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2016년 8월 공연총평
8월에 공연된 우수작 총평을 비롯해 한 평 극장 1인극 외 모노드라마 공연총평, 밀양아리랑 아트센터 개관기념작 총평,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셰익스피어 작 공연총평,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과 대학극전 심사총평 등을 부문별로 게재한다.
1,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 연출의 아리랑 랩소디
밀양연극촌 숲의 극장에서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연출의 <아리랑 랩소디>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한 유랑극단의 이야기다. 공연장소의 좋고 나쁘고를 가리지 않고, 거리에서건 공회당에서건, 제대로 된 무대이건 아니 건을 불문하고, 우선 관객의 눈길과 관심을 끌어들여야 하기에, 공연 직전의 배우들의 묘기나 장끼가 한꺼번에 연주와 함께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치하라는 설정이다.
조선후기에도 광대는 최하층 천민으로 취급되고, 비록 일제의 신학문과 예술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다고는 하나, 광대는 사사건건 연희활동에 제약을 밭고 숱한 검열의 대상은 물론 공연허가증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면서 활동을 벌여야 했던 당시의 정황이 이 극에서 재현된다.
연극 <아리랑 랩소디>는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과 나운규의 <아리랑>을 접목시켜 재창작한 작품이다.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1975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치독일 휘하의 세르비아의 우쥐쩨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곳 시민들과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단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희곡이다. 공연을 위해 전쟁지역을 마다않고 순회하며 공연해야 했던 극단 사람들의 역경과 시련 속에서, 사람들에게 연극이라고 하는 꿈과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단 진일보의 공연에서는 나치 휘하의 세르비아를 일제치하의 조선으로 바꾸고, 온갖 제약과 방해를 극복하고 공연을 해야 했던 한 유랑극단의 고난과 애환의 행각을 그려낸 연극이다.
원래 <아리랑>은 박승희와 박진(朴珍)의 재기공연작품으로 <아리랑고개>라는 이름으로 막을 올리고, 최승희(崔承喜)의 무용과 함께 1929년 11월초에 막을 올렸다.
내용은 일제의 식민통치로 토지를 잃고 북간도로 가는 한 실향민가족의 참담한 이야기다. 식민지수탈로 인한 민족의 궁핍과 수난을 반영했기에, 연극 이 공연이 되자 <아리랑 고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때부터 우리의 전통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일제에 의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아리랑 랩소디>에서는 유랑극단 단원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공연활동을 펴는 대목이 단연 볼거리다. 온갖 악 조건을 인내로 극복하고 유랑극단을 이끌어 가는 극 단장이자 아버지 같은 박승희, 탁월한 연기력으로 만 가지 역을 해내는 여배우 이며 극단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 나영자, 마치 햄릿 같은 성격설정으로 현실과 연극 속에서 구분 없이 방황하는 남자배우 오희준, 아름다운 한 송이 꽃 같은 여배우 극단의 막내 김춘심이 단원이고, 여기에 유랑극단이 집을 풀고 머무른 집의 주인이자 술병을 늘 상 들고 다니는 주정뱅이 남편, 남편대신 가정을 억척스럽게 이끌어가는 욕쟁이 아주머니인 그의 아내, 이 내외의 아들은 말썽꾼이라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이 마을의 파출소장이 등장해 유랑극단을 통제하려 들면서 여배우에게 음흉한 눈길을 퍼붓고, 파출소 소속의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방범대원 춘보, 그리고 백정의 아들이자 고문기술자에다가 피에 굶주린 야수 같은 모습의 박살제가 등장해 미모의 여배우 춘심에게 사랑을 느끼고 피범벅이 된 채찍을 버리고, 짐승 같은 모습에서 이성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이 차례로 펼쳐진다.
유랑극단은 도입에 이 지역 파출소의 공연허가증과 통행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접하게 된다. 물론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파출소장이나 임시직인 방범대원도 연극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연극에서의 역할 이름과 실제 이름을 구별하지 못하고 가명사용 운운하며 범죄자 취급을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마을사람이나 집주인도 유랑극단 단원을 비천한 광대나 상것으로 취급을 한다. 그래도 유랑극단 단원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결심은 흔들림이 없다. 단원 중에는 지나친 열정 탓인지 연극과 현실을 구별 짓지 못하는 인물인 오희준이 있다.
젊은 미모의 여배우를 두고, 파출소장은 물론 집 주인까지 침을 흘리는 것으로 연출되고, 악의 화신처럼 묘사되어 등장하는 범죄자 고문 담당자인 박살제 역시 여배우 김춘심의 미모에 첫눈에 반한다. 김춘심은 부근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돌아와 몸매를 자랑을 하고, 그것을 보고 치근거리는 집주인을 보고 그의 아내가 욕설을 바가지로 퍼 붇는다. 그리고 집주이 내외의 아들이 범죄자로 몰려 파출소에 수감된 것과 박살제에게 고문을 당해 죽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당연히 공연을 두고 파출소장과 유랑극단 단장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희극적으로 연출된다.
칠흑 같은 밤, 잠시 집밖으로 나온 김춘심에게 박살제가 슬그머니 다가선다. 경악하면서도 자제력을 잃지 않는 김춘심, 엉뚱한 마음을 먹고 다가선 박달제는 김춘심이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주변의 꽃 이름을 묻는 것에, 박살제는 원래 이 고장에서 태어나 잘 안다며, 꽃 이름 하나하나를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가깝게 된다. 그러나 몰래 이를 지켜본 마을사람들은 김춘심을 백정의 아들과 관계를 맺는 추잡한 여인으로 몰아붙여 집단구타를 한다. 김춘심은 그 자리에서 졸도하고 만다.
파출소장은 유랑극단의 공연허가증을 김춘심의 몸을 대가로 맞바꾸려한다. 당연히 단원들의 반대에 접하게 되고, 희준이 등장해 현실과 연극을 구별 못하는 행동을 보이니, 파출소장은 희준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그리고 김춘심에게 흉수를 뻗치려는 순간, 박살제가 등장해 춘심을 보호하려드니, 파출소장과 박살제의 결투가 벌어진다. 박살제는 파출소장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자신은 총격을 받고 쓰러져 절명한다. 김춘심이 박살제에게 다가가 부등켜안고 통곡을 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저마다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간다. 집주인의 아들은 죽은 희준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말이나 석방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대단원은 유랑극단의 박승희 단장이 죽은 단원 오희준의 무덤을 뒤로하고 단원들과 함께 다음 공연할 고장을 향해 출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정희중, 장태민, 지연우, 김도연, 정명군, 류희제, 부혜정, 이가을, 김정현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김재유, 조연출 이가을 황제혁, 무대 박은혜, 조명 김성구, 안무 오재익 이종일, 작곡 최우정, 음향오퍼 한희경, 조명오퍼 신지은, 조명어시 지소연 등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작·연출의 <아리랑 랩소디>를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1일
2,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창작극주간 박현철 작 이승헌 연출의 파출소 난입사건
밀양연극촌 우리동네극장에서 극단 가마골의 박현철 작, 이승헌 연출의 <파출소 난입사건>을 관람했다.
박현철은 <맨발의 청춘> <파출소 난입사건>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 <장미빌라 살인사건> <숙희 정희> <쌍생> 등을 발표 공연한 기대작가로 밀양연극촌 상주작가다.
이승헌은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이자 연희단거리패의 2대 햄릿이다. <햄릿> <봄날은 간다> <변두리극장> <욕망이라는 전차> 그 외의 다수 연극에 출연하고, <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찾아서> <오레스테스 3부작> 그 외 작품을 연출했다.
무대는 파출소 내부로 설정된다. 하수 쪽에 긴 긴 안락의자와 의자 탁자가 놓이고 상수 쪽은 다섯 자 높이의 나무 칸막이가 있고, 오른 쪽 끝에 전화기를 올려놓았다. 사물함이 칸막이 끝 배경 가까이에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미러 볼(mirror bal)의 회전조명 속에서 여성 3인의 무용장면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남성 2인이 다가와 함께 어울리며 군무를 벌인다. 그러다가 남성들이 여성에게 몸을 밀착시키면서 여성들의 항의를 받는다.
장면전환이 되면 파출소에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던 남녀가 들어와 있다. 경찰 앞에서 남녀들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여성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자, 자신들의 신분을 밝힌다. 검찰청 소속이라는….., 술주정꾼, 동정심을 빌미로 구걸을 하는 여인, 별의별 인간군상이 등장해 폭소와 눈물을 이끌어 낸다.
경찰관이 된지 180일인 젊고 미남인 신참과 퇴임이 180일 남은 머리카락이 부실한 파출소장, 그리고 훤칠한 키에 늠름한 모습의 젊은 경찰 3인이 엉뚱, 황당, 어처구니 없고, 기괴하기까지 한 인물로 설정된 남녀를 상대로 연극을 이끌어 가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와 환호를 이끌어 낸다.
대단원에서 취객사망의 책임을 지고 퇴임한 소장의 환송회에서 소장이 부르는 푸치니 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 나오는 “네쑨 도르마(Nessun dorma) ”의 열창은 관객의 탄성과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홍민수, 안기관, 이창주, 이현준, 손건우, 장태희, 이수강, 이나라, 이미영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은 관객의 열광과 환호를 받아 극단 가마골의 박현절 작, 이승헌 연출의 <파출소 난입사건>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8월 2일
3,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극단 노을의 게오르크 뷔히너 작 오세곤 재구성 연출 보이첵
밀양연극촌 스튜디오극장에서 극단 노을의 게오르크 뷔히너 원작, 장은수 드라마트루크, 오세곤 재구성·연출의 <보이첵>을 관람했다.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는 24세에 요절한 천재적인 작가다. 그는 독일에서 1813년에 태어나고 1837년에 스위스에서 사망했다.
뷔히너는 소시 적부터 글쓰기는 재주가 있었다. 1823년 3월 학교 축제일에 <과일을 먹을 때 주의하세요! (Vorsicht bei Genusse des Ebstes!)>라는 라틴어로 글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낭독발표하고, 1830년 9월에는 자신이 다니던 김나지움의 공식 축제에 <카토에 관한 연설, 자살 옹호론(Rede über Cato>을 발표했고, 1831년 김나지움의 졸업식에서 <메네니우스 아그리파 (Menenius Agrippa)>라는 이름으로 산상에 모인 민중들이 로마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글을 라틴어로 발표했다.
다름슈타트에서 김나지움을 마친 그는 1831년부터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의학부에서 의학과 자연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 시절에 그는 자신이 세를 들어 살던 집 주인(목사)의 딸인 빌헬미네 얘글레 Wilhelmine(Minna) Jaegle와 비밀리에 약혼을 했다. 슈트라스부르크에서 2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그는 1833년에는 다시 독일로 돌아와 기센대학에서 의학공부를 계속했는데, 이때 그는 역사와 철학도 아울러 공부했으며, 한편으로 정치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즉 그는 1834년에 인권협회를 창설하고, 헤센의 자유주의자들과 함께 헤센 대공국의 반동적 사회 상황에 저항했다. 1834년 7월에 뷔히너는 부츠바하 출신의 학교장 바이디히 (F. L. Weidig)와 함께 ‘헤센급전’이라는 독일 최초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띤 전단을 작성하여 농민들에게 살포해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그는 기센을 떠나 다름슈타트에 있는 부모의 집에 숨어살면서 체포된 동료들의 구출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이 무렵인 1835년 2월에 그는 첫 희곡 <당통의 죽음 (Dantons Tod)>을 썼다. 그러나 같은 해 3월에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후 독일에서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슈트라스부르크로 도망한다. 6월에는 뷔히너에 대한 공개수배로 더 이상 고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지만, 7월말에 출판사의 편집위원으로 일하던 구츠코 Gutzkow의 도움으로 <당통의 죽음>이 독일에서 출판된다. 동년 5월에 중편소설 <렌츠 (Lenz)>를 집필해 9월에 완성하고, 10월에는 빅톨 유고 (Victor Hugo)의 드라마 두 편 <Lucrèce Borgia>와 <Marie Tudor>를 번역한다. 그해 가을과 겨울 사이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면서, 한편으로 돌 잉어의 신경조직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그 다음해에 이 연구논문을 취리히 대학의 철학부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다. 1836년에 들어 뷔히너는 세 차례에 걸쳐(4월 13일, 4월 20일, 5월 4일) 슈트라스부르크의 자연역사협회에서 물고기의 신경조직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초여름에는 <레옹세와 레나 (Leonce und Lena)>를 집필하고 <보이첵 (Woyzeck)>의 구상작업에 들어간다. 같은 해 9월에 박사학위논문이 통과되어 취리히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다. 10월에는 거처를 취리히로 옮기고, 11월 초에 <두개골신경에 관하여>라는 테마로 취리히 대학에서 시험강의를 하고, 겨울에 <보이첵>을 완성한다. 1837년 1월말에 그는 치명적인 병에 걸리고, 2월부터는 병석에 눕게 된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그의 의식은 혼미상태에 들어가고, 2월 19일에 뷔히너는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고 영면한다. 이틀 후 그는 취리히의 크라우트 가르텐이란 공동묘지에 안장된다.
<보이첵>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 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다. 보이첵은 군대에서는 상사의 면도를 해 주며,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 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 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을, 의사는 자유의지를 상실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고, 자신의 실험용 집토끼인양 이용하고 학대한다. 이렇듯 계속되는 정신적, 육체적인 착취로 인하여 보이첵은 점점 극심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보이첵과 더불어 마리는 자신의 답답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탈출구도 찾지 못한 채 정신적 고립감에 지쳐간다. 어느 날, 한 가설무대에서 악대장은 보이첵과 함께 온 마리에게 눈독을 들인다. 악대장은 마리에게 야성적 손길을 뻗친다. 마리는 육체적, 경제적 능력을 지닌 매력남 악대장의 유혹에 이끌려 그와 통정을 하게 된다. 보이첵은 악대장과 마리의 관계를 눈치 챈다. 그러나 보이첵으로서는 어떤 항의나 항변도 못하고 그저 가슴에 묻어둘 뿐이다. 의사와 중대장은 그러한 보이첵을 조롱하고 보이첵에게 야유를 퍼붓는다. 견디다 못해 보이첵은 마침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를 살해한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같은 사건을 소재로 소설 <카르멘>을 썼다. 메리메의 카르멘은 1845년에 발표되었지만, 오랫동안 비평가들에게 묵살당해 온 불운한 작품이었다. 메리메의 사후 비제가 <카르멘>을 오페라로 만들어 성공함에 따라 메리메 원작 소설 <카르멘>의 진가도 널리 인정받게 되었고.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도 새롭게 평가받게 되었다. 그러나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의 초연의 실패로 요절했고, 뷔히너 역시 <보이체크>를 완성하지 못하고 요절했다. 모두 19세기에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태와 생활, 그리고 사람들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사고는 <보이체크>나 <카르멘>을 재평가하게 되었고, 드디어 21세기인 오늘날에는 <카르멘>은 세계도처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최고의 인기 오페라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보이체크>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는 배경 쪽으로 좁혀지는 팔자(八字)형의 벽으로 만들어진 무대다. 하수 쪽 벽면은 무대중앙으로 3분지 1정도만 돌출되어 있고, 상수 쪽 벽면은 중앙을 조금지나 돌출되게 만들어져 있다. 상수 쪽의 벽면 뒤와 배경 사이길이 등퇴장 로가 된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하수 쪽 벽면에 깨어진 거울이 달린 화장대와 의자가 있고, 상수 쪽에도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가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시켜 사용한다.
극단 노을의 연극에서는 원작의 출연인물을 축소시키고, 대사보다도 동선과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객의 상상력이 동원되도록 연출을 했다.
보이첵의 여인 마리와 군악대장의 마주 서 있는 장면 하나만으로 후에 귀걸이를 다는 마리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밀착됨을 감지할 수 있고, 군악대장과 마리의 정사장면도 멋진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연출해 내는 등 장면 장면에서 연출기량이 드러난 공연이라 하겠다.
김인수가 닥터, 박우열이 중대장, 신동선이 보이첵, 한 설이 마리, 전민혁이 악대장으로 출연해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송영재, 무대감독 권민수, 무대디자인 임일진, 음악감독 박진영, 음향디자인 이상규, 안무 안병순, 의상디자인 장혜숙, 조명디자인 박상준, 소품디자인 서현석, 안무지도 박소현, 무대감독 권민수, 기획 서현석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노을의 게오르크 뷔히너 원작, 오세곤 재구성·연출의 <보이첵>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8월 7일
4, 창작그룹 가족의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윤돈선 각색 연출의 월곡동 산2번지
아름다운극장에서 창작그룹 가족의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윤돈선 각색 연출의 <월곡동 산2번지>를 관람했다.
윤돈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진학했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그렇게 노력과 열정으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면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세익스피어 in 햄릿>, <베니스의 상인>, <그때 그 크리스마스의 추억>, <유리동물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의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배우 활동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극단 ‘가족’을 창단하면서 극단의 대표로, 그리고 아름다운 극장 대표 활동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인 <사고-그래도 가능한 이야기> 등을 우리나라 최초로 무대에 올리고, 창작 쇼케이스 페스티벌 <19, 25, 64>, <Stranding>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뮤지컬도 계획 중이다.
월곡동(月谷洞)은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속한 지역이다. 법정동으로 상월곡동과 하월곡동이 있고, 행정동으로는 월곡1동과 월곡2동이 있다. 월곡동 동명의 유래는 두 가지로 전해온다. 하나는 하월곡 3, 4동의 산 지형이 반달처럼 생겼기 때문에, 월곡이란 이름을 붙였다 한다. 다른 하나는 조선 후기 미아사거리에 신근 솔이라는 솔밭이 많아 풍치가 수려했기 때문에, 당시 이곳에 주막이 밀집하여 있었다. 지방에서 소를 몰고 서울로 들어올 때에는 신근 솔에서 숙박을 하고 소를 매어 놓았다가 장위동 노병 도살장에서 소를 매도한 다음 돌아갔는데 소 장사들이 달밤에 도착하여 잔월 아침에 흥정했기 때문 에 ‘월곡’이라는 동명이 생겼다고 한다.
<월곡동 산2번지>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로 달동네 마을에서 식당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무대는 정면에 어머니의 방, 하수 쪽은 딸의 방이고, 상수 쪽에는 아들 방이 있다. 방마다 바닥에는 사방 여섯 자 정도의 단을 깔고 세간과 생활용품을 배치하고,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나무창살에 한지를 바른 문이 머리맡에 달려있다. 딸 방에는 봉제 인형이 잔뜩 진열을 해 놓았다. 어머니의 방에는 전화기를 배치했고, 축음기도 보인다. 아들 방 벽에 기대 세워둔 기타가 눈에 띤다. 출입구와 화장실입구가 배경 좌우로 나 있고, 무대 중앙에는 원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식당 겸 주점이라, 취객들의 정경이 펼쳐지고, 어머니가 주모노릇을 하고, 딸이 시중을 든다. 아들은 공장에 다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가끔 식당일을 돕는다. 딸은 한쪽 다리를 젓는다. 신체장애 때문인지 외출을 꺼리는 것으로 설정되고, 어머니가 가계를 꾸려나간다. 아들은 가수가 되려고 가끔 기타반주로 노래를 부른다. 1980년대 신군부 소식이 전해지고, 공장근로자권익을 주장하다가 분신한 인물도 소개가 된다. 배경음악도 당시에 유행하던 대중가요와 영화음악이 흘러나온다. 내용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의 줄거리대로 펼쳐진다. 시를 쓰는 아들을 가수지망생으로, 유리인형 대신 봉제인형을 모으는 딸이 아들보다 연상인 것으로 설정되고, 어머니는 미모의 여인이지만 생활고 때문인지 치장을 않고 평범한 아낙행세를 한다. 달동네 식당이 오죽하랴?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 소식이 없고, 아들은 공장에를 나가 하루 열여섯 시간 노동을 하지만, 봉급은 보잘 것이 없다. 딸은 발을 저는 것 외에 간질 증세까지 있으니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어머니는 딸에게 상대를 붙여 줄 생각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아들을 종용한다. 아들 역시 재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교 동창생으로 비교적 성공한 부류에 속하는 인물의 방문을 받게 된다. 아들의 동창생과 딸의 만남, 남녀 두 사람만의 차분하고 다정한 시간을 갖도록 하려고 미리 치장까지 하고 기다린 어머니와 아들은 외출을 한다. 다행히 남녀는 고교시절 같은 교회에 다니던 것을 기억해 내고 차츰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키스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몸을 밀착시키려는 데 돌연 딸의 간질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남자는 놀라 어쩔 줄을 모른다. 그 때 어머니와 아들이 돌아오고, 이 정황을 보게 된다. 남자동창생은 황급히 장모가 될 분과 약속이 있다며 떠나고, 어머니는 딸의 모습과 이런 정황에 충격을 받아 실신한다.
대단원은 어머니가 저 세상으로 간 1년 뒤로 설정된다. 아들이 식당운영을 하고 첫 장면처럼 손님들이 들어 닥치고 똑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장설하가 어머니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펼쳐 보인다. 조하나가 딸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민기욱이 아들로 출연히 역시 호연을 보인다. 변태진, 염재욱, 박은미, 임정아가 1인 다 역으로 출연해 친 대중적인 연기로 관객의 폭소와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김상봉, 기획팀장 도정선, 홍보마케팅 장영덕 이덕형, 조연출 이예민, 무대 이재성, 무대크루 원종빈, 조명 홍성현, 음악 윤태정, 분장 김은희 강정원 손경희, 의상 윤 민, 포스터디자인 김지원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창작그룹 가족의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 윤돈선 각색 연출의 <월곡동 산2번지>를 원작을 능가하는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8월 13일
5, 극단 적의 도널드 마굴리스 원작 마정화 번역 이 곤 연출의 단편소설집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적(的)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마정화 번역, 이 곤 연출의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을 관람했다.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1954~)는 예일대 출신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다. 루나 파크, 휴식처(Resting Place), 영재(Gifted Children), 땅콩 발견(Found a Peanut), 이 그림이 뭐가 잘못? (What’s Wrong with This Picture?,), 모델 아파트(The Model Apartment), 로만 가족의 피크닉(The Loman Family Picnic), 보이지 않는 시력(Sight Unseen),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Dinner with Friends), 뷱수의 신(God of Vengeance), 부류클린 보이(Brooklyn Boy ), 난파 (Shipwrecked!), 시간은 여전하다(Time Stands Still ), 코니 아일랜드 크리스마스 (Coney Island Christmas), 컨트리 하우스(The Country House) 둥을 발표 공연했다.
2000 퓰리처 상 드라마 부문 상(Pulitzer Prize for Drama), 매지 에반스-시드니 킹슬리 상(Madge Evans-Sidney Kingsley Award), 유대인 문학 예술상 (National Foundation for Jewish Culture Award in Literary Arts), 미국 아카데미 예술 문학상(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Award in Literature) 등을 수상한 작가다.
마정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번역서로는 <오스카 와일드 단편집>이 있고, 공저로는 <오래된 예술, 새로운 무대: 한·중·일 공연예술 찾기>, <오래된 무대, 새 길을 찾다>, <예술과 과학, 서로 넘겨다 보다: 현대 과학과 예술>이 있고, 번역 작품은 <단편소설집> <러브> <퍼디미어스>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등이 있다.
이 곤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 뉴욕 콜롬비아 대학교 연극 연출 MFA 출신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트루 러브> <알세스터스> <맨해탄 1번지> <맥베드> <당통의 죽음> <마리아와 함께 아 아 아 아> <퍼디미어스> <벚꽃동산> <단편소설집> <우주인> <밀크우드>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단편소설집>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한 명의 여류작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그녀가 스승인 유명 여류 단편소설작가를 찾아가 뵙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 스승에게 배우고 토론을 하며 차츰 문학적인 성취를 하고 단편으로 등단을 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혈육 같이 가까움을 보인다. 그러다가 제자는 스승이 이루지 못한 장편소설을 써서 출판을 하게 되고 각종 여론매체에 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스승이 밝히기를 꺼리는 어느 남성시인과 스승과의 관계인데다가 성 접촉 장면까지 포함 시켰기에 스승은 분노한다. 결국 그 일로해서 스승과 제자는 이별 같은 단절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여류작가의 서재다. 삼각으로 펼쳐진 책장과 장서가 눈길을 끌고, 방 가운데에 고풍스런 커다란 책상과 의자가 있다. 책상위에는 원고지가 잔뜩 쌓여있고, 전화기가 놓여있다. 책장 왼쪽에는 축음기가 있다. 벽은 오래된 집인 듯 미닫이창문을 열고 닫을 때는 숫가락으로 떠받혀야 닫힌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 탁자와 의자가 있고, 꽃병이 놓였다. 하수 쪽 비좁은 복도를 통해 벽을 돌아서면 부엌과 조리대가 있다는 설정이고, 거기서 술병과 술잔을 쟁반에 받쳐 내온다. 방바닥은 정사각의 문양으로 촘촘히 이어진 나무로 된 바닥이다. 방문은 상수 쪽에 있고, 현관은 상수 쪽으로 설정되고 현관 위 조명등으로 현관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영상으로 자막과 인물들의 모습이 투사된다.
연극은 도입에 작가 지망생이 유명작가이자 교수인 스승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을 알리는 영상이 투사되면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여배우 미아 패로우와 동거를 하다가 한국인 입양녀 순이와 통정을 하는 바람에 헤어지는 소식과 함께 문화계 소식과 정계소식이 전해진다. 스승과 제자는 문학 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마음을 여는 상대로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제자가 등단을 하게 되자 스승과 제자는 축배를 들며 기뻐해 한다. 늘 상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를 여는 스승과 주저하듯 멈칫거리며 응답을 하는 제자의 모습이 연출되고, 드디어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제자가 장편소설을 발표 출판한다. 그런 후 스승을 찾는다. 그런데 스승은 달가워하지를 않는다. 전에 없이 방문에 철 고리까지 걸고 잠가두었다가 제자가 큰 소리로 찾으니 마지 못 해 열어주는 광경이 연출된다. 그 까닭은 스승과 가까웠던 한 남성시인과의 관계를 소설의 내용으로 그렸고. 그 남성시인의 바람기 때문에 헤어진 후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그와의 관계를 밝히기를 꺼렸던 사실을 제자가 장편소설에 성 접촉 장면까지 집어넣어 과장해서 묘사했기에 분노를 표하게 된다. 그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이제는 스승을 떠나서도 독자적인 활동을 펼 수 있는 제자는 결국 스승과 결별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전국향이 스승인 여류소설가 겸 문예창작과 교수로 출연해 실제 교수보다 더 교수다운 풍모로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김소진이 제자인 소설가 지망생으로 출연해 미모와 호연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무대디자인 임건수, 조명 영상디자인 신재희, 의상디자인 정민선, 소품디자인 박현이, 분장디자인 김근영, 음악감독 피정훈, 음향감독 이한규 서희숙, 무대제작 태극무대, 무대감독 이승진, 무대감독보 정지희, 조명크루 오정훈 최현준 김남식, 조명오퍼 김효민, 영상오퍼 윤경화, 의상보조 황수풀, 소품보조 김은지 박지연, 사진 김두영 조하린, 그래픽 김우연, 조연출 박세련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적(的)의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원작, 마정화 번역, 이 곤 연출의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14일
6, 문화예술렛츠 H Project의 정상철 예술감독 한윤섭 작 연출의 오거리 사진관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문화예술렛츠 H Project의 정상철 예술감독, 한윤섭 작 연출의 <오거리 사진관>을 관람했다.
한윤섭은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프랑스 헨느 대학교(Rennes, France)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굿모닝 파파> <만적의 난> <아! 바그다드> <조용한 식탁> <성호가든> 등이 있다. <봉주르, 뚜르>로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해리엇><서찰을 전하는 아이><우리 동네 전설은> 등의 동화를 썼다.
<오거리 사진관>은 죽은 뒤 1년 후 자신의 생일날 잠시 살아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다. 최근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사후세계 체험기’로 “과학에 헌신하는 삶”을 산 이가 뇌사 상태에서 영적 세계를 여행한 내용을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기야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도 망령이 등장을 하고, <템페스트>나 <십이야>에서도 죽은 줄 알았던 인물들이 생존해 다시 만나는 귀결을 보이는 내용이라든가, 한국 현대사에서도 6 25사변으로 전사한 줄 알았던 군인이 포로교환으로 생환되거나, 남한의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북송된 경우, 또는 북한의 포로수용소를 탈출해 남으로 온 경우, 가족들은 사망한 줄 알았다가 생환된 것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시한 예는 허다하다.
<오거리 사진관>은 노인성 치매를 앓다가 잠시 의식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거리 사진관>에 들러 사진을 찍은 후, 자신의 집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비용도 지불하지 못한 채 되돌아가 사망한 것으로 설정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1년 뒤 어머니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오거리 염주무당 집에 들르면 자신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기일에 염주무당을 불러 굿이나 제사를 지내려 하지만, 예수를 믿는 가족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집의 자녀들도 굿을 하거나 제사지내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의지대로 제사를 지내게 되고, 과연 아버지가 생존 시의 모습대로 등장을 하니 자녀들의 놀라움이 오죽하랴?
죽은 사람의 일시 생환이라는 내용에 첨가해 가족들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으로 거액을 수수한 것이 아버지의 생존사실로 무효화 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이 집을 찾아 온 동네 아낙에게 아버지의 생환 사실을 숨기려는 심정이라든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과 며느리가 함께 한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어 이번 기회에 가족사진을 찍자는 내용이 전개된다.
장면이 바뀌면 어머니마저 아버지와 똑 같이 오거리 사진관에 들러 영정사진을 찍은 후 치매증세로 집주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기일과 동일한 날에 사망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대단원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일에 오거리 사진관 주인이 찾아와 영정사진을 전해주면 가족들이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시하면, 후원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사라져가는 장면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악인은 결코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착하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가 대부분 치매 증세로 고생을 하다가 운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악한 마음을 가지랄 수는 없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죽었던 인물이 되살아온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고 개그 코미디 같은 느낌이 들지만 중견 연기자들의 진지한 연기로 그러한 생각은 상쇄가 된다.
장기용이 아버지로 출연해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을 보이며 모든 아버지를 대표하듯 호연을 보인다. 이용녀가 어머니로 출연해 연기의 화신이 된 듯 혼신의 열정을 펼친다. 이정섭이 <오거리 사진관> 주인으로 출연해 실제 사진사보다 더 사진사다운 연기를 보인다. 차제에 이정섭은 부업으로 사진관을 해도 성공하리라는 느낌이다. 권희완이 사진사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이재희가 동네아낙으로 출연해 기량을 발휘한다. 김순이가 며느리로 출연해 호연을 펼친다. 큰아들로 문경민이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류창우가 큰아들 역으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딸로 박리디아가 출연해 무대를 화사한 꽃향기 같은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막내아들로 민준호가 출연해 잘생긴 모습과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끌고 연모의 대상이 된다.
기획 김진현 심주호, 마케팅 김동준, 온라인 홍보 김은혜, 협력 프로듀서 이훈희, 제작피디 홍근숙 김은균, 제작 박우화 홍기영, 드라마트루기 김성택, 음악감독 김은지, 무대디자인 송용일, 조명디지인 공홍표, 음향디자인 한 철, 의상코디 손진숙, 인쇄 남강기획(대표 조외섭, 디자인 정우석), 드라마트루기 김성택, 음악감독 김은지, 무대디자인 송용일, 조명디자인 공홍표, 음향디자인 한 철, 의상코디 손진숙, 분장디자인 임영희, 소품 노경하, 조연출 이보라 이지연, 무대팀 김인묵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문화예술렛츠 H Project의 정상철 예술감독, 한윤섭 작 연출의 <오거리 사진관>을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8월 17일
7,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상범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상범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
씨>를 관람했다.
이상범은 현재 29세의 세종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신진 작가로 <후산부 동구씨>에서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황이선은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일반 회사에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근무하다가스물다섯 나이에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갔다. 공산집단 뚱딴지에 들어가 문삼화 연출가의 조연출을 하다가 극작과 연출을 하면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 <앨리스를 찾아서> <프로메테우스>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미녀 연출가 겸 작가다.
탄광 붕괴사건을 다룬 희곡으로는 조 코리의 <탄갱부>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 윤대성의 <출세기> 등이 있다. 연출가 이효영이 1960년대 중동고 영어선생으로 재직시절 조 코리의 <탄갱부>를 연출한 이후 <탄갱부>는 고교생들의 공연필수작품이 되었고, 1986년 여인극장의 강유정 연출로 공연된 윤조병의 <모닥불 아침이슬>은 탄광 막장에 갇힌 다섯 광부가 삶과 죽음을 오가면서 가족, 연인, 일 등 세상의 온갖 인연과 죽음에 대 한 공포를 극복 하려는 인간 본래의 모습, 승화된 모습을 처절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조병 특유의 시적인 표현들과 임경식의 감각 있는 연출 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윤대성의 출세기는 1967년 8월과 9월에 걸쳐 온통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부 매몰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화제의 광부 양창선은 충남 청양군 사양면에 있는 구봉금광의 무너진 굴속에서 16일 동안이나 견디어낸 끝에 구출되어 언론에서 큰 화제 거리로 삼았던 인물이다. <출세기>는 바로 이 양창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을 투시해 보려는 의도를 지닌 작품이다.
이상범의 <후산부 동구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기간 중에 공주부근의 한 탄광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설정이 되고, 많은 광부들이 매몰된다. 수많은 광부가 죽고, 갱도 막장에 갇힌 4인의 광부가 보름이상을 구조되기를 기다렸으나, 광산회사측은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끝나 언론과 방송매체의 관심이 탄광 붕괴사고에 집중되기를 기다린 후, 관계당국의 지원이 확실시 된 후에야 구조를 시작해 4인의 광부 중 3인은 죽고, 홀로 남은 막내광부인 동구 씨만을 구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광부 각 개인의 신상과 가족상태가 소개가 되고, 막내로 들어온 광부에게는 후산부라는 호칭이 붙는다는 내용이 희극적으로 전개된다. 막내는 반장의 딸과 연애관계에 있음도 알려진다. 돌연 붕괴사고가 일어나고, 광구는 매몰된다. 사측에서는 막장 갱도에 연결된 통신선으로 4인의 광부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정작 구조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부들에게는 곧 구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똑 같은 소리를 되풀이 해 안심을 시키지만, 사측은 어떠한 동향도 보이지를 않고 올림픽이 끝나 탄광 붕괴사고에 여론이 집중되기만을 기다린다. 광부 중 한명은 심한 진폐증으로 당장 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할 정도인데다가 음식물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지만, 사측은 고의로 가스관까지 폭발 시키면서도 여론의 향방만을 기다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여론의 집중과 당국의 지원이 확실해 진후에야 구조를 시작한 사측은 결국 3인의 광부는 죽은 다음 유일한 생존자인 <후산부 동구씨> 만을 구해 내게 된다.
대단원은 동구 씨가 사측의 지시에 따라 실제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무대는 철제 봉을 얼기설기 세우고 흑색 마대로 갱도 분위기를 창출해 낸다. 갱도 입구와 위의 갱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외부통신용 수화기를 정면기둥에 달아놓았다. 두 개의 나무의자와 담요 몇 장이 놓이고, 갱도 좌우로 연결된 통로도 있다. 사다리로 올라간 위층 무대는 회의장에 인물 배치 석으로 사용되고, 출연자들이 1인 다 역을 하며 회의장 인물들 역도 연기한다. 무대 하수 쪽에는 연주석이 있어, 북과 장구 같은 타악기와 놋대접 같은 마찰음 악기, 그리고 징과 꽹과리 소리로 극적 분위기 창출을 돕는다.
오민석, 윤광희, 문병주, 김용운, 이준희, 이인석, 이현주, 윤효원 등 출연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명확한 대사전달은 극 내용을 100% 전달시키고 연주자의 연주는 물론 능숙한 아나운서 역도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김혜지, 조명 김용호, 의상 더블스토리(홍정희 이원영), 그래픽 김 솔, 사진 김 솔 염혜주, 조명오퍼 박지은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공상집단 뚱딴지의 이상범 작, 황이선 연출의 <후산부 동구씨>를 연기자와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월 18일
8, 창작집단 현의 송현지 작 연출의 사우나
열린극장에서 창작집단 현의 송현지 작 연출의 <사우나>를 관람했다.
송현지는 창작집단 현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NA 뮤지컬 컴퍼니의 상임연출과 예술감독을 하며, 뮤지컬 <한여름 밤의 꿈>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와 단편영화 <그리움이 닿는 끝에>을 감독한 미모의 연출가다.
무대는 실제 <사우나>의 내부와 다름없는 무대장치다. 세 군데의 불가마가 정면 아래쪽에 반원형으로 마련되고, 무대 하수 쪽에 화장실과 외부통로가 있다. 좁은 나무판으로 연결된 벽면이라든가 벽면에 가로로 부착된 긴 쪽마루가 실제 <사우나 내부>에 방불하다.
연극은 도입에 세 여인이 시어머니의 백순 잔치를 위해 승용차를 타고 국도를 달리는 영상장면에서 시작된다. 4대에서 50대 연령의 세 며느리로 각자 나름대로의 미모를 갖추고 있다. 막내가 돌연 근방에 썩 괜찮은 <사우나>를 알고 있다며 들렀다 가자고 하니 둘째 셋째가 솔깃해 한다.
장면이 바뀌면 <사우나> 내부 무대바닥에 누워있는 세 여인의 편안한 모습에서 실제 연극이 시작된다. 하나 둘 일어나 앉으면서 세 여인으 성품이 들어난다. 첫째는 아직 젊고 미모지만 큰 며느리 역할 때문인지 후덕해 뵈고 자애롭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맏며느리의 표상인 듯 연기를 한다. 둘째는 식탐을 보인다. 근자에 이르러 비만형 여인이 외국 못지않게 증가하듯 비만 원인인 불만해소를 식탐으로 해결하려는 듯 이 연극에서 둘째도 식탐을 보인다. 그러나 둘째는 비만이 아닌 미모의 여인이다. 셋째는 막내라서 그런지 어린 티가 나고, 가수지망생이었다가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 기르는데 전력을 쏟아 그 꿈을 잊고 살았으나, 최근에 이르러 다시 가수의 꿈을 향해 살포시 고개를 쳐드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여인 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 극에서도 세 여인의 떠들썩한 소리에 <사우나> 담당 청년이 자주 등장해 주의를 준다. 청년은 젊고 미남으로 <사우나> 벽시계의 바늘을 손으로 돌려 시간의 변화를 알린다. 세 여인은 동서끼리 그 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충과 번뇌를 알린다. 대다수 한 가정의 어머니가 느끼는 고통이지만 흥미롭게 전개되고, 노래까지 곁들이니 관객과의 공감대가 일찍 형성된다. 후반에 이르러 막내의 가수결심은 확고부동해 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남편과의 이혼까지 할 의지를 나타낸다. 벽시계가 <사우나>에서의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게 되니, 첫째와 둘째는, 셋째를 남겨두고, 둘이서만 급히 시어머지 백순 잔치 장소로 승용차를 몰고 간다.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당연히 과속을 하게 되고, 급기야 대형교통사고로 두 여인은 목숨을 잃는다. 국도를 달리는 장면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연상으로 처리된다.
대단원은 <사우나>의서의 모습대로 세 여인과 <사우나> 청년이 등장해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선주, 김경숙, 조주경, 장미옥, 이성준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은 물론 노래와 춤은 관객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으랏차차, 조명 이상근, 무대디자인 손지희, 음악 엄다해, 안무 장혜리, 조연출 이미은, 영상제작 지가영, 영상감독 육진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조화가 이루어져 창작집단 현의 손현지 작 연출의 <사우나>를 무더위를 식혀주는 친 대중적인 공연물로 창출시켰다.
8월 20일
9, 제9회 남해섬공연예술제 극단 양산박의 김태수 작 박현욱 연출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관장 김흥우) 실험극장에서 남해섬공연예술제 참가작 극단 양산박의 김태수 작, 박현욱 연출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관람했다.
김태수 작가는 KBS 방송작가를 거쳐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파멸’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운현궁에 노을지다> <트라우마 IN 인조> 그 외에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제3대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예술전문대학 교수다.
박현욱은 배우 겸 연출가다. <타오르는 안토니오> <모든 것은 변한다> <도덕적 도둑> <정의의 사람들> 그 외에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아마데우스> <벚꽃동산> 그 외에 다수 작푼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보인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미남 연극인이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의 내용은 옥수동 꼭대기 집에 둥지를 틀고 사는 55세의 젊은 노인 김만수 씨, 그는 아홉 개의 손을 가진 구 손이지만 동네 어귀에서 열쇠를 만들며 사는 열쇠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집에 세 들어 사는 또 하나의 인물, 일명 옥수동 문어 박문호, 그는 오토바이를 즐기며 화투판을 전전하는 28세의 건달이다. 좌우충돌 형 인물이지만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고 있는 자칭 화투 프로기사이다. 또한 막 이사 온 인물, 조미령, 채리나라는 예명을 갖고 서울 변두리 밤무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24살 먹은 야간업소 여가수이다. 언뜻,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한 가슴과 꿈을 먹고 사는 미모의 여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부대끼며 한 집에 살게 된다. 어느 날 노름판에 휩쓸려 다니던 박문호는 우연한 기회에 주인 만수 씨가 과거에 국단 최고의 도박판 황제 번개 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호는 만수 씨에게 기술을 배워 크게 한탕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사부로 모시겠다고 졸라댄다. 삼류가수 조미령이 이사 온 첫날부터 박문호는 사사건건 그녀와 싸움이다. 어느 날 미령의 업소까지 미행하여 그녀의 무대를 본 문호는 그 업소를 관리해주는 쥬라기 파 폭력배들이 그녀에게 돈 뜯는것 말고도 은근히 그녀의 몸도 요구하는 것을 본 문호는 겁 없이 그들에게 뛰어들어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사일생으로 구해낸다. 한편 도박판을 벌이다 상대편 조직 가위손 파에서는 쾌재를 부르며 문호를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만수 씨에게 큰 판을 요구한다. 만수 씨로서는 결코 응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죽은 아들 같고 젊은 시절 자기같은 떠돌이 문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도박판에 끼어들게 되는데….. 이 작품은 1996년에 초연된 이후 수많은 극단의 재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임수한, 박성준, 정지웅, 박한빈, 정지은, 정혜경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고, 극단 양산박의 김태수 작 박현욱 연출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8월 21일
10, 연극열전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지이선 김동연 재창작 김동연 연출의 Hamlet The Play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 연극열전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지이선 김동연 재창작, 김동연 연출의 <Hamlet The Play>를 관람했다.
지이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하고 <카포네 트릴로지>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 <프라이드> <킬 미 나우><낯선 인터뷰> <히트앤드런> <EXIT> <칼은 울지 않는다> <가화만사성> <모범생들> <돌의 기원> <엄마들의 수다> 등을 각색, 집필, 발표공연하고 뮤지컬<선녀>를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김동연은 중앙대학교 연극과 출신이다. 배우로 출발해 작가 겸 연출가가 되었고, 현재 극단 시인과 무사의 대표다.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 협력연출, <김종욱 찾기 시즌3, 4><엄마의 약속><화이트프로포즈> 연출했다. 연극은 <환상동화> 극작 및 연출, <마이퍼스트타임> 윤색 및 연출, <햄릿-슬픈광대의 이야기> 각색 및 연출, <70분간의 연애><닥터이라부> <명계남의 콘트라베이스> <이은결 매직콘서트>연출, <심야식당>연출, <이은결 매직콘서트> 예술감독, <난타> 연출부, <점프> 무대감독 등을 맡았다.
무대는 배경에 세자 높이와 세자 폭의 긴 대를 만들어 무대 좌우로 연결해 놓고 역시 세자 폭의 계단 두 개를 단 앞에 붙여 놓았다. 이 계단은 장면변화에 따라 분리시켜 이동 배치시킨다. 배경은 차단된 나무 벽 같은 조형물이고, 이 조형물을 좌우로 열면 무대 뒷부분이 보이고, 투명한 가리개 세 개를 세워 그걸 젖히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무대 좌우로 연결된 긴 대는 극의 전개에 따라 열두 자 길이 가량의 중앙부분을 출연자들이 앞으로 끌어당겨 무대중앙으로 옮겨 놓거나 제자리로 다시 가져다 붙여 놓으면서 적절하게 사용한다. 극의 후반부에는 수많은 철사 망으로 감싼 백열등을 천정에 달아 불을 밝히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소년 햄릿이 광대 요릭과 함께 등장해 무대 중앙에 놓인 나무상자에서 중국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견된 토용처럼 생겼으나 그보다는 훨씬 작은 인형을 꺼내면, 햄릿,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폴로니어스, 레어티스, 로젠크란츠, 호레이쇼 등이 등장해 그 인형을 받아 무대 전면에 분산 배치한다. 햄릿 부왕의 유령 장면은 음향효과로 처리되고, 거트루드 역과 오필리어 역을 한 여성 연기자가 맡아서 한다. 폴로니어스가 무덤지기 역을 하고, 레어티스가 길덴스텐 역을 겸해서 연기하고, 로젠크란츠나 호레이쇼도 1인 다역을 한다.
1인 2역이나 다 역을 할 때에는 의상과 소품 구두를 바꿔 신는가 하면 음성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내용은 원작의 줄거리를 따르지만 소년 햄릿을 등장시켜, 소년시절의 마음을 표현해 복수심에 불타 광적 연기를 펼치는 장면에 대비를 시킨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의 독백장면도 전반부 뿐 아니라 극의 후반부에도 사용하고, 재창작으로 삽입된 소년 햄릿 장면이 관객의 눈길을 끌고, 거트루드와 오필리어의 1인 2 역 설정도 시선이 집중된다. 피스톨을 쏘아 폴로니어스를 죽이고, 마지막의 결투장면은 검을 사용한다. 대단원에서 햄릿, 레어티스, 클로디어스, 거트루드가 마지막 숨을 거두면 암전이 된다. 조명이 들어오면 소년 햄릿이 노인 광대와 함께 등장하고, 출연자들이 모두 다시 등장해 무대 전면에 놓은 작은 인형을 집어 소년에게 주면 소년은 그걸 하나하나 받아 상자 곽 안에 넣고 출연자들의 뒤를 따라 퇴장하면 연극은 끝이 난다.
김강우가 햄릿으로 출연해 마치 햄릿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혼신의 열정으로 열연을 한다. 김대령이 클로디어스로 출연해 비록 악역이지만 훤칠한 용모와 매력적인 모습으로 여성관객의 연모의 시선을 받는다. 이진희가 거트루드와 오필리어 1인 2역을 소화해 내며 호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최진석이 폴로니어스와 무덤지기로 출연해, 중량감 있는 연기로 역대 폴로니어스 역을 한 명배우들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해 그의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토록 한다. 김지휘가 레어티스와 길덴스텐으로 출연해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송광일이 로젠크란츠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이현철이 호레이쇼로 출연해 좋은 인상과 호연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정재윤이 소년 햄릿으로 출연해 여성관객의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김동원이 햄릿, 이갑선이 클로디어스, 서태영이 거트루드와 오필리어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탕준상이 소년 햄릿으로 출연한다. 기회가 닿으면 이 세 배우와 소년이 출연하는 것도 관람할 생각이다.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명디자인 김광섭, 음향디자인 박진현, 소품디자인 장경숙, 의상디자인 홍문기, 분장디자인 현새롬, 안무디자인 송희진, 액션디자인 서정주 그 외의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 연극열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지이선 김동연 재창작, 김동연 연출의 <Hamlet The Play>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2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