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44회 서울연극제를 마치며

사회_백승무(본지 편집장, 연극평론가)

 

참석

김도형(서울연극협회 부회장)

윤서현(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 회장, 연극평론가)

이은진(극단 바바서커스 대표, 연출)

이자순(연출)

이혜연(극단 민예 대표)

 

기록 및 편집_김혜정 기자

 


 

 

 

 

백승무: 제44회 서울연극제의 예술위원 다섯 분을 모셨습니다. 예술위원분들과 함께 내부에서 바라보는 이번 서울연극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크게 내용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두 파트 정도 이야기 나눌 생각입니다. 먼저 각자 올해 연극제에 대한 자평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이자순: 예술위원 자체가 이번에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다 보니까 서울연극제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축제성을 중심에 두고 저희 안에서도 새롭게 시도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보니까, 좌충우돌 배우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김도형: 축제성이 다양성을 위한 변화였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아직은 그 시스템이 불완전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혜연: 축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호기롭게 회의도 하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왔지만, 진행을 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서울연극협회 회원 단체가 같이 참가하는 자리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웠어요.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은진: ‘새로운 도전이자 혼란이었다.’ 극단 대표로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왔지만 축제를 기획하는 건 첫 경험이었어요. 기획 단계에서 큰 목표와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이걸 실천하고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윤서현: B. 학점 산출 기간인데 학점으로 따지면 Bo 정도인 것 같아요. B+와 Bo사이에서 고민했으나 Bo로 하겠습니다. 재수강은 안 되고요. (웃음)

 

공식선정작과 열린축제, 역할과 성과 

백승무: 이번 서울연극제는 다른 때보다 기간이 좀 더 길었죠. 작품 선정 심사에는 개입하지 않으셨지만 번역극, 창작극이라든가 세대별 측면에서 골고루 선정되었던 것 같아요.

 

이혜연

 

이혜연: 저희가 회의를 하면서 방향성에 대해 정할 때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 심사의 공정성, 축제 프로그램 확대’ 이렇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기획을 했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없잖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의 성격이나 방향적인 면에서 좀 더 골고루 포진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내년 서울연극제 때는 다양성 측면에서 심사위원들이 좀 더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심사의 공정성에도 미흡한 부분을 찾아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도형: 서울연극협회 사업운영위가 있어요. 그 운영위원회에서 예술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초반부터 변화와 다양성을 강조했거든요. 그런데 이 다양성을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은진: 다양성을 공식참가작만 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거기서 확보할 수 없던 다양성을 ‘열린축제’에서 확보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야외공연’은 지나가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다 보니까 극장 안 공연과는 다른, 대중적이고 상호소통적인 특성이 있잖아요. 그런 작품을 확보했고, 담론에 대해 앞서서 고민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선도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은 ‘창작아트랩ing’에서 담으려고 했어요. 축제가 공식참가작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더 열리길 바랐거든요. ‘열린축제’를 기획적으로도 가장 많이 신경 썼는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백승무: 그렇게 느끼신 건 관중 응집도 측면인가요? 참여자를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어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이은진: 대중적, 그러니까 관객 측면이죠. 야외공연은 서울연극제 야외공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른 팀들과 섞여서 했어요. ‘창작아트랩ing’는 강연과 과정공유회로 이루어졌는데 더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저희가 미리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자순: ‘창작아트랩ing’는 더 많은 서울연극협회 회원들, 연극인들이 함께하길 바랐어요. 완성된 작품은 아니더라도 같이 고민하면서 차후 활동에 이 담론들을 담고 가자는 취지였는데 그 기대만큼은 못 미쳤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이 강연자가 적합한지 같은 부분을 우선으로 고민하다 보니까 연극인들에게 접촉할 수 있는 면이 어디 있는지를 놓쳤던 것 같아요.

 

이은진: 강연 평은 되게 좋았어요. 내용의 질이 높아서 참여하신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참여 인원이 적어서 아쉬웠죠.

 

백승무: 내년 서울연극제를 대비한다면 돈, 시간, 기획력 중에 어떤 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자순: 기획력인 것 같아요. ‘열린축제’는 예산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가능했거든요.

 

백승무: 다섯 명 예술위원이 본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시잖아요. 만약 내년에 서울연극제를 다시 준비하신다면 충분한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일지 의아한 면도 있네요.

 

이은진: 제가 느낀 문제점은 예술위원회에서 회의가 잘 돼서 잘 구성해도,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기획력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백승무: 그렇다면 실행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김도형 부회장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김도형: 저도 사실 같은 의견이에요. 아직 시스템이 불완전한 느낌은 있어요. 기획도 실질적으로는 외부 인력이 동원됐어요. 그러다보니 여러 시행착오가 많았고 혼란도 야기됐던 것 같습니다. 기획, 홍보팀이 다 외부에 있다 보니 소통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혜연: 예술감독제에서 예술위원으로 바뀌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있었죠.

 

김도형: 다 처음이었어요. 사무국 직원들도, 외부 팀도, 저희 예술위원들도 전부 서울연극제를 처음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처음과 처음의 부딪침이 있었죠.

 

이자순

 

이자순: 서울연극제는 역사가 오래 되니까 연극계 안에서 익숙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작품 자체보다 축제를 어떻게 구성할지, 특히 코로나 이후 축제에 있어서 어떤 시도를 하고 어떻게 접촉면을 넓힐지에 더 포커스를 맞췄거든요. 그에 비해 못 간 답답함도 있긴 하지만 ‘열린축제’를 본 시민들은 정말 즐거워하셨어요. 밥상을 차린 입장에서는 서울연극제인지 모르고 즐기더라도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면 그걸로 됐다,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백승무: ‘열린축제’의 선정작도 중요했겠어요. 지나가는 시민이 호응할 수 있는 팀과 작품을 선정해야 하니까요.

 

윤서현: 테마가 환경과 순환, 연대와 소통이었어요. 그에 맞춰서 예술위원들이 추천을 했죠.

 

백승무: 연극 작품을 원하는 관객 대상의 극장 공연과 일반 행인 대상의 야외공연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자는 연극이라는 예술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 보는 것이고, 후자는 연극의 맛을 제대로 본다기엔 부족하지만 이런 축제도 재미있네, 정도의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말씀하신 대표성은 공식참가작에서 나올 텐데요, 올해 작품들의 특징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서현: 이혜연 위원님께서 공식참가작의 라인업에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번역극의 비율이 과도하지도 않았고요. 게다가 창작진 연령대나 작품의 주제, 또 형식의 측면에서 그 구성은 충분히 다채로웠다고 생각돼요. 그런 점에서 공식참가작 8편을 다 보신 분들이 요즘 연극의 흐름이 이렇구나 하고 통찰하시기에 좋은 라인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감독제에서 예술위원제로의 변화

백승무: 앞서 말씀처럼 예술위원제가 올해 첫 시행이었는데요. 예술감독제는 왜 없어진 건가요?

 

김도형: 처음에는 사업위원회에서 예술감독제를 하려고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제안을 받은 분들이 다들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재논의를 거쳐서, 예술감독의 역할을 확장시켜서 5명의 예술위원제를 시행해보자는 것에 합의하게 된 거죠. 그렇게 해서 협회 이사 세 명과 임원진이 아닌 두 분을 추천받아 구성하게 된 겁니다.

 

이은진: 사업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는 예술감독의 역할이 많이 축소됐어요. 그러다 보니 권한도 많이 줄어든 거죠. 그런 이유로 거절한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이혜연: 예전에는 예술감독이 큰 틀을 다 짜고 심사위원까지도 결정했거든요. 사업위원회에서 회의할 때 그게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다, 역할을 축소시키는 게 좋겠다, 그런 의견이 있었어요. 혼자 결정하지 말고 회의를 통해 같이 이끌어가면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그렇게 되면 예술감독을 맡기 부담스럽다는 거였죠.

 

김도형: 가장 큰 문제는 심사위원 선정 방법이었어요. 1, 2, 3차에서 심사위원 풀제를 운영해서 더 많은 심사위원이 들어오게 하고, 그렇게 해서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게 하자 했는데 그러면서 예술감독의 범위가 축소되었죠.

 

이자순: 그전에는 심사위원 세 분이 1~3차 다 심사하셨거든요. 이번에는 각각 심사를 분리해서 총 14명의 심사위원이었어요.

 

윤서현

 

윤서현: 그 변화를 통해 더 좋은 작품들이 선정되었다고 담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지점은 강조하고 싶어요. 단순히 심사위원 총인원이 늘어난 게 아니라 예술위원의 심사위원 추천 방식, 서울연극협회 회원 중 심사위원에 지원하실 수 있는 분들의 조건이나 현장추첨 방식, 추천 심사위원과 추첨 심사위원의 비율 등을 결정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변하는 바람에 준비할 것이 많았죠. 예술위원에 위촉되기 전에 이 과정이 이렇게 복잡할 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웃음)

 

백승무: 내년에는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김도형: 사업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에요. 이 시스템으로 갈지, 예술감독 체제로 갈지.

 

윤서현: 올해 만든 문건들을 정리해서 내년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수인계가 정말 중요하죠. 이번 연극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도 사실 업무 소통과 관련된 지점이었어요. 기획 단계에서 수렴된 의견과 결정 사항이 사무국을 통해 축제 참가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해요.

 

백승무: 이 경험과 노하우가 소비되지 않고 이어져야 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 다섯 분이 계속 활동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술감독 한 사람의 가치관을 가지고 축제를 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거기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적어도 예술 감독제가 유지되었던 기간만큼은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자순: 서울연극협회의 결정으로 예술위원회가 탄생된 것이기 때문에 그 의견에 따라야겠죠. 그런데 사실 맞는 말씀이세요. 이 멤버가 그대로 가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듣고 빠른 일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되게 헌신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서울연극제에 도움이 된다면, 연극계에 도움이 된다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거든요. 연극제를 끝낸 지금 마음으로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웃음)

 

김도형

 

김도형: 예술감독제나 예술위원제 자체의 장단점은 있는 것 같아요. 책임과 의무와 역할이 모호하다 보니 이번을 경험 삼아서 내년에 좀 더 명확해진다면 좋은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끼리의 자체 합평회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연극제의 위상과 의의

백승무: 제도적인 측면으로 넘어가서, 서울연극제의 위상이나 의의를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서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연극의 수준을 볼 수 있는 연극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 맞는 어떤 위상을 가져야 할지, 예술위원들은 어떤 연극제를 그리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십시오.

 

이자순: 연극제 위상 자체가, 서울연극제가 열렸다고 하면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한번 보러 오는 분위기가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작품의 질적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그것도 회복할 필요가 있겠지만, 요즘은 전체적으로 축제가 많아졌어요. 44년이라는 역사성만 가질 게 아니라 그것을 잘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혜연: 연극 관객이 많이 줄었잖아요. 서울연극제를 통해서 연극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연극을 많이 즐길 수 있게 고민해야 할 것 같고요. 서울연극제 안에 대사 연극 위주 작품도 있지만 비언어연극이나 실험극이나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확장시켜서 관객들도 취향에 맞게 작품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해봐야겠죠.

 

이은진: 이상적으로는 아비뇽이나 에든버러처럼 그 도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표성을 띠는 게, 저의 목표는 아니지만 그런 걸 꿈꿔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해서 확장성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자순: 사실 서울은 그런 게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니까요.

 

이은진: 이번에는 아르코예술극장이랑 쿼드도 공동협력으로 함께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좀 더 마련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서울시 지원금도 많이 늘었고요.

 

윤서현: 누가 연극 보러 가자고 했을 때 5월이면 당연히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부터 알아보는 게 당연한, 흔히 말하는 ‘믿(고) 보(는)’ 연극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요.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영상콘텐츠에 식상함을 느끼고 공연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계세요. 이분들의 관심을 지속적이게 만드는 경험의 장이 되면 좋겠어요.

 

백승무

 

백승무: 결국 예산이 가장 큰 관건이 될 텐데요. 서울연극협회 집행부가 바뀌면 서울연극제의 성격도 바뀌잖아요. 하지만 연극제의 독립 사무국이 있다면 일관된 운영이 가능하겠죠. 장기적으로 축제가 자생하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자순: 연극인으로서 서울연극제는 서울연극협회원들과 같이 가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해요. 사실 시상식 보고 느꼈어요. 예술위원회에서는 굳이 경연제로 해야 하나 이야기도 했는데 시상식을 보니까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상 받으신 분들은 자긍심을 갖고 앞으로 연극을 할 원동력도 되니까요. 어떤 집행부가 하더라도 이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안고 가는 게 중요하겠죠. 매년 테마는 달라지더라도 중요한 지향점이나 가치, 방향성은 공유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상적이지만 바람입니다.

 

김도형: 이전 집행부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서울연극제의 역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업단이 있어야 한다는. 어떤 것이 좋은지 아직 모르겠지만 서울연극인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회원을 위한 사업이라면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고, 독립적인 걸 원한다면 그렇게 가는 게 좋을 테고요.

 

백승무: 마지막으로 서울연극제에 꼭 필요한 한 가지, 혹은 없었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서울연극제 완성을 위해서 절실한 딱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윤서현: 총괄 피디요. 일 잘하는 총괄 피디가 절실합니다. 축제를 만드는 이들과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 사이에서 소통 담당 인력이 부재할 것이라면 의사결정과 현장진행의 효율성을 위해 예술감독제로 돌아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은진: 총괄 피디가 가장 적합한 말씀 같은데요. 역할과 권한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하는 사람끼리의 상호 보완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해요. 예술위원회는 어떤 역할인가, 서울연극제 비전과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예술위원회라면 그 세부는 뭐가 있는가. 그리고 그걸 실제로 진행하는 총괄 피디가 필요하죠. 그런 시스템이 없는 채로 좌충우돌하면서 찾아가는 게 힘들었거든요.

 

백승무: 서울연극협회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잘 파악하더라도 행사에 치이다보면 결국 내년에도 닥쳐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요.

 

윤서현: 만약 다음 해에 총괄 피디를 두고 서울연극제가 운영될 계획이라면 지금부터 섭외를 진행하셔서 올해 예술위원들과 소통하기 시작하셔야 할 거예요. 지금 저희가 만든 문서나 회의 내용들이 전부 흩어져 있거든요. 백서 작업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내용들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안 되죠.

 

이은진

 

이은진: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서울연극제가 좋은 공연들 선보이는 걸로 자리를 잘 잡았잖아요. 그걸 지켜나가되, 어떻게 하면 더 사람들 안으로 파고들어가고 예술가들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시킬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에든버러나 아비뇽이 서울연극제와 다르게 가지고 있는 특성 같거든요.

 

김도형: 저도 백퍼센트 공감해요. 지금은 공식선정작 8개 외에 야외선정작이 있는데 비경연 작품이 더 활발해져서 전체가 축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회원 전체가 같이하는 축제의 장이 되는 게 앞으로의 방향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백승무: 우리가 큰맘 먹고 오랫동안 돈 모아서 에든버러나 아비뇽 가잖아요. 그런 축제가 서울에서 열린다면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죠. 그런 축제들이 어떻게 그런 위상을 갖게 되었나 생각하고, 서울연극제가 그걸 벤치마킹하려면 20~30년 후까지 내다보고 지금부터 꾸려야 할 것 같아요. 계속 고민하시면서 못다 이룬 꿈은 이뤄가고, 부족한 것은 매워가면서 꽃피운다면 아주 재미있는 축제가 되겠다 싶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예술위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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