출의 <데블 인사이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린지 어배어(David Lindsay-Abaire) 작, 차영화 역, 김광보 연출의 <데블 인사이드(A Devil Inside)>를 관람했다.
데이빗 린지 어배어(David Lindsay-Abaire, 1969~)는 미국 보스턴 출신으로 사라 로렌스 대학(Sarah Lawrence College)을 졸업한 극작가, 작사가, 시나리오 작가다. 2007년 <토끼 굴(Rabbit Hole)>로 퓨리처 상(Pulitzer Prize for Drama)을 수상, 2011년에는 <좋은 사람들(Good People)>로 토니상 (Tony Award)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A Devil Inside, 1997>, <Fuddy Meers, 1999>, <Snow Angel, 1999>, <Kimberly Akimbo, 2000>, <Wonder of the World 2001>, <Rabbit Hole 2006>, <High Fidelity 2006>, <Shrek the Musical 2008>, <Good People 2011>, <Ripcord 2015> 등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김광보는 신임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2016 이해랑 연극상, 2014 제 51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4 PAF 예술상 – 연극연출상 <사회의 기둥들>, 2012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그게 아닌데>, 2012 히서 연극상 – 올해의 연극인상, 2012 연극평론가협회 – 올해의 연극 베스트3 <그게 아닌데>,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 대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2 제 49회 동아연극상 –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1 월간 한국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 <주인이 오셨다>, 2009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연출상 <게와 무언가>, 2008 일본 타이니 알리스 페스티벌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삿포로씨어터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07 일본 삿포로 씨어터 페스티벌 비경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발자국 안에서>,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 연극부문 우수상 <웃어라 무덤아>, 2004 포항 바다국제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웃어라 무덤아>, 2001 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인류 최초의 키스>, 2000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1999 한국일보사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8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 연출상 <뙤약볕>, 1996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문화체육부), 1996 한국연극협회 선정 96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 연출분야 1위 등을 수상한 우수 연출가다.
무대는 삼면 벽을 붉은 색의 띠로 촘촘하게 엮어 마치 휘장처럼 늘어뜨리고, 띠를 여기 저기 젖혀 등퇴장을 한다. 무대에는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환자이동의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잘린 발목이 담긴 유리 상자, 야구방망이와 지휘봉처럼 생긴 막대기, 권총, 그리고 넥타이핀이 소품으로 사용되고, 여행용 가방도 끌고나온다. 백색의 가발과 황색 가발을 쓰고, 썬 그라스를 쓰기도 한다. 자동차 엔진소리와 충돌소리, 그리고 개 짖는 소리가 효과음으로 깔린다.
아들 진의 21세 생일, 슬레이트 부인은 14년이나 참고 기다리다가, 아들에게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복수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며 어머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발이 담긴 유리 상자를 들여다 보여주며 복수를 당부한다. 아들 진은 놀라지만 아버지의 발목이나 복수하는 것 보다는 함께 러시아 문학을 수강하는 미모의 여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정작 그 여학생은 진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러시아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에게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교수는 고아로 자라나 자수성가하다시피 한 인물이고 자신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라는 생각을 한다. 교수에게 연모의 정을 쏟는 여학생은 자신이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라는 생각을 한다. 교수는 부인도 있지만 부인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교수부인은 자신이 남편과 떨어져 있는 것이 사랑의 부적 같은 넥타이핀을 잊었기 때문이라며, 그 핀을 찾기에 골몰한다. 교수부인은 우연치 않은 기회에 가전제품 수리공과 가까이 하게 된다. 수리공은 평범한 인물이지만 악마와 조우를 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이 여섯 명의 등장인물이 연관이 없는 듯 시작되다가 각자의 부모와 연결되고, 살인의 동기가 되는 악마적 속내가 드러나는 과정이 추리극적으로 전개된다. 대단원에서 사망의 원인이 각자 직접간접으로 서로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는 반전과 함께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이창훈, 구도균, 이 은 등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연기로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을 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박호산이 김태훈과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무대디자인 정승호, 조명디자인 이동진, 작곡 장한솔, 의상디자인 홍문기, 분장디자인 임영희, 소품디자인 박현이, 움직임지도 고재경, 그 외의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맨씨어터의 데이빗 린지 어배어(David Lindsay-Abaire) 작, 차영화 역, 김광보 연출의 <데블 인사이드(A Devil Inside)>를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한편의 납량특집추리희극(納凉特輯推理喜劇)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6일
9, 나눔초콜릿의 윤기영 극본, 서재순 김지현 각색, 송현옥 연출의 <이사하는 날>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사) 문화나눔초콜릿의 윤기영 극본, 서재순 김지현 각색, 송현옥 연출의 <이사하는 날>을 관람했다.
(사) 문화나눔초콜릿은 중앙치매센터와의 협약으로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공연행사를 펴고 있다. 2015년 치매소재연극 <아픈 손가락>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연극 <이사하는 날>을 공연해 치매 가족과 치매 환자를 위로하고 치매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송현옥(1961~) 연출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극단 물결의 대표, 세종대 교수다.
2014년 한국무용학회 공연예술대상, 2014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우수상, 2010년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2006년 2인극 페스티벌 관객인기상 등을 수상했다.연출작으로는 연극 <인형의 집> <리시스트라테>, <크리스마스 패션쇼>, <햄릿>, <여자의 아들>, <누구를 향해 쏴라>, <돈데보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5분간의 청혼>, <밑바닥에서> <폭풍의 언덕> 외 다수 작을 연출한 미녀 중견 연출가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좌우에 포장한 이사 상자 곽이 잔뜩 쌓였다. 노모를 모시고 한 가족이 이사를 하려 한다. 아들은 건장하고 잘 생긴 모습이고, 며느리는 예쁘장하고 참해 뵌다. 큰 손자는 미남청년이고 막내는 귀염둥이 초등학교 학생이다. 집 형편이 좋지가 않아 작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짐을 줄여서 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오래된 물건에 집착을 한다. 재봉 일을 해 아들을 키우고 학교를 보낸 시절을 회상하며, 오래된 재봉틀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막내의 실수로 재봉틀이 쓰러져 못쓰게 되었어도, 할머니의 애착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큰 주택으로 이사 오던 때를 회상한다. 16년 전이지만 할머니와 가족은 이 집으로 이사를 하던 그때를 기억한다. 가족들은 큰 집이라 기뻐하고 떠들썩하지만 할머니는 일찍 죽은 남편과 언문조차 깨우치지 못 한 자신을 돌이켜 본다. 누구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지만, 일자무식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내온 과거를 떠올린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오고, 가족은 이사를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이지를 않는다. 가족이 법석을 떨고 찾아도 할머니의 행방은 묘연하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를 둔 채 가족은 이사를 하고 만다.
얼마 후 버리고 간 짐 속에서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끼던 재봉틀과 전기밥솥을 가지고, 머리에는 밥솥 안의 원형스텐용기를 뒤집어쓰고. 부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귀가를 하면서 할머니를 알아본다. 그리고 할머니의 아들가족에게 연락을 한다. 아들과 며느리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노모를 모시러 온다. 달려와 보니, 노모는 길바닥에 엎드린 채 공책을 꺼내 글씨 쓰는 동작을 해 보인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니!” 하고 불러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 한다. 노모의 치매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극은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퇴장을 하면, 그 자리에 며느리가 서서 노모가 쓴 글씨 아닌 글씨 형태가 끄적거려진 공책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필자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노모를 생각하며,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안현서, 이영진, 김수지, 김병현, 송승원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획 및 제작 문화나눔초콜릿, 조연출 김지현, 무대감독 나현민, 무대제작 오영섭, 조명감독 허 환, 음악감독 윤국희, 음향오퍼 김대산, 이쇄물 디자인 송지연 지 성, 분장 채선아 메이크업, 사진 김장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사) 문화나눔초콜릿의 윤기영 극본, 서재순 김지현 각색, 송현옥 연출의 <이사하는 날>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월 16일
10, 극단 로얄씨어터의 박경희 작, 윤여성 연출의 <울엄마 부티투짱>
서대문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로얄씨어터의 박경희 작, 윤여성 연출의 <울엄마 부티투짱>을 관람했다.
박경희 작가는 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방송대본과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다. 방송드라마 <기다리는 빛> <나의 부모님> <이것이 인생이다>외의 다수 작품을 집필했고, 영화로는 <2000 여고졸업반> <시집가는 날> <그날> <여보, 미안해> 외의 많은 시나리오를 썼다. 희곡으로는 <달님과 손뼉치기> <롤렉스 금장> <세 여자의 파티> <독도는 우리 땅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어린왕자> <트라이 앵글> <5학년 5반 맹춘자>외의 많은 희곡을 발표 공연한 미모의 중견여류작가다.
윤여성은 극단 로얄씨어터 대표, 서울연극협회 지부협의체 의장, 서대문연극협회 회장, 서울연극협회 이사다.
<레미제라블> 예술감독, <희랍인 조르바 빠들의 불편한 동거> <혜경궁 홍씨> <화가 나혜석> <쟈베르> <용팔이>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나도 아내가 있다> <갈매기> <장마전선 이상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울엄마 부티투짱>은 다문화 가족과 그 자녀들의 이야기다. 베트남 엄마와 한국 아빠를 둔 12살 소녀 재아를 통해 펼쳐지는 눈물과 감동과 폭소로 이루어진 연극이다.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으로 형성된다. 대부분의 국제결혼은 매매혼 형태다. 국제결혼업체가 중매에 나서 동남아시아 위주로 신부 감을 구해 오는 것으로, ‘댓가’가 지불된다. 한마디로 외국인 신부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소수의 상식이하 국제결혼업체들은 외국인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고 ‘돈’만을 강조한다. 서로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랑으로 형성되어야 할 가정이 시작부터 물건을 사들이는 것처럼 소유와 귀속형태로 전락하는 형태다. 한국인 신랑의 경우 결혼한 신부를 마음대로 폭행하고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게다가 엄마가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는 경우, 아이도 언어습득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다문화가정의 2세들은 학교에서 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조금 다른 피부색에 얼굴 생김새가 다른 친구들을 배척하게 된다. 실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약 53% 거의 반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나가야 할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차별을 받고, 주눅 든 생활을 하다보면 사회에 나가서도 주변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서대문구에서는 구 차원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여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법으로 지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 제3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에 의거하여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예로 해마다 김장철이면 다문화가정과 함께 김장나누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외국인 신부들에게 한국의 전통체험을 알리는 교육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사회통합의 목적으로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소외계층이 함께 어울리는 체육대회도 진행 계속하고 있어, 서대문 구는 그런 점에서 타구의 귀감이 되고 있고, 서대문 구립극단의 모든 공연활동 역시 으뜸으로 평가된다.
금번 서대문연극협회와 극단 로얄씨어터의 연극 <울엄마 부티투짱>은 바로 베트남 엄마와 부산이 고향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소녀 재아의 이야기다. 아빠의 선박사업 실패로 재아네 가족은 서울로 상경해 홍은동 언덕바지 낡은 주택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엄마가 집 살림에 보태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펼쳐지고, 실업자가 된 아빠와의 다툼이 어린 재이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이웃 배달부 아저씨를 반기지만 수다쟁이 배달부로 인해 충격적인 소식을 을 듣고 재이는 가출을 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아빠는 취직 소식을 듣는다. 그로 인해 티격태격하던 엄마 아빠 사이도 원만해진다. 모두 재이를 찾아 나선다. 대단원에서 재아가 귀가를 하게 되고 모두 반기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감동의 마무리를 한다.
강희영, 차영숙, 이윤상, 이란희, 이현경, 유지원, 전태일, 윤혜성, 박준우, 강기준, 심현미, 박유경, 윤혜진, 김현정 등 출연자 모두의 열연과 호연 그리고 성격창출이 돋보인 연극이다.
재아로 출연한 윤혜성과 성민으로 출연한 어린이 박준우 2인의 열연과 열창 그리고 율동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최은옥, 드라마터그 류근혜, 무대 송용일, 조명 이상근, 분장 의상 이해옥, 영상 박인환, 조연출 이은교 김대성, 촬영 최희영, 진행 유재연 최유임, 기획 홍보 유준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로얄씨어터의 박경희 작, 윤여성 연출의 <울엄마 부티투짱>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7월 2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