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놀땅의 김민정 작 최진아 연출 산을 옮기는 사람들

 2021년 10월 9일 오후 4시 선돌극장에서 극단 놀땅의 김민정 작, 최진아 연출 <산을 옮기는 사람들>을 관람했다.

김민정(1974~)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 극작을 전공했다.

작품으로는 ‘가족의 왈츠’ ‘십년 후’ ‘나, 여기 있어’ ‘해무’ ‘길삼봉뎐’ ‘그 길에서 너를 만나다’ ‘미리내’ ‘너의 왼손’. 각색은 국립극단 ‘오이디푸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인형의 집(家)’ 수상경력은 2004 제7회 국립극장 신작희곡 페스티벌 당선 ‘가족 왈츠’ 2005 제5회 작은 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희곡 공모 당선 ‘십년 후’ 2007 한국연극 베스트 7선정 ‘해무’ 2008 서울 아트마켓 선정 ‘해무’ 2009창작팩토리 우수작 선정 ‘해무’ 2012 김민정 희곡집 우수문학도서 선정 2014 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 2020년 ‘토지1’ 극본 등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극작가다.

최진아(1968~)는 치과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로 전공을 바꾸고 연우무대에서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이 후 ‘연애 얘기 아님’이란 작품을 직접 극작한 뒤 연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6년 선보인 ‘사랑, 지고지순하다’는 연극평론가가 뽑은 올해의 한국연극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올린 ‘1동 28번지 차숙이네’로 대산문학상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베스트 7, 동아연극상작품상 수상 외에도 동경아트마켓에 공식참가 하며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최진아는 루마니아의 바벨페스티벌에서 연극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로 연출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루마니아 듬보비치 역사박물관 공연장에서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공연돼 현지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며 연출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페스티벌 측은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자>의 최진아 연출가는 무거운 주제를 뛰어난 연출력과 현대적 무대 사용으로 풀어냈다”는 심사평을 내놨다.

최 연출가는 “역사적 상징성과 공간적 특수성을 지닌 루마니아의 유서 깊은 박물관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고 화답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바벨페스티벌은 동유럽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국제연극제로 손꼽힌다. 올해에는 27개국에서 27개 극단, 총 30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한국인 연출가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에는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했다.

최진아의 연출작으로는 <내부자 거래> <하늘 흙 물 탄소 플라스틱 맑음> <뼈의 기행> <노라는 지금> <길> <연애 얘기 아님> <다녀왔습니다.> <사랑, 지고지순하다> <그녀를 축복하다> <푸른곰팡이> <금녀와 정희> <꿈의 커피 가배 두림과 함께 하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1동 28번지 차숙이네> <본다> <브루스니까 숲> <칼리큘라> <홍준 씨는 파라오다> <벚나무동산>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 등을 연출하고 현재 극단 놀땅의 대표인 미녀 연출가다.

<산을 옮기는 사람들>은 히말라야 산속에 거주하는 얼마 남지않은 주민들 이야기다. 히말라야는 해발 8,000m가 넘는 세계 최고봉(峰)들이 몰려있는 인도와 중국(티베트), 네팔, 부탄 사이에 위치한 산맥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다. 네팔 북부로부터 인도 북부에 걸쳐 있다. 서쪽으로는 카슈미르 근처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는 미얀마, 인도, 중국 운남 성이 만나는 곳까지 이어진다. 카라코람 산맥 일대까지 포함해서 광역 히말라야(Greater Himalaya)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의 유래는 산스크리트어의 합성으로 himá(눈, हिम) + ā-laya(거처, आलय) = Himā-laya(눈이 사는 곳, हिमालय). 만년설을 보고 지은 이름으로 보인다.

힌두교 신화에서는 이곳을 신들이 머무는 장소라고 여긴다.

히말라야는 쉽사리 넘나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동아시아 문화권과 남아시아 문화권을 격리하는 장벽 역할을 해 왔다. 실크로드와 같이 근대 이전의 중국과 인도 문화권의 교역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를 통과하는 바닷길이나 타클라마칸 사막 등을 거쳐서 가는 험한 사막-고원길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지어 오늘날의 국제선 항공기들조차도 8,000m를 넘는 산지에서는 항행이 위험하기에 히말라야 산맥으로는 잘 넘어가지 않는다. 주된 이유로는 여압 상실 때 10,000ft이하인 곳으로 하강해야 하는데, 히말라야 산맥 근처에는 그럴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항공기들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으면 빨리 갈 텐데도 태국ㆍ방글라데시 쪽으로 빙 둘러서 가며, 소요 시간도 역방향 제트 기류를 고려하더라도 거리에 비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산을 옮기는 사람들>은 히말라야 원주민이 대부분 외지로 일을 하러 떠나고, 학생들마저 떠나버린 마을학교에 홀로 남은 교사와 몇 남지 않은 마을사람들과의 이야기다. 중공에서 송신탑을 건설하면서 등장한 중공인과 문명개발을 반대하고 대자연을 지키려하는 원주민과의 갈등 그리고 자연 자체가 신이라는 주민의 의식과 거기에 따른 무속 같은 행위가 펼쳐지고, 교사에게 따뜻한 물을 늘 가져다주는 소년, 그리고 소년의 누나인 처녀, 그리고 두 남매의 어머니와 할아버지와 중년의 중국인이 연극을 전개해 간다. 어머니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에게 대가를 받고 방을 빌려주기에, 중국인에게 방을 빌려주지만 중국인은 송신탑 건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왔다며 몇 개월이고 쉬어 갈 것이라며, 기일을 알리지 않고 건설장소를 물색한다. 처녀인 딸은 자신을 위해 외지로 일을 하러 가려하고, 어머니는 그런 딸을 적극 말린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들만 마을에 살며 떠날 생각을 아니하고, 교사와 가깝게 지낸다. 중국인 중년은 처녀인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치근 거린다. 귀에 익은 그 지역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주민들이 탈을 쓰고 펼치는 무속행위, 송신탑 건설과 연관해 청년 중국인이 등장하고, 중국인들은 권총을 품에 소지하고 있는 게 드러난다. 신앙에 묻혀사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주장이 없는 듯 보이고, 드디어 중국인과 원주민이 갈등이 노정되면서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동아줄에 중국인은 결국….

무대는 배경에 판자로 만든 울타리 조형물 그림이 무대 좌우에 펼쳐저 있고, 배경부터 무대 주변에 흙무더기와 커다란 돌이 배치되어 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벤치가 놓이고 무대 중앙에는 가는 기동 옆에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기둥 좌우에는 표지판 같은 것이 달려있다. 상수 쪽에는 무대 기둥 앞에 의자가 놓이고 그옆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도 배치되었다. 배경에 히말라야 산맥의 눈덮인 영상이 투사되고, 네팔 고유의 음악, 마스크를 쓴 무속행사가 연출되기도 한다. 대단원에는 상수 쪽으로 연결된 동아줄에 중국인이 목이 감겨 사망하기에 이른다.

이영석이 원주민 할아버지, 이도유재가 어머니, 이태현이 소년, 문지윤이 딸, 남수현이 교사, 이준영이 중년 중국인, 김관식이 청년 중국인, 정지아와 한새롬이 마을사람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공연에 심취하도록 만들고, 갈채를 펴붓는다.

드라마 투르그 남인우, 무대 남경식, 조명 김성구, 안무 이경은, 음악 이승호, 의상 박인선, 영상 김경호, 소품 이한선, 포스터디자인 박재현, 공연촬영 송영범, 시진 이강물, 기획 홍보 코르코르디움, 조연출 표광욱 이은채, 조명조선 손예리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놀땅의 김민정 작, 최진아 연출 <산을 옮기는 사람들>을 새로운 소재와 그에 합당한 연출로 외국작품을 보는 듯싶은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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