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Faust)’

– 임야비(tristan-1@daum.net)

자유기고가, 서울 신포니에타 기획 및 연출

극단 듀공아 / 극단 외계공작소 연출부 드라마투르그

 장장 1년 6개월간 등반 중인 ‘음악으로 듣는 연극 – 파우스트’. 4월에 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연재 중 누락됐던 음악을 채워 넣는 ‘부록 제 1 부’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어서 이번 ‘부록 제 2 부’에서는 서양 음악사에서 귀하디귀한 여성 작곡가의 곡이다.


파니 멘델스존 헨젤(1805~1847)

 파니 멘델스존 헨젤(1805~1847)이 파우스트 제2부에서 가사를 따와 작곡한 ‘천사들의 합창’을 소개한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파니 멘델스존은 유명한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의 4살 터울 누나다. 파니는 남동생만큼의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음악계 전면에서 활동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근래 페미니즘의 훈풍이 불어와 클래식 음악계에도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이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 가장 선두는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클라라 비크; 1819~1896)이 지키고 있고 그 뒤를 바짝 파니 멘델스존 헨젤이 쫓고 있다.

 파우스트 2부 1막의 시작 부분(4613행~4665행)이다. 공기의 정령 아리엘(Ariel)이 1부의 비극으로 나가떨어진 파우스트를 치료하면서, 2부에서 펼쳐질 장대한 비극을 넌지시 내비친다. 아리엘이 거느리는 천사들이 합창 또는 중창으로 이 운문을 보좌한다. 괴테는 이 부분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신비한 회복력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설렘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파니 멘델스존은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 장면을 섬세한 선율이 가득한 합창곡으로 재창조했다.

 1843년 3월, 파니 멘델스존은 소프라노 독창과 여성 합창 그리고 피아노 반주라는 구성으로 작곡을 마친다. 초연은 같은 해 10월 Sonntagsmusik에서 열렸다. 여성 합창단은 소프라노1, 소프라노2, 알토1, 알토2로 총 4성부다. 초연 당시 아마도 파니가 직접 지휘와 피아노 반주를 함께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그렇다면 무대에 남성이 단 한 명도 없는 ‘순수한 여성 음악회’였을 것이다. 추측건대, 이는 예민한 작곡가 파니는 부드럽고 섬세한 아리엘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여성의 목소리만 필요했을 것이다.

 곡은 약 13분이다. 에올스의 하프 소리를 흉내 내는 피아노의 부드러운 음향으로 곡이 시작되고, 이어 소프라노 독창으로 아리엘의 노래가 피아노 위에 얹힌다. 이어 여성 합창단이 아리엘의 노래를 찬양하듯이 에스코트하며 바람의 두께가 점점 증가한다. 이어 소프라노 독창이 마치 레시타티보처럼 말하듯이 가사를 읊으며 분위기를 조금씩 전환한다.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처럼 조성이 바뀌고 조금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합창이 가세하지만, 듬성듬성 속삭이는 음성에 씻겨 내린다. 음악은 후반부로 넘어가 약 8분쯤, 텍스트의 4650행 ‘어느새 몇 시간이 흘러 / 고뇌도 행복도 사라졌나니 (Schon verloschen sind die Stunden, / Hingeschwunden Schmerz und Glück)’에서 완만한 절정을 형성한다. 합창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쥐어짜는 듯한 고성과 괴성이 아니다. 싱그러운 바람을 등지고 얕은 둔덕을 오르는 상쾌함에 가깝다. 이 부분이 여성 작곡가 그리고 여성 합창단만이 청자에게 전해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다. 이후 말미에 이르러 텍스트의 4660행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Leise bist du nur umfangen, / Schlaf ist Schale, wirf sie fort!)’에서 점점 빨라지다가 소프라노 독창으로 조용히 끝을 맺는다.

 파우스트와 관련된 음악 중에 2부의 텍스트를 차용한 음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파니 멘델스존 헨젤은 여성 합창을 이용해 파우스트 비극 2부의 서두 ‘천사들의 합창’을 매우 섬세하게 연출한다. 그녀가 잊힐 뻔한 작곡가여서 그런지 이 음악이 더욱 반갑다.

 파니는 바람의 정령 아리엘(Ariel)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1부 4391행의 아리엘의 텍스트 ‘자애로운 자연과 정령이 / 너희에게 날개를 주셨으니(Gab die liebende Natur, Gab der Geist euch Flügel)’을 2분 정도의 음악으로 남겼다. 피아노 반주가 없는 혼성 4부 아카펠라 곡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정령을 바람처럼 신비롭게 표현했다. 주목할 만한 곡이지만, 음반은커녕 악보조차 구하기 힘들다. 아쉬운 대로, 21년 11월에 연재한 남동생 펠릭스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발푸르기스의 밤)’와 함께 남매의 파우스트를 들어보면 더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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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부록 2

  1. 음악 해설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식을 자탄할 뿐이다. 오래 되어서 그런지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기능회복 방법 좀 알려 주시기를— 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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